임봉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임씨 그룹과 이 저택은 우리 임씨 가문의 재산이야. 임우진은 이미 죽었어. 그 자식이 아무리 빼앗으려 해도 소용없어. 난 그 자식한테 한 푼도 주지 않을 거야.”임청은 벌벌 떨며 말했다. ”하지만, 삼촌. 그 자식이 우리가 알던 놈이 아닌 거 같아. 반년 동안 숨어서 무술이라도 익힌 거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 탁자가 왜…웬만한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탁자가 이 모양이 돼?”강성 시의 상류 가문의 자제인 임청은 당연히 수행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임봉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피식 웃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무술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리고 무술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우리에겐 칼도 있고 총도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그 정도는 한 발이면 끝낼 수 있어.”그는 두렵지 않다는 듯이 김수정을 힐끗 쳐다보았다.‘두 달?’‘흥, 웃기고 있네. 난 널 네 어미와 같이 한번에 하늘로 보내 버릴 수 있어.’임봉은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금세 다시 좋아졌다. 하지만, 자신이 보냈던 조필두가 다시 돌아오지 않자, 왠지 모르게 불안한 감정이 들었다.그는 곧바로 조필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옆에 찌그러진 탁자를 보니, 더욱 불안한 감정이 몰려왔다...................임건우는 차를 몰고, 다시 태운 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이때, 유가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어디야? 도대체 어딜 간 거야?”유가연은 마음속에 온통 의문투성이들로 가득했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자신이 임건우라는 사람을 더 모르고 있는 듯한 마음이 들었다.임건우는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 “내가 가긴 어딜 가겠어. 그냥 집에 있어!”유가연은 대답하였다. ”그러면 오늘 저녁에 밥이라도 같이 먹자. 내가 밥 한번 사기로 했잖아.”“어…”임건우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하였다. ”그래. 대신 좀 늦을 수도 있어. 엄마 약 끓일 시간이 다 돼서.”그렇게 두 사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옆에 있던 주성문이 대신 대답하였다. ”홍미가 예전에 미용실 체인점을 하나 열었었어. 그러면서 스스로 브랜드를 하나 만들고 싶다고, 공장이랑 작은 연구소도 같이 매입했었어. 하지만, 일이 잘 안 풀려서, 지금은 그저 방치하고 있어.”사실 이 일에 관해서는, 이미 양홍미는 우나영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그렇지 않았다면, 양홍미는 지금 이 일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우나영은 상업 쪽 운영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우나영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건우야, 나는 홍미랑 이미 이 건에 대해 얘기했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 지금 우리 회사에겐 히트를 칠 수 있는 제품들이 필요해. 같이 협력을 할 수 있다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좋은 결과?’이미 임씨 그룹을 능가할 만한 기미 크림은 준비되었다.하지만 우나영은 비교적 애매하게 말을 하였다. 사실, 모자의 이런 사업적인 일들을 대외적으로 알리기엔 아직 좀 이르다.“하지만, 그 공장은 강성 시가 아니라 지금은 중해 시에 있어.”그렇게 시간은 흘러 저녁이 되었고, 주성문 일가는 집으로 돌아갔다.그 후, 우나영과 임건우는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우나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말해봐, 밖에 있던 그 여자애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니? 설마 술에 취해서 밖에서 사고 친 건 아니지?”그녀는 조필두에게 맞아 기절했었다. 그런 그녀를 임건우가 잠시 방에 데려다 놓았던 것이다.우나영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눈앞에 낯선 여자가 있었으니, 놀랄 법도 하다. 심지어는 그 낯선 여자가 자기 아들의 시녀라고 하니,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 도대체 어떤 시대인데, 시녀라니? 아니, 시녀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애인도 아니고 시녀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그리고 심지어 자기 아들은 이미 결혼한 몸이고, 유가연이라는 아내도 있다.만약 유가연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머릿속이 매우 복잡했다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보니, 이미 유화의 목덜미 아래에 있었다.그는 순간 산꼭대기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는 마음속으로는 싫다고 소리쳤지만, 자신의 손이 언제 유화의 허리로 가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내가 널 가르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게 아니야. 그냥 넌 기초가 너무 부족해.” 임건우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저 머리는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고, 숨이 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그래? 그러면 어떡하지? 선배님이 전에 말했던 개막환 말이야. 그건 도대체 뭐 할 때 쓰는 물건이야?”그녀는 몸을 더욱 꺾으며 말했다.“개막환…그건…”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서 헛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언제부터 계단 입구에 우나영이 있었는지, 그 둘은 알지 못했다. 그저 우나영의 두 눈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녀의 두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이 자식, 이게 네가 말한 후배야? 아니면 시녀?’임건우는 놀란 마음에 유화를 밀어냈다.“엄마, 그게…가연이랑 저녁 약속이 있어서, 저 먼저 나가볼게요!”“그리고, 아까 오는 길에 음식을 포장해왔어요. 저녁으로 그거 드시면 돼요!”그렇게 임건우는 급하게 별장을 빠져나왔다.그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운전대가 손에 잡히질 않았다…. 이따가 우나영한테 혼날지도 모르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한편으로는, 주체를 못 한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내가 거절을 못하는 쓰레기인가?”“그런데 유화 걔는 너무 적극적인 거 아니야?”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는 자신이 유화의 수행자 등급을 끌어올리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또한 그녀가 자신의 시녀가 되겠다니…무술을 배우는 사람에게 이런 능력은 매우 충격적이고, 유혹적이다. 만약 이 능력이 무술계에 전해지게 된다면, 반드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그는 아직도 아까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레스토랑 입구.임건우와 유가연은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막 입구에 다다랐을 때, 귀신같이 심수
향수냄새?임건우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가 미치지 않는 이상,그 향의 주인이 유화라고 말할 리가 없다.그는 말을 더듬거렸다. “향수? 내가 여자 향수를 뿌릴 리가…아, 생각났다. 오늘 홍미 누나가 우리 집에 놀러 왔는데…반가운 마음에 안았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가연은 놀라서 소리쳤다. “양홍미를 안았다고?”임건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돼. 누나가 어린 딸도 같이 데리고 왔는데, 누나 딸을 잠시 안고 있었어. 그때 누나 향수가 몸에 배었나 봐.”“그래?”“당연하지. 못 믿겠으면, 누나한테 물어봐도 돼!”“됐어. 뭘 전화까지 해. 그럴 필요까진 없어.”임건우는 유가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가연아, 날 이렇게까지 신경 쓰다니. 나 지금 너무 기뻐. 사실 한동안 난 가연이 네가 날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오늘에서야 깨달았어. 아직도 넌 날 좋아하고 있다는걸…”유가연은 임건우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는 부부야. 설령 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갈 순 있어도, 난 그럴 수 없어.”임건우는 천천히 유가연에게 다가가, 살며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물론, 그들에게 있어서, 이 키스가 첫 키스 일리는 없다. 단지,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라, 입술이 닿는 순간 둘은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이때, 유가연의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귀신같이 심수옥이 유가연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두 사람은 이제 정말 헤어질 수밖에 없다.전화벨은 더욱 크게 울렸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차에 시동을 걸고, 유씨 집안 저택으로 향했다. 방금 10개월만의 그 키스는 매우 달콤했다. 그는 이 순간만큼은 심수옥이 두렵지 않았다.기껏해야 자신에게 욕을 퍼붓고 말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그의 큰 오산이었다. “짝!”심수옥이 자신에게 따귀를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다.임건우는 신발장 앞에서 유가연이 구두를 벗는 걸 도와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그 틈을 타 심수옥이 그에게 따귀를 때린 것이다.
심수옥은 콧방귀를 뀌며 임건우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게 뭐 어때서? 지금 가연아 네가 가지고 있는 감정은 일회용품 같은 거야. 다 쓰면 사라지게 되어있어. 그리고 문성 부동산 일도 참 이상하단 말이야…틀림없이 주 사장님이 네가 마음에 들어서, 한 번 더 보고싶어서 너한테 접근한 거 아니야?”“엄마 진짜…”심수옥은 정말 말이 안 통한다!유가연은 더 이상 심수옥과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임건우를 잡아끌며 말했다. ”건우야, 그냥 내 방으로 가자.”“안 돼. 저 자식이 무슨 자격으로 지금 네 방에 들어가?” 심수옥은 매섭게 노려보았다.“법적으로 내 남편인 사람이야.”“아니, 그래도 안 돼. 난 절대 저 자식을 내 사위로 받아준 적 없어. 네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천우그룹 정인 한 명뿐이야. 나는 정인이만 내 사위로 인정할 수 있어.”“허허…”임건우는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자신이 유씨 가문을 크게 도왔으니, 장모 심수옥의 태도도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모진 말들로 자신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다! 그가 아무리 노력하여도, 심수옥은 자신을 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그가 또 이들을 도울 필요가 있을까?유가연은 얼굴이 화끈거려서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자신의 엄마라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남편한테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단 말인가?“그래 좋아!”유가연은 임건우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난 앞으로 저 방에 들어갈 일 없을 거야, 됐지? 오늘부터 난 나가서 살 거야. 앞으로 건우랑 같은 방, 같은 침대에서 밤을 보낼 거야. 10개월 동안 하지 못했던 거 다하며 살 거야.”유가연, 그녀도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다.오죽하면 결혼식 날 스스로 나이프와 포크로 가슴을 찌를 수 있단 말인가?“너….유가연!”“어떻게 네가?”이때 차 한 대가 집 앞으로 다가와서 멈췄다.차에서 내린 남자는 다름아닌 정인이었다. 그는 깔끔한 양복에 가죽구두를 신고 있었다.정인을 보자마
심수옥은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이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정인은 1조원을 가진 재벌 2세이고, 장차 천우그룹을 물려받아 회장이 될 몸이다. 저 앞에 서 있는 저 짐승만도 못한 놈은 자신의 딸한테 기생하며 살아가는 놈이다. 하지만, 지금 재벌2세가 저 짐승만도 못한 놈 앞에 무릎을 꿇다니, 이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일이란 말인가? 임건우, 이 자식.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유지연도 놀라서 황급히 달려와 물었다. ”형부, 왜 이 자식한테 무릎을 꿇는 거예요? 이 자식이 무슨 자격으로 형부를 무릎 꿇게 만든 거예요? 어서 일어나요, 빨리 일어나요! 혹시 저 자식이 형부한테 협박이라도 한 거예요? 저 자식은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인간이에요. 걱정 마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와 저는 형부 편이에요.”정인은 너무 당황해서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유지연 저 여자의 형부라는 소리에 당장이라도 오줌이 터질 것만 같았다.정인은 이전에 정양진과 함께 그에게로부터 도망친 적이 있다.집에 도착해서야 정양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정양진은 정인에게 임건우가 어떤 사람인지, 또 마팔재와 무슨 관계인지 자신이 아는 선에서 다 말해주었다.그 말을 들은 정인은 공포에 휩싸였다.그 말은 즉, 임건우가 입만 열면, 당장이라도 마팔재가 만리상맹의 모든 힘을 모아, 천우 그룹을 파산시킬 수 있다는 소리이다. 그렇게 된다면, 천우그룹 뿐만 아니라, 정씨 가문이 모두 멸하게 될 것이다.이건 정말 과장이 아니다.정인은 임건우에 대한 두려움이 극에 달하였다.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두려워지고, 더 불안해졌다. 그렇게 그는 어쩔 수없이 오늘 임건우에게 사죄를 하러 오게 된 것이었다.그는 임건우의 눈에서 유지연을 향한 혐오와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그는 즉시 벌떡 일어나, 유지연의 뺨을 세게 때렸다. “닥쳐, 난 네 형부가 아니야. 여기 지금 네 앞에 서 있는 임 선생님이 바로 네 형부이지. 지금 네가 하고 있는 모든 짓들은 임 선생님뿐만 아니라 네 언니한테도
”퍽, 퍽!”임건우는 나뭇가지를 정인의 등을 향해 세게 휘둘렀다. 정인의 등은 벌겋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또 어떤 곳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임건우는 나뭇가지를 내던지며 말했다. “일어나, 넌 오늘 네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될 거야.” 정인은 매를 맞은 뒤, 벌떡 일어나 절을 하였다. 그런 뒤, 가지고 왔던 선물상자를 꺼내 임건우에게 건네 주었다. “선생님, 저에게 새로운 삶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정인은 오늘 선생님의 가르침을 명심하고 또 명심할 것입니다! 이건 오늘 선생님의 가르침에 대한 작은 선물입니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가연아, 그동안 고마웠어. 선생님과의 백년해로를 기원할게.”그렇게 그는 서둘러 그 자릴 떠났다.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본 임건우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자식은 총명한 놈이구나!’‘됐다, 정씨 집안과의 원한은 여기서 풀어버리자!’하지만, 정인이 떠난 후, 심수옥과 유지연은 여전히 충격에 빠져있었다. 아니, 사실 옆에 있던 유가연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건우야,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나만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가?”임건우는 웃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야. 그저 예전에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 그때, 인생의 교훈, 도덕적 품행 뭐 이런 거에 대해서 말했었지. 그때 나눴던 이야기가 인상 깊었나 봐. 이렇게 잘못을 깨닫고 자기 발로 사과하러 왔네?”유가연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아니, 이 말에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유지연은 여전히 임건우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저 망할 놈이 뒤에서 우리 형부에게 협박한 게 틀림없어…”형부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임건우는 유지연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유지연은 그의 살기가 가득한 눈빛을 보자, 금세 조용해졌다.임건우는 유지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지연, 얼굴이 덜 아픈가 봐?”유지연은 아까 맞았던 따귀가 떠올랐다. 그의 기세에 밀려, 그녀는 재빨리 방으로 뛰어 들어가서 더는 나오지 않았다.심수옥은 털썩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성민
그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는 당연히 유화였다.그녀는 온몸에 이불을 감은 채 머리만 내밀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긴 생머리를 침대에 늘어뜨린 채,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임건우를 바라보고 있었다.임건우는 어머니 방 인기척을 살핀 뒤, 재빨리 방 문을 닫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유화가 야릇한 미소로 답했다.“일하는 중이지!”임건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일?”“침대를 따뜻하게 덥히고 있어. 나 오빠의 노예잖아.”순간 임건우는 심장박동이 빨라지다가 머리가 지끈거렸다.외출하기 전에 어머니한테 유화와 가까이 있는 모습을 들켜버린 뒤로 어떻게 해명할지 아직 생각도 못 했는데 이런 자세로 그의 방 침대에 누워 있다니! 이걸 어머니가 보면 또 무슨 오해를 하실까!“장난치지 말고 얼른 돌아가서 잠이나 자!”임건우는 다가가서 이불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유화는 이불을 꽉 잡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이불 가져가지 마. 나 알몸이란 말이야.”“뭐라고?”임건우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귓가에 악마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다.“이불 벗겨버리고 덮쳐! 여자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게 남자야?”유화도 눈을 깜빡이며 어서 달려들지 않고 뭐하냐고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임건우는 바짝 타는 입술을 깨물며 애써 충동을 억제했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선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당장 나가. 안 나가면 정말 화낼 거야. 날씨도 더운데 침대 데우는 작업이 왜 필요해?”“그래, 알았어.”유화는 새침하게 말하고는 이불을 던져버렸다.“아!”임건우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머리는 당장 고개를 돌리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유화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그녀를 감쌌던 이불이 젖혀지고 그의 눈빛에 살짝 실망감이 감돌았다.‘이런 사기꾼!’유화는 옷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그것도 아주 단정한 스타일로!“옷 안 입었다면서?”“오빠, 왠지 실망한 것처럼 보인다? 장난 좀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