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좀 더 알아보니, 망원각 내에서 누군가가 칼로 자결했다고 합니다!” 태휘의 말을 듣고 진씨 가문 사람들은 잠시 서로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환호를 터뜨렸다. “칼로 자결했다면 분명 이동혁이 틀림없어.” “갚아야 할 빚을 다 갚았어. 이제 그 재앙 덩어리가 죽었으니 강오그룹은 우리 진씨 가문에 더 이상 복수하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한 곳에서 기뻐 날뛰었다. 그러나 세화는 슬프고 원통하여 울다가 기절했다. 류혜진 등이 서둘러 세화의 몸을 한참을 주물렀고 그녀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제가 가서 동혁 씨의 마지막을 확인해야겠어요.” 이때 세화는 충격으로 눈의 초점이 흐리고, 몸에는 아무런 생기가 없어 류혜진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세화가 혹시라도 동혁과 함께 죽을 생각을 했을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얼른 세화를 말렸다. “세화야, 안돼! 이 좋지도 않은 몸으로 어딜 가겠다는 거야? 그리고 태휘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미 동혁의 장례를 잘 치러주기로 약속했잖아.” “맞아.” 태휘는 고소해하며 말했다. “이동혁의 묏자리도 잘 보아두었고 관도 잘 준비했으니, 세화, 너는 걱정 마.” 세화는 이 말을 듣자마자 더 심하게 울었다. 탁! 잔한영은 듣기가 심란했는지 탁자를 세게 때리며 말했다. “울지 마! 그 바보 놈이 죽었으니 끝인데, 울 일이 뭐 있어?” “어르신 말씀이 맞아. 그 바보가 죽었으면 다 끝난 거야. 그러니 세화 넌 이제 편히 재혼하면 돼.” “전에 우리 가문을 도왔던 그 백천기인가? 그 도련님이 네게 푹 빠져있던데? 집안이나 능력이나 어디로 봐도 그 바보 이동혁보다 낫잖아?” “...” 나머지 친척들도 세화를 이러저러하게 설득했다. 겉으로는 세화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실 속내는 동혁이 죽어 고소하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세화가 백천기와 재혼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진씨 가문 사람들은 이미 나중일을 상상하고 있었다. ‘만약 N도 군부의 부지휘관이 우리 가문의 사돈이 된다면
“이동혁, 네 놈이 어떻게 여태 살아있어? 설마 망원각에 가지도 않은 거야?” 진한영은 동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 그 말을 들은 나머지 진씨 가문 사람들도 갑자기 신경이 곤두섰다. ‘이동혁 혼자는 재앙을 피해도 우리 진씨 가문 전체는 다 피할 수 없어.’ ‘이동혁이 망원각에 가서 자결하여 사죄하지 않았다면, 강오그룹 쪽에서 나중에 틀림없이 우리 진씨 가문에 복수하려 할 거야.’ 동혁을 바라보는 태휘 등의 눈빛은 이미 좋지 않았다. ‘우리가 살려면, 저 놈을 강제로 망원각으로 데려가 죽게 해야 돼!’ “망원각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겁니다.” 동혁은 사람들의 생각을 읽었는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누구를 속여? 갔는데 강오그룹 사람들이 너를 이렇게 순순히 돌려보냈다고? 딱 보니 넌 어디에 숨어있다가 그곳엔 아예 가지도 않은 거잖아.” 화란이 화가 가득하여 말했다. 태휘가 소매를 걷어붙이며 독기를 품고 말했다. “안 돼요! 반드시 이 바보를 망원각에 보내 사죄해야 한다고요. 좀 도와주세요. 이 놈이 안 가겠다면 묶어서라도 보내야겠어요.” 동혁은 혼자 사람들을 저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씨 가문의 많은 사람들은 동혁 혼자 자신들을 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태휘 이 짐승 같은 놈, 그만둬! 여러분은 꼭 동혁 씨를 죽여야만 만족하겠어요? 이 사람이 죽으면 대체 무슨 좋은 점이 있다고요?” 세화는 갑자기 몸을 돌려 팔을 벌려 동혁의 앞을 가로막고 단호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동혁 씨를 묶겠다면, 나도 함께 묶어요!” “그놈이 죽으면 당연히 우리에게 좋은 점은 없어. 하지만 죽지 않으면 우리 진씨 가문은 재앙을 입게 될 거야.” 태휘는 측은하게 말했다. “세화 네가 바보 남편과 함께 죽겠다고 해도, 우린 상관없어.” “맞아, 어쨌든 쟤들 때문에 우리 진씨 가문 전체가 해를 입을 수는 없어.” 진씨 가문의 다른 남자들도 소매를 걷어붙이기 시작했다.진한영조차도 자리에서 발을
“죄송합니다, 여러분. 제가 늙어서 헛소리가 튀어나온 겁니다. 잘못했습니다.” 진한영이 변명했다. 그러더니 뜻밖에도 스스로 자기 얼굴에 손을 휘둘러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진씨 가문의 나머지 사람들도 이미 놀라서 벌벌 떨고 있었고, 아무도 진한영을 막지 않았다. “흥, 감히 장 회장님께 불경을 보이고 그렇게 뺨을 몇 대 때리면 끝인 줄 알아?” “진한영 회장, 방금 네게 관을 준비하라고 한건 농담이 아니야.” 조기천이 흉악하게 말했다. 진한영은 이 말을 듣고 더욱 놀라 넋이 나갔다. “조기천 씨, 그만 됐어요. 당신들이 여기 왜 왔는지 잊었나요?” 그러자 옆에서 진한영이 한참 동안 자기 뺨을 후려갈기는 모습을 보며 통쾌함을 느끼던 동혁이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 동혁의 말을 듣고 무릎을 꿇고 있던 진한영이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 “이동혁, 네 놈은 입 닥쳐! 누가 네가 나서서 조기천 어르신에게 말하는 것을 허락했어?” “당장 너도 무릎을 꿇고 조기천 어르신께 사과드려. 넌 죽고 싶은지 몰라도 우리는 그렇지 않으니까!” 주위의 태휘 등 사람들이 분노했다. 동혁의 눈빛이 점점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한영을 위해 서둘러 나서지 말걸 그랬어.’ ‘자기 뺨을 몇 대 더 때리게 하고 얘기할걸.’ 조기천 등은 차갑게 동혁을 바라보더니 분노했을 때처럼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모습을 본 진한영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다른 진씨 가문 사람들도 잇달아 냉소했다. ‘이동혁이 입을 여는 바람에 분노의 화살이 저 놈에게 향했군.’ 그러나 조기천 등의 다음 행동은 모두의 예상을 크게 벋어났다. 풀썩! 사람들의 의아해하는 시선 속에서 조기천 등이 뜻밖에도 무릎을 꿇었다. “이동혁 선생님, 진세화 회장님, 그리고 진창하 선생님, 류혜진 여사님, 진천화 선생님, 저희는 이전에 이 선생님에게 장 회장님을 죽였다는 누명을 씌우고 선생님 가족에게 폐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강오그룹의 원로들. 암흑가에서는 모두
땅바닥에서 일어난 진한영은 사과문을 보고 감격에 겨웠는지 얼굴의 수염이 마구 떨렸다. “이, 이건 우선 협력 대상이라기보다는 강오그룹이 우리 진씨 가문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이야.” “암흑가의 강오그룹 세력으로 볼 때 앞으로 H시에서는 3대 가문과 같은 최고의 세력이 아니고서는 감히 아무도 우리 진씨 가문을 건들 수 없어.” 이 말을 듣고 진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강오그룹과 같은 암흑가의 큰 세력을 뒷배로 둔다면, 우리는 앞으로 뭐든 평탄한 길을 갈 수 있어.’ “그런데 방금 조기천 어르신께서 강오그룹이 이 사과문을 보낸 것이 이동혁이 요구해서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진씨 가문 사람들 중 누군가 불쑥 한마디 했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동혁에게 쏠렸다. “이동혁, 정말 네가 그런 거야?” 진한영은 여전히 흥분해서 물었다. 동혁은 담담히 대답했다. “제가 아까 이미 말했는데, 아무도 믿지 않았잖아요.” “저는 총 네 가지 요구를 했어요. 나천일의 자결, 강오그룹의 원로들이 직접 와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일, 장 회장 본인의 사과와 강오그룹의 공개 사과. 모두 제 요구대로 실행한 겁니다.” 모두는 한동안 난처함을 느꼈다. 방금 전 누구도 동혁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 동혁에게 빈정거리며 비웃었다. 그런데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상황이 반전될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동혁아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한 거야?” 진한영은 동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보면 볼수록 이 손녀사위에게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아.’ ‘이동혁이 제시한 그 네 가지 요구 사항이라는 게.’ ‘우리 진씨 가문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요구란 말이야.’ ‘하지만 이 놈이 뜻밖에도 그걸 해냈어.’ ‘게다가 암흑가 대부 장 회장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까지 했다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야?’ “알고 싶나요?” 동혁이 물었다. “응! 응!”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혁이 어떻게 이 일을 해
떠날 때 의기소침했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다시 돌아온 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기세등등하여 냉소적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보고 싶었던 당황스러워하는 동혁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그래? 설전룡이 망원각에 갔는데 그다음엔 어떻게 됐는데?” 동혁은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동혁, 네가 한 일을 아직도 인정 못하겠다는 거야?” 화란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 “내가 보니 네놈이 또 다른 사람의 위세를 빌려 허세를 부린 거 같은데? 대도독이 이웃이라고 허풍을 떨어서 강오그룹이 네 요구를 들어주게 한 거지?” “오늘 설 대도독이 제때에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넌 이미 자결했을 거야!” 진씨 가문 사람들이 다시 뭉쳐서 거들먹거렸다. 진한영도 분한 듯 이을 갈며 말했다. “쓸모없는 놈 주제에 철두철미하구나. 이렇게 사기 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지?” 진한영은 방금 전 조기천 등에게 놀라 무릎을 꿇고 자신의 뺨을 때린 것이 생각났다. 나중에 조기천 등은 동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런 모습을 다시 떠올린 진한영은 너무 창피함을 느꼈다. ‘이 바보 놈을 당장 죽이지 못해 한스럽구나.’ “세화야, 넌 이 쓸모없는 놈과 이혼하는 것이 좋겠다. 어차피 우리 진씨 가문은 이놈을 손녀사위로 절대 인정하지 않을 테니까.” 진한영은 이 말을 사납게 내던지고는 고개를 돌려 돌아갔다. “바보 같은 놈, 왜 진작 죽지 않아서 이런 일을 만들어?” “얼른 이혼이나 해, 우리 진씨 가문이 너 때문에 얼마나 창피한 줄 알아?” 나머지 사람들도 온갖 모욕적인 말을 내뱉고 떠났다. 그들은 동혁에게 욕을 하려고 일부러 돌아온 것이다. 오직 동혁에게서만 약간의 우월감을 느끼는 그들이었다. “너희들이 알아서 밥 먹어라. 난 밥 맛이 없어졌어.” 류혜진은 갑자기 물컵을 내려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진한영 등의 말이 그녀에게 큰 자극을 주었기 때문이다.방금 웃음꽃을 피우던 하늘 거울 저택이 다시 잠잠해졌다. “
동혁은 이미 천미의 독선적인 말투에 익숙했다. 더는 따지기 귀찮아 상자를 받고 시계를 꺼내서 대충 살펴보았다. 천미는 좀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계 가격이 몇 억이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혁은 시계의 가치를 잘 알지 못했고 그저 좋은 물건이라는 생각에 손에 찼다. “잘 관리해, 이 시계 꽤 비싸니까!” 천미는 한 마디 더 잔소리를 던지고 동혁을 놓아주었다. 류혜진이 말했다. “천미야, 강오그룹 사장이 되었다면서? 축하해. 앞으로 세화와 협력해서 같이 돈을 많이 벌어.” “물론이죠, 앞으로 저희 두 자매가 힘을 합치면 반드시 재계에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거예요..” 천미는 소파에 앉아 세화의 팔짱을 꼈다. “하지만 한 가지 안 좋은 것이 강오그룹이 성세그룹에 합병되었다는 거예요. 앞으로 제 위에 회장이 있어서 조금 불편할 수 도 있어요.” “회장? 아 그 성세그룹 회장 말이지?” 세화가 물었다. 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바로 그 사람 H시에 온 지 그렇게 오래되었다는 데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사람인지 아무도 몰라.” “게다가 이 회장이라는 사람이 돈만 있는 게 아닌 거 같단 말이지.” 천미가 계속 말했다. “설 대도독이 온 후, 우리 아버지가 갑자기 강오그룹을 성세그룹과 합병하기로 결정하셨는데, 그걸 보면 이 회장이라는 사람이 군부에도 대단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적어도 석훈 오빠보다는 더 대단해.” 심석훈도 설전룡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없었다. 그런데 성세그룹의 그 회장은 그것이 가능했다. 이로 인해 천미는 성세그룹 회장에 대한 호기심이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 “피식!”천미의 얼굴에 짙게 드리워진 호기심을 보며 세화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세화야, 너 왜 웃어?” 세화는 웃으며 말했다. “언니가 남자에 대해 이렇게 호기심이 많은 건 처음 보는데? 나가 보기엔 이미 푹 빠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러지 말고, 한번 쫓아다녀보던가?” 천미도 나이가 적지 않았다. 만약 천미가 기댈
“동혁아, 내가 내일 회장님을 만나면 꼭 너를 잘 소개해 놓을게.” “H시에서 누가 회장님의 이름을 빌려 호위호식하고 있다고 말이야.” “회장님께서 이 사실을 알고 화를 내실지 아니면 그냥 웃어넘길지 한번 보자고.” 천미는 동혁을 노려보며 냉소를 짓고 말했다. “언니, 제발 그러지 마!” 동혁은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오히려 세화의 안색이 많이 변했다. 그녀는 동혁이 또다시 일에 말려드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동혁아 빨리 좋은 말로 천미에게 사과하지 않고 뭐 하고 있어? 너 정말 죽고 싶어서 그래? 무슨 말을 감히 그렇게 함부로 해?” 류혜진도 놀라서 욕설을 내뱉었다. ‘가뜩이나 동혁이 놈 때문에 속이 말이 아닌데, 이 말썽꾸러기가 매번 이렇게 일을 일으키려고 하다니.’ “동혁 씨, 어서 언니에게 사과해.” 세화도 동혁을 힘껏 잡아당기더니 예의 없이 구는 것이 못마땅했는지 말했다. 동혁은 어쩔 수 없이 천미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천미는 만족해하며 고고하게 말했다. “세화를 봐서 회장님께 너를 봐달라고 할게. 하지만 내 말 잘 새겨 들어. 앞으로 입조심하고 함부로 말하는 습관을 고쳐.” 잠시 더 앉아 있다가 천미는 거들먹거리며 돌아갔다. “동혁이 너 다음에도 네 그 뚫린 입을 잘못 놀리면 내가 바늘로 네 입을 꿰매어버릴 거야.” 류혜진은 손가락으로 동혁의 머리를 반복해서 찌르고 몇 마디 욕을 한 후 그를 놓아주었다. 다음날 오전 9시, 사람들이 막 출근한 시간. 정장 차림의 천미가 기대하는 마음으로 성세그룹 본사 빌딩을 찾아왔다. 그녀를 응대한 사람은 동혁의 비서 선우설리이다. ‘이 여자는 성세그룹 회장의 비서이면서 가란은행 사장도 겸직하고 있다고 들었어.’ ‘거기다 가란은행에 부임하자마자 사람들을 청소해 열몇 명을 감옥에 보냈다고 했지?’ 천미는 선우설리를 마음속으로라도 가볍게 여기지 못했다. “설리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제 미리 회장님과 만남을 약속하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심 사장님, 잠시만요.
“심 사장님, 죄송합니다. 저희 회장님께서 사장님과 만날 필요는 없다고 하십니다.” “강오그룹이 성세그룹에 합병되기는 했지만 계속 독자 경영을 인정할 것이고 저희 쪽에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을 거라고도 하셨습니다.” 선우설리는 동혁의 말을 천미에게 전했다. 천미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알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내가 아침 일찍 와서 이렇게 한 시간 이상을 가만히 기다렸는데, 뭐? 만날 필요가 없다고?’ 천미는 자신의 성격대로 그 자리에서 바로 화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제 장해조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참고 또 참았다. “알겠어요.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회장님께 말씀 전해주세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뵙겠다고요.” 천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그녀의 눈에서는 발산할 수도 없는 분노가 막 솟구치고 있었다. “사장님께서는 회장님을 어제 보셨잖아요!” 뒤에서 선우설리는 웃음을 참으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늘 거울 저택. 동혁이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 전화가 왔다. 마리인 것을 확인하고서 그는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마리야, 왜 이렇게 일찍부터 아빠를 찾을까? 오늘 학교에 가지 않았어?” [아빠 너무 게으른 거 아니에요? 해가 높이 떠있는데 뭐가 일찍이에요?] [그리고 아빠는 오늘 일요일인 줄도 몰라요? 학교 안 가도 돼요.] 전화 건너편에서 마리의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마리의 맑은 목소리를 들으니 동혁은 마음속의 근심이 모두 녹아 말끔히 사라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하하, 아빠가 깜빡했네.” 동혁은 큰소리로 웃으며 물었다. “그럼 우리 마리가 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서 전화했나?” [네!] 마리는 먼저 큰소리로 대답하고, 계속 말했다. [아빠, 집으로 마리 보러 와요. 며칠이나 오지 않았잖아요.] “알겠어, 빨리 갈게.” 동혁은 성세그룹에 가서 천미를 만나는 것보다 백문수 부부의 단독 주택에 가서 귀엽고 착한 의붓딸인 마리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동혁은 바로 준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