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시 새 시장이 이 늙은이를 보고도 공손하게 대해야 해?”동혁은 웃는 듯 마는 듯이 부천정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런가? 저 늙은이가 뭔데? 나는 모르겠는 걸.”H시 시장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 부태서의 말을 듣자 그저 웃기기만 했다.“젊은이가 이렇게 건방지게 굴다니, 도대체 어떤 내력을 가지고 있는 거야?”부천정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었다.양상봉이 자신에게 전화를 한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는 말을 돌려서 사씨 가문에게 사죄하고 동혁에게 놀라 먼저 간 잘못을 막기 위해서.또 하나의 목적은 부천정으로 하여금 동혁의 신분을 탐색하도록 하는 것이다.그래서 전화로는 부천정에게 동혁이 신임 시장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동혁의 다른 신분도 알리지 않았다.지금의 부천정은 동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나인홍이 벌컥 화를 냈다.“이동혁, 너는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아내에게 빌붙어 사는 주제에 요행히 항난그룹 회장이 됐지.”“어떤 방식으로 하세량에게 아첨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후원자를 찾았을 뿐이야.”“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네가 천하무적이야?“허허, 사실대로 말해주지. 네 신분과 뒷백은 부 전 시장님 앞에서는 한 푼의 가치도 없어!”“그런 주제에 네가 감히 부 선생님을 불경스럽게 대해?”“내가 보기에 너도 성과를 좀 거둔 것 같은데, 이름이 뭐야!”나인홍의 말을 듣자 부천정의 얼굴에는 노기가 더욱 짙어졌다.“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이자 항난그룹 회장, 흥, 네가 누군지 알겠어.”싸늘한 눈빛으로 동혁을 쳐다보던 부천정이 차갑게 말했다.“젊은이, 자네는 아마 모를 거야.”“네 장인 진창하조차도 내 앞에서는 후배를 자처하고 있어. 나는 줄곧 네 장인을 창하 군이라고 불렀어.”“네가 감히 나에게 불경하다니! 정말 자기 결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지!”만약 동혁이 H시의 어느 명문 가문의 도련님이라면, 자신에게 무례하더라도 그냥 넘길 수 있다. 그저 후배라고 생각하고 몇 마디 훈계하고 넘어갈 것이다.
동혁의 이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이거, 이거, 이거...’‘저 자가 몇 번이고 부천정을 도발한 건 그렇다고 쳐.’‘지금은 뜻밖에도 설교하는 식으로 부천정을 훈계하기 시작했어!’‘서른 살도 안 된 애송인데, 전 전 시장인 부천정 앞에서는 젖비린내 나는 놈에 불과해.’‘어떻게 감히 저렇게 할 수 있지?’‘이동혁의 저력은 어디에서 오는 거야?’사람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동혁이 너무도 자기 주제를 알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부천정 자신도 화가 나서 헛웃음이 나왔다.“젊은이, 나는 너보다 훨씬 많은 세월을 살았어. 네가 무슨 자격으로 훈계하는 거야!”“나는 H시에서 20년 동안 시장으로 일하면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어.”“그리고 너는 내가 들은 적이 있어. 바로 모든 사람이 쓸모없는 쓰레기라고 여기는 데릴사위라고 말이야!”“그런데 그런 네가 어떻게 내게 설교할 용기가 생기는 거야?”마지막 말을 할 때 부천정의 말투는 이미 극도로 싸늘했다.이렇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젊은이는 처음 봤기 때문이다.동혁은 담담하게 웃었다.“선의의 충고에 불과해.”“듣든 말든 네 일이야.”“20년 동안 시장으로 일했다고 입에 올리지 마.” “그건 단지 네가 20년 동안 자리만 차지하고 일은 하지 않았다는 거야.”“눈에 띄는 성적도 내지 못해서 승진할 기회도 얻지 못했다는 걸 말해줄 뿐이지.”“사람이 떠나가면 인정도 사라진다는 좋은 말이 있지.”“이전의 경력을 한사코 붙잡고 놓지 않으면서 나이만 앞세워 뻗댄다면, 나중에는 쫄딱 말아먹을 가능성이 높지...”나인홍 등은 다시 눈을 부릅떴다.‘이동혁의 저 말은 부천정의 마음에 비수를 박아 넎는 것과 같아!’‘20년 동안 시장을 했다면, 정상인들은 부천정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덕망이 높다고 말할 거야.’‘그러나 이동혁은 전혀 다른 각도로 해석했어. 상대방이 20년을 헛되이 일했기에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없었다고 말이야.‘이런 저주의 말을 듣는다면 누구
동혁과 설전룡을 제외한, 별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저절로 귀를 쫑긋 세웠다.모두 하세량이 과연 어떻게 대답하는지 똑똑히 듣고 싶었다. 부천정의 말투가 다소 심각했기 때문에 하세량은 위압감을 느꼈지만,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대답했다.부천정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체하지 않고 말했다.[선생님, 왜 그렇게 물어보세요?][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그의 후원자일 수 있겠어요!]다급한 말투를 보니 동혁과의 관계를 급히 정리하려는 것 같았다.이 말을 듣자 모두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동혁을 쳐다봤다.“이가 놈아, 이게 바로 네가 말한 사람이 떠나가면 인정도 식는다는 거지?”“부 선생님의 영향력이 어떤지 봤지! 부 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네 후원자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너를 버렸어!”“네가 뭔데 감히 부 선생님 앞에서 설치는 거야? 정말 죽을지 살지도 모르고 말이야!”“부 선생님은 손도 댈 필요가 없어. 입만 열어도 너를 깔아 뭉개 버릴 수 있어...”나인홍과 사해 상공회의소의 사람들 모두 일제히 입을 열었다.동혁이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억울했던 사람들이, 마침내 부천정을 통해서 분노의 분출구를 찾은 것이다.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온갖 냉소와 풍자가 동혁에게 쏟아졌다.부천정도 동혁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지금 또 무슨 할 말이 있어?”부천정은 창백하고 놀란 표정으로 무릎을 꿇은 동혁이 자신에게 절을 하며 용서를 구하는 장면을 기대했다.그러나 곧 실망하게 되었다.동혁은 여전히 태연하게 앉은 채로 부천정을 흘겨보았다.“늙은이,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어.”“하세량은 단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그는 원래 내 후원자가 아니야.”부천정 등이 하세량의 말 한마디에 득의양양하는 모습을 보고, 동혁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래서 상대방의 공연을 계속 보는 것도 귀찮아서 일부러 말한 것이다.“너는 정말 끝까지 가 봐야 정신을 차릴 모양이네!”부천정의 안색이 싸늘해지더니 바로 전화에 대고 말했다.“하세량, 그 이동혁이라는 자가 정
“뭐야, 못 해!”하세량의 말이 여러 사람의 귀에 똑똑히 전해지자 갑자기 떠들썩해졌다.“왜?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 불과한데, 하 전 시장이 이동혁 때문에 자신의 선생님을 거역한 거야?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지!”“이동혁은 하세량의 간판을 내걸고 사정우에게 미움을 산 데다가, 부 선생님도 안중에 두지 않았어!” “그런데 하세량이 뜻밖에도 이동혁에게 사과 요구도 못 한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모두가 하세량이 왜 이러는 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그냥 폐물에 불과한 데릴사위 아니야?’‘지금 관직의 전망이 밝은 하세량이 한 마디만 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혁을 철저하게 괴롭힐 거야.’부천정조차도 납득할 수가 없었다.하세량이 이렇게 대답할 줄도 몰랐기 때문에 그저 멍한 상태였다.정신을 차린 부세량이 벌컥 화를 냈다.“하세량, 무슨 뜻이야!”“이런 사소한 일도 할 수 없다니, 전임 시장인 자네가 어떻게 된 거야!”하세량은 참을성 있게 말했다.[선생님, 이 선생의 일은 제가 정말 관여할 수기 없습니다.][그리고 저도 선생님께 충고하는데, 이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만약 이미 끼어들었는데 그다지 깊게 관여하지 않았다면, 이 선생님에게 용서를 비세요.][이 선생님의 도량이라면 선생님의 잘못을 따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이 역시 자신보다 먼저 H시의 시정을 맡았던 부천정에게, 하세량이 조언해 주려고 이렇게 말한 것이다.하세량은 이미 자신의 도리를 다했다고 할 수 있다.동혁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천정의 체면을 고려해서 하세량 자신이 동혁의 앞에서 부천정을 대신해 사정한 것이다.그러나 이미 멘탈이 깨진 부천정이 하세량의 이런 말을 어떻게 듣겠는가?“하세량, 너 많이 컸구나!” “나보고 당당한 H시의 전 시장이 쓰레기 데릴사위에게 사과하라는 말을 해?”“하하, 무례하게도 네가 이런 말을 생각해 냈어.”기가 막힌 부천정은 고함을 치면서 헛웃었다.“도지사님에게 딱 붙어 있다 보니,
“늙은이, 하세량이 전화를 끊었는데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부천정이라는 늙은 폐물이 나이를 처먹고도 이렇게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체면을 고집하는 걸 보자, 동혁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흥, 하찮은 하세량 따위를 내가 신경 쓴다고 생각해?”부천정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세량은 H시에서 단지 2, 3년만 시장을 했을 뿐이야. 엉덩이를 붙일 시간도 부족해.”“내가 말을 하만 하면 바로 볼 수 있어. H시 체제 내에 있는 그 사람들이 하세량의 말을 듣는지, 아니면 나 부천정의 말을 듣는지!”지금 부천정은 여전히 동혁의 백그라운드가 바로 하세량이라고 고집스럽게 생각했다.‘하세량 자신은 감히 동혁의 일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얼버무렸지만, 사람들 앞에서 내 체면을 깎는 말만 했을 뿐이야.’‘어쨌든 이동혁의 배경이 하세량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대단할 리가 없어.’‘그렇지 않으면, 이동혁이 어떻게 이류 가문인 진씨 가문의 하찮은 데릴사위 따위가 될 수 있겠어.’“너 이 자식, 지금 내 말 한마디면 H시 전체가 너희 진씨 가문의 적이 될 거야!”부천정이 측은하다는 듯이 으름장을 놓았다.오늘 동혁이 고개를 숙이고 굴복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면, 부천정은 어떻게 해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이 늙은 폐물하고 실속이 없는 허풍을 떨고 싶지 않았던 동혁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러자 동혁을 따라온 뒤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설전룡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한 걸음 앞으로 나선 설전룡이 입을 열고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살 시간도 얼마 안 남은 늙은 쓰레기가 죽지도 않아! 따귀를 얻어맞고도 아직도 여기서 성가시게 굴고 있지.”“수십 년 동안 개처럼 더럽게 살아서 그런 거야? 체면을 세워줘도 뻔뻔스럽게 굴어!”“내가 너라면, 바로 집으로 튀어 가서 관속으로 들어가겠어. 더 이상 개망신 당하지 않게 말이야.”“늙은 쓰레기, 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관 속으로 들어가게 해주겠어!”원래 설전룡이 이렇게 입을 열기만 하면, 동혁조
H국에서 군부는 줄곧 초연한 존재였다.제아무리 오만한 명문 가문이라도 군부를 상대할 때는 오만한 기세를 가라앉혀야 했다.그래서 설전룡이 군부의 장교라는 걸 인정하자, 부천정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나인홍도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묵묵히 설전룡을 관찰할 뿐이다.“젊은 친구, 자네는 어느 부대 소속인가?”부천정은 어느새 호칭도 바꿔서 재차 물었다.그러나 설전룡의 태도는 여전히 아주 더러웠다.“나는 H시 군부의 사람이야. 늙은 쓰레기, 네가 꼴리는 대로 한번 해 봐! 그렇게 못할 거면 당장 찌그러져!”‘H시 군부야!’‘뜻밖에 H시 군부에서 왔어!’이 말을 듣자, 부천정과 나인홍은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H시 군부는 인근 5개 도의 부대를 모두 관할하고 있다.그 주둔지인 H시 시청은 말할 것도 없이 줄곧 군부의 의향을 따라야 했다. 때문에 억울한 일도 적지 않았다.바로 N도에서도 초연한 지위의 존재인 것이다.부천장은 설전룡의 오만한 표정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점점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기억들을 떠올렸다.부천정이 H시에서 20년동안 시장으로 있었다는 건, 힘으로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부천정이 죽으라면 상대방은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된다는 뜻이다.그러나 그런 힘을 가진 부천정도, H시 군부 앞에서는 20년 동안 억울한 일을 수도 없이 겪어야 했다.H시 군부의 지위가 너무나 높은 데다가, 국방의 특수성까지 겹쳤기 때문이다.군부에서 무슨 요구를 하거나 갈등이 생기면, 부전청은 그저 순순히 응해야 했다.불만을 품은 상대방이 정면에서 한바탕 욕을 해도, 감히 말대꾸조차 할 수가 없었다.차마 돌아보기도 싫은 지난 20년 간의 경력을 통해서, 부천정은 군부 앞에서는 얌전한 새색시처럼 행동하게 되는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그래서 지금 부천정은 본능적으로 설전룡이 두려웠다.설전룡이 H시 군부에서 어떤 직책이나 어떤 계급인지도 모르지만!자신의 앞에 있는 젊은이가 바로 H시 군부 전체를 통솔하는 대도독
나인홍은 설전룡의 내력을 똑똑히 알아낸 뒤에 다음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할 생각이다.그러나 설전룡은 나인홍을 전혀 상대하지 않았다.“네가 뭔데? 네가 나한테 말할 자격이라도 있어?”이렇게 말을 던진 설전룡은 목에 힘을 주면서 다시 동혁의 뒤에 섰다.이 장면을 보자, 또 나인홍 등은 눈꺼풀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저 H시 군부에서 나온 오만한 청년이 뜻밖에도 이동혁을 존귀하게 여기고 있어!’‘저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는 도대체 어떤 배경을 가진 거야?’나인홍은 정세를 잘 헤아릴 줄 아는 총명한 사람이다. ‘지금 설전룡의 배경을 똑똑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우선 분쟁을 그만두고 서로 잘 지내는 게 가장 좋아.’‘그 후의 일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도 돼.’숨을 깊이 들이마신 나인홍이 동혁의 앞으로 다가가서 예를 갖추었다.“이 선생, 이번에는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충돌한 셈으로 치지.”“오늘 일은 여기서 분쟁을 그만두고 서로 잘 지내는 게 어때?”이렇게 말을 할 때, 나인홍의 마음속에는 오직 한가지 느낌밖에 없었다.‘억울해!’‘분해서 죽을 지경이야!’나인홍은 성도 S시의 전통무술 고수 고진하의 4대 제자 중 한 명이다. 또 자신은 사씨 가문에서 초빙한 사람이라는 걸 믿고, 줄곧 콧대가 높았다.말이 통하지 않으면 사람을 때려죽여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신분을 내려놓고 동혁에게 좋은 말을 해야 했다. 그 뿐만 아니라 동혁에게 고개를 숙이고 동혁의 말에 복종해야 했다.‘내가 언제 이렇게 억울했던 적이 있었지?’‘다행히도 사정우를 이동혁의 발 밑에서 구해내기만 하면 끝나게 돼.’그러나 동혁의 대답은 나인홍의 예상을 벗어났다.동혁은 나인홍을 흘겨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분쟁을 그만두고 잘 지내자고 하면, 나도 그렇게 해야 되는 거야?”나인홍의 눈에서 갑자기 분노가 뿜어져 나왔지만, 또 다시 억지로 참아야 했다.나인홍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선생, 오늘 일은 확실히 정우 도련님이
짝!“명문 사씨 가문의 위세를 믿고 아주 기고만장하게 날뛰지 않았어...”짝!동혁이 연달아 나인홍의 따귀를 때리자, 곧 나인홍의 얼굴 전체가 빨갛게 부어올랐다.나인홍의 두 눈에 드러난 분노가 곧 실체로 굳어지려고 했다.그러나 나인홍은 여전히 반격을 선택하지 않았다.“소위 사씨 가문에서 초빙했다는 무도가가, 바로 이렇게 약자를 업신여기고 강자를 두려워하는 겁쟁이였어?”“손조차 못 쓰고 있으니 내가 살인을 할 핑계도 없잖아. 재미없게!”때리다가 피곤해진 동혁이 비로소 손을 멈췄다. 그리고 돌아서서 반죽음이 된 사정우를 발로 찼다.“사정우, 이제 내 아내가 아끼던 차를 네가 사람을 보내서 부순 일을 얘기해야지.”“말해 봐, 이 일을 너는 어떻게 할 작정이야?”사정우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오늘처럼 처참한 적이 없었다.이미 동혁에게 인간의 몰골이 아닐 정도로 호되게 당했기에, 반항할 수가 없었다그저 가능한 한 빨리 이 일을 해결해서, 동혁의 마수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사정우가 힘없이 말했다.“네가 액수를 말하면 모두 배상하겠어...”“돈은 나도 부족하지 않아. 그럼 네 차로 배상해. 저 정원에 네 슈퍼카가 많이 주차된 것 같던데.”동혁이 설전룡에게 손을 흔들었다.“전룡, 가서 네 형수가 쓸 차를 한 대 골라 봐.”“그럼 형수님이 만족하시려면 천천히 골라봐야겠군요!”설전룡은 휘파람을 불면서 밖으로 나갔다.설전룡의 모습이 사라지는 순간, 나인홍이 데려온 무도가들의 눈에 갑자기 흉악한 기색이 드러났다.그들은 모두 나인홍의 제자다.나인홍이 모욕을 당한 것은 바로 자신들이 모욕을 당한 것이다. 비록 동혁이 자신들의 따귀를 때리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맞은 것처럼 느꼈다.지금 가장 위협적인 설전룡이 밖으로 나가는 걸 보자마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동혁에게 손을 대려는 것이다.“이가 놈, 네가 H시 군부의 형제가 있다 해도 어쩔 거야? 우리도 마찬가지로 너를 죽일 거야!”“기껏해야 목숨으로 보상하는 거야. 어차피 사씨 가
갑자기 나타난 중년 남자의 관상을 보니, 충후하고 의리가 있으면서도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지금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천용훈의 촬영팀을 향해 말했다.“쳇, 원래 쇼를 강제로 차지하고서 구조 작업을 지체되게 만드는 거야!”중년남자의 말을 들은 주위의 자원봉사자와 병사들은, 일제히 경멸하는 야유를 보냈다.‘이 고무보트는 천용훈 촬영팀이 직접 가져온 줄 알았는데, 원래 구호물자인 줄은 몰랐네.’이제는 모두들 더욱 화가 나서, 잇달아 즉시 촬영을 멈추고 고무보트를 양보하라고 고함쳤다.사람들이 일제히 핍박하자, 천용훈 촬영팀은 난처해졌다.울그락불그락하던 그 스태프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너희 가난뱅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어!”“우리 천용훈 씨의 일은 하늘보다 더 대단해. 여기서 성가시게 개소리 하지 마!”사람들이 소리치자, 그는 또 고무보트의 주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가 고무보트를 빌려서 쓰겠다는데 어쩔 거야! 당신 돈을 원하는 거 아니야? X발, 뭘 그렇게 정의롭게 말하는 척하고 있어!”“자, 내가 바로 돈을 보내주겠어. 20만원이면 충분해?”“부족하면 내가 2백만 원 줄게. 됐지! 빌어먹을 거지들. 우리 천용훈 씨 돈으로 당신을 때려 죽일 수도 있어!”오만함이 극에 달한 그 스태프는 정말 핸드폰을 꺼내서 바로 돈을 이체하려고 했다.화가 난 중년 남자가 귀밑까지 새빨개지면서 소리쳤다.“누가 네 더러운 돈이 좋다고 했어!”“나는 단지 사람을 구하고 싶을 뿐이야. 이 고무보트는 내 것이야. 빨리 노인과 아이를 보트에서 내리게 하고 보트를 돌려줘!”중년남자는 말하면서 고무보트 안의 아이를 안으려고 했다.짝!갑자기 그 스태프가 중년남자의 따귀를 때리면서 소리쳤다.“잘 대해 주니까 고마운 줄을 몰라! 꺼져!”“왜 사람을 때려!”분노한 중년 남자가 뺨을 가린 채 소리쳤다.주위의 자원봉사자들도 천용훈의 사람들이 이 정도까지 날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너를 때렸는데 어쩔 거야? 천용훈 씨에게 미움을 샀
“됐어요, 됐어. 성가시게 굴지 말아요.” “이 영감님이 왜 이렇게 쓸데없는 말이 많아? 우리가 돈을 안 준 것도 아닌데!”“얼른 찍어!”스태프들도 더워서 견디기 힘들었다. 게다가 더럽고 냄새나는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기분이 좋다면 이상할 것이다.얼른 노인의 말을 끊었고, 입만 열면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노인은 임시로 구한 판자촌 주민이다. 원래 사회의 맨 밑바닥 계층의 사람이라 이런 사람들에게 감히 대들지 못하고 그저 서글픈 미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천용훈만 주변의 스태프들이 줄곧 자신의 시중을 드는 걸 즐기는 모습이었다.가끔씩 물을 마셔서 갈증을 해소했다. 또 수시로 화장도 고치면서, 수분을 보충해서 피부의 윤기도 지켜야 했다.이 촬영팀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주요 출구를 막는 바람에, 구조 작업을 하러 오고 가던 고무보트들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다.그러나 천용훈의 주변에는 탄탄한 체구의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어서, 감히 따지러 오는 사람도 없었다.“여기, 여기 고무보트 좀 빨리 보내줘!”“한 노인이 집안에 갇혀 있어. 집안의 물이 이미 가슴까지 차올랐어, 빨리 구출하지 않으면 죽게 될 거야!”바로 그때 판자촌 골목에서 자원봉사자가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도 따라서 긴장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긴장해도 소용이 없었다.지금 모든 고무보트가 긴급 구조에 투입된 상태였다. 모두 갇혀 있는 주민들을 태우고 있어서 빈 보트는 하나도 없었다. 여분의 고무보트가 있을 수 있겠는가!“이봐요, 당신들 그 고무보트는 광고를 찍고 있잖아요. 우선 좀 빌려 씁시다!”구조에 참여했던 한 병사가 재빨리 다가가서 천용훈 일행에게 말했다.천용훈 주변에 있던 촬영 스태프가 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치켜뜨고 소리쳤다.“당신이 빌리겠다고 하면 빌려줘야 되는 거야? 우리 천용훈 씨도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걸 보지 못했어? 저리 꺼져!”오만이 극에 달해서 병사에게도 욕설을 퍼부었다
“문제가 없으면 그럼 즉시 출발하세요!”장가연은 바로 동혁에게 자원봉사자용 레드 재킷을 던졌다.‘이미 준비도 다 해놓은 걸 보면, 내가 승낙하지 않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모양이야.’래드 재킷을 입은 동혁은 회사의 자원봉사자 10여 명과 함께 출발했다.“여러분은 구시가지 쪽으로 가세요. 그곳에는 판자촌이 많은데, 이번에 큰 피해를 입어서 많은 시민들이 갇혀 있어요.”“에휴, 새 시장이 취임하면 구시가지를 재개발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지...”H시상공회의소에서 설립한 한 사회복지단체에서, 동혁과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지휘와 조정을 맡고 있었다.자원봉사자 등록을 마치고 이들은 구시가지로 향했다.“구시가지 그쪽은 더럽고 지저분해. 물이 차면 틀림없이 오수가 범람할 텐데, 어떻게 우리를 저쪽으로 보낸 거야.”“이 사장님, 어쨌든 우리 회사 사장님이잖아요. 영향력을 발휘해서 좀 쉬운 일을 맡아서 하게 해주지 않으셨어요!”“용어에 주의하세요. 저는 전 사장이고, 지금은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입니다...”“됐어, 원망하지 마, 뭘 기대한 거야? 어차피 쇼를 하는 거야. 천천히 늑장을 부리면 돼.”구시가지에 배정되었다는 말을 듣자, 원화투자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불만을 내비쳤다.그들은 원래 동혁과 함께 쇼를 하러 온 건데, 전 사장인 동혁을 제외하면 회사 경영진은 한 명도 없었다.직원들은 모두 투자에 정통한 엘리트들이라서, 일반 직원들과 달리 마음속에 오만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앉아서 커피나 마시고 있으면 얼마나 좋아?’‘지금은 되려 궂은 일을 하거나 가장 더럽고 나쁜 곳에 가야 하니.’당연히 원성이 가득했다.동혁은 이 직원들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록 이런 불평이 해고할 정도는 아니라 해도, 이 사람들의 이미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앞으로 사람을 쓸 때, 틀림없이 반영될 거야.’판자촌에 와 보니 역시 이곳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원래 저지대라서 물이 허리까지 차서 계속 차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