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뜻 아니야,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거지. 나는 단지 너의 연기가 지나쳤다고 생각했을 뿐이야.”“네가 그들을 죽이려고 했다면, 내게 전화를 할 필요가 없었어. 이미 너희들이 들어오는 순간에 그들을 죽였을 거야. 왜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어?”“만약 단지 나를 겁을 주고 싶었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어.”아주 간단한 이치인데, 진루안은 이를 근거로 해서 마이어스 주니어가 사람을 죽이지 않을 것이니, 뚱보 아저씨 부부는 잠시 생명의 근심은 없다고 확신했다.마이어스 주니어는 잠시 생각하고서야 반응했다. 이를 악물었고 아주 험악한 표정이었다.“진, 너는 나를 욕하고 있어!”“어어, 나는 감히 할 수 없어, 다시카 아가씨!” 진루안은 음미하듯이 웃으면서 마이어스 주니어를 바라보았다.‘마이어스 주니어가 그 당시 다시카로 변장했던 것을 생각하니, 오히려 정말 미녀였어.’‘어쩐지 내가 두세 마디 말로 그 투자자를 현혹시켰더니, 그는 정말 혹해가지고 다시카를 위층으로 데리고 가서 처리하려고 했어.’“닥쳐, 다시카라고 부르지 마!” 마이어스 주니어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눈빛은 더욱 붉어졌다.그 일은 그의 일생의 고통이다.다른 사람이 그에게 언급했다면 화를 낼 것이다.진루안은 직접 언급하자, 그의 상처를 더 찢어버린 것처럼 그를 몹시 아프게 했다.왜냐하면 진루안은 그 다시카의 이야기를 직접 경험하고,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술집의 낯선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들은, 마이어스 주니어가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모두 처리했다.오직 진루안만은 그가 죽일 수 없었다.그도 진루안을 두 번이나 암살하려 했지만 매번 진루안에게 잡혔고, 떠날 때는 친절하게 다시카 양이라고 하면서 인사했다.‘너야말로 다시카야, 네 가족은 모두 다시카 아가씨야.’마이어스 주니어는 마음속으로 분노를 참으면서 더욱 주먹을 꽉 쥐고 진루안을 노려보았다.생사를 건 일전의 의미가 컸다.진루안의 눈빛이 좀 엄숙해지면서 곧게 몸을 일으켰다.“너는 그때 내가 어떻
“너를 스승으로 모시라고? 말도 안 돼!” 진루안의 말을 들은 마이어스 주니어는 언급한 요구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했다.‘어떻게 진루안을 스승으로 모실 수 있어, 이건 그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웃기는 얘기야. 당당한 M국 FUI의 책임자이자, 전 세계 랭킹 1위의 첩보원이 어떻게 적을 스승으로 모실 수 있겠어?’그의 눈에서 진루안은 그가 반드시 이겨야 할 남자이다. 진루안을 물리친 후에야 진정으로 전 세계에서 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진루안은 그가 스승을 모시기를 원했는데, 이는 그야말로 모두가 비웃는 웃음거리가 될 일이다. 마이어스 주니어가 어떻게 승낙할 수 있겠는가?진루안은 놀리는 듯한 기색으로 마이어스 주니어를 바라보았다. 마이어스 주니어의 표정과 반응은 모두 예상한 대로였다.‘만약 마이어스 주니어가 정말 이 정보를 위해서 내게 절을 한다면, 오히려 내가 감히 이 제자를 받지 못할 거야.’마이어스 주니어를 제자로 받는다면, 그들은 특히 M국과 용국 각자의 이익과 관련해서 얼핏 보더라도 복잡하게 뒤엉키게 된다. 자신이 지금 갑자기 마이어스 주니어에게 스승으로 모시라는 제안을 한 것은, 우스갯소리를 해서 가능한 한 마이어스 주니어의 리듬을 흐트러뜨리고, 그가 온 목적을 잊게 만들기 위해서였다.물론 효과가 있을지 이 점은 진루안은 알 수 없다.‘그러나 겸사겸사 마이어스 주니어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더 좋을 거야.’‘분노하거나 심지어 이성을 잃은 마이어스 주니어는 이성적인 마이어스 주니어보다 훨씬 상대하기 쉬워.’“설마 너는 이 비밀을 알고 싶지 않은 거야?”“네가 수년 동안 찾았지만 알지 못했던 비밀인데?”진루안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마이어스 주니어에게 계속 물었지만, 기대하는 기색이 아니라 단지 놀리는 말이었다.마이어스 주니어는 진루안을 바라보며 당연히 이를 갈았다. 그는 이렇게 나쁜 놈인 진루안이 이 일을 이용해서 자신을 협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그는 지금은 단지
마이어스 주니어가 무릎을 꿇자, 그의 뒤에 있는 12명의 서방 고대무술계의 고수들은 지금 모두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그들 모두는 자신들의 책임자가 뜻밖에도 이런 일을 벌일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이 일이 드러나면 서방 언론에 알려지면 마이어스 주니어의 명성은 순식간에 망가질 거야.’‘고귀한 혈통의 서양 신사 같은 마이어스 주니어가 결국 동양인에게 무릎을 꿇다니, 전례 없던 상황이야.’‘혈통이 고귀하다고 자부하는 서양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야.’그러나 지금 이 순간 진짜가 되었다.“예, 제가 사부님으로 받들겠습니다!” 마이어스 주니어는 이를 갈며 증오했다. 그가 진심으로 사부로 모신다면 그만이지만, 그는 단지 그 정보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진루안에게 굴복하고 사부로 받들 수밖에 없었다.많은 사람들은 몇 년 전의 그 실수로 그가 얼마나 열등감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의 심신이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는 모른다. 그가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줄곧 가슴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더더욱 알지 못했다.또한 한 가지 결과를 찾기 위해서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모든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자신이 노출될 수 있는 그 부분도 추측했고, 작은 세부 사항들도 전부 추측했다.그러나 추측한 결과는 노출이 불가능하다는 것뿐이었다.그는 자신의 여장에 대한 자신감이 남달랐다. 그 행동을 준비하기 위해 그는 무려 3개월 동안 여장을 하고 생활했다. 바로 그날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기 위해서, 그는 여성들의 모든 생활 습관을 관찰했다. 그래도 여전히 실패했고,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큰 모욕까지 당했다.얄미운 동양인 남자 진루안, 그의 이 치욕은 지금까지 갚을 수 없었다.지금 그는 이 악몽 같은 정보를 위해 다시 진루안에게 굴복해야 했다.지금 그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운지 짐작할 수 있다.“너는 알 거야. 우리 동방에서는 일단 무릎을 꿇고 스승으로 모신다면, 평생 제자가 될 것이며 사문을 거역해서는 안 돼. 스
‘그러나 일이 이렇게 발전해서, 결국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되었어.’‘나는 장난삼아 한 말에 불과했지만 마이어스 주니어는 진짜로 여긴 거야.’‘과연 서양인의 머리가 직선적이라는 건 과학적인 논단의 근거가 있어.’“사부님!” 마이어스 주니어의 눈은 당연히 달갑지 않은 기색이었고, 마음속은 더욱 격한 분노가 줄곧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어쩔 수 없이 ‘사부님’이라는 말을 외쳐서, 이 순간부터 진루안이 바로 그의 스승이라는 것을 더욱 명확히 할 수밖에 없었다.그가 여기에 온 목적은 이미 완성될 수 없지만 그것도 중요하지 않다. 그가 진정으로 알고 싶은 것은 이 몇 년 동안 변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바로 그때 자신이 도대체 어떻게 노출되었고,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잃었는가였다.이것이야말로 그가 이번에 진루안을 만나러 온 최종 목적이다.그렇지 않으면 늙은 아저씨 가족은 확실히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만약 마이어스 주니어가 정말 진루안에게 복수하기 위해 왔다면 벌써 피를 흘렸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어, 착한 제자.” 진루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마이어스 주니어가 무슨 생각을 하든, 심지어 마음속으로는 나를 죽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지금은 그의 스승이 되었어.’‘내가 스승이 된 이상 스승의 된 모습으로 이 서양인 제자를 대해야 해.’심지어 마이어스 주니어는 진루안 그보다 서너 살 더 많았다.“사부님께서 저에게 답을 알려주세요.” 진루안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마이어스 주니어는 아주 음산한 말투로 바로 물었다.진루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이 물었다.“네가 스승으로 모시는 게 바로 이것 때문이야?”만약 동양인이라면 지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그러나 마이어스 주니어는 사실대로 대답했다.“그렇습니다, 나는 바로 이것을 위해서입니다!”마이어스 주니어의 눈에 가득 찬 분노는 마치 바로 진루안에게 분명하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때 어디에서 졌는지 알고 싶어. 내가 만약 이 답안을
“그때 누가 너에게 임무를 주면서 네가 술집에 가서 사람을 죽이라고 했어?”진루안은 마이어스 주니어를 보고 조롱기가 가득하게 물었다.‘이미 족히 5년의 시간이 지났고 풍경은 그대론데 사람은 이미 달라졌어. 마이어스 주니어에게도 속이고 숨길 필요가 없어. 비밀을 지키는 건 더더욱 필요 없어.’“5년 전 나는 Y국에서 잠복하다가 한 고용주가 발표한 임무를 받고 벨라빌을 죽였어.”“벨라빌의 생활 태도를 연구하기 위해서 나는 꼬박 1년 동안 잠복했어. 반년 동안 그의 생활 궤적을 철저히 연구했고, 또 4개월 동안 여장을 하고 마지막에 임무를 수행했어.”이렇게 말한 마이어스 주니어는 무의식적으로 진루안을 보았다. 그는 이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임무를 수행하러 갔다가 진루안을 만났기 때문이다.그것이 바로 그의 실패의 시작이며, 또한 그가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시종일관 마음에 품고 있던 원인이었다.진루안이 그의 말과 묘사를 듣고 있었는데, 확실히 당시의 모든 것에 부합되었다.‘마이어스 주니어는 서방의 Y국에 잠복해 있었지. 그때는 아직 올드 마이어스를 대신해서 FUI의 책임자가 되기 전이었어. 단지 젊은 첩보원일 뿐, 여전히 자신의 능력을 연마하고 있었어.’‘그때가 마이어스 주니어의 100번째 임무였어. 앞의 99번째 임무를 모두 성공해서 Y국에서 거대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고, 마이어스 주니어의 이름은 서방 세계를 뜨겁게 달구게 되었어.’‘바로 그때 내가 나타나서 백 번째 승리를 망쳤어. 또한 마이어스 주니어의 임무를 망쳤고, 모든 것을 망쳤어.’‘지금 마이어스 주니어가 세계 1위의 첩보원이라고 해도 내가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이어스 주니어가 우승할 수 있었지.’세계전신대회와 마찬가지로 첩보원에게도 세계첩보원대회가 있다.우승하면 바로 전 세계의 첩보왕이 되는 것이다.세계첩보왕 대회는 세계전신대회와는 다르다.세계 전신 대회는 매 회마다 세 명의 전신이 나올 수 있다. 즉 개인전 우승, 팀 대회 우승, 챌린지 대회
갑자기 고개를 든 마이어스 주니어가 고함을 질렀고, 눈빛이 온통 붉어졌다. 이어서 포악한 기운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진루안을 노려보면서 살기를 드러냈다.진루안의 눈빛이 응집되었다. ‘나는 단지 한 마디 일깨워 주었을 뿐인데, 오히려 마이어스는 결국 심마를 불러일으켰고, 마음속의 살육의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될 줄은 몰랐어.’‘이거 큰일났다.’“뚱보 아저씨, 숙모, 여기서 움직이지 마세요!”진루안은 작은 소리로 한 마디 알려주고, 이어서 농담하는 눈빛을 하고서 천천히 마이어스 주니어를 향해 걸어갔다.“보아하니 너는 이미 어느 정도 추측을 한 것 같아. 그렇지?”진루안은 마이어스 주니어의 뱀파이어보다 더 무서운 눈빛을 느꼈다. 얼굴이 험악했지만 창백했다. 눈빛이 온통 핏빛인 그는 흡사 서양의 뱀파이어 같았다.“너야, 내게 임무를 발표했던 사람은 틀림없이 너야!”“그래야, 그래야만 내가 노출될 수 있어. 심지어 처음부터 노출된 거야.”“너는 줄곧 눈앞에서 나를 주시하고 있었지, 그렇지?”“맞지!” 화를 내며 포효하는 마이어스 주니어의 눈은 온통 살기로 가득 찼다.그가 이 결정적인 단서를 깨달은 후, 심마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계속 폭증했다.그는 납득하는 순간, 무력감과 치욕감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원래 자신은 임무를 맡은 순간부터 이미 진루안의 눈앞에 드러나 있었고, 심지어 그 자신이 한 모든 것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여장을 한 여러 낭패한 모습들도 진루안의 눈에 띄었다.‘마이어스는 나 때문에 반년 동안 바빴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어.’‘확실히 마이어스가 추측한 것은 모두 정확했어.’ 당시의 마이어스 주니어는 실습 기간에 마찬가지로 진루안도 자신에게 중요한 고비를 단련하고 있었다.그도 Y 국 내부에 잠복하면서 임무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마이어스 주니어가 99차례의 놀라운 승리로 서방세계를 감동시킨 후, 스승 백무소는 자신이 마이어스 주니어를 격파하라는 임무를 하달하였다.그때 진루안은 거의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문제를
몸을 날린 진루안이 마이어스 주니어의 왼쪽 다리를 잡아당겨서 힘껏 잡아당겼고, 다시 바닥에 떨어뜨렸다.마이어스 주니어는 다치지는 않았지만 놀라움을 느꼈다. 역시 진루안을 이길 수 없었다. 진루안의 고대무술 경지는 비록 그보다 한 단계 낮았지만 실력은 조금도 약하지 않았다.’설사 그가 지금 마음속의 분노의 힘을 빌린다 하더라도 아무런 실질적인 도움도 없었다. 진루안의 강대함은 마치 머리 위의 별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숨을 크게 내쉬자 마이어스 주니어의 얼굴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더 이상 그런 분노는 보이지 않았다.앞서 그는 진루안에게 그런 놀림을 당했기에 확실히 달갑지 않았다. 설사 달갑지 않아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언젠가 그가 정말로 진루안을 마음대로 깔아뭉갤 수 있는 지경에 이르러야 했지만, 그날은... 아마도 줄곧 오지 않을 것 같았다.“오늘의 일을 나는 잊지 않아!”“내가 너를 사부라고 부른 것은 거짓이 아니야. 그러나 내가 과거의 치욕을 포기할 수 있다는 건 아니야.”“이것은 별개의 일이야.”진루안을 바라보며 소리를 지르는 마이어스 주니어의 태도가 속마음을 나타냈다.설사 진루안을 스승으로 모신다 해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행동이다. 그는 스승과 제자의 도리를 준수할 것이지만, 그때의 치욕을 잊지 않을 것이다.마이어스 주니어의 말을 들은 진루안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드러났다.‘고집스러운 사람은 파헤쳐 드러낼 필요가 없어.’‘결국 체면이라는 건 누구나 다 필요로 해.’“알았어, 언제든지 환영할 테니 복수하러 나를 찾아.”“하지만 다음에 나타났을 때는 내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마. 이것이 바로 나의 마지노선이야!”진루안이 두 눈을 가늘게 뜨자, 눈의 살기가 마이어스 주니어의 눈을 찔러서 온몸을 흠칫 떨면서 안색도 창백해지게 만들었다.“나는 너에게만 복수할 거야!” 어금니를 꽉 깨문 마이어스 주니어는 바로 몸을 돌려서 사라졌다.마이어스 주니어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던 진루안이 갑자기 입을 벌리고 소리쳤다.“다시카 아가
‘플로린 대통령은 M국에서 권력이 가장 큰 인물인 것 같지만, 사람들은 M국의 대통령이 사실 허수아비일 뿐이라는 것을 몰라.’‘용국과는 당연히 달라. 조의는 실제로 자신이 말한 대로 실행하고, 그의 말 한마디가 바로 어명이야.’진루안이 방문에 들어서자 맞은편 베란다의 유리가 이미 온통 깨져서 텅 비어 있어서 집이 좀 썰렁했다.뚱보 아저씨와 숙모는 비록 앞서 발생한 일들로 간담이 서늘했지만, 이미 정상적인 상태를 회복했다.“루안아, 저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야, 왜 총을 가지고 있어?” 진루안이 돌아오는 것을 본 오정기는 긴장해서 바로 앞으로 나서면서, 진루안의 팔을 잡고 물었다.“헛!”진루안은 입을 벌리고서 이를 악물었다. ‘뚱보 아저씨는 정말 정확해, 단번에 내 상처 부위를 잡았어.’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오정기도 무의식적으로 온통 피로 물든 진루안의 팔을 보았다.“아, 이,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뚱보 아저씨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초조한 표정으로 뒤에 있던 숙모를 향해 소리쳤다.“빨리 가서 구급약통을 가져와, 빨리.”숙모의 이전 병세 때문에 그들은 항상 구급약통을 준비해 두었다.숙모는 감히 호들갑을 떨지 못한 채 바로 구급약통을 들고 나왔다.구급약통을 연 오정기는 거즈와 소독용 요오드를 모두 꺼냈다. 또 가위를 꺼내 거즈를 자르고 한동안 바삐 진루안의 부상 부위를 싸맸다.진루안은 뚱보 아저씨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속으로 정말 감동했다.‘예전에 뚱보 아저씨는 바로 이렇게 내게 관심을 기울였어. 나에 대한 사랑은 향아에 대한 사랑에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았어.’‘지금 뚱보 아저씨는 여전히 조금의 변화도 없고, 여전히 이렇게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야말로 조금도 이익의 목적이 없는 진정한 어른의 정이야.’서경아의 아버지 서호성은 진루안 그에 대해서 이익의 추구로 가득 차 있고, 조금의 진실감도 없다.‘서호성은 친딸인 서경아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야.’‘아버지로서의 서호성은 지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