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비서님.”애써 슬픔을 참아내던 민지훈이 어딘가 잠긴 목소리로 오민을 불렀다.“네, 대표님.”근처에 서 있던 오민이 부랴부랴 앞으로 다가갔다.“연아 집으로 데려다줘요.”“네?”잠깐 멈칫하던 오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오민이 조연아를 위해 차문을 열어주자 조연아가 나지막히 말했다.“고마워.”민지훈의 눈빛이 너무나 슬퍼서일까?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마음 약해지지 마.’주먹을 꽉 쥔 조연아가 한발 한발 걸음을 옮겼다.지척에 세워둔 차로 향하는 길이 왠지 천리길처럼 느껴졌다.‘민지훈, 당신을 사랑했고 증오했어. 그런데... 그렇게 미운데도 당신을 잊는 건 안 되더라.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 너무 지치고 힘들었어. 남은 인생 맘 편히 살려면 당신한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할 것 같아.”말없이 차에 타는 조연아를 바라보는 민지훈의 눈시울이 점차 붉어졌다....차창 밖을 스쳐지나는 조용한 밤거리를 바라보며 조연아는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내일부터... 내일부터 진짜 다시 시작하는 거야.’...“연아 씨.”백미러를 통해 조연아를 바라보던 오민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네, 오 비서님.”“이런 말씀 무례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대표님께 기회를 한 번 더 주지 않으시는 겁니까? 연아 씨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떤 지난 1년 동안 대표님은 말 그대로 시체처럼 살아오셨습니다. 매일 아침 눈만 뜨면 연아 씨의 납골당으로 향하셨죠. 말없는 유골함만 바라보며 연아 씨가 들을 수 없는 말을 전하고 또 전하셨습니다.”하지만 오민의 진심어린 목소리 역시 이미 얼어붙은 조연아의 마음을 녹이기엔 역부족이었다.“그래요?”싱긋 웃은 조연아가 자신의 표정을 숨기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30초 정도 흘렀을까? 조연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쭉 죽었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즤 않겠네요.”“아...”생각보다 단호한 그녀의 태도에 오민은 한숨을 푹 내쉬었
쿠르릉!또다시 울리는 번게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린 조연아는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어차피 다 지난 일이야. 더 이상 떠올리지 말자. 지난 일이야. 전부 다 지난 일이야...’...“대표님, 손 교수님을 부르는 게 어떨까요?”조연아가 화재 사고를 당한 뒤로 민지훈은 별장 직원들을 모두 교체했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곁에 두기로 한 것이 어렸을 때부터 그를 봐왔던 박 집사, 하지만 그의 말에도 민지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 비서, 대표님 설득 좀 해보게.”뒤늦게 사춘기라도 온 건지 반항을 하는 민지훈의 모습에 박 집사는 속이 타들어갔다.하지만 오민이라고 뭐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집사님, 대표님 성격 잘 아시잖아요. 저도... 딱히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어느새 어스푸름하게 밝는 하늘을 바라보던 오민이 문득 뭔가 떠올린 듯 중얼거렸다.“예전에 비오는 날이면 연아 씨가 항상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시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우셨던 것 같아요...”오민의 말을 들은 민지훈이 고개를 홱 돌렸다.“지금... 뭐라고 했어요?”“네?”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말을 어떻게 들은 건지...오민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언젠가 제가 대표님 심부름으로 저택에 들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봤습니다. 창밖의 빗줄기를 바라보시는 뒷모습이 조금 떨리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울고 계셨던 것 같네요.”“기다리는 사람이 오지 않으니 속상할 수밖에요.”박 집사가 민지훈을 힐끗 돌아보았다.“그랬구나...”이 집에서 겪었던 외로움과 슬픔을 남편이었던 그보다 이 저택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니.‘민지훈, 네가 그러고도 남편이야?’“젠장.”제 화를 못 이긴 민지훈의 주먹이 벽장을 내리쳤다.쿠당탕.부랴부랴 달려온 박 집사가 벽장에서 떨어진 물건들을 정리하던 그때.액자를 집어든 그가 사진 뒤에 적힌 글씨를 발견하고 소리쳤다.“대, 대표님. 여기 뭔가 적혀있는데요.”액자에 든 사진은 웨딩
민지훈이 손 교수에게서 상처를 확인받는 동안 오민은 컴퓨터에서 사진 파일을 찾아내 전부 프린팅했다.“대표님, 여기 사진입니다.”민지훈의 상처에 약을 바르던 손 교수가 사진 속 얼굴을 확인하고 흠칫했다.‘저분은... 전 사모님이잖아.’한편, 조연아의 사진을 받아쥔 민지훈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어쩜 이렇게 이쁠까?”쿠당탕.도무지 민지훈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으므로 당황한 손 교수가 들고 있던 약병을 떨어트렸다.“풉, 교수님, 괜찮으시죠?”오민이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물었다.“그, 그럼요. 손, 손이 미끄러져서요. 하하!”사진을 한동안 훑어보던 민지훈은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골라 지갑 안에 넣었다.‘참... 요즘에 누가 지갑에 여자 사진을 넣고 다닙니까. 우리 대표님. 다른 건 몰라도 연애는 참... 젬병이시네.’잠시 후 치료를 마친 민지훈이 안방을 나섰다.“대표님, 어디로 가십니까?”오민이 빠르게 그 뒤를 따랐다.“회사로 가실 예정이십니까?”‘출근하시기엔 너무 이른 시간인데.’“빨리 일 다해야 더 빨리 연아 만나러 갈 수 있으니까.”‘허.’민지훈의 무덤덤한 대답에 오민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뭐지? 이 버터 10개쯤은 먹은 듯한 느끼함은?’“저기...”혹시 잊은 건가 싶어 어색한 기침과 함께 오민이 말을 이어갔다.“저기... 어제 연아 씨와 완전히 선을 긋기로 하신 거 아닙니까?”이에 우뚝 멈춰 선 민지훈이 고개를 돌렸다.“내가 그랬던가?”“예... 분명 그러셨죠?”오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민지훈이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기억이 안 나는데요.”이 무슨 국회의원 청문회에서나 나올 법한 답이란 말인가....같은 시각, 알람 소리에 부스스 눈을 뜬 조연아는 여전히 비가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았다.잠시 후, 회사 엘리베이터를 내린 그녀 앞으로 누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언니!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하율이 조연아 주위를 빙 돌며 그녀의 몸 구석
“넌 잘못한 거 없으니까.”조연아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추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조학찬이 바람을 피운 것도 괘씸하고 상간녀인 백장미도 죽을 만큼 밉지만 하율이는 미워하지 말라고. 그 아이가 두 사람의 아이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게 아니지 않냐고. 부모의 잘못 때문에 그 아이까지 비난받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라고 말이다.“언니... 고마워. 솔직히 난... 언니가 당연히 날 싫어할 거라 생각했어. 나름 철이 들고 나선 오빠랑 언니 앞에 최대한 나타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언니가 날 미워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너무 기뻐.”진심으로 기쁜지 하율은 아이처럼 환하게 웃어보였다.“그래서 무슨 일인데?”“아... 엄마가 언니랑 오빠한테 했던 짓에 대해선 나도 들었어. 증거도 확실하고... 나도 염치는 있으니 엄마를 용서해 달라곤 하진 않을게. 하지만... 아빠는 제발 좀 만나줘. 그날 이후로 많이 편찮으셨어. 그리고... 꼭 언니를 만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더라.”“난 그 사람 만나고 싶지 않아.”조연아의 대답은 명료했다.“알아. 아빠가 언니한테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하지만... 싫어도 언니 아빠잖아. 그러니까 내 부탁 한 번만 들어줘.”하율이 애원했다.“내가 가지고 있는 조인주업 지분도 전부 오빠한테 넘길게. 응? 그러니까...”“뭐?”생각지 못한 말에 조연아의 눈이 커다래졌다.“내가 무슨 염치로 그 지분을 가지고 있겠어. 난 전부 다 포기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날 봐서라도 제발 아빠 좀 만나줘.”“조인주업 지분을 포기하겠다고?”그 욕심쟁이 남녀 사이에서 어떻게 이런 물욕없는 자식이 나왔을까?하율은 진심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저 이복동생의 존재만 알고 있을 뿐, 실제로 만나 대화를 나눠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기에 조연아는 의심이 앞섰다.“네 말을 내가 어떻게 믿고.”“약속할게. 지금 당장 양도계약서를 작성하라고 하면 할 수 있어. 진심이야.”“네가 지금 한 말 전
“그럼... 난 접객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말을 마친 하율이 조연아를 향해 손을 저었다.“잠깐만.”“엥? 뭐 더 할 말 있어?”“민지아랑 라이벌 관계라고 했나? 작품도 벌써 여러 개 빼앗겼다면서.”조연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걸 언니가 어떻게 알아?”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하율은 한참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아, 언니가 스타엔터 CEO였지?”‘뭐지? 저 백치미는...’바보 같이 보일 정도로 순수한 모습에 조연아는 오히려 당황스러웠다.“뭐 나 혼자만 피해받는 것도 아니고... 또래 여자 연예인들은 거의 민지아가 고르고 남은 작품만 한다고 보면 돼. 뭐, 다들 익숙해졌어. 뒤에 민하그룹이 버티고 있으니까 불만이 있어도 차마 표현은 못하는 거지.”“그래?”본인이 별 개의치 않는 모습에 조연아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그럼 일해. 난 이만 나가볼게.”한편, 파일꾸러미를 들고 들어오던 만두가 마침 사무실을 나서는 하율과 마주쳤다.“대표님께서 부탁을 들어주셨나 보네요. 이러게 좋아하시는 걸 보니까.”“네!”하율이 고개를 끄덕였다.“며칠 동안 저 케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전... 불청객이나 다름없는 존재인데 쫓아내지도 않으시고.”“아닙니다. 손님에게 차 한 잔 내드리는 걸 뭐 케어라고 할 게 있냐요? 그리고 대표님의 뜻이기도 하고요.”“언니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라고요?”가뜩이나 큰 하율의 눈이 더 동그래졌다.“네. 대표님, 저렇게 차갑게 보여도 사실은 마음은 여린 분이십니다.”“알아요. 언니 착한 사람인 거. 며칠 전엔 언니가 기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영상도 봤어요. 나 진짜 반할 뻔했잖아요!”한참을 조연아 자랑을 하다 알아서 접객실로 향하는 하율을 바라보는 만두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아, 깜짝이야.”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고개를 돌린 그녀의 시야에 문에 기대고 있는 조연아가 보이고, 깜짝 놀란 만두가 뒤로 휘청였다.“하율이한테 반하기라도 했어요?”“아...”꽤 놀랐
애초에 그런 훌륭한 인재가 아니었다면 굳이 매화마을까지 찾아가지도 않았을 것이다.“아, 참. 4시 뒤에 스케줄 잡힌 거 있어요?”태블릿을 두드리던 만두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럼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할게요. 아, 그리고...”문서에만 시선을 두고 있던 조연아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민지아 캐스팅 갑질에 대해 좀 알아봐줘요.”“네? 민지아는 왜 갑자기...”“민지아의 인성이야 이미 알고 있긴 했지만... 그 연기력으로 다른 여배우들 작품까지 빼앗는다니 연예계 종사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아...”고개를 끄덕이던 만두가 조심스레 물었다.“하율 씨도 몇 번 갑질을 당했다던데. 그게 사실입니까?”“아무리 봐도 하율이한테 관심있는 거 맞는 거 같은데.”“아, 아니에요. 그냥 팬으로서 순수한 호기심입니다. 그리고 하율 씨 작품을 워낙 재밌게 보기도 했고요.”“그럼 팬으로서 더 열심히 조사해 봐야겠죠?”“알겠습니다!”만두가 여느때보다 훨씬 더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제가 아주 샅샅이 알아내겠습니다.”만두가 부랴부랴 사무실을 나서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조연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우리 만두 씨, 거짓말을 참 못하시네.”여러 가지 회의에 밀린 결재를 마치다 보니 어느새 오후 4시 30분.하율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는 조연아가 사무실을 나섰다.“언니, 지금 퇴근하는 거 맞죠?”그녀의 동태를 몰래 살피고 있기라도 했는지 하율이 깡총깡총 달려왔다.“응.”“언니, 백 제가 들게요.”“아니, 괜찮...”미처 거절할 새도 없이 그녀의 핸드백을 빼앗은 하율이 쪼르르 먼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두 사람이 팔짱을 낀 채 건물을 나서는 모습은 무료한 직장 생활에 좋은 얘깃거리가 되었다.“쟤는 뭔데 우리 대표님 팔짱까지 끼고 있지? 두 사람 무슨 사이일까?”“친구인가?”“하율 말이야. 이제 곧 계약만료라던데. 스타엔터로 계약하시려는 걸까?”수많은 추측이 오고갔지만 그 말들 중 정답은 없었다.하긴,
조연아는 초췌한 조학찬의 모습을 자세히 훑어보았다.구레나룻에 희끗희끗하게 난 흰머리며 빛을 잃은 눈동자...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싶었다.아무리 밉다지만 천륜으로 얽힌 사이, 이렇게까지 무너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하진 않았지만 도저히 눈앞의 남자를 향해 아버지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아빠, 조심 좀 하시죠!”부랴부랴 달려간 하율이 조학찬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여긴 제가 정리할게요. 아빠는 언니랑 얘기 나누세요.”“그래... 연아야, 우린 2층으로 가자.”절뚝이며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연아의 모습은 더 착잡해졌다.“언니, 아빠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으셔. 그러니까... 부탁할게.”애원 가득한 하율의 목소리에 조연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잠시 후, 2층 서재에 도착한 조연아는 어색하게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뿐이었다.한편, 절뚝이며 움직이던 조학찬은 서랍장에서 무거운 나무상자 하나를 꺼냈다.“연아야, 내가 보낸 문자는 전부 무시하더니 하율이 말 한 마디에 이렇게 와줄 줄은 몰랐다.”“아버지도 백장미 그 여자도 밉지만... 하율이는 아무 잘못 없으니까요.”애초에 하율이 두 사람 자식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아이에게 무슨 잘못이 있을까 싶었다.“그래. 하율이는 아무 잘못도 없지...”“용건부터 말씀하세요.”여전히 차가운 그녀의 태도에 조학찬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연아야, 보다시피 내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아. 그리고 백장미 그 여자도 어디까지나 내 아내이자 하율이 엄마다. 그런 사람이 감옥에서 지내는 걸 보고 있자니 내 마음이 많이 불편해.”“그래서 제 선처를 원하시는 거예요?”‘그럼 그렇지. 괜히 마음 약해져서 여기까지 끌려오는 게 아니었는데...’“그럴 일은 절대 없어요.”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한 조연아가 돌아섰다.“연아야!”바로 그때, 조학찬이 다급하게 그녀를 불러세웠다.“그럼, 거래,
"연아야… 아빠가 미안해, 너한테 할 수 있는 말이 미안하단 말 밖에 없구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쿵"하는 소리만 들렸다. 조학찬은 그녀의 면전에서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했다. "백장미를 놓아줘. 약속할게. 앞으로 우리 둘은 너와 조연준을 해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게! 만약 장미를 가만두지 않고 옥고를 겪게 한다면 난 앞으로도 무릎을 꿇지 못할 것이야."연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옅은 미소가 드리웠는데 그 웃음은 정말이지 너무 쓰고 씁쓸해 보인다…이 사람은 그의 아버지이지만 연아와 남동생을 상처 입혔다. 지금, 그는 그 남매에게 상처를 준 여자를 위해 사정하고 있으며, 그녀를 위해 무릎을 꿇고자 한다."대가야. 우리 어머니가 드디어 대가를 치르시는 거야... 한평생 너에게 잘못했구나…… 네가 그녀의 유물로 그 여자의 자유와 바꿀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웃겨! 정말 웃겨!“연아야……”하긴. 그녀의 이 말에 감명받은 조학찬이 고개를 드는 순간 핏발이 선 눈두덩이는 온통 눈물투성이었다. 다만 연기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조학찬의 이 눈물이 누구를 위한 것 인지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면서, 그 박달나무 보석함을 바라보았다.그런 뒤 조연아는 몇 발짝 앞으로 나아가 조학찬에게 물었다. "묻겠는데, 우리 어머니의 죽음이 당신과 관계가 있습니까?"조학찬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믿을 수 없어 물었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그녀는… 그녀는 자살한 거야!"“대답해 주세요.”조학찬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니야. 절대 아니야. 맹세할 수 있어!"연아는 아름다운 눈을 감고 눈물을 삼키며 그 박달나무 보석함을 집어 들고 딱 두 단어를 말했다. "거래 성사”다만 이 두 글자는 너무 쓰다. 말이 끝난 후 그녀는 몸을 돌려 홀연히 떠나갔다. 다만 한 걸음 한 걸음이 피곤했다.어머니의 물건은 아버지가 신경 쓰지 않으니, 조연아가 보호하고 조심해서 보호해야 한다.연아가 서재를 나서자 조학찬이 뒤를 쫓아 나왔다.“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