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훈이 손 교수에게서 상처를 확인받는 동안 오민은 컴퓨터에서 사진 파일을 찾아내 전부 프린팅했다.“대표님, 여기 사진입니다.”민지훈의 상처에 약을 바르던 손 교수가 사진 속 얼굴을 확인하고 흠칫했다.‘저분은... 전 사모님이잖아.’한편, 조연아의 사진을 받아쥔 민지훈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어쩜 이렇게 이쁠까?”쿠당탕.도무지 민지훈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으므로 당황한 손 교수가 들고 있던 약병을 떨어트렸다.“풉, 교수님, 괜찮으시죠?”오민이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물었다.“그, 그럼요. 손, 손이 미끄러져서요. 하하!”사진을 한동안 훑어보던 민지훈은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골라 지갑 안에 넣었다.‘참... 요즘에 누가 지갑에 여자 사진을 넣고 다닙니까. 우리 대표님. 다른 건 몰라도 연애는 참... 젬병이시네.’잠시 후 치료를 마친 민지훈이 안방을 나섰다.“대표님, 어디로 가십니까?”오민이 빠르게 그 뒤를 따랐다.“회사로 가실 예정이십니까?”‘출근하시기엔 너무 이른 시간인데.’“빨리 일 다해야 더 빨리 연아 만나러 갈 수 있으니까.”‘허.’민지훈의 무덤덤한 대답에 오민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뭐지? 이 버터 10개쯤은 먹은 듯한 느끼함은?’“저기...”혹시 잊은 건가 싶어 어색한 기침과 함께 오민이 말을 이어갔다.“저기... 어제 연아 씨와 완전히 선을 긋기로 하신 거 아닙니까?”이에 우뚝 멈춰 선 민지훈이 고개를 돌렸다.“내가 그랬던가?”“예... 분명 그러셨죠?”오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민지훈이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기억이 안 나는데요.”이 무슨 국회의원 청문회에서나 나올 법한 답이란 말인가....같은 시각, 알람 소리에 부스스 눈을 뜬 조연아는 여전히 비가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았다.잠시 후, 회사 엘리베이터를 내린 그녀 앞으로 누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언니!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하율이 조연아 주위를 빙 돌며 그녀의 몸 구석
“넌 잘못한 거 없으니까.”조연아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추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조학찬이 바람을 피운 것도 괘씸하고 상간녀인 백장미도 죽을 만큼 밉지만 하율이는 미워하지 말라고. 그 아이가 두 사람의 아이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게 아니지 않냐고. 부모의 잘못 때문에 그 아이까지 비난받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라고 말이다.“언니... 고마워. 솔직히 난... 언니가 당연히 날 싫어할 거라 생각했어. 나름 철이 들고 나선 오빠랑 언니 앞에 최대한 나타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언니가 날 미워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너무 기뻐.”진심으로 기쁜지 하율은 아이처럼 환하게 웃어보였다.“그래서 무슨 일인데?”“아... 엄마가 언니랑 오빠한테 했던 짓에 대해선 나도 들었어. 증거도 확실하고... 나도 염치는 있으니 엄마를 용서해 달라곤 하진 않을게. 하지만... 아빠는 제발 좀 만나줘. 그날 이후로 많이 편찮으셨어. 그리고... 꼭 언니를 만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더라.”“난 그 사람 만나고 싶지 않아.”조연아의 대답은 명료했다.“알아. 아빠가 언니한테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하지만... 싫어도 언니 아빠잖아. 그러니까 내 부탁 한 번만 들어줘.”하율이 애원했다.“내가 가지고 있는 조인주업 지분도 전부 오빠한테 넘길게. 응? 그러니까...”“뭐?”생각지 못한 말에 조연아의 눈이 커다래졌다.“내가 무슨 염치로 그 지분을 가지고 있겠어. 난 전부 다 포기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날 봐서라도 제발 아빠 좀 만나줘.”“조인주업 지분을 포기하겠다고?”그 욕심쟁이 남녀 사이에서 어떻게 이런 물욕없는 자식이 나왔을까?하율은 진심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저 이복동생의 존재만 알고 있을 뿐, 실제로 만나 대화를 나눠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기에 조연아는 의심이 앞섰다.“네 말을 내가 어떻게 믿고.”“약속할게. 지금 당장 양도계약서를 작성하라고 하면 할 수 있어. 진심이야.”“네가 지금 한 말 전
“그럼... 난 접객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말을 마친 하율이 조연아를 향해 손을 저었다.“잠깐만.”“엥? 뭐 더 할 말 있어?”“민지아랑 라이벌 관계라고 했나? 작품도 벌써 여러 개 빼앗겼다면서.”조연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걸 언니가 어떻게 알아?”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하율은 한참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아, 언니가 스타엔터 CEO였지?”‘뭐지? 저 백치미는...’바보 같이 보일 정도로 순수한 모습에 조연아는 오히려 당황스러웠다.“뭐 나 혼자만 피해받는 것도 아니고... 또래 여자 연예인들은 거의 민지아가 고르고 남은 작품만 한다고 보면 돼. 뭐, 다들 익숙해졌어. 뒤에 민하그룹이 버티고 있으니까 불만이 있어도 차마 표현은 못하는 거지.”“그래?”본인이 별 개의치 않는 모습에 조연아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그럼 일해. 난 이만 나가볼게.”한편, 파일꾸러미를 들고 들어오던 만두가 마침 사무실을 나서는 하율과 마주쳤다.“대표님께서 부탁을 들어주셨나 보네요. 이러게 좋아하시는 걸 보니까.”“네!”하율이 고개를 끄덕였다.“며칠 동안 저 케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전... 불청객이나 다름없는 존재인데 쫓아내지도 않으시고.”“아닙니다. 손님에게 차 한 잔 내드리는 걸 뭐 케어라고 할 게 있냐요? 그리고 대표님의 뜻이기도 하고요.”“언니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라고요?”가뜩이나 큰 하율의 눈이 더 동그래졌다.“네. 대표님, 저렇게 차갑게 보여도 사실은 마음은 여린 분이십니다.”“알아요. 언니 착한 사람인 거. 며칠 전엔 언니가 기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영상도 봤어요. 나 진짜 반할 뻔했잖아요!”한참을 조연아 자랑을 하다 알아서 접객실로 향하는 하율을 바라보는 만두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아, 깜짝이야.”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고개를 돌린 그녀의 시야에 문에 기대고 있는 조연아가 보이고, 깜짝 놀란 만두가 뒤로 휘청였다.“하율이한테 반하기라도 했어요?”“아...”꽤 놀랐
애초에 그런 훌륭한 인재가 아니었다면 굳이 매화마을까지 찾아가지도 않았을 것이다.“아, 참. 4시 뒤에 스케줄 잡힌 거 있어요?”태블릿을 두드리던 만두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럼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할게요. 아, 그리고...”문서에만 시선을 두고 있던 조연아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민지아 캐스팅 갑질에 대해 좀 알아봐줘요.”“네? 민지아는 왜 갑자기...”“민지아의 인성이야 이미 알고 있긴 했지만... 그 연기력으로 다른 여배우들 작품까지 빼앗는다니 연예계 종사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아...”고개를 끄덕이던 만두가 조심스레 물었다.“하율 씨도 몇 번 갑질을 당했다던데. 그게 사실입니까?”“아무리 봐도 하율이한테 관심있는 거 맞는 거 같은데.”“아, 아니에요. 그냥 팬으로서 순수한 호기심입니다. 그리고 하율 씨 작품을 워낙 재밌게 보기도 했고요.”“그럼 팬으로서 더 열심히 조사해 봐야겠죠?”“알겠습니다!”만두가 여느때보다 훨씬 더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제가 아주 샅샅이 알아내겠습니다.”만두가 부랴부랴 사무실을 나서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조연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우리 만두 씨, 거짓말을 참 못하시네.”여러 가지 회의에 밀린 결재를 마치다 보니 어느새 오후 4시 30분.하율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는 조연아가 사무실을 나섰다.“언니, 지금 퇴근하는 거 맞죠?”그녀의 동태를 몰래 살피고 있기라도 했는지 하율이 깡총깡총 달려왔다.“응.”“언니, 백 제가 들게요.”“아니, 괜찮...”미처 거절할 새도 없이 그녀의 핸드백을 빼앗은 하율이 쪼르르 먼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두 사람이 팔짱을 낀 채 건물을 나서는 모습은 무료한 직장 생활에 좋은 얘깃거리가 되었다.“쟤는 뭔데 우리 대표님 팔짱까지 끼고 있지? 두 사람 무슨 사이일까?”“친구인가?”“하율 말이야. 이제 곧 계약만료라던데. 스타엔터로 계약하시려는 걸까?”수많은 추측이 오고갔지만 그 말들 중 정답은 없었다.하긴,
조연아는 초췌한 조학찬의 모습을 자세히 훑어보았다.구레나룻에 희끗희끗하게 난 흰머리며 빛을 잃은 눈동자...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싶었다.아무리 밉다지만 천륜으로 얽힌 사이, 이렇게까지 무너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하진 않았지만 도저히 눈앞의 남자를 향해 아버지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아빠, 조심 좀 하시죠!”부랴부랴 달려간 하율이 조학찬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여긴 제가 정리할게요. 아빠는 언니랑 얘기 나누세요.”“그래... 연아야, 우린 2층으로 가자.”절뚝이며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연아의 모습은 더 착잡해졌다.“언니, 아빠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으셔. 그러니까... 부탁할게.”애원 가득한 하율의 목소리에 조연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잠시 후, 2층 서재에 도착한 조연아는 어색하게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뿐이었다.한편, 절뚝이며 움직이던 조학찬은 서랍장에서 무거운 나무상자 하나를 꺼냈다.“연아야, 내가 보낸 문자는 전부 무시하더니 하율이 말 한 마디에 이렇게 와줄 줄은 몰랐다.”“아버지도 백장미 그 여자도 밉지만... 하율이는 아무 잘못 없으니까요.”애초에 하율이 두 사람 자식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아이에게 무슨 잘못이 있을까 싶었다.“그래. 하율이는 아무 잘못도 없지...”“용건부터 말씀하세요.”여전히 차가운 그녀의 태도에 조학찬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연아야, 보다시피 내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아. 그리고 백장미 그 여자도 어디까지나 내 아내이자 하율이 엄마다. 그런 사람이 감옥에서 지내는 걸 보고 있자니 내 마음이 많이 불편해.”“그래서 제 선처를 원하시는 거예요?”‘그럼 그렇지. 괜히 마음 약해져서 여기까지 끌려오는 게 아니었는데...’“그럴 일은 절대 없어요.”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한 조연아가 돌아섰다.“연아야!”바로 그때, 조학찬이 다급하게 그녀를 불러세웠다.“그럼, 거래,
"연아야… 아빠가 미안해, 너한테 할 수 있는 말이 미안하단 말 밖에 없구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쿵"하는 소리만 들렸다. 조학찬은 그녀의 면전에서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했다. "백장미를 놓아줘. 약속할게. 앞으로 우리 둘은 너와 조연준을 해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게! 만약 장미를 가만두지 않고 옥고를 겪게 한다면 난 앞으로도 무릎을 꿇지 못할 것이야."연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옅은 미소가 드리웠는데 그 웃음은 정말이지 너무 쓰고 씁쓸해 보인다…이 사람은 그의 아버지이지만 연아와 남동생을 상처 입혔다. 지금, 그는 그 남매에게 상처를 준 여자를 위해 사정하고 있으며, 그녀를 위해 무릎을 꿇고자 한다."대가야. 우리 어머니가 드디어 대가를 치르시는 거야... 한평생 너에게 잘못했구나…… 네가 그녀의 유물로 그 여자의 자유와 바꿀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웃겨! 정말 웃겨!“연아야……”하긴. 그녀의 이 말에 감명받은 조학찬이 고개를 드는 순간 핏발이 선 눈두덩이는 온통 눈물투성이었다. 다만 연기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조학찬의 이 눈물이 누구를 위한 것 인지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면서, 그 박달나무 보석함을 바라보았다.그런 뒤 조연아는 몇 발짝 앞으로 나아가 조학찬에게 물었다. "묻겠는데, 우리 어머니의 죽음이 당신과 관계가 있습니까?"조학찬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믿을 수 없어 물었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그녀는… 그녀는 자살한 거야!"“대답해 주세요.”조학찬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니야. 절대 아니야. 맹세할 수 있어!"연아는 아름다운 눈을 감고 눈물을 삼키며 그 박달나무 보석함을 집어 들고 딱 두 단어를 말했다. "거래 성사”다만 이 두 글자는 너무 쓰다. 말이 끝난 후 그녀는 몸을 돌려 홀연히 떠나갔다. 다만 한 걸음 한 걸음이 피곤했다.어머니의 물건은 아버지가 신경 쓰지 않으니, 조연아가 보호하고 조심해서 보호해야 한다.연아가 서재를 나서자 조학찬이 뒤를 쫓아 나왔다.“그렇지만
창 밖에는 천둥과 번개가 휘몰아치며 장대비가 순식간에 쏟아졌다!연아는 지친 몸을 이끌고, 계단을 한 발짝 한 발짝 내려갔다."언니, 왜 그래?" 연아의 무뚝뚝한 모습을 보더니 다시 “언니?”하고 외쳤다.연아의 눈은 공허했고 하율에게 대꾸도 하지 않고 한 발짝 한 발짝 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언니, 밖에 비가 와! 내가 우산 가져올게. 이러다 감기에 걸려!" 하율은 부랴부랴 우산을 가지러 갔지만 우산을 가지고 나왔을 때 연아는 이미 차를 타고 가버린 뒤였다.…도시에 비가 쏟아지고 있어 행인이 많지 않다.와이퍼가 힘을 쓰지 못할 정도로 빗줄기가 워낙 세서 시야에 영향을 끼쳤다.연아는 운전하면서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조학찬의 말이 끊임없이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연아야 네가 마음이 착한 거 안다. 과거는 과거로 두자. 아빠 여기서 사죄할게. 제발 백장미 좀 봐줘. 너도 방금 전까지 그녀가 결백하다고 말했잖아!——연아야. 이 아빠가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연아는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갑자기 계기판 경고등이 깜박이더니 차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연아는 순간 혼란스러워졌다.차가 고장 났다고?그녀는 새빨개진 코를 먹고 눈물을 훌쩍훌쩍 닦아낸 뒤, 차문을 열고 폭우를 무릅써 차에서 내렸다.진짜로 차가 고장 났다.당황한 연아는 감정을 추스르고 진정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빗속에서 가녀린 뒷모습이 너무나 가냘프고 초라해 보였다.연아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려고 할 때, 마이바흐 한 대가 그녀의 차 옆에 멈춰 섰다.남자는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힘없는 연아를 껴안았다."여기서 비를 맞고 있어?" 민지훈의 차가운 목소리가 약간 책망하는 듯한 어조로 울렸다.연아가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그 잘생긴 얼굴을 보니 억울하고 무기력했던 연아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내가 왜 비를 맞아야 해? 차 고장 난 거 안 보여?"그녀는 화가 나서 타이어를 발로 차며 민지훈
민지훈이 손수건으로 연아를 닦자 연아는 계속해서 피했다. 결국 민지훈은 연아를 품에 안아 고정시켰다.이윽고 낮고 섹시한 목소리가 연아의 귀에 울렸다."가만히 있어,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응?"연아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이 나는 눈을 치켜뜨며 민지훈의 눈을 노려봤다."양아치!""나는 너를 몸 참겠는 걸""…"연아는 이번엔 정말로 함부로 만질 수 없었다.연아는 그가 차 안에서 자신에게 한 짓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자 연아의 뜨거운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이번에는 그의 손끝이 그녀의 뜨거운 눈물에 닿았고, 그녀의 손가락은 마치 불에 데인 것처럼 몹시 아팠다.그 후에 그녀의 울며 외치는 소리만이 들렸다."왜, 왜 다들 나를 괴롭히는 거야! 나를 괴롭히는 게 그렇게 재밌어?"민지훈은 그녀를 꼭 껴안았고, 그의 셔츠는 눈물로 젖었다."다시는 안 그럴게. 절대 다시는 괴롭히지 않을 게. 응?"민지훈이 연아를 달래자 모든 차갑고 무서운 것들이 연아 앞에서 거의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들 나를 뭘로 보는 건데…... 나를 뭘로 보는 거나고…...”“하율이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릴 수 있는데 나는 엄마도 없고 아버지조차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 나는 아무것도 없어……”."난 항상 혼자야…… 왜 내가 뭘 잘못했는지...... 나랑 남동생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마침내 연아가 힘들게 만든 그녀의 갑옷이 무너져 내리고 연아는 울부짖었다.“너한텐 내가 있잖아.”민지훈의 말투는 아주 단호하고 침착했다. 민지훈은 강한 팔로 그녀를 꽉 껴안았다. 이렇게 슬퍼하는 연아를 보고 그는 가슴이 몹시 아플 뿐이었다.연아는 웃어 보더니 계속해서 고개를 저으며 울면서 말했어요. "난... 원하지 않아, 나는 너를 원하지 않아! 난 싫어!"심장이 답답했다. 그 아픔이 너무도 현실적이었고, 마치 그가 세차게 갈기갈기 찢어지고, 산더미 같은 칼과 기름 냄비가 그 위로 굴러다니는 것처럼 아팠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