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윤아! 좋은 아침!”“꺅!!! 태윤이가 우리한테 인사했어! 내가 끓인 죽 어때? 맛있어?”옆에 숨어있던 연아는 그들의 말을 듣고 상에 놓인 죽을 보고 다시 하태윤을 쳐다보았다.하지석은 어색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태윤아, 우리 엄마가 만든 고기만두는 어때? 맛있어?”“그리고 우리 할머니가 만든 밑반찬은 어때?”“그리고 우리 아빠가 만든 찐빵은 먹었어?”연아는 참지 못해 웃기 시작했다. 이 아침상에 하태윤이 만든 게 개란후라이 뿐이다.하태윤은 연아를 쳐다보면서 팬들의 말을 듣고 표정이 점점 이상해졌다.“당연하지, 우리 팬들이 보낸 건데 너무 맛있지.” 말을 듣고 연아는 식탁으로 향했다.하태윤은 밑에 있는 팬들한테 손 흔들며 말했다. “여러분 너무 고마워요. 제가 감사의 인사로, 여러분한테 드릴 텐데, 집에 가서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한테 드리고 내가 고맙다고 꼭 전해줘. 어릴 때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서 너무 감동이에요. 여러분도 몸 잘 챙기고 사랑해요! ” 그리고 하태윤은 밑에 있는 팬들을 향해 하트 모양의 포즈를 취했다.팬들은 너무 좋아 눈물까지 흘리고 소리 지르며 좋아했다.“하태윤, 엄마가 많이 사랑해!”하지석은 순간 놀래 뭔가 아닌 거 같았다. 팬들이 가고 그는 창문을 닫았아. 아침 먹으로 앉았는데 펑 하는 소리랑 같이 아파트 문이 열렸다.“하태윤 네 이놈. 팬들한테 먹을 거 보내달라고 해?” 화가 가득 찬 하지석은 들어와 하태윤의 귀를 잡고 말했다.“아빠, 아빠, 살려줘. 내 귀! 나 반 고흐처럼 귀 없이 살고 싶지 않아요.” 하태윤은 바로 죽은척하며 하지석한테 용서를 구했다.이를 보자 연아도 하지석한테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타이밍을 놓친 거 같다.하지석은 너무 화가 나 계속 말했다.“네가 삥 뜨는 거랑 뭐가 달라? 팬들이 너를 좋아하는 걸 늘 감사하다고 생각해야지 네가 그냥 이걸 누리겠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삥 뜯다뇨? 아니에요. 저 돈 줬어요. 그냥 받은 게 아니에요.” 하태윤은 바로 해석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우리 오빠가 나한테 10만 원이나 이체했는데, 고기만두 4개에 10만 원!”“나도 나도, 난 찐빵 보냈는데도 10만 원 줬어!”“나도 나도, 10만 원!”몇몇 팬들은 하태윤한테 보낸 음식까지 붙여 올렸다.그러자 하태윤이 집에서 팬들이랑 나눈 대화를 누군가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다.그러자 전에 하태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어디 있냐는 모든 게 다 칭찬하는 소리였다.“고기만두 몇 개에 10만 원, 찐빵 몇 개에 10만원... 이게 팬들한테 봉사하는 거랑 마찬가지 아니야. 작은 일에서 인성이 보인다니 틀린 말이 아니야. 항상 응원할게!”“하태윤 멋있다! 전에 갑질한다고 말하는 사람 나와 보라고 해, 진짜 갑질이 뭔지 보여줄 테니까!”“감동이다, 팬들의 응원을 듣고 바로 나타나 집에 가서 가족들한테 드리라니, 이게 가족이 만든 걸 다 알고 있었어. 이게 더 감동이야. 나 지금 이 순간부터 하태운 팬이야!”......하태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쥐꼬리만 한 일 가지고 실시간 검색어까지 올라가다니.”“그럼 다른 일 해. 내일도 좀 도와주고.” 하지석은 찐빵 먹으면서 말했다.“됐거든요. 매일 맞을 일만 남겠어요.”하태윤의 대답을 듣고 하지석은 젓가락으로 그의 손을 때렸다. “이 자식이.”연아는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웃었다. 그리고 그녀는 또 민지훈의 문자를 받게 되었다.“자기야, 나 배고파.”이걸 보고 연아는 문자를 바로 지우고 핸드폰을 옆에 두고 못 본 척했다.이때 병원에 있는 민지훈은 식판에 있는 음식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아무 소리 없는 핸드폰을 껐다 켰다 몇 번 했다. 그래도 여전히 연아의 답장을 받지 못했다.민지훈은 들어 온 간호사를 보고 물어보았다.“혹시 괜찮으시면 핸드폰 빌릴 수 있을까요?” 그는 웃으면서 간호사한테 말했다. 정말 전화 한 통 하기 어려운 거 같았다. 얼굴 팔고 이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간호사는 민지훈의 잘생긴 걸 보고 쑥스러운지 얼굴이 빨개졌다.
“또 왜 온 건데?” 민지아는 어제보다 조금 나은 말투였지만 듣는 사람은 여전히 불편했다.연아를 보게 된 송진희도 쌀쌀한 표정을 지으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손짓하면 말했다. “여기는 네가 올 자리가 아니야! 어서 꺼져!”연아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날 지경이다. “꺼지라면 꺼지겠는데, 당신 아들이 너무 속상해할까 봐 걱정되네요...”“조연아, 너 무슨 말이야? 내 아들이 정말 널 아낀다면 1년 전에 너랑 이혼 할 일이 없어!”송진희는 강한 포스를 뿜으며 말했지만, 연아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듯 산뜻한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병실 문 앞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민지훈, 문 열어!”말 한마디에 병실 문이 열렸고 민지훈은 연아를 바로 품 안으로 안았다. 너무 순식간에 생긴 일이라 연아는 어떻게 반응을 할 새도 없었다.“너무 보고 싶었어, 안 오면 내가 널 찾으러 가려 했어.”민지훈의 목소리에 연아는 잠깐 멍했다가 바로 정신 차렸다. 이렇게 쉽게 넘어갈 수도 없고 더는 바보짓도 하고 싶지 않았다.“날 어떻게 찾는데?” 연아는 송진희와 민지아 앞에서 일부러 물어보았다.민지훈도 그의 속마음을 알기에 고민 없이 바로 말했다. “네가 어디 있든, 내가 찾으러 갈 거야, 더 이상 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민지훈의 모든 감정을 쏟아서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송진희와 민지아는 너무 놀라 입을 닫을 수 없었다. 호랑이처럼 무서운 민지훈이 이런 닭살스러운 말을 하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그리고 민지훈은 연아의 손을 잡고 병실로 들어갔다. 병실 밖에 서 있는 송진희와 민지아는 너무 화가 나 얼굴이 하얘졌다.병실로 들어간 다음 연아는 민지훈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민지훈! 말은 하더라도 스킨십은 하지 말지.”민지훈은 그녀의 말에 마음이 아파 눈살을 찌푸렸다.“방금 나 잘했어? ” 민지훈이 연아한테 물어보았다.“......”“나 배고파.”연아는 옆에 곤히 놓인 도시락을 들고 한 숟가락씩 민지훈한테 떠먹였다. 그
민지아는 이 상황을 보고 바로 눈물이 났다. “나한테 왜 이래? 나... 흑...” 민지아는 더 이상 눈 뜨고 볼 수 없어서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뛰어갔다.“지아야, 지아야! ” 송진희는 민지아가 저번처럼 자살시도 할까 봐 걱정돼 바로 따라 나갔다.그 두 사람이 떠난 걸 보고 연아는 민지훈을 바로 밀어냈다.계속 문 앞에 서 있던 의사와 간호사도 어쩔 줄 몰라 그냥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도련님, 약 바꿔야 합니다.”이때 민지훈의 눈길은 여전히 연아한테 있어 천천히 말했다.“연아가 바꿔줄 거야. 어떻게 하는지 옆에서 말해줘.”그 누구도 어길 수 없는 말이라 의사와 간호사는 다 연아를 쳐다보게 되었다.“그럼 부탁드릴게요. 이게 바로 바꿨어야 하는데 여태까지... 휴... ” 그리고 의사는 연아를 쳐다보면서 예의를 차리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정말 잘 부탁한다는 눈빛도 있었지만 연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무런 동작도 없었다.민지훈도 표정이 안 좋아지자 의사는 너무 급해 약을 연아한테 갔다 주었다.“정말 부탁해요. 너무너무 감사합니다.”연아는 이걸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민지훈, 이 나쁜 놈 분명히 의사한테 뭐라고 했을 거다. 연아는 어쩔 수 없이 약을 받고 의사 선생님의 지도 하에 민지훈한테 약을 바꿔줬다. 민지훈은 뭔가를 해냈다는 표정을 지으며 연아를 쳐다보면서 웃었다.연아는 속으로 너무 화났지만 그의 등 뒤에 있는 상처를 보니 너무 놀랐다. 이건 화상 인거 같은데, 예전에는 없었던 거 같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의 말이 들렸다.“지금 도련님 몸에 감긴 테이프를 풀어야 해요.”연아는 잠시 생각에 빠져 의사 선생님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연아씨, 연아씨?” 의사 선성님의 말이 다시 들리자 이제야 정신 차리게 되었다.“네? 방금 잘 못 들었어요. 다시 한번 얘기해 주세요.” 연아는 의사 선생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의사 선생님은 웃으며 다시 한번 말했다. “지금 도련님 몸에 감긴 테이프를 풀어야 해요.”연아는 고개를 끄덕이
그리고 의사랑 간호사는 그만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 급히 달리는 소리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빨리빨리! 저기 자살하는 사람 있어, 빨리 와!”“뭐? 자살? 누구?”“민지아인 거 같은데.”“어느 민지아? 그 국민 아이돌 민지아?”“맞아 맞아!”연아는 밖에 지저분한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고 그냥 콧웃음만 나왔다. 정말 못 배운 사람도 아니고 또 이 짓을 하다니 대단하다.그리고 누군가 급하게 문을 두드리고 휠체어랑 같이 문 앞에 나타났다.“저기 도련님, 사모님이 부르는데요. 빨리 가보시라고. 지금 민지아 아가씨 상태가 너무 안 좋아 테이프를 어디서 구했는지 지금 목메고 자살 하겠다고 난리입니다.”민지훈은 아롱코 하지 않고 말했다. “자살? 나랑 무슨 상관인데.”간호사는 그의 말에 놀라 민씨 사모님한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사모님... ”“그냥 장례식장 연락하라고 해!”“네, 알겠습니다.” 간호사는 민지훈의 말에 놀라 바로 고개 끄덕이며 뛰쳐나갔다.“자기야, 나 잘했어?” 민지훈의 섹시한 목소리가 들렸다. 또 똑같은 말이다.연아는 신중하게 말했다. “내가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내가 당신 애인도 아니고 자기도 아니라고. 민지아 자살한다는데 너무 무심한 거 아닌가? 뭐 넌 늘 차갑고 무심한 사람이니까. ”“너한테는 안 그래.”연아는 어이없는지 웃었다. “그런가? 그럼 마음 단단히 준비해. 난 예전이랑 변한 게 없어. 여전히 독하고 냉정해.”“딱 내 스타일이네.”“미친놈!” 연아는 이 말을 하고 병실을 나섰다. 그리고 민지훈의 웃는 소리만 들렸다.엘리베이터 기다리고 있는데 하지석을 보게 되었다.“연아야!”“아저씨!” 연아는 하지석을 보고 발길을 멈췄다.하지석은 바로 달려와 말했다. “오늘 오후부터 비행기 뜰 수 있데, 우리가 준비한 비행기 오늘 저녁 6시면 도착할 수 있어. 공항으로 가는 차 이미 준비 다 했다.”“오늘 저녁요? 민지훈 지금 상태로 퇴원할 수 있나요?”“주치의사한테 물어봤는데
연아는 하태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6시 다 돼가는데 하태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민지훈은 연아 앞에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올라가자.”연아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걸어오고 있는 사람이 하태윤이 아닌 걸 보고 말했다. “저기 네 가족들이네.” 멀지 않은 곳에 송진희가 민자아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다.“지훈아, 전세기로 가면서 왜 엄마한테 얘기 안 했어? 여기 바람 너무 세다, 우리 빨리 비행기 타자.” 송진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송진희는 민지아를 데리고 비행기에 타려고 하자 연아는 그녀들의 앞길을 막았다.“제 허락 없이 비행기 탄다고요? ” 송진희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연아, 웃기지 마, 내가 내 아들이랑 비행기 탄다는데 너랑 무슨 상관이야?”“내가 이 전세기 빌린 거니까.”송진희는 순가 놀라 어떤 말로 하지 못했다. 좀 지나자 민지훈을 보면서 물어보았다.“지...지훈아, 이게 이 여자가 빌린 거라고?”“응.” 민지훈은 간단하게 대답했다.“지훈아, 지훈아! 너 거짓말하지 마. 엄마 속이면 안 된다. 이게 이 여자가 빌린 비행기라면 나랑 지아는 어떻게 돌아가?” 송진희는 민지훈을 잡고 소리 질렀다.“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면 되지.” 민지훈은 자기 엄마한테도 눈길 하난 주지 않고 말했다.“아니야, 내가 엄마인데, 너랑 같이 가야지! 그리고 지아도 마찬가지고, 우리 한 가족인데 어떻게 우리를 여기 그만 둘 수 있어?” 그러자 송진희는 막돼먹은 여자처럼 행패를 부리며 비행기를 타려 하자 경비원한테 당하기만 했다.“그만해, 내가 누군지 알고 이래, 나 민지훈 엄마야!” 송진희는 민씨 집안, K.N재단 빽으로 이미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그리고 민지훈을 쳐다보면서 도움을 요청했다.“지훈아, 어떻게 엄마가 이 지경인 걸 보고만 있을 수 있어? 말해봐! ”민지훈은 아무 말 없이 겉옷을 벗어 연아한테 덮었다. 따뜻함을 느낀 연아는 반응할 세도 없이 민지훈한테 안겼다.“뭐 하는 거야?” 연아는
“과연 그럴까?”민지아는 고개를 계속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맞아. 오빠, 이 여자 속임수에 넘어가면 안 돼. 얼른 정신 차려! ”“연아를 위해 죽어도 괜찮은데 다른 말 더 필요하나?”민지훈은 고민할 거 없이 바로 말했다. 그의 말에 연아의 마음도 조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데 예전에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쉽게 풀릴 수가 없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에 민지아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이 모습을 보게 된 연아는 예전에 자기가 유산된 날이 생각났다. 이 사람들이 자기 배를 힘차게 차고 쓰러지게 하고......연아는 민지아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민지아, 너 당할 일만 남았어.”이 말 한마디에 민지아는 아무 말 없이 연아의 살기 가득한 눈빛을 보게 되었다.연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뒤돌아 비행기를 탈 생각이었다. 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연아야!”캐리어를 끌고 뛰어오고 있는 하태윤이다. 그는 선글라스를 벗고 연아한테 윙크를 날렸다. “늦은 거 아니지? 딱 6시네!”“그래, 시간 잘 맞췄어.” 연아는 그를 향해 웃었다.“조사장님 덕분에 임천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네, 아니면 우리 매니저 매화마을로 당장 올 수도 있어.” 그리고 해태윤은 환한 미소를 띠며 계속 말했다.“내가 너한테 주려고 매화마을 특산물 사 왔어.” 사실 이게 하태윤이 조금 늦은 이유다.하태윤은 매화 모양의 케이스를 연아한테 건넸다. “매화전이야, 오늘 사장님 다시 장사한다고 매화마을에 도움을 준 사람한테 무료로 주는거래, 그냥 받기에는 그래서 내가 샀어.”하태윤이 나타난 순간부터 민지훈은 불만이 가득했고 그 표정이 너무 무서워 스튜어디스도 다가오기 힘들었다. 잘생기긴 했지만, 포스가 장난 아녀서 쉽게 다가가기 힘들었다.민지훈은 하태윤 손에서 매화전을 뺐다. “마침 배고픈데 잘됐다.”“저기요, 연아 주려고 사준건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태윤은 불만이 가득한 말투였다.“
“당연하지.”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그럼, 손 놔줘, 네가 그랬잖아, 그냥 같이 앉아주면 된다고.”그냥 앉는다면 손은 왜 잡냐고?“역시 똑똑해.” 민지훈은 웃으면서 연아한테 한방 당했다고 생각했다.그도 말한 대로 연아의 손을 놓았다. 하태윤은 연아랑 제일 가까운 자리에 앉고 말했다. “연아야, 뭐 필요하면 나한테 얘기해, 그리고 그 매화전 진짜 맛있어, 꼭 먹어봐.”연아가 고객 끄덕이자, 민지훈은 매화전을 뜯어 자기 입으로 넣었다. “넌 먹으면 안 돼.”“왜? 태윤이가 나 먹으라고 사준 건데?”“안에 망고 있어, 너 망고 알레르기 있잖아.”하태윤이 그의 말을 듣고 잠깐 멍했다가 바로 설명했다. “연아야, 미안해, 내가 몰라서...”“아니야, 나 망고 알레르기 없어.” 그리고 매화전을 입에 넣을려고 했다.하지만 민지훈이 연아의 손을 바로 잡고 말했다. “나한테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자기 몸 해치면 안돼.” 민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 손에 있는 매화전을 빼앗았다.연아는 입술을 깨물며 예전에 망고 알레르기 때문에 입원까지 한 게 생각났다.민지훈 생일날에 민지아는 망고 케이크를 사 왔고 그들이 보는 데서 그 케이를 먹었다. 자기가 망고 알레르기 있다는 걸 알면서도 먹었다. 그때는 이 세상에 모든 축복을 민지훈한테 주고 싶은데 그의 생일 케이크를 어떻게 마다하는가? 그리고 송진희랑 민지아 보는 데서 더 마다할 일이 없다.예전 일에 생각나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졌고 눈 앞을 가렸다. 어떨 때 생각하면 참 웃긴 건데, 많은 걸 심지어 목숨까지 걸고 그 사랑을 얻고 싶었는데 얻지도 못하고 지금 와서 이게 무슨 일인지. 지금은 아무것도 필요 없고 더 이상 그 사랑 받고 싶지도 않았다.어느새 기내 안내 방송이 들렸고 불빛도 점점 약해지며 비행기도 뜨기 시작했다.이때 민지훈은 또다시 연아의 손을 잡았다.“그냥 앉아 있으면 된다며? 왜 또 손을 잡아?”“너 무서워할까 봐.”어렸을 때 두 사람이 납치당한
오민이 어떻게든 버티려는 추연을 억지로 병실에서 내보내고 다시 조용해진 병실.조연아를 꼭 안고 있던 민지훈이 한 마디 내뱉었다.“연기 좋았어.”단호한 말투에 조연아의 몸이 순간 움찔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큭.”피식 웃던 민지훈이 하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상관없어. 연기가 맞든 아니든 난 협조할 테니까.”“...”말없이 민지훈의 품에 안긴 조연아의 눈동자가 살짝 가라앉았다.‘뭐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내 연기는 완벽했어. 그런데 왜... 들킨 걸까?’“나 피곤해.”대충 핑계를 대고 민지훈의 품에서 벗어난 조연아는 그를 등진 채 돌아누웠다.“재워줄까?”‘예전의 조연아라면 분명 그래 달라고 하겠지.’한편, 이미 들킨 거나 마찬가지지만 모르쇠를 대기로 했으니 조연아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어떻게 재워줄까?”이때 조연아의 곁으로 훅 다가온 민지훈의 숨결이 그대로 그녀의 귀를 적셨다.‘미친 변태자식.’여전히 눈을 굳게 감은 조연아의 볼이 슬그머니 달아올랐다.착잡한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건지 조연아의 볼에 뽀뽀를 하고 이불까지 잘 덮어준 민지훈은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눈을 감고 있고 돌아누워 등까지 진 상태였지만 그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는 듯했다.어지러운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조연아는 방금 전 추연의 말과 반응들을 다시 떠올렸다.‘추신수... 그 자식이 날 물속으로 잡아당길 때 분명히 봤어. 목에 걸린 옥 목걸이를.’그 옥 목걸이는 조연아의 어머니와 추연 두 자매의 어머니, 즉 조연아의 외할머니가 두 딸을 위해 특별 제작한 유일무이한 팬던트였다.‘하지만 엄마가 하고 있던 팬던트는 6년 전에 이미 깨졌어. 유품 정리할 때 분명 확인했다고. 그럼 추신수 목에 걸린 건 이모 거란 소린데... 이모 팬던트가 왜 추신수한테 있는 거지?’한번 불씨를 튼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추신수
“너무 무리하지 마.”민지훈이 조연아를 끌어안았다.아무런 저항 없이 얌전히 안긴 모습, 모든 게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이때 밖에서 요란스러운 인기척이 들려왔다.“뭐? 연아가 기억상실증? 그럴 리가 없어. 내가 당장 들어가서 확인해야지.”“이모님,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나 연아 이모야. 무슨 자격으로 날 막아!”그렇게 막무가내로 문을 열고 들어온 추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리고 다급하게 그 뒤를 따르던 오민도 눈을 질끈 감았다.‘세상에 두분 지금... 서로 안은 거 맞지?’“이모.”이때 추연을 발견한 조연아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이모도 왜 병원복 차림이에요? 이모도 어디 아파요?”“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충격을 받은 추연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너... 진짜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 거야?”“네.”그리고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미는 추연이었다.“민 대표, 두 사람 이렇게 스킨십하는 거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봤어 봐. 우리 연아 입장이 얼마나 난처해지겠어? 두 사람 이미 이혼한 사이잖아.”“이혼이요?”조연아가 깜짝 놀란 얼굴로 민지훈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우리 언제 이혼한 거야?”“이혼”이라는 단어에 기분이 상한 민지훈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이모님, 이만 나가주시죠. 이모님도 다치셨는데 푹 쉬셔야죠.”오민 역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네, 의사선생님께서 이모님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셨으니까 얼른 가시죠.”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추연이 아니었다.“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기억상실증에... 걱정하지 마. 잃어버린 기억은 천천히 되찾으면 되니까. 아니, 영원히 찾지 못해도 상관없어. 그 동안 있었던 일 이모가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 줄 테니까. 네 옆에 서 있는 이 남자 때문에 네가 무슨 일을 당할 뻔했는지. 그리고 두 사람이 왜 이혼하게 된 건지 전부.”하지만 조연아의 맑은 눈동자는 여전히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했다.“이모 말
“환자분,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십니까?”검사를 마친 의사가 물었다.말없이 고개를 저은 조연아는 또다시 공허한 눈빛으로 민지훈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대표님, 환자분 뒤통수에 생긴 상처는 아마 며칠 동안 통증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상이고 뇌출혈 증상도 없으니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네.”의사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민지훈의 시선은 여전히 조연아를 향해 꽂혀있었다.“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민지훈을 향해 꾸벅 인사를 남긴 의사가 병실을 나서려던 그때, 조연아의 목소리가 조용한 병실의 정적을 깨트렸다.“저... 어떻게 다친 거죠?”그 질문을 들은 순간, 의사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환자분, 어떻게 다치셨는지 기억 안 나십니까?”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던 조연아는 민지훈을 돌아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여보, 나 어떻게 다친 거야?”“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여보?’확실히 어딘가 이상한 모습에 민지훈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아, 남편이라는 호칭 불편해? 미안. 그러니까 그렇게 화난 표정 짓지 말아줘.”3년 전 그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조심스럽고 겁 많은 새 같은 모습. ‘뭐지?’혼란스러웠지만 민지훈은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아니. 남편 맞아. 화난 거 아니야.”그리고 다시 의사를 향해 고개를 돌린 민지훈이 꾸짖 듯 물었다.“별문제 없다면서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당황스러운 건 의사도 마찬가지였다.“그러게 말입니다. 뒤통수 가격으로 인해 출혈이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외상일 뿐입니다. 기억상실증까지 올 수준은 아닌데요... 물에 빠진 뒤 잠깐의 익수가 있었지만 구조가 빨랐기에 뇌손상도 거의 없었고요. 그런데도 기억을 잃은 거라면 트라우마로 인한 단발적인 기억상실증이 큽니다. 이 문제는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그럼 가장 실력 좋은 의사로 컨택해 주세요.”“네.”의사를 비롯한 의료진들이 빠르게 병실을 나서고 조용해진 병실, 조연아의 옆에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여전히 걱정스레 민지훈을 바라보던 오민은 뭔가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욕 먹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할 얘기는 해야 해.’“저기... 대표님. 지금 총알을 빼내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연아 씨가 깨어나고 나서 대표님 이런 모습 보면 얼마나 속상해하겠어요. 아니, 어쩌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행여나 앞으로 팔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면 큰 결함을 가지게 되는 거잖아요. 다른 라이벌들 이길 수 있으시겠어요?”민지훈이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건 조연아뿐이라는 걸 알고 있는 오민은 자극 요법을 사용했다.“대표님. 제발 연아 씨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세요!”그제서야 살짝 흔들리던 민지훈이 결국 일어섰다.“그래요. 치료하죠.”“네, 네.”잠시 후, 역시 수술실로 옮겨진 민지훈은 바로 총알 제거 수술을 받은 뒤 마취가 풀리기도 전에 바로 조연아가 있는 응급실로 달려갔다.그리고 조연아가 이런 저런 검사를 받고 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그녀와 함께 VIP 병동으로 입원까지 할 수 있었다.한편 이 모든 걸 지켜보는 오민은 걱정되는 마음에 그저 발만 동동 구를뿐이었다.누구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민지훈이 사랑 때문에 이 정도로 충동적으로 움직이다니. 이게 사랑의 힘인가 싶었다.‘연아 씨,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연아 씨가 깨어나야 저희 대표님 좀 쉬실 거 같으니까...’...조용한 병실, 차가운 달빛이 커튼을 넘어 침대를 비춰주었다.민지훈은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조연아의 손을 꼭 잡았다.‘연아야... 제발... 제발 정신 좀 차려봐. 널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힘든 건 다 내가 감당할 테니까 넌 그냥 행복만 해줘.’...한편 조연아는 깊은 꿈속을 걷고 있었다.오로라를 기다리던 그날 밤, 그토록 그리워했던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꼭 끌어안고 귓가에 다정한 사랑의 말을 건네는 꿈이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남자는 잔인한 얼굴로 그녀를 불바다 속으러 밀어버리고
가슴을 움켜쥐고 바다에 추락하는 걸 바라보는 조연아의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다.그리고 그런 조연아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고 있던 민지훈이 한 마디 내뱉었다.“겁 먹지 마.”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조연아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핏기도 느껴지지 않았다.민지훈의 요트가 빠르게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이제 정말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바다에 빠졌던 추신수가 불쑥 수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요트 난간을 부여잡은 추신수가 악에 받친 얼굴로 조연아의 다리를 잡아끌었다.“으악!!”비명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사방에 튕기고 그와 동시에 민지훈은 망설임 없이 바다에 뛰어들었다.“대표님!”이에 오민 역시 짧은 고함과 함께 바다에 몸을 던졌다....두려울 정도로 조용한 바다...방금 전까지 시끌벅적하던 소음이 전부 사라지고 턱턱 막히는 숨이 이곳이 물속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아... 이렇게 죽는 건가...’의식이 아득하게 사라지고 천근만근 무거운 몸에선 더 이상 바닷물의 차가움마저 느껴지지 않았다.바로 그때, 탄탄한 팔이 그녀를 꽉 껴안고 빠르게 수면위로 올라갔다.하지만 민지훈과 조연아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탕탕탕 소리가 들려왔다.갑판 위에 남은 남자들이 해수면을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한 것이다.조연아를 꽉 끌어안은 민지훈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총 따위 무섭지 않아. 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연아만 무사하다면...’한편, 거센 기침과 함께 눈을 뜬 조연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바닷물에 엉망으로 젖었음에도 여전히 멋진 민지훈의 얼굴이었다.쿵.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과 함께 위급한 이 상황이 잊혀질만큼 마음속 한 구석에 묘하게 따뜻해졌다.“탕!”비처럼 쏟아지는 총알이 민지훈의 팔을 관통하고 피가 뿜겨져나왔다.“민지...”바다 내음인지 피냄새인지 헷갈리는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지만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조연아의 의식은 다시 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들이 갑판
추신수의 말대로 저 멀리 수평선 뒤로 다가오는 요트들을 발견한 조연아는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마음이 다시 무겁게 가라앉고 말았다.‘또... 민지훈이라고? 또 이렇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건가?’이때, 그녀의 머리채를 홱 잡은 추신수가 총구로 그녀의 머리를 겨누었다.“허튼 짓 할 생각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아무리 구조 요트로 도망쳐 봤자 쾌속 요트의 추격을 따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추신수는 조연아를 미끼로 쓰기로 결정했다.“민지훈. 이 여자 머리에 구멍나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멈춰.”추신수가 무전기를 사용해 소리쳤다.한편, 인질로 잡힌 조연아를 발견한 민지훈은 말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곧 모든 요트들이 멈춰서고... 방금 전까지 당황한 표정이던 추신수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소리쳤다.“하, 전 와이프한테 남은 미련이 그렇게 많아? 그 유명한 민지훈 대표가 이렇게 순정남일 줄 몰랐어. 우리 동생 어디가 그렇게 매력적이길래 잊지를 못하실까? 뭐 침대에서 끝내주나 보지? 하하하.”추신수의 음담패설에 오민이 확성기를 빼앗아들고 소리쳤다.“추신수 씨, 이쯤에서 그만 하십시오. 당신이 저희 대표님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괜한 발버둥치지 말고 조연아 대표 풀어주세요. 목숨이라도 건지고 싶으면.”하지만 오민의 경고가 굉장한 농담이라도 되는 듯 추신수는 웃음을 터트렸다.“그만 해? 의미없는 발버둥? 하하하, 정말 의미없는 발버둥일까? 조연아가 내 손에 있는 한 민지훈은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 너희 잘난 대표님 얼굴 좀 봐. 날 찢어죽이고 싶은데 어쩌할 방도가 없는 저 모습을.”“원하는 게 뭐야?”민지훈이 물었다.“아, 역시 통쾌하셔.”추신수가 피식 웃었다.“요트 한 대만 가까이 붙여. 조종수 한 명만 남겨두고.”잠시 후, 그의 주변으로 다가오는 요트를 바라보며 추신수는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그만!”“너, 뛰어내려.”추신수가 배에 타고 있는 오민을 향해 말했다.조연아가 인질로 잡힌 상황인데다 어차피
정신을 잃기 일보 직전인 추연의 모습에 조연아가 소리쳤다.“이모, 이모. 정신 좀 차려봐요. 이모.”겨우 눈을 뜬 추연아는 애써 고개를 저었다.털썩.남자들의 손길대로 움직이다 그대로 갑판 위에 쓰러진 추연을 바라보는 조연아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지만 그녀 역시 꿈쩍도 할 수 없는 터라 그저 애타게 소리칠 뿐이었다.“이모! 이모!”그녀의 목소리가 추연에게 닿아 정신을 지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이모랑 사이가 이렇게 좋았어?”한편, 흥미롭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추신수가 피식 웃었다.“너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연이 이모는 너한테도 이모잖아.”“동생아, 내가 그걸 모를까 봐? 내가 가족, 핏줄 그런 데 얽매이는 사람처럼 보여? 그럴 거면 애초에 납치도 하지 않았어. 너희 두 사람 오늘 절대 살아서 여기서 못 벗어날 거니까 쓸데없는 기대 따위 하지 마.”추신수가 음침한 미소에 순간 소름이 돋는 조연아였다.“너... 진짜 미쳤구나? 왜? 나랑 이모 다 죽이고 스타엔터 네가 차지하려고?”“그래. 네 말이 맞아.”그 와중에 여유롭게 총구를 닦던 추신수가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널 죽인다고 해서 내가 스타엔터를 차지할 거란 보장은 없지. 하지만 확실한 건... 네가 살아있는 한 그 회사가 내 몫이 될 수는 없다는 거야. 그리고 어차피 사람들도 내가 널 죽였다곤 상상도 못할걸. 여기서 물고기밥이 되어서 시체도 못 찾을 텐데. 안 그래?”“너... 신수야, 너 어떻게 그런 짓을.”바닥에 쓰러져있던 추연이 소리쳤다.“아무리 미워도 우린 피를 나눈 가족이야. 어떻게 가족한테 이런 짓을 해... 넌 죄책감 같은 것도 없어?”“죄책감?”한발 앞으로 다가간 추연이 일그러진 얼굴로 물었다.“죄책감 그게 밥 먹여줘? 돈만 가질 수 있으면 난 뭐든 할 수 있어.”말을 마친 추신수는 추연의 배를 거칠게 걷어찼다.“이모!”“왜 그런 눈으로 봐?”추신수가 증오로 번뜩이는 눈빛의 조연아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배 위야. 동해일 가능성이 크고.”망망대해라 어디가 어딘지 알 순 없었지만 임천시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동해라 그렇게 추측한 것이었다.“신수가... 신수가 벌인 짓이야. 네 얼굴 직접 보고 사과하려고 했는데 거기서 추신수 그 자식을 만났어. 그리곤 바로 쓰러졌고.”피 묻은 추연의 옷을 바라보던 조연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이모, 자세한 설명은 안전해지면 그때 해주세요. 지금은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해요.”‘추신수 그 미친 자식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몰라. 구조정... 이 정도 규모의 배라면 구조 보트 같은 건 있을 거야. 그걸 타고 여기서 벗어나야 해.’하지만 추연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연아야. 난 신경쓰지 말고 너 먼저 가... 이모는 도저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괜히 따라나서봤자 너한테 짐만 될 거야.”“이모...”“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얼른 가. 이러다간 우리 둘 다 꼼짝 못하고 여기서 죽는 거야.”어느새 추연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려왔다.“아니요.”하지만 조연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저 이모 버리고 못 가요.”“어차피 신수 타깃은 내가 아니라 너야. 당장 나한테 무슨 짓을 하진 못할 텐까 너라도 일단... 일단 도망쳐. 그리고 사람들이랑 다시 와서... 날 구해줘.”출혈이 너무 심해서인지 어느새 힘이 빠진 추연은 자꾸만 의식이 흐릿해져만 갔다.“그러니까 어서 가.”그리고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추연은 조연아의 손을 뿌리쳤다.“얼른 가. 얼른!”“그럼... 저 올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해요. 알겠죠?”조연아가 입술을 깨어물었다.추연 말대로 지금은 쓸데없는 고집이나 부릴 때가 아니었다.어떻게든 누구라도 도망쳐 사람들을 불러오는 것, 그게 두 사람 모두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마음을 독하게 먹고 갑판으로 나선 조연아는 한쪽에서 구조 요트를 발견했다.‘저기 있다.’그런 그녀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차가운 총구가 그녀의 뒤통수를 겨누었다.“하, 내가 정말
꽤 규칙적인 흔들림 속에서 조연아는 부스스 눈을 떴다.머리는 지끈거리고 사지에 힘은 풀린 와중에 피 냄새까지 풍겨왔다.칠흑같은 어둠속 나무판 사이 틈으로 흘러드는 빛 한줄기 덕에 조연아는 본인이 어디 있는지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여긴 배...잖아?’조연아는 정신을 잃기 전 상황을 다시 돌이켜보았다.‘이모가 쓰러져있는 걸 발견하고 나서 나도 공격받았어. 아, 이모... 이모는 어디 계시지?’조연아가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잡동사니로 가득 들어찬 방에는 그녀 한 사람뿐이었다.그렇게 한참을 더 주위를 둘러보던 조연아는 구석에서 날카로운 철편 하나를 발견했다.어두운 이 공간에서 밧줄을 자를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도구.힘겹게 꿈틀거리며 조금씩 이동하던 그때, 바깥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헉, 뭐지?’당황한 조연아는 바로 그 자리에 누운 채 아지 깨어나지 않은 척 눈을 질끈 감았다.역시나 다음 순간, 문이 열리고...조연아가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는 걸 확인한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 여자 상당히 발칙한 X이라니까 조심해. 그리고 이 여자 이모는 옆방에 있으니까 종종 들여다보고. 어촌에서 잡아온 여자들이랑 노닥거리지 말고.”“참나. 형님, 저도 사내입니다. 저딴 여자 두 명 상대 못할까 봐요. 걱정하지 마십시오.”그럼에도 “형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당부를 이어갔다.“저 여자가 누군지 알아? 스타엔터 조연아 대표라고. 보통 여자가 아니야.”“대표면 뭐요. 결국 힘없고 약한 여자 아닙니까. 게다가... 얼굴에 몸매도 반반한 것이... 한 번 건드려보고 싶은데요?”“어허. 너만 그러고 싶은 줄 알아? 나도 사실은... 엘리트 여자랑 해보는 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거든.”역겨운 주제에 배멀미까지 더해져 순간 밀려오는 구역질을 조연아는 억지로 참아냈다.잠시 후, 남자들이 방을 나서자 다시 번쩍 눈을 뜬 조연아는 꿈틀거리며 철조각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으윽...”겨우 철조각에 손이 닿아 손발을 묶은 밧줄을 풀어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