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율은 말을 뱉고 나서 조연아의 눈치를 봤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설마 그런 미친 짓을 했겠어? 언니랑 만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두 회사 친목 행사를 연다고? 너무 공들여야 할 것 같은데?”이준국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조하율의 옷자락을 세게 잡아당겼고, 그녀는 목이 타는 듯 사이다를 벌컥벌컥 마셨다.이준국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모노 영상 쪽에서 직접 제안한 건데 우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성의가 없을 것 같아. 그쪽에서도 체면이 서지 않을 것 같고. 나중에 직원들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게 되면 업무에도 지장이 될 것 같은데…… 아마 이 점을 생각해서 행정 쪽에서도 승낙하고 보고서를 올린 것 같아.”물론 든든한 협력 관계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모노 영상 쪽의 체면이 구겨진다면 번거로운 일이 많을 게 뻔했다. 친목 행사를 거절하면서까지 그런 부담을 안을 필요는 더 없었다.“그래. 그럼 그렇게 해.”조연아의 흔쾌한 승낙에 이준국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약간 놀라면서 되물었다.“이렇게 빨리 오케이라고?”조연아는 아주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그럼. 일리가 있어. 모노 영상 쪽에서 제기한 건데 어떤 이유든 우리가 거절할 순 없어. 하물며 이번 행사는 두 회사의 협력 관계를 더 깊게 할 기회일지도 몰라. 그럼 더더욱 거절할 필요 없잖아?”조연아는 공적인 일에 대해서는 확실히 사적인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어느 회사에서 행사에 사장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고 규정했나? 스케줄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하는 일도 허다하지. 민지훈, 날 바보로 아는 거야?’조연아는 여기까지 생각하고는 희미하게 웃었다.조하율은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언니는 보스다워. 나 같으면 협력은커녕 머리를 때려 박았을걸?”조하율은 주먹을 꽉 쥐며 험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그녀의 모습에 위화감이 느껴진 나머지 조연아는 키드득 웃어댔다.“그래서, 네 전남친은 누군데?”조연아가 조하율의 과거 얘기를 꺼내자, 이준국은
“사실 별거 아니야. 어렸을 때 연극하면서 연애 딱 한 번 해본 적 있었어. 한 3, 5개월 정도 사귀었나? 그리고 데뷔하고 나선 연애는 못했어. 남자 배우들이랑은 뭐... 작품 홍보 때문에 케미네 뭐네 기사를 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야. 사적으론 연락도 안 해.”“그러니까 이진혁, 호신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다... 이 말이야?”조하율의 대답에 이준국은 큰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입이 귓가에 걸린 모습이었다.“그럼.”조하율이 고개를 끄덕였다.“진혁 오빠야 워냑 후배 잘 챙겨주기로 유명하니까 좀 친하긴 해도 어디까지나 동료야. 기자들은 어떻게든 엮으려고 드는 것 같긴 하지만. 뭐 워낙 작품같이 하다 서로 눈 맞는 경우도 많고.”“그럼 넌...”이준국의 얼굴이 다시 긴장감으로 살짝 굳었다.‘뭐야. 내가 지금 두 사람 사이에 껴서 뭐 하는 거지?’조연아는 괜히 머쓱한 마음에 주위만 둘러보았다.“아니. 배우한테는 촬영장이 직장이나 마찬가지잖아? 직장에선 연애만 해야지.”“그럼. 그럼.”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이준국이 조하율을 향해 엄지를 내밀었다.“넌 진짜 프로인 것 같아.”“풉.”“왜 웃어?”참다 못한 조연아가 웃음을 터트리자 조하율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니, 그냥... 두 사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무... 무슨 소리야. 크흠.”조연아의 말에 괜히 얼굴을 붉히는 두 사람이었다.저녁 8, 9시쯤, 화기애애한 식사가 끝나고 조연아가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저녁 11시였다.“언니, 일찍 쉬어.”조하율이 그녀를 향해 손을 저었다.“응.”고개를 끄덕인 조연아가 차 안에 앉아있는 이준국을 향해 분부했다.“내 동생 집까지 잘 데려다줘요. 기자들한테 사진 안 찍히게 조심하고요.”“아이고, 대표님. 걱정마십시오!”그렇게 서있던 조연아는 차가 안 보일 때쯤에야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겼다.그런데...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카드키를 찾은 조연아가 고개를 든 순간.복도에 쓰러진 추연을 발견한 조연아의 눈이
이때 조하율이 조금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오빠, 우리 파파라치들한테 찍힌 것 같아.”“응. 아까 코너 돌 때 나도 눈치챘어. 저 차 아까부터 우리만 따라오고 있거든.”“대충 누구인지 알 것 같아. 그 바닥에서도 끈질기기로 유명한 자식들이야. 우리 사람들 많은 나이트캐슬로 가자. 거긴 워낙 사람이 많잖아. 그럼 따돌리기 더 편할 거야.”“응.”“그래.”고개를 끄덕인 이준국은 방금 전 속도 그대로 나이트캐슬 쪽으로 향했다.어려서부터 임천시에서 자라온 하율이 작은 갓길로 이준국을 안내했다.“오빠, 오른쪽. 그리고 왼쪽. 다음 골목에서 좌회전.”끼익.“으악.”빠른 좌회전으로 떨어진 무언가가 하율의 허벅지를 가격했다.“뭐야?”정신을 차린 조하율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뭐야. 언니 휴대폰이잖아?’“오빠. 언니가 휴대폰을 두고 내린 것 같아. 휴대폰 없으면 많이 불편할 텐데... 언니는 비즈니스적으로 오는 연락도 많을 테고...”어느새 파파라치들을 따돌린 이준국이 힐끗 고개를 돌렸다.“일단 너부터 데려다주고 대표님한테 전해 드릴게.”“아니. 일단 언니한테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아까부터 계속 진동이 울리는데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아. 어차피 나 내일 스케줄 없어서 좀 늦게 들어가도 괜찮아.”“그래. 그럼 네 말대로 하자.”고개를 끄덕인 이준국은 조연아의 빌라로 핸들을 틀었다.약 20분 뒤.“지율아, 같이 올라가자.”차를 세운 이준국이 뒷좌석에 앉은 조하율을 향해 말했다.“파파라치들... 따돌리긴 했다지만 또 불쑥 나타날 수도 있잖아. 이렇게 어두운 아파트 단지에 너 혼자 두고 올라가는 거 마음에 걸려서 그래.”“그래.”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카드키와 핸드백을 발견한 이준국과 조하율의 표정이 동시에 어두워졌다.“뭐... 뭐야.”조하율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우리 언니 물건이잖아.”바닥에 떨어진 소지품을 확인하던 조하율은 바로 핏자국을 발견했다.“오빠, 피... 피야.”그녀의 떨리는
“오빠, 우리 이제 어떡해야 하지?”당황한 조하율은 그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납치인 건가? 누가? 누가 도대체 언니를... 왜 납치한 거지? 뭘 노리고? 돈?”“일단 진정해.”이준국이 조하율의 어깨를 부여잡았다.“이런 상황에서 대표님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그분뿐이야.”“그분?”눈이 커다래진 조하율이 의아한 눈으로 만두를 바라보았다. 그분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이에 이준국은 말없이 조하율의 손을 잡고 임천산 별장으로 향했다.“안녕하세요. 늦은 시간 무슨 일로 방문하신 거죠? 대표님과 예약은 하셨습니까?”경호원이 형식적으로 물었다.“예약은... 하지 않았습니다. 전 스타엔터 조연아 대표님 수행 비서입니다. 민지훈 대표님을 꼭 만나뵙고 드려야 할 말씀이 있습니다.”명함을 건넨 이준국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명함을 받아든 보디가드는 이준국과 명함을 번갈아 바라보다 결국 문을 열어주었다.“대표님, 스타엔터 조연아 대표님 수행비서란 분이 급하게 대표님을 만나뵙고 싶어 하는데요.”“뭐요?”박 집사의 말에 민지훈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들어오라고 하세요.”그리고 다음 순간, 서재 문을 부술 듯한 기세로 들어온 이준국이 소리쳤다.“대표님. 저희 대표님께서 사고를 당하신 것 같습니다.”그의 말에 민지훈이 잡고 있던 만년필 촉이 뚝 하고 부러졌다.깜짝 놀란 건 옆에 서 있던 박 집사 역시 마찬가지였다.“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죠?”최대한 침착한 척 물어보았지만 눈동자에 스치는 당황스러움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대표님, 제발... 저희 언니 좀 구해 주세요. 복도에 피도 떨어져있었어요. 저희 언니 피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다친 걸까요?”자초지종 설명이 끝나고 털썩 주저앉은 조하율이 주저없이 애원했다.“알아요. 이렇게 두 사람 이미 이혼했고 이렇게 갑자기 찾아뵙는 거 굉장히 실례라는 거요. 그런데... 이 임천시에서 언니를 찾을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전 형부이신 민 대표님
조하율을 부축해 일으킨 이준국 역시 민지훈의 뒷모습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제가 도와드릴 만한 건 없을까요?”“내 여자의 동생... 맞죠?”민지훈이 조하율을 힐끗 바라보았다.“잘 케어해 줘요.”“네? 아...”잠깐 흠칫하던 이준국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처제분은 제가 잘 보살펴드리겠습니다.”만두 일행이 민지훈을 찾아간 건 어찌 보면 최고의 선택이었다. 단 10분만에 빌라 CCTV 영상을 획득한 민지훈은 범인이 발칙하게도 조연아의 차를 운전한 채 유유히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간 것을 발견했다.“저 사람 누구죠? 굉장히 눈에 익은데요.”지하주차장 영상을 계속하여 반복 재생하던 오민이 중얼거렸다.“추신수... 그 자식인 것 같습니다.”민지훈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아. 이 체형 딱 봐도 추신수 맞네요. 이 자식... 이젠 하다하다 빌라로 쳐들어가서 납치까지.”“추적하세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죽여도 됩니다.”차가운 눈빛을 내뿜던 민지훈의 눈동자에 깊은 심연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알겠습니다.”다음 날 새벽쯤, 오민이 보낸 경호원 일행은 동해 바다에서 버려진 조연아의 차량을 발견했다.“대표님, 차량을 버리고 도망친 것 같습니다. CCTV 사각지대라 그 뒤로 어디로 갔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단서가 끊어진 것 같은데 어떡하죠?”밤새 눈 한 번 감지 못한 민지훈은 생각보다 부정적인 소식에 표정이 더 굳어버렸다.‘감히... 내 여자한테 손을 대?’이미 마음속은 지옥이었다. 더 앉아있다간 정말 미칠 것만 같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어디 가십니까?”그런 그의 뒤를 바싹 쫓으며 오민이 물었다.“동해로 갈 겁니다.”“어쩌면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바닷가에 차만 버려놓고 다른 곳으로 갔을지도...”“차까지 버리고 인질 두 명과 함께 갈 수 있는 데가 있을까요?”“그럼 대표님 말씀은... 그 자식이 두 사람을 데리고 배라도 탔다는 겁니까? 추신수 그 자식... 도대체 원하는 게 뭘까요? 도박꾼들이야 뭐 가장 원하
꽤 규칙적인 흔들림 속에서 조연아는 부스스 눈을 떴다.머리는 지끈거리고 사지에 힘은 풀린 와중에 피 냄새까지 풍겨왔다.칠흑같은 어둠속 나무판 사이 틈으로 흘러드는 빛 한줄기 덕에 조연아는 본인이 어디 있는지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여긴 배...잖아?’조연아는 정신을 잃기 전 상황을 다시 돌이켜보았다.‘이모가 쓰러져있는 걸 발견하고 나서 나도 공격받았어. 아, 이모... 이모는 어디 계시지?’조연아가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잡동사니로 가득 들어찬 방에는 그녀 한 사람뿐이었다.그렇게 한참을 더 주위를 둘러보던 조연아는 구석에서 날카로운 철편 하나를 발견했다.어두운 이 공간에서 밧줄을 자를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도구.힘겹게 꿈틀거리며 조금씩 이동하던 그때, 바깥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헉, 뭐지?’당황한 조연아는 바로 그 자리에 누운 채 아지 깨어나지 않은 척 눈을 질끈 감았다.역시나 다음 순간, 문이 열리고...조연아가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는 걸 확인한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 여자 상당히 발칙한 X이라니까 조심해. 그리고 이 여자 이모는 옆방에 있으니까 종종 들여다보고. 어촌에서 잡아온 여자들이랑 노닥거리지 말고.”“참나. 형님, 저도 사내입니다. 저딴 여자 두 명 상대 못할까 봐요. 걱정하지 마십시오.”그럼에도 “형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당부를 이어갔다.“저 여자가 누군지 알아? 스타엔터 조연아 대표라고. 보통 여자가 아니야.”“대표면 뭐요. 결국 힘없고 약한 여자 아닙니까. 게다가... 얼굴에 몸매도 반반한 것이... 한 번 건드려보고 싶은데요?”“어허. 너만 그러고 싶은 줄 알아? 나도 사실은... 엘리트 여자랑 해보는 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거든.”역겨운 주제에 배멀미까지 더해져 순간 밀려오는 구역질을 조연아는 억지로 참아냈다.잠시 후, 남자들이 방을 나서자 다시 번쩍 눈을 뜬 조연아는 꿈틀거리며 철조각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으윽...”겨우 철조각에 손이 닿아 손발을 묶은 밧줄을 풀어낸
“배 위야. 동해일 가능성이 크고.”망망대해라 어디가 어딘지 알 순 없었지만 임천시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동해라 그렇게 추측한 것이었다.“신수가... 신수가 벌인 짓이야. 네 얼굴 직접 보고 사과하려고 했는데 거기서 추신수 그 자식을 만났어. 그리곤 바로 쓰러졌고.”피 묻은 추연의 옷을 바라보던 조연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이모, 자세한 설명은 안전해지면 그때 해주세요. 지금은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해요.”‘추신수 그 미친 자식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몰라. 구조정... 이 정도 규모의 배라면 구조 보트 같은 건 있을 거야. 그걸 타고 여기서 벗어나야 해.’하지만 추연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연아야. 난 신경쓰지 말고 너 먼저 가... 이모는 도저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괜히 따라나서봤자 너한테 짐만 될 거야.”“이모...”“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얼른 가. 이러다간 우리 둘 다 꼼짝 못하고 여기서 죽는 거야.”어느새 추연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려왔다.“아니요.”하지만 조연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저 이모 버리고 못 가요.”“어차피 신수 타깃은 내가 아니라 너야. 당장 나한테 무슨 짓을 하진 못할 텐까 너라도 일단... 일단 도망쳐. 그리고 사람들이랑 다시 와서... 날 구해줘.”출혈이 너무 심해서인지 어느새 힘이 빠진 추연은 자꾸만 의식이 흐릿해져만 갔다.“그러니까 어서 가.”그리고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추연은 조연아의 손을 뿌리쳤다.“얼른 가. 얼른!”“그럼... 저 올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해요. 알겠죠?”조연아가 입술을 깨어물었다.추연 말대로 지금은 쓸데없는 고집이나 부릴 때가 아니었다.어떻게든 누구라도 도망쳐 사람들을 불러오는 것, 그게 두 사람 모두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마음을 독하게 먹고 갑판으로 나선 조연아는 한쪽에서 구조 요트를 발견했다.‘저기 있다.’그런 그녀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차가운 총구가 그녀의 뒤통수를 겨누었다.“하, 내가 정말
정신을 잃기 일보 직전인 추연의 모습에 조연아가 소리쳤다.“이모, 이모. 정신 좀 차려봐요. 이모.”겨우 눈을 뜬 추연아는 애써 고개를 저었다.털썩.남자들의 손길대로 움직이다 그대로 갑판 위에 쓰러진 추연을 바라보는 조연아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지만 그녀 역시 꿈쩍도 할 수 없는 터라 그저 애타게 소리칠 뿐이었다.“이모! 이모!”그녀의 목소리가 추연에게 닿아 정신을 지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이모랑 사이가 이렇게 좋았어?”한편, 흥미롭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추신수가 피식 웃었다.“너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연이 이모는 너한테도 이모잖아.”“동생아, 내가 그걸 모를까 봐? 내가 가족, 핏줄 그런 데 얽매이는 사람처럼 보여? 그럴 거면 애초에 납치도 하지 않았어. 너희 두 사람 오늘 절대 살아서 여기서 못 벗어날 거니까 쓸데없는 기대 따위 하지 마.”추신수가 음침한 미소에 순간 소름이 돋는 조연아였다.“너... 진짜 미쳤구나? 왜? 나랑 이모 다 죽이고 스타엔터 네가 차지하려고?”“그래. 네 말이 맞아.”그 와중에 여유롭게 총구를 닦던 추신수가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널 죽인다고 해서 내가 스타엔터를 차지할 거란 보장은 없지. 하지만 확실한 건... 네가 살아있는 한 그 회사가 내 몫이 될 수는 없다는 거야. 그리고 어차피 사람들도 내가 널 죽였다곤 상상도 못할걸. 여기서 물고기밥이 되어서 시체도 못 찾을 텐데. 안 그래?”“너... 신수야, 너 어떻게 그런 짓을.”바닥에 쓰러져있던 추연이 소리쳤다.“아무리 미워도 우린 피를 나눈 가족이야. 어떻게 가족한테 이런 짓을 해... 넌 죄책감 같은 것도 없어?”“죄책감?”한발 앞으로 다가간 추연이 일그러진 얼굴로 물었다.“죄책감 그게 밥 먹여줘? 돈만 가질 수 있으면 난 뭐든 할 수 있어.”말을 마친 추신수는 추연의 배를 거칠게 걷어찼다.“이모!”“왜 그런 눈으로 봐?”추신수가 증오로 번뜩이는 눈빛의 조연아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