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이번은 처음 있는 일이니까 그냥 넘어 갈게요. 다음부터는 조심해주세요.”“사장님, 감사합니다.”이어서 비서 실장은 그녀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향했다.“실장님, 저희 어머니께서는 어떤 분이셨나요?” 조연아가 물었다.“그게…사장님께서는 정말 밝고 강한 분이셨어요…항상 회사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분이셨죠.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사시던 분이셨어요…그런 강하신 분이 우울증을 앓고 계셨다니…정말 말도 안 돼요…심지어, 저는 사장님의 옆에서 10년동안 함께 일하면서, 단 한번도 사장님께서 관련 약물을 드시고 계시던 걸 본 적이 없어요…”비서 실장이 말했다.관련 증상도 없었고, 관련 약물을 먹은 적도 없는 그녀가 도대체 왜 자살을 했을까? 그리고, 강인한 그녀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니…이건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만 돌아가보셔도 돼요.”조연아가 말했다.“네…알겠습니다…혹시라도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비서 실장이 말했다.“네, 그러도록 할게요. 감사해요.” 조연아는 비서 실장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조연아는 사무실로 돌아온 후, 곧바로 고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연아야, 무슨 일이야?” 고주혁이 물었다.“오빠, 다름이 아니라 부탁할 일이 생겼어. 회사 쪽에서 추신수씨에게 곧 소장을 보낼거야.”조연아가 말했다.“추신수? 내 사촌형 말하는 거야?” 고주혁이 물었다.“응. 맞아.” 조연아가 대답하였다.“어…대체 무슨 일이야? 그때 형은 이미 너한테 회사 지분의 3분의 2를 주식과 함께 돌려주지 않았어? 또 무슨 문제라도 생긴거야?” 고주혁이 물었다.“지석 삼촌이 회사 장부에서 문제를 하나 발견했어. 아무래도 그 당시에 추신수 씨 부자가 회사 돈을 횡령한 것 같아.” 조연아가 말했다.“그렇구나…형이 또 그런 짓을 저질렀다니…내가 대신해서 사과할게.”“관련 서류를 보내주면, 내가 책임지고 맡아서 해결할게.” 고주혁이 말했다.“고마워, 오빠.
하율의 허약한 목소리에 조연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지금 어디야?”“그... 그게...”수화기 저편의 소음에 하율의 목소리가 그대로 묻혀버렸다.“하율아, 너 지금 어디냐고? 지금 내 목소리 들려?”하지만 그 뒤로 조연아가 아무리 하율의 이름을 불러봐도 그녀는 묵묵부답이었다.마음이 조급해진 조연아는 통화를 끊지 않은 채 부랴부랴 사무실을 나섰다.“대표님,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십니까?”만두가 다급하게 그녀의 뒤를 따라나섰다.“하율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뭐라고요?”만두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저랑 같이 가시죠. 운전은 제가 하겠습니다.”여전히 응답없는 통화 화면을 바라보던 조연아가 입을 열었다.“하율아, 걱정하지 마. 언니가... 언니가 얼른 갈게.”이 목소리가 하율에게 닿길 바라고 또 바라며.이때 수화기 저편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혹시 조하율 씨 가족 되십니까?”“네! 제가 언니에요.”드디어 목소리가 들리자 조연아가 다급하게 대답했다.“경찰입니다. 조하율 씨와 어머니분이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지금 임천병원으로 이송됐으니 어서 가보세요.”“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교통사고?’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인 것 같았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초조하기만 하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병원으로 가죠.”잠시 후, 병원.수술실 앞을 초조하게 지키는 매니저 김재준을 발견한 조연아가 부랴부랴 달려갔다.“하율이... 어떻게 됐어요?”한편, 다급한 와중에도 갑자기 나타난 조연아의 존재가 꽤 당황스러웠는지 김재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조, 조연아 대표님? 대표님께서 여긴 어떻게... 저도 방금 전에 도착한 거라 무슨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그와 동시에 수술실 문이 열렸다.“조하율 환자 보호자분 계십니까?”“저요. 제가 조하율 환자 언니입니다.”그녀의 대답에 김재준의 눈은 더 커다래졌다.“조하율 환자 수술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오른쪽 팔이 골절되었고 왼쪽
웃는 모습만 비슷한 줄 알았더니 힘든 일이 있으면 혼자 떠안으려는 성격마저 닮았다는 말에 조연아의 가슴 한구석이 시큰해졌다.‘그런 건 닮지 말지...’“대표님, 솔직히 지금 하율이 상황이 좋지 않아요. 대중들이 볼 때에야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노예계약에 거의 회사를 혼자 먹여살리는 소녀 가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소처럼 일하면 뭐 합니까. 아마 정산도 제대로 못 받았을걸요?”"하긴 하율이 회사는 조하율이라는 연예인 한 명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린 엔터회사니까."“회사 쪽에서도 돈 벌어오라 닦달만 할 뿐 뭐 딱히 하는 것도 없습니다. 다행히 하율이 연기력을 좋게 봐준 제작자들이 꾸준히 좋은 대본을 보내주고 있긴 합니다만... 이러다간 하율이 몸이 버텨나지 못할 겁니다.”“그런데 왜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말없이 걷기만 하던 조연아가 우뚝 멈춰섰다.“솔직히 매니저님은 회사 소속 아닌가요? 하율이야 계약 끝나면 더 좋은 회사로 옮기면 그만이지만 매니저님은 아니잖아요. 회사 편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글쎄요... 하율이 좋은 아이라는 거 아시잖아요. 언제부터인가 하율이가 친여동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나 봐요. 하율이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길 바랐지만 제 능력이 부족해 항상 답답했었습니다. 그런데 언니분이 스타엔터 대표라니. 하율이도 참 바보라니까요. 남들은 돈 주고도 못 사는 조건을 이용할 줄도 모르고...”김재준의 진심어린 말에 조연아가 싱긋 웃었다.“하율이가 회사 복은 없어도 매니저 복은 확실하네요.”“아닙니다.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김재준이 고개를 저었다.“사고 나고 하율이가 가장 먼저 전화를 건 사람이 대표님이라면서요. 말은 안 해도... 언니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이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조연아가 말없이 병실 문을 열었다.“언니...”초췌한 얼굴로 그녀를 부르는 하율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안쓰러움이 밀려들었다.“괜찮아. 많이 다친 거 아니래.”“엄마는요? 엄마는 괜찮대요?
“일단 무사하다고 SNS부터 올려야겠네. 그리고 병원 앞에 모인 팬들한테는 간식이라도 사주고 얼른 집으로 돌려보내 줘. 나 괜찮다는 소식도 전해 주고.”“응, 그건 오빠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몸 회복에만 신경 써.”“고마워, 오빠.”“그럼 언니랑 얘기 나눠. 난 상처 받은 팬들 마음 좀 보듬고 올 테니까.”김재준이 병실을 나서자 조연아가 물었다.“갑자기 교통사고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그게...”조하율이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엄마랑 같이 집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골목길에서 갑자기 차 한 대가 튀어나왔어. 뭐 피하고 어쩔 새도 없이 바로 전복됐어. 골목길에서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다니... 왠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기습을 한 것 같달까... 뭐 안티팬의 복수 그런 건가?”다시 생각해도 아찔한지 조하율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사고낸 사람 얼굴은 확인했어?”“아니.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워낙 정신이 없어서...”그녀의 대답에 조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한여름에 차 안에서 마스크? 뭔가 수상한데...’“하율아! 하율아!”이때 병실문이 벌컥 열리고 조학찬이 비틀거리며 들어왔다.“하율아, 교통사고라니. 이게 다 무슨 일이래?”“아빠, 저 괜찮아요. 엄마는요? 엄마는 보고 오셨어요?”“응, 엄마도 괜찮아. 네가 무사하다니 다행이다... 다행이야... 우리 가족 다 무사해서 다행이야...”넋이 나간 얼굴로 다행이라는 말만 중얼거리는 조학찬을 바라보고 있던 조연아가 살짝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가족?’어느 순간부터 조학찬을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았던 그녀지만 왠지 그녀 혼자만 외부인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조연아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려던 그때.조학찬이 그녀를 불러세웠다.“너지! 네가 낸 사고 아니야? 장미가 풀려났다는 게 고까워서 사고라도 내려던 거 아니냐고! 너... 어떻게 이런 짓까지...”일그러진 얼굴로 다짜고짜 그녀를 범인으로 모는 조학찬을 보고 있자니 방금 전 느꼈던 소외감이 부질없게 느껴
“대, 대표님.”“만두 오빠도 왔네요!”만두를 발견한 조하율이 활짝 웃었다.“아, 입원하면 필요할 게 많을 것 같아서... 좀 챙겨왔습니다. 먹을 것도 좀.”그 달콤한 미소에 얼굴을 붉히던 만두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진짜요?”쇼핑백을 받아든 만두가 눈을 반짝였다.“제가 제일 좋아하는 레스토랑에서 포장해 오셨네요. 고마워요.”“아,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말을 할 수록 얼굴이 빨개지는 만두를 바라보던 조연아가 풉 웃음을 터트렸다.‘덩치는 산만해서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꼭 사춘기 남학생 같네.’조하율도 의식을 회복했겠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그녀가 돌아서던 그때, 조학찬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연아야, 미안하다. 그게, 아까는 아빠가...”“사과하지 마세요. 뭐, 어차피 익숙한 일인걸요.”“연, 연아야...”전혀 상처받지 않은 듯한 딸의 의연한 모습에 조학찬은 그저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조연아가 병실을 나서고 곧바로 그 뒤를 따른 만두가 그녀를 불렀다.“대표님.”“만두 씨는 여기서 남아서 하율이 곁에 있어줘요.”“네? 제가요?”만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 사고... 우연히 난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 하율이 만두 씨가 지켜줘요.”조연아의 설명에 만두가 미간을 찌푸렸다.“대표님께서는 누군가 일부러 사고를 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아직은 추측일 뿐이에요. 만두 씨는 간호사로 일했던 경험도 있고 덩치도 좋으니까 이번 일에 제 격일 것 같아서요.”“알겠습니다.”만두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이 있어도 하율 씨 지켜내겠습니다.”자신만만한 그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던 조연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병실을 돌아보았다.‘제발... 그저 내 기우이길...’“하율아, 많이 먹어. 많이 먹어야 빨리 낫지.”한편, 병실.조학찬이 만두가 포장해 온 음식을 조하율의 입에 떠넣어주고 있다.“아빠, 전 괜찮으니까 엄마한테 가보세요.”“너, 뭐 몸매 관리한답시고 이렇게
천천히 발걸음을 늦춘 조연아는 옆에 주차된 차량 사이드미러로 뒷쪽을 살폈다.검은색 모자, 검은색 마스크.딱 봐도 수상한 차림의 남자가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어딘가 눈에 익은데. 누구지?’불안감에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하고 조연아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걸음을 옮겼다.그리고 코너를 도는 순간, 하이힐을 다른 쪽으로 벗어던진 조연아는 주차장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역시나 남자는 다른쪽으로 달려가고 그 틈에 조연아는 빠르게 차를 세워둔 차를 향해 맨발로 달려갔다.‘어서...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하지만 그녀가 차문을 열려던 순간.탕!귀청이 찢어질 듯한 총소리와 함께 급박한 발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입술을 깨문 채 그녀를 향해 돌진하는 남자를 바라보던 조연아는 차를 방패막 삼아 날카로운 총알을 막아냈다.‘상대는 총을 가지고 있어. 어쩌지... 어떻게 하지...’급박한 와중, 조연아는 운전석 문을 일부러 크게 연 뒤 미친 듯이 뒤편ㅇ르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저 앞이 바로 관리실이야. 경비원한테 이 사실을 알려야 해.’한편, 총을 든 채 차문을 벌컥 연 남자는 텅 빈 차안을 발견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젠장.”주차장 주위를 둘러보던 그가 말을 이어갔다.“이 건방진 계집애가 날 가지고 놀아? 좋아. 숨바꼭질을 하시겠다? 그래, 한번 도망쳐 봐.”하지만, 불이 켜져있는 관리실을 향해 달려가던 조연아는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유리창에 가득 묻은 피와 의자에 앉은 채 꿈쩍도 하지 않는 경비원을 발견한 조연아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비명소리를 삼켜냈다.‘그래. 아까 총소리를 듣고도 경비원이 달려오지 않았을 때 진작 눈치채야 했어야 했는데...’깊은 한숨을 내쉰 조연아는 일단 급한 대로 경비실 뒤편에 몸을 숨겼다.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휴대폰을 꺼낸 조연아는 이미 수십통의 부재중전화가 와있음을 발견했다.바로 그때, 또다시 전화가 걸려오고...오래전 지웠지만 익숙한 번호에 조연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민지훈...’하
“조연아, 네가 여기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괜히 힘 빼지 말고 나와. 넌 오늘 무조건 죽을 테니까.”남자의 목소리가 텅 빈 주차장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그 소리에 조연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추준?’방금 전 어딘가 눈에 익은 그 남자가 그녀의 사촌오빠 추준일 줄이야.충격에 몸이 덜덜덜 떨리는 와중에도 조연아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을 꽉 틀어막았다.한편, 추준은 지하주차장을 이리저리 누비며 혼잣말을 이어갔다.“조연아, 내 자랑스러운 사촌동생. 이쁘고 똑똑한 내 동생. 널 죽이려니까 이 오빠도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그런데 어떡해. 너 때문에 내가 백억이 넘는 빚을 지게 생겼는데. 게다가 날 상대로 소송? 하, 널 죽이고 내가 스타엔터 대표가 될 거야. 그럼 빚도 갚을 수 있겠지.”깊은 숨을 들이쉬던 추준의 눈동자가 살기로 번뜩였다.“그래. 넌 어려서부터 재수가 없었어. 뭐라도 된 것처럼 고고한 그 눈빛이 얼마나 역겨웠는 줄 알아? 너도, 네 엄마처럼 재수가 없어서 그렇게 빨리 뒤지는 거야.”추준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소송 소식을 입수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위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초조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던 조연아의 시야에 스위치가 눈에 들어왔다.천천히 몸을 옮긴 조연아가 스위치를 내리고...탁 하는 소리와 함께 지하주차장은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에 빠졌다.‘지금이야.’추준이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은 지금이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한 조연아는 빠르게 출구를 향해 달려갔다.한편, 그녀의 발걸음 소리를 들은 추준은 어둠 속에서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탕! 탕!“꺄악!”죽음의 공포에 참았던 비명소리가 결국 터져 나오던 그때, 누군가 그녀의 팔목을 홱 잡아당겼다.그리고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따뜻한 입술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익숙한 향기에 휘둥그레진 그녀의 시야에 어렴풋이 민지훈의 모습이 들어왔다.우습게도 그의 존재만으로 공포로 경직되어 있던 몸에 힘이 풀렸다.“이제 괜찮아.”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이제 곧 오민이 경호원들과 함께 도착할 것이다.그 사이에 시간을 벌려면 추준을 유인해야 할터, 민지훈은 기꺼이 자신을 미끼로 사용하기로 다짐했다.하지만 두 손으로 그의 팔을 꼭 잡은 조연아가 고개를 저었다.“안돼... 너무 위험해. 저 자식 총까지 가지고 있다고.”두려움으로 떨리는 그녀의 손을 바라보던 민지훈은 어이없게도 미소가 흘러나왔다.‘그래도... 내가 걱정되긴 하나 보지?’“괜찮으니까 얼른 놔.”아무렇지 않은 척 얘기해도 민지훈을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의 위협이라는 걸 알고 있는 조연아는 눈물 섞인 눈동자로 고개를 저었다.“민지...”하지만 애써 그녀의 손을 뿌리친 민지훈은 단호하게 문을 닫아버렸다.새카만 통제실, 조연아는 좁디좁은 문틈 사이로 멀어져가는 민지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울지 마... 지금 울면 민지훈의 노력이 전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거야.’조연아는 아직 민지훈의 체온이 남아있는 손으로 다시 입을 틀어막았다.바로 그때.타다닥.민지훈의 인기척에 이끌린 추준이 어느새 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안돼.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 추준이 죽이려는 건 나야.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다치는 건 죽어도 싫어.’뭔가 결심한 듯 입술을 굳게 깨문 조연아는 휴대폰으로 차량의 위치를 확인했다.발걸음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걸 확인한 조연아는 허리를 숙인 채 빠르게 차가 주차된 방향으로 달려갔다.“후우.”놀라운 직감으로 단번에 차에 탄 조연아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시동 버튼으로 향하는 조연아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여기서 시동을 거는 순간, 그녀의 위치가 바로 노출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더는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부르릉.차에 시동을 건 조연아는 있는 힘껏 엑셀을 밟았다.지하주차장을 질주하던 조연아의 시야에 드디어 민지훈의 모습이 들어오고...조수석 문을 연 조연아가 그를 향해 외쳤다.“어서 타!”탕! 탕!추준의 짧은 욕설과 함께 총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