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합니다만……”은아는 들것에 실려 있는 소강승을 보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재석과 희정은 이 모습을 보고 똑바로 서서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다소 식견이 있어 소씨 집안 가주 소장경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소장경이 이렇게 무릎을 꿇는다고?그들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다른 소씨 집안 사람들도 ‘털썩’ 무릎을 꿇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 뒤쪽에 한 위엄 있어 보이는 남자도 앞으로 나와 ‘탁’ 무릎을 꿇었다. “설 아가씨, 오늘 저 소장경이 소씨 집안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사과하러 왔습니다!”“어제 소강승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당신들을 다치게 했네요. 모두 저희의 잘못입니다!”소장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홍인조도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저 홍인조 역시 어제 일에 대해 사과하러 왔습니다. 아가씨를 잡아갔던 홍철이는 제가 이미 두 손 두 발을 다 부러뜨려놨습니다.”말을 하면서 홍인조가 손을 흔들자 뒤에서 들 것 하나가 더 올라왔다. 지금 소강승과 홍철 두 사람은 난형난제처럼 나란히 들것에 누워있었다. 이때 은아와 유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 두 놈들은 어제 얼마나 날뛰었는지 모른다. 그들은 목적이 아주 뚜렷했다. 그런데 지금 이 두 놈 다 손발이 다 부러져 있었다. 아직 다 싸매지 않아 보기만 해도 끔찍해 보였다. “퍽______”소강승은 턱밑으로 자신을 응시하며 들것을 뒤집었다. 그런 뒤 비틀거리며 입을 열었다.“설 아가씨, 제가 잘못했습니다……”“제가 정말 잘못 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홍철이도 기어가 말했다.“제가 눈이 멀어서 태산을 몰라 보고 두 분께 미움을 샀습니다!”“만약 저를 때려서 화가 풀리신다면 얼마든지 때리셔도 됩니다. 때려서 죽이셔도 괜찮습니다!”이때 설은아 일가는 멍한 표정으로 머리가 텅 비었다. 그들은 어쨌든 소씨 집안이 사과는커녕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두 원흉이 불구가 된 건 그렇다 쳐도 병원에도
은아는 어림짐작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때 차마 입을 열지 않았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나도 뭘 시킨 건 아닌데, 이 사람들이 알아서 절하고 사과 한 거예요.”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제 소장경과 홍인조가 자진해서 사과를 하러 오겠다고 강력하게 말했던 것이다. 하현이 그들에게 오라고 했다면 그들은 벌써 감동을 받고 집에 돌아가 잔치를 벌렸을 것이다. 이때 설은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현, 하 세자를 만날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고맙다고 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어제 너는 돌아오지 못했을 수도 있어.”“그리고 앞으로 일을 할 때는 반드시 결과를 생각해야 돼. 절대 함부로 해서는 안돼.”“이번에는 네가 운이 좋아서 하 세자가 기꺼이 손을 써줬지만, 다음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거야.”은아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하현은 어이가 없었다. 재석은 찬 기운을 내 뿜었다. “은아야, 네 말은 이번에 이 큰 문제를 해결한 게 하 세자가 손을 대서 그랬다는 거야?”희정은 이전과 다름없는 표정을 지었다.“나는 이 폐물이 쓸모없는 놈인 줄 알았어!”“하 세자가 강남의 1인자인데 그가 나섰으니 홍인조와 소씨 집안 사람들이 와서 사과할 만도 하지!”“하현, 너 정말 뻔뻔하다. 방금 네가 해결한 것처럼 굴었잖아!”“만약 은아가 털어놓지 않았으면 우리는 아마 너한테 속았을지도 몰라.”은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빠, 엄마. 그만 해. 나는 하현을 탓할 생각이 아니었어.”“나는 하현이 나중에 미리 생각을 좀 하길 바랬던 거뿐이야!”희정은 불쾌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참지 못하고 은아를 끌어당겨 구석진 곳에 가서 신비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은아야, 너 엄마한테 솔직히 말해봐. 너 하 세자와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야?”“괜찮으니까 엄마한테 말해 봐. 엄마는 네가 바람을 폈다 해도 네 편이야.”은아는 지금 어이없다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은아는 희정이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는 지 알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돌아왔어. 지금 소항에 있는 한 회사의 사장이 됐어!”“해민이는 참 대단하다!”희정은 해민이를 높이 평가하는 기색이었다. “놀러 오라고 해. 남원에 놀러 오면 엄마가 밥 사준다고!”말을 마치고 희정은 흐뭇해하며 떠났다.그녀는 자신이 은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육해민은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육해민은 은아를 설득하는데 성공하기만 하면 된다. 희정은 자신이 앞으로 부귀영화를 못 누릴까 여전히 걱정이 되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희정은 하현이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지 않았다. 떠날 때 그녀는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인사도 하지 않았다. 희정과 재석 두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은아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하현, 이 일은 마음에 담아두지 마. 엄마 성격이야.”하현이 웃으며 말했다.“익숙해.”그는 원래 하 세자의 일을 해명하려고 했지만 방금 은아의 태도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안 될것 같다.이런 상황에서는 설명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 더구나 그는 은아를 명문집안 사람으로 만들 작정이었다. 지금 미리 신분을 드러내는 것도 별로 좋은 일은 아니다.……다음날. 하현은 천일그룹에 도착해 슬기한테 호출을 했다. 슬기는 요 며칠 잠을 못 이뤄 얼굴이 약간 초췌해 보였다. 이때 하현을 보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하 회장님, 소항 쪽 일은 어떻게 처리가 되셨나요?”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엉망진창이야. 지사장 육해민은 인재니까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지 뭐.”“어쨌든 우리 주요한 업무는 강남 쪽에 있고, 소항은 이남 쪽에 있으니 지금 당장 급할 건 없어.”“참, 최근에 무슨 일 있어? 왜 그렇게 안색이 안 좋아?”하현이 관심을 가지고 입을 열었다. 그는 비록 이미 항성 이씨 가문에서 청혼한 일을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슬기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모른다는
블랙 티 레스토랑. 그랜드 하얏트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듣기로 한끼에 몇 천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일반인들은 이 식당을 지나칠 자격도 없었다. 그러니 들어가서 식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이때 슬기와 그 멋진 남자는 함께 블랙 티로 들어갔고 하현은 그 뒤를 이어 인상을 쓰며 빠른 걸음으로 따라 들어갔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하현은 슬기가 홀 한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블랙 티는 오늘 대절된 것이 분명했고, 홀 전체가 황궁처럼 꾸며져 있었다. 슬기 앞 쪽에 멀지 않은 곳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부인이 있었고 중년 몇 명, 젊은 여인 몇 명이 있었다. 그리고 방금 슬기와 함께 온 멋진 남자가 그 노부인에게 인사를 하고는 바로 옆에 섰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슬기에게로 떨어졌는데 일부는 차가운 얼굴이었고, 일부는 비웃는 얼굴이었다. 하현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렇게 보면 이 남자는 분명 슬기의 남자친구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이 상황은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이때 슬기의 사촌 새 언니 주리아가 차갑게 말했다.“이슬기, 괜찮네! 연경 이씨 가문의 할머니가 연경에서부터 먼 길을 오셔서 3번이나 청했는데도 오지 않다니!”“허, 너 지금 강남에 와서 네 날개가 굳은 줄 안 거야? 연경 이씨 집안은 네 안중에도 없어?”그러자 옆에 있던 슬기의 사촌오빠 이안성도 차갑게 말했다.“이슬기! 너 이번에는 바쁘다는 핑계는 대지 마!”“내가 진작 알아봤는데 네가 지금 맡고 있는 천일그룹에 부회장이 한 명 더 생겼다며. 그 사람이야 말로 모든 일을 주관하는 사람이지!”“그런데 너는? 너는 하 세자 곁에 그렇게 오랫동안 있으면서도 결국은 비서일 뿐이잖아!”“당당한 이씨 집안 사람이 다른 사람 비서나 하고 있다니, 그만 둬! 거기다 그렇게 오랫동안 있으면서 직분도 없고! 너 연경 이씨 가문을 연경에서 웃음 거리로 만들려고 그러는 거야?”“이슬기, 너 잊지마! 강남 이씨 가문은 연
계속 입을 열지 않던 슬기가 드디어 고개를 들고 이욱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저 시집 안가요.”이욱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안성이 이때 쏘아 붙이며 말했다. “이슬기, 할머니 앞에서 네가 할 소리야?”“너는 이씨 가문의 방계일 뿐이야. 항성 이가 세자가 너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잖아. 이미 이렇게 운이 좋은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거절을 하는 거야?” 주리아는 차가운 얼굴로 슬기에게 고함을 질렀다. “새 언니, 제 일은 제가 알아서 결정해요. 다른 사람이 말할 게 아니에요.”“퍽!”주리아는 한 발 앞으로 나가더니 슬기의 뺨을 갈기며 노호하며 말했다.“방자한 것! 네가 거역을 해! 설마 할머니 말도 듣지 않으려는 거야?”슬기가 얻어맞는 것을 보고 입구에 서 있던 하현은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이때 하현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식당으로 들어서며 차갑게 말했다. “시집을 안가고 싶으면 안가도 돼! 왜냐면 슬기는 나 하현의 사람이니까!”“믿을 수가 없네. 아직도 강남에서 내 사람을 감히 못살게 구는 사람이 있다니?”슬기는 몸을 약간 떨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 회장님, 가세요. 여기는 회장님이 오실 곳이 아니에요. 연경 이씨 집안은 회장님도 건드릴 수 없어요.”슬기는 연경 이씨 집안이 하현에게 화를 낼까 봐 이 일에 대해 하현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연경 이씨 집안은 대하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로 재력과 권력 모두 비할 바가 안됐다. 하현이 천일그룹의 회장이고 하 세자라고 불린다고 해도 말이다. 슬기가 보기에 그는 여전히 연경 이씨 가문과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현은 슬기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건드릴 수 있냐 없느냐가 중요한가?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은 내 사람이고, 그게 누구든 네가 원치 않는 일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나 하현이 만약 주변 사람조차 지켜내지 못한다면 나는 세자라는 호칭이 어울리지 않아.”“넌
“작은 어머니, 이 일은 회장님과 아무 상관이 없어요. 놔주세요.”이때 슬기는 자기도 모르게 하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입는 것을 원치않았다. 작은 어머니라고 불리는 이 중년 부인의 이름은 이여민으로 이슬기의 계모다.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여민은 그의 명목상 육친이 되었다. 이때 이여민은 사정없이 욕설을 퍼부으며 말했다.“망할 년, 너는 아직도 내가 네 작은 어머니냐?” “왜 내가 네 내연남을 때리니 마음이 아파?”“너는 네 뻔뻔한 아비처럼 염치를 모르고 밖에서 사람들을 훔치고 다니는 구나!”말을 마치고 이여민은 또 하현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소위 세자라는 녀석이 감히 여자 뒤에 숨으려고? 역시 전설의 폐물답다!”하현은 이여민을 깊이 쳐다보고 나서 슬기를 그의 뒷 편에 두고는 속삭이며 말했다.“괜찮아. 이 일은 내가 해결하면 돼.”하현과 슬기 두 사람의 젊은 부부와 같은 모습을 보고 이여민은 화가나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좋아! 너희 이 뻔뻔한 놈들, 우리 앞에서 감히 지껄이다니. 너희들 우리를 죽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지?”주리아는 지금 냉담한 얼굴로 비꼬았다. 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만약 당신들이 이슬기의 가족이 아닌데 이런 식으로 슬기에게 말을 했다면 당신들은 벌써 죽었어.”“허! 다른 재주는 하나도 없으면서 큰 소리 치는 거 하나는 정말 잘 하네! 나는 강남의 3분의 1이나 되는 땅에서 누가 감히 우리 연경 이씨 집안 사람들을 건드릴 수 있는지 한 번 보고 싶네!”“강남의 1인자 이준태도 우리 연경 이씨 집안에서는 중위권에 불과한데 너 소위 세자라는 놈은 뭐 하는 놈이야?”주리아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하현을 보며 빈정거렸다.“그만해.”바로 이때 홀 한복판에 앉아 손에 염주를 들고 있던 이씨 집안 할머니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녀가 한 마디를 내뱉자 억척스러운 주리아나 꾀가 많은 이여민이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 몸서리가 쳐
하현은 결코 앉지 않았다. 이욱도 개의치 않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차를 마시며 말했다. “할머니는 이런 성격이야.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은 상대도 안 하셔.”“슬기는 원래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던 손녀였는데, 당신 때문에 할머니는 이미 연경 상류층에서 웃음거리가 됐어. 당신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말해 봐.” 하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랑 슬기 사이는 결백해. 우리는……”하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욱은 오히려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하현, 다 같은 남자들인데 이런 일들을 그렇게 꼭 분명하게 말을 해야 하나?”“비서가 할 일이 있으면 일을 시키고, 할 일이 없으면 비서가 괜찮다는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니야.” 이욱의 말을 듣고 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됐다, 이것도 자업자득이다. 이슬기는 입을 벌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욱은 이어서 말했다.“기왕 너희 둘이 관계를 인정한 이상 너희들이 어떤 관계인지는 상관없어. 하지만 우리 연경 이씨 가문은 체면이 서야 하는 가문이야.”“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말해봐.”“네가 우리 이씨 가문에게 만족할 만한 해명을 한다면, 아마 앞으로 우리 이씨 가문이 너를 하늘로 끌어올려줄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그렇지 않으면 하 세자는 똑똑한 사람이니 최고의 가문에게 미움을 사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잘 알 거야.”이 말을 듣고 슬기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욱이 오빠, 정말 이건 오해에요. 저와 회장님 사이는 남녀관계의 선을 넘어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그냥 친한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일 뿐이에요.”“그런데 왜 이장성을 거절한 거야? 설마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결혼은 우리 책임이라는 걸 모르는 거야? 이씨 가문이 너한테 준 모든 건 다 받아 누리면서 이런 일을 거절할 자격이 있어?” 슬기는 침묵했다. 이것은 대 가문에게는 어쩔 수 없는 점이었다. 슬기의 표정을 보고 이욱은 한숨을 내쉬며 담담하게 말했다.
“슬기야, 하현은 야심이 너무 크다고 내가 진작에 말했었지.”“그런 사람은 남에게 굽히질 않아.” “그런 사람을 선택하면 평생 고생을 많이 할 수밖에 없어.”이준태는 하현을 매우 좋아했기에 감탄하는 얼굴이었다. 왜냐면 그는 하현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연경 이씨 가문이 하 세자의 신분을 무시하고는 있지만 그가 또 다른 신분으로 밝혀지면 연경 이씨 가문도 도망쳐 가야 할 판이다. 하지만 이준태는 오히려 자신의 손녀가 계속 하현과 엮이는 것을 전혀 원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말씀을 들어보면 할아버지가 선택한 사람은 이장성 이죠? 아니면 할아버지가 다른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하면 그 사람이 거지라고 해도, 할아버지가 원하기만 하면 높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잖아요.”“그 사람만은! 왜 안돼요!”이슬기는 차갑게 말했다.“할아버지, 할아버지와 저 사이에 예전부터 약속했던 거 잊지 마세요. 지금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는 약속을 깨는 거 아니에요?”완강한 슬기의 표정을 본 이준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어쨌든 보름간의 약속은 벌써 얼마 안 남았으니 그때 네가 그를 데리고 올 수 있는 지 두고 보자.”“네가 만약 할 수 있다면 그럼 나도 인정할게!”……남원 호텔 로얄 스위트룸. 이씨 집안 할머니는 부들 위에 반듯이 앉아 불경을 낭송하고 있었다. 그녀 앞에 멀지 않은 곳에서 이욱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는 잠시도 웃음이 가시지를 않았다. 30분정도가 지나서야 눈을 뜬 할머니가 천천히 말했다. “일은 어떻게 됐어?”이욱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벌써 할머니의 뜻을 전달했습니다.”“그런데 하현은 자부심이 강하고 지려고 하지를 않아서 첫 번째 조건은 영원히 들어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하지만 두 번째 조건은 손자가 이해가 안됩니다……”할머니는 담담하게 말했다.“뭐가 이해가 안 간다는 거야?”이욱은 조용히 말했다.“대하 10대 최고의 가문 중에 우리 이씨 가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