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교육계 1인자 조천평.남원 교육계 2인자 동일천.남원 고등학교 이사장 소재명.남원 고등학교 이사들, 교장……맨 마지막으로 손민철의 부모, 그리고 손민철도 왔다. 이 거물들이 지금 나타난 것을 보고 무대 아래에 있던 소미영과 사람들은 계속 비웃어댔다. 하지만 손민철 부모와 손민철이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단상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그들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손민철의 어머니는 욕쟁이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어떻게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창백한 얼굴이 됐는지, 마치 바람이 불면 쓰러질 것 같아 보였다. 자세히 보니 조천평과 동일천의 얼굴은 엄숙해 보였고, 하현을 향해 다소 공손한 모습이었다. 소재명과 남원고의 간부들은 이때 하나같이 얼굴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손민철의 부모를 힐끗 쳐다보았다. 방금 까지 더할 나위 없이 날뛰던 남자는 이때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가 무릎을 꿇자 그의 억척스러운 아내도 어쩔 수 없이 못마땅한 얼굴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손민철은 이제 막 왔기 때문에 그는 조금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원래 자기가 유아의 죄의 목록을 열거하러 온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장면은 무슨 뜻이지?이때 손민철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아빠, 엄마. 뭐하세요? 왜 이런 천박한 년한테 무릎을 꿇으세요? 유아가 저한테 무슨 짓을 하셨는지 잊으셨어요?”“여기는 단상이에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요! 얼른 일어나세요!”말을 하면서 손민철은 그의 아버지를 끌어 당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대 아래에서는 소미영의 조무래기들이 왁자지껄했다. “손민철, 얼른 아저씨를 일으켜. 분명 너무 지치신 걸 거야!”“아저씨, 주국장 같은 큰 인물들 앞에서는 더 허리를 피셔야죠. 그분들이 아저씨 편을 들어주실 거예요!”“그래요. 이 계집애가 민철이를 꼬드겨서 1억을 훔치게 했잖아요! 반드시 배상하라고
따귀를 맞자 민철은 바로 멍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손철의 아버지는 이미 왼손과 오른손으로 따귀 열 몇 대를 더 때렸다. 그의 아내는 이렇게 모질게 때리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빨리 손을 댄 것이다. 손민철을 혼수상태에 빠뜨린 뒤에야 손민철의 아버지는 땅에 무릎을 꿇고 몸을 돌려 하현과 유아가 있는 쪽을 향해 이마가 땅에 닿도록 쿵쿵 절을 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설유아 학생. 우리가 학생을 헐뜯고 이름을 더럽혔네요!”“학생은 여태껏 우리 아들을 꼬신 적이 없어요. 우리 아들이 주제넘게 학생의 미모에 침을 흘리면서 온갖 방법으로 학생을 괴롭혔어요!”“돈을 훔친 것도 우리가 가정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해서 그랬던 거예요. 다 저희의 잘못입니다!”“오늘 이렇게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 앞에서 저희 가족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저희를 용서해 주시기 바래요!”이 말을 들은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하나같이 반응이 없었다.잠시 후, 단상아래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이 거의 환각 상태에 빠진 줄 알았다!손민철의 아버지가 설유아한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한다고? 이, 이, 이……이거 설마 해가 서쪽에서 뜬 건가?“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손민철 아버지는 생선장사를 크게 하시는 사장님 아니야? 재산도 몇 백억은 되잖아! 이렇게 큰 인물이 어떻게 유아한테 무릎을 꿇을 수 있어!?”“이거 정말 말도 안돼! 이거 연극하는 거 아니야!?”“이야기 전개가 너무 뜻밖인데! 드라마도 이렇게까지 드라마틱 하지 않을 거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유아가 설마 더 대단한 배경이 있었던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재산이 그렇게 많은 손민철 집안이 어떻게 유아에게 사과를 할 수 있었겠어?”이런 말들이 나오자 적지 않은 사람들은 시선을 하현에게로 향했다. 비록 그들이 포르쉐 사건을 듣긴 했지만 남원고 재벌 2세들이 보기엔 별거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포르쉐
교장이 말을 마치자 전의 그 이사들 몇 명도 따로 나와서 이 일은 그들도 큰 책임이 있다고 잘못을 인정하고 오늘부터 사임을 하고 다시는 남원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설유아의 일 때문에 남원고의 이사장을 제외한 교장과 다른 이사들이 전부 잘못을 인정하고 사임을 하겠다고!?지금 이 순간, 온 장내가 떠들썩했다!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들도 지금은 뭔가를 알아차렸다. 손민철 일가가 사과를 한 것은 간단하다. 진실을 숨길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교장과 이사진들이 책임을 지고 사임을 하겠다니 이건 정말 그리 간단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때 적지 않은 사람들은 하현의 신분을 추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그들은 조천평과 사람들이 나타난 이유가 아마도 이 젊은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단상 아래 소미영의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예전에 그녀는 하현이 그저 평범한 재벌 2세일 뿐일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간단하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조천평과 동일천이 그를 뒷받침해주고 있다니 확실히 능력이 충분했다. 하지만 소미영이 보기에는 남원고 3분의 1이나 되는 소씨 집안 보다 다른 사람이 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는 용이라도 꼼짝할 수 없다!여기서는 호랑이라도 엎드려야 한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소미영은 직접 전화를 걸었다. “아빠, 이쪽에 어떤 사람이 싸구려 설유아를 돕겠다고 남원 교육계 1인자 조천평하고 2인자 동일천을 불렀어.”전화 맞은편에서 웃으며 말했다. “설은아 여동생을 치우는 게 가주의 뜻이야. 그냥 사소한 장난인 줄 알고 별로 재미없었는데.”“지금 남원고에 우리 소씨 집안 권위에 도발하는 자가 있다니 그럼 우리가 그들과 잘 놀아줘야지.”“귀여운 우리 딸, 그 사람들 도망 못 가게 잘 붙들어 놔. 내가 금방 갈게!”전화를 끊고 소미영의 얼굴엔 거만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 수많은 혼란 끝에 이미
이 순간 모두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곧 소미영의 그 조무래기들이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설유아, 너 뻔뻔하다! 교육계 1인자와 2인자가 너를 받쳐주다니!”“네가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인정하지 않고 우리 덕망 높은 교장 선생님을 사임시키다니!”“설유아, 네가 바로 우리 남원고의 죄인이잖아. 우리가 어떻게 너 같은 사람을 받아 줬을까!”방금 까지 가만히 있던 선생님과 학생들이 이때 유아를 가리키며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반 담임 이윤지는 참지 못하고 일어나 나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학생들, 설유아 학생은 잘못이 없어. 손민철 식구들이 장본인이야!”“짝_____”소미영이 갑자기 이윤지 앞으로 나오더니 손을 들어 뺨을 한대 때렸다.“이 년아! 닥쳐! 설유아 이년을 네가 가르친 줄 누가 몰라!”“너희들 한 놈은 젊은 싸구려, 한 놈은 늙은 싸구려네. 너희들 똑같이 염치가 없구나!”“때려!”소미영의 명령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노트, 지우개 같은 물건들을 던지는 것을 보자, 이윤지는 놀라고 두려워하는 얼굴로 계속 뒷걸음질쳤다.그녀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해 선생님이 된지 2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 어디서 이런 장면을 본적이 있었겠는가?그녀는 정말 순진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그녀는 소씨 집안이 남원고에서 어떤 권세를 가졌는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갑자기 하현이 앞으로 나와 냉담한 표정으로 장내를 휘감았다. 그의 포스가 너무 무서워 그 학생들은 이때 자기도 모르게 손동작을 멈췄고 감히 계속하지 못했다.“소미영이지? 내가 지금 유아에게 사과할 기회를 줄 테니 이쯤에서 여기까지 하고 끝내자.”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지만 마치 명령하는 것 같았다. 조천평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급변하더니 빨리 앞으로 나와 말했다.“학생, 빨리 사과해.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마!”“소재명, 당신도 마찬가지야. 설마 너 이런 사소한 일로 끝장을 내고
곧, 조천평은 하현 곁으로 다가가 몸을 숙이며 말했다.“하 선생님, 소씨 집안의 대선생님이 아마 오실 겁니다. 이건……”하현이 담담하게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소 선생? 소대창?”“네!”“당신 그 사람이 무서워?”조천평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약간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대장은 소씨 가문의 실세였다. 그가 남원 교육계의 1인자라고 해도 쉽게 미움을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 나는 안 무서워?”하현이 미소를 지었다. 이 말을 들은 조천평의 안색이 더욱 안 좋아졌다. 눈앞의 이분은 너무 담담했다. 조천평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이때 그의 안색이 살짝 변한 후 마침내 약간 이를 갈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선생님, 오늘 상황이 어떻게 되든 반드시 양공의 명령대로 선생님 편에 서겠습니다.” 하현은 담담하게 바로 잡으며 말했다.“내 편에 서는 게 아니라, 네가 공정하게 처리하면 돼.”“네. 네. 공정하게 처리하겠습니다!”조천평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하 선생님,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기다려.” 하현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그는 원래 이 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 골칫거리 소씨 집안을 찾아갈 작정이었다. 지금 소씨 집안이 알아서 자기들이 오겠다고 하니 그럼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지. “형부……”설유아는 약간 걱정이 되었다. 하현은 손을 뻗어 유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 기왕 누군가 힘으로 우리를 누르려고 하니 그럼 오늘 형부가 뭐가 진짜 힘이고 권세인지를 가르쳐줄게!”……같은 시각, 소씨네 장원.소대창은 차가운 얼굴로 대문을 나섰다. “큰 아버지.”입구에서 흰 셔츠를 입은 젊은 남자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세자.”이 모습을 본 소대창의 눈동자에는 이색이 스쳤지만 여전히 살짝 몸을 숙이며 입을 열었다. 소강승, 비록 소씨 가문의 3대이긴 하지만 항렬은 소대창이 조금 낮았다.
아우디 A6 문이 열리자 한 남자가 뒷좌석에 앉아 냉담한 얼굴로 소대창을 보고 있었다. 이 사람은 바로 남원 2인자 왕태환이다! 왕태환은 남원에서 교육계와 위생계를 나누어 관장하고 있었다. 조천평의 직속 상관이다. 지금 소대창이 그를 초청한 것은 조천평을 압박해 죽이려는 것이었다. 소대창은 비록 소 대선생이라 불렸지만 왕태환 앞에서는 조금도 제멋대로 날뛸 수 없었다. 이때 그는 몸을 굽히며 말했다.“왕공, 남원고에 작은 일이 하나 생겨서 제가 갑자기 모시게 되었습니다!”“누군가 남원 교육계의 조국장을 힘입어서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이렇게 모신 것은 한번 밀어 주십사 하는 것뿐입니다!”“나서실 필요도 전혀 없고 이름만 빌려주시면 조국장과 사람들은 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 겁니다.”소대창은 공손하게 말했지만 왕태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천평은 남원 교육계에서는 확실히 영향력이 있었지만 왕태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때 그는 소대창을 보며 말했다. “이번에 내가 나서는 대신 내가 너한테 무슨 대가를 원하는지는 알고 있지!”“네. 네. 이 일 후에 저희는 반드시 왕공께서 남원 1인자의 자리에 오르실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저희 소씨 집안은 이씨 가문에서 다소 발언권이 있고, 또 최가와도 막역한 관계니 저희 집 가주가 나서면 이 일은 십중팔구 확실히 될 겁니다!”소대창이 이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남원 2인자 왕태환을 나서도록 하는 데는 남원 1인자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왕태환을 지지해주는 대가가 따랐다. 하지만 이것은 소씨 집안의 입장에서 볼 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왕태환이 정말 남원 1인자의 자리에 앉게 되면 왕태환과 소가는 더욱 가까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왕태환도 소가의 인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왕태환의 요구에 소가는 처음부터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래!”왕태환은 고개를 살짝
사람들이 모두 온 것을 보고 나서야 왕태환은 웃으며 말했다. “시간이 촉박하니 갑시다. 누가 남원교육계 1,2인자 자리에 앉을 지는 이 일을 다 해결하고 나서 다시 회의를 엽시다!”아직 조천평과 사람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왕태환은 벌써 그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소대창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곧 그의 차에 올라탔다. 일행은 거의 바람처럼 남원고를 향해 갔다. ……교문 앞, 아우디 A6가 줄지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 숨을 헐떡거렸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듣기로 남원 2인자 왕태환과 남원 경찰서 1인자 이재윤이 다 왔대요!”“소 대선생도 왔어!”“세상에! 남원고에서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공주 소미영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돼!”“너무 무섭다! 이 사람들은 기사와 비서만 데리고 다니는데 다 관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야!”“누가 감히 그들을 건드릴 수 있겠어!?”……이때 남원고 대강당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소 대선생 소대창과 왕태환이 왔다는 것을 알고 소미영의 반 친구들은 냉소를 연발했다. 설유아는 재벌 2세가 남원 교육계 1인자 조천평을 불렀다고 하늘을 거스를 수 있다고 생각했나?안타깝지만 소가의 권세는 그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무엇을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하는가?바로 이것이다! “오늘 유아는 완전히 망했네! 퇴학뿐 아니라 돈줄도 뺏길 거 같아!”“아이고, 이 재벌 2세는 운도 없지. 하필이면 우리 공주를 건드리다니. 죽을 ‘사’자를 어떻게 써야 하는 지도 모르고!”“그래도 고마워해야지. 그가 아니었음 우리가 어떻게 이런 거물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겠어!?”이 말이 떨어지자 장중에는 한바탕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이 사람들이 보기에 하현은 틀림없이 죽을 것 같았다. 단상 위. 하현은 뒷짐을 진 채 담담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유아는 자기도 모르게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형부, 이만하면
조천평은 이때 동일천과 눈이 마주쳤고 서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비록 그들이 일류 가문 소씨 집안의 힘이 비상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작은 일로 소씨 집안이 이렇게 많은 거물들을 불렀을 줄이야. 이건 정말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조천평과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소재명과 소미영은 웃었다. 방금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던 교장과 이사들도 웃었다. 아니나 다를까!조천평과 동일천은 지금 왕태환 앞에서 방금까지 가지고 있던 그 기세 등등한 모습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른바 쥐가 고양이를 만난 것이다. 왕태환은 조천평과 동일천의 직속 상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리 허세를 부려도 왕태환 앞에서는 둘 다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왕태환과 사람들을 보자 하현은 차가운 얼굴이었다. 지금 걸어오는 사람들이 마치 길가의 고양이와 개처럼 보였다. 이 모습을 보자 소미영의 안색이 살짝 안 좋아졌다. 특히 설유아가 놀라며 울지 않자 소미영은 더욱 불만스러웠다. “설유아, 너 오늘 이 일이 얼마나 심각하지 아직 모르나 본데!”“너뿐만 아니라 너 때문에 너희 가족은 앞으로 남원에 살 수가 없게 된 거야!”소미영은 냉소를 연발했고 그런대로 예쁜 얼굴은 싸한 기색이었다. 소미영과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하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소재명이 냉소하며 말했다.“공주, 화내지 마. 우리는 이따가 이 땅강아지들이 어떻게 웃는 지 보면 돼!”“이 사람들은 지금 아직도 자기들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고 있는 거야!”“그의 빽인 조천평은 진정한 권세 앞에서 땅강아지일 뿐이야!”곧 소대창과 왕태환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 뒤로 이윤재가 평상복 차림의 수사관 십여 명을 데리고 왔다. 이 모습을 본 조천평과 동일천은 모두 눈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이윤재의 신분은 조천평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모두 각자 자신의 업계에서 1인자였다. 하지만 문제는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