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두 온 것을 보고 나서야 왕태환은 웃으며 말했다. “시간이 촉박하니 갑시다. 누가 남원교육계 1,2인자 자리에 앉을 지는 이 일을 다 해결하고 나서 다시 회의를 엽시다!”아직 조천평과 사람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왕태환은 벌써 그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소대창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곧 그의 차에 올라탔다. 일행은 거의 바람처럼 남원고를 향해 갔다. ……교문 앞, 아우디 A6가 줄지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 숨을 헐떡거렸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듣기로 남원 2인자 왕태환과 남원 경찰서 1인자 이재윤이 다 왔대요!”“소 대선생도 왔어!”“세상에! 남원고에서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공주 소미영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돼!”“너무 무섭다! 이 사람들은 기사와 비서만 데리고 다니는데 다 관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야!”“누가 감히 그들을 건드릴 수 있겠어!?”……이때 남원고 대강당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소 대선생 소대창과 왕태환이 왔다는 것을 알고 소미영의 반 친구들은 냉소를 연발했다. 설유아는 재벌 2세가 남원 교육계 1인자 조천평을 불렀다고 하늘을 거스를 수 있다고 생각했나?안타깝지만 소가의 권세는 그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무엇을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하는가?바로 이것이다! “오늘 유아는 완전히 망했네! 퇴학뿐 아니라 돈줄도 뺏길 거 같아!”“아이고, 이 재벌 2세는 운도 없지. 하필이면 우리 공주를 건드리다니. 죽을 ‘사’자를 어떻게 써야 하는 지도 모르고!”“그래도 고마워해야지. 그가 아니었음 우리가 어떻게 이런 거물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겠어!?”이 말이 떨어지자 장중에는 한바탕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이 사람들이 보기에 하현은 틀림없이 죽을 것 같았다. 단상 위. 하현은 뒷짐을 진 채 담담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유아는 자기도 모르게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형부, 이만하면
조천평은 이때 동일천과 눈이 마주쳤고 서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비록 그들이 일류 가문 소씨 집안의 힘이 비상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작은 일로 소씨 집안이 이렇게 많은 거물들을 불렀을 줄이야. 이건 정말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조천평과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소재명과 소미영은 웃었다. 방금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던 교장과 이사들도 웃었다. 아니나 다를까!조천평과 동일천은 지금 왕태환 앞에서 방금까지 가지고 있던 그 기세 등등한 모습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른바 쥐가 고양이를 만난 것이다. 왕태환은 조천평과 동일천의 직속 상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리 허세를 부려도 왕태환 앞에서는 둘 다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왕태환과 사람들을 보자 하현은 차가운 얼굴이었다. 지금 걸어오는 사람들이 마치 길가의 고양이와 개처럼 보였다. 이 모습을 보자 소미영의 안색이 살짝 안 좋아졌다. 특히 설유아가 놀라며 울지 않자 소미영은 더욱 불만스러웠다. “설유아, 너 오늘 이 일이 얼마나 심각하지 아직 모르나 본데!”“너뿐만 아니라 너 때문에 너희 가족은 앞으로 남원에 살 수가 없게 된 거야!”소미영은 냉소를 연발했고 그런대로 예쁜 얼굴은 싸한 기색이었다. 소미영과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하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소재명이 냉소하며 말했다.“공주, 화내지 마. 우리는 이따가 이 땅강아지들이 어떻게 웃는 지 보면 돼!”“이 사람들은 지금 아직도 자기들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고 있는 거야!”“그의 빽인 조천평은 진정한 권세 앞에서 땅강아지일 뿐이야!”곧 소대창과 왕태환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 뒤로 이윤재가 평상복 차림의 수사관 십여 명을 데리고 왔다. 이 모습을 본 조천평과 동일천은 모두 눈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이윤재의 신분은 조천평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모두 각자 자신의 업계에서 1인자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때 왕태환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차갑게 말했다.“조천평, 동일천, 너희들 평소에 내가 어떻게 가르쳐줬는지 잊었어?”“내가 자기 신분을 믿고 밖에서 제멋대로 굴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지금 내가 너희들에게 기회를 줄게. 소 대선생에게 용서를 빌고 여기서 떠나. 그러면 너희들에게 책임은 묻지 않을게!”“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너희들이 나보다 더 잘 알 거야!”왕태환의 목소리는 무덤덤했지만 천둥이 치듯 대강당 전체가 울릴 정도였다. “조천평, 너랑 나랑은 동료고 왕공 앞에서는 우리 모두 학생일 뿐이야.”“이럴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내가 가르쳐 줄 필요는 없겠지?”이윤재도 웃음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그들이 보기에 말 한마디면 조천평과 동일천은 서로 등을 돌리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였다. 다들 관청 사람이고 누가 실력이 있고 힘이 있는지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왕태환과 이윤재가 보기에 오늘 일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들이 나타난 것 만으로도 모든 것이 안정될 것이다.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모두 예의상 하는 말이었다. 말을 마치고 왕태환은 비범하게 뒷짐을 지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3초만 세면 조천평과 동일천이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때 조천평과 동일천 두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얼굴빛을 띠었다. 오래지 않아 조천평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왕공, 저는 결코 당신의 뜻을 거스르려는 마음이 없습니다. 단지 오늘 제가 여기에 온 것은 어떤 사람의 부탁을 받고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려고 온 것일 뿐입니다!”“오늘 이 모든 것은 저와 동 국장이 공정하게 처리할거고, 절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법을 어기지 않을 겁니다.”“왕공께서도 빈틈없이 잘 살펴봐 주시길 바랍니다!”왕태환은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이때 차갑게 말했다. “조천평, 네 말은 오늘 이 어르신이 여기 나타난 게 사리사욕을 채우러 왔다는 거야? 내 맘대로 하려고!?
“아이고, 내 밥먹은 개가 발뒤축을 문다더니!”조천평과 동일천은 모두 마치 왕태민이 무슨 좋은 기회를 놓친 듯 탄식하는 표정이었다. 이 같은 모습에 이재윤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뚝 그쳤고, 하나 같이 어리둥절해 했다. 조천평과 동일천 두 사람은 도대체 머리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게 아닌가? 아니면 정말 무슨 비장의 카드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왕공, 하 선생님의 신분은 당신들 모두가 우러러봐야 하는 신분입니다!”조천평은 심각한 얼굴로 이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 한마디는 또 한바탕 요란한 웃음소리만 불러왔다.소미영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왕 할아버지, 속지 마세요. 놈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이 말이 나오자 모두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언제 데릴사위 신분도 받들어야 할 신분이 된 것인가?비교적 신중한 소대창만 하현을 자세히 쳐다봤다. 이 놈의 표정이 차분한 걸 보니 분명 무슨 귀인을 만난 적이 있었나 보지?근데 그렇다고 해도 그게 뭐 어때서?보잘것없는 데릴사위가 안목과 인맥도 그에 걸맞는 정도겠는데 무슨 큰 인물을 알수 있겠는가?그가 아무리 인맥이 있다 해도 왕태환보다 더 대단하겠어? 이쪽 남원 경찰서 1인자 이재윤 같은 사람이 실세 거물이라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데릴사위가 뻐긴다고? 죽고 싶어?!하현이 손을 흔들자 조천평과 동일천 두 사람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두 손을 가지런히 드리운 채 한쪽에 서 있었다. 하현이 왕태환에게 시선을 돌리며 이상하다는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왕태환, 너 나 몰라?”“건방지게! 왕공의 이름을 네까짓 데릴사위가 함부로 불러?”이윤재가 제일 먼저 화를 냈다.“그래. 너 이 폐물은 왕공과 말할 자격도 없어!”소대창도 냉랭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 왕태환은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관청 사람이라 항상 신중하게 행동을 했는데, 이때부터 하현의 말 뜻을 곰곰이 곱씹기 시작했다. 설마 내가 그를
하현은 소재명을 무시했다. 왜냐면 그가 볼 때 이 소씨 집안의 방계와 얘기하는 것은 단지 힘만 낭비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현은 소대창에게 시선을 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소 대선생, 밖에서는 당신이 소가 2대째 중에 가장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심지어 소씨 집안 세자의 자리도 찬탈할 기회가 있다고.”“근데 만약에 오늘 네가 내 발에 밟혀 죽으면 다시 그 자리를 찬탈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생각해 본 적 있어?”하현의 이 말을 듣고 소대창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소씨 가문 내부 사정은 보통 사람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데릴사위가 집안의 기밀을 전부 말했다.심상치 않다!정말 너무 이상하다!게다가 이 놈이 지금 이 순간에도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 하는 것을 보면 바보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된 이상 그는 조천평과 동일천 두 사람의 능력으로는 소씨 집안을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지금 이 순간에도 태평한 모습일까? 어째서 이렇게 배짱이 두둑할까?지금 왕태환이 그 자리에 있다!이런 큰 인물이 있는데도 어떻게 이 데릴사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걸까?그가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충분한 저력이 있다는 걸까?설마 이 평범해 보이는 놈이 무슨 비장의 카드라도 있다는 건가?소대창은 눈살을 찌푸리며 순간적으로 수십 가지의 가능성들을 생각했다. 그러나 소재명은 그렇게 많은 것들을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 소대창이 왔으니 그는 소씨 집안의 방계로서 분명 잘 해야 할 것이다. 이때 그는 하현을 주시하며 차갑게 말했다. “하씨,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소씨에게 맞서려고 그래? 헛된 생각하지 마!”“너 누구한테 기대려고 그래? 보잘것없는 조천평?”“네가 남원고에 들어온 순간부터 네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어!”“너 무릎 꿇어! 네가 여기서 함부로 마구 지껄여도 너의 운명은 바꿀 수가 없어!”하현이 웃었다.“나는 이미 이
하현은 웃었다.“이렇게 말하는 건 사과할 뜻이 없다는 거지?”“분명히 없지! 평생 불가능하지! 생각도 하지 마!”하현은 또 담담하게 소대창을 보며 말했다.“양육을 잘 못한 건 아버지 잘못이 커. 네가 무릎 꿇고 사과하면 억지로라도 받아 줄 수는 있어.”원래 침착하던 소대창도 이 말을 듣고 화가 났다. 그는 소 대선생이라 불렸고 소씨 집안에서도 지위가 꽤 높았다. 어디를 가든 외부인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눈앞의 이 데릴사위의 신분이 좀 있다 하더라도 무슨 근거로 자기에게 무릎을 꿇으라는 것인가? 이때 소대창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데릴사위,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는 거야?”“거기다 이 싸구려 계집애한테 사과를 하라고!?”“맞아! 맞아! 이 천한 년에게 사과를 할 수는 없지!”“이 년이 오늘 이렇게 된 건 다 자업자득이야!”“자기가 예쁜 줄 알고 함부로 하는 거야? 이 년은 헌 신발이야!”단상 아래의 소미영과 무리들은 기회를 찾은 듯 이때 유아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유아는 가뜩이나 억울했는데 이제는 더 억울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녀는 계속 자기가 누명을 쓰고 있어서 손민철 일가가 해명만 잘 해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결백했다. 그런데 지금 소미영과 무리들이 여전히 그녀는 천한 년, 싸구려, 헌 신발이라고 말하고 있다!이 어린 소녀가 이런 모욕과 억울함을 견딜 수 있을까?이때 소대창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왕공, 저는 이 놈과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이 사람이 방금 포르쉐를 몰고 학교로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제 생각엔 학교에서 사건을 만들려고 하는 거 같아요. 감옥에 쳐 넣어야 합니다!”왕태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 피해자가 신고를 했으니, 이군, 시작하자.”“우리는 다 관청 사람들이니 국민을 위해 정의롭게 해야지요.” 이재윤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왕공은 안심하세요. 이런 재
왕태환의 말을 듣고 소대창은 조금 기대를 했다. 가주 소장경의 인맥은 더없이 두터웠다. 설마 이번에 그가 이런 사소한 일로 더 큰 인물을 모셔온 건가?소재명, 소미영과 사람들도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왜냐하면 온 사람의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들은 체면이 서기 때문이었다. 특히 하현과 설유아의 자존심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면 그들은 너무 기쁠 것이다. 곧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이들은 전부 관청 사람으로 하나같이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우두머리의 중년 남자는 국내 최고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보통 사람들은 그를 똑바로 쳐다볼 용기조차 없을 정도로 기세가 대단해 보였다. 막강한 기세가 극에 달했다.양정국! 곧 왕태환과 사람들의 얼굴색이 약간 변했는데 그들이 온 사람들의 신분을 알아봤기 때문이다!이때 양정국은 조금 허겁지겁 빠른 걸음으로 걸어 왔다. 평소 평온하고 대범한 모습이 아니었다. “양공,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오셨습니까?”소대창이 제일 먼저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 하지만 양정국은 그를 무시하고 하현에게 달려가 몸을 굽히며 인사를 하며 말했다.“괜찮으세요?”다른 관청 사람들도 이때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서며 몸을 숙이고 말했다. “괜찮으신가요!”“저희가 지금 회의 중이었는데 소식을 듣고 왔습니다!”“빨리 오지 못한 점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이 관청 사람들은 하나같이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1인자였고, 평소에 사람들을 놀래 킬 만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오늘 다들 사양하지 않고 허리를 굽히며 절을 했다. 모두가 멍해졌다. 왕태환, 이윤재, 소대창, 소미영도 멍해졌다……이 분, 도대체 정체가 뭐야!?양정국을 위시한 남원 관청의 모든 사람들을 이렇게 깍듯하게 대하게 만들다니?“왕공, 이분은 도대체……”왕태환은 이때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자신이 철판을 걷어찼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정국은 더 이상 이윤재를 상대하지 않았고 차가운 얼굴로 왕태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 두 사람은 원래 정견이 맞지 않아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때 왕태환이 하현을 건드렸으니 양정국은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경악하고 있는 가운데 양정국이 왕태환에게 다가와 뺨을 후려 갈겼다. “우리 남원 관청에서 어떻게 이런 쓰레기가 나올 수가 있지! 너 때문에 우리 남원 관청 사람들 전부 장례 치르게 할 셈이야?”“퍽퍽퍽______”양정국은 바로 주먹을 날리며 발길질을 했다. 그는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았다. 한참을 때린 후에야 그는 손을 멈췄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왕태환은 코가 새파랗게 부어 올랐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관청의 능구렁이였다. 양정국의 태도를 보고 벌써 알아차렸다. 이 데릴사위는 분명 양정국도 건드리지 못하는 큰 인물일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양정국 같은 사람이 직접 손을 썼겠는가?그래서 이때 왕태환은 감히 반항하지 못했고 이전의 거만한 모습은 없어졌다. 양정국의 태도를 보면 하현을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감투가 벗겨지지 않으려면 자신이 스스로 순순히 찌질함을 인정해야 했다. 이때 관청 사람들뿐 아니라 소씨 집안 사람들도 모두 충격과 공포가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모두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어떻게 된 거지?설유아는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항상 형부의 신분이 가장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씨 가문을 쉽게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았었나?어쩐지 형부가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하더라니! 바로 이때 양복차림의 남자가 초조한 얼굴빛을 띠며 들어왔다. “이분, 강남 1인자 이공의 비서 아니야?”“맞아! 바로 그 사람이야! 그는 강남의 제1비서라고 불려! 그는 강남 1인자 이준태를 대표하는 사람이야!”양정국은 제1비서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 제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트렁크를 열고 짐을 챙기려 했다.그러자 검은 비닐봉지 같은 것이 보였고 그 안에는 흙 묻은 산삼 같은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백두산 산삼?”하현은 왕인걸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백두산 산삼이라니?!이것은 진정한 강장제이다.일반 중장년층이 복용한다면 몸은 튼튼하게 해 주고 힘을 북돋아 준다.이번에 혼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현은 최희정과 설재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의 체면을 세워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고 그는 지체 없이 비닐봉지를 손에 덥석 들었다.그때 소식을 접한 설은아가 건물 입구에서 달려 나왔다.하현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보고 그녀는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하현, 이건...”“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게 되었는데 성의 표시는 해야지.”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 뿐 긴 말은 하지 않았다.설유아는 언니가 나오자 혀를 쏙 내밀며 쏜살같이 달아났다.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살짝 놀란 듯 어리둥절해했다.하현이 자신의 부모와 관계를 잘 풀어가기 위해 이런 선물을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새로 들인 양아들 내외가 마침 와 있어.”“그들이 말을 예쁘게 하지 않더라도 좀 참아.”말을 마친 뒤 설은아는 자신의 차에서도 선물 상자를 꺼낸 뒤 하현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집안에는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모두 금정의 부유한 사람인 것 같았다.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하현이 모르는 남녀가 장내를 이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나이는 서른도 안 되어 보였고 남자는 무던한 표정에 여자는 서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아이고, 은아. 왜 안 보이나 했어?”“오늘은 아버지가 한턱내는 날인데 이집의 어엿한 반쪽 주인인 당신이 안 보여서 걱정했잖아!”“당신은 아버지 친딸이니까 이런 일에 좀 더 신경을 써야지,
원래 하현은 이 일에 자꾸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노인 혼자서는 절대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결국 잠시 생각에 빠진 하현은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에게 말했다.“아가씨, 할아버지 몸에 뭔가 더러운 것이 있어요.”“당신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아마 그것 때문일 겁니다.”“그러니 당신들이 시간이 된다면...”“더러운 거라뇨?”하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분노를 터뜨렸다.“당신은 일억 때문에 차량에 달려들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어요!”“자기변명을 하려고 이제는 뭐라구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더러운 게 있다구요?”“그렇게 허튼소리 하다가는 제 명에 죽지 못할 거예요!”자신의 할아버지는 평생 덕을 쌓고 선을 행했고 자주 정진하고 염불을 외던 분이셨다.그처럼 선량한 사람에게 어떻게 더러운 기운이 붙을 수가 있던 말인가?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난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탁!”그러나 그녀의 손바닥은 하현의 얼굴에 닿지 못했다.언제 하현의 곁에 왔는지 그새 설유아가 들어와 여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가씨, 우리 형부는 좋은 마음으로 한 거예요!”“아무도 나서서 도와주려 하지 않았는데 우리 형부가 도와줬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에요?”“정말로 우리 형부가 한 행동이 당신 할아버지한테 해가 되었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하세요!”“형사가 우리 책임이라고 하면 우리가 책임지면 되죠!”“하지만 사람의 호의를 몰라보고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건 못 참아요!”설유아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여자를 바라보았다.“게다가 당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요?”“감히 내 형부한테 손찌검을 해?”본 적 없던 설유아의 패기에 하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자신의 눈에는 그저 어린 소녀처럼 보였던 설유아가 이렇게까지 성장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도 설유아의 기세에 놀랐는지 살짝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사람을 구해내지 않으면 양심에 걸려서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고 온화한 미소로 설유아를 안심시켰다.하현의 말을 들은 설유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자기가 형부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성격 때문이 아니었던가?이런 생각이 들자 설유아는 그의 손을 계속 잡고 있을 수 없었다.결국 설유아가 그의 손을 놓자 그가 한 걸음 내디디며 부리나케 벤츠 차량으로 뛰어들었다.“저기, 우리 할아버지 구해 주시려고요?”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다소 여윈 하현의 몸을 보고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였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죽은 사람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었다.그녀에겐 애초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할아버지를 구해 주신다면 일억을 드릴게요. 제발 우리 할아버지 좀 구해 주세요!”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벤츠로 발걸음을 재촉했다.엄청난 디젤 냄새가 코를 찔렀고 벤츠 차량은 이미 완전히 변형되었다.노인의 하반신은 안쪽에 꽉 끼어 있었고 고통으로 인해 의식을 잃었으며 내장의 압박이 심한 듯했다.하현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고 왼손으로 천천히 벤츠 차량의 철골을 받친 후 오른손으로 노인의 옷을 잡아당겨 그를 직접 끌어내려고 했다.“잠깐만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하현이 강제로 사람을 끌어내리려고 하자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사람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아는 거예요? 지금 우리 할아버지를 죽일 셈이에요?”“이렇게 억지로 할아버지를 빼내려고 하다가 대동맥이라도 다처서 피를 흘리게 되면 어떻게 해요?”“사람을 구하려는 거예요? 아니면 죽이려는 거예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삐걱’ 하는 소리와 함께 벤츠 차량의 골격이 다시금 흔들리며 아래쪽으로 천천히 내려앉았다.왈칵!의식을 잃은 노인은 거대한 철골 덩어리에 몸이 눌려 본능적으로 피를 토해내었다.하현은
여자는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다.“여기 누구 좀 도와주시겠어요?”“우리 할아버지 좀 살려주세요!”노인의 안색은 더욱 나빠졌고 벤츠의 구겨진 철골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주변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볼 뿐이었다.트럭이 폭발하기도 전에 철골이 누르는 압력을 구겨진 벤츠가 이기지 못할 것 같았다.그러면 노인은 구조되기도 전에 압사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119가 와도 아무 소용이 없다.울먹이는 여자를 보고 주변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던 사람들도 어느새 카메라를 끈 채 불안하고 허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몇 명은 앞으로 나서려다 끝내 망설이며 발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그들도 모두 잘 안다. 부자인 것 같은 이 노인을 구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를.하지만 상황이 너무나 위급했다.만약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같이 압사된다면 그야말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아니 모두를 잃는 것이었다.삐걱삐걱!바로 그때 벤츠의 철골이 다시 거친 소리를 내며 무너질 듯 주저앉으려고 했다.의식을 잃은 노인은 고통스럽게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입가에는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이를 본 여자는 더욱 일그러진 얼굴로 안타까워했다.그녀는 주위에 있는 건장한 남자들을 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저기요! 제발 우리 할아버지 좀 살려주세요!”“도와주신다면 천만 원씩 드릴게요!”“아니, 일인당 일억씩 드릴게요!”보헤미안 옷차림을 한 여자의 말에 사람들은 이들이 정말 부자라는 생각에 더욱 주저하는 내색을 비췄다.하지만 그럴수록 아무도 감히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감히 나섰다가 사람을 살리지 못하면 괜히 역정만 듣게 되고 안 좋은 일이 엮이기만 할 뿐 아닌가?만약 이 사건에 명문가들의 원한이 뒤섞여 있다면 그야말로 괜히 나섰다가 된통 당하게 되는 것이다!이 광경을 보고 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설유아는 재빨리 그를 끌어당겼다.“형부, 왜 그러세요?”하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
하현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설유아, 날 믿어. 이 차도, 그리고 이 목걸이도 어쩌다 그냥 들어온 것뿐이야.”“다른 사람이 나한테 사과의 의미로 준 거야.”“알았어요, 알았다구요. 형부,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 형부가 언니를 위해 이런 걸 준비했다고 해서 화낼 사람 아무도 없어요.”“이제 곧 결혼기념일이잖아요.”“큰 선물을 준비해서 이참에 당연히 재결합까지 가야죠!”이 말을 한 순간 갑자기 설유아의 마음 저 깊은 곳이 아려왔다.그리고는 목에 걸려 있던 까르띠에 목걸이를 풀었고 아쉬운 표정을 뒤로하며 선물 상자 속에 넣었다.하현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입을 열었다.“뭐해?”“뭘 하긴요?”설유아는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언니 물건이니까 돌려줘야죠. 그런데 형부, 가끔은 좀 빌려 쓸 수도 있어요.”“나도 이건 탐이 나지만 언니 마음을 상하게 할 순 없어요.”말을 하면서 설유아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이 물건이 정말 하현이 자신에게 주는 것이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여주인공이 아니라 단지 여주인공 뒤에 있는 어린 소녀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러니 유리 구두는 반드시 여주인공에게 돌려줘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불경한 죄를 얻게 된다.하현은 이 모습을 보며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처제한테 주는 거라고 말했잖아. 정말로 처제한테 주는 거야.”“어서 집어넣어. 언니도 절대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결혼기념일엔 내가 따로 준비하면 돼!”설유아는 하현의 말이 전혀 믿기지가 않았다.까르띠에 목걸이에 미련이 남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단호하게 선물 상자를 닫았다.“오늘 형부가 나 때문에 진홍헌의 얼굴을 때린 일은 비밀로 할게요.”“아마 언니가 알면 깜짝 놀랄 거예요!”“언니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주세요!”설유아는 주먹을 쥐며 위협적인 자세로 말했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절대 언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난처한 사람은 진홍헌, 진홍민 남매였다.그들의 얼굴은 마치 사람들 앞에서 뺨을 얻어맞은 것처럼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어떤 말도 입에 담을 수 없었다.진홍헌은 스스로 중천그룹 아들임을 강조하며 정성껏 이런 큰 이벤트를 준비했다.그런데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하현에게 냅다 펀치를 맞았을 뿐만 아니라 하현이 꺼낸 까르띠에 목걸이에 완전히 녹다운이 되었다.방금까지 그가 얼마나 자랑스럽게 거들먹거렸던가?지금은 완전히 창피함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흥! 이십억이면 뭐?”“그게 뭐라도 돼?’진홍민은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하현은 노려보았다.“이십억이면 우리 오빠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우리 오빠가 숨만 쉬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돈이 이보다 훨씬 많아!”“당신한테는 전 재산일 거 아니야?”“혹시 이 목걸이 훔친 거 아니야?”“더 이상 내세울 만한 것도 없잖아?”말을 하면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는지 진홍민은 더욱더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다.바로 그때 종업원이 다급한 표정으로 다가와서 말했다.“입구에 있는 차, 혹시 누구 차예요?”“그거? 우리 오빠가 몰고 온 이억짜리 BMW잖아?”진홍민이 일부로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빠, 차 좀 옮겨. 그렇지 않으면 눈먼 놈들이 눈독을 들일지도 몰라! 그러면 우리만 손해잖아!”“저기 손님, BMW가 아닙니다.”“문 앞에 있는 포르쉐 918 스포츠카 말입니다.”“차주님, 차 좀 옮겨 주세요.”“아, 미안해요. 내 차가 길을 막았었군요.”“바로 옮기죠.”하현은 포르쉐 차 열쇠를 꺼내 잠금 해제 버튼을 꾹 눌렀다.입구에 서 있던 포르쉐 918 차량의 전조등이 깜빡거렸다.하현은 지체 없이 설유아를 데리고 레스토랑을 나섰다.사람들은 하현과 설유아가 포르쉐 차량을 향해 떠나는 모습을 보고 눈가에 쉴 새 없이 경련을 일으켰고 창피함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너무나 창피했다!스
보석을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이 물건이 순수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금을 울려 놓는다는 걸 깨달았다.정말 너무너무 예뻤다!너무나 화려하고 눈부셨다!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다이아몬드를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한순간에 다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말문이 막혀 버렸다.진홍헌의 눈빛도 바위 덩어리처럼 굳어졌다.그는 전문가였다.전문가는 본질을 깊이 파악하고 문외한은 겉모습에 매달린다.그는 한눈에 이 물건이 고가의 물건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목걸이를 들어 설유아의 목에 걸었다.우아한 목에 반짝이는 목걸이를 걸치자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여신 같은 모습이었다.설유아는 상기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게다가 아름다운 설유아의 미모까지 더해지자 마치 공주처럼 우아하게 빛났다.수많은 여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부러워서 질투에 활활 타올랐다.설유아는 너무 예뻤다!그 보석도 너무나 화려했다!설유아와 보석이 한몸처럼 너무나 환상적으로 어울렸다.진홍민은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벅벅 갈았다.“흥! 어차피 노점상에서 산 가짜일 거야!”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의 앱을 켜서 사진을 찍은 뒤 검색에 들어갔다.“어머! 어머 어머!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까르띠에 상품이래! 그것도 올해 새로 나온 거라는데!”보석업을 하는 집안 출신의 여자도 앞으로 나와 몇 번이고 유심히 살펴본 뒤 입을 열었다.“맞아! 이거 까르띠에 신상품이야. 국내에는 108세트밖에 안 들어온 한정품이라던데! 가격은 또 어떻고! 어마어마해!”“흥! 신상품은 무슨 신상품!”“딱 봐도 우리 오빠가 산 것보다 못한 것 같은데 뭘!”진홍민은 속으로는 제 발 저렸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입을 열었다.“이게 진짜라고 해도 십억이나 되겠어?”그러나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까지 말하던 진홍헌은 하현을 너무 사지로 몰아넣지는 말자고 생각했는지 한 발 물러섰다.“이 자리에서 당장 물건을 꺼내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어. 위층에 있는 금정 쇼핑센터에 가서 뭔가를 살 시간을 주지. 두 시간이야!”“우린 여기서 기다릴 테니 뭐라도 사 와 봐!”자신의 오빠가 한 말에 진홍민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우리 내기할까?”“두 시간이면 부족하지 않겠어?”“그렇다면 그냥 무릎 꿇고 빌어. 빌면 두 달도 더 줄 수도 있어!”“그때는 장기라도 팔아야 할 거야!”“하지만 촌뜨기의 장기가 뭐 얼마나 값어치가 있겠어! 하하!”진홍민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 한껏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십억이 뉘 집 개 이름이란 말인가?많은 사람들은 평생 벌어 보지도 못하는 돈이다.하현은 볼품없는 촌뜨기인데 두 달은 고사하고 평생을 줘도 못 만져 볼 돈이었다.“두 시간도 안 걸려. 지금 바로 설유아에게 줄 선물을 가져올 수 있어.”하현은 그들의 비아냥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품에서 왕인걸이 준 선물 상자를 꺼냈다.왕인걸한테 받을 때 하현은 슬쩍 상자를 열어 보았었다.그 안에 든 것은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비록 하현이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왕인걸이 건넨 선물이었으니 가히 대단한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적어도 진홍헌이 준비한 물건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장담했다.“선물?”진홍헌은 싸늘한 눈초리로 눈을 힐끔거렸다.“보아하니 설유아한테 줄 생일 선물을 준비한 것이로군.”“그런데 당신이 뭘 준비할 수 있었겠어? 기껏해야 몇백만 원짜리 반지? 아니면 목걸이?”“가난한 사람들이 체면치레하려고 일부러 무리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선물이 있으면 어서 꺼내 봐! 쭈뼛거리지 말고 어서!”“꺼내지 않으면 그 안에 마늘이 들었는지 보석이 들었는지 누가 알겠어?”무리를 지은 사람들은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비웃었다.하현이 분명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십억
진홍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화를 내고 싶어도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겨우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생각하며 이런 촌뜨기한테 섣불리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진홍헌!”“마침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만난 김에 경고 하나 하지!”“설유아가 솔로이든 아니든.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 내가 맞든 안 맞든 간에.”“이런 식으로 윽박지르는 거, 설유아가 가장 싫어하는 거야!”“앞으로 당신은 설유아를 좀 멀리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그때 가서 날 원망해도 아무 소용없어!”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두 남매를 주시했다.하현의 날선 눈빛과 매서운 경고의 말이 서늘하게 두 남매를 압박했다.진홍헌은 순간 온몸에 오한이 났고 마음속에서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두려움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하지만 그는 죽을힘을 다해 정신을 다잡았다.그는 수조 원 자산의 중천그룹 아들인데 어떻게 이런 촌뜨기를 두려워할 수 있겠는가?“하 씨!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설유아를 대신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거야?”진홍민도 완전히 격노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내가 이미 당신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라고 했어!”“당신은 설유아의 남자도 아니고 그냥 설유아의 형부일 뿐이잖아!”“그것도 데릴사위!”“설 씨 집안에서 먹고 마시고 편하게 지내는 한량 주제에 어디서 주제넘게 형부 노릇을 하겠다는 거야?”“염치도 모르는 놈!”“감히 우리 오빠한테 대들어?”“설유아는 우리 오빠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야. 우리 오빠의 여자가 될 수밖에 없어!”“우리 오빠가 실수로 가짜를 샀다고 해도 정말로 우리 오빠는 십억을 썼다고!”“뭘로 우리 오빠랑 비교를 하겠다는 거야?”“데릴사위 주제에 처제를 위해 나서겠다고? 허! 그게 가당키나 한 것 같아?”“설유아한테 뭘 해 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