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야?”“하 세자는 너를 전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잖아! 그렇게 오랫동안 일을 했어도 아무런 명분이 없잖아!?”“하지만 지금은 달라. 이제 이 세자가 큰 자비를 베풀어서 네가 마음에 든다고 했으니 너는 반드시 이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해!”“남들이 네가 닳아빠진 구두라고 싫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야. 그런데 감히 결혼을 안 하겠다고!”“네가 그러고도 낯짝이 있니?”이안성의 말을 듣고 다른 이씨 집안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슬기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마치 금산 은산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슬기가 이장성에게 시집을 가기만 하면 이씨 집안은 이 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상상을 초월했다. “슬기야, 언니가 너를 못살게 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여자는 자신을 불쌍히 여길 줄 알아야 해……”“네가 그렇게 일념으로 바라던 하 세자도 며칠 전 많은 관중들 앞에서 청혼했다가 거절당했잖아.”“그가 거절을 당했어도 너를 고려하진 않았어.”“슬기야, 너 이씨 집안은 그렇다 쳐도 네 자신을 위해서 생각해봐.”“여자의 나이와 외모에는 다 유통기한이 있어!”“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번 기회를 놓치면 네가 이런 훌륭한 남자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도 너무 힘들 거라는 거야!”“언니 말 들어. 너 지금 가서 사직서 내고 일은 그만 둬. 그리고 예쁘게 가꾼 다음에 보름 뒤 우리 이씨 집안 저녁 파티에서 이 세자의 청혼을 들어주면 너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가 될 거야!”이안성의 아내 주리아는 이때 고심하는 얼굴이었다. 그녀와 이안성 두 사람은 한 사람은 검은 얼굴로, 한 사람은 하얀 얼굴로 한 목소리를 냈다. 둘은 호흡이 너무나도 잘 맞았다. 이씨 식구들의 시선은 모두 슬기에게로 쏠렸고, 그녀의 승낙을 기다렸다. 하지만 오히려 슬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의 눈빛은 극도로 냉담해졌다. 이준태는 그녀의 고집 센 표정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그
남원 고등학교.유아는 지금 머리를 감싼 채 마치 도망가듯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막 교문 앞에 도착했을 때 몇 명의 여학생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설유아, 너 왜 도망쳐? 이렇게 빨리 뛰다니! 설마 돈 벌러 어떤 아저씨랑 약속한 건 아니겠지?”“정말 모르겠네! 평소에는 순둥이처럼 굴면서 누가 좇아 와도 허락해주지 않더니 뜻밖에도 이런 식으로 돈을 벌다니! 걸레네!”“돈이 필요하면 우리한테 말해도 돼! 우리가 구제해줄 수 있어. 그렇게 자신을 망가뜨릴 필요 없잖아!?”이 몇몇 여학생들과 설유아의 관계는 매우 나쁘다. 특히 KTV 사건을 겪고 나서 유아는 반 남학생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오직 마음 속에 형부만 품게 되었다. 그래서 한 동안 많은 훌륭한 남학생들을 많이 거절했다. 그러자 다른 여학생들이 그녀를 질투하며 미워하기 시작했다. 다들 기회를 봐서 유아를 학교 밖으로 걷어 차기를 간절히 원했다. “내가 언제 돈이 부족했어? 나는 스마트 밸리에 방이 있는데 어떻게 돈이 모자랄 수가 있겠어?”“게다가 내가 돈이 부족하다고 해도 너희랑은 전혀 관계가 없으니까 비켜!” 유아는 이 여학생들과 지루하게 지껄일 마음이 없었다. “설유아, 너 얌전히 자퇴 해. 네가 남원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가 모를 줄 알아? 너 시골에서 왔잖아!”“네가 감히 스마트 밸리에 방이 있다고 지껄여? 너 참 뻔뻔하다!”“여러분, 정말 스마트 밸리에 살고 있을 수도 모르잖아요. 거기에 아저씨 한 분만 더 계시면 되지 않겠어요?”여학생들 몇 명이 계속 비웃었다. 그녀들이 보기에 이번이 설유아를 쫓아내기에 가장 좋은 기회였다.“참, 설유아, 너 왜 요즘 사람들이 너를 걸레라고 하는 지 알아? 우리가 사람들한테 이걸 보여줘서 그래!”이때 그 중 한 여학생이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틀었다. 비록 거리가 멀었지만 유아는 자기가 롤스로이스 조수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메인 운전석에 있던 남자는 잘 보
설유아도 바보는 아니었다. 일단 그녀가 무릎 꿇은 동영상이 퍼지면 지금 이 유언비어들을 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나랑 너랑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일부러 나를 못살게 구는 거야?”유아는 의문스러웠다. “미친 년은 길 건너 쥐라는 걸 몰라? 모두가 다 때려줘야지!”“네가 돈 많은 아저씨를 따라다니면서 우리 학교 체면을 다 구기고 다녀서 내가 학교 대표로 벌을 주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해?”소미영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진짜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는 오히려 즐거워하고 있었다. 유아의 얼굴색이 안 좋아졌다. 그녀 주변에는 다른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핸드폰을 뺏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소미영의 요구를 들어주면 꼬투리가 또 하나 잡히는 것이다. 일단 이것이 알려지면 유아의 말로는 더욱 비참해 질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유아는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을 움켜쥐고 그녀가 잘 아는 번호를 누르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그를 오게 하는 것이 정말 괜찮은 걸까?“너희들 뭐 하는 거야!?”이때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설유아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고 눈물이 날 뻔했다. “당신 뭐야?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소미영은 시큰둥한 얼굴로 그를 쳐다 보았다. 영웅이 미인을 구하려면 자신이 어느 정도 값어치가 되는 지는 스스로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겠니?사실 오늘 그는 포르쉐를 몰고 왔는데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부러움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관건은 소미영은 소씨 집안 사람이라 그녀의 눈에 포르쉐는 보통 차와 별반 다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하현이 거물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유아야,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소미영은 무시하고 돌아서서 물었다.“형부, 쟤 손에 내 동영상이 있어요. 내가 무릎 꿇고 미친년이라고 인정을 해야 동영상을 삭제해준대요.” 유아는 지금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았다는 듯 재빨리
차에 올라탄 후 하현은 급하게 시동을 걸지 않고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유아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 봐. 왜 저 여자애들이 너한테 이러는 거야?”유아는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형부, 지난번 KTV에서 있었던 일 기억해요? 그 때 이후로 나는 다른 친구들이랑 잘 안 어울려요.”“근데 손민철이 계속 저를 쫓아 다녔어요. 여러 번 공개적인 자리에서 저한테 고백을 했었는데 제가 계속 거절 했거든요.”“그 일 이 후로 미영이가 저를 미워했어요. 듣기로는 미영이가 민철이를 좋아한대요.” 하현은 여기까지 듣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눈썹을 비볐다. 한참을 생각을 하고 나서야 손민철이 누군지 생각이 났다. 아마도 처음 유아를 데리러 KTV에 갔을 때 만났던 그 녀석?그리고 여기에 소미영이 추가 됐다고?이게 무슨 헛소리냐?학생들간의 막장 연애?“그 일이 어떻게 이 정도까지 발전을 한 거야?”하현이 잠시 생각을 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소미영이 한 일을 봤을 때, 이정도 막장 연애라면 이 정도로 그치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유아는 이을 악물고 말했다.“왜냐면 미영이가 자기는 일류 가문 소씨 집안 사람이라면서 저 같은 사람은 자기 하인이나 해야 잘 어울린다고 계속 말했거든요.” “그런데 내가 어찌 미영이의 남자를 감히 빼앗겠어요!”“그래서 미영이는 내가 영원히 학교에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거예요!”“학교 이사회는 다 소씨 집안이 관리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오늘 미영이가 저를 무릎 꿇게 만든 거 말고도 학교에서 퇴학시키려고 준비하고 있어요.”여기까지 듣자 하현의 안색이 점점 안 좋아졌다. 만약 여학생들간에 서로 질투하고 다투는 일이라면 여기까지 하고 끝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소미영은 소씨 집안 사람이다. 게다가 이런 사소한 일로 유아를 퇴학까지 시키려고 하다니.비록 하현의 말 한마디면 더 좋은 학교를 찾을 수 있었지만, 상대방이 유아를 공격하려고 하는 게 분명한데 유아가
이때 담임교사의 태도는 매우 확고했다. 그녀는 유아가 비록 전학생이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아를 퇴학시키려고 하는 이 결정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교장 선생님. 이 일은 원래 학생들간의 작은 오해일 뿐이에요. 이런 사소한 일로 좋은 학생을 퇴학시킬 수는 없어요!”담임교사의 말을 듣고 손민철의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분노하며 말했다. “사소한 오해? 이게 어떻게 사소한 오해야!”“우리 집 민철이가 얼마나 훌륭한데! 내가 얼마나 어렵게 키운 아들인데!”“소씨 집안 아가씨가 우리 아들을 마음에 들어 한다니 영광이에요. 우리 손씨 집안의 영광이기도 하고요!”“우리도 우리 아들이 소씨 집안 아가씨와 사귀는 건 허락합니다!”“하지만 설유아라는 이 천한 년은 우리 손씨 집안 돈에 눈독을 들이고 출세를 하려고 하는 거예요!”“그래서 유아라는 학생이 이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끼어든 거예요!”“이런 못된 학생은 반드시 퇴학시켜야 합니다!”분명 이것은 생억지였다. 학생들 간의 사소한 일이 이렇게 까지 붉어진 것은 막돼먹은 여자가 사리분별을 못하고 아무에게나 고래고래 욕지거리를 했기 때문이다. 손민철의 아버지는 배가 불룩 나온 중년의 아저씨였다. 이때 기침을 하며 말했다.“원래 학생들간의 작은 갈등이나 다툼이었다면 저희도 교장 선생님 앞에서 이렇게 떠들썩하게 굴지 않았을 겁니다.” “근데 이 설유아 학생이 너무 지나쳤어요. 그 학생이 우리 민철이에게 무슨 약을 먹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철이가 유아에게 무슨 선물을 사주려고 했는지 집에서 몇 천 만원을 훔쳐 갔어요!”“교장 선생님, 이건 적은 액수가 아니잖아요!”“우리 민철이는 어렸을 때부터 가정교육을 잘 받았어요. 못된 학생이 가르친 게 아니라면 민철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겠어요?”“그러니 저는 이 설유아 학생을 반드시 퇴학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쥐 똥이 온 솥을 망치지 않도록요!” 이때 손민철의 아버지는 의미심장한 얼
손민철 어머니의 이 말을 듣고, 매력적인 여선생 이윤지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요염한 눈매에 몸매도 좋고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성격 때문에 밖에서는 줄곧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윤지는 세속에 물들지 않았고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도 연애 한 번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싸여있을 수가 있겠는가?이때 이윤지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손민철 어머니, 죄송하지만 말씀을 좀 삼가 주시면 좋겠습니다!”“입이 열렸다고 아무 말이나 막 하시네요!”“증거가 없으면 신고할 겁니다!”“신고? 가서 신고해!” 손민철 어머니는 기가 센 여자였다.“네가 천한 여자가 아니라면 왜 유아같이 천한 년을 감싸주려고 하겠어?”“당신이 깨끗한 선생이 아니니까 학생을 이렇게 가르친 거 아니야!”“감히 나를 신고해? 너 부끄럽지도 않아!”이윤지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대략 이 일의 과정을 알고 있었다. 이건 학생들 간의 사소한 다툼일 뿐 큰 지장을 주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때 손민철 어머니의 입에서 유아가 천한 년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고 그녀 역시 욕을 얻어 먹었다. “됐어요!”그러자 교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 선생, 이 일은 여기까지 합시다. 우리는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이 말을 듣자 이윤지는 비참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유아를 돕고 싶었지만 그녀는 그저 한 명의 선생일 뿐 능력에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흙덩이가 강을 건넌 듯 자신을 지키기도 어려웠다. “예쁘게 생겼으니 다른 학교에 가서 선생 노릇을 하던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편안히 선생 노릇을 하는 셈이니 그냥 조용히 월급이나 받으면 좋지 않겠어? “남의 일에 참견 말고 개는 쥐나 잘 잡으면 돼!”“무슨 능력이라도 있어?”“나랑 몇몇 이사들은 아는 사이라 당신을 해고하려고 하면 한 마디만 하면 돼!”손민철의 어머니는 득의양양했다. 그녀는 이윤지 선생이 너무 예쁘게
“누가 교장이야!?”하현은 막돼먹은 손민철의 어머니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는 이런 기가 센 여자들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지금 그는 상대하기가 귀찮았다. “난데, 넌 누구야? 누가 너보고 마음대로 회의실에 들어와도 된다고 했어!?”교장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며 앞으로 나섰다. “유아를 퇴학 시키려고 하나 본데 조사는 잘 한 거야?”하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건 우리 학교 내부에서 관리하는 일인데 이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교장은 시큰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청년이 감히 그에게 따져 묻다니, 그야말로 웃기는 일이다. “나는 유아의 가족이야. 당신들이 유아를 퇴학시키려고 하면 당연히 나랑 관련이 있지.”“누구든 감히 내 면전에서 유아한테 함부로 하면 죽게 될 거야!”하현은 얼굴색이 냉랭했다. 언제 이런 보잘것없는 교장이 감히 자기 면전에서 날뛰게 됐지?“임마!”손민철의 아버지가 이때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온몸에 생선 비린내가 났다. 그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이 천한 년의 가족이라고 했으니 그럼 이 여자애를 데리고 지금 꺼져줘. 너는 이 일을 해결할 능력이 없으니까!”“지금 꺼져. 이따가 내가 사람들 시켜서 너 들고 나가라고 하면 네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일까 봐 걱정이 돼서 그래.”하현은 고개를 돌려 손민철의 아버지를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이 유아를 퇴학시키라고 했어?”“그래!”손민철의 아버지는 비웃었다.“이 년은 몇 살이야?”“돈 때문에 우리 아들을 꼬셔서 집에서 몇 천 만원이나 훔쳐가게 만들어서 사치품을 선물하게 했다고!”“너 마침 잘 왔다. 오늘 너 우리 집에 1억 배상해! 안 그러면 갈 생각 하지마!”하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들이 가정교육 제대로 시키지 않은 거랑 우리 집 유아가 무슨 상관이야?”“너네 아들이 돈을 훔쳐서 무슨 악랄한 짓을 하든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교장 선생님은 당연히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손민철 가족이 학교에 적지 않은 돈을 기부했을 뿐 아니라 학교 이사장들과도 관계가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사장은 또 소씨 집안 사람이어서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진작에 결정을 내렸고 이 결정은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이 순간 교장이 차갑게 말했다.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 없어. 오늘 처리한 결과는 전혀 달라질게 없어.” “설유아는 퇴학처리 됐고, 당신이 우리 학교에 무단 침입한 일에 대해서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권리가 있어!”“너와 손 선생 사이의 채무는 당신들이 알아서 해결해.”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다른 이사들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당신들도 같은 의견인가?”“이놈아, 너 정말 네 마음대로 우리 회의실에 뛰어들어 오면 우리 결정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너 우리가 어떤 신분이지 잘 모르겠으면 밖에 나가서 좀 알아봐. 네가 어떤 사람이든 결정된 건 바꿀 수 없어!” “너 지금 순순히 사과하고 꺼져! 그렇지 않으면 남원에서는 어디서도 공부할 수 없을 줄 알아!”이 이사들은 하현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그들이 보기에 이 충동적인 청년은 기껏해야 재벌 2세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보잘것없는 재벌 2세가 그들 눈에 뭐로 보였겠는가?그들은 모두 실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유아는 이때 조금 겁이 났다. 자신의 형부가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녀는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도 형부가 교육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기가 앞으로 어디서도 공부를 할 수 없을 까봐 겁이 났다. “형부, 그만 하고 그냥 가요.”설유아는 이때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봤지? 이 계집애가 눈치가 있네. 얼른 꺼져. 지금 기분이 좋으니 배상하지 않아도 돼!”“다시 눈치 없이 행동하면 돈만 물어내는 걸로 그렇
보석을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이 물건이 순수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금을 울려 놓는다는 걸 깨달았다.정말 너무너무 예뻤다!너무나 화려하고 눈부셨다!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다이아몬드를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한순간에 다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말문이 막혀 버렸다.진홍헌의 눈빛도 바위 덩어리처럼 굳어졌다.그는 전문가였다.전문가는 본질을 깊이 파악하고 문외한은 겉모습에 매달린다.그는 한눈에 이 물건이 고가의 물건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목걸이를 들어 설유아의 목에 걸었다.우아한 목에 반짝이는 목걸이를 걸치자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여신 같은 모습이었다.설유아는 상기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게다가 아름다운 설유아의 미모까지 더해지자 마치 공주처럼 우아하게 빛났다.수많은 여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부러워서 질투에 활활 타올랐다.설유아는 너무 예뻤다!그 보석도 너무나 화려했다!설유아와 보석이 한몸처럼 너무나 환상적으로 어울렸다.진홍민은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벅벅 갈았다.“흥! 어차피 노점상에서 산 가짜일 거야!”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의 앱을 켜서 사진을 찍은 뒤 검색에 들어갔다.“어머! 어머 어머!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까르띠에 상품이래! 그것도 올해 새로 나온 거라는데!”보석업을 하는 집안 출신의 여자도 앞으로 나와 몇 번이고 유심히 살펴본 뒤 입을 열었다.“맞아! 이거 까르띠에 신상품이야. 국내에는 108세트밖에 안 들어온 한정품이라던데! 가격은 또 어떻고! 어마어마해!”“흥! 신상품은 무슨 신상품!”“딱 봐도 우리 오빠가 산 것보다 못한 것 같은데 뭘!”진홍민은 속으로는 제 발 저렸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입을 열었다.“이게 진짜라고 해도 십억이나 되겠어?”그러나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까지 말하던 진홍헌은 하현을 너무 사지로 몰아넣지는 말자고 생각했는지 한 발 물러섰다.“이 자리에서 당장 물건을 꺼내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어. 위층에 있는 금정 쇼핑센터에 가서 뭔가를 살 시간을 주지. 두 시간이야!”“우린 여기서 기다릴 테니 뭐라도 사 와 봐!”자신의 오빠가 한 말에 진홍민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우리 내기할까?”“두 시간이면 부족하지 않겠어?”“그렇다면 그냥 무릎 꿇고 빌어. 빌면 두 달도 더 줄 수도 있어!”“그때는 장기라도 팔아야 할 거야!”“하지만 촌뜨기의 장기가 뭐 얼마나 값어치가 있겠어! 하하!”진홍민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 한껏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십억이 뉘 집 개 이름이란 말인가?많은 사람들은 평생 벌어 보지도 못하는 돈이다.하현은 볼품없는 촌뜨기인데 두 달은 고사하고 평생을 줘도 못 만져 볼 돈이었다.“두 시간도 안 걸려. 지금 바로 설유아에게 줄 선물을 가져올 수 있어.”하현은 그들의 비아냥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품에서 왕인걸이 준 선물 상자를 꺼냈다.왕인걸한테 받을 때 하현은 슬쩍 상자를 열어 보았었다.그 안에 든 것은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비록 하현이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왕인걸이 건넨 선물이었으니 가히 대단한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적어도 진홍헌이 준비한 물건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장담했다.“선물?”진홍헌은 싸늘한 눈초리로 눈을 힐끔거렸다.“보아하니 설유아한테 줄 생일 선물을 준비한 것이로군.”“그런데 당신이 뭘 준비할 수 있었겠어? 기껏해야 몇백만 원짜리 반지? 아니면 목걸이?”“가난한 사람들이 체면치레하려고 일부러 무리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선물이 있으면 어서 꺼내 봐! 쭈뼛거리지 말고 어서!”“꺼내지 않으면 그 안에 마늘이 들었는지 보석이 들었는지 누가 알겠어?”무리를 지은 사람들은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비웃었다.하현이 분명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십억
진홍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화를 내고 싶어도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겨우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생각하며 이런 촌뜨기한테 섣불리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진홍헌!”“마침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만난 김에 경고 하나 하지!”“설유아가 솔로이든 아니든.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 내가 맞든 안 맞든 간에.”“이런 식으로 윽박지르는 거, 설유아가 가장 싫어하는 거야!”“앞으로 당신은 설유아를 좀 멀리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그때 가서 날 원망해도 아무 소용없어!”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두 남매를 주시했다.하현의 날선 눈빛과 매서운 경고의 말이 서늘하게 두 남매를 압박했다.진홍헌은 순간 온몸에 오한이 났고 마음속에서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두려움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하지만 그는 죽을힘을 다해 정신을 다잡았다.그는 수조 원 자산의 중천그룹 아들인데 어떻게 이런 촌뜨기를 두려워할 수 있겠는가?“하 씨!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설유아를 대신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거야?”진홍민도 완전히 격노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내가 이미 당신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라고 했어!”“당신은 설유아의 남자도 아니고 그냥 설유아의 형부일 뿐이잖아!”“그것도 데릴사위!”“설 씨 집안에서 먹고 마시고 편하게 지내는 한량 주제에 어디서 주제넘게 형부 노릇을 하겠다는 거야?”“염치도 모르는 놈!”“감히 우리 오빠한테 대들어?”“설유아는 우리 오빠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야. 우리 오빠의 여자가 될 수밖에 없어!”“우리 오빠가 실수로 가짜를 샀다고 해도 정말로 우리 오빠는 십억을 썼다고!”“뭘로 우리 오빠랑 비교를 하겠다는 거야?”“데릴사위 주제에 처제를 위해 나서겠다고? 허! 그게 가당키나 한 것 같아?”“설유아한테 뭘 해 줄 수
하현은 사랑의 정표라고 하는 다이아몬드를 쥐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다이아몬드?”“십억?”“그 말인즉슨 이것도 결국은 유리구슬이라는 거잖아?”“촌뜨기는 촌뜨기야. 유리와 다이아몬드도 구별하지 못하는 식견이라니!”진홍헌은 하현을 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야.”“그래서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온 거야...”“그래?”진홍헌이 더 많은 말을 늘어놓기 전에 하현은 그의 말을 끊은 후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차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이아몬드가 가루가 되어 하현의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하현은 물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닦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사랑이 다이아몬드보다 강하다며?”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모두들 무슨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한 얼굴로 멍하니 눈앞의 상황을 지켜보았다.정상적인 다이아몬드라면 아무리 센 망치로 쳐도 절대 가루가 될 수 없다.그럼 이게 정말 유리조각이라는 것인가?아니, 유리조각이라고 해도 그렇지!어떻게 맨손으로 가루를 만들 수가 있는 것인가?순간 하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두려움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오직 설유아만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분명 형부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던 듯했다.그녀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진홍헌은 가능한 한 도덕적으로 그녀를 납치해 그녀의 승낙을 얻으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거칠 것 없이 그의 얼굴을 때린 셈이었다.진홍헌의 체면은 조금도 안중에 두지 않은 것이다.이 원한!절대 참을 수가 없었다!“짝짝짝!”하현은 손뼉을 치며 손에 묻은 가루를 털어내었다.동시에 그는 진홍헌에게 반응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진홍헌. 당신이 이 물건을 사는데 얼마나 썼는지는 모르겠지만.”“방금 사람들이 똑똑히 봤듯이 이 물건은 아주 질이 나쁜 유리조각일 뿐이었어!”“이런 걸 가지고 와서 십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당신은 나한테 말했지. 백억! 백억이면 썩 꺼진다고?!”“이제 다시는 설유아를 괴롭히지 않는 거지?”“개자식! 당신이 뭔데 자꾸 확인을 하고 그래?”진홍민이 나서며 거들먹거렸다.“우리 오빠가 어떤 신분인지 알기나 해?”“어디서 감히 우리 오빠를 거들먹거리는 거야?”진홍헌도 사납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개자식! 정말 나와 맞서고 싶어?”그는 하현이 백억을 절대 가져올 수 없다고 믿었다.설령 정말로 내놓는다고 해도 그가 이 조건을 들어줄 리가 없다.설유아 같은 아름다운 여인을 얻는 것이 그리 간단할 리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설유아도 탐이 났지만 그녀 뒤에 떡 하고 버티고 있는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대구 정 씨 가문이야말로 진홍헌이 탐을 내는 것이었다.하현은 진홍헌을 완전히 단념시키기로 결심했고 앞으로 나서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돈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오늘 당신은 설유아를 괴롭혔기 때문에 난 절대 예의 같은 거 차리지 않을 거야.”“지금 협박하는 거야?”진홍헌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누군지 알긴 알아? 여자를 사이에 두고 나랑 싸우자는 거지?”“난 중천그룹 아들이야. 우리 집 자산은 수조 원이나 돼!”하현도 매서운 눈초리로 되받아쳤다.“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열여덟 살에 북화대학에 입학했고 스무 살에 복수 학위를 취득했어. 그리고 스물네 살에 노국에 있는 복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땄어!”“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중천그룹 아들이고 내 이름으로 18개의 기업이 있어. 내 사업은 대하 각지에 퍼져 있지.”“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평생 먹고 놀아도 될 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하지!”“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진홍헌은 기세등등한 자태로 또박또박 한 마디도 밀리지 않고 사람을 몰아붙였다.하지만 경박
”이, 이 남자 누구야? 설마 저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는 아니겠지?”“너무 평범하게 생겼는데?”“딱 봐도 촌놈처럼 생겼잖아? 어디서 저런 놈이 튀어나온 거야?”“아니, 얼굴도 저렇게 예쁜데 왜 저런 남자를 좋아해?!”“왜 스스로 신분을 낮추려고 저러는 거야? 뭐 하러 저런 망나니랑 어울리냐고?”“저런 촌뜨기와 함께 고생하며 산다면 무슨 행복이 있겠어?”“그러니까 말이야! 진 도련님이 이렇게 멋지고 돈도 많은데, 게다가 당신한테 일편단심이잖아! 영광스럽게 생각해야 해!”많은 사람들이 모두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모두들 진홍헌을 두둔하는 말뿐이었다.허영을 사랑하는 것이 세상의 본성이니까 그럴 만도 했다.예쁜 여자들은 아주 못마땅한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이 녀석이 진홍헌의 여자를 빼앗으려 해?정말 주제넘어도 한참을 넘었군!낯선 남자가 나타나 설유아와 친근한 듯 말을 주고받자 진홍헌의 눈빛은 경멸로 가득 차올랐다.그는 직접 수표 한 장을 품에서 꺼내 숫자를 쓱쓱 휘갈기고는 책상 위에 떨어뜨렸다.“십억이야! 당신 같은 촌뜨기가 평생 뼈빠지게 일해 봐야 만질 수도 없는 돈이야!”“얼른 이 수표 가지고 썩 꺼져! 얼른 설유아 곁에서 떨어지라고!”시원시원하고 박력 있는 모습에 현장에 있던 여자들은 모두 진홍헌의 이름을 외쳤다!한껏 흥분한 여자들은 진홍헌의 사랑을 받고 서 있는 설유아가 마치 자기 자신이라도 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툭!”하현도 수표 한 장을 꺼내 숫자를 쓰고는 바로 진홍헌의 얼굴에 수표를 내리쳤다.“백억이야! 이제 꺼져!”백억?꺼지라고?모두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현이 정신 나간 게 아닌가 의심하는 눈초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진홍헌이 십억을 내놓은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중천그룹의 아들이었고 재산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하늘을 뚫은 기세로 거만하다는 건 말해 봐야 입 아플 정도였다.하지만 하현이 백억을 꺼내 진홍
”당신이 대답하지 않으면 난 일어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진홍헌은 이미 반쯤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는 진지한 표정, 애틋한 눈빛으로 사랑을 구하지 못하면 조금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마치 설유아가 그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땅에 머리라도 박을 기세였다.“설유아, 어서 대답해! 뭐 하는 거야?”“맞아! 진홍헌이 저렇게까지 무릎 꿇었는데 뭘 망설이는 거야? 저러다 무릎이라도 까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무릎을 꿇었는데도 대답을 하지 않다니!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야!”“만약 진홍헌이 그런 당신한테 화가 나서 마음이 상해버리면 어떻게 할 거야?”“사람이 왜 그래? 저렇게까지 하는데 받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이때 십여 명의 여자들이 모두 설유아를 호통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진홍헌 같은 부잣집 도련님한테 고백을 받다니!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그런데 그녀는 행복한 줄도 모르고 굴러들어 온 복을 발로 뻥 차려고 하다니?거절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세상 물정 모르는군!여자들의 말에 비춰 보자면 설유아는 승낙은 고사하고 당장 옷을 벗고 진홍헌에게 뛰어들어야 마땅할 것 같았다!여자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설유아의 얼굴이 더욱더 창백해졌다.그녀는 많은 부잣집 사람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행태를 보아 왔다.그러나 진홍헌처럼 뻔뻔하고 무례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동창이라는 신분을 내세워 거리낌 없이 자신을 협박하다니!이로 인해 설유아는 진홍헌에 대한 인상이 더욱 나빠졌다.자신의 오빠가 미녀를 성공적으로 손에 넣기 위해서, 그리고 중천그룹에 대구 정 씨 가문이라는 큰 태산을 연결하기 위해서 진홍민은 비길 데 없이 열심히 열을 올리는 것이다.“대답해! 설유아.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서 빨리 대답하라고!”그녀는 주변에 있던 여자들에게 눈짓으로 설유아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라고 부추겼다.아마 옆에서 계속 이렇게 압박을 하면 설유아처럼 사회 경험이 없는 여자는 결국 응할 것이라고 믿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이 장면을 지켜보다가 한 걸음 내디뎠다.설유아는 진홍헌의 구애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협박까지 받은 것이다.이 시점에서 하현은 형부로서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러나 하현이 막 발을 내디뎠을 때 방금 설유아의 앞을 가로막았던 그 남자들이 하현의 앞길을 막아섰다.키가 1미터 90센티미터에 가까운 남자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사나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진 도련님이 고백하는 거 못 들었어요?”“관계자 외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말을 하면서 남자는 하현을 밀어내며 어서 물러가라고 했다.하현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설유아는 내 동생인데 무슨 자격으로 당신들이 날 못 들어가게 하는 거죠?”“동생?”양복 차림의 남자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오빠든 아빠든 누가 와도 소용없어요!”“지금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요. 진 도련님이 미인을 품에 안기 전에는 그 누구도 못 들어갑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 차갑게 말했다.“비켜!”“어쭈, 지금 화낸 거야?”“보아하니 당신은 설유아의 오빠가 아니라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인가 보군, 그렇지?”“내 여자가 남한테 구애받고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해?”양복 차림의 남자가 사납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아무 소용없어. 기분 나쁘면 벽에 머리라도 쥐어박아. 우리한테 와서 소란 피우지 말고!”중천그룹 경호팀장인 그는 키가 1미터 90센티미터나 되는 큰 키를 앞세워 자신만만하게 하현에게 맞섰다.어쨌든 오늘 진홍헌은 그에게 외부인을 식당에 들여보내지 말라는 중책을 맡겼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함부로 레스토랑에 들어오게 할 수 없었다.대화를 듣고 있던 몇몇 사내들도 히죽히죽거렸다.하현의 절박한 얼굴을 보고 그들은 하현이 설유아가 마음에 둔 사람인 줄 완전히 착각한 것이다.어쩌면 두 사람이 사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먹잇감으로 당하기 직전
진홍헌, 오늘 이런 이벤트를 해줘서 고마워.”설유아의 얼굴이 차가워졌다.누군가가 공개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하는 것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마치 그녀를 납치하는 것 같은 기분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생일 파티에 왔다가 뜬금없이 고백을 하는 진홍헌에게 그녀는 조금도 호감이 가지 않았다.“진홍헌, 이런 물건은 사랑하는 여자한테 선물해야 하는 거야.”설유아는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자칫하다 진홍헌에게 말꼬리를 잡혀 쓸데없는 기회를 주게 된다면 곤란하다.“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그래서 당신의 고백을 받아줄 수가 없어.”진홍헌은 조건도 탁월하고 인물도 아주 잘생겼지만 설유아의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서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진홍헌의 여동생 진홍민은 순간 얼굴색이 확 변하며 입을 열었다.“설유아! 부끄러워서 이러는 거야? 부끄러워서 지금 우리 오빠를 거절하는 거냐고? 그러면 안 돼!”“오빠를 쫓아다니는 여자들이 금정에서 대구까지 쫙 깔렸어!”“당신이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당신 생에 다시는 이런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없을 거야!”진홍헌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설유아, 부끄러워하지 마. 좋아하는 남자가 어디 있다는 거야?”“있다고 해도 이런 남자는 나 하나밖에 없어. 당신과 어울릴 수 있는 남자는 나뿐이라구!”“그러니까 거절하지 말아줘!”설유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진홍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평범한 동창일 뿐이야.”“그리고 난 정말 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무엇보다 오늘은 내 생일 파티잖아.”“내 생일 파티에 네가 이러는 건 좀 그렇지 않아?”진홍헌은 설유아의 말에 조금도 타협할 마음이 없다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설유아, 바로 오늘이 당신 생일이기 때문에 내가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한 거야!”“왜냐하면 난 정말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난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