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이 전화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 입구에서 적지 않은 소동이 일어났다. “오늘 이게 무슨 일이야? 이사장들이 어떻게 다 왔지? 무슨 큰 일이라도 났나?”“설유아 일 때문은 아니겠지?”“그럴 리가 있겠어? 설유아가 이사장들을 놀래 킬 능력이 있어?”그런데 이사장들만 온 게 아니었다. 가장 관건은 아우디 A6 한대가 천천히 학교 입구에 멈춰 섰다는 것이다. “이분은…… 남원 교육계의 2인자, 동일천!”“엄마, 어떻게 1인자 조천평도 왔지?”“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남원 교육계의 두 거물을 함께 오게 만들다니?”“그리고 이사장들도 어떻게 하나같이 긴장한 얼굴이야? 도대체 무슨 큰 일이 있었던 거야?”이때 학교 문 전체가 끊임없이 진동했다. 모두가 불가사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원 고등학교는 줄곧 힘있는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였다. 거기다 소씨 집안의 투자로 남원 고등학교는 남원 전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교가 되었다. 얼마나 많은 고관들의 자녀들이 남원고에 다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남원고 교장과 이사진들도 이런 고관들과 접촉하는 것은 그들의 코가 하늘을 찌르는 게 만들었다. 하지만 교육계의 1인자, 2인자가 함께 이렇게 나타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이때 회의실 안에서 모두들 거의 10분 가까이 기다리고 있었다. 손민철 아버지는 조바심이 난 얼굴로 말했다. “이놈아, 너 대체 네 뒤에는 누가 있는 거야? 빨리 굴러오라고 해. 나 빨리 가야 돼!”“아이고, 시끄럽게 만들지 말고, 설유아나 데리고 가!”교장은 좋은 마음이 아니었다. 하현이 누구를 부를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윤지만 하현 곁으로 다가가 속삭이며 말했다.“그만두세요. 먼저 돌아가 계시면 제가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 반드시 유아가 퇴학처리 되지 않도록 할게요.”“감사합니다.”하현은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온 사람의 이름은 소재명, 소씨 집안의 방계, 남원 고등학교의 이사장, 남원 교육계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사람을 본 순간, 손민철 아버지는 잠시 멍해졌다. 설마 이 뜨내기의 빽이 소재명?만약 그렇다면 좀 귀찮아지겠는데!교장과 몇몇 이사들은 이때 자기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세웠고 얼굴에는 의아한 빛을 띠었다. 교장이 웃으며 말했다.“설마 오늘 큰 물이 같은 편을 치는 건……”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이 들어왔고, 그는 안색이 급변하더니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남원 교육계 1인자 조천평! 남원 교육계 2인자 동일천!소재명은 사실 별거 아니었다. 다들 같은 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남원 교육계의 1인자와 2인자를 부르는 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두 분, 이게……” 교장은 이때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앞으로 걸어가 말을 걸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조천평은 그를 무시했고, 회의실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공손한 얼굴로 하현 앞으로 걸어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감히 여쭙습니다. 하 선생님 이십니까?”“나예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조천평은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 선생님, 걱정 마세요. 방금 양공께서 분부하셨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희가 반드시 공정하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재명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똑바로 말 안 해!”이 일의 자초지종은 진작에 들어서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 일을 안정시키고 절대 소씨 가문과 연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남원교육계의 1인자와 2인자가 모두 왔기 때문에 설령 소씨 집안의 방계 사람이라고 해도 만약 오늘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그는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 “네…… 저희의 잘못입니다!”손민철의 아버지는 이때 바로 땅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장사꾼이라 임기응변이 강해 바람이 부는 대로 돛을 다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상대방이 전화 한 통으로 남원 교육계의 1인자와 2인자를 불렀는데 만약 상대방의 배경이 깊다는 것을 몰라본다면 그는 사회에서 오랫동안 빈둥대며 지내야 될 것이다. “유아는 저희 아들을 꼬드기지 않았어요. 제 아들이 혼자 유아를 마음에 들어 해서 돈을 들고 좇아 다녔는데 유아가 반응이 없어서 밖에서 유아의 이름을 더럽힌 거예요!”“오늘 오기 전에 제가 교장선생님과 이사님 몇 분께 담배 몇 갑을 보내드리면서 유아를 퇴학시켜 달라고 했어요!”손민철의 아버지는 재빨리 입을 열어 자초지종을 분명하게 설명했지만 소미영의 일에 대해서는 감히 말하지 못했다. 눈 앞의 이 놈에게도 미움을 살 수 없었지만 소씨 가문에게 역시 마찬가지로 미움을 살 수 없었다! 손민철의 아버지가 이렇게 입을 열자 교장과 몇몇 이사들은 이때 얼굴빛이 변했고 하나같이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실 이 일이 어떻게 된 일인지 속으로는 그 내막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손민철의 아버지는 그들에게 적지 않은 혜택을 주었고, 그 배후에는 소씨 가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으니 그들이 어떻게 설유아의 편에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겠는가?그런데 유아가 이렇게 강한 배경이 있었을 줄 누가 생각이나 해 봤겠는가?맞은편에 있던 소재명의 매서운 눈빛에 교장은 재빨리
하지만 하현의 태도를 보고 교장은 오늘 이 일을 평온하게 끝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쨌든 조천평도 왔다. 거기다 조천평이 감히 앉지도 못하고 시종일관 서있는 것을 못 봤는가? “퍽______”교장이 계속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 남원 교육계 2인자가 갑자기 앞으로 나오더니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한대 후려치며 차갑게 말했다.“조국장 말 못 들었어? 하 선생님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안 그러면 교장 생활도 이젠 끝이야!”“네. 네. 네!”교장은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이때 감히 하현을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활처럼 몸을 구부리며 떠보았다.“아니면, 손민철보고 유아에게 사과하라고 할까요?”하현은 말을 듣고 냉소하며 아예 말하기가 귀찮아졌다. 동일천이 이 말을 듣고 이때 또 앞으로 나서며 교장의 뺨을 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네가 생각한 해결 방안이야?”“사과? 가뿐하게 사과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교장은 맞아서 멍해졌다. 그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때 조천평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하현을 깊이 쳐다본 후에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과하면 안 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전교생 앞에서 해야 돼. 그리고 이 일 후에 손민철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기억해야 해. 나중에 다시 감히 설유아를 괴롭히면 즉시 퇴학이야!”“거기다 앞으로 설유아 학생이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억울한 일을 당하면 너는 자리 들고 꺼질 준비를 해야 할 것야!”두 어르신이 나서서 말씀하시는데 어찌 감히 따르지 않을 수가 있을까? 손민철의 부모는 이때 벙어리처럼 말을 하지 못했다. 이 어르신들 앞에서 그들이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그들이 돈이 좀 있다 해고 대다수 남원 사람들의 눈에는 차지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엔 그들이 칠판을 걷어찼다는 것이다. 거기다 칠판이 너무 딱딱해서 그들은 마주할 용기도 없었다. 이 모습을 본 조천평과 동일천은 서로 마주보더니
대강당에서는 그곳에 참석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이게 뭐 하는 거야?”“설유아 퇴학을 직접 발표하려고 하나 봐! 우리 학교에 먹칠을 했으니까!”“게다가 유아네 돈줄 아저씨가 우리 학교에 함부로 차를 몰고 들어온 것도 분명 유아가 시킨걸 거야!”“듣기로는 예쁘장하게 생겼다고 하던데, 이렇게 싸구려 일 줄은 정말 몰랐어!”소미영과 친구들이 가장 먼저 와 맨 앞줄에 앉았다. 이들은 모두 유아가 결국 이런 결말을 맺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미영은 또 제일 먼저 사람을 시켜서 새로운 핸드폰을 선물하게 했다. 그녀는 지금 집에 가서 천천히 감상하려고 동영상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설유아 이 싸구려, 돈줄을 찾으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남원고가 우리 소씨 집안이 말하는 대로 되는 줄은 몰랐겠지!”“우리가 손을 댄 순간부터 유아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어!”“방금 그 바보가 날뛰지 않았어? 큰 아가씨의 핸드폰을 부숴버렸잖아. 그리고 나서 중고차를 몰고 학교에 들어왔으니 지금은 우리 학교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겠지?”“이런 쓰레기는 이사장만 나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을 텐데 왜 교육계 1인자, 2인자가 다 왔을까?”“와도 좋지, 이런 졸부는 돈 좀 몇 푼 쓰면 자기가 세상에서 최곤 줄 안다니까! 사실 우리 같은 대 가문 앞에서는 그런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데!”“그 사람이 지금 도대체 어떤 심정일지 너무 궁금하다!”“이 싸구려 설유아가 그럴 가치가 있나?”바로 이때 하현과 설유아가 먼저 무대위로 올라왔다. 적지 않은 소미영의 패거리들이 벌써 큰 소리로 비웃기 시작했다.“설유아, 네가 우리 남원고의 체면을 다 구겨놨잖아. 빨리 꺼지지 않고 뭐해!”소미영이 냉소하며 입을 열었다.소미영 곁에 있던 조무래기들도 맞장구를 치며 하나같이 유아를 가리키며 뻔뻔하다고 욕을 했다. 소미영의 신분은 워낙 특별했기에 남원 고등학교에서는 거의 공주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남원 교육계 1인자 조천평.남원 교육계 2인자 동일천.남원 고등학교 이사장 소재명.남원 고등학교 이사들, 교장……맨 마지막으로 손민철의 부모, 그리고 손민철도 왔다. 이 거물들이 지금 나타난 것을 보고 무대 아래에 있던 소미영과 사람들은 계속 비웃어댔다. 하지만 손민철 부모와 손민철이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단상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그들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손민철의 어머니는 욕쟁이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어떻게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창백한 얼굴이 됐는지, 마치 바람이 불면 쓰러질 것 같아 보였다. 자세히 보니 조천평과 동일천의 얼굴은 엄숙해 보였고, 하현을 향해 다소 공손한 모습이었다. 소재명과 남원고의 간부들은 이때 하나같이 얼굴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손민철의 부모를 힐끗 쳐다보았다. 방금 까지 더할 나위 없이 날뛰던 남자는 이때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가 무릎을 꿇자 그의 억척스러운 아내도 어쩔 수 없이 못마땅한 얼굴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손민철은 이제 막 왔기 때문에 그는 조금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원래 자기가 유아의 죄의 목록을 열거하러 온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장면은 무슨 뜻이지?이때 손민철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아빠, 엄마. 뭐하세요? 왜 이런 천박한 년한테 무릎을 꿇으세요? 유아가 저한테 무슨 짓을 하셨는지 잊으셨어요?”“여기는 단상이에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요! 얼른 일어나세요!”말을 하면서 손민철은 그의 아버지를 끌어 당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대 아래에서는 소미영의 조무래기들이 왁자지껄했다. “손민철, 얼른 아저씨를 일으켜. 분명 너무 지치신 걸 거야!”“아저씨, 주국장 같은 큰 인물들 앞에서는 더 허리를 피셔야죠. 그분들이 아저씨 편을 들어주실 거예요!”“그래요. 이 계집애가 민철이를 꼬드겨서 1억을 훔치게 했잖아요! 반드시 배상하라고
따귀를 맞자 민철은 바로 멍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손철의 아버지는 이미 왼손과 오른손으로 따귀 열 몇 대를 더 때렸다. 그의 아내는 이렇게 모질게 때리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빨리 손을 댄 것이다. 손민철을 혼수상태에 빠뜨린 뒤에야 손민철의 아버지는 땅에 무릎을 꿇고 몸을 돌려 하현과 유아가 있는 쪽을 향해 이마가 땅에 닿도록 쿵쿵 절을 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설유아 학생. 우리가 학생을 헐뜯고 이름을 더럽혔네요!”“학생은 여태껏 우리 아들을 꼬신 적이 없어요. 우리 아들이 주제넘게 학생의 미모에 침을 흘리면서 온갖 방법으로 학생을 괴롭혔어요!”“돈을 훔친 것도 우리가 가정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해서 그랬던 거예요. 다 저희의 잘못입니다!”“오늘 이렇게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 앞에서 저희 가족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저희를 용서해 주시기 바래요!”이 말을 들은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하나같이 반응이 없었다.잠시 후, 단상아래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이 거의 환각 상태에 빠진 줄 알았다!손민철의 아버지가 설유아한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한다고? 이, 이, 이……이거 설마 해가 서쪽에서 뜬 건가?“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손민철 아버지는 생선장사를 크게 하시는 사장님 아니야? 재산도 몇 백억은 되잖아! 이렇게 큰 인물이 어떻게 유아한테 무릎을 꿇을 수 있어!?”“이거 정말 말도 안돼! 이거 연극하는 거 아니야!?”“이야기 전개가 너무 뜻밖인데! 드라마도 이렇게까지 드라마틱 하지 않을 거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유아가 설마 더 대단한 배경이 있었던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재산이 그렇게 많은 손민철 집안이 어떻게 유아에게 사과를 할 수 있었겠어?”이런 말들이 나오자 적지 않은 사람들은 시선을 하현에게로 향했다. 비록 그들이 포르쉐 사건을 듣긴 했지만 남원고 재벌 2세들이 보기엔 별거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포르쉐
교장이 말을 마치자 전의 그 이사들 몇 명도 따로 나와서 이 일은 그들도 큰 책임이 있다고 잘못을 인정하고 오늘부터 사임을 하고 다시는 남원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설유아의 일 때문에 남원고의 이사장을 제외한 교장과 다른 이사들이 전부 잘못을 인정하고 사임을 하겠다고!?지금 이 순간, 온 장내가 떠들썩했다!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들도 지금은 뭔가를 알아차렸다. 손민철 일가가 사과를 한 것은 간단하다. 진실을 숨길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교장과 이사진들이 책임을 지고 사임을 하겠다니 이건 정말 그리 간단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때 적지 않은 사람들은 하현의 신분을 추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그들은 조천평과 사람들이 나타난 이유가 아마도 이 젊은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단상 아래 소미영의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예전에 그녀는 하현이 그저 평범한 재벌 2세일 뿐일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간단하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조천평과 동일천이 그를 뒷받침해주고 있다니 확실히 능력이 충분했다. 하지만 소미영이 보기에는 남원고 3분의 1이나 되는 소씨 집안 보다 다른 사람이 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는 용이라도 꼼짝할 수 없다!여기서는 호랑이라도 엎드려야 한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소미영은 직접 전화를 걸었다. “아빠, 이쪽에 어떤 사람이 싸구려 설유아를 돕겠다고 남원 교육계 1인자 조천평하고 2인자 동일천을 불렀어.”전화 맞은편에서 웃으며 말했다. “설은아 여동생을 치우는 게 가주의 뜻이야. 그냥 사소한 장난인 줄 알고 별로 재미없었는데.”“지금 남원고에 우리 소씨 집안 권위에 도발하는 자가 있다니 그럼 우리가 그들과 잘 놀아줘야지.”“귀여운 우리 딸, 그 사람들 도망 못 가게 잘 붙들어 놔. 내가 금방 갈게!”전화를 끊고 소미영의 얼굴엔 거만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 수많은 혼란 끝에 이미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
여수혁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하현, 나 여수혁이야! 페낭 무맹 무맹주의 여 씨 가문 사람이라구!”“내 스승님은 남양 무맹 맹주야!”“나한테 당신 같은 사람은 목숨도 아니야!”“당신 지금 이런 행동한 거,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땅바닥에 널브러진 여수혁은 힘겨운 얼굴로 남은 힘을 끌어모아 내뱉었다.“퍽!”“저리 꺼져!”하현은 여수혁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그러자 여수혁은 벽에 몸을 부딪혔고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 핏물이 솟구치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배후에 누가 있든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어.”하현은 앞으로 나가 손을 뻗어 여음채의 창백한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당신한테 기회를 주겠어. 잠시 문을 닫고 정리하면서 잘 생각해 봐.”“다음에도 또 이런 일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오면 정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땐 인정사정없이 완전히 풍비박산을 만들어 버릴 테니까!”...궁지에 빠진 여음채와 여수혁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하현은 길을 막고 있는 페낭 무맹 제자들을 발로 걷어차고 원가령을 부축하며 양유훤의 차에 올라탔다.양유훤은 사람들을 양 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데려갔고 원가령을 응급실 침대에 눕힌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오늘 밤 가령이 일로 귀찮게 해서 미안해.”“어떻게 된 건지 들어서 잘 알고 있어.”“당신이 없었다면 오늘 밤 가령이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하현이 병원 대기실 소파에 앉자 하이힐을 신은 양유훤이 그에게 다가와 생수 한 병을 건넸다.“당연한 일을 한 걸 가지고 뭐. 마침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난 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오늘 밤 원가령의 일은 아마 십중팔구 당신을 노리고 한 짓일 거야.”“조심하는 게 좋아.”양유훤도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온 게 분명해.”“이번에 내가 천억 대금을 순조롭게 회수해서 적자에 허덕이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