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명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똑바로 말 안 해!”이 일의 자초지종은 진작에 들어서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 일을 안정시키고 절대 소씨 가문과 연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남원교육계의 1인자와 2인자가 모두 왔기 때문에 설령 소씨 집안의 방계 사람이라고 해도 만약 오늘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그는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 “네…… 저희의 잘못입니다!”손민철의 아버지는 이때 바로 땅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장사꾼이라 임기응변이 강해 바람이 부는 대로 돛을 다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상대방이 전화 한 통으로 남원 교육계의 1인자와 2인자를 불렀는데 만약 상대방의 배경이 깊다는 것을 몰라본다면 그는 사회에서 오랫동안 빈둥대며 지내야 될 것이다. “유아는 저희 아들을 꼬드기지 않았어요. 제 아들이 혼자 유아를 마음에 들어 해서 돈을 들고 좇아 다녔는데 유아가 반응이 없어서 밖에서 유아의 이름을 더럽힌 거예요!”“오늘 오기 전에 제가 교장선생님과 이사님 몇 분께 담배 몇 갑을 보내드리면서 유아를 퇴학시켜 달라고 했어요!”손민철의 아버지는 재빨리 입을 열어 자초지종을 분명하게 설명했지만 소미영의 일에 대해서는 감히 말하지 못했다. 눈 앞의 이 놈에게도 미움을 살 수 없었지만 소씨 가문에게 역시 마찬가지로 미움을 살 수 없었다! 손민철의 아버지가 이렇게 입을 열자 교장과 몇몇 이사들은 이때 얼굴빛이 변했고 하나같이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실 이 일이 어떻게 된 일인지 속으로는 그 내막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손민철의 아버지는 그들에게 적지 않은 혜택을 주었고, 그 배후에는 소씨 가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으니 그들이 어떻게 설유아의 편에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겠는가?그런데 유아가 이렇게 강한 배경이 있었을 줄 누가 생각이나 해 봤겠는가?맞은편에 있던 소재명의 매서운 눈빛에 교장은 재빨리
하지만 하현의 태도를 보고 교장은 오늘 이 일을 평온하게 끝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쨌든 조천평도 왔다. 거기다 조천평이 감히 앉지도 못하고 시종일관 서있는 것을 못 봤는가? “퍽______”교장이 계속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 남원 교육계 2인자가 갑자기 앞으로 나오더니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한대 후려치며 차갑게 말했다.“조국장 말 못 들었어? 하 선생님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안 그러면 교장 생활도 이젠 끝이야!”“네. 네. 네!”교장은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이때 감히 하현을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활처럼 몸을 구부리며 떠보았다.“아니면, 손민철보고 유아에게 사과하라고 할까요?”하현은 말을 듣고 냉소하며 아예 말하기가 귀찮아졌다. 동일천이 이 말을 듣고 이때 또 앞으로 나서며 교장의 뺨을 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네가 생각한 해결 방안이야?”“사과? 가뿐하게 사과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교장은 맞아서 멍해졌다. 그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때 조천평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하현을 깊이 쳐다본 후에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과하면 안 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전교생 앞에서 해야 돼. 그리고 이 일 후에 손민철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기억해야 해. 나중에 다시 감히 설유아를 괴롭히면 즉시 퇴학이야!”“거기다 앞으로 설유아 학생이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억울한 일을 당하면 너는 자리 들고 꺼질 준비를 해야 할 것야!”두 어르신이 나서서 말씀하시는데 어찌 감히 따르지 않을 수가 있을까? 손민철의 부모는 이때 벙어리처럼 말을 하지 못했다. 이 어르신들 앞에서 그들이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그들이 돈이 좀 있다 해고 대다수 남원 사람들의 눈에는 차지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엔 그들이 칠판을 걷어찼다는 것이다. 거기다 칠판이 너무 딱딱해서 그들은 마주할 용기도 없었다. 이 모습을 본 조천평과 동일천은 서로 마주보더니
대강당에서는 그곳에 참석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이게 뭐 하는 거야?”“설유아 퇴학을 직접 발표하려고 하나 봐! 우리 학교에 먹칠을 했으니까!”“게다가 유아네 돈줄 아저씨가 우리 학교에 함부로 차를 몰고 들어온 것도 분명 유아가 시킨걸 거야!”“듣기로는 예쁘장하게 생겼다고 하던데, 이렇게 싸구려 일 줄은 정말 몰랐어!”소미영과 친구들이 가장 먼저 와 맨 앞줄에 앉았다. 이들은 모두 유아가 결국 이런 결말을 맺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미영은 또 제일 먼저 사람을 시켜서 새로운 핸드폰을 선물하게 했다. 그녀는 지금 집에 가서 천천히 감상하려고 동영상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설유아 이 싸구려, 돈줄을 찾으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남원고가 우리 소씨 집안이 말하는 대로 되는 줄은 몰랐겠지!”“우리가 손을 댄 순간부터 유아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어!”“방금 그 바보가 날뛰지 않았어? 큰 아가씨의 핸드폰을 부숴버렸잖아. 그리고 나서 중고차를 몰고 학교에 들어왔으니 지금은 우리 학교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겠지?”“이런 쓰레기는 이사장만 나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을 텐데 왜 교육계 1인자, 2인자가 다 왔을까?”“와도 좋지, 이런 졸부는 돈 좀 몇 푼 쓰면 자기가 세상에서 최곤 줄 안다니까! 사실 우리 같은 대 가문 앞에서는 그런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데!”“그 사람이 지금 도대체 어떤 심정일지 너무 궁금하다!”“이 싸구려 설유아가 그럴 가치가 있나?”바로 이때 하현과 설유아가 먼저 무대위로 올라왔다. 적지 않은 소미영의 패거리들이 벌써 큰 소리로 비웃기 시작했다.“설유아, 네가 우리 남원고의 체면을 다 구겨놨잖아. 빨리 꺼지지 않고 뭐해!”소미영이 냉소하며 입을 열었다.소미영 곁에 있던 조무래기들도 맞장구를 치며 하나같이 유아를 가리키며 뻔뻔하다고 욕을 했다. 소미영의 신분은 워낙 특별했기에 남원 고등학교에서는 거의 공주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남원 교육계 1인자 조천평.남원 교육계 2인자 동일천.남원 고등학교 이사장 소재명.남원 고등학교 이사들, 교장……맨 마지막으로 손민철의 부모, 그리고 손민철도 왔다. 이 거물들이 지금 나타난 것을 보고 무대 아래에 있던 소미영과 사람들은 계속 비웃어댔다. 하지만 손민철 부모와 손민철이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단상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그들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손민철의 어머니는 욕쟁이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어떻게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창백한 얼굴이 됐는지, 마치 바람이 불면 쓰러질 것 같아 보였다. 자세히 보니 조천평과 동일천의 얼굴은 엄숙해 보였고, 하현을 향해 다소 공손한 모습이었다. 소재명과 남원고의 간부들은 이때 하나같이 얼굴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손민철의 부모를 힐끗 쳐다보았다. 방금 까지 더할 나위 없이 날뛰던 남자는 이때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가 무릎을 꿇자 그의 억척스러운 아내도 어쩔 수 없이 못마땅한 얼굴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손민철은 이제 막 왔기 때문에 그는 조금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원래 자기가 유아의 죄의 목록을 열거하러 온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장면은 무슨 뜻이지?이때 손민철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아빠, 엄마. 뭐하세요? 왜 이런 천박한 년한테 무릎을 꿇으세요? 유아가 저한테 무슨 짓을 하셨는지 잊으셨어요?”“여기는 단상이에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요! 얼른 일어나세요!”말을 하면서 손민철은 그의 아버지를 끌어 당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대 아래에서는 소미영의 조무래기들이 왁자지껄했다. “손민철, 얼른 아저씨를 일으켜. 분명 너무 지치신 걸 거야!”“아저씨, 주국장 같은 큰 인물들 앞에서는 더 허리를 피셔야죠. 그분들이 아저씨 편을 들어주실 거예요!”“그래요. 이 계집애가 민철이를 꼬드겨서 1억을 훔치게 했잖아요! 반드시 배상하라고
따귀를 맞자 민철은 바로 멍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손철의 아버지는 이미 왼손과 오른손으로 따귀 열 몇 대를 더 때렸다. 그의 아내는 이렇게 모질게 때리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빨리 손을 댄 것이다. 손민철을 혼수상태에 빠뜨린 뒤에야 손민철의 아버지는 땅에 무릎을 꿇고 몸을 돌려 하현과 유아가 있는 쪽을 향해 이마가 땅에 닿도록 쿵쿵 절을 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설유아 학생. 우리가 학생을 헐뜯고 이름을 더럽혔네요!”“학생은 여태껏 우리 아들을 꼬신 적이 없어요. 우리 아들이 주제넘게 학생의 미모에 침을 흘리면서 온갖 방법으로 학생을 괴롭혔어요!”“돈을 훔친 것도 우리가 가정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해서 그랬던 거예요. 다 저희의 잘못입니다!”“오늘 이렇게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 앞에서 저희 가족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저희를 용서해 주시기 바래요!”이 말을 들은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하나같이 반응이 없었다.잠시 후, 단상아래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이 거의 환각 상태에 빠진 줄 알았다!손민철의 아버지가 설유아한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한다고? 이, 이, 이……이거 설마 해가 서쪽에서 뜬 건가?“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손민철 아버지는 생선장사를 크게 하시는 사장님 아니야? 재산도 몇 백억은 되잖아! 이렇게 큰 인물이 어떻게 유아한테 무릎을 꿇을 수 있어!?”“이거 정말 말도 안돼! 이거 연극하는 거 아니야!?”“이야기 전개가 너무 뜻밖인데! 드라마도 이렇게까지 드라마틱 하지 않을 거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유아가 설마 더 대단한 배경이 있었던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재산이 그렇게 많은 손민철 집안이 어떻게 유아에게 사과를 할 수 있었겠어?”이런 말들이 나오자 적지 않은 사람들은 시선을 하현에게로 향했다. 비록 그들이 포르쉐 사건을 듣긴 했지만 남원고 재벌 2세들이 보기엔 별거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포르쉐
교장이 말을 마치자 전의 그 이사들 몇 명도 따로 나와서 이 일은 그들도 큰 책임이 있다고 잘못을 인정하고 오늘부터 사임을 하고 다시는 남원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설유아의 일 때문에 남원고의 이사장을 제외한 교장과 다른 이사들이 전부 잘못을 인정하고 사임을 하겠다고!?지금 이 순간, 온 장내가 떠들썩했다!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들도 지금은 뭔가를 알아차렸다. 손민철 일가가 사과를 한 것은 간단하다. 진실을 숨길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교장과 이사진들이 책임을 지고 사임을 하겠다니 이건 정말 그리 간단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때 적지 않은 사람들은 하현의 신분을 추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그들은 조천평과 사람들이 나타난 이유가 아마도 이 젊은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단상 아래 소미영의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예전에 그녀는 하현이 그저 평범한 재벌 2세일 뿐일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간단하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조천평과 동일천이 그를 뒷받침해주고 있다니 확실히 능력이 충분했다. 하지만 소미영이 보기에는 남원고 3분의 1이나 되는 소씨 집안 보다 다른 사람이 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는 용이라도 꼼짝할 수 없다!여기서는 호랑이라도 엎드려야 한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소미영은 직접 전화를 걸었다. “아빠, 이쪽에 어떤 사람이 싸구려 설유아를 돕겠다고 남원 교육계 1인자 조천평하고 2인자 동일천을 불렀어.”전화 맞은편에서 웃으며 말했다. “설은아 여동생을 치우는 게 가주의 뜻이야. 그냥 사소한 장난인 줄 알고 별로 재미없었는데.”“지금 남원고에 우리 소씨 집안 권위에 도발하는 자가 있다니 그럼 우리가 그들과 잘 놀아줘야지.”“귀여운 우리 딸, 그 사람들 도망 못 가게 잘 붙들어 놔. 내가 금방 갈게!”전화를 끊고 소미영의 얼굴엔 거만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 수많은 혼란 끝에 이미
이 순간 모두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곧 소미영의 그 조무래기들이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설유아, 너 뻔뻔하다! 교육계 1인자와 2인자가 너를 받쳐주다니!”“네가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인정하지 않고 우리 덕망 높은 교장 선생님을 사임시키다니!”“설유아, 네가 바로 우리 남원고의 죄인이잖아. 우리가 어떻게 너 같은 사람을 받아 줬을까!”방금 까지 가만히 있던 선생님과 학생들이 이때 유아를 가리키며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반 담임 이윤지는 참지 못하고 일어나 나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학생들, 설유아 학생은 잘못이 없어. 손민철 식구들이 장본인이야!”“짝_____”소미영이 갑자기 이윤지 앞으로 나오더니 손을 들어 뺨을 한대 때렸다.“이 년아! 닥쳐! 설유아 이년을 네가 가르친 줄 누가 몰라!”“너희들 한 놈은 젊은 싸구려, 한 놈은 늙은 싸구려네. 너희들 똑같이 염치가 없구나!”“때려!”소미영의 명령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노트, 지우개 같은 물건들을 던지는 것을 보자, 이윤지는 놀라고 두려워하는 얼굴로 계속 뒷걸음질쳤다.그녀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해 선생님이 된지 2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 어디서 이런 장면을 본적이 있었겠는가?그녀는 정말 순진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그녀는 소씨 집안이 남원고에서 어떤 권세를 가졌는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갑자기 하현이 앞으로 나와 냉담한 표정으로 장내를 휘감았다. 그의 포스가 너무 무서워 그 학생들은 이때 자기도 모르게 손동작을 멈췄고 감히 계속하지 못했다.“소미영이지? 내가 지금 유아에게 사과할 기회를 줄 테니 이쯤에서 여기까지 하고 끝내자.”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지만 마치 명령하는 것 같았다. 조천평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급변하더니 빨리 앞으로 나와 말했다.“학생, 빨리 사과해.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마!”“소재명, 당신도 마찬가지야. 설마 너 이런 사소한 일로 끝장을 내고
곧, 조천평은 하현 곁으로 다가가 몸을 숙이며 말했다.“하 선생님, 소씨 집안의 대선생님이 아마 오실 겁니다. 이건……”하현이 담담하게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소 선생? 소대창?”“네!”“당신 그 사람이 무서워?”조천평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약간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대장은 소씨 가문의 실세였다. 그가 남원 교육계의 1인자라고 해도 쉽게 미움을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 나는 안 무서워?”하현이 미소를 지었다. 이 말을 들은 조천평의 안색이 더욱 안 좋아졌다. 눈앞의 이분은 너무 담담했다. 조천평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이때 그의 안색이 살짝 변한 후 마침내 약간 이를 갈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선생님, 오늘 상황이 어떻게 되든 반드시 양공의 명령대로 선생님 편에 서겠습니다.” 하현은 담담하게 바로 잡으며 말했다.“내 편에 서는 게 아니라, 네가 공정하게 처리하면 돼.”“네. 네. 공정하게 처리하겠습니다!”조천평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하 선생님,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기다려.” 하현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그는 원래 이 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 골칫거리 소씨 집안을 찾아갈 작정이었다. 지금 소씨 집안이 알아서 자기들이 오겠다고 하니 그럼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지. “형부……”설유아는 약간 걱정이 되었다. 하현은 손을 뻗어 유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 기왕 누군가 힘으로 우리를 누르려고 하니 그럼 오늘 형부가 뭐가 진짜 힘이고 권세인지를 가르쳐줄게!”……같은 시각, 소씨네 장원.소대창은 차가운 얼굴로 대문을 나섰다. “큰 아버지.”입구에서 흰 셔츠를 입은 젊은 남자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세자.”이 모습을 본 소대창의 눈동자에는 이색이 스쳤지만 여전히 살짝 몸을 숙이며 입을 열었다. 소강승, 비록 소씨 가문의 3대이긴 하지만 항렬은 소대창이 조금 낮았다.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트렁크를 열고 짐을 챙기려 했다.그러자 검은 비닐봉지 같은 것이 보였고 그 안에는 흙 묻은 산삼 같은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백두산 산삼?”하현은 왕인걸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백두산 산삼이라니?!이것은 진정한 강장제이다.일반 중장년층이 복용한다면 몸은 튼튼하게 해 주고 힘을 북돋아 준다.이번에 혼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하현은 최희정과 설재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의 체면을 세워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고 그는 지체 없이 비닐봉지를 손에 덥석 들었다.그때 소식을 접한 설은아가 건물 입구에서 달려 나왔다.하현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보고 그녀는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하현, 이건...”“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게 되었는데 성의 표시는 해야지.”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 뿐 긴 말은 하지 않았다.설유아는 언니가 나오자 혀를 쏙 내밀며 쏜살같이 달아났다.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살짝 놀란 듯 어리둥절해했다.하현이 자신의 부모와 관계를 잘 풀어가기 위해 이런 선물을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새로 들인 양아들 내외가 마침 와 있어.”“그들이 말을 예쁘게 하지 않더라도 좀 참아.”말을 마친 뒤 설은아는 자신의 차에서도 선물 상자를 꺼낸 뒤 하현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집안에는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모두 금정의 부유한 사람인 것 같았다.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하현이 모르는 남녀가 장내를 이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나이는 서른도 안 되어 보였고 남자는 무던한 표정에 여자는 서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아이고, 은아. 왜 안 보이나 했어?”“오늘은 아버지가 한턱내는 날인데 이집의 어엿한 반쪽 주인인 당신이 안 보여서 걱정했잖아!”“당신은 아버지 친딸이니까 이런 일에 좀 더 신경을 써야지,
원래 하현은 이 일에 자꾸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노인 혼자서는 절대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결국 잠시 생각에 빠진 하현은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에게 말했다.“아가씨, 할아버지 몸에 뭔가 더러운 것이 있어요.”“당신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아마 그것 때문일 겁니다.”“그러니 당신들이 시간이 된다면...”“더러운 거라뇨?”하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분노를 터뜨렸다.“당신은 일억 때문에 차량에 달려들어 우리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어요!”“자기변명을 하려고 이제는 뭐라구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더러운 게 있다구요?”“그렇게 허튼소리 하다가는 제 명에 죽지 못할 거예요!”자신의 할아버지는 평생 덕을 쌓고 선을 행했고 자주 정진하고 염불을 외던 분이셨다.그처럼 선량한 사람에게 어떻게 더러운 기운이 붙을 수가 있던 말인가?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난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탁!”그러나 그녀의 손바닥은 하현의 얼굴에 닿지 못했다.언제 하현의 곁에 왔는지 그새 설유아가 들어와 여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가씨, 우리 형부는 좋은 마음으로 한 거예요!”“아무도 나서서 도와주려 하지 않았는데 우리 형부가 도와줬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에요?”“정말로 우리 형부가 한 행동이 당신 할아버지한테 해가 되었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하세요!”“형사가 우리 책임이라고 하면 우리가 책임지면 되죠!”“하지만 사람의 호의를 몰라보고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건 못 참아요!”설유아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여자를 바라보았다.“게다가 당신이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요?”“감히 내 형부한테 손찌검을 해?”본 적 없던 설유아의 패기에 하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자신의 눈에는 그저 어린 소녀처럼 보였던 설유아가 이렇게까지 성장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도 설유아의 기세에 놀랐는지 살짝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사람을 구해내지 않으면 양심에 걸려서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고 온화한 미소로 설유아를 안심시켰다.하현의 말을 들은 설유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자기가 형부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성격 때문이 아니었던가?이런 생각이 들자 설유아는 그의 손을 계속 잡고 있을 수 없었다.결국 설유아가 그의 손을 놓자 그가 한 걸음 내디디며 부리나케 벤츠 차량으로 뛰어들었다.“저기, 우리 할아버지 구해 주시려고요?”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다소 여윈 하현의 몸을 보고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였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죽은 사람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었다.그녀에겐 애초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할아버지를 구해 주신다면 일억을 드릴게요. 제발 우리 할아버지 좀 구해 주세요!”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벤츠로 발걸음을 재촉했다.엄청난 디젤 냄새가 코를 찔렀고 벤츠 차량은 이미 완전히 변형되었다.노인의 하반신은 안쪽에 꽉 끼어 있었고 고통으로 인해 의식을 잃었으며 내장의 압박이 심한 듯했다.하현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고 왼손으로 천천히 벤츠 차량의 철골을 받친 후 오른손으로 노인의 옷을 잡아당겨 그를 직접 끌어내려고 했다.“잠깐만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하현이 강제로 사람을 끌어내리려고 하자 보헤미안 옷차림의 여자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사람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아는 거예요? 지금 우리 할아버지를 죽일 셈이에요?”“이렇게 억지로 할아버지를 빼내려고 하다가 대동맥이라도 다처서 피를 흘리게 되면 어떻게 해요?”“사람을 구하려는 거예요? 아니면 죽이려는 거예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삐걱’ 하는 소리와 함께 벤츠 차량의 골격이 다시금 흔들리며 아래쪽으로 천천히 내려앉았다.왈칵!의식을 잃은 노인은 거대한 철골 덩어리에 몸이 눌려 본능적으로 피를 토해내었다.하현은
여자는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다.“여기 누구 좀 도와주시겠어요?”“우리 할아버지 좀 살려주세요!”노인의 안색은 더욱 나빠졌고 벤츠의 구겨진 철골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주변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볼 뿐이었다.트럭이 폭발하기도 전에 철골이 누르는 압력을 구겨진 벤츠가 이기지 못할 것 같았다.그러면 노인은 구조되기도 전에 압사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119가 와도 아무 소용이 없다.울먹이는 여자를 보고 주변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던 사람들도 어느새 카메라를 끈 채 불안하고 허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몇 명은 앞으로 나서려다 끝내 망설이며 발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그들도 모두 잘 안다. 부자인 것 같은 이 노인을 구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를.하지만 상황이 너무나 위급했다.만약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같이 압사된다면 그야말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아니 모두를 잃는 것이었다.삐걱삐걱!바로 그때 벤츠의 철골이 다시 거친 소리를 내며 무너질 듯 주저앉으려고 했다.의식을 잃은 노인은 고통스럽게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입가에는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이를 본 여자는 더욱 일그러진 얼굴로 안타까워했다.그녀는 주위에 있는 건장한 남자들을 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저기요! 제발 우리 할아버지 좀 살려주세요!”“도와주신다면 천만 원씩 드릴게요!”“아니, 일인당 일억씩 드릴게요!”보헤미안 옷차림을 한 여자의 말에 사람들은 이들이 정말 부자라는 생각에 더욱 주저하는 내색을 비췄다.하지만 그럴수록 아무도 감히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감히 나섰다가 사람을 살리지 못하면 괜히 역정만 듣게 되고 안 좋은 일이 엮이기만 할 뿐 아닌가?만약 이 사건에 명문가들의 원한이 뒤섞여 있다면 그야말로 괜히 나섰다가 된통 당하게 되는 것이다!이 광경을 보고 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설유아는 재빨리 그를 끌어당겼다.“형부, 왜 그러세요?”하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
하현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설유아, 날 믿어. 이 차도, 그리고 이 목걸이도 어쩌다 그냥 들어온 것뿐이야.”“다른 사람이 나한테 사과의 의미로 준 거야.”“알았어요, 알았다구요. 형부,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 형부가 언니를 위해 이런 걸 준비했다고 해서 화낼 사람 아무도 없어요.”“이제 곧 결혼기념일이잖아요.”“큰 선물을 준비해서 이참에 당연히 재결합까지 가야죠!”이 말을 한 순간 갑자기 설유아의 마음 저 깊은 곳이 아려왔다.그리고는 목에 걸려 있던 까르띠에 목걸이를 풀었고 아쉬운 표정을 뒤로하며 선물 상자 속에 넣었다.하현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입을 열었다.“뭐해?”“뭘 하긴요?”설유아는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언니 물건이니까 돌려줘야죠. 그런데 형부, 가끔은 좀 빌려 쓸 수도 있어요.”“나도 이건 탐이 나지만 언니 마음을 상하게 할 순 없어요.”말을 하면서 설유아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이 물건이 정말 하현이 자신에게 주는 것이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여주인공이 아니라 단지 여주인공 뒤에 있는 어린 소녀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러니 유리 구두는 반드시 여주인공에게 돌려줘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불경한 죄를 얻게 된다.하현은 이 모습을 보며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처제한테 주는 거라고 말했잖아. 정말로 처제한테 주는 거야.”“어서 집어넣어. 언니도 절대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결혼기념일엔 내가 따로 준비하면 돼!”설유아는 하현의 말이 전혀 믿기지가 않았다.까르띠에 목걸이에 미련이 남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단호하게 선물 상자를 닫았다.“오늘 형부가 나 때문에 진홍헌의 얼굴을 때린 일은 비밀로 할게요.”“아마 언니가 알면 깜짝 놀랄 거예요!”“언니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주세요!”설유아는 주먹을 쥐며 위협적인 자세로 말했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절대 언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난처한 사람은 진홍헌, 진홍민 남매였다.그들의 얼굴은 마치 사람들 앞에서 뺨을 얻어맞은 것처럼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어떤 말도 입에 담을 수 없었다.진홍헌은 스스로 중천그룹 아들임을 강조하며 정성껏 이런 큰 이벤트를 준비했다.그런데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하현에게 냅다 펀치를 맞았을 뿐만 아니라 하현이 꺼낸 까르띠에 목걸이에 완전히 녹다운이 되었다.방금까지 그가 얼마나 자랑스럽게 거들먹거렸던가?지금은 완전히 창피함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흥! 이십억이면 뭐?”“그게 뭐라도 돼?’진홍민은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하현은 노려보았다.“이십억이면 우리 오빠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우리 오빠가 숨만 쉬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돈이 이보다 훨씬 많아!”“당신한테는 전 재산일 거 아니야?”“혹시 이 목걸이 훔친 거 아니야?”“더 이상 내세울 만한 것도 없잖아?”말을 하면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는지 진홍민은 더욱더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다.바로 그때 종업원이 다급한 표정으로 다가와서 말했다.“입구에 있는 차, 혹시 누구 차예요?”“그거? 우리 오빠가 몰고 온 이억짜리 BMW잖아?”진홍민이 일부로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빠, 차 좀 옮겨. 그렇지 않으면 눈먼 놈들이 눈독을 들일지도 몰라! 그러면 우리만 손해잖아!”“저기 손님, BMW가 아닙니다.”“문 앞에 있는 포르쉐 918 스포츠카 말입니다.”“차주님, 차 좀 옮겨 주세요.”“아, 미안해요. 내 차가 길을 막았었군요.”“바로 옮기죠.”하현은 포르쉐 차 열쇠를 꺼내 잠금 해제 버튼을 꾹 눌렀다.입구에 서 있던 포르쉐 918 차량의 전조등이 깜빡거렸다.하현은 지체 없이 설유아를 데리고 레스토랑을 나섰다.사람들은 하현과 설유아가 포르쉐 차량을 향해 떠나는 모습을 보고 눈가에 쉴 새 없이 경련을 일으켰고 창피함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너무나 창피했다!스
보석을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이 물건이 순수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금을 울려 놓는다는 걸 깨달았다.정말 너무너무 예뻤다!너무나 화려하고 눈부셨다!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다이아몬드를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한순간에 다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말문이 막혀 버렸다.진홍헌의 눈빛도 바위 덩어리처럼 굳어졌다.그는 전문가였다.전문가는 본질을 깊이 파악하고 문외한은 겉모습에 매달린다.그는 한눈에 이 물건이 고가의 물건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목걸이를 들어 설유아의 목에 걸었다.우아한 목에 반짝이는 목걸이를 걸치자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여신 같은 모습이었다.설유아는 상기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게다가 아름다운 설유아의 미모까지 더해지자 마치 공주처럼 우아하게 빛났다.수많은 여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부러워서 질투에 활활 타올랐다.설유아는 너무 예뻤다!그 보석도 너무나 화려했다!설유아와 보석이 한몸처럼 너무나 환상적으로 어울렸다.진홍민은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벅벅 갈았다.“흥! 어차피 노점상에서 산 가짜일 거야!”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의 앱을 켜서 사진을 찍은 뒤 검색에 들어갔다.“어머! 어머 어머!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까르띠에 상품이래! 그것도 올해 새로 나온 거라는데!”보석업을 하는 집안 출신의 여자도 앞으로 나와 몇 번이고 유심히 살펴본 뒤 입을 열었다.“맞아! 이거 까르띠에 신상품이야. 국내에는 108세트밖에 안 들어온 한정품이라던데! 가격은 또 어떻고! 어마어마해!”“흥! 신상품은 무슨 신상품!”“딱 봐도 우리 오빠가 산 것보다 못한 것 같은데 뭘!”진홍민은 속으로는 제 발 저렸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입을 열었다.“이게 진짜라고 해도 십억이나 되겠어?”그러나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까지 말하던 진홍헌은 하현을 너무 사지로 몰아넣지는 말자고 생각했는지 한 발 물러섰다.“이 자리에서 당장 물건을 꺼내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어. 위층에 있는 금정 쇼핑센터에 가서 뭔가를 살 시간을 주지. 두 시간이야!”“우린 여기서 기다릴 테니 뭐라도 사 와 봐!”자신의 오빠가 한 말에 진홍민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우리 내기할까?”“두 시간이면 부족하지 않겠어?”“그렇다면 그냥 무릎 꿇고 빌어. 빌면 두 달도 더 줄 수도 있어!”“그때는 장기라도 팔아야 할 거야!”“하지만 촌뜨기의 장기가 뭐 얼마나 값어치가 있겠어! 하하!”진홍민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 한껏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십억이 뉘 집 개 이름이란 말인가?많은 사람들은 평생 벌어 보지도 못하는 돈이다.하현은 볼품없는 촌뜨기인데 두 달은 고사하고 평생을 줘도 못 만져 볼 돈이었다.“두 시간도 안 걸려. 지금 바로 설유아에게 줄 선물을 가져올 수 있어.”하현은 그들의 비아냥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품에서 왕인걸이 준 선물 상자를 꺼냈다.왕인걸한테 받을 때 하현은 슬쩍 상자를 열어 보았었다.그 안에 든 것은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비록 하현이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왕인걸이 건넨 선물이었으니 가히 대단한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적어도 진홍헌이 준비한 물건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장담했다.“선물?”진홍헌은 싸늘한 눈초리로 눈을 힐끔거렸다.“보아하니 설유아한테 줄 생일 선물을 준비한 것이로군.”“그런데 당신이 뭘 준비할 수 있었겠어? 기껏해야 몇백만 원짜리 반지? 아니면 목걸이?”“가난한 사람들이 체면치레하려고 일부러 무리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선물이 있으면 어서 꺼내 봐! 쭈뼛거리지 말고 어서!”“꺼내지 않으면 그 안에 마늘이 들었는지 보석이 들었는지 누가 알겠어?”무리를 지은 사람들은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비웃었다.하현이 분명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십억
진홍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화를 내고 싶어도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겨우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생각하며 이런 촌뜨기한테 섣불리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진홍헌!”“마침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만난 김에 경고 하나 하지!”“설유아가 솔로이든 아니든.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 내가 맞든 안 맞든 간에.”“이런 식으로 윽박지르는 거, 설유아가 가장 싫어하는 거야!”“앞으로 당신은 설유아를 좀 멀리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그때 가서 날 원망해도 아무 소용없어!”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두 남매를 주시했다.하현의 날선 눈빛과 매서운 경고의 말이 서늘하게 두 남매를 압박했다.진홍헌은 순간 온몸에 오한이 났고 마음속에서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두려움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하지만 그는 죽을힘을 다해 정신을 다잡았다.그는 수조 원 자산의 중천그룹 아들인데 어떻게 이런 촌뜨기를 두려워할 수 있겠는가?“하 씨!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설유아를 대신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거야?”진홍민도 완전히 격노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내가 이미 당신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라고 했어!”“당신은 설유아의 남자도 아니고 그냥 설유아의 형부일 뿐이잖아!”“그것도 데릴사위!”“설 씨 집안에서 먹고 마시고 편하게 지내는 한량 주제에 어디서 주제넘게 형부 노릇을 하겠다는 거야?”“염치도 모르는 놈!”“감히 우리 오빠한테 대들어?”“설유아는 우리 오빠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야. 우리 오빠의 여자가 될 수밖에 없어!”“우리 오빠가 실수로 가짜를 샀다고 해도 정말로 우리 오빠는 십억을 썼다고!”“뭘로 우리 오빠랑 비교를 하겠다는 거야?”“데릴사위 주제에 처제를 위해 나서겠다고? 허! 그게 가당키나 한 것 같아?”“설유아한테 뭘 해 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