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식의 얼굴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세자가 옆에서 보고 있는데 이 뻔뻔한 여자가 어디 감히 형수님을 함부로 부르는가?이때 우윤식이 직접 앞으로 나서며 왼손으로 설지연의 목덜미를 잡고 오른 손바닥으로 뺨을 한대 후려갈겼다. 우윤식의 손은 어제 설씨 어르신의 손보다 훨씬 강했다! 이 손바닥으로 설지연의 이를 그대로 몇 개나 떨어뜨렸다. 설지연은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 졌다. 우윤식은 그제서야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너를 때리느라 내 손이 더러워졌네. 네가 하 세자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어?”“네가 뭔데?”“넌 아무것도 아니야!”설지연은 입을 다물었다. 평소에 그녀는 드세고 포악했다. 하지만 지금은 얼굴을 가리고 감히 반 마디도 하지 못했다. “내일 이 시간, 예물이 스마트 밸리로 배달되지 않으면 지금 당신들이 보고 있는 이 물건들은 남원 경찰서로 옮겨 질 거야.”“경찰서 수사반장이 처리하는 속도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을 뛰어넘을 거라고 내가 보증하지!”말을 마친 후 우윤식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 설씨 별장 안은 우울한 분위기가 극에 달했다. “동수야, 민혁아, 우리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설씨 어르신은 마치 수십 년은 더 늙어버린 것 같았다. 이리 저리 비틀거리며 자신의 철 왕자에 앉았다. 하마터면 숨이 턱 막힐 뻔했다. 설민혁과 설동수는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 모두 극도로 안 좋은 눈빛이었다. 마침내 그들은 설지연을 몹시 원망하는 눈길로 쳐다보았다.애초에 그녀가 자신이 하 세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라고 그 예물들을 취하지 않았다면 다른 설씨 집안 사람들은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설동수와 설민혁은 모두 후회하고 있었지만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은아한테 예물은 벌써 줬다고 말하면 그만 아니야!?”이때, 어떤 설씨 집안 사람이 입을 열었다.은아가 아직 입을 떼기도 전에 희정이 이때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그럴 순 없지. 예물을 못 받았는
결국 설씨 어르신이 주저하며 말했다.“은아야, 우리가 전에 너랑 관계를 끊자고 하긴 했지만 우리가 무정하고 의리가 없더라도 지금 네가 우리 설씨 집안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도와줄 수 없겠니!”“이번 일만 지나고 나면 우리 집안과 너희 집안은 다시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걸로 하자!”분명 설씨 어르신은 지금 은혜를 갚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은아는 원래 그들을 상대할 생각조차 하지 않다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의 가엾은 모습을 보고 마음이 누그러져 결국 이렇게 말했다.“제가 도울 수 있는 아이디어는 줄 수 있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건 당신들의 몫이에요.”“그래, 말해봐!”설씨 어르신의 눈 앞이 번쩍 뜨였다. 은아는 심호흡을 하며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 예물도 다 팔고, 현금도 다 나눠 가지고,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했잖아요?”“지금 그 물건들을 전부 다 팔면 얼마쯤 모을 수 있는지 보고 나머지는 다시 말할게요!”은아의 말을 듣고 지연이 제일 먼저 화를 냈다.“설은아, 너 이게 무슨 뜻이야? 설마 앞으로 우리보고 노숙이라도 하라는 거야?”“네 집이랑 차가 어떻게 오게 됐는지, 네가 나보다 더 잘 알잖아. 원래 네 물건이 아니었어. 그래서 지금 다시 돌려 달라고 하는 건데 이게 뭐가 문제야?”은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난 상관 안 해. 어쨌든 난 집이랑 차 안 팔 거야! 기껏해야 다 같이 죽는 건데 뭐!”지연은 흉악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말이 나오자 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불만이었다. “설지연, 너 말 좀 똑바로 해! 적어도 예물의 절반은 네가 다 가져 갔잖아. 네가 집도 팔고 차도 팔아야 정상 아니야?”“돈도 네가 제일 많이 썼으니 당연히 네가 앞장서서 토해 내야지!”“살기 싫으면 너 혼자 뛰어 내려. 네가 죽으면 네 재산 다 팔아버리게!”설씨 집안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을 결국 지켜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설지연에게 먼저 자산을 팔라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은아는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녀는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하현이 이어서 말했다.“설씨 집안 사람들은 항상 돈을 헤프게 쓰면서 더할 나위 없이 사치스럽게 살아왔어. 모든 사람이 자산을 다 판다고 해도 그 예물은 마련할 수 없을 거야.”“하지만 그들이 배상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야.”“예를 들어 그들이 살림살이 정도는 남겨둘 수 있지만 설씨 회사의 49% 지분을 반드시 너한테 넘겨줘야 돼.”“그건……”은아는 조금 망설였다. 이건 설씨 집안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자산이었다. 만약 정말 그녀가 가지고 간다면 설씨 집안은 그때부터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은아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나도 네가 차마 매정하게 굴지 못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건 설씨 집안 사람들에게 살길을 내주는 셈이야.”“그렇지 않고 설씨 집안 사람들이 다른 자산을 모조리 다 팔아 치운 다음 남은 회사 지분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우윤식이 원하기만 하면 그는 설씨 회사의 시가를 마이너스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백 가지나 있어. 그 때가 되면 이 주식들은 돈이 아니라 빚이 되는 거야.”“네가 이렇게 하는 게 그들을 돕는 거야.”“그리고 너 항상 너 스스로 분투해서 호족이 되고 싶어 했잖아.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야!”“49% 지분이 네 손에 있고, 게다가 또 천일그룹 쪽에서 너를 밀어주면 네 사업은 나날이 번창할 거야. 그때가 되면 나는 매일 실컷 먹고 자고, 실컷 자고 먹을 거야.”은아는 이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하현을 한번 흘겨보았지만 그녀의 기분도 많이 좋아졌다. 뜸을 들인 뒤에야 은아는 입을 열었다. “만약 내일 그들이 예물을 다 모아오지 못하면 내가 이렇게 요구해 보긴 할건데, 그들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할지는 내가 강요하지 않을 거야.”하현은 웃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그가 이 일을 주선하긴 했지만 은아의 성격도 이와 같았고 마음씨가
하현이 담담하게 웃으며 설지연의 원한을 태연하게 풀었다.설지연의 자신감은 그녀의 미모에서 나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미모는 설은아처럼 나라가 기울어져도 모를 만큼 미인은 아니었다. 부자들에게 설지연 같은 여자는 기껏해야 놀잇감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부잣집에 시집가려는 것은 헛된 꿈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항성, 빅토리아 항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태평산 정상으로 향했다. 명문 귀족만이 들어올 수 있는 이 부자들의 산은 몇 년 동안 어떠한 풍운도 없었다. 태평산 1호 별장은 태평산 꼭대기에 있다.이 별장에서는 항성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어 온 집안의 등불이 손에 잡히는 느낌이다. 사실 항성 이씨 가문도 확실히 그럴 자격이 있다. 항성 4대 최고 정상 가문 중 하나인 이씨 집안의 강함은 보통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다!항성의 많은 사람들은 항성의 자산 60% 이상이 4대 최고 가문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4대 정상급 가문들 중 이씨 가문은 또 항성 자산의 거의 20%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대하, 미국, 해가 지지 않는 제국 등지에서 이씨네는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이씨네는 항성의 최초 가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평소 보안이 삼엄했던 태평산 1호 별장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선풍도골의 백세 노인이 1호 별장에서 가장 넓은 방으로 초대되어왔다. 이봉수, 항성 이씨 가문의 현 가주이다.직접 항성의 이씨 가문을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때 이 남자는 앞에 있는 한 사람을 보면서 손가락이 절로 부르르 떨렸다.“몹쓸 놈! 네가 감히 돌아오다니!”“아버지, 수십 년을 못 봤는데 저를 기억하실 줄은 몰랐네요. 감동입니다.”이일해가 손에 용머리 지팡이를 들고 걸어 왔는데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이리 오너라! 이 몹쓸 놈을 내쫓아라!”이봉수가 노하며 소리쳤다.그러나 사방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원래 그를 도
“가주님을 뵙습니다!”엄청난 굉음과 함께 항성 이씨 가문은 권력 이양을 완료했다.이일해는 수십 년 동안 포진하고 있다가 하루 아침에 돌아와 막을 수 없는 매서운 힘으로 이가의 대권을 장악했다.……태평산 1호 별장 옥상. 하민석은 자신의 왼쪽 손바닥을 쳐다보았는데 마치 손금에 살짝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일해가 그의 뒤로 다가오자 그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려놓았다.“야망이 있는 건 결코 나쁜 게 아니야. 그런데 야망은 있으면서 전술 전략을 세우지 않고, 천리 밖을 이길 수 있는 수단이 없으면 그 야망은 하나도 남지 않고 다 불타 버릴 수밖에 없어.”이일해 역시 멀리 있는 빅토리아 항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하민석의 눈동자에 한줄기 이색이 번뜩이며 이내 몸을 굽히며 말했다.“오늘 이 모든 것은 다 할머니께서 제게 주신 것들입니다. 할머니 앞에서 감히 야망을 말하다니요.”이일해는 소리 없이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보기에 오늘 이 모든 것이 성공한 것 같아?”“벼락 같은 기세로 항성 이가의 대권을 빼앗았으니 당연히 성공한 거죠.”하민석이 치켜세우며 말했다.“그래, 항성 이가도 별 일 없이 다 빼앗았는데 어째서 작은 남원은 이 늙은이가 얻지 못했을까?”이일해는 쓴웃음을 짓는 듯했다. 하민석은 안색은 변하지 않았지만 등뒤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때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일해가 담담하게 말했다.“하은수한테 전해.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내가 항성을 완전히 해결할 때까지 은수는 어떻게 남원 일을 끝내지 못했을까? 그럼 나는 하씨 대문호에서 한 명 줄이는 것쯤은 전혀 개의치 않을 거야.” “네!”하민석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 아니면 제가 직접 다녀올까요?”“네가 알아서 해. 이씨 가문 돈도 네가 알아서 조달해서 써.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해라. 늙은이는 인내심이 좋지 않아!”말을 마치고 이일해는 돌아서서 떠났다.
남원. 다음 날, 설씨 어르신과 설민혁, 설지연 세 사람은 함께 스마트 밸리 현관에 나타났다. 그들은 손에 부동산 증서와 대량의 금과 옥, 현금 등을 들고 있었다.이 물건들은 곧 설은아에게 건네질 것이다. 이 모습에 설지연의 마음속 중심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 이 물건들은 원래 그녀의 것이었지만 오늘 전부 설은아에게 줘야 한다. 그녀는 달갑지 않았다! 설민혁은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할아버지, 우리가 모든 자산을 이미 팔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해요.”짧은 시간 내에 집과 차를 팔았으니 분명 싼 값으로 팔아야 했다. 설씨 가족은 지금 이 돈을 다 같이 모아왔지만 여전히 그들이 써버린 부분을 충당할 수 없었다. 설씨 어르신은 수십 년은 더 늙어 보였다. 이때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리도 할 만큼 해서 왔으니 우리가 한 가족이었던 점을 봐서라도 이제는 은아한테 우리를 위해서 좀 둘러 대달라고 해봐야 할 거 같아요.”“그렇지 않으면 우리 식구들은 밥 구하러 갈 데도 없을 거예요.”설지연이 갑자기 입을 열고 말했다.“할아버지, 우리가 왜 우윤식의 말을 들어야 해요!”“지금 우리가 이 현금과 황금 옥석들을 가지고 남원을 떠나면 누가 우리를 막을 수 있겠어요?”“우리가 다른 나머지 사람들을 데리고 갈 방법은 없지만 우리 세 사람만 떠나면 설씨 집안도 쓰러지진 않을 거예요!”“이 돈이면 우리는 다른 지방으로 가서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설민혁이 이 말을 듣고 살짝 어리둥절해 하다가 뒤이어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어쩌면 이게 가장 좋은 방법 일지도 몰라요!”“군자도 원수 갚는 데는 십 년도 늦지 않는다고 했으니 우리가 지금 떠나서 나중에 발전하면 다시 돌아와서 원수를 갚아도 되죠!”설씨 어르신이 큰 기대를 걸었던 두 사람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 두 사람은 어떻게 자기 세 사람이 돈을 들고 도망갈 수 있다고 순진하게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설마 그들은
스마트 밸리 꼭대기 층.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일찌감치 거실에 앉아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이 예물들이 그들의 소유인 것처럼 말이다. 곧 초인종이 울렸을 때 희정은 바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동작이 조금이라도 느렸다가는 마치 그 물건들이 날아 갈 것 같았다. “재석아, 희정아……”설씨 어르신은 두 손에 짐을 들고 온화한 얼굴로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 설씨 어르신은 필경 오랫동안 설씨 집안을 지켜왔기에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그에 대해 두려움이 잠재되어 있었다. 지금 그의 이런 모습을 보자 모두 자기도 모르게 멈춰 섰다.“재석아, 은아는?”설씨 어르신은 자신이 이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이때 담담하게 물었다. 이 말을 듣고 희정은 설민혁과 설지연의 손에 들린 물건들에게로 시선이 떨어졌다. 눈동자에 빛을 띠며 말했다. “은아 회사 갔어요. 물건은 저한테 주면 되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희정은 다른 사람에게 말할 시간도 주지 않고 손을 뻗어 그 물건들을 빼앗았다. 설민혁과 설지연 두 사람은 여전히 아쉬워 잠시 손을 떼지 못했다.“너희들 뭐 하는 거야!? 이 물건들은 다 하 세자가 우리 은아한테 준 거야!”“너희들 우 대표님이 한 말 기억하지?”희정은 두 사람을 노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설민혁과 설지연 두 사람은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하지만 이 물건들을 내려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잠깐 들어와 앉아 봐. 숫자가 맞는지 잘 확인을 해봐야겠어. 어제 우 대표님이 사람을 보내서 선물 명세서를 보내왔어!”“숫자가 틀리면 우리는 이걸 인정 할 수 없어!” 희정은 지체 없이 그 물건들을 탁자 위에 올려 놓고 빠르고 가볍게 수를 세기 시작했다. 희정의 말을 듣고 설씨 어르신과 두 사람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우윤식이 선물 리스트까지 보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여기에 있는 물건들은 아마 처음 예물을 보내왔을 때의 반도 못 미치겠지?바로 이때
하현의 말을 듣고 민혁의 얼굴빛이 순간 창백해졌다. 설씨 어르신 역시 얼굴이 까맣게 변했다. 그들은 모두 은아가 마음씨가 착하고 말은 날카롭게 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 앞에서 사정하는 것은 그나마 조금 나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은아가 뜻밖에도 하현에게 이 모든 일을 맡겼다니 그럼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희정아, 너희 집 이제 데릴사위가 일을 맡아서 보는 거냐?”설씨 어르신을 기침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그는 지금 분명 하현과 희정의 관계에 분란을 일으키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야 그들이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의외로 희정은 지금 하현을 욕할 마음이 아예 없었다. 보석과 옥석을 모두 검사한 후 또 현금을 살펴보더니 안색이 바뀌며 말했다.“설가주님, 이 예물들의 수가 안 맞는데요?”“우 대표님이 주신 선물 리스트와 비교해 보니까 별장을 제외하고 돈과 옥석은 절반 이상이나 줄었네요!”“안되겠네요. 이렇게는 승인을 해줄 수가 없습니다. 당신들이 이 남은 물건들도 반드시 보충해놔야 합니다!”이때 희정은 허리를 밀쳐내며 입을 열었다. 그녀가 보기에 이 물건들은 모두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누가 조금이라도 가져가면 누구의 목숨이든 앗아갈 듯 했다. 설씨 어르신의 안색이 순간 안 좋아졌다. 그는 비록 희정이 돈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전 같았으면 그는 지금 가주의 신분으로 희정을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양측은 이미 의절했으니 설씨 어르신도 자기의 신분으로 희정을 누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설씨 어르신은 자기에 애초에 왜 민혁이와 지연이의 말을 듣고 재석 일가를 쓸어버렸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자업자득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참 후에야 설씨 어르신은 심호흡을 하고 온화한 미소를 짜내며 말했다.“희정아! 우리가 물건을 모으려고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사실 우리가 남원의
이때 강우금과 진홍민의 시선이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로 향했다.“어, 하 씨...”순간 두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졌다.진홍헌도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는 자신이 가장 창피한 순간에 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순간에 그와 맞닥뜨리다니!자리를 떠나려던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여웅의 팔을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가리키며 작은 입을 가리켜 뭐라고 소곤소곤거렸다.이여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진홍헌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상대가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그는 속으로는 화가 들끓었지만 자신이 이여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부딪힌다면 결국 자신은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다.“탁!”하현이 스테이크를 계속 썰려고 하던 순간 이여웅이 갑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발을 올렸고 의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은 몸을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의자를 피했다.의자는 땅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술잔은 어지러이 널브러졌고 식사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개자식!”나박하가 벌떡 일어났지만 하현이 그를 제지했다.하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이여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이참, 여웅 오빠, 이게 무슨 짓이지?”이여웅은 담배를 움켜쥐고 긴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렸다.“이봐, 당신이 우리 진홍민과 강우금을 화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사람이지?”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대화를 튼 두 사람을 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홍헌은 이 상황이 창피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은 담담하게 내뱉었다.“괜히 진홍헌을 잡는 척하지 마.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내 머리릴 짓밟고 싶었지만 나한테 나가떨어질 게 겁이 났어?”“우후!”이여웅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