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설씨 집안을 떠나라는 말은 네가 한 말이니까 그럼 네가 말한 대로 해!”“여기, 계약서 좀 가지고 와봐!”민혁의 명령과 함께 일찌감치 준비되어 있던 계약서 한 장이 배달되었다. 계약서 상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설은아 가족은 모든 것을 남겨두고 빈털터리로 설씨 집안을 떠나라는 것이었다. 오늘부터 설씨 집안에 소속된 설씨 회사의 49%의 지분과 자산은 설은아와는 한 푼도 관계가 없다. 설은아는 자발적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계약서의 내용을 보면서 은아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재석도 몸이 약간 흔들렸다. 희정은 더 심하게 바닥에 주저앉아 참지 못하고 욕을 해댔다.“설민혁, 설지연, 너희 두 사람은 양심도 없구나!”“진작부터 준비를 해 두다니! 고의적으로!”민혁이 냉랭하게 말했다.“고의적이면 또 뭐가 어때서요? 오늘 우리가 두 가지 선택권을 드릴게요!”“첫째, 이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둘째, 하인 드레스를 입고 식장에 가서 하인 노릇을 한다!”지연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분명 묵인한 것이다.설씨 어르신은 오직 차갑게 말했다.“자, 속도 좀 빨리 내자. 약혼식 할 시간 다 됐어. 좋은 날에 어르신 기분 상하게 하지 말고!”이 말을 들은 재석과 희정은 비참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비록 그들에게 최씨 집안의 큰 빽이 있다지만 설씨 집안을 떠나서 그들이 어떻게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겠는가?그런데 문제는 설씨 집안을 떠나면 그들은 거렁뱅이나 다름이 없는데 최가가 그들을 받아 주겠느냐는 것이다.답은 절대 아니다. 사실 희정은 은아가 회장이 아니었다면 최가 할머니가 그들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지금 은아가 회장의 자리를 잃는 다면 최가에서 희망을 거는 것은 헛된 꿈이나 다를 바가 없다!이 순간 희정의 시선은 옷걸이에 떨어졌다. 잠시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 설령 모욕을 당한다 하더라도 거렁뱅이가 되는 것보다는 낫지.이때
“참, 과거의 정을 생각해서 내가 사진 몇 장 찍어서 보여 줄게.”하현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하인으로 가서 일하는 사진?”지연은 눈가에 경련이 일더니 잠시 후에야 차갑게 말했다. “초상집 개 같은 헛소리에 내가 신경 쓸 거 같아?”하현은 이 사람들을 거들떠 보기도 귀찮아 계약서 사본을 들고 설은아에게로 돌아서며 말했다.“여보, 우리 가자.”멀리 떨어지고 나서야 희정은 하현의 멱살을 잡고 고함을 질렀다.“하현, 네가 뭔데 우리를 대신해서 계약서에 사인을 해!?”“다들 너처럼 거렁뱅이가 돼야 네 마음이 편하겠니?”하현이 위로하며 말했다.“어머니, 걱정 마세요. 은아가 있으니 분명 부귀영화를 누리실 수 있을 거예요!”재석이 탄식하며 말했다.“하현, 너 그렇게 순진하게 굴지마! 은아가 성공한 건 설씨 집안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건 우리가 확실히 인정해야 되는 거야!”“지금 설씨 집안을 떠나 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났으니 우리가 뭘 믿고 기댈 수 있겠어?”하현이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한쪽 면 밖에는 못 보시네요.”“우리가 설씨 집안을 떠난 건 사실 좋은 일이에요.”“잊으셨군요. 전에 외삼촌댁이 은아한테 직접 창업해 보자고 제안했었잖아요!”하현의 말을 듣고 재석은 묵묵히 아무 말이 없었다. 네 놈은 네 싸구려 외삼촌이 그것 말고도 너를 집에서 쓸어내라고 요구 했다는 걸 모르는 구나. 하지만 지금 모두들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재석도 이 말을 꺼내기가 귀찮았다. 이런걸 보고 오십보백보라고 한다. “아버지 어머니, 제 생각에는요. 천일그룹이 은아를 회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에 설씨 집안이라고 해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오늘 우리가 자산 통합식에 가서 우연히 하 세자를 만나면 은아의 회장 자리를 지켜줄 수도 있잖아요.”재석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하 세자를 우연히 만난다고? 우리가 들어 갈 수나 있을까?”하현이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잊지 마세요. 은아는 아직 회장이
“오늘부터 설씨 집안은 일류가문의 문턱을 반은 넘은 셈이야!”“여러분 오늘 저녁 저희 집에 오셔서 술 한잔 드시고 가세요……”부잣집 사람들은 하나 같이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이 말을 듣고 바로 큰 소리로 축하를 하며 심지어 설지연 일행을 환송하기까지 했다. 다들 모두 부러워하는 얼굴이었다. 하 세자가 청혼한 일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여주인공을 보면서 모두들 부러워하며 질투하고 있었다.이것은 필경 하늘로 날아올라 나무 위에 오른 봉황과 같았다!이런 가운데 유명한 스타가 등장하는 것만큼이나 거대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러나 설씨 가족들이 렉서스 차량 행렬에 접근하려고 할 때……원래 주차되어 있던 차량 행렬이 갑자기 시동을 걸고 유턴을 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빨리 멈추게 해!”“신부측이 아직 차에 타지 못한 거 못 봤어!?”이때 설씨 가족들은 모두 놀라 멍해졌다. 잠시 후 설씨 집안 사람들은 온몸으로 차를 세우기 시작했다.하지만 문제는 이 전용차 기사들은 전부 우윤식이 직접 고른 것이라 냉혹하기 짝이 없었고 명령만 충실히 이행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처로 뛰어 다니던 설씨 사람들을 전혀 살피지 않았다. 이 장면은 순간 더할 나위 없이 난처해졌다. 설가 사람들은 대대적으로 전용차에 오를 기세였고, 심지어 설지연은 여주인공 행세를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근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마침내, 설민혁은 좋은 생각이 떠올라 큰 소리로 욕을 했다.“재수없게! 이게 다 은아네 가족 때문이야. 일찍도 늦게도 아니고 하필이면 딱 이때 와서 우리 시간을 지체하게 만들다니!”“원래 8시 반에 차를 타기로 했는데 벌써 5분이나 지났어!”“남원의 규정대로 시간이 지났으니 우리는 전용 차를 타고 갈 수가 없어.”설씨 집안 사람들은 너도나도 맞장구를 쳤다.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서로 쳐다보았다. 남원에 이런 규정이 있었나?다들 약혼식에 참석한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한 사항까지
그들은 원래 은아의 얼굴을 앞세워 잠입해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 초대장을 건네주다니?이게 무슨 상황이지?설은아는 의아한 듯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설마 네가 시킨 건 아니겠지?”하현은 눈썹을 찡그렸다. 그가 보낸 것이 아니었다. 이때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나 아니야, 우리 입장할 때 이런 건 필요 없어!”원래 재석과 희정은 하현에게 약간의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은 한숨을 쉬었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또 뭘 바라겠냐?“허, 당연히 이 폐물은 아니지.”이때 한바탕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멀지 않은 곳에서 대두에 큼지막한 귀를 가진 남자가 벤츠 뒷자리에서 힘겹게 내렸다. 이 사람을 보자 은아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전에 원호가 은아에게 소개시켜줘서 알게 된 나씨 집안의 나민영이었다. “이 분은……”이 사람이 벤츠를 타고 온 것을 보고 희정은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는 항상 허영심이 있어서 이때 나민영을 보고 눈 앞이 밝아졌다. 이런 사람이야 말로 자기 딸과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민영은 애써 점잖은 모습을 보이며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최씨 어머니시죠?”“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남원 일류가문의 나민영이라고 합니다. 현재 남원 은행의 지점장을 맡고 있습니다.”“민영이구나!”희정은 마음에 들어 하는 얼굴이었다. 이런 사람은 아주 훌륭하다. 나민영은 계속해서 말했다. “식장에 들어가시는데 초대장이 없다는 소식을 방금 전해 들었어요.”“그래서 제가 특별히 나씨 집안 쪽에서 세 장을 가지고 왔습니다.”이것은 분명 원호가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나민영에게 알린 것이다. 희정은 너무 기뻐하며 말했다.“민영아, 넌 역시 능력이 있구나!”“은아야, 너 빨리 와서 나 은행장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재석은 이때 나민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중얼거리며 말했
“앞으로 아저씨 아주머니의 일은 저희의 일이 될 거예요!”“저희 나씨 가문이 비록 일류가문이긴 하지만 정상급 가문들도 저희 나씨 집안 사람들을 건드리려면 잘 헤아려봐야 할 거예요!”은아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나민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저와 은아씨의 일은 최가 할머니도 동의를 하셨어요. 앞으로 저희 나씨 집안과 최씨 집안은 한 식구예요!”“이제 성대한 식장에 같이 가보실까요?”“하지만 초대장이 딱 3장 밖에 없으니 이 거지는 아마도 들어갈 수 없겠죠?”나민영은 하현을 가리키더니 두 팔을 감싸며 팔짱을 낀 채로 승리자의 표정을 지었다. 희정은 곧 냉담하게 말했다.“너는 폐물이야. 방금 까지도 감히 네 멋대로 서명을 해서 우리 집안을 다 죽여놨잖아!”“이런 사람은 자기 혼자 알아서 살다 죽게 내버려 두는 게 나아. 상대할 필요도 없어!”“은아야, 가자. 빨리 들어가자!”재석과 희정 두 사람이 하현을 따돌리는 모습을 보고 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빠, 엄마, 가시고 싶으시면 가세요. 저는 안 갈래요. 저는 하현이랑 밖에 있을게요.”나민영이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저도 아가씨가 마음씨가 좋다는 건 알고 있어요. 이런 폐물은 걱정하지 마세요.”“그럼 이렇게 하는 게 낫겠네요. 제가 그를 들여보내 줄 수는 있는데 하인들이 들어가는 길로 가야 할 거 같아요!”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금방이라도 화가 날 것 같았다. 희정은 서둘러 말했다. “민영아, 아니면 우리 먼저 들어가자! 은아는 혼자 좀 진정을 한 뒤에 잘 생각해 보라고 하고.”희정은 은아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때 굳이 들어가자고 하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나민영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우리 먼저 들어 갈게요. 은아씨, 후회가 되면 언제든지 저한테 전화하세요.”말을 하면서 그는 은아에게 초대장 한 장을 건네 주었고 하현은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돌아서서
잠시 후 은아는 실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돌아가자.”분명 그녀는 일이 이 지경까지 발전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현은 여전히 큰 소리만 치고 조금도 현실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지 않았다. 원래 하현에 대해 조금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은아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 어떻게 이렇게 자기 남편은 큰 소리 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을 모를까?하현은 그 순간 뒤편에 있는 백운별원을 보며 말했다.“우리는 갈 수 없어. 이따가 부모님이 전화로 도움을 요청 하실 거야.”은아는 얼굴을 가린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도대체 너는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야?”“너 또 뭘 하려고 그래? 일이 생기면 이슬기씨한테 도와달라고 그러게?”“너 인맥도 한번 쓰면 한번은 쉬어줘야 하는 거 몰라?”“게다가 너는 대장부가 되가지고 무슨 일만 조금 생기면 다른 여자한테 도움이나 청하고, 너는 내 생각은 안 해봤어?”“너는 내가 창피하지 않을 거 같아?”“됐다. 기왕 네가 부모님한테 문제가 생길 거라고 장담을 했으니 그럼 어떻게 되나 기다려 보자.”다른 한 편, 백운별원 바깥 입구. 나민영은 이때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남원에 오신지 얼마 안되셨으니 아마 저희 나씨 집안에 대해 잘 모르실 거예요.”“제가 대충 소개를 좀 해드릴게요. 남원에서 저희 나씨 집안은 심지어 강남 전역에까지 금융업과 은행 일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지금 남원에 있는 은행의 약 50%는 저희 나씨 집안이 장악하고 있어요.”“제가 비록 나씨 집안의 후계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희 집안에서 제 신분이 낮지는 않아요. 저는 지금 남원 은행의 지점장이잖아요!”“아저씨 아주머니께서 만약 대출을 받아 집을 사시려고 하시거나 장사를 하시려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제가 최대한 할인을 해드릴게요.”재석과 희정은 이채로운 눈빛을 드러냈다. 나민영이 비록 못생기긴 했지만 집안 배경이나 신분이나
하현과 나민영을 잘 비교해보면 은아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당연히 알 것이다. 재석도 입을 열었다.“사실 우리는 진작부터 하현 이 데릴사위를 쓸어내려고 했었어!”“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와 은아의 결혼은 사실 유명무실한 거나 마찬가지야!” “안타깝게도 오랫동안 일이 잘못돼서 그를 쓸어내지 못하고 흐지부지해졌던 거지!”“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나민영은 이 말을 듣고 순간 마음이 놓였다.은아에게 장가를 들려고 하는 것은 그녀의 외모 때문만이 아니었다. 최가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였다. 최가는 남원의 5대 일류 가문에서 실력이 가장 약했다. 하지만 최가는 벼슬아치 집안이라 외손녀의 사위가 될 수만 있다면 나민영에게는 나씨 집안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이것이 그가 이렇게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진짜 이유였다. 이들이 웃고 떠드는 사이 벌써 백운별원의 정문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은 벌써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비록 오늘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고 싶어했지만 초대장을 가진 사람은 백 명중 한 사람도 안될 것이다.심지어 지금 백운별원 밖에서는 많은 언론이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은 남원 상류층 사람들의 대규모 모임인 셈이었다. 이 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단연 거물들이었다. 이때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나민영의 뒤를 따라 앞으로 걸어가며 주위를 두리 번 거리며 흠모하며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들을 즐기고 있었다. 입구에는 지금 경호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이 경호원들은 모두 양복으로 갈아입었을 뿐 당도대에서 임시로 배치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 군사들에게서 나오는 병왕의 아우라는 하씨 가문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사람들이 있었기에 현장에서 감히 소란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나하나 꼼꼼하고 진지하게 초대장을 검사했다. 곧 나민영이 도착했다. 그는 초대장을 내밀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을 모두 한데 모았다. 어떤 사람이 적을 상대하려는 듯 오른 손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자루를 눌렀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 감히 가짜 초대장을 가져오다니 당신들이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어. 경찰서로 보내겠어!”사방의 매서운 살의를 느끼며 당도를 꺼낼 듯한 모습을 보고 나민영과 두 사람은 놀라 오줌을 쌌다. 그들은 줄곧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며 지냈으니 언제 이런 장면을 본적이 있었겠는가?나민영은 순간 쫄았다. “제 잘못입니다. 제 잘못이에요. 바로 갈게요!”스태프는 냉소하며 말했다.“가? 이번에 우리 하 세자님이 청혼하는 자리라 안보가 최고 수준이야!”“가짜 초대장을 들고 와서 입구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이제 와서 도망을 치겠다고? 당신들의 목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네!”“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당도대 사람들이야. 오늘 우리는 안보를 돕도록 당도대에서 파견됐어. 오늘 해외의 무장괴한들이 소란을 피울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지금, 우리는 당신들을 해외 무장괴한처럼 취급할 권리가 있어!”말을 하면서 그들은 칼을 뽑아 들었다. 이번에 대장의 중요한 의식이 있을 것이다. 누가 감히 이 자리에서 소란을 피운다면 이것은 곧 대장과 당도대 전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이 스태프들은 모두 당도대에서 온 군사들이었다. 게다가 한 사람 한 사람 몸에 당도의 칼자국들이 있었다. 나민영은 이때 바로 오줌을 쌌다. 그는 다른 사람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이 초대장은 내가 받은 게 아니라 이 두 사람이 나한테 준거라 나도 가짜인지 몰랐어요!”이 말이 나오자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곤경에 처했다고 그들을 바로 귀신취급 하다니?방금 까지만 해도 그들의 노후를 잘 보내도록 해주겠다던 효자의 모습은 어디 간 거지?희정은 지금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나민영, 할머니가 정말 너를 잘못 보셨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