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설씨 집안은 일류가문의 문턱을 반은 넘은 셈이야!”“여러분 오늘 저녁 저희 집에 오셔서 술 한잔 드시고 가세요……”부잣집 사람들은 하나 같이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이 말을 듣고 바로 큰 소리로 축하를 하며 심지어 설지연 일행을 환송하기까지 했다. 다들 모두 부러워하는 얼굴이었다. 하 세자가 청혼한 일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여주인공을 보면서 모두들 부러워하며 질투하고 있었다.이것은 필경 하늘로 날아올라 나무 위에 오른 봉황과 같았다!이런 가운데 유명한 스타가 등장하는 것만큼이나 거대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러나 설씨 가족들이 렉서스 차량 행렬에 접근하려고 할 때……원래 주차되어 있던 차량 행렬이 갑자기 시동을 걸고 유턴을 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빨리 멈추게 해!”“신부측이 아직 차에 타지 못한 거 못 봤어!?”이때 설씨 가족들은 모두 놀라 멍해졌다. 잠시 후 설씨 집안 사람들은 온몸으로 차를 세우기 시작했다.하지만 문제는 이 전용차 기사들은 전부 우윤식이 직접 고른 것이라 냉혹하기 짝이 없었고 명령만 충실히 이행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처로 뛰어 다니던 설씨 사람들을 전혀 살피지 않았다. 이 장면은 순간 더할 나위 없이 난처해졌다. 설가 사람들은 대대적으로 전용차에 오를 기세였고, 심지어 설지연은 여주인공 행세를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근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마침내, 설민혁은 좋은 생각이 떠올라 큰 소리로 욕을 했다.“재수없게! 이게 다 은아네 가족 때문이야. 일찍도 늦게도 아니고 하필이면 딱 이때 와서 우리 시간을 지체하게 만들다니!”“원래 8시 반에 차를 타기로 했는데 벌써 5분이나 지났어!”“남원의 규정대로 시간이 지났으니 우리는 전용 차를 타고 갈 수가 없어.”설씨 집안 사람들은 너도나도 맞장구를 쳤다.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서로 쳐다보았다. 남원에 이런 규정이 있었나?다들 약혼식에 참석한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한 사항까지
그들은 원래 은아의 얼굴을 앞세워 잠입해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 초대장을 건네주다니?이게 무슨 상황이지?설은아는 의아한 듯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설마 네가 시킨 건 아니겠지?”하현은 눈썹을 찡그렸다. 그가 보낸 것이 아니었다. 이때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나 아니야, 우리 입장할 때 이런 건 필요 없어!”원래 재석과 희정은 하현에게 약간의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은 한숨을 쉬었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또 뭘 바라겠냐?“허, 당연히 이 폐물은 아니지.”이때 한바탕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멀지 않은 곳에서 대두에 큼지막한 귀를 가진 남자가 벤츠 뒷자리에서 힘겹게 내렸다. 이 사람을 보자 은아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전에 원호가 은아에게 소개시켜줘서 알게 된 나씨 집안의 나민영이었다. “이 분은……”이 사람이 벤츠를 타고 온 것을 보고 희정은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는 항상 허영심이 있어서 이때 나민영을 보고 눈 앞이 밝아졌다. 이런 사람이야 말로 자기 딸과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민영은 애써 점잖은 모습을 보이며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최씨 어머니시죠?”“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남원 일류가문의 나민영이라고 합니다. 현재 남원 은행의 지점장을 맡고 있습니다.”“민영이구나!”희정은 마음에 들어 하는 얼굴이었다. 이런 사람은 아주 훌륭하다. 나민영은 계속해서 말했다. “식장에 들어가시는데 초대장이 없다는 소식을 방금 전해 들었어요.”“그래서 제가 특별히 나씨 집안 쪽에서 세 장을 가지고 왔습니다.”이것은 분명 원호가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나민영에게 알린 것이다. 희정은 너무 기뻐하며 말했다.“민영아, 넌 역시 능력이 있구나!”“은아야, 너 빨리 와서 나 은행장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재석은 이때 나민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중얼거리며 말했
“앞으로 아저씨 아주머니의 일은 저희의 일이 될 거예요!”“저희 나씨 가문이 비록 일류가문이긴 하지만 정상급 가문들도 저희 나씨 집안 사람들을 건드리려면 잘 헤아려봐야 할 거예요!”은아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나민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저와 은아씨의 일은 최가 할머니도 동의를 하셨어요. 앞으로 저희 나씨 집안과 최씨 집안은 한 식구예요!”“이제 성대한 식장에 같이 가보실까요?”“하지만 초대장이 딱 3장 밖에 없으니 이 거지는 아마도 들어갈 수 없겠죠?”나민영은 하현을 가리키더니 두 팔을 감싸며 팔짱을 낀 채로 승리자의 표정을 지었다. 희정은 곧 냉담하게 말했다.“너는 폐물이야. 방금 까지도 감히 네 멋대로 서명을 해서 우리 집안을 다 죽여놨잖아!”“이런 사람은 자기 혼자 알아서 살다 죽게 내버려 두는 게 나아. 상대할 필요도 없어!”“은아야, 가자. 빨리 들어가자!”재석과 희정 두 사람이 하현을 따돌리는 모습을 보고 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빠, 엄마, 가시고 싶으시면 가세요. 저는 안 갈래요. 저는 하현이랑 밖에 있을게요.”나민영이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저도 아가씨가 마음씨가 좋다는 건 알고 있어요. 이런 폐물은 걱정하지 마세요.”“그럼 이렇게 하는 게 낫겠네요. 제가 그를 들여보내 줄 수는 있는데 하인들이 들어가는 길로 가야 할 거 같아요!”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금방이라도 화가 날 것 같았다. 희정은 서둘러 말했다. “민영아, 아니면 우리 먼저 들어가자! 은아는 혼자 좀 진정을 한 뒤에 잘 생각해 보라고 하고.”희정은 은아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때 굳이 들어가자고 하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나민영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우리 먼저 들어 갈게요. 은아씨, 후회가 되면 언제든지 저한테 전화하세요.”말을 하면서 그는 은아에게 초대장 한 장을 건네 주었고 하현은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돌아서서
잠시 후 은아는 실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돌아가자.”분명 그녀는 일이 이 지경까지 발전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현은 여전히 큰 소리만 치고 조금도 현실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지 않았다. 원래 하현에 대해 조금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은아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 어떻게 이렇게 자기 남편은 큰 소리 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을 모를까?하현은 그 순간 뒤편에 있는 백운별원을 보며 말했다.“우리는 갈 수 없어. 이따가 부모님이 전화로 도움을 요청 하실 거야.”은아는 얼굴을 가린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도대체 너는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야?”“너 또 뭘 하려고 그래? 일이 생기면 이슬기씨한테 도와달라고 그러게?”“너 인맥도 한번 쓰면 한번은 쉬어줘야 하는 거 몰라?”“게다가 너는 대장부가 되가지고 무슨 일만 조금 생기면 다른 여자한테 도움이나 청하고, 너는 내 생각은 안 해봤어?”“너는 내가 창피하지 않을 거 같아?”“됐다. 기왕 네가 부모님한테 문제가 생길 거라고 장담을 했으니 그럼 어떻게 되나 기다려 보자.”다른 한 편, 백운별원 바깥 입구. 나민영은 이때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남원에 오신지 얼마 안되셨으니 아마 저희 나씨 집안에 대해 잘 모르실 거예요.”“제가 대충 소개를 좀 해드릴게요. 남원에서 저희 나씨 집안은 심지어 강남 전역에까지 금융업과 은행 일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지금 남원에 있는 은행의 약 50%는 저희 나씨 집안이 장악하고 있어요.”“제가 비록 나씨 집안의 후계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희 집안에서 제 신분이 낮지는 않아요. 저는 지금 남원 은행의 지점장이잖아요!”“아저씨 아주머니께서 만약 대출을 받아 집을 사시려고 하시거나 장사를 하시려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제가 최대한 할인을 해드릴게요.”재석과 희정은 이채로운 눈빛을 드러냈다. 나민영이 비록 못생기긴 했지만 집안 배경이나 신분이나
하현과 나민영을 잘 비교해보면 은아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당연히 알 것이다. 재석도 입을 열었다.“사실 우리는 진작부터 하현 이 데릴사위를 쓸어내려고 했었어!”“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와 은아의 결혼은 사실 유명무실한 거나 마찬가지야!” “안타깝게도 오랫동안 일이 잘못돼서 그를 쓸어내지 못하고 흐지부지해졌던 거지!”“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나민영은 이 말을 듣고 순간 마음이 놓였다.은아에게 장가를 들려고 하는 것은 그녀의 외모 때문만이 아니었다. 최가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였다. 최가는 남원의 5대 일류 가문에서 실력이 가장 약했다. 하지만 최가는 벼슬아치 집안이라 외손녀의 사위가 될 수만 있다면 나민영에게는 나씨 집안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이것이 그가 이렇게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진짜 이유였다. 이들이 웃고 떠드는 사이 벌써 백운별원의 정문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은 벌써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비록 오늘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고 싶어했지만 초대장을 가진 사람은 백 명중 한 사람도 안될 것이다.심지어 지금 백운별원 밖에서는 많은 언론이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은 남원 상류층 사람들의 대규모 모임인 셈이었다. 이 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단연 거물들이었다. 이때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나민영의 뒤를 따라 앞으로 걸어가며 주위를 두리 번 거리며 흠모하며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들을 즐기고 있었다. 입구에는 지금 경호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이 경호원들은 모두 양복으로 갈아입었을 뿐 당도대에서 임시로 배치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 군사들에게서 나오는 병왕의 아우라는 하씨 가문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사람들이 있었기에 현장에서 감히 소란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나하나 꼼꼼하고 진지하게 초대장을 검사했다. 곧 나민영이 도착했다. 그는 초대장을 내밀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을 모두 한데 모았다. 어떤 사람이 적을 상대하려는 듯 오른 손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자루를 눌렀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 감히 가짜 초대장을 가져오다니 당신들이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어. 경찰서로 보내겠어!”사방의 매서운 살의를 느끼며 당도를 꺼낼 듯한 모습을 보고 나민영과 두 사람은 놀라 오줌을 쌌다. 그들은 줄곧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며 지냈으니 언제 이런 장면을 본적이 있었겠는가?나민영은 순간 쫄았다. “제 잘못입니다. 제 잘못이에요. 바로 갈게요!”스태프는 냉소하며 말했다.“가? 이번에 우리 하 세자님이 청혼하는 자리라 안보가 최고 수준이야!”“가짜 초대장을 들고 와서 입구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이제 와서 도망을 치겠다고? 당신들의 목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네!”“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당도대 사람들이야. 오늘 우리는 안보를 돕도록 당도대에서 파견됐어. 오늘 해외의 무장괴한들이 소란을 피울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지금, 우리는 당신들을 해외 무장괴한처럼 취급할 권리가 있어!”말을 하면서 그들은 칼을 뽑아 들었다. 이번에 대장의 중요한 의식이 있을 것이다. 누가 감히 이 자리에서 소란을 피운다면 이것은 곧 대장과 당도대 전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이 스태프들은 모두 당도대에서 온 군사들이었다. 게다가 한 사람 한 사람 몸에 당도의 칼자국들이 있었다. 나민영은 이때 바로 오줌을 쌌다. 그는 다른 사람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이 초대장은 내가 받은 게 아니라 이 두 사람이 나한테 준거라 나도 가짜인지 몰랐어요!”이 말이 나오자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곤경에 처했다고 그들을 바로 귀신취급 하다니?방금 까지만 해도 그들의 노후를 잘 보내도록 해주겠다던 효자의 모습은 어디 간 거지?희정은 지금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나민영, 할머니가 정말 너를 잘못 보셨
희정은 나민영을 가리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석은 숨이 턱턱 막혔다. 그는 이 일의 심각성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하 세자가 거행하는 행사에 누가 감히 가짜 초대장을 쓸 수 있겠는가? 이건 노인이 너무 오래 사는 게 싫다고 목 매달고 죽겠다는 거 아니겠는가?”“됐어, 그만 싸워!”스태프들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가짜 초대장의 경로를 알 수 없으니 당신들은 감옥에 가 있어!”“저저저……”희정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재석도 똥 씹은 얼굴로 숨이 막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변명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잠시 설명을 해보려고 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 스태프들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았다. 대장의 성대한 의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그들의 책임이었다! 그들은 지금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때 나민영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재석과 희정을 보며 말했다.“아저씨, 아주머니, 두분 다 정직하신 분들이니 분명 이런 일들을 하셨을 리가 없어요!”“혹시 이 초대장은 도대체 누구한테 받은 거예요?”“당신들 폐물 데릴사위 아니에요!?”“듣기로 그 사위가 여태껏 허풍 떠는 거 말고는 배운 것도 없다고 하던데. 당신들이 그 사위를 쓸어버리려고 했다고 하지 않았어요!”“분명 복수를 하려고 가짜 초대장을 구해서 당신들한테 준 게 틀림없어요!”“빨리 하현에게 전화해서 와서 죄를 인정하라고 하세요!”이때 나민영이 큰 소리로 입을 열었고 하현에게 책임을 돌리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하면 한편으로는 하현에게 그들의 죄를 뒤집어 씌울 수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이 감옥에 가게 되면 그는 은아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비록 이러한 형편에 처해있긴 했지만 나민영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자신은 역시 기지가 넘친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오히려 주저했다.
설은아는 행복한 얼굴이었다. 그녀도 부모님이 하현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 주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곧 두 사람은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하현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이었다. 은아는 미간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쨌든 그녀가 보기에 자신의 부모가 하현을 조금이라도 받아 주었다니 이것은 너무 좋은 일이었다. 두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재석과 희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방금 하현 이 폐물이 오지 않을 까봐 정말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누구에게 던져질지 알 수 없었다. 재석은 나민영을 한번 쳐다보았다. 나민영은 바로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이 가짜 초대장을 만들었으니 빨리 잡아다가 감옥에 쳐 넣으세요!”이 말을 듣고 웃고 있던 은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녀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나민영이 말한 소위 초대장이라는 것은 가짜였다. 분명 방금 들통이 난 것이다.재석이 하현에게 전화를 해서 오라고 한 것은 그를 속여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이었다.이때 은아는 머리가 무겁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부모님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자기가 나민영에게 속아 놓고 하현을 속여서 뒤집어 씌우다니!하현을 죽이려는 속셈인가?이 광경을 보며 하현은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걸어가 재석과 희정을 깊게 쳐다본 후에야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불편한 일이 생기면 제가 저한테 전화를 하시라고 아까 말씀 드렸었잖아요. 그럼 제가 처리해드린다고요.”“지금 이라도 들어가고 싶으시면 제가 모시고 들어갈 수 있어요!”재석과 희정은 모두 멍하니 서있었다. 이 데릴사위는 정말 바보 아닌가?지금 이 순간에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다니?나민영은 이 장면을 보고 더욱 큰 소리로 웃었다. “당신들 봤지! 이 가짜 초대장은 이 놈이 얻어 온 거야!”“거기다 지금 말끝마다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겠다고 그러네!”이때 마침내 정신을 차린
보석을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이 물건이 순수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금을 울려 놓는다는 걸 깨달았다.정말 너무너무 예뻤다!너무나 화려하고 눈부셨다!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다이아몬드를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한순간에 다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말문이 막혀 버렸다.진홍헌의 눈빛도 바위 덩어리처럼 굳어졌다.그는 전문가였다.전문가는 본질을 깊이 파악하고 문외한은 겉모습에 매달린다.그는 한눈에 이 물건이 고가의 물건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목걸이를 들어 설유아의 목에 걸었다.우아한 목에 반짝이는 목걸이를 걸치자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여신 같은 모습이었다.설유아는 상기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게다가 아름다운 설유아의 미모까지 더해지자 마치 공주처럼 우아하게 빛났다.수많은 여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부러워서 질투에 활활 타올랐다.설유아는 너무 예뻤다!그 보석도 너무나 화려했다!설유아와 보석이 한몸처럼 너무나 환상적으로 어울렸다.진홍민은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벅벅 갈았다.“흥! 어차피 노점상에서 산 가짜일 거야!”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의 앱을 켜서 사진을 찍은 뒤 검색에 들어갔다.“어머! 어머 어머!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까르띠에 상품이래! 그것도 올해 새로 나온 거라는데!”보석업을 하는 집안 출신의 여자도 앞으로 나와 몇 번이고 유심히 살펴본 뒤 입을 열었다.“맞아! 이거 까르띠에 신상품이야. 국내에는 108세트밖에 안 들어온 한정품이라던데! 가격은 또 어떻고! 어마어마해!”“흥! 신상품은 무슨 신상품!”“딱 봐도 우리 오빠가 산 것보다 못한 것 같은데 뭘!”진홍민은 속으로는 제 발 저렸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입을 열었다.“이게 진짜라고 해도 십억이나 되겠어?”그러나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까지 말하던 진홍헌은 하현을 너무 사지로 몰아넣지는 말자고 생각했는지 한 발 물러섰다.“이 자리에서 당장 물건을 꺼내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어. 위층에 있는 금정 쇼핑센터에 가서 뭔가를 살 시간을 주지. 두 시간이야!”“우린 여기서 기다릴 테니 뭐라도 사 와 봐!”자신의 오빠가 한 말에 진홍민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우리 내기할까?”“두 시간이면 부족하지 않겠어?”“그렇다면 그냥 무릎 꿇고 빌어. 빌면 두 달도 더 줄 수도 있어!”“그때는 장기라도 팔아야 할 거야!”“하지만 촌뜨기의 장기가 뭐 얼마나 값어치가 있겠어! 하하!”진홍민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 한껏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십억이 뉘 집 개 이름이란 말인가?많은 사람들은 평생 벌어 보지도 못하는 돈이다.하현은 볼품없는 촌뜨기인데 두 달은 고사하고 평생을 줘도 못 만져 볼 돈이었다.“두 시간도 안 걸려. 지금 바로 설유아에게 줄 선물을 가져올 수 있어.”하현은 그들의 비아냥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품에서 왕인걸이 준 선물 상자를 꺼냈다.왕인걸한테 받을 때 하현은 슬쩍 상자를 열어 보았었다.그 안에 든 것은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비록 하현이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왕인걸이 건넨 선물이었으니 가히 대단한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적어도 진홍헌이 준비한 물건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장담했다.“선물?”진홍헌은 싸늘한 눈초리로 눈을 힐끔거렸다.“보아하니 설유아한테 줄 생일 선물을 준비한 것이로군.”“그런데 당신이 뭘 준비할 수 있었겠어? 기껏해야 몇백만 원짜리 반지? 아니면 목걸이?”“가난한 사람들이 체면치레하려고 일부러 무리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선물이 있으면 어서 꺼내 봐! 쭈뼛거리지 말고 어서!”“꺼내지 않으면 그 안에 마늘이 들었는지 보석이 들었는지 누가 알겠어?”무리를 지은 사람들은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비웃었다.하현이 분명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십억
진홍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화를 내고 싶어도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겨우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생각하며 이런 촌뜨기한테 섣불리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진홍헌!”“마침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만난 김에 경고 하나 하지!”“설유아가 솔로이든 아니든.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 내가 맞든 안 맞든 간에.”“이런 식으로 윽박지르는 거, 설유아가 가장 싫어하는 거야!”“앞으로 당신은 설유아를 좀 멀리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그때 가서 날 원망해도 아무 소용없어!”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두 남매를 주시했다.하현의 날선 눈빛과 매서운 경고의 말이 서늘하게 두 남매를 압박했다.진홍헌은 순간 온몸에 오한이 났고 마음속에서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두려움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하지만 그는 죽을힘을 다해 정신을 다잡았다.그는 수조 원 자산의 중천그룹 아들인데 어떻게 이런 촌뜨기를 두려워할 수 있겠는가?“하 씨!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설유아를 대신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거야?”진홍민도 완전히 격노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내가 이미 당신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라고 했어!”“당신은 설유아의 남자도 아니고 그냥 설유아의 형부일 뿐이잖아!”“그것도 데릴사위!”“설 씨 집안에서 먹고 마시고 편하게 지내는 한량 주제에 어디서 주제넘게 형부 노릇을 하겠다는 거야?”“염치도 모르는 놈!”“감히 우리 오빠한테 대들어?”“설유아는 우리 오빠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야. 우리 오빠의 여자가 될 수밖에 없어!”“우리 오빠가 실수로 가짜를 샀다고 해도 정말로 우리 오빠는 십억을 썼다고!”“뭘로 우리 오빠랑 비교를 하겠다는 거야?”“데릴사위 주제에 처제를 위해 나서겠다고? 허! 그게 가당키나 한 것 같아?”“설유아한테 뭘 해 줄 수
하현은 사랑의 정표라고 하는 다이아몬드를 쥐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다이아몬드?”“십억?”“그 말인즉슨 이것도 결국은 유리구슬이라는 거잖아?”“촌뜨기는 촌뜨기야. 유리와 다이아몬드도 구별하지 못하는 식견이라니!”진홍헌은 하현을 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야.”“그래서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온 거야...”“그래?”진홍헌이 더 많은 말을 늘어놓기 전에 하현은 그의 말을 끊은 후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차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이아몬드가 가루가 되어 하현의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하현은 물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닦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사랑이 다이아몬드보다 강하다며?”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모두들 무슨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한 얼굴로 멍하니 눈앞의 상황을 지켜보았다.정상적인 다이아몬드라면 아무리 센 망치로 쳐도 절대 가루가 될 수 없다.그럼 이게 정말 유리조각이라는 것인가?아니, 유리조각이라고 해도 그렇지!어떻게 맨손으로 가루를 만들 수가 있는 것인가?순간 하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두려움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오직 설유아만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분명 형부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던 듯했다.그녀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진홍헌은 가능한 한 도덕적으로 그녀를 납치해 그녀의 승낙을 얻으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거칠 것 없이 그의 얼굴을 때린 셈이었다.진홍헌의 체면은 조금도 안중에 두지 않은 것이다.이 원한!절대 참을 수가 없었다!“짝짝짝!”하현은 손뼉을 치며 손에 묻은 가루를 털어내었다.동시에 그는 진홍헌에게 반응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진홍헌. 당신이 이 물건을 사는데 얼마나 썼는지는 모르겠지만.”“방금 사람들이 똑똑히 봤듯이 이 물건은 아주 질이 나쁜 유리조각일 뿐이었어!”“이런 걸 가지고 와서 십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당신은 나한테 말했지. 백억! 백억이면 썩 꺼진다고?!”“이제 다시는 설유아를 괴롭히지 않는 거지?”“개자식! 당신이 뭔데 자꾸 확인을 하고 그래?”진홍민이 나서며 거들먹거렸다.“우리 오빠가 어떤 신분인지 알기나 해?”“어디서 감히 우리 오빠를 거들먹거리는 거야?”진홍헌도 사납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개자식! 정말 나와 맞서고 싶어?”그는 하현이 백억을 절대 가져올 수 없다고 믿었다.설령 정말로 내놓는다고 해도 그가 이 조건을 들어줄 리가 없다.설유아 같은 아름다운 여인을 얻는 것이 그리 간단할 리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설유아도 탐이 났지만 그녀 뒤에 떡 하고 버티고 있는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대구 정 씨 가문이야말로 진홍헌이 탐을 내는 것이었다.하현은 진홍헌을 완전히 단념시키기로 결심했고 앞으로 나서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돈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오늘 당신은 설유아를 괴롭혔기 때문에 난 절대 예의 같은 거 차리지 않을 거야.”“지금 협박하는 거야?”진홍헌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누군지 알긴 알아? 여자를 사이에 두고 나랑 싸우자는 거지?”“난 중천그룹 아들이야. 우리 집 자산은 수조 원이나 돼!”하현도 매서운 눈초리로 되받아쳤다.“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열여덟 살에 북화대학에 입학했고 스무 살에 복수 학위를 취득했어. 그리고 스물네 살에 노국에 있는 복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땄어!”“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중천그룹 아들이고 내 이름으로 18개의 기업이 있어. 내 사업은 대하 각지에 퍼져 있지.”“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평생 먹고 놀아도 될 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하지!”“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진홍헌은 기세등등한 자태로 또박또박 한 마디도 밀리지 않고 사람을 몰아붙였다.하지만 경박
”이, 이 남자 누구야? 설마 저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는 아니겠지?”“너무 평범하게 생겼는데?”“딱 봐도 촌놈처럼 생겼잖아? 어디서 저런 놈이 튀어나온 거야?”“아니, 얼굴도 저렇게 예쁜데 왜 저런 남자를 좋아해?!”“왜 스스로 신분을 낮추려고 저러는 거야? 뭐 하러 저런 망나니랑 어울리냐고?”“저런 촌뜨기와 함께 고생하며 산다면 무슨 행복이 있겠어?”“그러니까 말이야! 진 도련님이 이렇게 멋지고 돈도 많은데, 게다가 당신한테 일편단심이잖아! 영광스럽게 생각해야 해!”많은 사람들이 모두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모두들 진홍헌을 두둔하는 말뿐이었다.허영을 사랑하는 것이 세상의 본성이니까 그럴 만도 했다.예쁜 여자들은 아주 못마땅한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이 녀석이 진홍헌의 여자를 빼앗으려 해?정말 주제넘어도 한참을 넘었군!낯선 남자가 나타나 설유아와 친근한 듯 말을 주고받자 진홍헌의 눈빛은 경멸로 가득 차올랐다.그는 직접 수표 한 장을 품에서 꺼내 숫자를 쓱쓱 휘갈기고는 책상 위에 떨어뜨렸다.“십억이야! 당신 같은 촌뜨기가 평생 뼈빠지게 일해 봐야 만질 수도 없는 돈이야!”“얼른 이 수표 가지고 썩 꺼져! 얼른 설유아 곁에서 떨어지라고!”시원시원하고 박력 있는 모습에 현장에 있던 여자들은 모두 진홍헌의 이름을 외쳤다!한껏 흥분한 여자들은 진홍헌의 사랑을 받고 서 있는 설유아가 마치 자기 자신이라도 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툭!”하현도 수표 한 장을 꺼내 숫자를 쓰고는 바로 진홍헌의 얼굴에 수표를 내리쳤다.“백억이야! 이제 꺼져!”백억?꺼지라고?모두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현이 정신 나간 게 아닌가 의심하는 눈초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진홍헌이 십억을 내놓은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중천그룹의 아들이었고 재산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하늘을 뚫은 기세로 거만하다는 건 말해 봐야 입 아플 정도였다.하지만 하현이 백억을 꺼내 진홍
”당신이 대답하지 않으면 난 일어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진홍헌은 이미 반쯤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는 진지한 표정, 애틋한 눈빛으로 사랑을 구하지 못하면 조금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마치 설유아가 그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땅에 머리라도 박을 기세였다.“설유아, 어서 대답해! 뭐 하는 거야?”“맞아! 진홍헌이 저렇게까지 무릎 꿇었는데 뭘 망설이는 거야? 저러다 무릎이라도 까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무릎을 꿇었는데도 대답을 하지 않다니!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야!”“만약 진홍헌이 그런 당신한테 화가 나서 마음이 상해버리면 어떻게 할 거야?”“사람이 왜 그래? 저렇게까지 하는데 받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이때 십여 명의 여자들이 모두 설유아를 호통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진홍헌 같은 부잣집 도련님한테 고백을 받다니!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그런데 그녀는 행복한 줄도 모르고 굴러들어 온 복을 발로 뻥 차려고 하다니?거절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세상 물정 모르는군!여자들의 말에 비춰 보자면 설유아는 승낙은 고사하고 당장 옷을 벗고 진홍헌에게 뛰어들어야 마땅할 것 같았다!여자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설유아의 얼굴이 더욱더 창백해졌다.그녀는 많은 부잣집 사람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행태를 보아 왔다.그러나 진홍헌처럼 뻔뻔하고 무례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동창이라는 신분을 내세워 거리낌 없이 자신을 협박하다니!이로 인해 설유아는 진홍헌에 대한 인상이 더욱 나빠졌다.자신의 오빠가 미녀를 성공적으로 손에 넣기 위해서, 그리고 중천그룹에 대구 정 씨 가문이라는 큰 태산을 연결하기 위해서 진홍민은 비길 데 없이 열심히 열을 올리는 것이다.“대답해! 설유아.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서 빨리 대답하라고!”그녀는 주변에 있던 여자들에게 눈짓으로 설유아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라고 부추겼다.아마 옆에서 계속 이렇게 압박을 하면 설유아처럼 사회 경험이 없는 여자는 결국 응할 것이라고 믿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이 장면을 지켜보다가 한 걸음 내디뎠다.설유아는 진홍헌의 구애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협박까지 받은 것이다.이 시점에서 하현은 형부로서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러나 하현이 막 발을 내디뎠을 때 방금 설유아의 앞을 가로막았던 그 남자들이 하현의 앞길을 막아섰다.키가 1미터 90센티미터에 가까운 남자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사나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진 도련님이 고백하는 거 못 들었어요?”“관계자 외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말을 하면서 남자는 하현을 밀어내며 어서 물러가라고 했다.하현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설유아는 내 동생인데 무슨 자격으로 당신들이 날 못 들어가게 하는 거죠?”“동생?”양복 차림의 남자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오빠든 아빠든 누가 와도 소용없어요!”“지금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요. 진 도련님이 미인을 품에 안기 전에는 그 누구도 못 들어갑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 차갑게 말했다.“비켜!”“어쭈, 지금 화낸 거야?”“보아하니 당신은 설유아의 오빠가 아니라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인가 보군, 그렇지?”“내 여자가 남한테 구애받고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해?”양복 차림의 남자가 사납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아무 소용없어. 기분 나쁘면 벽에 머리라도 쥐어박아. 우리한테 와서 소란 피우지 말고!”중천그룹 경호팀장인 그는 키가 1미터 90센티미터나 되는 큰 키를 앞세워 자신만만하게 하현에게 맞섰다.어쨌든 오늘 진홍헌은 그에게 외부인을 식당에 들여보내지 말라는 중책을 맡겼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함부로 레스토랑에 들어오게 할 수 없었다.대화를 듣고 있던 몇몇 사내들도 히죽히죽거렸다.하현의 절박한 얼굴을 보고 그들은 하현이 설유아가 마음에 둔 사람인 줄 완전히 착각한 것이다.어쩌면 두 사람이 사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먹잇감으로 당하기 직전
진홍헌, 오늘 이런 이벤트를 해줘서 고마워.”설유아의 얼굴이 차가워졌다.누군가가 공개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하는 것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마치 그녀를 납치하는 것 같은 기분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생일 파티에 왔다가 뜬금없이 고백을 하는 진홍헌에게 그녀는 조금도 호감이 가지 않았다.“진홍헌, 이런 물건은 사랑하는 여자한테 선물해야 하는 거야.”설유아는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자칫하다 진홍헌에게 말꼬리를 잡혀 쓸데없는 기회를 주게 된다면 곤란하다.“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그래서 당신의 고백을 받아줄 수가 없어.”진홍헌은 조건도 탁월하고 인물도 아주 잘생겼지만 설유아의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서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진홍헌의 여동생 진홍민은 순간 얼굴색이 확 변하며 입을 열었다.“설유아! 부끄러워서 이러는 거야? 부끄러워서 지금 우리 오빠를 거절하는 거냐고? 그러면 안 돼!”“오빠를 쫓아다니는 여자들이 금정에서 대구까지 쫙 깔렸어!”“당신이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당신 생에 다시는 이런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없을 거야!”진홍헌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설유아, 부끄러워하지 마. 좋아하는 남자가 어디 있다는 거야?”“있다고 해도 이런 남자는 나 하나밖에 없어. 당신과 어울릴 수 있는 남자는 나뿐이라구!”“그러니까 거절하지 말아줘!”설유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진홍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평범한 동창일 뿐이야.”“그리고 난 정말 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무엇보다 오늘은 내 생일 파티잖아.”“내 생일 파티에 네가 이러는 건 좀 그렇지 않아?”진홍헌은 설유아의 말에 조금도 타협할 마음이 없다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설유아, 바로 오늘이 당신 생일이기 때문에 내가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한 거야!”“왜냐하면 난 정말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난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