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리의 하씨 가문 사람들이 서로 마주보며 쳐다보고 있다. 잠시 후 모두의 시선이 하현에게로 쏠렸다.그가 지금 이 순간까지 이렇게 침착하다니, 설마 그 사람을 정말 그가 청한 건가?곧 그 0001번의 아우디 A6가 멈춰 섰다.운전자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왼쪽 뒤편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뒷좌석에서 원기왕성한 중년의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그는 약간 수척해서 보기에는 여느 노인과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고개를 드는 순간 누가 자신을 버리고 다른 왕을 선택했냐는 듯, 오직 자신만이 왕이라는 기세가 퍼져나갔다. “강남의 일인자, 이준태!”홍인조는 중얼중얼 이 사람의 이름을 내뱉으며 얼굴색이 변화무쌍해졌다. 그와 이준태, 한 사람은 관청의 왕이고 한 사람은 길바닥 왕이다. 두 사람에겐 묵계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왕과 왕이 만나지 않는 것이었다. 비록 서로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정식적으로 만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오늘 두 사람이 이곳에서 만났다. 하씨 가문의 많은 사람들은 그 이름을 듣고 이 차를 보았을 때 안색이 심하게 변했다. 침착했던 할머니도 지금 얼굴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일부 하씨 집안 사람들은 심지어 몸을 약간 떨기도 했다. 그가 왔다!지금 그의 곁에는 운전사 한 사람만이 따라다닐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걸어왔을 때 마치 천군만마처럼 보였다. 하태규, 하민석 등 사람들의 안색이 변화무쌍해졌고 눈가에는 계속 경련이 일어났다. 그들은 오늘 하현을 잡아먹으려 했다. 그런데 만에 하나 하준태가 그를 위해 왔다면?하씨 가문이 과연 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사람은 강남의 일인자다!강남의 일인자!이 분은 듣기로 이후에 연경에 가서 부임할 기회가 있다고 한다!이런 사람은 하씨 가문은커녕 한국의 10대 최고 가문도 그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이 분이 오실 줄 누가 알았겠는가?지금 이 순간, 하씨 가문의 적지 않은
갑자기 모두가 동시에 뭔가를 알아차렸고, 연이어 하현에게로 시선이 떨어졌다. 그가 이렇게 침착하다니, 설마 그가 이준태의 예비 손녀사위?지금 이 순간, 하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미칠 것 같았다!만약 하현이 정말 이준태의 예비 손녀사위라면 천상천하 강남에서 감히 누가 그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이준태 같은 인물은 말 한 마디로 평범한 가문을 번창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다. 하씨 가문이 강남의 하늘이라도 이준태 앞에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비록 이준태가 말 한 마디로 하씨 가문을 망하게 할 수는 없지만, 이준태와 적이 되면 하씨 가문에 엄청난 적수가 하나 더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일해가 손에 쥐고 있던 용머리 지팡이가 지금 살짝 흔들렸고, 그녀의 주름진 얼굴에는 음울한 빛이 짙게 드리워진 듯했다.지금 그녀는 하씨 가문에게 버려진 하현이 3년 동안 얼마나 많은 뒷손들을 준비했고 비장의 카드를 찾았는지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봐야 했다.오늘 이준태가 설마 그를 위해 나선 것인가?강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때, 하씨 가문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며 감히 앞으로 나서서 말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준태는 자세히 살펴보다 하현에게 시선을 돌린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르신, 실례합니다……”이준태는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이일해는 강남에서 신분이 매우 높아 이준태 같은 인물이라도 예의를 갖춰야 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하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득의양양한 기색을 보였다. 봤는가? 이 사람이 바로 하씨 가문의 할머니다. 강남의 1인자 조차도 그녀에게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그러나 뒤이어 이일해는 몸을 약간 움직이며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 비록 반 걸음뿐 이었지만 이것은 일종의 제스처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하씨 가문을 대표해서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이준태와 적수로 맞서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 장면은 하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게 했다. 설마 오
곧 이준태가 하현에게 다가왔다. 변백범은 얼굴빛이 계속 변했지만 눈 딱 감고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당인준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당도의 손잡이를 오른손으로 천천히 가렸다. 그는 강남의 1인자가 온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그가 있는 한 아무도 자신의 대장에게 근접할 수 없었다. “인준, 백범, 물러 서!”하현은 이 때까지도 일어서지 않고 있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르신, 갑자기 무슨 가르침을 주시려고 오셨는지 모르겠네요?”“건방지게! 강남의 1인자 앞에서 감히 앉아 있다니! 너 뭐야!?”무리들 속에서 하태규가 갑자기 호통을 쳤다!그는 하현과 이준태가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하현의 이런 태도는 그에게 기회가 되었다. 하현과 이준태의 관계에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였다. 이 말을 듣고 하민석도 차갑게 말했다.“하현, 네가 이렇게 날뛰는 걸 보니 설마 네가 이 어르신 보다 신분이 높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다른 하씨 집안 사람들도 똑똑한 사람들이라 지금 다들 호통을 치며 입을 열었다.“1인자에게 존경을 표하는 건 기본적인 원칙이야! 하현, 너 자칭 대장이라며 이런 예의도 몰라?”“할머니에 이어 이 어르신까지, 너 뭐야? 네가 감히 이 어르신께 이렇게 대해?”“반역이야! 이건 반역이라구!”하씨 집안 사람들의 냉소가 끊이지 않았다. 하현과 이준태의 사이가 틀어질 수만 있다면 어쩌면 오늘 큰 연극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곧이어 이준태가 하현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니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졌고 대신 숙연한 얼굴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뜻밖에도 그는 하현에게 약간 몸을 숙여 반쯤 절을 했다!“콰르릉______”이 장면은 마치 맨 바닥에 천둥이 치는 것과 같았다. 마치 누군가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만년 얼음 동굴에 빠진 것 같았다. 눈 앞의 이 광경을 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태규는
하현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농담하시는 거죠!”“손녀 딸을 우리 회사에서 저 대신 일을 맡아보게 하긴 했지만!”“저와 그녀는 가벼운 사이에요!”“남녀 관계가 아니에요.”“더구나 저는 이미 아내가 있어요.”“제 아내는 잘 지내고 있고, 저도 아내를 많이 사랑해요.”“그래요?”이준태는 뒷짐을 지었다.“그럼 조만간 이혼할 계획은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3년 동안 저는 아내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고 일찌감치 아내를 평생 잘 돌보겠다고 맹세했어요!”“과거에 제가 진 빚을 갚아야죠!”“그녀에게 밝은 미래를 가져다 줄 거예요!”“저는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 거예요!”“좋네요, 아주 좋아요!”이준태가 웃었다. 말을 마치고도 그는 시종일관 이일해 하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홍인조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마치 하현에게 한 마디 묻기 위해 온 것 같았다. 지금은 답을 얻은 것 같다. 이건 도대체 뭘까?강남의 1인자가 자신의 손녀를 대신해서 나서는 것 인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수선한 느낌을 받았다.동시에 하현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서 남자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눈빛이 더욱 많아졌다. 이 녀석은 정말 독한 사람이다. 이준태 손녀의 마음을 가지고 놀다니!이 집안 할아버지가 와서 혼인 얘기를 꺼냈는데 뜻밖에도 사양을 하다니! 죽음이 무섭지 않구나!정말 죽음이 두렵지 않구나!관건은 이런 상황에서 그가 이혼하고 이준태 손녀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기만 하면 아마 오늘 하씨 집안 사람들은 감히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이일해도 이준태의 체면을 어느 정도 세워줘야 한다. 그런데 그가 뜻밖에도 거절을 하다니?게다가 조금의 여지도 없이!?지금 이 순간 모두들 그에게 감탄을 해야 할지, 비웃어 줘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 세자는 역시 하 세자 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비록 그 자리에 앉아 있지 않
하씨 가족의 시선이 갑자기 하민석에게로 쏠렸다. 이 결정적인 순간에 그는 뜻밖에도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이게 무슨 뜻이지? 이일해조차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자신이 새롭게 선택한 꼭두각시도 거역하려는 것인가?이때 하민석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갔고 그는 하현을 깊이 들여다 본 후에야 이일해 앞에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할머니, 사자는 토끼를 잡는 데도 전력을 다합니다!”“하물며 하현은 결코 토끼가 아닙니다!”“비록 당인준이 지금 과거의 정을 봐서 그를 위해 버티고는 있지만!”“그래도 그는 한때 대장이었으니 함부로 봐서는 안됩니다!” “저는 이번에 우리 하씨 가문이 특별히 준비한 가장 큰 비장의 카드를 모시고 싶습니다. 할머니의 허락을 구합니다!”“그래.”이일해는 용머리 지팡이를 흔들었다. “10분 줄게. 나는 이 놈이 내 앞에 무릎 꿇는 걸 보고 싶어!”이 말을 마치고 이일해는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 그녀는 나이가 많아서 어떤 일의 경과를 지켜보는 일에 흥미가 없었다. 그녀는 단지 결론만 보면 그만이었다. 하수진은 이때 어디선가 튀어나와 할머니의 팔을 살짝 부축하며 회의장 뒤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여태껏 앉아있던 하현이 갑자기 일어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일해, 내가 언제 당신한테 갈 수 있다고 말했어?”이일해의 그림자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곤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마음이 바뀌었어. 난 지금 이 불효자식의 시체만 보면 돼!”“네!”하민석은 음침한 얼굴로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시작해!”“네!”하은수는 이때 고개를 약간 끄떡이고는 이내 무전기를 꺼내 명령을 내렸다.“행동 개시!”곧 이어 갑자기 사방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하민석은 이 소리를 듣고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차갑게 하현을 쳐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나의 하 세자님……”“네가 하 세자로 오랫동안 있으면서 아직 우리 하씨
변백범은 이때도 안색이 별로 안 좋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하 도련님, 용병인 것 같습니다!”“응, 알아.”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밖을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갑자기 말했다. “우리 사람들 철수시켜!”“네!”당인준은 군소리 없이 재빨리 무전기를 꺼내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변백범은 안색이 변했다. 대장이 뭘 하는 거지? 실성했나?상대방이 ‘외로운 늑대’를 불렀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당도대 사람들을 철수 시키다니, 이건……설마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 건가?이 생각에 미치자 변백범의 얼굴빛은 극도로 어두워졌다. 이때 밖에서 하씨 가문의 호위병이 뛰어 들어와 하태규의 귀에 대고 몇 마디를 했다. 곧 이어, 하태규는 갑자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하현, 나는 네 뒷손이 뭔지 알 거 같은데?”“고작 20명의 병사들이었구나!”“20명, 너 이 비장의 카드로 우리 하씨 가문을 상대하려고 한 거야! 너를 바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무식하다고 해야 하나!?”하태규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기색이었다. 당인준은 한발 앞서며 호통을 치며 말했다.“당도대 20명은 천군만마와 같아!”“하하하하______”하태규는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맞아, 너희 당도대는 대단하지! 20명이 천군만마라고? 아이고 무서워라!”“하지만 방금 전에 너희 천군만마는 이미 철수했어!”“아하하하______”이 말을 듣고 하씨 집안 사람들이 서로 멀뚱하게 쳐다보았다. 알고 보니 방금 그 호위병이 하태규에게 밖에 20명의 당도대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미 철수 했다는 것을 알리러 온 것이었다.“푸하하하______”“하현, 너 너무 웃기는 거 아니야? 20명으로 우리 하씨 집안을 상대하겠다는 거야?”“근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사람들이 다 놀라서 도망갔네! 이 사람들을 어디다가 쓰려고?”“사람들이 다 가버렸는데 너 이제 어떻게 할 거야?”“우리 쪽에는 사람들이 천 명 정도 있어서, 한 사람씩
하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득의양양한 빛이 떠올랐고, 비아냥거리는 눈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하 세자는 강남의 하늘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이런 능력!이런 솜씨!이런 비장의 카드!강남에서 누가 막아낼 수 있겠는가? 이 사람들이 보기에 강남 용병의 수장을 모셔올 수 없다면 하 세자는 죽을 운명이었다. “대장님!”당인준은 약간 굳은 표정으로 오른손을 칼자루에 대고 꺼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변백범은 창백한 얼굴로 가까스로 자리를 지키며 더할 나위 없는 충성심으로 하현의 뒤를 막아 섰다. 그의 부하들은 지금 온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싸우러 나온 것뿐이었다. 상대가 길바닥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았나?어떻게 지금 총까지 출동한 거야? 항공기 탱크만큼은 아니었지만 무장헬기는 지금 하늘을 빙빙 돌며 언제든지 총알을 빗방울처럼 쏟아 낼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누가 두렵지 않겠는가?하현은 여전히 밋밋한 얼굴로 변백범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너희 부하들은 별로야. 시간이 되면 유라시아 전장으로 보내서 훈련시켜.”“아무 일도 없는데 다리가 후들거리면 어떻게 나를 따라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겠어?”“면목이 없습니다! 하 도련님 말씀이 맞습니다!”변백범은 이마에 땀이 흘렀고 자기도 모르게 반쯤 무릎을 꿇었다. 천군만마를 상대하는 것이 조금 두려웠는데, 하현이 입을 여는 사이 그는 더욱 두려워졌다. 변백범이 한쪽 무릎을 꿇은 것을 본 하씨 집안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고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남원 길바닥의 새로 온 변백범 아니신가? 근데 어쩜 이렇게 찌질 하지?”“우리가 아직 손도 안 댔는데 바로 무릎을 꿇다니?”“이 놈이 지금 우리 하씨 가문에 기대서 우리 개가 되려고 해도 우리는 관심이 없어!”“적당히 들여다 볼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하게 죽게 될 뿐이야!”“기대가 되네! 변백범은 무릎을 꿇었는데 당인준은 언제 꿇게 될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하현에게 집중되었다. 하나같이 그가 무릎 꿇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현이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서 당인준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일어서,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당인준은 감히 반박 할 수가 없어 지금은 똑바로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하현!”이 장면을 본 하태규는 낭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가 만약 지금 무릎을 꿇는다면 내가 너를 대신해서 할머니께 사정을 해 줄 수도 있어.”하현은 하태규를 진지하게 쳐다보고 나서야 담담하게 말했다.“네 말대로 네가 무릎을 꿇어. 나도 널 건드리지 않을게. 일이 끝난 후에도 넌 여전히 하씨 집안의 가장이 될 수 있어.” “간이 크구나! 감히 주인 어르신을 모욕하다니!”“하현, 너는 죽음이 코 앞에 와 있는데도 모르는구나!”“너는 네 빽이 무릎 꿇는 것도 못 봤어? 계속 허세 부릴 거야!?”“주인 어르신께서 너그럽게 널 살려주셨는데도 이렇게 사리분별을 못하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하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야유를 퍼부었다. 그들이 보기에 하현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죽음을 자초하고 있었다. “주인 어르신, 계속 이렇게 힘을 낭비하실 필요가 있습니까?”“그를 처리해버리면 그만입니다. 할머니께서도 계속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가 가서 해결하겠습니다!”하민석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태규는 가볍게 웃으며 오른손을 살짝 들어 올린 뒤 손바닥을 세게 쳤다. “따따따______”가지런한 발자국 소리가 전해졌다. 현장에 도착한 ‘외로운 늑대’ 용병들이 하나 둘씩 총기를 들고 쏜살같이 앞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순식간에 하현과 사람들을 둘러쌌다. 차가운 총구가 하현이 있는 곳을 향했다. 명령만 하면 하현과 사람들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이 장면은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씨 가문 사람들이 봐도 무서웠다. 총을 쏘게 되면 아마 적지 않은 구경꾼들에게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