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상류 사회의 울타리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았다. 그런데 불과 하루 사이에 왕가가 남원에서 물러난 일이 이미 두루 퍼졌다. 게다가 남원의 새로운 설씨 가문이 뜻밖에도 왕가 그룹을 인수하려고 한다고?이렇게 웃기는 일은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대하기 마련이다. 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설씨 어르신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별장 대문을 감히 나가지 못했다. 거의 하룻밤 사이 설씨 가족은 남원 상류 사회의 웃음 거리가 됐다. 왕가가 갑작스럽게 물러 난 것에 대한 충격도 상쇄시켰다. 왕가를 언급하면 모두들 설씨 집안 얘기를 꺼냈다. 다행히 하현과 설은아는 지금 설재석과 함께 살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설재석 일가는 아마 감히 외출도 못했을 것이다. 오직 설유아만 자기 형부가 정말로 왕가 그룹을 자기 언니에게 선물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설은아에게는 하현이 그저 살아만 있으면 더 바랄게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을 겪으면서 왕가의 억압이 없어져 백운회사 쪽의 생산은 오히려 정상으로 회복이 되었다. 설은아도 정상적으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돈을 벌어서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다. 하현은 아침 일찍 남원에 있는 변백범의 임시 거점에 도착했다. 장사가 잘 안 되는 골프장을 없애고 새롭게 정비하여 훈련하는 기지로 삼았다. 하현이 여기에 온 것은 쓸모있는 사람 몇 명을 찾아 준비하려는 것이었다. 필경 그는 앞으로 번거로운 일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기에 매번 변백범에게서 사람을 요청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되면 하현 자신도 귀찮을 것이다. 자기 주변에 사람이 많이 있으면 쓰기에도 편할 것이다. 자신이 하 세자의 전담 보디가드가 됐다는 말을 듣고 변백범에게 뽑힌 수십 명의 사람들은 감격하여 무릎을 꿇었다. 이 사람들에게 박재민의 무덤 앞에서의 일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전설의 하 세자를 섬길 수 있는 것은 참으로 크나큰 행운이었다. 원래 하현은 당도대에
“맞다, 내일 양부모님이 남원에 오시거든요. 그때 밥 사 주세요. 형부도 가야죠!”설유아는 히죽히죽 웃으며 오늘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 “그래!”하현은 설유아가 태어날 당시 한 귀인을 만났는데 그 귀인의 조언으로 신분이 높은 부부가 그녀를 양딸로 삼았다고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매년 설유아는 양부모님 곁으로 가서 잠깐씩 지내곤 했었다. 하지만 그 부부는 비록 설유아를 양딸로 삼긴 했지만 힘이 있는 집안이라 설씨 집안을 상대하진 않았다. 그래서 하현은 설유아의 양부모님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신분이 매우 높기 때문에 온다면 분명 큰 일이 날 것이다. 저녁에 설재석은 하현과 설은아 두 사람을 함께 불렀다. 설재석은 먼저 하현을 매섭게 쳐다본 후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말했다.“어제 일은 그냥 넘어 가자. 하지만 내일 큰 일이 하나 있어. 너 절대 나를 망신시키면 안돼!”“한 번만 더 그랬다간 정말 너를 쓸어 버릴 거야!”설은아는 정말 궁금해하며 물었다.“아빠, 내일 무슨 일 이에요?”설재석은 하현을 정말 죽일 듯이 미워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하현을 찾아와 신중하게 이런 일들을 말하는지 그녀는 정말 궁금했다. 설마 무슨 큰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설재석은 잠시 생각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은아야 너, 네 여동생에게 양부모님이 계시다는 건 알고 있지? 유아가 매년 몇 달씩 있다가 오잖아.” 설은아가 대답했다.“알지……”설재석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너희가 어려서 말하지 못한 일들이 있었어……”“네 여동생이 말하는 양부모님은 사실 네 이모와 이모부야……”“네 엄마는 최씨 집안 출신인데 이 집안은 아주 전통이 있고 힘이 있는 가문이었어. 그 당시 네 엄마가 나한테 시집을 왔을 때 엄마도 억울해 했어……”“아주 오랫동안 최씨 가문은 우리들을 인정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사람을 보내서 우리한테 연락을 했어. 거기다 우리 가족과 같이 식사를 하겠다고……”“그러
다음 날, 최가네 사람들이 왔다. 온 사람은 희정의 매부 여민철과 여동생 최혜정이었다. 그들은 남원에서 가장 럭셔리한 매리어트 호텔에 머물면서 저녁 식사도 그곳에서 했다. 매리어트 호텔은 하룻밤 묵는데도 몇 십 만원이고, 프레지던트 스위트룸 같은 경우에는 150만 원 정도 한다. 여민철과 최혜정 두 사람은 매번 다른 지역으로 갈 경우 예외 없이 기본 5성급 호텔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 반드시 묵어야 했다. 하지만 가격을 알고 난 이후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아주 골치가 아팠다. 하룻밤 쓸 돈이면 그들이 오래 두고 쓰기에 충분했다. 호텔 2층 연회장의 888번 VIP룸 안.안에 4명이 앉아 있었다. 여민철과 최혜정 두 사람은 상석에 앉았다. 설유아는 어젯밤 이미 호텔에 와 있었는데 지금 좀 우울했다. 그녀의 맞은 편에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하현은 설유아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이 계집애는 어젯밤에 흥분했었는데, 어떻게 여민철과 최혜정 두 사람을 만나고 이렇게 됐을까?그들이 온 것을 보고 설유아는 곧장 달려와 기뻐하며 말했다.“형부, 언니, 드디어 왔구나!”여민철과 최혜정 그리고 그 젊은 남자가 이때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민철은 성숙하고 진중해 보였다. 차분한 고위층의 숨결이 묻어났다. 최혜정은 화려한 옷차림에 고가의 액세서리로 치장했고 온화하고 점잖은 기품이 있었다. 게다가 그 남자는 잘 꾸며서 전체적으로 보기에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스타 같았다. 그 남자는 비록 고상해 보였지만 그의 눈동자 속에는 이따금씩 번쩍이는 빛이 있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바로 알아챘다. 이 사람은 군단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다소 지위가 있고 실력이 있을 것이다. 양쪽이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설재석 부부는 조금 어색하게 자리에 앉았다. 비록 이 사람들은 희정의 여동생과 매부였지만, 그들은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설유아를 자기가 낳은 딸로 삼은 것이다. 희정은 설재석과 결혼하기 위해서
“아저씨, 아주머니, 은아 누님,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저를 찾아 오세요. 제가 반드시 해결해 드리겠습니다.”동희철은 웃음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여민철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아이는 능력이 정말 대단해요. 앞으로 군단의 용병이 될 겁니다. 재상으로 임명될 날이 머지 않았어요!”최혜정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데 못 할 수 있겠어요?”“희철이가 이번에 들어가려고 하는 곳은 당인준의 당도대예요. 들어가기만 하면 앞으로 당인준 군단장 사람이 될 겁니다!”“당인준이 어떤 사람인지 아세요?”설재석도 그 사람을 알고 있어 바로 대답했다. “당인준은 당도대의 군단장이고 강남 구역 4대 전신의 수장이잖아요. 듣기로는 강남 1인자와 맞먹는다 던데요!”“음, 당신들도 식견이 좀 있군요. 희철이가 당 군단장 사람이 되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최혜정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하현을 한 번 쳐다보더니 서로 눈이 마주쳤다. 상대방의 눈에서 서로 탄식하는 빛을 보았다. 그리고는 두 부부는 웃으며 말했다.“희철 군은 앞날이 창창하네요!”비록 이렇게 말을 하긴 했지만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오히려 속이 쓰렸다. 다 같은 남자인데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날까?“그럼요, 당신들 데릴사위와는 비할 바가 아니죠!”여민철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설재석은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 “매부, 놀리지 마세요. 제가 이 데릴사위가 어느 정도 되는 지도 모르겠어요? 그는 아무것도 아니에요!”“아빠! 아빠! 둘 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 하세요! 우리 형부가 제일 대단한 사람이에요!”설유아는 기분이 언짢아졌다. 자기도 모르게 하현에게 기대어 흠모하는 표정을 지었다. 동희철은 원래 거만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치켜 세우는 것을 즐겼다. 그런데 지금 그의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설유아를 처음 본 순간부터 이 여인이 마음
동희철은 모두 충격을 받은 얼굴을 보고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마 모르셨을 거예요. 하 세자는 강남 군단의 권위자예요!”“하지만 이건 엄청난 비밀이에요. 군단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거거든요!”“듣기로 그 당시 당도대가 중앙아시아로 가서 전투를 벌였을 때 그 전투에서 하 세자가 일 당 천으로 혼자서 많은 사람을 상대했대요. 당도대를 이끌고 가서 미국의 델타 부대와 싸워 물리쳤다고 해요!”“그래서 하 세자는 비록 군단 사람은 아니지만 강남 구역에서 그의 지위는 보통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예요!”“저도 당도대 입단 시험을 준비하면서야 알 수 있는 자격이 생겼어요! 외부 사람들은 전혀 몰라요!”“그리고 듣기로 하 세자는 3년 동안 당도대 입단 심사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마도 올 거예요!”“하 세자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을 거예요!”“만약 이번에 하 세자를 볼 수 있다면 제 생애에 더 이상 한이 없을 거예요!”동희철은 감개무량한 얼굴이었다. 하 세자는 비록 군단 사람은 아니었지만, 공이 대단했기에 강남 군단의 권위자가 되었다. 강남 군단 중에서도 특별히 당도대 사람들은 이 분을 특별히 군단의 성인으로 여겼다. 이전에 동희철은 당시 중앙아시아 전투에서 많은 군단 사람들의 우상인 신비한 큰 인물이 손을 댔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강남 군단 시험을 준비하면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전설 속의 하 세자는 자신의 우상이었다. 이제 그는 곧 소원이 이뤄질 것이다. 그러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뭐? 그게 정말이야? 당 군단장님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설의 하 세자를 만나 볼 수 있다고!?”여민철과 최혜정 두 사람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거의 일어설 뻔 했다. 그들은 강남의 기성세대라, 하 세자의 시대를 경험했었기 때문에 이 세 글자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 하 세자는 항상 베일에 감춰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영광스러
모두 하현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설은아 조차도 지금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 하현은 허풍 떠는 것을 좋아하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떠벌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버릇은 평생 못 고칠 것이다. 동희철이 갑자기 ‘키득’ 웃기 시작했다.“하하하하…… 방금 뭐라고 했어요? 입단 심사가 참가하고 싶으면 아무나 참가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데요?”“정말 웃겨 죽겠네!”“그거 알아요?”“이번 입단 심사에 누가 참가하는지? 각 군 구역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들 10명만 시험에 참가할 수 있어요!”“이 세 사람들만 누군가를 데리고 참가할 수 있다고요!”“데릴사위, 이 폐물이 참가하고 싶은 모양이네요?”하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그래, 너도 친척만 3명 데리고 갈 수 있는 거 알지?”“게다가 이번에 어떤 사람이 특별히 나를 초대해줬는데, 심지어 내가 없으면 이번 입단 시험은 진행할 수가 없대!”여민철과 최혜정 두 사람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분노의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 설재석과 최희정 두 사람의 얼굴은 새카맣게 되었다. 설은아는 이때 고개를 숙였고 쥐 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그는 갈수록 도가 지나치다! 그가 없이는 입단 심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다른 사람들은 고사하고 그녀조차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때 설유아도 하현이 조금 허풍을 떤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이때 하현 때문에 난처하고 부끄러웠다.동희철은 하하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정말 웃겨 죽겠네!”“당신 없이 내가 못 간다고? 당신은 당신이 군단장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하 세자라고 생각하는 거야?”최혜정은 괴상한 표정으로 최희정 식구들을 보며 말했다.“언니, 내가 뭐라고 하려는 게 아니라 언니 집안의 가풍이 정말 걱정스럽다!”“나 오늘 언니 식구들 때문에 너무 부끄러워!”“부끄럽지도 않아? 우리들은 너무 창피해!”설재석은 난처한 표정으로 지금 어두
이 말을 하고 동희철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자리를 떠났다. 설재석과 몇 사람만 남아 서로를 쳐다보았다. 희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최씨 집안과 동씨 집안은 큰 집안이라 가풍이 매우 엄격해서 이런 사람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어! 화를 내지 않는 게 이상하지!”설재석은 죽으라고 하현을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이 쓰레기, 넌 정말 일을 성사시키기는커녕 매일 우리 망신만 시킬 거야!”“나는 정말 너를 때려 죽이지 못한 게 한스럽다!”“퍽______”말을 마치고 설재석은 손바닥을 휘둘렀다. 설은아가 얼른 막아 섰다.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손바닥이 하현의 얼굴에 닿았을 것이다.“아빠 엄마, 무슨 큰 일이 난 게 아니잖아요. 이틀 후에 이모랑 이모부에게 가서 사과하면 돼요!”설은아가 말렸다. “이게 큰 일이 아니야? 하현 때문에 우리가 친정 식구들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는데!”“거기다 지금 우리는 설씨 집안에서도 살아남기가 힘들잖아. 이번 기회에 관계를 좀 회복 시켜보려고 했는데!”“이 꼴이 됐잖아! 하현, 너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거지?”희정은 하현의 코를 가리키며 욕을 퍼부었다.하현은 참을 수 없는 얼굴로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저는 속이지 않았어요. 저는 정말 입단 심사식에 가야 해요!”“이건 갈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야!”“네가 우리를 망신시켰잖아! 최씨 집안에게 미움을 샀다고!”“네가 참가하면 또 뭐 어쩌라고? 너는 너를 누구라고 생각해? 네가 하 세자야?”“너는 여전히 쓸모없는 폐물이야!”설재석은 노발대발하며 입을 열었다. 희정은 다시 정신을 못 차리고 욕을 퍼부어 댔다. “너는 참석할 수 있겠지! 근데 네가 무슨 수로? 그것도 네 아내한테 의지하는 거 아니야!”“너 밖에서 너를 뭐라고 하는지 알아?”“은아가 하 세자의 내통녀라고 그래!”“너는 자기 아내에게 빌붙어 사는 기둥서방일 뿐이야!” “네가 그러고도 여기서 이
차 안, 운전자 역시 강남구역 군사였는데 이때 그가 웃으며 말했다.“희철 형제님, 정말 운이 좋으세요!”“당도대가 최근 몇 년 동안 사람을 거의 뽑지 않아서 지난 3년 동안은 당도대에 입단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듣기로 올해 하 세자가 남원에 복귀하면서 당 군단장님이 사람을 더 뽑기로 결정하셨다고 해요.”“이번에는 당 군단장님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듣기로 당 군단장님이 아침 일찍 하 세자님을 모시러 가셨대요.”“하 세자, 이 분은 우리 강남 군단의 진정한 권위자세요!”“그 분을 만나 뵐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입니까!”동희철 역시 지금 감격스러운 얼굴이었다.하 세자, 강남 군단의 전설급 인물이다.지옥과 같은 중앙아시아의 전투에서 그런 성과를 얻어낼 수 있는 사람, 비록 군단의 전신은 아니었지만 많은 군사들의 우상이었다. “그렇군요. 저는 전에는 미국 델타 부대를 격파시킨 전설의 거물이 바로 하 세자라는 건 몰랐어요!”“생각지도 못하게 오늘 제가 하 세자를 만나 뵐 수 있다니요!”지금 동희철은 감개무량한 얼굴로 자신이 인생의 전성기에 서있다고 느꼈다.“희철씨는 아주 훌륭해서 많은 장교들도 당신은 분명 우리 당도대에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외부 사람에게 전설의 그 거물이 하 세자라는 걸 알리지 않았을 겁니다.”앞에 있던 군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뒷좌석에 앉은 최혜정도 이때 웃으며 말했다. “희철아, 너 정말 대단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어디 하 세자를 만나볼 자격이 있었겠어?”이 말을 듣고 동희철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의기양양해 했다.. 하지만 설유아가 있는 쪽을 바라볼 때 그는 오히려 표정이 조금 어두웠다. 원래 그는 설유아 앞에서 설유아가 자신을 흠모하도록, 더 나아가서는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결과는?설유아는 무덤덤한 얼굴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장면은
왕인걸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저렇게 젊은 하현이, 게다가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하현이 어떻게 간민효의 명함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그러나 왕인걸은 하현이 어딘가에서 명함을 주워서 허세를 부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내려놓지 않았다.그는 이를 갈며 어딘가로 전화 한 통을 걸었다.그러나 전화를 마친 후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간민효의 단 한 마디가 그를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하현과 간민효는 친한 친구 사이라는 것.이 말에 왕인걸은 자신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마지막 요행과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그는 전화를 끊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풀썩’ 하고 무릎을 꿇었다.이를 본 사람들은 넋이 나가는 것 같았다!모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왕인걸이 언제 누구한테 무릎을 꿇은 적이 있던가?누가 그를 무릎 꿇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하현, 미안해. 내가 정말 잘못했어!”“내가 알아보지 못했어. 제발 넓은 아량으로 살 길을 열어줘.”“제발 부탁이야.”“모든 게 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이라고!”말을 하면서 왕인걸은 스스로의 뺨을 몇 번이고 찰싹찰싹 때렸고 머리를 바닥에 조아렸다.하현이 만족하지 않으면 자신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하현, 제발 기회를 줘.”그는 하현이 만족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자신에게 닥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식당 안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멍한 눈빛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하현이 허세를 부리는 줄 알았는데 이것이 왕인걸에게 먹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명함 한 장을 던졌을 뿐인데 어떻게 왕인걸을 무릎 꿇게 할 수 있단 말인가?설은아의 예쁜 얼굴조차 의아한 표정으로 굳어졌다.하현이 아무렇게나 던진 명함이 왕인걸의 머리를 숙이게
이때 왕인걸은 남을 괴롭히던 습성을 드디어 드러내며 사나운 진면목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그의 말이 떨어지자 몇몇 사나운 친구들은 모두 맥주병을 들고 다가와 하현의 머리를 깨뜨릴 준비를 했다.설은아는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당신들, 함부로 굴면 관청에 신고할 거야!”“신고?”예쁜 종업원이 냉소를 흘렸다.“신고가 먹힌다면 내가 성을 갈겠어!”“경찰서는 모두 우리 왕 도련님 사람들이야!”“경찰서에 신고는커녕!”“당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부탁해 봐도 아무 소용없어!”“설은아, 괜찮아. 내가 처리할게.”하현은 전화를 걸려던 설은아를 제지했고 냉담한 시선으로 왕인걸을 쳐다보았다.“스스로 용서를 구할 기회를 정말로 포기할 작정이야?”왕인걸은 냉소를 지으며 피가 섞인 침을 바닥에 내뱉었다.“용서를 구하라고?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말할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그래? 내가 그런 자격이 없는 건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손가락으로 튕겨 한 번에 왕인걸의 이마에 올려놓았다.“이젠 어때? 이만하면 내가 자격이 되는 건가?”“무슨 허튼수작이야?!”왕인걸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마를 찌푸렸다.“이게 뭐야?”“명함?”“이게 날 밟을 수 있는 자격이라는 거야?”“당신은 당신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세자라도 돼? 아님 부잣집 도련님?”이번엔 예쁜 종업원이 나섰다.“명함 한 장으로 우리 왕 도련님을 겁주려고?”“막장 드라마를 너무 본 거 아니야? 당신이 막장 드라마 주인공인 줄 알아?”왕인걸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이마에 있던 명함을 집어 들어 찢을 준비를 했다.그러나 그가 찢으려고 했을 때 눈가에 예기치 못한 잔광이 비치기 시작했다.그가 유심히 명함을 보는 순간 전선에 온몸이 닿은 것처럼 찌릿하고 전율이 솟아올랐다.간민효.간결하고 명료한 이 이름 석 자가 왕인걸의 온몸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간민효의 명함을?!게다
”개자식! 감히 날 때려?!”이때 왕인걸이 얼굴을 가린 채 비틀거리며 기어올랐다.그는 얼굴 가득 원망과 흉악함으로 뒤덮인 채 하현을 향해 이를 갈며 격노했다.“넌 이제 죽었어!”“넌 이제 끝이야!”몇몇 불량한 친구들도 잡아먹을 듯 눈빛을 사납게 이글거리며 하현과 설은아를 노려보았다.분명 이 두 사람은 오늘 여기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예쁜 종업원도 얼른 양복 차림의 사나운 남자 십여 명을 불렀다.아마도 식당 경비원들인 것 같았다.하현은 이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테이블 위에 있는 차를 집어 들고 단숨에 들이마신 후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아직도 무릎을 꿇고 사과할 기회가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당신들 손은 부러질 거야!”하현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사람들은 모두 하현처럼 허여멀건한 사람이 감히 자신들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금정이란 곳은 힘이나 능력 좀 있다고 함부로 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금정 같은 대도시에서는 역량, 인맥, 배경, 출신, 권력, 지위 그 모든 것이 갖춰져야 어느 정도 어깨에 힘깨나 줄 수 있다.하현이 감히 부잣집 도련님을 건드렸으니 아마 목숨을 부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촌뜨기! 넌 이제 죽었어!”예쁜 종업원이 노여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왕 도련님이랑 싸운단 말이야!”“왕 도련님이 누군지 알기나 해?”“왕 도련님은 금정 간 씨 가문 산하의 명성 필름 사장님이야.”“그는 금정 간 씨 가문의 먼 친척이야. 어떻게 당신 같은 촌놈이 모욕을 줄 수 있겠어?!”“못 들어봤어?”“옛날 왕사당 앞에 평범한 백성들이 드나들었다는 말 말이야!”예쁜 종업원은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왕인걸은 탑클래스 인물이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정 사 씨 가문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얼뜨기 한 놈이 왕인걸을 함부로 발로
하현의 말이 떨어지자 장내가 조용해졌고 모두들 멍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자신의 귀를 후벼팠다.이 말이 왕인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모두가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런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를 촌뜨기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어불성설 아닌가?왕인걸도 놀라서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재미있군. 내 앞에서 이렇게 날뛰는 사람은 오랫동안 없었어.”“당신이 처음은 아니지만, 단연코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야.”“이렇게 하지. 무릎 꿇고 머리를 세 번 조아리고 물러가.”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거기에 세 번 더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어.”하현의 말을 들은 왕인걸의 얼굴에는 더욱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더해졌다.이 촌뜨기가 지금 누구랑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한 건가?“왕인걸, 이놈이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는군!”“뭐? 왕인걸한테 머리를 세 번 조아리라고? 네놈이 무덤에 들어가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거야!”“왕인걸, 이놈이 이렇게 뻔뻔스럽게 나오니 하늘과 땅이 얼마나 무서운지 죽는 게 뭔지 직접 알려줘야 할 것 같은데?!”한 무리의 불량배들이 모두 호들갑을 떨며 한마디씩 덧붙였다.그들은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는 사람처럼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왕인걸은 무리들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고 이대로 있는 것은 너무 창피하다고 생각했다.결국 왕인걸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개자식! 더 이상 네놈 체면 따위 생각할 필요 없어! 당장 네놈을 죽여버릴 거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왕인걸은 손바닥을 휘둘러 하현의 얼굴과 코를 때리려고 했다.그러나 그의 손바닥이 막 튀어나왔을 때 하현이 재빨리 손바닥을 휘둘렀다.“퍽!”낭랑한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왕인걸은 얼굴이 따끔거리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온몸이 멍해져 오는 것 같았다.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친구를 하자는 말을 특히 강조하며 왕인걸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그 말속에는 친구 이상의 음흉한 관계를 의미하는 낌새가 다분히 느껴져 그를 따르던 짐승 같은 남자들이 히죽히죽 웃었다.하지만 왕인걸은 마치 해야 할 말을 정상적으로 했을 뿐이라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하현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했다.설은아는 왕인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하현을 향해 차가운 눈빛만 쏘았다.“이제 다 먹었어? 그럼 가자.”이 광경을 본 여자 종업원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약한 년! 왜 이렇게 자꾸 잘난 척하는 거야?!”“왕인걸이 스스로 발걸음을 했는데 아직도 고고한 척 콧대를 세우는 거야?!”“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이 그렇게 값어치가 나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고!”“왕 도련님이 화를 내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무서운 일이 벌어질 거야!”“자자,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 위협하지 마. 미녀 앞에선 상냥하게 굴어야지!”왕인걸은 여자 종업원에게 손을 내저은 다음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며 소금에 절인 채소와 생선볶음을 뒤적거리고 있던 하현을 보고 웃었다.“저기 선생님, 난 당신의 여자가 마음에 들어요!”“대충 다 먹었으면 저리 썩 꺼져 주시죠! 어서요!”“이렇게 예쁜 여자는 못 참죠!”“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해요!”말을 하면서 왕인걸은 자신의 포르쉐 열쇠와 금정 별장 출입카드를 꺼내어 하현 앞에 놓았다.이 모습을 본 한 무리의 불량배들은 모두 껄껄 웃으며 하현을 비웃었다.한 방에 보내버리는군!완전히 더는 큰소리치지 못하도록 쇄기를 박는 거지!눈앞의 얼뜨기는 아마 800년을 분투해도 저런 물건은 손에 넣지 못할 거야!예전에 왕인걸이 이렇게 나오자 보통 남자들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겁에 질렸었다.사회 경험이 좀 있는 남자라면 다 알 것이다.이런 물건을 가진 남자에게 함부로 저항할 수 없다는 걸 말
”손님, 다시 한번 자세히 보세요!”“손님 옆에 있는 남자가 밥 먹는 거 말고 뭘 할 줄 알겠어요?”“보세요! 지금도 아무 거절도 못 하잖아요!”“그런데 왕 도련님은 어때요? 손님 옆에 있는 저 남자보다 몇천 배는 더 좋죠! 만약 손님이 이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거예요!”말을 하면서 여자 종업원은 하현에게 눈을 내리깔았다.그녀는 줄곧 하현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궁상스럽기 짝이 없는 이 남자를 무시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녀의 눈에 금정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남자는 오직 왕인걸이었다.설은아는 더 이상 여자 종업원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홧김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저리 꺼져요!”여자 종업원도 냉소를 흘리며 지지 않고 대꾸했다.“손님, 정말 어지간하시네요!”“그렇게 있는 척하면 뭐가 좋아요? 무슨 소용이 있냐구요?”설은아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목소리로 말했다.“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당신 사장한테 말해서 당신을 해고해 버릴 거예요! 두고 보세요!”바로 그때 이들의 모습을 흐릿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던 왕인걸이 와인잔을 움켜쥐고 천천히 걸어왔다.걸을 때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얼마나 당차고 당당한지 보는 사람들마저 숨이 막힐 정도였다.그의 길을 막고 있던 일부 손님들은 얼른 길을 내주었다.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을 일부러 만들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왕인걸은 마치 원하는 것은 모두 손에 넣겠다는 듯 거만하고 당당하게 걸어왔다.그를 따르던 무리들도 지금 히죽히죽 웃으며 다가왔다.“쯧쯧쯧, 결국 왕인걸이 이렇게 여자를 빼앗는군!”“자고로 왕인걸의 눈에 띈 여자가 도망갈 곳이 어디 있겠어? 순순히 그의 품에 안기는 게 능사지!”“예전에 청순미녀라고 이름을 날리던 어린 스타가 처음에는 왕인걸한테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었지.”“그러다가 나중에 어떻게 되었어? 왕인걸이 모든 지원을 끊자 결국엔 그에게 기어들어왔지.”“그리고 자기가 여신급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줄 알고 왕
”안녕하세요.”하현과 설은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곱게 화장을 한 종업원이 82년산 라피트 한 병을 들고 다가왔다.“저분이 두 분께 드리는 것이니 받아주세요.”종업원은 설은아와 하현이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귀한 82년산 라피트 한 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술을 보냈어요? 82년산 라피트를?”하현과 설은아는 모두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종업원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다.지방시에서 옷을 맞춰 입은 멋진 남자가 와인잔을 살짝 들어 보였다.그는 젊고 멋있고 부유해 보였다.딱 봐도 금정에서 성공한 사람 같았다.그리고 그의 곁에는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몇 명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순간 그들은 하현과 설은아를 바라보며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설은아가 주저하지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난 저분을 몰라요. 그러니 이거 가져가세요!”“그게...”설은아의 차가운 눈빛에 여자 종업원은 눈썹을 찡그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손님, 손님 뜻은 알겠지만 왕 씨 가문 도련님이 다른 사람한테 이렇게 대하는 건 아주 드물어요. 그러니 저분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예요.”“어쨌든 금정에 왔으니 저분이 젊고 잘생기고 부유하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테니까요!”“많은 여자들이 저분한테 시선 한 번 받으려고 해도 좀체 기회가 없었다구요!”“저분이 와인을 한 병 주셨어요. 그것도 82년산 라피트 한 병을요! 설마 당신들은 이게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모르는 건 아니겠죠?”“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왜 거절하시는 거예요?”예쁜 종업원은 설은아가 배려라는 걸 너무 모른다고 생각한 듯했다.보아하니 왕 씨 가문 도련님은 이곳의 단골이고 신분이 범상치 않으며 이 여자 종업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모양이었다.이것은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단번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앞에 있는 안줏거리를 씹었다.계속 먹자니 맛이 나쁘지 않았다.방금 비행기
저녁 6시, 금정 쇼핑센터 맞은편에 있는 금정 포장마차.포장마차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곳은 금정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중 하나이고 매일 수천 번까지 번호가 매겨진다고 한다.그리고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는 모두 각양각색의 고급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설은아는 진작부터 하현을 이곳에 데리고 와서 식사를 하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그녀는 가방에서 번호표를 꺼냈을 때 적잖이 놀랐다.두 사람이 차를 세우고 금정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서자 저녁 식사가 절정인 이때 화려한 옷을 입은 손님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설은아는 종업원에게 번호표를 제시했고 두 사람은 미리 남겨둔 자리로 안내되었다.이 과정에서 설은아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었다.화장을 곱게 하고 팔과 허벅지를 드러낸 여자들과 달리 설은아는 별로 화장기도 없지만 외모나 기질로 보아 모든 사람들을 압도하기 충분했다.예쁜 여자를 옆에 둔 남자들도 설은아를 힐끔힐끔 쳐다보았고 눈에선 뜨거운 시선이 광선처럼 빛났다.이 사람들 중에는 금정의 부잣집 2세들도 있었고 이제 막 사업에 분투해 성공 가도에 진입한 사람들도 있었다.물론 의기양양하고 패기 넘치는 스타트업 종사자들도 많았다.기질과 스타일로 볼 때 이 사람들은 하현을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그래서 설은아 옆에 있는 하현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그러나 설은아는 이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은 후 테이블 사이사이를 지나가는 주문 기계에 몇 가지 특별 요리를 주문한 다음 손을 뻗어 하현에게 차를 따라주었다.모처럼 부드러운 여인의 손길을 느끼며 하현은 술을 한잔 마신 뒤 설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샤넬의 코트를 입은 그녀는 늘씬하고 매력적인 몸매를 가졌다.여기에 옥처럼 빛나는 외모와 가끔 다리를 꼴 때마다 흘러내리는 미끈한 각선미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달나게 했다.하현은 설은아가 사업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더욱 눈부시게 빛나는 슈퍼우먼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찻잔
이때 간민효는 하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져서 잔뜩 호기심이 솟아올랐다.그녀는 다시 하현에게 조금 더 다가가 그의 귀에 대고 입김을 불어넣으며 말했다.“하현, 오늘 밤 시간 있어? 같이 밥 한 끼 할까?”“고맙지만 오늘 밤 하현은 시간이 없어!”냉랭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설은아가 마침내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걸어와 하현을 자신 쪽으로 잡아당겨 팔짱을 끼고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하현은 오늘 밤 나와 함께 저녁을 먹을 거거든.”간민효는 설은아를 보고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말했다.“설은아, 이 사람이 그 능력 없는 네 전남편이야?”하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비슷한 외모에 비슷한 나이대의 두 여인을 쳐다보았다.설은아와 간민효가 아는 사이?하지만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 것이 정상이었다.모두 금정에서 내로라하는 정상급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설은아는 간민효에게 무슨 설명을 하기도 귀찮아서 얼른 하현을 끌고 VIP 출구로 나와 자신의 빨간 페라리로 들어갔다.그 후 그녀가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굉음을 내며 쌩하니 그 자리를 떠났다.갑자기 혼자가 된 간민효는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조수석에 탄 하현은 안전벨트를 매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에 만난 전처, 아니 와이프라고 해야 하나?이런 어색하고 떨떠름한 자리라니!차는 금정 국제공항을 빠져나왔고 하현이 금정의 가을빛을 감상할 사이도 없이 설은아는 거칠게 차를 몰았다.그리고 가속페달을 사정없이 밟으며 그녀는 떠보는 듯 입을 열었다.“간민효, 예쁘고 상냥하지?”맞는 말이었다.간민효는 전신급에 달하는 독술을 가졌으면서도 아름답고 성격도 시원시원했다.그리고 몇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하현은 그녀의 기질이 참 따뜻하고 상냥하다는 것도 알았다.그러나 차 안을 뒤덮은 질투의 불길을 느끼며 하현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간민효가 어느 정도 사람 좋고 매력적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