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씨 어르신은 살짝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그 말도 틀리지는 않네. 이전에 서울에서 은아가 하엔 그룹과 관계가 있었으니 이번에 그녀에게 이 대표를 하라고 하는 것도 당연하네!” “그래요, 할아버지. 설은아가 우리 밥을 먹고 지낸 지 오래 되었으니 지금 우리를 대신해서 마땅히 일을 해야지요!”“맞아요! 지금은 그들이 설씨 회사에서 뭣도 아니니 지금 우리가 그에게 직무를 주면 그녀는 분명 감지덕지 하면서 우리 일들을 잘 처리해 줄 거에요.”“맞아요. 은아한테 가라고 하세요. 그녀가 제일 부탁을 잘 하지 않겠어요? 그녀는 전문적이라……”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끊임없이 맞장구를 쳤다. 설씨 어르신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좋아, 설동수, 그럼 네게 책임지고 셋째네 집에 가서 말해. 천일 그룹과의 관계를 잘 처리할 수 있으면 다시 출근 시켜주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설씨 집안에 돌아올 수 없다고!” ……지금 하현과 네 사람은 아침을 먹고 있었다. 설유아는 며칠 전 전학수속을 마치고 아침 일찍 학교에 갔다. 식사 자리에서는 아무도 말이 없었고 설은아는 약간 수심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침에 그들은 이미 집 주인으로부터 통지를 받았다. 설씨 집안 쪽에서 임대료 지불하는 것을 멈춘 상태이고, 다음 달에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그들은 모두 이사를 해야 했다. 이번에 남원에 오기 위해서 설씨 집안 사람들의 현금은 거의 끊겼고, 설은아네 식구들도 돈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원의 비싼 월세를 내는 건 1년 반 정도는 견딜 수 있겠지만 더 길어지면 곤란해 질것이다. 이때 설은아는 일을 찾아 출근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놀고 먹다가는 금세 바닥이 보일 것이다. 이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문을 열자 갑자기 설동수가 들어왔다. 예의라고는 조금도 없이 방안을 힐끗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남원에서 이렇게 큰방에서 지낼 수 있다니 분명 당신들 인생의 최고 절정기
“설은아. 너 오늘만 설씨 집안 대표로 천일그룹에 가!”“네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 세자와 잠자리를 가져서라도 너는 몇 개의 프로젝트를 가지고 와야 돼!” “그렇지 않으면! 흥!”전화 맞은편에서 설씨 어르신의 말투는 굉장히 무거웠다. 사실 그의 신분으로서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침에 설동수가 나갈 때, 설민혁이 옆에서 유치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아무튼 설은아를 무조건 대표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때 설은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설민혁 일가를 편애하고 그들 집안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때, 하현이 다가와 설동수의 핸드폰을 ‘탁’하고 땅바닥으로 내리쳤다. 전화 맞은편에서 잡음이 한바탕 들려오더니 그 후에 소리가 뚝 그쳤다. 설동수는 어리둥절했다. 설재석도 멍해졌다. 설은아 역시 깜짝 놀랐다. 뜻밖에도 하현이 지금 화를 낼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희정은 초조했다. “하현, 너 뭐 하는 거야? 어르신이 우리 가족에게 기회를 주는데! 너 정말 우리 식구들이 설씨 집안에서 쫓겨나길 바라는 거야?”설재석도 우물쭈물하며 말을 못했다. 하지만 문제는 설씨 어르신이 이런 말까지 꺼냈다는 것이다. 아버지로서 정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몰랐다.“어머니, 그들은 우리를 모욕 하는 거에요! 은아보고 다른 사람한테 가서 잠자리를 하라니요? 이게 할아버지가 손녀한테 할 수 있는 말인가요?”말을 마치고 하현은 싸늘하게 설동수를 응시하였다. “내가 3초 시간을 줄게. 꺼지지 않으면 내가 네 다리를 부러뜨려버리겠어!”“너……”설동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현 이 정신 병자가 장소를 불문하고 사람을 때렸던 것이 생각 나자 그는 순간 두려웠다.설동수가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 설은아 가족들은 모두 하현을 노려보았다. 비록 방금 설씨 어르신이 듣기 거북한 말을 하긴 했지만 아
한편, 설씨 집안이 임시로 임대한 별장 안. 설씨 어르신은 ‘탁’ 소리를 내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던지며 화를 냈다.“너희들이 정말 이렇게 나온다고?”설동수는 돌아와서 방금 일어난 일을 더 부풀려 말했다.설씨 어르신은 지금 안 좋은 기색으로 말했다. “좋아! 셋째 가족이 출세를 했다고 내 말을 안 듣는 구나!” “역시 그들은 설은아가 없으면 우리 설씨 집안이 일 처리를 못하는 줄 아나 본데!?”“민혁아, 이 일은 네가 직접 가서 처리해라. 프로젝트는 가져올 필요 없어. 그냥 다른 사람들이랑 잘 소통하고 오면 돼!” 설씨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 설민혁은 원래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는 말끝을 흐리며 웃었다. 프로젝트를 따지 않아도 되고 단순히 인사만 하는 정도라면 천일 그룹의 고위직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일 뿐이니 이 일은 그가 전문이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할아버지, 안심하세요! 설은아가 없으면 우리가 못할 줄 아나 봐요! 제가 이번에 은아에게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줄게요!”“그녀가 없이도 우리 설씨 집안은 일을 잘 해낼 수 있어요!”군령장을 썼으니 설민혁 역시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부자 둘이서 천일 그룹에 닿았다.……천일 그룹이 선택한 사무실 장소는 남원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몰 센터였다. 이 지역은 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남원 안에 있는 소위 대그룹, 대기업이 있는 금싸라기 땅이라고 불릴 만한 곳이었다. 천일 그룹 아래층에 왔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천일 그룹의 설립은 하나의 큰 움직임이었다. 듣자 하니 하 세자는 요 몇 년 남원에 있었고, 더 나아가 남원 전역에 걸쳐 적지 않은 배치가 있었다고 한다. 이번 천일 그룹의 설립으로 몇몇 유명한 대기업들이 하나가 되었다. 모두 천일 그룹 계열사가 되었다. 소문에 의하면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것은 단지 하 세자가 계획한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설동수
설동수와 설민혁 부자 두 사람은 얼굴이 금세 새파랗게 질렸다. 그들은 오늘 거대한 뜻을 품고 왔었다. 그런데 갑자기 설씨 가문은 파산 절차를 밟게 생겼다. 어쩌란 말인가? 그러더니 이 담당자는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안색이 달라지더니 웃는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원래 서울의 설씨 회사 사람들이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깜빡 했네요. 귀사의 설은아 아가씨는 오셨습니까?” “네!?”이 말에 설민혁 부자 두 사람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왜 지금 갑자기 설은아 얘기를 꺼내는 걸까?설민혁은 깊이 생각한 뒤에야 조심스레 말했다. “담당자님, 저는 설민혁이라고 합니다. 설씨 회사의 부사장이에요.”“설은아는 전에 저희 회사의 재무부 부장이었어요. 하지만 그녀가 큰 잘못을 저질러서 그녀는 이미 해고가 된 상태입니다.”“담당자님께서 그녀에게 무슨 볼일이 있으신 건지 모르겠네요?”담당자는 여전히 이전과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잘 됐네요. 그녀가 해고가 된 이상, 이 일은 잘 처리가 될 겁니다.”설동수와 설민혁은 기쁜 얼굴이었다. 설마 이렇게 막다른 곳에서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인가?!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이 담당자는 직접적으로 말했다. “설은아 아가씨는 이미 귀사에 보직이 없어졌으니 내일 빨리 파산 절차를 밟으세요. 제가 내일 사람을 보내드리겠습니다.”설민혁과 설동수는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기…… 이…… 이게……”설민혁은 벌벌 떨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설은아 아가씨와 하 세자님의 비서 이슬기씨는 절친이에요. 이 비서님이 특별히 당부하셨으니 신중하게 처리를 해야 합니다.”“지금 설은아 아가씨가 회사에 없으니 아무 것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네요. 빨리 파산 절차를 밟아야겠습니다.” 담당자가 이번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하게 설명해주었다. 쉽게 말해 설씨 회사는 설은아가 없으면 파산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만약 설은아가 있었다면 흥정할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좀 더 직접적
곧 설동수와 설민혁 두 사람은 쫓겨났다.회사 밖 큰 길에 서 있는 두 부자의 안색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 “설은아 이년은 분명 그 하 세자와 한통속 일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 담당자가 왜 그녀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하겠어!?”“은아가 슬기의 절친이라고? 귀신을 속여라!”설민혁은 지금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설동수는 머리를 쥐어짜며 말했다. “이번에 일이 아주 성가시게 됐네. 설은아가 새롭게 권력을 잡지 않는 이상 그녀는 분명 우리 사정을 들어주지 않을 거야.”“우리가 그 식구들을 짓밟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쉽게 포기해야 하는 건가?”“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설씨 회사는 내일 바로 파산하게 되고 우리의 재산을 빼돌릴 겨를도 없어……”두 부자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서로 씁쓸해 했다.남원에 온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설은아가 다시 그들 머리 위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그녀를 설씨 집안에서 쫓아낸 지 하루도 안돼서 그들은 또 설은아에게 부탁을 하러 가야 하게 생겼다. 그들은 남원에 세 들어 살고 있는 별장으로 돌아갔다. 설씨 어르신은 계속 거기에 머무르며 지금 설민혁 부자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 바로 다가가 물었다. “민혁아, 일은 어떻게 됐어? 천일그룹이 너희들을 곤란하게 한 건 아니지?”설동수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방금 일어난 일을 모두 말할 수밖에 없었다.“뭐? 우리 설씨 집안이 파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게다가 사정을 하려면 설은아만 보내야 한다고?”이때 설씨 어르신의 안색이 어찌나 안 좋아 졌는지 말도 말아라. 설동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버지, 그 책임자가 확실하게 말했어요. 만약 내일 설은아를 보내지 않으면 우리는 파산절차를 밟게 될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남은 49%도 지킬 수 없어요!”“설씨 회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설은아가 가서 사정하는 것 밖에는 없어요! 다른 사람은 안돼요!”“오늘
이 모습을 본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모두 의아한 얼굴이었다. TV를 보던 설유아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언니 지금 집에 없어요.”설지연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유아야, 은아 언니가 어디 갔는지 말해줄래?”유아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몰라요. 아침 일찍 하현이랑 나갔어요. 어디 갔는지 몰라요.”“그렇구나. 삼촌, 숙모, 그리고 유아야. 우리 먼저 갈게요.”“은아가 돌아오면 우리에게 전화하는 거 잊지 마세요!”비록 어색하기 그지 없었지만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물건을 두고 바로 떠났다. 설유아는 별 생각 없이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과 마주 보고는 온통 의문스러운 얼굴빛을 띄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우리에게 선물까지 보내고? 우리한테 아부하는 거야?”설재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설마 이번에 또 그 폐물이 말한 대로 딱 들어맞은 건가? 설씨 어르신이 우리한테 구걸을 하다니? 나는 조금도 그를 꿰뚫어보지 못하겠어!”희정은 궁금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선물 상자를 열어보고 놀랐다. “여보, 이건 금장식, 양주, 그리고 제비집 요리, 상어 지느러미, 동충하초……”“이것들을 다 합치면 2천만 원은 넘을 거야. 그 집 사람들이 언제 이렇게 시원스러워졌지?”“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부부 두 사람은 백 번 생각해도 이해가 안됐다. 은아에게 전화를 했더니 어젯밤 충전을 안 해놔서 지금 핸드폰이 꺼져있었다. 그러나 은아도 핸드폰이 꺼져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현에게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자 두 부부를 더 안개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이때, 하현과 은아는 이미 가장 번화한 쇼핑몰, 그랜드 하얏트에 왔다. 그랜드 하얏트, 부자들의 쇼핑천국으로 불리는 곳. 듣기로 돈만 있으면 어떤 사치품이든, 당신이 꿈꾸며 바라왔던 물건들을 그랜드 하얏트에서 살 수 있었다. 설은아는 줄곧 이곳에 대해 들어왔었는데 직접 온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 그녀는 호기
설은아의 핸드폰은 꺼져있었고 하현은 전화를 끊었다. 이쯤 되자 설민혁과 사람들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진작 알았더라면 그들은 분명 설은아 식구들에게 조금 잘 해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했으면 오늘 이 지경까지 떠들썩하게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이때 설씨 어르신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설민혁은 안 좋은 기색이었지만 전화를 받고 상황을 보고해야 했다. “할아버지. 우리가 일 처리를 안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요. 그 폐물 녀석이 은아를 어디로 데리고 갔는지를 모르겠어요.”“전화를 했는데 받지도 않고, 핸드폰이 꺼져있어요!”“삼촌과 숙모도 어디 갔는지 모른데요!”이 말을 듣자, 설씨 어르신의 핸드폰을 든 손이 부르르 떨렸다. 만약 설은아를 찾지 못하면 설씨 집안은 파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이렇게 되면 그의 반평생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빨리 찾아와! 다 나가서 찾아. 내일 아침 전까지 그녀가 반드시 돌아와야 해!”“만약 그녀를 찾지 못하면 우리 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서북풍을 마시러 가야 해!”“이 결과를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설민혁은 당연히 이런 결과를 감당할 수 없었다. 설씨 집안이 일단 파산하고 나면 그가 어떻게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겠는가!그에게는 하인 같은 생활을 하라고 하느니 차라리 강물에 빠지라고 하는 편이 낫다! 계속해서 설씨 집안 사람들은 벌떼처럼 설은아와 하현 두 사람을 찾으러 다녔다. 하지만 그들은 남원이 낯설었고 또 남원은 너무 컸다.이런 곳에서 짧은 시간에 어디서 사람을 찾을 수 있겠는가? 설씨 집안 사람들을 보았을 때 하나같이 어두운 얼굴이었다. “설은아가 홧김에 일자리를 구하러 남원을 떠난 건 아니겠지? 우리가 그녀를 해고시켜 버려서?”어떤 사람이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럴 가능성이 컸다. 집세가 끊겼으니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때 그는
이날 밤 설은아가 둘러본 가게는 백 군데가 넘었다. 마음에 드는 옷을 모두 입어 보았지만 가격표를 보고는 포기했다.그랜드 하얏트 물건들은 다 고가 브랜드라 싼 물건들이 없었다. 하지만 설은아는 이런 옷을 입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현은 계속 참을성 있게 설은아 곁에 있었고, 설은아가 입어본 옷들을 다 기록해 두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가게를 둘러 보았을 때 설은아는 일종의 미션을 끝낸 기분이었다. 그녀는 하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 옷만 입어보고 돌아가자.”“그러자.”하현은 웃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그들이 가게에 들어가 옷을 입어보려고 할 때였다. 이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여자의 몸매는 요염하고 얼굴은 화장이 두꺼워 원래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남자는 슬리퍼 차림에 열쇠 꾸러미를 허리에 두르고 있었는데 딱 봐도 남원 토박이 일수꾼 같아 보였다. 여자가 들어 와서는 마음에 드는 옷은 가격표도 보지 않고 바로 구매하도록 시켰다. 이런 대범한 모습은 자연히 그곳의 점원들의 얼굴에 어색한 웃음을 짓게 하면서도 친절한 서비스를 하도록 했다. “이 옷 나도 할래!”요염한 여자가 설은아 앞으로 오더니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안내원은 고개 끄덕이며 굽실거렸다. 필경 설은아는 벌써 여러 벌의 옷을 입어봤지만 하현이 돈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자연히 설은아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 “손님, 옷 좀 빨리 벗어주세요. 이쪽 여자분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네요!”이 안내원은 비록 공손한 표정을 지었지만 말 속에는 일종의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맛이 배어 있었다. 설은아는 여전히 거울을 보고 있었는데 이때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솔직히 이 옷은 마음에 들긴 했지만 아까 가격표를 보고는 살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이 안내원이 옷을 벗도록 했다. “이 옷이 마음에 드는데 아니면 창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