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민효는 군소리 없이 차를 움직여 하현이 포르쉐 차량을 바로 뒤집을 수 있도록 도왔다.“개자식! 차 움직이지 마!”전화를 건 남자는 이 광경을 보고 달려들었다.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남자를 날려 버렸다.“이 자식이! 또 날 때렸어? 내가 누군지 알아?”“날 건드리면 어떤 결과가 있을 거라는 거 알기나 해?”남자는 험악한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넌 이제 끝장이야!”“딱 기다려!”곱상한 여자들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당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나 지금 당신 겁주려고 이런 말 하는 거 아니야!”“지금 당장 멈추지 않으면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이 남자는 대단한 사람이라고!”하현은 냉랭하게 쏘아붙였다.“꺼져! 사람 구하고 있는데 방해하지 말고! 어서!”“휘익! 휘익!”남자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려고 했을 때 땅바닥에 새고 있던 휘발유에 갑자기 불이 올라 포르쉐 차량 쪽으로 퍼졌다.바람이 불자 불길은 순식간에 번졌고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집어삼킬 듯 화마는 기세를 높였다.남자는 얼이 나간 표정으로 놀라서 뒷걸음질쳤다.자동차가 폭발한다면 그들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두려움에 벌벌 떨며 얼른 몸을 피했다.하현은 그들의 행동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간민효에게 계속해서 차를 움직이라고 신호를 보냈다.그런 다음 그는 두 손으로 차를 잡아당겨 겨우 곧게 세운 다음 안전벨트를 풀고 조심스럽게 여자를 끌어냈다.그제야 하현은 여자의 수려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그녀의 손에는 신분증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아마도 신분증을 꺼내려다 전방을 주시하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 같았다.하현은 신분증을 힐끔 쳐다보았다.왕자혜라는 세 글자가 보였다.하현은 별생각 없이 신분증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의식을 잃은 왕자혜를 안고 수십 미터 뒤로 물러섰다.왕자혜를 보도블록 위에 천천히 내려놓은 후 그녀의 상황을 빠르게 체크했다.에어백의 충
하지만 우소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하현을 못 본 척하며 재빠르게 말했다.“방금 여기서 교통사고가 있었다는 전화를 받았는데.”“그분은 어디에 계시지?”우소희의 얼굴에 아쉬움이 못내 스쳐 지나갔다.중상을 입은 사람이 하현이었다면 일부러 구조에 시간을 끌어서라도 하현이 죽게 만들었을 것이다.하현은 우소희가 어떻게 간호사가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일단 왕자혜를 구하는 게 급선무였다.“이분이 부상자야. 상태도 심각하고. 내가 임시로 바이탈은 안정시켜 놨어.”“하지만 얼른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해야 할 거야.”“그렇지만 지금...”하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소희는 마치 하현에게 주먹을 날릴 사람처럼 버럭 화를 냈다.“하 씨! 당신이 부상자의 바이탈을 안정시켰다고?”“지금 농담하는 거야?”“누가 함부로 부상자의 몸에 손대라고 했어?”“당신이 이렇게 하면 현장을 더 훼손할 뿐만 아니라 부상자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외상을 입힐 수 있다는 거 몰라?”“중요한 건 당신이 의사가 아니라 한가한 데릴사위일 뿐이라는 거야!”“만약 환자가 당신 때문에 잘못된다면!”“이 일은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져!”“똑똑히 들어. 난 당신 가족들과 경찰서에 이 일을 알릴 거야!”“일이 터지면 돈도 물어내야 하고 감옥에도 꼼짝없이 갇히게 될 거야! 알았어?!”뭔가 꼬투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우소희는 큰소리로 하현을 나무란 후 다른 의료진들에게 들것으로 왕자혜를 옮기라고 했다.우소희의 이런 행동은 환자의 목숨을 위한 친절과 배려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었다.환자가 죽든 살든 그것은 그녀와 별로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다만 이제 하현에게 복수할 기회가 생겼고 이 모든 책임을 전가할 사람을 찾았기 때문에 우소희는 그저 기분이 흡족했던 것이다.하현은 우소희가 무슨 마음을 먹었든지 상관하지 않고 다급하게 말했다.“절대로 부상자에게 수혈해서는 안 돼. 그녀는 무술을 익힌 사람이야. 그녀는...”우소희는 마치 귀를 닫은 사람처
현장에 있던 다른 의료진들도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일반 의료진이었다면 분명 정신이 없는 나머지 허둥지둥거렸을 테고 그랬으면 아마 환자는 이송 중에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우 간호사, 실력도 좋은데 겸손하기까지 하다니 대단하네요.”“이렇게 겸손할 줄은 몰랐어요. 당신이 무도 고수라고 진작에 말했더라면 우린 당신을 한방 쪽으로 배치했을 거예요!”“간호사 일을 하기엔 너무 아깝죠!”“우 간호사, 아니 아니에요. 내 말 취소! 앞으로 계속 우리 곁에서 도와주세요. 어디 가면 안 돼요!”뭐라고?무도 고수?신기한 재주?계속 도와달라고?우소희조차도 이 말을 듣고 좀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녀가 맡고 있는 간호사라는 직책은 그녀의 엄마인 우다금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사정사정해서 얻어낸 것이었다.그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다였다.응급처치하는 기술은 모두 책 몇 권을 보고 겨우 눈대중으로 배운 것이었고 그것조차도 실제로 써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런 그녀가 어떻게 사람을 구할 수 있단 말인가?무도 고수라니?바이탈을 진정시키다니?그런 단어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설마 하현 그 나쁜 놈이 또 사람을 구한 건 아니겠지?이런 생각이 스치자 우소희의 입가에 냉소가 맺혔다.다른 사람은 다 되지만 하현만은 그렇게 내버려둘 수가 없다.그녀는 지금 이 순간 일의 자초지종을 밝히려는 의지는 사라졌고 어느새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이 떠올랐다.“우리 엄마가 말했어요. 우리 의료진이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생명을 구하는 거라고요.”“어떤 위치에 있든 간에 이 흰 가운을 입은 이상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요. 그게 간호사의 책무죠.”“간호사 일을 하기에 아깝다뇨? 여러분들이 그렇게 생각해 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에요!”“선생님은 절 그냥 실습하러 온 일개 간호사로 대해 주시면 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사람을 구하고도 여전히 침
”붕!”우소희가 감격에 겨워하고 있을 때 입구에서 롤스로이스 몇 대가 일렬로 쭉 늘어섰다.곧이어 차 문이 열리고 십여 명의 화려한 옷차림을 한 남녀들이 줄지어 나왔다.제일 앞에는 말끔한 차림의 중년 남성이 서 있었다.그는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선비 같은 심원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그의 곁에는 보석 같은 귀부인이 자리하고 있었다.다만 지체가 높아 보이는 두 사람의 얼굴은 모두 황망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그들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허둥지둥 뛰어들어왔다.은둔가 왕 씨 가문.여섯 은둔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가문이었다.유서가 깊다는 것만으로 금정 사람들이 왕 씨 가문을 금정 은둔가 간 씨 가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문으로 여기게 만들기 충분했다.그래서 그들이 나타나자 화이영은 부원장으로서 가장 먼저 달려나가 황급히 말했다.“왕 사장님!”“자혜는? 우리 딸은?”이때 왕 사장의 부인은 불안한 눈빛으로 화이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내 딸! 내 딸 어떻게 되었어? 어떻게 된 거냐고?”그녀에게 있어 왕자혜는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왕자혜에게 문제가 생기면 부인은 더 이상 살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왕문빈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당신들이 내 딸 목숨만 구해낸다면 내 건물을 기부하겠어! 당장 내 말 한마디면 그렇게 될 수 있어!”“왕 사장님, 부인. 진정하세요. 우리는 방금 따님의 상황을 확인했어요.”“부상은 매우 심각했지만 다행히 상태는 많이 안정되었어요. 부상도 치료했고요.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습니다.”“그러나 과다 출혈로 인해서 지금은 몸이 많이 허약해져 있는 상태로 아직 깨어나지는 못했습니다...”“그렇지만 우리 전문가 팀이 계속 살피고 있으니 좋은 치료 방안을 내놓을 거예요!”“걱정하지 마세요!”화이영은 진심을 다해 말했다.“분명히 따님은 괜찮아질 거예요.”“그래?”왕문빈의 부인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지금 혹시 나 속이는 건 아니지?”
화이영은 타인의 공을 가로채려고 하지도 않고 조금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했다.“지금 따님의 상태가 안정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급히 수술을 하지 않고 회진을 준비하고 있어요.”“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화이영의 확고한 발언에 왕문빈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은 응급실로 들어가 왕자혜의 상태를 살펴보았다.왕자혜의 얼굴은 비록 창백했지만 호흡은 안정적이었고 심장 박동도 보통처럼 힘차게 뛰고 있었다.보아하니 전체적으로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 같았다.“자혜야...”왕문빈의 부인은 딸이 이렇게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서 딸을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결국 마음으로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흥분하지 말고 자중하라고. 아직 치료도 다 안 끝났는데 함부로 애를 만지거나 움직이게 하면 어떻게 해? 나중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 어쩌려고?”왕문빈은 안타깝고 속상한 심정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냉정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응급실을 나온 뒤에야 왕문빈은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우리 딸을 구해 준 사람이 누구라고?”화이영이 소개하기도 전에 우소희가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왕 사장님, 안녕하세요. 우소희라고 합니다!”“따님을 구한 사람이 바로 저예요.”“하지만 생명을 구하는 건 제 의무입니다.”“어떤 부상자를 만나든 저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그러니 더 이상 부담 가지지 마세요.”부담 가지지 말라는 말이 마치 부담을 가지라는 말처럼 들렸다.의기양양한 우소희를 보며 왕문빈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자신감에 우쭐해하는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로 환자를 구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왕 사장님, 부인. 환자를 살린 건 우소희가 확실합니다.”화이영이 옆에서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렇지만 우소희는 평소 조용하고 겸손한 성격이라 자신을 잘 드러내
”아, 그게...”“글쎄요...”우소희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사실 그녀는 왕자혜의 상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앞으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겠는가?왕문빈의 부인이 묻는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없게 되자 그녀는 조급한 마음이 생겼다.급기야 우소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얼른 입을 열었다.“부인, 물론 아무 문제없을 것이고 곧 깨어날 거예요...”“하지만 수술 결과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은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우소희는 말 몇 마디로 자신이 떠안을 책임을 완전히 전가했다.즉, 그녀는 이미 왕자혜를 죽음에서 구해냈고 그 후의 일은 의사들의 역량에 달렸다는 뜻이다.왕문빈의 부인이 이 말을 듣고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저기, 우 간호사. 그러니까 내 딸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겠지?”“오늘 밤 안에 깨어날 수도 있는 거지?”“자자, 자꾸 우 간호사한테 뭐라고 캐묻지 마!”우소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왕문빈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우리 딸은 우 간호사가 기사회생하여 구해낸 거야!”“죽음의 문턱에서 우리 딸을 구해낸 사람이야. 지금은 상태가 이미 안정되었으니 무슨 문제가 있겠어?”“당신이 자꾸 이렇게 캐묻는 거 자체가 우 간호사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거야. 그러면 안 되지. 우리 딸을 구해 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자신의 아내를 바라보던 왕문빈이 고개를 돌려 우소희를 쳐다보며 온화한 미소를 보였다.“우 간호사. 나중에 가서 내 딸 수술이 잘 마무리되었는지 잘 살펴봐 줘.”“뭔가 잘못된 게 있으면 잘 좀 봐달라고. 제발 부탁해!”“나머지는 걱정하지 마. 우 간호사가 잘 보살펴 주기만 한다면 내가 약속한 건 모두 다 지킬 거야.”말을 마치며 왕문빈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우소희와 악수를 나누었다.왕문빈의 강한 카리스마를 감지한 우소희는 속이 따끔 찔렸지만 끝까지 속내를 숨겨야 했기 때문에
간민효의 말을 듣고 하현은 잠시 시선을 멈추었다.방금 그녀가 한 말에 흥미가 생긴 것이다.그는 손을 뻗어 간민효의 핸드폰을 가져와 뉴스를 보았다.“왕 씨 가문의 천금 같은 딸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는데 우소희 간호사가 사람을 구했다!”기사 아래에 있는 사진을 보고 하현은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우소희의 사진이 떡하니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뉴스의 내용은 사실을 담고 있었지만 내용은 많은 과정이 섞여 있었다.기사의 내용 안에는 우소희가 평소 쌓은 무학의 실력으로 사람을 구했는데 그녀는 무도의 고수일 뿐만 아니라 한방 고수의 전승자이기도 하다는 말도 있었다.게다가 그녀는 평소 겸손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데 오늘 중요한 순간에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덧붙였다.내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우소희는 왕문빈의 답례에 거듭 거절했으나 결국 왕문빈의 선의를 받아들여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고 했다.왕문빈은 자신의 귀한 딸이 깨어나기만 한다면 다시 백억의 보수와, 스포츠카 한 대, 집 한 채를 주기로 약속한다고 외부 소식통을 통해 발표했다.우소희가 제발 그의 선의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주길 바란다는 말도 전했다.이 소식은 일파만파로 번졌고 곧바로 온라인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게다가 우소희의 외모가 상당했기 때문에 그녀는 순식간에 금정의 핫스타가 되었다.지금 그녀가 라이브 방송을 하면 수천만 원은 쉽게 후원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우소희는 이번 일로 명예와 돈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고 볼 수 있다.하현의 머릿속에서는 우다금이 최희정에게 전화를 걸어 오만한 자세로 자랑을 늘어놓는 장면이 떠올랐다.눈썹을 들었다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쉰 하현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차를 한 모금 마시기 시작했다.“하현은 역시 하현이야!”술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하현을 보고 간민효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집어 들었다.“당신한테 백억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그렇지만 왕문빈이 마음을 표했다는 게
그 시각, 금정병원의 응급실 전체는 완전히 난리가 나 있었다.한 시간 전만 해도 왕자혜의 상황은 매우 안정적이었지만 지금은 갑자기 위독한 상황으로 바뀌었다.각종 바이탈 지표가 모두 위험 구간으로 돌아섰고 일부 지표는 심지어 빨간색 표시까지 튀어나왔다.게다가 여기저기서 냄새를 맡고 온 기자들까지 더해지자 병원 사람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지 않았습니까?”“갑자기 왜 이렇게 됐어요?”도시락을 먹다가 뛰쳐나온 화이영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뭐가 문제냐고요?”“아, 그게... 저희도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계속 환자를 주시하고 있었어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고요. 모든 처방은 지시한 대로 이루어졌어요.”“지금 환자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거 같은데 왜 이렇게 갑자기 수치가 떨어진 걸까요?”“부원장님, 당장이라도 수술해야 합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요...”현장에 있던 의사들도 모두 식은땀을 흘리며 계속 그녀에게 물었다.만약 왕문빈의 딸이 이곳에서 죽는다면 병원 입장에선 여간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다.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상황이 너무 위험해요. 지금 수술하면 너무 위험이 크다고요...”화이영은 심각한 얼굴로 깜빡이는 데이터를 응시했고 잠시 후 그녀의 눈가에는 핏발이 곧게 섰다.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수혈했어요? 누가 환자한테 수혈했어요? 누가?”“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거죠?”“환자가 무도를 익힌 사람이라는 거 몰라요?”“섣불리 수혈했다가는 그녀의 체내에서 혼란을 일으켜 상황이 더욱 위험해진다고요!”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화이영은 매달려 있는 혈액 봉지를 세게 뽑아 버렸다.하지만 혈액이 반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운지 손으로 이마를 감싸쥐었다.“저...”“저희는 모르는 일이에요...”“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