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는 순식간에 경악에 휩싸였다.겨우 정신을 차려 보니 의기양양했던 장발의 남자는 울부짖으며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이 광경을 목격한 화려한 옷차림의 여자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비명을 질러댔다.대여섯 명의 남자들은 의자를 집어 들고 하현 일행에게 대항하려고 했다.하현 같은 촌뜨기가 사람들을 데리고 자신들을 공격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진홍민과 강우금은 이여웅의 품 안을 더욱 파고들었다.자신들이 살 길은 이여웅의 품 속밖에 없다고 생각한 듯했다.“하현, 제법인데. 쓸 만해!”이여웅은 전혀 놀라지 않았고 손짓을 하며 충동적으로 달려들려던 부하들을 제지했다.“생각보다 능력이 상당하군.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은 너무 어리석어.”“감옥에서 탈출을 했으면 어서 썩 자취를 감출 것이지!”“여길 어디라고 번거롭게 찾아와?! 이렇게 하면 영웅처럼 보일 거라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바보 같은 짓이지!”“내 전화 한 통이면 경찰서 사람들이 죄다 당신을 잡으려고 몰려들 거라는 걸 모를 테지.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이 자리에서 바로 총살감이야!”희미한 미소를 떠올린 채 이여웅은 진홍민에게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진홍민, 어서 우리 팀장님께 전화해.”“탈주범을 찾았다고 말이야!”“우린 어떤 보상도 원하지 않지만 좋은 시민상 정도는 받아야겠다는 말도 전해.”말을 마친 뒤 이여웅은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렸다.처음엔 약간 놀라긴 했지만 하현이 자신과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이 절대 못 된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자신의 배경, 후원자와 인맥, 권세, 지위는 한낱 데릴사위에 불과한 하현과는 비교하려야 할 수 없는 것이었다.이여웅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고 그의 일행들도 점차 옅은 미소를 보이며 여유를 부렸다.그들은 차가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마치 언제든 전화 한 통이면 하현 일행을 다 쓸어버릴 수 있다는 듯 자신감이 흘러넘쳤다.하현은 깨끗한 찻잔을 하나
”하 씨! 당신 신분이나 지위를 알고는 있어?”“당신이 이렇게 나와 다툴 만한 신분이 된다고 생각해? 나한테 이렇게 덤볐다가 나중에 어떤 결과를 맞으려고 그래? 상상이나 해 본 거야?”“내 말 잘 들어. 곧 경찰서 수사팀장이 올 거야!”“내 부하들도 하나둘씩 나타날 거고.”“당신은 사람을 때리고 탈주했어. 그것도 모자라 범죄를 저질러 무고한 시민인 나를 위협하고 있어.”“경찰서에 가서 어떻게 해명할지 생각이나 해 봤냐고?”“당신 같은 사람은 경찰서 가는 즉시 죽을지도 몰라. 상부에 보고할 필요도 없어!”“그리고 난 지금 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증인으로 세워 당신이 죽어 마땅한 사람임을 증명할 거야.”이여웅의 눈에 하현은 한껏 비아냥거리고 짓밟아야 할 인물로 보인 것이 틀림없었다.촌뜨기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다가는 어떤 결말을 맞는지 똑똑히 알려 주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감히 이여웅에게 맞서다니!이여웅이 하현 같은 사람을 일 년에 몇 명이나 밟아 죽이는지 셀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기고만장한 이여웅의 태도에 진홍민과 강우금도 덩달아 오만방자한 미소를 떠올렸다.그녀들은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남자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오늘 하현은 이여웅에게 덤벼든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걱정하지 마. 경찰서 사람들이 내가 죄가 있는지 없는지 추궁하기 전에 당신부터 잡아들일 거니까.”“내가 곤경에 처하기도 전에 당신 먼저 곤경에 처할 거라는 얘기야.”“나한테서 다른 건 다 건드려도 돼. 그렇지만 건드려선 안 되는 단 한 가지가 있어. 그게 바로 내 아내야.”“당신은 그런 내 아내를 건드린 거고. 내 아내를 건드린 사람에게 선택지는 단 한 가지뿐이야. 죽는 것...”하현은 무심한 듯 툭툭 내뱉었지만 이여웅을 죽일 거라는 무시무시한 위협이 담겨 있었다.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오른손을 내려놓았고 손에 든 찻잔을 와그작 움켜쥐며 손아귀에서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사람들은 그 모
”아!”하현의 손바닥 한 방에 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이여웅의 얼굴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그의 얼굴에는 벌건 손자국이 두 개나 생겼다.하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여웅을 향해 몇 번을 더 손바닥을 휘둘렀다.“퍽!”“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라고?!”“퍽!”“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금정의 일인자라도 돼? 무학의 성지에서 온 천재 고수라도 돼?”“퍽!”“내 눈에는 길가에 돌아다니는 개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퍽!”“진화개발? 내 전화 한 통이면 진화개발 하나쯤 박살내는 거 문제도 아니야! 못 믿겠어?”“퍽!”“또 날 건드렸다간 그땐 밟아 죽일 수도 있어! 알겠어?”말을 하면서 하현은 발로 이여웅을 걷어차 테이블 위로 쓰러뜨렸다.둔탁한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주변에 있던 찻잔들은 어지러이 흩어졌고 음식물들은 바닥에 엎질러서 난장판을 이루었다.이여웅은 끙끙거리며 땅바닥에서 몇 번을 뒹굴었다.낭패스러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하현의 매서운 행동은 장내를 순식간에 죽음의 고요 속에 몰아넣었다.하현의 사람들이 방금 보였던 행동에 비하면 그의 손놀림은 더욱 충격적이었다.그가 마주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여웅이었다!금정에서 가장 유명하고 힘있는 거물 중의 하나였다!은둔가 형 씨 가문의 지지와 뒷받침이 없었다면 하현이 감히 이렇게 사나운 행동을 보일 수 있었을까?그의 이런 용기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진홍민과 강우금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순식간에 표정이 얼어붙었다.다들 하현이 어떤 심한 충격을 받아서 정신이 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누가 이런 짓을 할 수 있겠는가?이여웅은 무도의 대가였다!다른 건 몰라도 무도 고수라는 신분만 알면 그 누구도 이렇게 쉽게 도전할 수 없다!무도 고수의 한 손에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설마 하현이 모르는 것인가?“감히 나한테 손찌검을 해?”“감히 내 뺨을 때려? 그것도 몇 번씩이나?”이여웅은 비틀거리며 땅
”날 용서해 준다고?”“용서해 줄지 말지 생각해 본다고?”이여웅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가 나기는커녕 헛웃음이 터졌다.이어 그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후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지금껏 감히 내 앞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어.”“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아무 쓸모도 없는 데릴사위가 감히 나를 이렇게 위협할 줄은 몰랐군!”“시대가 변한 건가?”“아니면 내가 나이를 먹은 건가?”말을 마치며 이여웅은 담배 연기를 가득 내뿜었다가 오만방자한 표정을 보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하현,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예의상 내가 당신한테 기회를 주지!”“무릎 꿇고 두 손을 부러뜨려. 그리고 설은아를 우리 집으로 보내.”“그렇게 하면 당신은 오늘 살 수 있어.”“하지만 이를 거역한다면 당신은 오늘 밤 죽은 목숨이 될 거야!”“천왕 노자가 와도 당신을 구할 수 없어!”“쾅!”이여웅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쳤다.그러자 테이블이 그 자리에서 두 동강이 났다.자신의 강한 면모를 보란 듯이 보여 준 꼴이었다.그는 무도 고수였다!그가 분노하면 반드시 피를 보게 된다!이 광경을 본 그의 부하들은 환호를 보내며 이여웅의 위풍당당한 패기와 대범함에 힘을 보태었다.진홍민과 강우금의 두 눈에 의기양양하고 황홀한 빛이 가득했다.“하 씨! 진심으로 충고 한마디 할게.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면 늦지 않아!”“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그 뒷배도 더 이상 당신을 도와줄 수 없을 거야!”강우금은 의기양양하게 걸어 나오며 측은한 듯 눈을 아래로 깔며 입을 열었다.“이여웅한테 당신은 길가에 밟히는 개미 한 마리만도 못한 존재야!”“뭐가 옳고 그른지 분간도 못하고 날뛰는 개미한테는 밟혀 죽는 것밖에 다른 길은 없어!”“이여웅한테 덤빈다고? 허! 당신은 손도 써 보지 못하고 일격에 고꾸라질 거야!”“당신도 꽤나 능력이 있고 싸움 좀 할 줄 안
이여웅의 눈에 비친 하현은 데릴사위, 쓰레기, 촌뜨기, 무능력자였다.그런데 이런 사람이 자신에게 도발하다니?!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겠는가?이여웅은 자비를 베풀어 직접 자신의 손으로 하현을 죽일 작정이었다.하현의 결말은 오늘 이 자리에서 결판이 날 것이다!진홍민과 강우금은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혀를 끌끌 차며 하현의 결말이 눈앞에서 펼쳐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들의 눈에 하현은 그저 어리석은 객기를 부리는 멍청이였다.도대체 왜 자신의 주제도 파악하지 못하고 감히 이여웅을 상대하려는 것인가?그와 이여웅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큰 신분의 격차가 있었다!하현 이 소인배에게 자신의 무능력함과 약함을 알게 해야만 결국 자기 분수를 깨달을 것이다.진홍민은 깊은 탄식을 내쉬며 말했다.“하현, 당신 정말 주제가 넘어도 한참을 넘었어!”“당신은 우리 오빠보다도 더 멍청해!”“아니 감히 이여웅한테 덤벼?”“이따 이여웅한테 한방에 때려눕히고도 그렇게 날뛸 수 있는지 보자고!”진홍민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을 한 남녀들은 저마다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그들의 눈에 어쨌든 진홍민의 말은 아주 일리가 있어 보였다.하현은 진홍헌도 절대 따라갈 수 없는데 어떻게 이여웅을 상대하려는가?중천그룹 진홍헌도 이여웅한테는 찍 소리도 못하는 존재지 않은가?“휙...”이여웅은 하현의 눈앞에 다다라 오른손을 힘껏 내던졌다!장풍이 휘몰아치고 무서운 기운이 거대한 폭풍을 일으켰다!이여웅은 자신의 손바닥에 한 번 맞으면 최소한 죽지는 않더라도 뇌진탕으로 쓰러져 식물인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병왕의 맛 좀 보시지!”“탁!”하현은 쳐다보지도 않고 굳은 얼굴로 손바닥을 후려쳤다.“퍽!”하현은 이여웅의 팔을 잡았고 지체 없이 손바닥을 휘둘러 이여웅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이여웅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벌건 손바닥 자국이 떠올렸고 몸은 그대로 날려 대리석 기둥에 부딪혔
이여웅의 말을 듣고 진홍민과 강우금은 겨우 충격에서 벗어나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그럼 그렇지!이렇게 쓰러질 이여웅이 아니지!하현이 또 무학의 예의를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공격한 거였어!뻔뻔함이 정말 하늘을 찌르는군!비겁한 놈!남자로서 당당하게 맞서야지!질 것 같으니까 기습적으로 공격을 해?이것이야말로 남자들의 체면을 구기는 짓이지!“퍽!”하현은 쓸데없는 말 대신 앞으로 나아가 이여웅의 뺨을 후려쳤다.이여웅은 미처 피하지 못했고 방금 겨우 일으켰던 몸이 다시 날아올랐다.이번엔 테이블 위로 쓰러졌다.순식간에 술잔과 음식 그릇들이 뒤엉켜 엉망이 되었다.“뭐? 기습?”하현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여웅의 뺨을 때렸다.“당신 같은 놈한테 내가 기습 공격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실력도 없는 놈한테 내가 뭐 하러 기습 공격을 해?”이여웅은 최선을 다해 피하려고 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의 재빠른 손놀림에는 도저히 피할 재간이 없었다.이여웅은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또 뺨을 얻어맞고 말았다.“짝짝짝짝!”낭랑한 소리가 연이어 울렸고 이여웅은 진흙 바닥 속의 돼지처럼 이리저리 뒹굴었다.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범한 손바닥이었다.다른 사람들과 아무 차이가 없어 보였다.그런데 하현이 마지막으로 손을 휘두르고 나자 정신없이 뒹굴던 이여웅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그 사이 이는 몇 개나 사라지고 없었다.“풉!”쓰러진 이여웅은 급기야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핏덩이를 내뿜었다.자신이 흘린 피를 보니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그의 투지도 패기도 지금 이 순간 완전히 산산이 부서졌다...곧이어 ‘푹’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여웅의 얼굴에 하현의 발이 떨어졌다.천 근 만 근 같은 묵직함이 느껴졌다!이여웅은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쳐보았지만 그렇게 하면 할수록 자신의 모습은 더 처참해지고 있었다.어떤 몸부림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여웅 같은 사람에게 공평과 정의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그가 원하는 것은 이기는 것이고 거칠 것 없이 행동하는 것이었다.그의 배경도 대단했고 신분도 비범했다.권세는 비할 사람이 없을 만큼 강했다!이런 것이 이여웅에게 자신이 금정 젊은 세대 중 최고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심지어 자신에게 십 년 내지 팔 년 정도의 세월만 주어진다면 여섯 은둔가, 금정 김 씨 가문, 금정 간 씨 가문과 너끈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그래서 그는 나천우나 엄도훈 같은 사람도 높이 여기지 않았다.비록 여섯 은둔가의 젊은 세대 중 뛰어난 인재라 할지라도 그의 눈에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은둔가를 휘어잡고 있는 나이 지긋한 실세들마저도 별것 아니라고 치부했던 그였다.아마 여섯 은둔가, 최상급 가문, 그리고 금정에 뿌리가 깊은 오래된 가문들의 거물들을 마주할 때나 조금 경외심을 가질 정도였다.바로 이런 자부심과 오만함이 이여웅으로 하여금 하현을 완전히 무시하게 만든 것이다.빈대 하나 잡는 것과 다름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전방위적 압박으로 단숨에 제압할 것이라 여겼다.하지만 지금은 어찌 되었는가?바닥에 널브러진 사람은 바로 이여웅 자신이었다!허세나 부리는 땅강아지 정도로 생각했던 하현은 이미 거대한 존재가 되어 눈앞에서 자신을 짓밟고 있었다.복잡할 것도 없이 단순히 휘두른 주먹 몇 방에 이여웅은 스스로의 인생을 완전히 의심하게 되었다.하현과 겨루기는커녕 그가 휘두르는 주먹 한 방도 피하지를 못했으니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허울뿐인 빈껍데기였는지 알 것 같았다.이런 깨달음이 자신만만했던 그의 마음에 크나큰 절망을 안겨주었다.그의 사람들도 지금 모두 얼굴이 잿빛이 되어 있었다.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무시하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그 빈자리에 두려움이 가득 자리잡았다.“내가 병왕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해?”하현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이여웅을 바라보며 툭 내뱉었다.“중요한 것은 내가
”죽여 달라고?”하현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여웅, 당신 지금 농담하는 거야?!”“난 선량한 시민이야. 여러 곳에서 좋은 시민상을 받은 몸이라고.”“법을 잘 알고 함부로 어기지 않지.”“그런 내가 사람들 보는 앞에서 당신을 죽일 수 있겠어?”“이것은 법치 사회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일이야.”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여기 나타난 것은 단지 내 아내를 위해 인간으로서 정의를 되찾고 싶었을 뿐이야.”“당신은 오늘 죽음은 피할 수 있겠지만 살아 있는 한 지은 죄에 대한 벌은 받아야 할 거야.”“당신이 내 아내에게 먹인 약 때문에 아직도 내 아내는 병원에 누워 있어.”“살려 두는 대신 두 손을 부러뜨릴 거야, 어때? 이 정도면 아주 신사적인 거 아닌가?”하현의 말을 들은 이여웅의 얼굴에 험악한 표정과 두려운 표정이 동시에 뒤섞였다.그는 잡힌 손목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리 해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하현, 그만해.”진홍민은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오빠마저 배신하고 이여웅의 품에 안겼다.그런 그녀가 눈앞에서 이여웅의 손목이 부러지는 꼴을 어떻게 지켜볼 수가 있겠는가?만약 이여웅이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면 자신의 안목이 얼마나 미천해 보이겠는가?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하현의 행동을 막아야 했다.절대로 이여웅을 이대로 내버려둘 수 없었다.진홍민은 아랫사람에게 호통치듯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하현, 내 말 똑똑히 들어! 적당히 하라고!”“요즘 세상에 주먹이 세면 얼마나 세다고? 당신이 싸움을 잘 하면 뭐? 그게 어떻다는 거야?”“이 씨 가문은 금정에서 알아주는 가문이야. 권세가 대단하지!”“당신 같은 데릴사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어!”“이여웅은 진화개발 후계자야!”“진화개발 자산은 수 조가 넘어!”“당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물이라고!”“더군다나 이여웅 밑에는 이양범 같은 노련한 거물도 있어!”“어때? 이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