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의하지 않아요!”하현이 제일 먼저 일어나서 큰소리로 반대했다. 내가 간다. 또 네 데릴사위다! 무슨 일이든 다 각자의 몫이 있다!설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적대시하며 하현을 노려보았는데, 혹시 하현이 미쳐버리기라도 한 게 아닌가 싶어 한 대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네가 동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럼 너는 무슨 생각이 있어?”설씨 어르신은 차갑게 하현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석고대죄의 고전을 아세요?”“그 다음은?”설씨 어르신은 눈살을 찌푸렸다. “제 생각엔 하엔 그룹 회장은 돈이 부족하진 않을 거에요. 하엔 그룹이 말하길 그들은 화가 많이 났다고 했는데 분명 계약서를 취소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일 때문일 거에요.”하현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설씨 어르신은 관심을 가졌다.“그럼 하엔 그룹이 신경 쓰는 게 뭔데?”“체면이요.”하현은 단호하게 말했다.“하엔 그룹에 돈이 부족하겠어요? 부족할 리가 없죠!” “하엔 그룹은 하씨 가문의 지원을 받고 있어요. 이런 회사가 어떻게 이렇게 작은 수단으로 설씨 가문의 기초 산업을 빼앗으려고 하겠어요?”“그런데 우리 설씨 집안 사람들이 계속 그들을 도발하고, 그들의 얼굴을 종잇장처럼 구기는데 가만히 생각해 봤을 때 당신들이 하엔 그룹의 회장이라면 당신들은 화가 안 나겠어요?”이 말을 들은 설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고 잠시 후 모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할아버지, 이 일에 있어서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증상에 맞게 약을 처방하는 거에요. 하엔 그룹의 체면을 먼저 세워주고 나서 다시 말을 꺼내야 해요. 그렇지 않고 은아가 가서 그들에게 자비를 구한다고 해도 소용없어요.”하현은 천천히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엔 그룹의 체면을 세워주나?” 지금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였고 설씨 어르신도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하현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확실히 효과가 있을 거예요.”“효과가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우리 설씨 집안의 태도를 보여줄 수는 있잖아요?”“내 생각엔 하엔 그룹 회장이 말은 안해도 설씨 집안의 부사장이 와서 그 문 앞에 와서 무릎을 꿇는데 화를 풀지 않겠어요?”“하지만 만에 하나 이 방법으로도 해결이 안되면 어떻게 하지?” 설씨 어르신은 눈썹을 찡그렸다.“그럼 우리 설씨 가문이 반대로 망신을 당하는 게 되잖아.”“어르신.”하현은 고심하는 얼굴로 말했다.“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해도 하씨 집안에게 우리의 태도를 보여주는 거잖아요!”“해결이 안되더라도 우리는 시간을 얻어낼 수 있어요. 며칠 시간을 더 벌어 다같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지 않아요? 그렇죠?”“더구나, 안씨 집안의 골동품 품평회에서 무릎을 꿇었었던 사람이 한 번 꿇으나 두 번 꿇으나 차이가 없잖아요?”설씨 어르신은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로 머뭇거렸다. “물론 만약에 설씨 집안의 회장이 직접 나선다면 더 효과가 좋겠죠.”하현은 뜨거울 때를 이용해서 철을 두드렸다. “만약 제가 가는 게 도움이 될 거 같으면 저는 두말 않고 지금 하씨 문 앞에 가서 무릎을 꿇을 거예요.”“하지만 문제는 저는 설씨 집안의 보잘것없는 데릴사위 일 뿐이잖아요? 내가 설씨 집안을 대표할 수 없으니 무릎을 꿇어도 소용이 없을 거에요!”하현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씨 어르신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이 나이에 게다가 그는 언제나 체면을 중시해 온 사람이다.그에게 가서 개구쟁이에게 무릎을 꿇게 한다면 차라리 직접 목을 매게 하는 편이 더 나았다.하지만 문제는 하현의 말도 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씨 집안의 태도를 증명하려면 일정한 신분이 있는 사람이 가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해야 했다. 아무나 마음대로 골라서 가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마 하엔 그룹이 이것을 설씨 집안의 도발로 여기면 오히려 역효과가
설은아는 착잡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그녀 역시 설씨 집안 사람이니 설씨 집안이 잘되기를 바랐다. 설씨 집안의 생사존망의 위기에 설민혁이 사과하고, 게다가 할아버지도 입을 열자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기 어려웠다. 하현은 몰래 탄식하고 있었다. 원래 이 기회를 틈타 설은아는 설씨 집안에서 더 권한을 요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설은아는 성격이 그렇듯 가족애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 이럴 때 자신이 그녀를 대신해서 얻어낸다 해도 그녀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설은아의 안색이 누그러지는 것을 보고 설씨 어르신은 일어서서 천천히 말했다. “민혁아, 이미 결정된 일이니 미루지 말아라. 오후에 사과하러 갈 때 후한 선물을 준비해 가는 것도 잊지 말고.”설민혁은 독촉을 받아 어떻든지 간에 하씨에게로 가야 했다. 설민혁은 예측할 수 없는 얼굴로 설지연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설씨의 장래를 가장 귀하게 여기는 이 여인은 지금도 입을 다물고 말이 없다. 결국 그녀는 왕씨 가문과 실제로 결혼하지 못했고, 왕정민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몰랐다. 이럴 때 그녀는 멍청하게 뛰어들 수 없었다. 만에 하나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가서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이렇게 되면 자신은 ‘끝장’이다. 왕씨에게 시집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다. 설지연은 지금 엄청 몸을 사리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일이 결정되자 설씨 어르신은 손을 흔들었고 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떠난 후에야 설민혁은 비로소 어두운 눈빛으로 설씨 어르신에게 다가가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 “할아버지, 저 정말 가야 돼요? 저……” “가야 할 뿐만 아니라 공명정대하게 가야 해.”설씨 어르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엔 원래 네가 잘못한 거야. 네가 설은아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 거잖아.”“하지만 이번 일은 너무 심각해서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이번
설씨네 별장을 나서자 설은아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하현이 빠른 걸음으로 따라붙으며 말했다.“여보, 억울하지 않아?”“억울?”설은아는 한숨을 쉬었다.“나는 설씨 집안 사람이야. 이 집안 놈들이 얼마나 꼴불견이고 미물이든지 다 내 가족이야.”“난 단지 애석할 뿐이야. 왜 잘하고 있는 쇼핑몰 프로젝트를 그만두고 남원으로 가려고 하는 거지?”“쇼핑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건 우리 설씨 집안이 자립하는데 중요한 기초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거든!”“설씨 집안은, 이 프로젝트에 기대면 서울의 일류 가문에 들어설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욕심을 내는 걸까?”설은아는 더없이 괴로워했다. 쇼핑몰 프로젝트를 위해 그녀가 지불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눈앞에 있는 이 결말을 그녀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납득할 수 없다고 또 뭐가 달라지나?그녀 혼자 힘으로 바꿀 수 있나? 불가능하다. “만약에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하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설씨 집안이 남원에 가는 일은 배후에 어떤 사람이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었다. 눈앞의 이익이 설씨 집안을 움직이게 할 수 없다면 상대방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낼 것이다. 이익을 많이 볼수록 이후 설씨 집안은 갈수록 더 비참해지고 끝 또한 봐줄 수 없을 것이다. 하현은 이 점을 분명히 생각했지만 직접 지적하지는 않았다. “현재로서는 쇼핑몰 프로젝트를 매각하려고 하지만 이미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설은아는 탄식했다.“하엔 그룹의 인맥으로도 지금 당장은 어떤 은행도 우리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을 거야.”“현재로서 유일한 방법은 쇼핑몰 프로젝트를 계속 유지하면서 후에 남원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가지고 와서 하엔 그룹에 지분을 제공하는 거야.”설은아는 지금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했다.“남원에 가는 게 맞지만 왕씨 가문은 너무 강해. 우리가 이번엔 명목상으로라도 주도권을 차지하긴 했지만……”“왕씨
오후, 하엔 그룹. 회장 사무실.하현은 최근에 회사에 별로 오지 않아서 서명해야 할 서류들이 많았다. 하현이 제시한 1조 계획은 지금까지도 얼마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의 일부 좋지 못한 투자금은 하현이 회수하였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니 하엔 그룹의 장부의 금액은 이전에 비해 더 많아졌고 당연히 수익률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의 개혁기간의 진통이기에 하현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서류에 모두 서명을 한 후 하현은 의자에 기대어 앉았고, 그제서야 천천히 말했다. “회사 고위층 몇 명에게 가서 얘기 좀 해야겠어. 사람을 뽑아서 남원에 가서 지사를 하나 만들어야 하거든……”“앞으로 우리 업무는 남원에다 많이 둘 테니 우리와 함께 갈 사람은 처우도 30% 높게 해주고……”슬기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경악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녀는 기다리지 못하고 말했다.“회장님, 하지만 남원은 하씨 가문의 터전인데……”“명목상 우리는 하씨 가문의 산하 기업이에요. 이렇게 지사를 차리게 되면 하씨 가문의 얼굴에 손상을 입히게 되는 거 아닌가요?”하현은 일어서며 손을 뻗어 슬기의 어깨를 두드렸다. 슬기는 온 몸이 뻣뻣해졌지만 다른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현도 이것에 개의치 않았고, 창가 쪽으로 가서 아래 쪽에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며 천천히 말했다.“이게 한 수야. 우리가 가지 않아도 가게 될 거야.” “하씨 가문에서 지금 누군가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어.”“만약 내가 계속 서울에 둥지를 틀고 싶으면 연거푸 끊임없는 탐색과 끊이지 않는 핍박이 계속 있을 거야. “수동적이기 보다는 능동적으로……”“3년이 됐어. 꼬박 3년……”“나는 3년을 기다렸고, 그건 기회를 기다렸다는 거야……”“내가 얼마나 강한지를 증명하려는 게 아니라……”“다만 나는 모두에게 알리려는 거야……”“내가 잃어버린 건 내가 반드시 직접 찾아올 거야!”여기까지 말하고 하현은 살짝 웃었고 비할 데 없이 멋있었
설민혁은 무의식적으로 엉뚱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국은 꾹 참으며 말했다. “내가 특별히 사과를 하면 회장님이 분명 기뻐하실 거니까 한 번만 물어 봐주세요.”“특별하게요? 얼마나 특별한데요?”안내 데스크 아가씨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녀는 설민혁을 아래위로 훑어본 뒤 문득 깨달아졌다. “생각났어요. 며칠 전 설씨 가문의 부회장이 골동품 품평회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사람이 당신인가요?”“만약 당신이 우리 회장님께 무릎을 꿇을 거라면 제가 전해드릴게요.” 설민혁은 얼굴이 ‘싹’ 새카맣게 되었다. 젠장! 전부 하현 네 잘못이야! 어르신의 명성은 서울 전역에 퍼졌다. 이제 남원에 가게 돼서 다행이다. 남원에서는 자신이 망신 당한 일을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 설씨 가문은 남원에서는 2류 가문이지만 어르신이 되었을 때 반드시 서울로 돌아와 너희 이 놈들 뺨을 다 때려주겠어! 하지만 지금은 이 안내 데스크 아가씨가 비꼬는 표정을 한다 할지라도 와신상담하며, 사죄의 마음을 안고 자신 스스로에게 억지 웃음을 짓도록 하고 있었다. “그래요! 제가 그렇게 준비할게요……”“무슨 준비요?”“무릎 꿇을 준비요……”안내 데스크 아가씨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말한 대로 책임을 지고 슬기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슬기는 전화를 받은 후 재빨리 회장 사무실로 들어가서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회장님, 안내 데스크 직원이 하는 말이 설씨 집안의 설민혁씨가 왔는데 회장님 계신 곳에서 무릎을 꿇겠다고 합니다……”“정말 왔구나?”하현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씨 어르신이 정말 이렇게까지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설씨 집안이 파산하지 않기 위해서 그의 애지중지하는 손자를 내보내 망신을 당하게 하다니. 하현도 설씨 어르신의 마음을 짐작하고 설민혁으로 하여금 와신상담하게 했다. 만약 정말 어떤 효과를 얻는다면 설씨 집안에서 설민혁의 공은 커질 것이다. 훗날
설씨네.한 무리의 설씨네 식구들이 지금 모두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방법이 없었다. 하엔 그룹은 서울의 하늘이었다. 그 집안 사람들은 실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설민혁은 능력이 없지 않은가?결국 너는 로비에서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꿇어야 되는 거 아니겠어?너는 우리가 모른다고 생각하니?서울 전역에 이미 다 퍼졌어.“됐어!”설씨 어르신은 손을 흔들었다.“내가 듣기로 하씨 새 회장이 네가 무릎 꿇은 거에 만족했다고 하더라!”“하엔 그룹은 하씨 가문의 후원을 받고 있어. 설령 우리 설씨 집안이 왕씨 가문에 걸쳐 있어도 여전히 그 집안 보다는 못해.”“비록 그가 너를 모욕했다고 해도 나는 네가 무릎 꿇은 것이 큰 공을 세운 거라고 생각해. 양측의 충돌을 줄여줬잖아!”“그 다음에 사람을 한 명 보내서 다시 하엔 그룹과 얘기를 나누면 일이 아마 완화될 여지가 있을 지도 몰라.”“민혁아. 너 다시 한 번 가보지 않겠니?”설씨 어르신은 바라는 얼굴이었다. 설민혁이 만약 이 일을 해낸다면 그의 공은 엄청 클 것이다.하지만 설민혁은 계속 고개를 저었다.지금 장난하나?오후에 그는 이미 서울의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다시 가라고?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른다.설민혁이 하는 행동을 보고는 설씨 어르신은 한숨을 쉰 후 다른 설씨 가족들에게 시선을 옮겼다.설씨네 식구들은 하나같이 얼굴빛이 변했다. 아무도 설씨 어르신과 눈조차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농담하나? 설민혁이 가도 이런 일이 났는데, 만약 다른 사람이 다시 가서 운이 좋으면 다행이지만 만약 운이 안 좋으면 그날 하루 무릎을 꿇는 정도로는 끝이 나진 않을 것이다.설씨 어르신 역시 한숨을 쉬었다.그는 비록 방금 이것이 좋은 일이라고 말했지만 그도 마음속으로는 이 일이 까다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누가 두꺼운 낯짝으로 가서 이런 고생을 하고 싶겠는가?설민혁은 고개를 떨구더니 갑자기 일어서서 차갑게 말했다.“할아버지, 제
요 며칠 서울시는 유난히 들썩였다. 하엔 그룹의 회장이 새로 바뀌고 난 후, 과거의 밑지는 장사들은 이미 대부분 취소가 됐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거기다 새 회장은 1조원을 가져와 좋은 프로젝트와 합작할 준비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프로젝트들을 찾았지만 얻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문밖에서 거절을 당했다. 하지만 2류 가문 설씨 집안이 하엔 그룹과 좋은 합작 관계를 세우고, 투자금을 가져오는데 성공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문제는 설씨 집안이 이렇게 좋은 카드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뜻밖에도 이것을 조금도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 집안의 뇌를 누가 뽑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뜻밖에도 그 합작 프로젝트를 팔려고 했다. 결국 하엔 그룹의 강세로 봤을 때 당연히 설씨 가문은 합작 계약에 따라 배상해야 할 것이다. 설씨네 집안은 단념하지 않고 부사장 설민혁을 보냈고 결국 오후에 로비에서 무릎을 꿇었다. 보아하니 설씨 집안 사람은 머리가 고장 났을 뿐만 아니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낯가죽도 두꺼웠다. ……다음날 아침 일찍 하엔 그룹 아래층에 적지 않은 고급 차들이 멈춰 섰다. 많은 가문과 기업들이 모두 웃음거리를 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하엔 그룹이 설씨 가문에게 준 기한이 내일로 다가왔다. 오늘 설씨 집안은 틀림없이 죽을 힘을 다해 싸울 것이다. 누가 올지 몰랐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반나절을 기다렸으나 오히려 어떤 설씨 집안 사람도 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설은아가 나설 때 슬기에게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슬기가 말하길 그녀는 오늘 저녁 직접 설씨 집에 들르겠다고 했다. 회장이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설씨 집안이 만약 잡지 못한다면 죽기를 기다리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그날 저녁 설씨 집안 사람들은 다시 모였다. 하나같이 줄을 맞춰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 설씨 집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요 며칠 너무 처참했다. 집안 사람들은
나천우는 주광록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장난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형님, 사양하지 마세요.”“하현, 이 형님 좀 봐줘!”“이 형님이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그래!”주광록은 어쩔 수 없이 나천우의 체면을 생각해 몸을 곧게 펴며 말했다.“알았어. 자, 그럼 하 대사 좀 봐 보세요!”방금 두 사람이 악수를 했을 때 하현은 주광록의 몸에 죽음의 기운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죽음의 기운이 무엇을 뜻하는가?간단히 말해서 사람의 운이 극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겉으로 보기에 그의 몸은 여전히 건강한 듯했지만 사람 전체에 생기가 뚝 떨어진 것이다.죽음의 기운은 보통 임종을 앞둔 노인에게만 나타난다.하지만 오래 살지 못할 운명의 사람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염라대왕이 데려가겠다고 마음먹으면 누가 거역할 수 있겠는가?바로 이런 불길한 기운이 죽음의 기운인 것이다.하현이 자세히 주광록의 얼굴을 보니 역시나 온몸이 죽음의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만약 그가 관직에 몸담고 있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미 열흘이나 보름 전에 죽었을 것이다.관운이 그를 그나마 비호해 주었기 때문이다.다만 관운이 그를 지켜주었다고 하더라도 일단 죽음의 기운이 퍼지면 결국 주광록은 목숨을 잃을 것이다.한참을 주광록에게 시선을 깊숙이 고정했던 하현은 그의 손에 차량 열쇠가 들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아마도 아우디 A8인 것 같았다.하현의 눈에는 바로 이 열쇠가 불길한 기운의 집합체로 보였다.지금 이 순간도 죽음의 기운이 계속 퍼져 주광록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하현은 잠시 눈초리를 가늘게 뽑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 부장님,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제가 보기엔 부장님은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아마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을 듯합니다.”“게다가 이 불길한 기운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겁니다.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잦은 사고가 발생했거나 심각한 병이 덮쳤을 겁니다.”“
나천우의 말을 들은 주광록은 다 이해한다는 듯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어르신도 참 강경한 스타일이시지.”“예전에는 나한테도 방법을 좀 생각해 봐 달라고 하셨었지. 아는 명의들 좀 소개해 달라고.”“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당신이 아는 사람들이었어.”분명 주광록은 은둔가 나 씨 가문과 사이가 좋은 것 같았다.그렇지 않았더라면 나천우의 아버지가 그에게 그런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임단은 주광록에게 손수 차를 한 잔 따라주며 말했다.“많이 애써 주신 거 다 알아요.”주광록은 자리에 앉은 뒤 나천우 부부를 조심스럽게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그런데 두 분이 이렇게 느긋하게 차도 마시러 나올 기분이 되었다니, 아마 문제가 해결된 모양이지?”“하하하! 확실히 해결되긴 했죠!””안 그랬으면 주 부장님의 혜안이 밝았다고 할 수 없죠, 안 그래요?”“그리고 이 모든 게 다 하 대사 덕분입니다.”“주 부장님, 제가 소개해 드리죠.”“이분은 저와 형제나 다름없고 저의 귀인이자 뛰어난 풍수지리사, 하현입니다!”“또한 우리 부부의 오랜 골치거리였던 아픈 문제를 해결해 주었습니다.”나천우는 하현을 향해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하현, 이분은 금정 관청 주택건설부 부장님이신 주광록, 내 형님이나 마찬가지야.”“앞으로 금정개발에 무슨 어려움이 있거나 누군가 집복당을 괴롭히는 일이 있다면.”“언제든지 주 부장님한테 전화해. 그러면 그가 모든 걸 책임지고 해결해 줄 거야! 장담해!”하현은 나천우가 자신을 위해 금정의 인맥을 소개해 준 것임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다지 탐탁지는 않았지만 오른손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주 부장님, 안녕하세요.”주광록도 하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하게 말했다.두 사람의 손바닥이 닿은 순간 하현의 안색이 살짝 일그러졌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뜨고 주광록을 바라보았다.죽음의 기운?한창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주광록의 몸에서 죽음의
하현의 말에 임단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원래 이 일을 몰래 진행하려고 했었다.그런데 하현의 조언을 듣고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몰래 땅을 취하려고 하면 상대는 이 땅에 뭔가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훼방을 놓으려 할지도 모른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정개발이 이여웅과 경쟁하기 위해 완전히 악수를 두는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 손가락질하며 정신 나갔다고 생각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최소한의 대가로 이 쓰레기 매립장을 차지할 수 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하면 사람들의 충분한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금정 화원 유적지를 찾는 순간 이 프로젝트는 홍보도 없이 단숨에 유명해질 수 있다.임단의 눈에 감격에 겨운 빛이 가득 흘러넘쳤다.그녀는 하현이 크게 화를 낼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진작부터 그녀를 도울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임단으로서는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양측 사이에 일어난 약간의 오해가 풀렸을 즈음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웅웅웅!”식사가 반쯤 이루어졌을 때 나천우의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잠시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받은 뒤 빠르게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하현, 잠시 후에 아주 중요한 인물이 올 거야.”“당신이 이래저래 사람을 만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하지만 이 사람은 알고 있으면 당신의 풍수관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만약 그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 당신은 금정에서 훨씬 운신의 폭이 커질 거야.”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은둔가의 나 씨 가문 나천우가 이렇게 진지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상당한 신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누군데?”나천우는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야.”약 30분이 지나자 노크 소리가 들렸고 임단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나천우, 아, 제수씨도 계셨네요? 이제 두 분의 사업이 크게
”무덤에 가서 단련을 해요?”노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대사님, 저는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기껏해야 옆에 있는 공원에 가는 거예요. 무덤에 가지 않습니다!”“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가장 꺼리는 거예요!”노인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무덤에 가 본 적이 없는 그가 왜?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그럼 길에서 현금을 주운 적이 있습니까? 그 안에 조심스럽게 접힌 종이가 있어서 혹시 그 종이를 들고 장수를 빌어 달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까?”노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하현은 노인을 자세히 응시했지만 음기는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어딘가에서 음기에 접했을 수도 있습니다.”“그러니 돌아가셔서 계속 조심하세요. 어르신의 체질로 봤을 때 해가 뜨기 전에는 외출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하현의 말을 들은 노인 부부는 삼만 원을 남기고 떠났다.하현은 의아한 듯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가 아직 남아 있는 손님들의 문제를 해결했다.다행히 이 손님들은 기본적인 택일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도 않았다.거의 정오가 다 되었을 무렵 하현은 나박하에게 전화를 걸어 금정 남쪽 편에 있는 금공관으로 갔다.두 사람이 예약한 방에 막 도착하자마자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나천우와 임단이 일어섰다.임단은 직접 하현에게 차를 따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당신이 금정개발을 위해 방법을 강구해 주었는데 내가 별로 반응을 보여주지 못했어!”“게다가 당신이 써 준 종이에 물까지 묻혀 망가뜨리다니!”“다 내 잘못이야.”나천우도 미안한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당신이 한 말이 자꾸 떠올랐어. 젊은 나이에 풍수지리술을 이해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금정의 지맥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지금까지 금정의 그 수많은 대사들은 좋은 물건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결국 당신이 발견했어!”“당신한테 정말
”다만...”화성봉은 종이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 지맥도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물이 묻어 잘 보이지 않습니다...”“이곳은 공중 정원의 유적지가 있었던 곳입니다.”“그런데 이곳의 좌표가 없으면 우리는 그 지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금정 화원의 진위 여부를 세상에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안타까워하는 화성봉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임원들의 시선이 갑자기 임단에게 쏠렸다.은연중에 그들의 얼굴에는 불만의 기색이 슬몃슬몃 떠올랐다.“우선, 내가 전화해서 하현에게 물어보겠습니다...”임단은 곤혹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다음 날 아침.일찍부터 집복당에서 인테리어를 지켜보던 하현은 나천우와 임단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그들은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며 점심을 함께 하자고 하현에게 청했다.하현은 금정개발에 관련한 일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거절하지 않았다.서둘러 황보정에게 자신의 일들을 맡긴 뒤 그는 떠날 채비를 했다.그러나 하현이 문을 나서기도 전에 장용호가 당황한 얼굴로 걸어 들어왔다.“대사님, 큰일 났습니다. 누가 쓰러졌어요.”“우리 집복당 앞에서 사람이 쓰러졌어요.”“그는 최근 며칠 동안 밤마다 유령을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해서 견디다 못해 이곳으로 왔다고 했어요.”“줄을 서라고 했더니 결국 기절해서 입에 거품까지 물었어요...”장용호는 은근히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가 손을 쓰는 도중에 쓰러지기라도 했다면 자신에게 오명이 씌였을 터였기 때문이다.하현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서둘러 로비로 다시 들어갔다.로비에는 예닐곱 명의 손님들이 회색 가운을 입은 노인을 둘러싸고 있었다.노인은 완전히 기절한 채 가끔 경련을 일으키며 입가에 흰 거품을 물고 있었다.그의 옆에는 아내로 보이는 사람이 통곡을 하고 있었다.“안 죽는다고 버티더니 결국 이렇게 되었잖아요?”“진작에 집복당에 가자고 했건만 괜찮다고 그렇게 버티더니 이게 뭐예요? 시간만 끌었잖아요
전율이 온몸을 휘감아 몰고 간 뒤 화성봉은 벌벌 떨며 말했다.“임 사장님, 이거 누가 그려준 거죠?”“이 그림을 그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보통 대단한 분이 아닙니다.”“혜안이 아주 깊은 분이 틀림없습니다.”“이분은 수십 년 동안 아무도 찾지 못했던 금정의 지맥을 간단하게 그려낸 분입니다.”“게다가 공중 정원이 있는 곳도 정확히 지목했어요!”“이 땅을 점령하고 그 증거만 찾을 수 있다면!”“우리 금정개발은 단연코 이 업계를 휩쓸 것입니다!”“임 사장님, 이분이 누군지 말해 주십시오! 그를 좀 만나야겠습니다!”“그를 만날 수만 있다면 평생 무료로 그분 밑에서 일을 할 겁니다.”지금 이 순간 화성봉은 대가의 풍모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마치 어린아이처럼 이리저리 날뛰며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상기된 그의 얼굴과 감격에 겨운 그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금정개발의 고위 임원들은 하나같이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해졌다.다들 어리둥절한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임단이 아무렇게나 꺼낸 종이에 그렇게 대단한 정보가 들었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금정의 지맥?만약 이것이 금정 부동산 업계에 알려진다면 모두가 미쳐 날뛸 것이다.여기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부동산에 대해 정통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대하는 예로부터 풍수를 중시해 왔다.명당자리에서 계속 살면 당연히 건강하고 인재가 끊이지 않아 집안이 번창한다고 믿었다!부동산 개발 회사가 이런 곳에 주택을 개발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성공이 없었다.그런 주택을 개발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금정의 지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그래야 명당자리를 제대로 보고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금정땅의 지맥이 그려진 종이가 지금 임단의 손에 있었다.방금 전까지 금정개발은 거의 막다른 골목까지 몰렸는데 한순간에 분위기가 반전되었다.이제는 창창한 앞날이 펼쳐진 성공적인 미래가 눈에 그려졌다.이 안에
확신에 찬 화성봉의 말을 듣고 임단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금정개발이 파산하지 않고 번창할 수만 있다면 금정개발을 하현에게 넘겨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그리고 나천우도 이 일로 인해 상류사회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아마도 후방에서 뛰어난 책략을 펼쳐 큰 성과를 이룬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임단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여웅 그놈이 이 일로 득의양양해할 것을 생각하니 이 또한 달갑지 않았다.그놈은 어릴 때부터 임단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언젠간 임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다녔다.만약 몰아치는 그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다면 그놈은 더더욱 기고만장해질지도 모른다.아니면 소남 임 씨 가문을 직접 앞세워 이여웅을 직접 짓밟아 버릴까?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사소한 일에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임 씨 가문이 나서서 이여웅을 제압한다면 가문 쪽에서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않을까?은둔가 나 씨 가문을 이용하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포기한 방법이었다.은둔가가 은둔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쉽게 말하자면 은둔가는 모든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을 좋아한다.이렇게 직접 앞에 나서서 싸우는 일은 은둔가의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다.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임단은 자신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졌다.정말 이대로 이여웅 그 개자식의 오만한 얼굴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들 때문에 그녀는 점점 더 심난해져서 찻잔을 들어 단숨에 차를 들이켰지만 그만 찻물을 옷에 살짝 흘리고 말았다.순간 정신을 다잡은 임단은 주머니에서 아무렇게나 종이 한 장을 꺼내 흘린 찻물을 닦았다.“잠깐만요.”그때 가만히 있던 화성봉이 갑자기 큰소리로 말했다.“임 사장님, 움직이지 마세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얼른 임단의 앞으로 달려가 그녀가 들고 있던 종이를 뚫어져라 응시했다.그는 방금 어렴풋이 명당자리를
임단에게 있어 금정개발은 그리 큰 존재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자신의 실패로 인해 나천우가 상류사회에서 두고두고 입방아에 올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사업체를 향한 이여웅의 악의적인 공격을 막아야 했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임단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심장이 살짝 오그라 붙었다.그들은 나서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움츠러들었다.임단은 약간 실망한 듯 십여 명의 임원들을 쳐다보았다.평소에 높은 연봉과 보너스를 받으며 지내다가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입을 닫아 버린 것이다.정말 이렇게 쓸모없는 사람들일 줄은 몰랐다.이런 생각이 스치자 임단의 시선은 회사에서 새로 고용한 고문 풍수지리사 화성봉에게로 향했다.화성봉은 금정에서 명성이 매우 높았고 장천준과 황보동에 견줄 만한 풍수지리사였다.그는 자신의 이런 높은 지위로 일 년에 몇 번씩만 고위 관직들의 풍수를 봐주고도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 수 있었다.그가 금정개발의 수석 풍수지리사가 된 이유는 전임 수석 풍수지리사가 퇴직한 이후 아무도 대신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다가 은둔가 나 씨 가문의 많은 인맥을 동원해 겨우 화성봉을 데려온 것이다.이런 까닭으로 그는 비록 금정개발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위만은 상당히 높았다.임단은 공손한 얼굴로 화성봉을 바라보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화 대사님, 방법이 없을까요?”“임 사장님, 제가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방법이 없습니다...”“금정에서 시장에 나온 핵심 요지는 모두 진화개발이 가격을 올려놓았습니다.”“정말로 진퇴양난입니다.”“대체 부지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렵게 되었군요.”“요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침반만 들고 금정을 몇 바퀴나 걸었습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땅을 찾지 못했습니다.”말을 마치며 화성봉은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실제로도 그는 적잖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쓰레기 매립장에 손가락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이 땅을 차지하기만 한다면 우리 금정개발은 앞으로 분명히 번창해서 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게 될 거야.”하현이 이곳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나천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이 풍수 관상에 대해서는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땅을 보는 눈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이 땅은 이미 많은 풍수 대가들이 가 봤지만 쓰레기 매립지였기 때문에 풍수가 완전히 뒤틀리고 망가진 곳이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하현이 대충 위치만 보고 이곳을 개발한다면 분명 금정 부동산 업계의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하지만 하현이 자신들에게 베푼 은혜가 깊기 때문에 나천우도 털어놓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그렇게 하면 하현의 체면을 구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나천우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완곡하게 돌려 말했다.“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게 될 거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하현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간단히 말하자면 우리가 개발하는 주택 외에는 다른 어떤 집도 팔리지 않을 거라는 거야!”“다른 어떤 집도 팔리지 않는다고?”이 말을 듣고 나천우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하현이 아무리 기고만장하다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땅을 선정할 수 있는가?금정 부동산 업계를 휩쓸려면 쓰레기 매립장 부지 하나로 될 수 있겠는가?“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겠다니?! 하현, 야망이 너무 큰 것 같은데...”임단도 나천우와 마찬가지로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어이가 없는 듯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하현이 너무 허무맹랑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아무리 뛰어난 해외 개발업자가 지은 주택이라도 금정 부동산 업계를 휩쓸지는 못할 것이다.하현의 말은 너무도 순진하게 들렸다.순간 그녀는 하현에게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그녀가 이번에 하현을 찾아온 것은 그가 은둔가 형 씨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