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냉담하게 황천수를 쳐다보며 말했다.“황천수씨 방금 당신이 말했듯이 만약에 제가 증거를 찾는다면 강천을 여기서 쓸어내 버리실 거라고 하셨죠? 황천수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난처함이 극에 달했다. 그가 방금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강씨네 집안은 강남에서의 지위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런 의학계 집안 사람을 쓸어버리는 것은 비록 황천수라 할지라도 얼마간의 대가를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그를 문밖으로 쫓아내지 않으면 자신의 가풍이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하현은 황천수에게 망설일 시간을 주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방금 나는 이미 당신의 체면을 세워줬어요. 이 일을 한 선생님께 말하지 않았어요.”“하지만 당신이 강천의 교수인 이상, 이 일은 당신이 책임져야 해요.”“파기해야 할 자료는 파기해야 하고, 포기해야 할 프로젝트는 포기해야 해요.”“그렇지 않고 일단 이 일이 알려지면 그 후에는 황천수 당신도 같이 책임져야 할 거예요.”황천수의 표정이 일순간에 변했고 확실히 결정을 내렸다. 그는 바로 안색이 변했고 노기 어린 눈으로 강단에 있는 강천을 보며 큰 소리로 꾸짖었다.“강천! 넌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야?”“우리가 수십 년 동안 아무런 학문적 성과도 이루지 못했다 해도 이상할 게 없어!” “너의 헛된 명성을 위해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훔치고 빼앗다니! 넌 조금의 염치도 없는 거야?”황천수는 평소 강천을 매우 좋아했다. 강천은 많은 학생들 중에 의학적 재능이 가장 뛰어나고 가정 형편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을 받아 준 후 황천수도 강남의학계에서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 강씨 집안의 도움을 받아 의학계에서 모든 것이 다 순조로웠다. 이전에 황천수도 강천의 인품에 조금 흠집이 있음을 간파했었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천부적인 의술이며 인품은 갈고 닦을 수 있었다. 속담에 옥을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강천은
“선생님,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제가 충동적으로 그랬어요.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죽일 놈 이예요…”서연은 본래 이 선배를 존경했었다. 하지만 이 순간 탄식하는 빛이 역력했다. 학문적인 일에 서연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강천은 이런 수법으로 명리를 챙겼다. 잘못 되도 너무 잘못되었다. 이런 비열한 방법을 쓰면 언젠가 드러날 것이라는 걸 몰랐단 말인가? 강천은 자신을 벌레 보듯 쳐다보는 서연을 보자마자 더 부들부들 떨었다. 대학시절 서연이 처음 입을 여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서연에게 빠져 꼭 서연을 얻어내야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는 이 후배가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 학문인 것을 알고 그는 다년간의 고심 끝에 오늘에까지 이른 것이다. 오늘 이 미인을 품에 안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될 줄이야!“선생님,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강천은 황천수가 계속 자신을 무시하자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애원했다. 그는 황천수의 마음이 이렇게 단단하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죽어도 구원받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일이 너무 커서 황천수는 강천 때문에 자신의 체면을 다 잃게 되었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학생들이 무능해서 성과가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학문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강천, 나는 원래 너의 인품에 약간의 흠집이 있다고 여겼었어. 하지만 조금만 다듬는다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네가 이렇게까지 멍청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 했어.”황천수는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 황천수의 말을 듣고 강천은 곧 쓰러질 것 같았다.강천도 이렇게 작은 일이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 때 홀 문이 열리면서 위엄 있는 노인들이 들어왔다. “강씨네 주인!”“그가 왜 왔지?”“설마 그가 맨 뒤에 앉아 있었나?”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다. 뜻밖에도 강씨 집안의 주인이 오다니!
강천은 얼굴을 가린 채 몹시 원망스러운 듯 말했다. “아버지 저는 이미 최선을 다했어요. 몇 년 전에 준비했던 것까지 다 꺼냈다고요!”“이 논문은 한상현이 죽고 나서야 꺼낼 생각이었어요!”“하지만 지금 이 일을 위해 저는 모든걸 바쳤어요. 이래도 모자란 가요?”“우리 강씨 집안은 호족인데 왜 하인처럼 굴어야 해요? 하민석은 개뿔…”“퍽!”강씨 집안 주인은 다시 한 번 손바닥을 내던지며 강천이 하려던 말을 막았다.“이 불효자 녀석. 너 맨 마지막에 한 말을 기억해라. 만약에 하 도련님이 없었더라면 우리 강씨 집안은 벌써 무너졌을 거야!” “하씨 도련님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겐 영광이야! 이번에 우리가 실패한 건 우리가 감수해야 할 결과야!”강씨 주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 말을 마치자 강씨 주인의 큰 몸이 무의식적으로 벌벌 떨렸다. ‘하민석’ 이 세 글자는 그에게 엄청난 위압감을 안겨줬다. 강천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민석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내가 그 하현과 상대하게 해볼까요? 그는 하현을 무조건 제주로 돌려보내고 싶어하는데, 이런 쓸모없는 데릴사위가 무슨 가치가 있다고 이렇게 신중을 기하는지 전 이해가 안돼요.”강씨 주인은 한숨을 쉬며 안색이 어두워진 채 말했다.“강천, 나는 네가 자부심이 강해 지지 않으려고 하는 거 알아. 하지만 우리 강씨 집안은 하 도련님의 하인에 불과해. 사실 이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이번에 하 도련님의 분부대로 하지 않으면 그는 하루 아침에 우리 강씨 집안의 모든 것을 잃게 할 수도 있어.”“지금은 우리가 임무에 실패했으니 어쩌면 이 일 후로 우리 강씨 집안은 없어질지도 몰라.”여기까지 말하고 강씨 주인은 한숨 섞인 표정을 지었다. 강천은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지금은 오들오들 떨며 말했다.“아버지. 강씨 집안이 파산할 수 있다고…?”“그래. 이게 가장 가벼운 거야.”강씨 주인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최대한 빨리 너를 유
산책로에서 서연은 하현의 뒤를 따라 걸었는데 머리가 핑핑 도는 것 같았다. 오늘 일어난 일이 너무 많아 그녀는 거의 반응을 하지 못했다. 옆에 있는 하현을 보면서 서연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거의 모든 것을 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그러나 하현 자신은 오히려 이 일을 그다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서연과 함께 식사를 한 후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하현이 집에 막 도착하자 마침 설은아 모녀 두 사람이 황급히 걸어 나와 하현을 보았다. 희정의 얼굴빛이 확 바뀌더니 욕을 퍼부으며 말했다. “한밤중에 어디를 다녀오는 거야!”하현은 말했다.“친구랑 밥 먹으러 갔었는데요.”“먹고 먹고 먹고 맨날 먹는 것만 알고, 네 아버지가 돌아 오신 건 알고 있니?” 희정은 욕을 했다. “그가 이미 설씨네 별장에 있으니 얼른 가봐. 할아버지께서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하지 말고!”하현은 멍하니 있었다. 내 아버지라고?하지만 그는 바로 반응을 했다. 희정이 설은아의 아버지를 말하는 거구나. 자신의 장인. 설재석. ……설씨네 별장. 지금 정장 차림의 의기양양한 중년 남자가 설씨 할아버지 밑에 앉아 있다. 얼굴엔 웃음을 띠고 있었다. 설동수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는데 지금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 사람이 바로 설은아의 아버지. 설씨 집안의 셋째. 설재석. 설재석은 원래 설씨 가문의 2세 중 가장 걸출한 인물로 설씨 가문의 회장 자리를 맡을 차기 주자로 내정되기도 했었다. 이전에 설씨 어르신은 어린 아들을 매우 총애했지만 그가 연이어 두 딸을 낳자 그를 멀리 했다. 그가 아들을 못 낳는 다는 것은 가업을 이어갈 후손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설 어르신이 아무리 그를 아끼고 사랑해도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설재석은 10여 년 전 남원으로 파견되었었다. 하지만 남원 그쪽 지역은 진정한 암흑의 숲이라 보통 세력으로는 발붙일 수 있는 곳이
“어? 우리 설씨가 제주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와 자원?” 설씨 어르신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나머지 설씨 가족들도 하나같이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제주의 2류 가문은 설씨 가문의 부를 10배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설재석을 무너뜨리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모두가 기대하는 눈치였다. 설재석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왕씨 집안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죠?”설씨 어르신은 언짢은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재석아 너 설마 그 일류 가문의 왕씨 가문 말하는 거냐?”“맞아요! 바로 그 왕씨 가문이요!” 설재석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 왕씨 가문은 구시대의 왕족이고 실제 당시 왕으로부터 작위도 받은 조상이 있어요!”“훗날 전란 속에 성을 왕으로 지었어요.”“하지만 이 가문은 하씨 가문보다는 뿌리가 깊지는 못해요.”“그래도 왕씨 가문과 견줄 만한 집안은 몇이 안 돼요…”“왕씨 가문과 안씨 집안을 비교하면 어때?” 설씨 어르신은 약간 흥분했다. 그는 아직도 안씨 가문에서 받은 모욕을 기억하고 있었다. 안씨 집안이 작은 프로젝트를 들고 나와 설씨네와 합작하려고 했지만 설씨 어르신은 감히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지 마음속으로는 계속 원망스러웠다. 설씨 가문의 가능성이 우뚝 솟을 거라는 것을 듣자 그는 순간 흥분했다. “안씨네 가문?” 설재석은 웃으며 말했다. “안씨 집안이 확실히 강하죠. 하지만 안씨 집안은 골동품 집안이라 비록 다른 사업에 진출을 하긴 했지만 아무리 잘해도 한계가 있어요.”“하지만 왕씨 집안은 그렇지 않아요. 부동산 사업을 하거든요. 남원에 있는 부동산의 절반 정도가 그들과 연결되어 있어요.”“우리 설씨 집안의 주 사업 역시 부동산인데 왕씨 집안이 원하기만 하면, 그들의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것만으로도 우리 집안은 먹고 살 수 있어요.”설씨 어르신은
뭐?이렇게 좋은 일이?모두들 코웃음을 쳤다. 왕씨 집안이 바보인가? 이런 계약을 하게?설재석은 많은 사람들이 불신하는 얼굴을 보고 웃었다. 들고 있는 공문서 봉투에서 고급 서류를 한 장 꺼내어 테이블 위에 던졌다. “자, 계약서를 좀 보세요.”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에워싸고는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과연 계약서에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남원 신도시 기획의 한 구역 1000평은 설씨 가문에게 넘겨주었다. 상업 중심지를 제외하고 주거용 건물들도 있었다. 1000평의 프로젝트 사업을 할 수 있다면 설씨 가문의 재산은 최소 10배는 족히 넘기게 된다. 게다가 계약서에는 이것도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이번 합작에서는 설씨 가문이 51% 지분을 가지고 주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업이 실패하면 이 땅은 설씨 집안에 대한 보상으로 간주한다. 당연히 투자하는 과정에서 왕씨 가문은 땅을 내놓고 설씨 가문은 자본금을 책임져야 한다. 이 금액은 적지 않았는데 첫 지불 금액이 200억이 필요했다. 설씨 집안이 이 돈을 모으려고 한다면 아마 서울에 있는 산업을 모두 팔아야 할 것이다. 위험부담이 있긴 했지만 이쪽의 이윤은 엄청났다. 적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이 설레고 있었다.설씨 집안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빛이 번뜩였다. 설재석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버지, 제가 이번에 서울에 돌아와서 3가지 일을 하려고 해요.”“첫째, 제가 말씀 드린 것처럼 우리 설씨 가문이 남원에서 성공하는 거에요.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둘째, 저는 아버지가 하현을 싫어하신다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이번에 돌아왔을 때 반드시 은아와 하현을 이혼시킬 겁니다!”“셋째, 왕씨 가문의 왕정민 도련님은 아직 결혼을 안 하셨으니 만약 우리 설씨 집안이 이번 기회에 높은 지위로 올라갈 수 있다면 설씨 집안의 발전을 위해, 불리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할게요.” “뭐! 설씨 집안과 혼인관계를 맺겠다고!?”
“맞아요. 할아버지. 이건 큰 일이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해요. 한 가지 잘못으로도 판이 다 깨져버릴 수 있으니까요. 계약서 상으로 볼 때 우리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거 같아 보이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어요.”“남원, 거기는 사람을 잡아먹으면 뼈도 남지 않는 곳이에요. 수많은 일류 가문들도 발 붙이려다 뼈도 못 추리고 다 잡아 먹혔어요. 우리 설씨 집안이 무슨 수로 남원에 발을 붙일 수 있겠어요!”“일단 올인하고 나면 뒤로 물러설 구멍이 없어요. 실패하면 우리는 다 끝장이라구요!”설민혁이 경계하는 표정으로 먼저 나섰다. 일단 정말 이것이 실행되면 회장자리는 물 건너 가게 되니 그는 전혀 내키지 않았다. “할아버지, 저는 설씨 집안의 부사장이고 설씨 가문의 안위를 위해 고민을 해봐야 할 거 같아요. 이런 일은 한 두 사람이 가지고 온 프로젝트라고 해서 섣불리 결정할 수 없어요. 설씨 가족 모두의 의견을 모아서 익명으로 투표를 하는 게 어떨까요?”“아버지, 좋은 프로젝트인 거 알아요. 설씨 집안이 모처럼 이런 좋은 기회를 만났는데 만에 하나 이게 사기면 어떡해요? 셋째가 만난 사람이 왕씨 집안 사람인지 어떻게 알겠어요?”“만약 상대방이 설씨 집안을 생매장 시키려고 별의별 궁리를 다하다가 우리 재산을 다 팔아서 줬는데 그 계약서가 허위로 작성된 거면 끝이에요!”설동수는 지금 이때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자신이 설씨 가족을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설재석은 그 부자를 싸늘하게 힐끗 쳐다보았고, 그는 상대방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이 때 그는 벤틀리의 차 키를 돌리며 천천히 말했다. “아버지, 무슨 일이든 위험부담은 있어요. 우리 설씨 가문이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어떤 위험부담도 없는 건 아니잖아요?”“내가 듣기로 왕가네는 몇 년 동안 외부인과 한 번도 합작을 한적이 없다고 들었어요. 이번에 우리가 잡지 않으면 그 후로는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에요.”“남원에 발을 디딘 우리 설씨
“왕정민 도련님이 곧 내 사위가 되면 그가 설마 자신의 장인을 구덩이에 빠뜨리게 하겠어요?”설재석은 당당하게 말했다. “허, 사위?” 설지연은 머리를 한 번 치켜 올리며 비꼬는 얼굴로 말했다.“셋째 삼촌, 먼저 따님을 좀 보세요. 데릴사위랑 이혼을 한 다음 그 때 다시 얘기해요! 저는 삼촌이 꿈에서 깰 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무섭네요!”“너…”설재석은 설지연처럼 온몸을 부르르 떨며 거의 말을 잇지 못했다. “됐어. 다 우리 식구야. 떠들지 마!”설씨 어르신은 책상을 툭툭 치더니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밤새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이게 무슨 짓이냐!”“설재석, 하나 물어보자. 왕씨 집안이 우리 설씨 집안과 혼인을 맺으려는 게 사실이야?”설씨 어르신은 사색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설재석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틀림없어요. 당연히 진짜죠. 가짜일 리가 없어요!”“그럼 왕씨 집안이 지정을 했으면 누구하고 혼인을 맺으려고 하는 거야?”설씨 어르신은 이어서 말했다.설재석은 머뭇거리다가 계속 말했다. “아니요. 왕정민 도련님이 말하길 왕씨 집안이 설씨 집안과 혼인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지명한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엔, 제 딸이…”“안돼!” 설씨 어르신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은아는 하현하고 이혼할 수 없어!”비록 설씨 어르신이 왕씨 집안과의 관계를 중요시 여겼지만, 그는 겨우 이 데릴사위에 기대에 안씨 집안의 프로젝트를 따낸 일이 문득 떠올랐다. 지금 잠시 동안은 하현을 쓸어버릴 수 없었다. 왕씨 집안과 설씨 집안의 결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안씨 집안의 미움을 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왕씨 집안과 관계가 확정되면 데릴사위를 걷어찰 기회는 많다. 이 생각에 미치자 설씨 어르신은 계속 말했다. “왕씨 집안이 우리 설씨 집안의 혼인 상대를 정하지 않는 이상 그럼 잠정적으로는 설지연으로 하자. 우리 설씨 집안 세 명중에 결혼 안 한 사람
확신에 찬 화성봉의 말을 듣고 임단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금정개발이 파산하지 않고 번창할 수만 있다면 금정개발을 하현에게 넘겨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그리고 나천우도 이 일로 인해 상류사회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아마도 후방에서 뛰어난 책략을 펼쳐 큰 성과를 이룬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임단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여웅 그놈이 이 일로 득의양양해할 것을 생각하니 이 또한 달갑지 않았다.그놈은 어릴 때부터 임단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언젠간 임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다녔다.만약 몰아치는 그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다면 그놈은 더더욱 기고만장해질지도 모른다.아니면 소남 임 씨 가문을 직접 앞세워 이여웅을 직접 짓밟아 버릴까?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사소한 일에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임 씨 가문이 나서서 이여웅을 제압한다면 가문 쪽에서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않을까?은둔가 나 씨 가문을 이용하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포기한 방법이었다.은둔가가 은둔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쉽게 말하자면 은둔가는 모든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을 좋아한다.이렇게 직접 앞에 나서서 싸우는 일은 은둔가의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다.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임단은 자신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졌다.정말 이대로 이여웅 그 개자식의 오만한 얼굴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들 때문에 그녀는 점점 더 심난해져서 찻잔을 들어 단숨에 차를 들이켰지만 그만 찻물을 옷에 살짝 흘리고 말았다.순간 정신을 다잡은 임단은 주머니에서 아무렇게나 종이 한 장을 꺼내 흘린 찻물을 닦았다.“잠깐만요.”그때 가만히 있던 화성봉이 갑자기 큰소리로 말했다.“임 사장님, 움직이지 마세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얼른 임단의 앞으로 달려가 그녀가 들고 있던 종이를 뚫어져라 응시했다.그는 방금 어렴풋이 명당자리를
임단에게 있어 금정개발은 그리 큰 존재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자신의 실패로 인해 나천우가 상류사회에서 두고두고 입방아에 올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사업체를 향한 이여웅의 악의적인 공격을 막아야 했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임단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심장이 살짝 오그라 붙었다.그들은 나서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움츠러들었다.임단은 약간 실망한 듯 십여 명의 임원들을 쳐다보았다.평소에 높은 연봉과 보너스를 받으며 지내다가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입을 닫아 버린 것이다.정말 이렇게 쓸모없는 사람들일 줄은 몰랐다.이런 생각이 스치자 임단의 시선은 회사에서 새로 고용한 고문 풍수지리사 화성봉에게로 향했다.화성봉은 금정에서 명성이 매우 높았고 장천준과 황보동에 견줄 만한 풍수지리사였다.그는 자신의 이런 높은 지위로 일 년에 몇 번씩만 고위 관직들의 풍수를 봐주고도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 수 있었다.그가 금정개발의 수석 풍수지리사가 된 이유는 전임 수석 풍수지리사가 퇴직한 이후 아무도 대신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다가 은둔가 나 씨 가문의 많은 인맥을 동원해 겨우 화성봉을 데려온 것이다.이런 까닭으로 그는 비록 금정개발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위만은 상당히 높았다.임단은 공손한 얼굴로 화성봉을 바라보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화 대사님, 방법이 없을까요?”“임 사장님, 제가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방법이 없습니다...”“금정에서 시장에 나온 핵심 요지는 모두 진화개발이 가격을 올려놓았습니다.”“정말로 진퇴양난입니다.”“대체 부지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렵게 되었군요.”“요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침반만 들고 금정을 몇 바퀴나 걸었습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땅을 찾지 못했습니다.”말을 마치며 화성봉은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실제로도 그는 적잖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쓰레기 매립장에 손가락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이 땅을 차지하기만 한다면 우리 금정개발은 앞으로 분명히 번창해서 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게 될 거야.”하현이 이곳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나천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이 풍수 관상에 대해서는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땅을 보는 눈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이 땅은 이미 많은 풍수 대가들이 가 봤지만 쓰레기 매립지였기 때문에 풍수가 완전히 뒤틀리고 망가진 곳이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하현이 대충 위치만 보고 이곳을 개발한다면 분명 금정 부동산 업계의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하지만 하현이 자신들에게 베푼 은혜가 깊기 때문에 나천우도 털어놓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그렇게 하면 하현의 체면을 구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나천우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완곡하게 돌려 말했다.“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게 될 거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하현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간단히 말하자면 우리가 개발하는 주택 외에는 다른 어떤 집도 팔리지 않을 거라는 거야!”“다른 어떤 집도 팔리지 않는다고?”이 말을 듣고 나천우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하현이 아무리 기고만장하다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땅을 선정할 수 있는가?금정 부동산 업계를 휩쓸려면 쓰레기 매립장 부지 하나로 될 수 있겠는가?“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겠다니?! 하현, 야망이 너무 큰 것 같은데...”임단도 나천우와 마찬가지로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어이가 없는 듯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하현이 너무 허무맹랑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아무리 뛰어난 해외 개발업자가 지은 주택이라도 금정 부동산 업계를 휩쓸지는 못할 것이다.하현의 말은 너무도 순진하게 들렸다.순간 그녀는 하현에게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그녀가 이번에 하현을 찾아온 것은 그가 은둔가 형 씨 가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이여웅이 우리가 선택해 놓은 토지 가격을 올려놓은 이상 정부도 임의로 가격을 낮출 수는 없을 거야.”하현은 자신의 잔에 차를 따라 천천히 기울였다.“지금 우리한테 중요한 문제는 이번 위기를 어떻게 하면 말끔히 해결해서 이여웅의 음모가 물거품이 되도록 만드냐는 거야.”비록 금정개발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준 사업체이지만 자신에게 있어 이 일은 금정개발에서의 첫 사업이었다.그래서 하현은 조금 더 신경을 쓰기로 결심했다.그렇지 않으면 이제 손에 넣은 사업체가 완전히 망하는 꼴이니 얼마나 체면이 말이 아니겠는가?“우선은 이여웅이 금정개발을 전방 압박하는 모든 행위를 포기하게 만들어야 해. 관청은 이번 가격 인상 행위를 모른 척 눈감아 주는 거지. 그러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거야.”임단은 찻잔을 쥐고 있었지만 도저히 목구멍으로 차를 넘길 수가 없었다.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이 통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이여웅 같은 사람이 어렵게 이런 기회를 찾았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아.”“그럼 두 번째, 우리가 가능한 한 빨리 더 나은 장소를 찾아내는 거야. 심지어 금정개발의 평소 스타일에서 조금 더 변화를 줘서 더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거지.”“이렇게 하면 상대를 한 방에 누를 수 있어.”“문제는 현재 금정 핵심 지역 토지는 이미 임자가 다 있다는 거야.”“주인 없는 남은 몇몇 땅은 기본적으로 별로 위치가 좋지 않아. 오죽했으면 새들도 똥을 누지 않는다는 말이 다 나오겠어.”“다른 쪽을 물색하기도 쉽지 않아.”임단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물론 금정개발이 리조트, 호텔 등을 조성하는 등 그룹 전략을 수정할 수도 있어.”“문제는 그룹 전략을 수정하면 우리는 주택 시장을 그냥 상대에게 내주는 것과 같다는 거지.”“이건 도저히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이야.”말을 끝내며 자존심 강한 임단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새로운 부지를 찾아 새로운 상품을 만
하현은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금정개발의 수석 풍수사가 앞으로 어떤 부지를 사서 개발을 할지 도와줬고 그 모든 자료는 극비였단 말이지.”“하지만 이번에 이산들이 그 자료들을 유출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진화개발에 넘겨서 금정개발이 사려고 생각했던 토지의 가격을 인상해 놓았어. 그래서 지금 금정개발은 진퇴양난에 빠진 거로군.”“지금 금정개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어, 맞지?”“맞아.”나천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음침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오는 동안 전체 과정을 생각해 봤어.”“이전에 이여웅은 여러 차례 우리와 맞붙었지만 번번이 깨졌지. 이번에 이런 뻔뻔한 수법을 쓴 걸로 보니 여간 고심한 게 아닌 것 같아.”“우리 중 한 명이라도 부주의하게 행동하면 바로 삼켜버릴 심산인 거지.”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내뱉었다.“이여웅.”임단이 근심 어린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번에 소문을 듣자 하니 이여웅의 주도로 금정개발 경쟁자들이 모두 모였대.”“그들은 우리가 선택해 놓은 부지를 높은 가격으로 확보한 후 우리 금정개발의 반 가격으로 집을 지어 팔 생각이래.”“만약 그들이 정말로 이런 수법으로 밀어붙인다면 앞으로 우리가 지은 집은 팔리지도 않을 거야.”“비록 금정은행의 도움을 받아 운영을 할 수도 있고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우리 금정개발이 만약 명당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지금 지어 놓은 집들을 다 팔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팔 집이 없어지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거라는 점이야.”“이런 시장 환경이 2년 내지 3년만 지속되어도 우리 금정개발은 이 바닥에서 사라지게 될 거야.”나천우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 일 때문에 이 사람이 요즘 밤에 잠도 잘 못 자.”“하현 당신한테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해.”“이런 복잡한 상황에 놓인 금정개발을 당신한테 맡긴 게 되어 버려서 속상한가 봐.
장용호에게 자리를 맡긴 후 하현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장생전을 어떻게 함정에 빠뜨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그가 차를 몇 잔 따라 마시고 있을 때 나박하가 두 사람을 데리고 빠르게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자세히 보니 편안한 마음으로 후세를 생산하는 데 힘써야 할 나천우와 임단 부부였다.하현은 이전에 황보정이 가장 즐겨 앉았던 정자로 세 사람을 데리고 갔다.그들에게 차를 한 잔씩 따라준 뒤에야 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두 사람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한쪽에 앉아 있던 나박하는 풀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미안합니다.”하현은 급히 그를 일으켜 세우고 얼굴을 찌푸렸다.“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세 사람이 이렇게 찾아온 거야?”이 세 사람의 조합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이건 나박하 잘못이 아니야. 내가 사람을 잘못 쓴 거야.”온화하고 정숙한 분위기의 임단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금정개발이 나박하의 전 여자친구를 해고한 후 그 여자는 직업윤리를 무시하고 금정개발에 관한 자료를 모두 우리 경쟁자에게 넘겼어.”“이로 인해 몇몇 동업자들이 가격을 조정했어. 특히 우리 핵심 사업 단지 가격에 타격을 주어 가격 인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지.”“물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가장 중요한 것은 이산들이 우리가 이전에 고용한 최고 풍수지리사와 결탁하여 우리의 주택 설계도를 전부 팔아넘겼다는 거야.”“우리 금정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실용적인 디자인이었어. 방향도 좋아 채광이 탁월했고 공용 공간이 적어서 실면적이 훨씬 넓었지.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선택한 부지가 미래 가치도 아주 높은 명당이라는 거야.”“하지만 이산들이 이 모든 자료들을 팔아넘긴 후 우리 경쟁자들은 우리가 이미 선택해 놓은 토지 가격을 한껏 올려놓았어.”“그래서 우린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어.”“예전에 선택해 놓은 토지를 매입하자니 비용이 너무 높아.
신사 상인 연합회 무리들은 부리나케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이를 본 종여군은 넋이 나간 듯 멍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그들은 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들이 하현 앞에서 찍 소리도 못하고 굽신거리다니!“좋아! 돈도 받지 않고 이렇게 도와주러 오다니! 사람들 괜찮군!”하현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더 올 사람 없어? 있으면 또 오라고 해!”“여기 아직 사람이 부족하거든!”종여군은 바보가 아니다.이 광경을 보고 하현의 신분이 비범하다는 걸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그러니 하현의 말에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저렇게들 부리나케 달려가는 게 아니겠는가?종여군은 하현을 깊은 시선으로 쳐다본 뒤 부하들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가자!”칠팔 명의 사람들이 돌아서려던 찰나 하현이 입을 열었다.“뭐 하는 거야?”“당신들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야?”“함부로 와서 협박 섞인 말들을 잔뜩 퍼부은 것도 모자라 공사하는 데 방해를 하지 않나 죽여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질 않나!”“날 뭘로 보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하현은 차가운 미소를 보였다.“당신이 바라는 게 뭐야?”종여군이 이를 갈며 내뱉었다.“저쪽에 가서 사흘 동안 같이 일을 해야지. 그래야 이 일은 넘어갈 수 있겠어.”“내가 사람이 좋아서 먹고 자는 건 다 책임질게. 매일 16시간씩 열심히 일만 해주면 돼!”하현이 별일 아니라는 듯 가벼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하현의 말을 듣고 가뜩이나 결벽증이 있는 종여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몇몇 싸움꾼들한테 겁 좀 줬다고 나 종여군을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난 LS건축자재 사람이야!”“똑똑히 들어! 지금 떠나려는 내 앞길을 막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거야!”“참담한 결과?”하현은 웃으며 손
하현은 종여군의 말에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세상사를 많이 겪어보진 않았지.”“그래서 오늘 감히 내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려고.”“흥! 그럼 보여드리지!”종여군은 냉소를 흘리며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그때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뒤이어 오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개자식! 감히 내 사촌을 건드려?”“요즘엔 죽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얼뜨기들이 너무 맣아!”순간 누군가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며 나왔다.“이봐! 똑바로 말해 봐! 당신 뭐야?”“난 아무 배경도 없는 어중이떠중이는 건드린 적이 없었어.”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걸어 나왔고 그의 뒤에는 칠팔 명의 껄렁껄렁한 사람들이 뒤이었다.앞장섰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내가 누군지 알아?”“난 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이야!”“우리 형님이 누군지 알아? 바로 엄도훈이야!”“우리 형님한테 미움을 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비참하게 죽는 일 밖에 없어!”“당신이 조금이나마 내세울 명성이 있어서 날 좀 두렵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당장 저세상 문턱을 넘을 거야!”종여군은 이 말을 듣고 비웃으며 하현을 바라보았다.“어유 어떻게 해? 당신 이제 완전히 끝난 것 같은데!”“신사 상인 연합회? 엄도훈?”하현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에겐 눈길도 돌리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내 이름 알고 싶어?”“내 이름은 하현이야.”“헉!”이 말을 듣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치다 바닥에 넘어졌다.그리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일어섰다.“뭐? 하, 하현?!”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종여군 일행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떠올리며 방금 이억 운운하며 의기양양할 때와는 딴판으로 누구랄 것 없이 바로 무릎을 꿇었다.금정바닥을 휩쓸고 다닌 무리들은 방금 자신들이 거들먹거리던 일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하현은 선글라스
”동의?”하현이 웃었다.“당신은 LS건축자재 사람에 불과해. 그런데 왜 이러는 거지? 자기가 무슨 관청이라도 되는 줄 알아? 오지랖도 참 넓군!”“어디서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거야?!”종여군이 노발대발하며 한바탕 고함을 질렀다.“당신은 설마 이 바닥의 규칙도 모르는 거야?”“이 구역의 모든 인테리어와 자재 수송은 우리 LS건축자재와 계약이 되어 있어!”“인테리어를 하려면 누구나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우리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건축자재를 구매하고 인테리어를 한다면 계약을 위반한 거니 우리한테 처벌을 받아야 해!”“알아들었어?”여기까지 말하고 난 종여군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거만하게 지시했다.하현이 싸늘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이해할 수 없군. 내가 내 건물에 인테리어를 하는데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종여군은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예의상 곱게 말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저기 이봐. 정말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인 거야?”“내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잘 이해하도록 말했잖아?”“우리가 이 구역의 인테리어를 전담하고 있다고!”“우리 쪽에서 건축자재를 사서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잖아!”“그렇게 안 하면 벌금 이억을 내야 해!”“어떻게 할 거야? 당신이 선택해!”말을 마치자마자 종여군은 동료에게 눈짓을 하며 하현에게 건축자재 가격표를 던져주라고 일렀다.하현은 그것을 들고 한 번 쭉 훑어보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들 물건은 너무 비싸. 내가 직접 건축자재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열 배는 더 비싸군. 당신한테 안 살 거야!”“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그 벌금도 내지 않을 거고.”“여기 당신들 환영하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부탁인데 이만 가 줘!”“허! 세상 물정이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멍청이를 만날 줄은 몰랐네!”종여군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건축자재를 사지도 않고 처벌도 받지 않겠다?! 간덩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