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이렇게 좋은 일이?모두들 코웃음을 쳤다. 왕씨 집안이 바보인가? 이런 계약을 하게?설재석은 많은 사람들이 불신하는 얼굴을 보고 웃었다. 들고 있는 공문서 봉투에서 고급 서류를 한 장 꺼내어 테이블 위에 던졌다. “자, 계약서를 좀 보세요.”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에워싸고는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과연 계약서에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남원 신도시 기획의 한 구역 1000평은 설씨 가문에게 넘겨주었다. 상업 중심지를 제외하고 주거용 건물들도 있었다. 1000평의 프로젝트 사업을 할 수 있다면 설씨 가문의 재산은 최소 10배는 족히 넘기게 된다. 게다가 계약서에는 이것도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이번 합작에서는 설씨 가문이 51% 지분을 가지고 주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업이 실패하면 이 땅은 설씨 집안에 대한 보상으로 간주한다. 당연히 투자하는 과정에서 왕씨 가문은 땅을 내놓고 설씨 가문은 자본금을 책임져야 한다. 이 금액은 적지 않았는데 첫 지불 금액이 200억이 필요했다. 설씨 집안이 이 돈을 모으려고 한다면 아마 서울에 있는 산업을 모두 팔아야 할 것이다. 위험부담이 있긴 했지만 이쪽의 이윤은 엄청났다. 적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이 설레고 있었다.설씨 집안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빛이 번뜩였다. 설재석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버지, 제가 이번에 서울에 돌아와서 3가지 일을 하려고 해요.”“첫째, 제가 말씀 드린 것처럼 우리 설씨 가문이 남원에서 성공하는 거에요.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둘째, 저는 아버지가 하현을 싫어하신다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이번에 돌아왔을 때 반드시 은아와 하현을 이혼시킬 겁니다!”“셋째, 왕씨 가문의 왕정민 도련님은 아직 결혼을 안 하셨으니 만약 우리 설씨 집안이 이번 기회에 높은 지위로 올라갈 수 있다면 설씨 집안의 발전을 위해, 불리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할게요.” “뭐! 설씨 집안과 혼인관계를 맺겠다고!?”
“맞아요. 할아버지. 이건 큰 일이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해요. 한 가지 잘못으로도 판이 다 깨져버릴 수 있으니까요. 계약서 상으로 볼 때 우리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거 같아 보이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어요.”“남원, 거기는 사람을 잡아먹으면 뼈도 남지 않는 곳이에요. 수많은 일류 가문들도 발 붙이려다 뼈도 못 추리고 다 잡아 먹혔어요. 우리 설씨 집안이 무슨 수로 남원에 발을 붙일 수 있겠어요!”“일단 올인하고 나면 뒤로 물러설 구멍이 없어요. 실패하면 우리는 다 끝장이라구요!”설민혁이 경계하는 표정으로 먼저 나섰다. 일단 정말 이것이 실행되면 회장자리는 물 건너 가게 되니 그는 전혀 내키지 않았다. “할아버지, 저는 설씨 집안의 부사장이고 설씨 가문의 안위를 위해 고민을 해봐야 할 거 같아요. 이런 일은 한 두 사람이 가지고 온 프로젝트라고 해서 섣불리 결정할 수 없어요. 설씨 가족 모두의 의견을 모아서 익명으로 투표를 하는 게 어떨까요?”“아버지, 좋은 프로젝트인 거 알아요. 설씨 집안이 모처럼 이런 좋은 기회를 만났는데 만에 하나 이게 사기면 어떡해요? 셋째가 만난 사람이 왕씨 집안 사람인지 어떻게 알겠어요?”“만약 상대방이 설씨 집안을 생매장 시키려고 별의별 궁리를 다하다가 우리 재산을 다 팔아서 줬는데 그 계약서가 허위로 작성된 거면 끝이에요!”설동수는 지금 이때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자신이 설씨 가족을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설재석은 그 부자를 싸늘하게 힐끗 쳐다보았고, 그는 상대방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이 때 그는 벤틀리의 차 키를 돌리며 천천히 말했다. “아버지, 무슨 일이든 위험부담은 있어요. 우리 설씨 가문이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어떤 위험부담도 없는 건 아니잖아요?”“내가 듣기로 왕가네는 몇 년 동안 외부인과 한 번도 합작을 한적이 없다고 들었어요. 이번에 우리가 잡지 않으면 그 후로는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에요.”“남원에 발을 디딘 우리 설씨
“왕정민 도련님이 곧 내 사위가 되면 그가 설마 자신의 장인을 구덩이에 빠뜨리게 하겠어요?”설재석은 당당하게 말했다. “허, 사위?” 설지연은 머리를 한 번 치켜 올리며 비꼬는 얼굴로 말했다.“셋째 삼촌, 먼저 따님을 좀 보세요. 데릴사위랑 이혼을 한 다음 그 때 다시 얘기해요! 저는 삼촌이 꿈에서 깰 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무섭네요!”“너…”설재석은 설지연처럼 온몸을 부르르 떨며 거의 말을 잇지 못했다. “됐어. 다 우리 식구야. 떠들지 마!”설씨 어르신은 책상을 툭툭 치더니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밤새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이게 무슨 짓이냐!”“설재석, 하나 물어보자. 왕씨 집안이 우리 설씨 집안과 혼인을 맺으려는 게 사실이야?”설씨 어르신은 사색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설재석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틀림없어요. 당연히 진짜죠. 가짜일 리가 없어요!”“그럼 왕씨 집안이 지정을 했으면 누구하고 혼인을 맺으려고 하는 거야?”설씨 어르신은 이어서 말했다.설재석은 머뭇거리다가 계속 말했다. “아니요. 왕정민 도련님이 말하길 왕씨 집안이 설씨 집안과 혼인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지명한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엔, 제 딸이…”“안돼!” 설씨 어르신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은아는 하현하고 이혼할 수 없어!”비록 설씨 어르신이 왕씨 집안과의 관계를 중요시 여겼지만, 그는 겨우 이 데릴사위에 기대에 안씨 집안의 프로젝트를 따낸 일이 문득 떠올랐다. 지금 잠시 동안은 하현을 쓸어버릴 수 없었다. 왕씨 집안과 설씨 집안의 결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안씨 집안의 미움을 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왕씨 집안과 관계가 확정되면 데릴사위를 걷어찰 기회는 많다. 이 생각에 미치자 설씨 어르신은 계속 말했다. “왕씨 집안이 우리 설씨 집안의 혼인 상대를 정하지 않는 이상 그럼 잠정적으로는 설지연으로 하자. 우리 설씨 집안 세 명중에 결혼 안 한 사람
설지연과 눈빛을 교환한 설민혁은 일어서서 진지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왕씨 집안과 우리 설씨 집안과의 결혼을 정말 고민하고 계시다면 정말 한 번 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그는 설지연이 왕씨 집안과 결혼을 하면 설씨 집안이 남원에 발을 붙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쯤이면 안씨 집안의 프로젝트의 힘을 빌려 안씨 집안에 접근해 안수정의 사위가 될 수 있을 것이다!왕씨 집안과 안씨 집안의 지지를 받으면 결국 설씨 집안 말고 누구의 손에 넘어가겠는가?설지연은 이 때도 연기를 하며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 우리 남편 집안이 우리 설씨 집안과 합작을 하려고 하는데 그걸 놓치면 어떻게 해요!”방금 또박또박 반대를 하며 의연한 표정을 짓던 설지연은 표정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변하는지 책보다 더 빨리 뒤집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어쨌든 지금 왕씨 집안에 시집을 갈 수 있는 건 그녀였다.왕씨 가문은 제주의 일선 가문, 진정한 호족이다!이런 왕씨 가문과 비교해볼 때 설씨 가문은 정말 기준에도 못 미쳤다!이렇게 허영심이 많은 여자에게 이런 기회가 온 이상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지 놓칠 수 없었다. 설민혁과 설지연이 모두 동의한 걸 듣고 이 때 다른 설씨 집안 사람들도 눈을 마주치며 한 목소리로 동의하는 목소리를 냈다. 설은아가 설씨 집안의 재정을 장악한 이후 많은 설씨 사람들은 설씨 집안에서 돈을 벌지 못하고 하나 둘씩 고생을 하였는데 쉽지 않은 기회에 이제 설민혁이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그들이 이전 생활로 돌아가 심지어 이전보다 더 사치스러워질 수 있는데 그들이 어떻게 반대를 할 수 있겠는가?방금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설은아가 더 큰 권력을 얻을 까봐 두려워서 그랬던 것뿐이었다. 지금 설씨 어르신이 설은아에게 권력을 쥐게 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게 분명한데 어떻게 반대할 수 있겠는가?설은아와 사람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지금 신경 쓰는
설은아, 하현, 희정 이 세 사람이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설씨네 가족회의는 끝이 나버렸다. 만약 하현이 그 곳에 있었다면 그는 분명 왕씨 집안과 설씨 집안의 협력을 막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왕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왕씨 가문과 합작했던 사람들은 머리도 남지 않고 뼈까지 다 삼켜졌기 때문이다.……하현과 두 사람이 설씨네 별장 홀에 왔을 때 텅 빈 공간에 오직 설재석 혼자만 어두운 기색으로 앉아 있었다. “아버님……”“아버지……”“죽지도 않는 늙은이가 가족회의를 연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당신 혼자 있는 거야? 당신이 한 가지 일을 발표한다고 하지 않았어? 무슨 일이야?”희정은 지금 꽃단장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전에 설재석과 통화 할 때 그의 말투로 그가 지금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화장하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늦게 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늦게 온 것이 아쉬울 뿐이다. 설재석의 안색이 조금 창백해 보였고, 이때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사나운 짐승처럼 차갑게 희정을 한번 보고 또 설은아를 쳐다보았다. 제일 마지막으로 그의 시선은 하현에게 떨어졌다. 다시 그 성질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호통을 치며 말했다.“폐물! 빌어먹을 놈! 내가 남원에서 몇 년간 노력했던 것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어!”“하현, 내가 경고하는데 비록 지금 설씨 어르신이 너랑 은아를 이혼시키려 하지 않지만 너는 내 딸과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걸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해! 만약 네가 사람이 된다면 그때는 네가 자진해서 이혼을 하겠다고 해야 해!”설재석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내 딸은 애지중지하면서 자란 딸이야. 호족에게 시집을 가야지, 너 같은 폐인한테 시집을 가서는 안 된다고!”“너 말해봐. 네가 우리 설씨 집안에 온지 3년이나 됐는데 너를 어디에 써먹을 수 있겠나?”“너 먹는 거 말고! 자는 거
한밤중 서울은 매우 한산했다. 하현은 쫓겨났을 때 자신의 포르쉐를 타지 않았고, 그저 전기차를 타고 갔다.밤 10시가 넘어 회사 쪽에는 이미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경비원조차 없었다. 하현은 온 몸을 뒤져보고는 자신이 한 푼도 안 가지고 나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어 김겨울에게 전화를 걸었다. 슬기는 아직도 치료를 받는 중이라 어쩔 수 없이 불편하더라도 김겨울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의 휴식을 방해할 수밖에 없었다. 전화 맞은편의 김겨울은 지금 아파트에서 화장을 하고 있었다. 전화를 받는 순간 그녀는 흠칫 놀랐다. 전화를 사이에 두고도 그녀는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 “회장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뭐 지시하실 게 있으신가요?”하현도 약간 난처했으나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내가 오늘 잘 곳이 없는데 혹시 내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을까?”김겨울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잠시 후 얼굴이 빨개지더니 멍해졌다. 회장님이 뭔가 암시를 하는 건가?비서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고들 하던데 자신의 지금 직무는 비서와 같다. 근데 문제는 슬기언니도 자신에게 이런 부탁을 하진 않았는데 내가 이것에 응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김겨울은 생각이 뒤엉켜 죽을 지경이었다. 만약 하현이 결혼을 안 했다면 그녀는 자신에게 이런 기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랬겠지만 지금 하현은 가정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자신이 그의 결혼관계를 망가뜨리면 아마 수습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제 3자가 된다는 것은 김겨울의 오만함 정도로는 결코 받아드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 편에서 뒤엉킨 것이 마무리되지 않자 전화 맞은편에 있는 하현 역시 난처했다.“불편하면 슬기한테 전화하면 돼. 쉬는 거 방해하지 않을게…”김겨울은 잠시 망설이다 급히 말했다.“괜찮아요. 회장님. 괜찮으시다면 여기로 오셔서 쉬세요. 객실이 하나 더 있거든요.”“그리고 지금 시간이 좀 일러서 제가 지금 서울 청년 모임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는
종업원은 ‘피식’ 웃었다. 그는 하현을 위아래로 잠시 훑어본 후 가장자리에 있는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선생님. 당신이 운전하는 차를 한 번 보세요. 무슨 옷을 입고 있는 지도요. 그리고 여기에 주차된 차들은 어떤 차들인지 다시 한 번 보세요. 당신이 여기에서 돈 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우리가 여기서 하룻밤에 쓰는 돈은 당신이 평생 벌어도 안 되는 돈이에요.”“누구든 이 모임에 오려면 반드시 고급 차를 몰고 와야 하나요? 공용 전기차를 몰고 오는 게 어때서요?” 하현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 개인 클럽의 종업원조차 이렇게 사람을 깔볼 줄 알았다면 그는 자신의 포르쉐를 몰고 왔어야 했다. “동생아, 솔직히 말해봐. 너 잘난 척하고 싶지? 여기서는 여자를 꼬시려고 해도 어쨌든 너한테는 안 어울려!”종업원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는 개인 클럽이라 서비스도 미리 예약을 해야 돼. 네가 예약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해? 내가 예약할 자격이 없다고?”하현이 물었다. 종업원은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너 여기서 함부로 굴지마. 우리 클럽은 오늘 밤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어. 거기다 지위가 높으신 손님도 한 분 계시단 말이야!”“오늘 밤 여기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서울 출신이고, 엘리트들이야. 네가 이런 모임에 무슨 자격이 있어서 참여할 수 있겠냐?” 종업원은 노파심에 거듭 충고를 했다. 얼굴 가득 경멸하는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을 상대하자 하현도 할 말을 잃었다. 이러는 자기 자신도 빈궁한 출신이라 이런 일을 하고 있으면서. 너는 돈도 몇 푼 벌지 못하면서 사람을 얕잡아 보는 법을 배웠구나. 정말 기가 막힌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포르쉐 718 한 대가 들어왔다. “종업원, 너 장님이야? 빨리 주차할 자리 좀 찾아줘!” 누군가 차 안에서 고개를 내밀고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종업원을 향해 소리쳤다. 이 종업원은 지금
상대의 움직임을 느낀 하현은 몸을 옆으로 돌리며 동시에 뺨을 한 대 후려갈겼다. “짝!”쟁쟁한 소리에 이 젊은이는 어리둥절해 졌다. 그는 얼굴을 가리고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거의 주저앉을 뻔했다. “내가 말씀하시는데! 넌 뭐하는 자식이야! 감히 나한테 손찌검을 하다니! 너 같은 대리운전 기사가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넌 죽었어!”젊은이는 이를 갈고 화를 내며 욕을 퍼부었다.“너에게 호의를 베풀 테니, 더 이상 날 건드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보기 흉하게 죽여버리겠어.”하현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곧장 클럽을 향해 걸어갔다. 그 종업원은 얼떨떨했다.이… 이게 무슨 상황이지?이 대리운전기사가 감히 포르쉐를 운전하는 사람을 때리다니?살기 싫은가?그는 얼른 젊은이 쪽으로 다가가 물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괜찮아. 오늘 밤 반드시 어떤 놈에게는 큰 일이 생길 거야!”이 젊은이는 차가운 웃음을 연발했다. 오늘 밤 이 클럽은 이미 전세를 냈기 때문에 지금 클럽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도망 갈 수 없었다. 이때 그는 오히려 화를 내지 않고 차에 올라탔고, 종업원이 깜짝 놀라서 쳐다보는 순간 그 차는 하현의 전기차를 들이받아 날려버렸다. 종업원은 얼떨떨했다. 어떻게 된 거지?요즘 부자들은 돈 쓰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런 일까지 저지를 수 있을까? 이때 마침 BMW가 오더니 차를 세우고 포르쉐 쪽으로 다가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장영일, 너 무슨 일이야? 너 이 전기차를 받으려고 한 거야? 너 미쳤어?” ”대리운전 기사가 감히 내 주차자리를 뺏길래 그냥 날려 버린 거야.”장영일은 차갑게 말했다. “내가 가겠다면 가는 거지.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내 차가 낡아서 마침 바꿀 때가 됐는데 오늘 밤 그 사람한테 보상하라고 하면 되지 않겠어?”정영일은 시큰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은 웃으며 말했다. “전기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무슨 돈을 물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