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차려입은 남녀들을 바라보며 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국땅에서 자꾸 일을 벌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또 이런 볼썽사나운 사람들과 부딪힐 줄이야!“개자식, 공항에 있을 때는 내가 상대해 줄 시간이 없어서 그냥 놔뒀지 아주 용서해 준 줄 알아?”“일등석 탔다고 잘난 척하며 사람을 때려도 된다고 생각했어?”“잘 들어. 오늘 당신 엄청 재수 없는 날이야. 당신 이제 내 손에 죽었어!”예쁜 여자는 마치 이 세상을 창조한 사람인 것마냥 잔뜩 으스대며 하현을 노려보았다.흉악한 인상에 단발머리를 한 남자도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야! 당신이 내 여자를 언짢게 한 놈이야?”“내 여자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아직도 가시질 않고 있어서 내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어떻게 책임질 거야? 어?!”말을 하면서 단발머리 남자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짙은 구름 연기를 내뿜었다.오만방자하기가 하늘을 찔렀다.길을 지나가던 행인들도 흠칫 놀라 슬금슬금 피하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지나가던 사람들도 이들의 행동을 보고 뭔가 꺼림직하게 느낀 것이 분명했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들을 쓱 훑어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내가 기분 좋을 때 어서 꺼져!”“유후! 뭐라고? 꺼지라고?!”단발머리 남자는 헛웃음을 지었다.“감히 내 여자를 때리고 나더러 꺼지라고? 이런 네놈을 가만히 두고 어떻게 내 체면이 제대로 서겠어?”양유훤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이 장면을 가만히 지켜볼 뿐 아무 말도 없었다.그래도 단발머리 청년은 금세 양유훤의 존재를 알아차리며 눈을 번쩍 치켜뜨고는 군침을 흘리듯 이죽거리며 양유훤에게 다가왔다.“개자식, 보기와는 다르게 복은 많군!”“아주 부럽고 질투 나서 원! 퉤!”그러자 단발머리 남자는 대놓고 더러운 속내를 보였다.“결정했어! 이 여자야! 오늘 밤 내 별장에 데리고 와!”“며칠만 놀다 보면 완전히 단물 다 빠지겠지!”그의 뒤에 서 있던 몇몇 동료들은
하수진은 하현의 취향을 정확히 알고 있었으므로 잘 숙성된 보이차를 준비해 두었다.은은한 차 향기가 퍼지는 가운데 하현은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를 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비로소 온몸이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양유훤은 하현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지켜보다가 결국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하현, 이렇게 내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당신을 내가 갑자기 탐내서 덮치기라도 할까 봐 겁 안 나?”갑작스럽게 훅 치고 들어오는 여인의 암시에 하현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뭐라는 거야? 양방주, 난 당신을 내 형제로 생각하는데! 설마 당신이 날 덮치려고?”“당신이 그런 유혹도 못 참는다고?”“쳇!”양유훤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날 어떻게 해 보려는 남자들이 페낭에 얼마나 많은 줄 알아?!”“안타깝게도 난 그 사람들한테 눈길도 주지 않았어. 내가 반한 건 당신이거든.”“단호하게 말하건대 말이야.”“잘 들어.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기회는 다신 없어.”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냥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 안 되는 걸까?꼭 이렇게 민감하고 난감한 주제를 다뤄야 하는 건가?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와중에 양유훤의 핸드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핸드폰을 힐끔 쳐다보았다.채연이었다.채연은 양유훤에게 꼭 제시간에 갈 것을 반복해서 일렀고 꼭 혼자 갈 것을 신신당부했다.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참아야 한다고 일렀다.동시에 채연은 부문상의 배후가 페낭 무맹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듯 반복해서 말했다.그래서 그가 막무가내로 행동하더라도 절대 그와 맞서 싸우지 말 것을 세뇌시키듯 말했다.양유훤은 그녀의 말을 가볍게 받아넘겼다.페낭 무맹도 남양무맹도 강한 상대이긴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못 넘을 산은 아니었다.오히려 옆에서 듣고 있던 하현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양유훤, 채연이란 여자 정말 재미있군.”“브로커가 당신 일에 이렇게 신경을 쓰다니 말
”하긴, 페낭 무맹인 여영창의 씀씀이로 봐서 천억이라는 액수는 눈에도 안 차지.”“그러니 이번에 가장 잘 처리해야 할 사람은 결국 부문상이야.”양유훤은 핸드폰을 뒤적거리다가 자료를 하나 꺼내 하현에게 건넸다.“내가 이미 파악해 둔 부문상이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야.”“그는 공명심이 강한 사람이야. 그 외에 먹고 마시고 도박하고 여자 놀음하는 데도 아주 취미가 많지.”“외지에서 온 여성 관광객한테 아주 흥미가 많다나 봐.”“섬나라 사람이든 미국 사람이든 인도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아주 관심이 많대.”“대하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양유훤은 하현을 쳐다보며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말을 이었다.“전에 페낭으로 여행 온 대하 여자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건드렸다가 그 여자의 인생을 완전히 망쳐 놨지.”“결국 강직한 성격인 여자는 바다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여자 가족들이 페낭에 와서 직접 관청에 신고를 할 정도로 파장이 컸어.”“하지만 이 일은 결국 여영창의 손에 넘어가 처리되었지.”양유훤의 눈에 찬 서리가 가득 고였다.“그 일로 부문상은 자신이 페낭의 밤의 황제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정말 상대도 하기 싫은 사람이야.”하현의 눈 속엔 파렴치한에 대한 분노로 한기가 흘러넘쳤다.“그런데 그놈은 파렴치한 짓을 많이 저지르면 반드시 자멸한다는 이치도 모르는 건가?”양유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만약 부문상 같은 사람들이 그런 이치를 믿었다면 아마 일찌감치 부처님 앞에 향을 피우고 절을 올렸겠지, 안 그래?”“우리 가문은 남양 3대 가문이라고 불려. 내가 그 가문 명패를 내걸고 있는데도 부문상은 천억이라는 부채를 상환하지 않고 있어.”“다른 집안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와 같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기회조차 없었을 거야!”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생각에 잠긴 후 핸드폰을 꺼내 원청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7시가 가까워 오자 하현과 양유훤은 함께 집을 나섰고 차를 타자마자
”좋아, 좋아!”“아주 쓸 만한 여자군!”부문상은 앞에 놓인 태블릿을 집어 들었다.태블릿 화면에는 양유훤의 사진들로 가득했다.그는 한 장 한 장 뒤적거리며 음흉한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듣자 하니 양 씨 가문 이 아가씨는 계속 해외에서 공부했다고 하던데 아직까지 누구의 손도 타지 않았다고? 흐흐, 좋아. 아주 좋아!”“내가 최근에 운이 좀 안 좋아서 기분이 꿀꿀하던 참이었는데 오늘 마침 아주 싱싱한 꽃망울을 건드리게 되었군! 흐흐!”“너무 좋아! 하하!”말을 하면서 부문상은 레드 와인 한 병을 열어 한 모금 벌컥 마신 뒤 상기된 얼굴을 한 채 혀끝으로 입가를 쓱 훑었다.채연은 간드러지게 웃으며 파랗고 작은 알약 몇 개를 쥐어서 부문상에게 건네주었다.“부 사장님이 기쁘시다니 저도 아주 기쁩니다. 이건 인도 쪽에서만 있는 귀한 물건이에요. 오늘 사장님 백전백승하셔야죠!”부문상은 껄껄 웃으며 손을 뻗어 채연의 얼굴을 조몰락거렸다.“아주 센스가 좋군! 센스쟁이야!”“걱정 마. 오늘 이 일이 잘 성사되면 내가 약속한 돈은 한 푼도 빠짐없이 줄 테니까.”채연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외쳤다.“고맙습니다, 사장님!”“끼익!”바로 그때 룸의 문이 열렸다.문이 열리는 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룸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부문상도 말을 멈추고 잔을 움켜쥐며 자신도 모르게 문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도대체 누가 감히 겁도 없이 문을 열어젖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예전에 부문상이 한번 놀러 왔을 때도 이런 비슷한 일을 겪었었다.술에 취한 젊은이가 룸으로 달려와 술주정을 부렸다가 부문상의 발길질에 바로 병원으로 실려갔다.그런 경험이 있었던지라 룸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시선을 모으고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오늘은 또 어떤 남자가 여자한테 흥분해 침을 질질 흘리고 있을지 잔뜩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은 눈앞에서 재미난 구경거리를 볼 생각에 들떠 있었다.이런 볼거리도 없으면 인생
부문상은 직접 입을 열지는 않고 옆에 있던 여자에게 주무르라는 듯 다리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그러고는 태연스럽게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켜고는 신이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경호원들도 팔짱을 낀 채 양유훤과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도대체 이 남녀가 어떤 뒷배를 가졌길래 부문상 앞에서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건지 어디 한번 보자는 심산인 듯했다.“개자식!”부문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장발의 청년이 앞으로 한 발짝 내디디며 하현을 가리키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부 사장님이 한번 보자고 하시는데 남자를 데리고 와?”“어서 이 남자 보내! 당장!”“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나중에 원망해도 소용없어!”장발의 청년이 입을 열자 그의 동료들은 모두 사나운 미소를 입가에 내걸며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하현이 물러나지 않으면 당장 혼내주겠다는 협박이었다.하현은 이 사람들을 힐끔 쳐다보며 싱긋 웃어 보이다가 입을 열었다.“양유훤, 보아하니 오늘 밤 이 사람들이 당신과 협상할 준비가 안 된 모양인데?”“날 임시 경호원으로 너무 잘 고용한 것 같아, 그렇지?”“이따가 부문상을 당신 앞에 무릎 꿇리게 만들까?”양유훤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어, 부탁할게. 하현 경호원!”하현과 양유훤은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상대를 도발하고 있었다.장발의 청년은 자신이 엄청난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이 개자식! 감히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부 사장님 앞에서 어디 함부로 허세를 부려!”“살기가 아주 지겨워 죽겠어?”“이봐!”“어서 손발부터 부러뜨려!”채연을 비롯한 일행들이 모두 고소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경호원들이 소매를 걷어붙이는 광경을 지켜보았다.장발의 청년은 탁자 위에 놓인 맥주병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이 모습을 본 몇몇 예쁘장한 여자들은 그의 거침없는 기세에 반쯤 넋이 나간 눈빛이었다.그녀들이 보기에도 양유훤은 아주 예쁜 얼굴이었다.그런데 제대로 된
부문상은 지그시 실눈을 뜨고 눈앞에 서 있는 하현의 모습을 쳐다보았다.마치 곧 죽을 사람의 마지막 발악을 지켜보듯 느긋한 시선이었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하현이 먼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내 손발을 부러뜨리고 여기서 못 나가게 한다고? 당신이 그럴 자격이 있어?”자격이 있냐고?이 말에 채연과 몇몇 예쁜 여자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어디서 굴러온 건지 근본도 모르는 새파란 놈이 세상 물정 모르고 떠들어 대는 말이라니!어디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 건가?어디서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거야?부문상 앞에서 이렇게 호기롭게 굴다니!“이봐, 당신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짓 그만해. 나중에 우리를 원망하지 말고.”장발의 청년은 냉소를 흘린 후 술병을 든 채 하현을 가리켰다.“저놈을 해치워!”경호원 셋이 냉소를 흘리며 하현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와 하현의 손발을 부러뜨리려고 했다.그러나 하현에게 다가오자마자 경호원들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이 이미 한 걸음 내디뎌 손바닥으로 그들의 뺨을 후려갈긴 것이다.맨 앞에 서 있던 사람은 피할 겨를도 없이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었다.뇌가 먼저 반응했지만 몸이 빠르게 반응하지 못했던 것이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은 눈앞이 완전히 캄캄해졌다.그리고 그의 육중한 몸은 날아가 벽에 부딪혀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이에 그치지 않고 하현은 계속해서 손바닥을 날렸다.그러자 나머지 두 명의 경호원도 순식간에 바닥에 널브러졌다.채연을 비롯한 예쁜 여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채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잠시 후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부 사장님, 사장님 경호원들이 당했어요!”하현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티슈를 꺼내 무덤덤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닦았다.그의 몸놀림을 본 사람들은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몇몇 여자들은 놀란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하현이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부문상은 냉소를 흘리며 손가락을 뻗어 하현을 가리키며 광기를 드러내었다.“남양 사람도 아닌 자가 남양에서 갖은 위세를 떨치다니! 참 우습군!”“주먹 좀 날릴 줄 알고 몇 명 쓰러뜨렸다고 당신이 아주 대단한 줄 알아?”“유치하게 굴지 마!”“우리 페낭 땅에서는 말이야. 내가 당신을 때리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당신이 감히 날 때리는 건 법에 저촉되는 일이야!”“당신의 이런 행동 때문에 결국 당신은 감옥에 가게 될 거야!”“내가 좋은 말로 충고 하나 하지. 이후에는 절대 주먹을 쓰지 않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치며 부문상은 손뼉을 치며 누군가를 불렀다.그의 동작에 문이 스르륵 열리면서 수십 명의 남자들이 몰려왔다.가죽옷을 입은 짧은 머리 여자가 부문상에게 곧장 다가왔고 차가운 눈빛으로 하현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이 사람들이 나타나자 부문상은 더욱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당신의 그 패기를 봐서 내가 기회를 주겠어.”“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손을 부러뜨려. 그리고 양유훤은 나한테 넘겨.”“아니면 내가 당신의 사지를 부러뜨려 저 태평양 바다에 물고기밥으로 던져버릴 거야!”“부 사장님,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습니다.”짧은 머리의 여자가 하현에게 눈을 흘기며 냉랭하게 웃었다.“전 이런 생고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놈을 저에게 주시면 사장님께 덤벼든 결과가 어떤 건지 호된 맛을 보여주겠습니다.”“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을 만큼 호되게 꾸짖어 주겠습니다.”분명 이 가죽옷을 입은 여자는 부문상의 제1 경호원임에 틀림없었다.기세가 대단할 뿐만 아니라 심보까지도 잔인하기 그지없었다.하현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고 그녀는 진작부터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그녀는 자신이 하현을 발로 걷어차기만 한다면 하현이 당장 무릎 꿇고 두 손을 싹싹 빌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은 이 여자를 담담한 눈길로 쳐다보았다.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에
”부 사장, 당신 부하들은 나한테 안 된다고 했잖아!”하현은 싱긋 웃으며 오른손에 힘을 주었고 날카로운 칼끝이 부문상의 목을 파고들어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순식간에 일어난 하현의 재빠른 동작에 부문상은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졌다.소리 없이 미소 짓고 있던 양유훤도 하현의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때 사방에 있던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하나같이 흉악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개자식! 너 죽고 싶어?!”“어서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네놈을 죽여버릴 거야!”“부 사장님을 협박하다니! 간이 배 밖에 나왔어?!”지수는 부메랑처럼 꼬부라진 남양칼을 손에 들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개자식! 내가 경고하는데 만약 부 사장님한테 조금이라도 상처가 난다면 네놈을 산산조각 내버릴 거야!”“상처?”하현은 눈꺼풀을 살짝 들썩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고 망설임 없이 부문상의 얼굴을 후려쳤다.“이것도 상처를 낸다고 할 수 있는 건가?”“퍽!”“이건 어때?”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손에 힘을 점점 더 주었다.이번에는 그의 칼끝이 부문상의 대동맥에서 불과 한 치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곳까지 들어왔다.“자, 덤벼 볼 테면 덤벼 봐!”“당신들이 감히 움직인다면 내가 당신들 사장님을 먼저 보내줄 테니까 어서 덤벼 보라고!”지수는 이을 악물고 눈꺼풀을 펄쩍였지만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춰 서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또 우리 사장님을 해친다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 줄 거야! 각오해!”“됐어! 헛소리는 그만하고 어서 물러서.”하현은 손을 뻗어 부문상의 얼굴을 툭툭 쳤다.부문상의 수많은 경호원들을 상대하면서도 하현은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고 여전히 매서운 아우라를 풍겼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덤비다니? 뭘 하려는 건데? 날 겁주겠다는 거야?”“만일 내가 당신들의 행동에 놀라서 실수로 칼을 삐끗하기라도 한다면 당신들의 귀한 사장님은 오늘 여기서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