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난 용문대회 도 대회 우승자입니다!”“인도인에게 진 적도 없어요!”“내가 출전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 줘야 하지 않습니까?”하현은 마음에 품었던 의혹을 제기했다.특히나 인도인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설명을 요구한 것이다.조가흔은 하현을 곁눈으로 쳐다보며 차갑게 웃었다.“하현,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당신이 도 대회 우승한 거 맞아. 실력도 아주 출중하지. 기대해도 좋을 정도로.”“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지금 당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거야.”“믿을 수 없는 사람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내보내는 건 우리 방식이 아니야. 그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이 기회를 양보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그럼 모두들 걱정도 덜 할 테고.”“날 신뢰하지 않는다고?”하현은 눈꼬리를 가늘게 움츠린 후 말을 이었다.“조 대표가 제대로 설명을 해 줄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군.”조가흔이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도대체 당신은 왜 생각이 없는 거야?”“미안하지만 난 정말 모르겠어. 그러니까 내가 충분히 설득할 만한 이유를 댄다면 기권할게!”하현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말했다.“날 설득하지 못하면 당신은 나한테서 멀리 사라져 줘야 할 거야!”“용문의 일은 당신이 결정하는 게 아니야!”“뭐?”하현이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쏘아붙이자 조가흔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난 원래 손 부문주의 체면을 봐서 얼굴 붉히지 않고 물러설 여지를 남겨두려고 했었어!”“하지만 하현 당신이 고집을 꺾지 않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대드니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나중에 날 원망해도 소용없어!”“어젯밤 브라흐마 로샨을 만났지?”하현이 당당하게 대답했다.“맞아.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만난 일은 이미 용문에 다 보고했어.”“인도인을 대표해 날 매수하려 왔지만 단칼에 거절했지. 그게 뭐가 문제가 된다는 거야?”손엄명은 좋지 않은 안색을 보이며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이 확실히 보
조가흔이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하현, 우린 당신이 직접 인도인한테 돈을 받았다고 말하지 않았어.”“외부의 적과 내통해 대하를 배신했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어쨌든 우리는 당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그러니 당신도 우리를 이해해 줘야 해. 안전을 위해 우리가 당신을 출전시키지 않는 것은 당연해!”“생각해 봐. 당신이 브라흐마 로샨과 만난 이후 남선 일행이 의식을 잃었고 당신 계좌에는 이천억 달러라는 거액이 입금되었어!”“길거리에 지나가는 아무나 잡고 물어봐! 이런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대승적 차원에서 오늘은 당신이 출전하지 않는 게 좋겠어!”“모든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우리에겐 아직 출전하지 않은 선수가 14명이나 있어. 그들이 인도의 상대가 되지 못하더라도 닷새는 버틸 수 있어.”“그동안에 우리는 충분히 조사를 마칠 수 있을 거야.”“하현, 우린 지금 당신한테 부탁을 하는 게 아니라 명령하는 거야.”“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우린 관심없어. 우린 단지 남선 일행이 독살을 당한 일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야.”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진실을 원한다면 황소군한테 물어봐. 그가 다 알고 있을 거야!”“뭐라고?! 어젯밤에 황금궁 별장에 가서 당신이 소란을 피운 일을 우리가 모를 것 같아?”조가흔의 얼굴이 살짝 비틀어졌다.“이 일 때문에 황금궁의 황지군한테 아침 일찍부터 전화가 왔었어!”“하지만 그는 내 체면을 봐서 당신을 귀찮게 하지는 않았어!”“그런데 뭐? 황금궁 사람을 찾아가서 물어보라고?”“하현, 당신이 브라흐마 로샨과 만난 후에 일어난 일을 두고 황소군한테 누명을 뒤집어씌울 셈이야? 그걸 우리가 믿을 거라고 생각해?”“당신 실력이 대단하건 말건 지금은 그런 것을 논할 필요도 없어. 어쩌면 우리 14명의 선수들이 이번에는 부끄러움을 알고 분발해서 용감하게 인도인들을 뭉개버릴지도 몰라.”“그렇게 되면 무성 도 대회 우승자 따위
구양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무성에 재산이나 가족이 얼마나 많은지 이 사람들이 알아낼 수 없었을까요?”“인도인이 이천억에 날 매수한다구요?”“말도 안 되죠!”“브라흐마 커크를 없앴던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어떤 시각으로 보든지 간에 내가 그들의 복수를 아무리 두려워할손 치더라도 인도인들은 감히 날 매수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 거예요.”“그래서 매수하려던 수작은 그냥 음모일 뿐이에요.”“내가 출전하는 게 위험하다고 딱 잘라 막아버리는 건 분명 뒤에서 누군가가 날 눌러버리려고 하는 수작일 뿐이죠.”“특히 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이 인도의 젊은 실력자들을 휩쓸고 나니 인도인들의 실력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걸 알았겠죠.”“한편으론 내가 용문대회 최종 우승자가 되어 용문 문주의 강력한 후보자가 되는 게 싫었을 것이고.”“또 한편으론 나머지 14명 중에 그들이 심어 놓은 사람들이 있는 거죠.”“그들이 심어 놓은 사람이 혹시 기세를 몰아 우승한다면 그들 사람이 용문 문주 후계자가 되는 거니 그들에게도 많은 이익이 돌아가지 않겠어요?”“인도인들이 날 매수했다는 건 핑계에 불과해요.”“기세를 몰아 날 억압하는 게 진짜 목적이죠.”구양연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하현, 자네 말이 맞아.”“곧 출전할 사람 중에 손정하라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손엄명 부문주의 조카야.”“그리고 또 다른 조 씨 성을 가진 사람은 서북 조 씨 가문 사람일 거야.”“그렇게 보니 확실히 그들은 자네를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사람들을 자리에 앉히고 싶었던 거야.”“이번에 누가 가장 큰 공을 세우느냐에 따라 용문 문주의 강력한 후보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특히 현재 세 명의 젊은 실력자들이 의식을 잃고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거지...”“용문 문주 강력한 후보자라면 권세가 높고 미래의 4대 초
말을 마친 하현은 결전이 이뤄지는 그 자리를 훌쩍 떠났다.조가흔 일행이 반쯤 죽어나가는 것도 그에게 있어서는 그리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다.적어도 그동안은 남선 일행을 구할 시간을 버는 것이기 때문이다.변약수는 이상한 독약이다.독약이라고 하기도 애매했다.세 사람을 잠에 빠뜨려 그냥 잠재운 것이다.그날 그 까칠한 여자의 손가락이 하룻밤 동안 변약수에 담겨 있었다고 해도 그 손가락에 독이 스며든 양은 아주 제한적일 거라고 하현은 추정했다.하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궁리를 할 시간이 없으니 하현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남선 일행을 살릴 수 있는지 없는지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한편 그는 루돌프 팀에게 세 사람의 위세척을 지시한 후 세 사람에게 링거를 달아 주었다.그리고 그는 직접 손을 써서 몸에 있는 특별한 혈에 손을 대어 그들의 왕성한 생기를 북돋아 주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낮시간이 금방 지나갔다.하현은 몸이 조금 피곤해서 남선 일행이 있는 방에서 잠시 나왔다.그때 결전장에 남아 있던 진주희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사실 전화를 받든 받지 않든 그는 이미 결과를 짐작하고 있었다.오늘 세 경기를 위해 조가흔과 손엄명은 자신들이 엄선한 선수를 내보냈지만 결국 브라흐마 로샨과 다타 구쉬에게 맥도 추지 못했다.세 번의 경기를 모두 져서 용문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그리고 반대로 인도인들은 대하를 완전히 제압했다고 아주 기세가 등등해졌다.하현은 전화를 끊은 후 인터넷에 떠도는 각 방면의 여론을 살펴보았다.인터넷은 아주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어떤 사람들은 용문 쪽에서 천 리 밖을 내다보는 전략을 짜서 일부러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내보냈고 그들이 경험을 쌓을 때까지는 실패하더라도 상관없다고 말했다.어떤 사람들은 남선 일행이 용문과 사이가 틀어져서 큰 이익을 요구했을 것이고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출전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또 다른 사람들은 아마 용문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있을 거라며 이
불과 한 시간 만에 하현은 시궁창을 전전하는 쥐만도 못한 신세가 되었다.국술당 입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고 썩은 채소 잎과 썩은 달걀들이 곳곳에 버려졌다.만약 만천우 쪽에서 즉시 많은 경찰들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아마 국술당은 벌써 폭파되었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조치도 하현이 욕을 먹고 만신창이가 되는 것은 막지 못했다.사람들은 하현을 대하에서 내쫓거나 스스로 떠나거나 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나흘 동안 계속된 실패의 모든 책임은 하현에게 던져졌다.욕을 먹던 도 대회 우승자 십여 명은 오히려 진정한 영웅이라고 추켜세우는 사람도 생겼다.그들은 자신들이 브라흐마 로샨 일행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심지어 하현이 남선 일행을 해하려 했다는 걸 의심하면서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서서 싸웠다!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영웅 중의 영웅이다!남궁나연과 조남헌 등은 이에 분노하며 인터넷상에서 사람들과 온라인 설전을 벌였다.하지만 두 사람이 상대하고 있는 것은 수없이 많은 대중들이었다.도저히 감당해 낼 수 없는 싸움이었다.그들이 고군분투했지만 들끓어 오른 민심을 바꿀 수는 없었다.설은아와 설유아도 조심스럽게 하현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냐고 물었다.하현은 몇 마디 건성으로 그녀들을 안심시키고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각별히 몸조심하라고 일렀다.오히려 최희정은 하현의 신변은 안중에도 없고 정말로 인도인들이 미화 이천억 달러를 주었는지 물었다.만약 그렇다면 인도인들이 이랬다저랬다 할 수 있으니 만전을 기하기 위해 자신에게 맡겨두라고 말했다.하현은 또 한 번 최희정의 뻔뻔함에 혀를 내둘렀다.하지만 그는 이런 감정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사이버 폭력에 일일이 대응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그가 나서서 인도인들을 제압하기만 하면 인터넷상의 이런 비난은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하현은 자신이 이제 출전할 때가 되었는
석수혜는 눈을 가늘게 뜨고 뒤를 쳐다보았지만 별다른 말은 없이 대열을 이끌고 국술당 안으로 발을 들여놓더니 기세등등하게 걸어갔다.예쁜 두 여제자가 그녀의 곁에 서서 하현에게 시선을 돌린 다음 그를 가리켰다.“바로 저 사람입니다. 저 사람이 하현이에요!”“우리 후배와 다른 어린 두 사람을 독살한 자가 저 사람이에요!”“그 때문에 우리 용문이 이번 국전에서 체면을 완전히 구겼구요!”“내일 대결에서 또 지면 우리 용문은 국가의 적이 되는 거예요!”“그 장본인이 바로 저 자식이라구요!”전당의 여제자들은 모두 하현을 가리키며 한바탕 비난을 퍼부었고 이를 갈며 하현을 못 뜯어먹어 안달 난 승냥이처럼 으르렁거렸다.사람들은 하현이 비난받는 모습을 보고 꼴좋다며 혀를 끌끌 찼다.하현이 감히 외부의 적과 내통하고 나라를 팔아 개인의 부귀영화를 꾀하려 하더니 저런 말을 들어도 싸지!원래 질서 유지를 위해 현장에 왔던 경찰 수사팀장조차도 눈만 꿈뻑거리며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커다란 홀 안에서 모든 시선들이 하현에게 쏠린 가운데 하현은 태연스럽게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석수혜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그는 원래 용문 고위층이 자신을 귀찮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천심낙의 선배가 먼저 올 줄은 몰랐다.그런 점에서 이 석수혜라는 여자는 대범하고 강단이 보통이 아닌 것이다.적어도 원수 앞에서 제대로 반기를 들어 손을 쓸 생각을 했으니!다른 사람들처럼 인터넷의 익명에 숨어서 헐뜯고 비난하며 실제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나았다.“재미있군!”하현은 석수혜에게 던졌던 시선을 다시 찻잔으로 모은 뒤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차를 마셨다.이런 하현의 모습을 보고 석수혜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내 냉정한 얼굴을 되찾았다.“당신이 아무리 용문대회 무성 우승자라고 해도 우리 전당 앞에서 센 척하는 건 너무 유치한데!”“용문을 안다면 적어도 내외 팔당의 신분과 지위가 서른여섯 개 지회보다는 높다
천심낙을 위해 날뛰는 전당의 여제자들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 하현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천심낙을 위해 나서는 것도 좋은 일이다.적어도 젊고 기력이 왕성하다는 것은 인정할 만했다.하지만 이렇게 쉽게 이용당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은 석수혜와 그녀의 사람들이 아직 너무 어리석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하현의 얼굴에 희미하게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도는 것을 알아차린 석수혜는 안색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그녀는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서 입을 열었다.“하현, 만약 당신이 무성에서 죽고 싶지 않다면 모든 것을 분명하게 털어놓는 게 좋을 거야!”“우리 전당을 만족시킬 만한 설명이어야 할 거라고!”“그렇지 않으면 평생 무성을 벗어나지 못하게 할 거야!”“내 말 잘 들어. 우리 전당이니까 이 정도로 예의를 갖춰서 말을 하는 거야.”“암당이나 외오당 같았으면 벌써 당신의 얼굴을 잡아 뜯었을 거야!”“그러니 우리가 당신한테 이렇게 해명할 기회를 주는 것에 감사해야지! 알아들었어!”“하지만 우리 전당이 당신한테 기회를 준다고 해서 당신이 우리 앞에서 거드름을 피워도 좋다는 뜻은 아니야!”“우리 전당의 이런 호의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귀머거리인 척 벙어리인 척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각오해! 절대 봐주지 않을 테니까!”“그러니 얼른 무릎 꿇고 설명해!”“이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영영 기회는 없어. 우리가 무자비하다고 탓하지나 말라구!”석수혜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져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자신의 타고난 신분으로 지금까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상대는 항상 고분고분했다.게다가 그녀는 하현에게 이렇게 많은 기회를 주었으니 자신이 참을성이 한없이 좋다고 여겼다.그런데 하현 이 개자식이 시종일관 차만 마시며 히죽거리고 있다니!이게 말이 되는가?전당을 뭘로 보고 이런 행동을 한단 말인가?전당의 위신이 떨어진 걸까?아니면 외부의 적과 내통한 이놈이 눈에 보이는 것이
하지만 남궁나연은 이 여자를 무시하고 하현의 곁으로 다가와 그에게 차를 따랐다.“이것들이! 지금 우리 말을 못 알아듣는 거지?”여자도 분노에 찬 얼굴로 말했다!전당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얘기하는데 감히 무시해?허리가 굽도록 굽신거려도 모자랄 판에 지금 누구 얼굴에 자꾸 생채기를 내려는 것인가?여자는 눈썹을 찡그리며 갑자기 석수혜에게 말했다.“이 여자는 황금궁 외문 제자인 남궁나연이에요. 이놈의 보디가드인 셈이죠!”“남궁나연?”석수혜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전설의 그 황금궁 외문의 실력자?”“좋아. 아주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군. 감히 하 씨 저놈의 편을 들다니! 같이 죽고 싶은 거지?!”“하현!”남궁나연은 석수혜가 말하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에게 차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방금 확인했습니다. 이 자들은 충동적으로 쳐들어온 거예요. 배후에는 누구의 지시도 없었습니다.”“전당 당주 쪽에서는 아직 이 일을 모를 거예요.”“이들도 자기 후배를 위해 나섰고 충동적이긴 했지만 잘못한 거라고는 볼 수 없어요.”“그러니 그냥 가라고 하고 끝내시죠.”남궁나연이 하현을 설득하며 나섰다.석수혜 일행이 천심낙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단지 사람들의 속임수에 속아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을 하현이 관대하게 봐주길 바랐던 것이다.하현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배후에서 누가 시킨 적도 없고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이니 여기서 그만하지.”“어서 저 사람들을 정리해!”“예!”남궁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서 차가운 표정으로 석수혜 일행을 쳐다보며 말했다.“하현께서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하시니 이만 물러가!”석수혜는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들썩였다.“개자식! 우리가 누군지 알기나 해?”“우리한테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물러가라고? 흥!”“당신이 뭐라도 돼?”“똑똑히 들어.”“이렇게 큰 무성에서 용문 집법당 사람만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