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씨네 별장. 설씨 어르신은 맨 위의 자신의 자리에 단정히 앉았다. 그 자리는 마치 왕좌와 같았다. 그 자리는 그의 위엄과 권력을 대변했다. 설씨 집안은 정말 2류 가문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정말 설씨 집안 한 사람 한 사람을 귀족이고 상류층이라고 생각했다.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규칙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의자 하나를 놓고 3, 6, 9 등분으로 배분해서 앉으니 너무 웃겼다. 희정은 설씨 어르신이 화를 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하현에게 호통을 쳤다.“하현! 너 빨리 올라와서 할아버지께 인사 안 해! 어르신이 뭘 가리키시는 지 좀 봐!”“어르신, 설민혁을 곤경에서 빼내주시려고요?”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하현, 너 솜씨가 대단하구나. 배짱도 만만치 않고!”설씨 어르신의 안색은 어두웠고, 말투는 매서웠다.“네가 어디에 가서 잘 모르면서도 아는척하는 재주를 배워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로 네가 높은 지위에 올라 우리 설씨 집안에서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 같아?”“네가 아니었다면 오늘 민혁이가 이렇게 창피를 당했을까? 그는 우리 설씨 집안의 부사장이야. 그가 망신을 당하면 우리 설씨 집안의 얼굴이 망신을 당한 거라고!”“너한테 한 번 물어보자. 너 일부러 우리 설씨 집안을 망신시키려고 한 거야?”“어르신, 이 일의 시작이 어떻게 됐는지 다 알고 계시잖아요.”“내기는 제가 한 게 아니에요.”“저를 질책하시기 전에 왜 설민혁에게 이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했는지 묻지 않으세요?”하현은 또박또박 말했다. “너……”설씨 어르신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손가락은 계속 떨렸다. 하현이 골동품 품평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기에 그는 당시 설민혁을 막지 않았다. 하현이 무릎을 꿇을 것인지 말 것인지는 그에게 그저 장난으로 해본 우스갯소리일 뿐이었다. 하지만 하현이 정말 골동품 품평회에 참가할 자격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게다가 안씨 집안 사람들과
설민혁의 이 말을 듣고 설씨 어르신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마음이 편협한 설민혁이 뜻밖에도 이런 말을 내뱉을 줄을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만약 이 폐물이 너에게 충분히 보상을 한다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들었지? 나한테 보상해!”설민혁은 의기양양하게 탐욕스러운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지금 할아버지가 뒷받침을 해주신다면 그는 반드시 얻어 내고야 말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보상?” 하현은 입가에 장난스러운 웃음을 터트리며 물었다. “우리 부사장님에게 내가 어떻게 보상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네요?”“네 손에 있는 그 시계, 나한테 줘. 그럼 내가 용서해 줄게.”설민혁은 지금 욕심이 가득 찬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230억 상당의 골동품 롤렉스 시계였다. 만약 이것을 되팔면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이나 술을 마실 수 있을까? 몇 명의 어린 스타들을 불러도 열흘이나 보름 정도는 큰 문제 없겠지. 하현은 이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설민혁은 마치 출병하여 죄를 묻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은 해명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니라 골동품 롤렉스를 자신에 손에 넣으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도 정상이다. 설씨 가문이 비록 2류 가문이었지만 재산은 몇 천억 원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설민혁의 연봉은 몇 억 원 이상이면 괜찮은 거였다. 설씨 가문의 재산을 물려 받지 않는 한 230억짜리 시계는 절대 침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설민혁은 이렇게 주판을 툭툭 두드려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관건은 욕심을 감추기 위해 ‘보상’이라는 두 글자를 쓴 것이었다. 하현이 이전에 설씨 집안에서 얼마나 억울하게 폐물취급을 받았든지 관계없이, 설민혁이 이렇게 공짜로 얻어먹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이 시계 갖고 싶어? 꿈에서 좀 깨어나지 그래!“설민혁, 무슨 근거로 내가 너한테 이 시계를 줘야 한다고 생
“또 보상이라뇨? 설씨 어르신께서 어떤 고견을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제가 어떻게 보상하길 원하세요?”하현의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이 - 늙은 - 이. 정말 뻔뻔스럽기는 하지만 그들의 이런 행동 스타일에 하현도 습관이 되었다. “너에게는 간단한 일이야. 지금 우리 설씨 집안은 마침 상업의 상승기에 있어.”“안씨 집안이 강남 전역에서 지위가 대단하니 안흥섭에게 우리 설씨 집안에 대해 몇 마디 좋은 말을 해줘. 그가 우리 설씨 집안을 이끌어주게 해주면 가장 좋고.”“너와 안씨 집안의 관계가 지금 허니문 중이니, 네가 이런 점을 요구하면 그들은 거절하지 않을 거야.” “너한테는 단지 몇 마디의 노력일 뿐이고, 네가 어떤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고 거기다 지난 일은 내가 나무라지 않을게.”설씨 어르신이 뜻을 가지면 반드시 일이 되야 한다. 거기다 말을 했으면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마치 그가 이렇게 명령을 내리면 하현은 반드시 이대로 해야 하는 것과 같았다. 하현은 설씨 어르신을 한 번 쳐다보고는 상당히 의아해했다. 그는 이 늙은이가 이렇게 똑똑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런 요구를 꺼낼 줄이야. 하지만 이도 그럴 것이 설씨 집안은 지금 비즈니스 계에서 상승기에 속해 있고 만약 안씨 가문의 후원이 있다면 서울의 일류가문이 되는데 확실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뜻대로 주판을 계산하니, 그저 탁탁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하현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희정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가 보기에 하현의 골동품 시계는 바로 그녀의 것이었다. 그녀는 조만간 하현의 골동품 시계를 손에 넣을 것이다. 설민혁에게 준다면 그녀 역시 못마땅 했을 것이다.하지만 안흥섭에게 하현을 보내 설씨 집안에 대해 좋은 말 몇 마디를 하는 것은 그녀에게는 별로 지장이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되면 아마도 설씨 집안에서 은아의 자리가 진급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왜 하려 하지 않겠는가?“하현, 빨리 대답 안 해!
설민혁은 하현이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 설씨 어르신을 보며 말을 하려다 잠시 멈칫했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설씨 어르신은 지금 설민혁에게 조금 실망스러워 말투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설민혁도 분명 잘 알고 있었다. 이 순간 그는 숨을 한 번 들이쉬고는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방금 너무 욕심이 많다고 생각하셨죠……”“어? 네 스스로 알아차렸어?” 설씨 어르신이 냉담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저를 오해하셨군요. 저는 결코 정말 그 시계를 원한 게 아니에요. 저는 단지 하현을 시험하려고 했을 뿐이에요. 지금 사실을 증명할게요. 설은아의 신분이 올라가면서 하현도 점점 날뛰고 있잖아요……”설민혁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넌 어떻게 준비했어? 네가 회장이 되야 한다는 그딴 소리는 다시는 하지 마라.”설씨 어르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제 말 뜻은 우리가 설은아를 조금 귀찮게 만들자는 거죠. 당연히 우리 설씨 집안의 이익과 근본과 관련되어서는 안되겠죠. 설은아가 그렇게 순조롭게 권력을 쥐게 해서는 안돼요. 이렇게 하면 설은아를 압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하현도 그렇게 날뛸 수 없을 거예요.”설민혁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총명함을 배우고 있으니 이런 일을 하기 전에 먼저 물어보고, 보고 해야 한다. 일이 잘못되면 설씨 어르신이 또 그를 처리해야 한다. “그럼 네 생각을 말해봐……”설씨 어르신은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설민혁은 재빨리 설씨 어르신의 귀에다 대고 가는 목소리로 잠시 속삭였다. 설씨 어르신은 의아해하는 기색을 보였다. 잠시 후에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네가 가서 한 번 해봐. 하지만 만약 실패하면 나는 책임지지 않을 거야. 그 결과는 네가 책임져야 해.” “할아버지. 안심하세요. 이번만큼은 확실해요. 우리는 어떻게 해도 손해 볼 게 없어요.”설민혁은 가슴팍을 두드리며 반드시 얻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설씨
“그에게 이런 일을 하라고 요구 하시는 게 무슨 뜻이겠어? 그는 우리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니 우리 설씨 집안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아직도 잘 모르겠니? 네 할아버지가 벌써 화를 내셨잖아. 그 분의 성격상 만약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보다 네가 더 잘 알잖아.” 희정이 깨우치며 말했다. 설은아도 당연히 설씨 어르신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 만약 그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이후에 자신은 설씨 집안에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물론 그녀의 신분이 박탈당하지는 않겠지만 그녀의 권력이 약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현재 설씨 집안의 쇼핑몰 프로젝트 사업은 시작단계로 설은아는 다른 일로 인해 사업이 막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다시 생각해볼게.”설은아가 말했다. 희정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빨리 결정해. 이게 얼마나 큰 일이야! 네 이모랑 요가도 하러 가야 돼!”“엄마, 먼저 가. 내가 잘 생각해볼게……”희정이 떠나자, 설은아는 침대에 누웠다. 하현은 이미 그녀를 너무 많이 도와주었다. 심지어 그녀를 위해 다른 사람한테 10억을 빌렸고, 거기다 자신이 그 빚을 떠안았다. 물론 안씨 집안의 골동품 품평회에서 하현이 적지 않게 이익을 얻었지만 문제는 그 꽃병이 현금화된 후에야 비로소 이전의 빚을 갚을 수 있었다. 설은아는 하현이 그 골동품 시계를 아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왜냐하면 그가 특별히 그것을 가져가 닦고, 재차 시계줄을 다시 조절했기 때문이다. 현재 둘의 관계는 냉랭했다. 설은아는 서연뿐만 아니라 안수정 때문에 하현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됐다. 왜! 그는 왜 그렇게 수려한 여인들과 이토록 친하게 지내는 거야? 나를 등에 업고 밖에서는 다른 여자를 만나다니? 거기다 또 한 명 더? 설은아도 하현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 그러는 지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서연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거기다 안수정의 모습까지 번개처럼
“내가 안씨 대가에게 가서 설씨 집안을 도와 달라고 하길 바라는거야?”하현이 직접 입을 열었다. 설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 반응도 없었다. 하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보아하니 자신이 잘 맞춘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설은아는 고개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네가 고개만 끄덕이면 나는 널 위해 가서 그 일을 할 수 있어. 하지만 안씨 집안이 설씨 집안을 안중에 둘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하현은 이어서 입을 열었다. 설은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하현은 어떤 원망도 하지 않았고, 은아에게 어떤 불만도 품지 않았다. 화제를 바꾸어 말했다. “설민혁을 무릎 꿇게 한 게 너도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설은아는 죽을 한 모금 먹고 자리를 떴고 그러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 가득 쓴웃음을 지었다. 그 역시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이 지경이 되었다. ……5성급 풍경이 있는 호수 별장 안. 안수정은 소파에 앉아 한숨을 쉬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는 내일 제주로 돌아간다. 오늘 하현을 만나자고 약속을 잡고 싶었지만 마땅한 핑계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까마득히 높은 안씨 집안의 큰 아가씨인데 자신의 자긍심과 냉랭함을 한꺼번에 바닥에 버리라는 말인가?안수정의 탄식을 듣던 안흥섭이 빙그레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뭐야? 아무런 자신감도 없는 거야? 내가 네 대신 말해줄까?”안수정은 한숨을 내쉬며 담담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저에게 온 물건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할아버지도 알고 계셔야 해요.”“만약 제가 떠나기 전에 그가 저를 배웅하고 싶어한다면 먼저 전화를 할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제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제가 찾고 있는 사람과 다르다는 뜻이겠죠.”안수정이 꾸밈없이 말을 하자 안흥섭은 알아들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계산해 볼 때 마음도 없는 놈
“저를 만나고 싶으신 거예요? 아니면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으신 거예요?”안수정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안씨 대가님과 상의할 일이 좀 있는데, 간 김에 두 분을 만나 뵈려고요.” 하현이 말했다.“당신은 여기가 무슨 포장마차처럼 아무 때나 아무나 올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안수정은 조금 화가 났다. 이놈은 할아버지를 만나러 오는 것이지 특별히 자기를 만나러 오는 게 아니었다. “힘드시면 됐어요.” 전화 맞은편에서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설씨 집안의 일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기에 안흥섭이 그를 거절한 이상 그도 뻔뻔하게 얼굴을 내밀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이 말을 듣자, 방금 전까지 시크했던 안수정은 섭섭한 표정으로 안흥섭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서둘러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나가셨다가 마침 돌아오셨어요. 언제 오실 거예요?”이 말을 들은 하현은 어리둥절했다. 지금 보니 이 안수정 아가씨는 6월의 하늘 같은 아이의 얼굴처럼 표정을 바꾸는 속도가 사람을 놀라게 했다. 하현은 쓴웃음을 지었고, 안흥섭 역시 말문이 막힌 얼굴이었다. 모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좋아요. 그럼 제가 지금 갈게요.”하현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여기서 안수정은 평정을 되찾는 게 쉽지 않았다. 웃는 듯 마는 듯한 안흥섭의 표정을 보자 그녀는 조금 멋쩍게 말했다. “할아버지. 방금 제가 조금 흥분해서 우리 안씨 집안의 체면을 구겼네요.”안흥섭은 웃으며 말했다.“사람이 흥분할 때가 있지. 하지만 다음엔 더 조심하면 좋겠다.”안흥섭 같은 사람은 남녀 사이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 안수정에게 반항심이 생기기 시작하면 큰일이다. 더군다나 만약 안수정이 정말 하현을 취하게 된다면 안씨 집안에게 역시 좋은 일이다. 하현을 대응하는 수단으로 안흥섭은 많은 일을 했다. 그가 정식적으로 안씨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기 전까지 안흥섭도 크게 걱정하지는
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늙은 여우들은 단지 말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들의 면전에서는 상대가 무슨 목적과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모두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 생각이 미치자 하현 역시 군말 없이 바로 직접 차를 한잔 들고 마신 후 감탄하며 말했다. “과연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차네요. 한 근에 몇 십만 원하니 무섭겠네요?”“몇 십만 원이라고?” 하현의 말을 듣고 안흥섭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건 무이산의 대홍포야. 절벽 위에 있는 저 나무에서 경비원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어. 이 차는 1년 생산량이 10근 남짓인데 밖으로 나가는 건 5근을 넘지 않고 한 근에 1억이 넘어.” “이런 차를 몇 십만 원이라고 말해?”하현은 차에 대해 그다지 정통한 편은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안씨 집안의 인맥은 보아하니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종류의 차는 돈이 있다고 인맥이 있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안씨 집안은 아마도 최고위층 인사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정도겠지?안흥섭이 일부러 이 차를 꺼내서 자신의 기세를 꺾으려 하는 건가? 하현은 할 말을 잃었다. 보아하니 안수정의 일 이후에 골치 아픈 데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그는 이것을 생각하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 “기왕 안씨 대가님이 이미 저의 의도를 아셨으니 바로 말씀드리죠. 오늘 저를 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안흥섭은 하현의 뻔뻔함과 직접적인 태도에 놀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물었다.“네가 정말 감히 나에게 입을 열어? 내가 너를 설씨 집안과 이혼시키려고 하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네가 설씨 집안을 대신해서 말하겠다는 거야?” 하현은 부인하지 않았다. “설씨 집안은 대가님의 인정을 받고 싶어해요. 도와주실 수 없으신가요?” “도움을 줄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말하면 보잘것없는 2류 가문은 내 눈에 안 들어와.” 안흥섭의 반응은 당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