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민의 명령에 제육영이라는 부하가 씩 웃으며 앞으로 나와 김규민의 영패를 집어 들었다.제육영은 한때 무성에서 날아다니는 쌍절곤이라 불렸다.쌍절곤을 들고 혼자 상대편에게 진격해 소위 고수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많이 해치웠다고 했다.무성 6대 파벌들이 그를 영입하려고 군침을 흘렸지만 결국 제육영은 김규민의 품으로 갔다.그는 그동안 김규민을 위해 싸우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이로 인해 김규민이 호령하는 김 씨 가문에서 그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다.김규민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제육영의 위상도 높아져 최근에는 직접 손을 쓰는 일이 줄어들었다.어쨌든 그는 김규민의 영패만 있으면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을 해치울 수 있었다.그리고 몇 년 동안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로운 날들의 연속이어서 스스로 자신감도 한껏 충만해 있던 차였다.그는 자신이 무성에서 이미 천하무적이라고 느꼈고 원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해치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간단히 말해서 주인을 오랫동안 모시던 토종개는 결국 주인의 호가호위를 등에 업고 세력을 키우는 법을 배운 것이다!김규민의 영패를 든 제육영은 오만방자하고 기세등등한 자태로 일어서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십여 명의 심복을 데리고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현장에서 인도인들을 모시던 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재미난 구경을 놓칠 세라 얼른 제육영 일행의 뒤꽁무니를 따라갔다.길을 가던 종업원은 제육영 일행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결국 제육영의 발길질에 바닥에 넘어졌다.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무성에 황제가 나타난 줄 알았을 것이다.“퍽!”제육영은 곧 1호실 입구에 도착했고 문을 발로 뻥 걷어찼다.요란한 소리와 함께 방문이 펄럭거렸다.십여 명의 기세등등한 건달들이 1호실 안으로 들어갔다.제육영은 담배를 물고 건들거리며 당차게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룸 안의 사람들을 흘겨보며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개자식! 어느 눈먼 놈이 감히 고귀한 인도인들의 심기를 건드린 거야?”“죽
제육영의 말에 하현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좋아. 개가 하는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지.”“어서 말해 봐. 원하는 게 뭐야?”하현의 말에 제육영은 화가 나서 폭발할 지경이었지만 애써 꾹 참고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이놈아. 이건 우리 김 씨 가문 김규민 아가씨의 영패야. 네놈은 스스로 두 손을 부러뜨린 다음 얌전하게 아가씨 방 앞에서 10분 동안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 그러면 없던 일로 해 줄 거야!”“잘 들어. 이건 우리 김규민 아가씨가 네놈이 대하인인 걸 특별히 생각해서 기회를 준 거야!”“소중히 여겨야 할 거야!”“만약 네놈이 감히 거절한다면 네놈만 여기서 죽는 게 아니야!”“네놈의 가족, 친구, 배후에 있는 모든 세력들이 힘들어질 거야.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는 얘기야!”제육영은 분명 하현이 세상 물정 모르는 허여멀건한 남자인 줄 착각하는 것 같았다.말을 하면서 그는 황금 영패를 꺼내 위세를 부리며 오만방자한 표정으로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그의 일행들은 모두 가슴을 펴고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마치 하현이 오금을 저리며 용서를 빌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제육영이 내민 것이 무엇인가?김 씨 가문 영패가 아닌가?무성에서 김 씨 가문의 영패는 절대적인 권위를 상징한다.아무리 거물이라도 김 씨 가문의 영패만 보면 저절로 뒷걸음질을 칠 정도였다.용 씨 가문, 만 씨 가문도 김 씨 가문의 영패 앞에서는 고개를 수그릴 수밖에 없었다.어쨌든 김 씨 가문 뒤에는 황금궁이 있었다.무성에서 이를 무서워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다만 하현은 이런 것에 흔들릴 사람이 아니란 게 문제였다.그는 소파에 기대어 천천히 눈을 들었다.“그게 뭔데? 잘 안 보이는데.”“어서 가져와 봐!”“뭐? 어서 가져와 봐!?”제육영이 격노한 목소리로 말했다.“개자식! 내가 귀머거리인 줄 알아?”“네놈이 뭐라도 된 줄 알아?”“죽
”김규민이라고?”하현은 영패에 쓰여진 글씨를 보고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김 씨 가문이 내 앞에서 돈자랑을 하는 거야?”“그런데 어쩌지? 나도 돈이 부족하진 않은데.”“돌아가서 김규민에게 전해. 이런 물건으로는 날 움직이지 못한다고.”“돈으로는 날 움직이지 못하지.”순간 하현은 제육영을 힘껏 걷어찼다.제육영은 끙끙거리며 비틀거리다가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성질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김 씨 가문도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거야?”“당신 도대체 누구야?”“신분을 밝혀!”하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나? 난 그냥 데릴사위에 불과해.”“다른 건 내세울 게 없어. 뭐 그냥 의로운 일에 관심이 많다고 할까?!”“개자식! 네가 어떤 사람이든 감히 날 다치게 했으니 절대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제육영은 하현이 데릴사위에 불과하는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속이 부글부글거렸다.순간 그는 옆에 있던 동료들에게 소리쳤다.“야! 다 같이 해치워!”그의 명령과 함께 패왕파와 김 씨 가문에서 나온 십여 명의 싸움꾼들이 소지한 무기를 꺼내면서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살벌하게 돌진했다.“퍽퍽퍽!”하현이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진주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몸을 움직였다.그녀의 동작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고 순식간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날아갔다.그들은 진주희의 발길질에 뼈가 부러졌고 고통 때문인지 놀랐기 때문인지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저 얼굴을 찡그리고 땅바닥에서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킬 뿐이었다.그들은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가지고 있던 전투력을 모두 잃었다.“개자식!”이 광경을 본 제육영은 온몸을 부르르 떨렸고 자신도 모르게 뒤춤에 넣어둔 총을 만지작거렸다.그러나 그가 총을 꺼내기도 전에 진주희가 테이블을 탁 치더니 그녀의 옷소매에서 젓가락이 툭 튀어나와 그대로 제육영의 손바닥을 관통해 버렸다.그의 손바닥에서 피가 분수처럼
제육영은 손을 바들바들 떨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맞은편에서 쌀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제육영, 왜 이렇게 안 데리고 오는 거야?”제육영은 떨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규민 아가씨, 저로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습니다.”“김 씨 가문 영패로는 안 된다고 전하랍니다.”“죄송합니다.”전화기 너머에선 잠시 침묵이 흘렀다.“오늘 밤은 별로 재미없게 흘러가나 싶었는데.”“이렇게 나한테 즐거움을 주려는 자가 나타난 줄 몰랐네.”“그럼 구경이나 해.”“누군가 나한테 재미난 구경거리를 주려고 이렇게 발버둥이니 뭐 가서 놀아줄 수밖에.”...10분 후 술집 전체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손님들은 다 쫓겨났다.사방팔방에서는 수많은 패왕파들이 몰려들어 술집 안팎을 물샘틈없이 에워쌌다.키 크고 건장한 남자들이 통로까지 꽉 차 있었다.열기로 후끈거렸던 술집이 갑자기 싸늘하게 식어가는 순간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이힐을 또각거리는 소리가 술집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발걸음을 이끈 싸늘한 그림자가 들이닥쳤다.하현이 사람을 시켜 차를 끓이려고 했을 때 갑자기 방문을 뻥 걷어찼다.발렌시아가의 검은 옷을 입은 아리따운 여자의 다리가 먼저 룸 안으로 들어왔다.이 장면을 본 남자들은 매혹적인 여자의 모습에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물론 이 사람들 중에 하현은 포함되지 않았다.이윽고 매서운 아우라를 풍기며 김규민이 등장했다.그녀의 뒤에는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 세라 브라흐마 아샴이 따라붙었다.이어서 김 씨 가문 고수들과 많은 인도인들이 뒤따랐다.갑작스러운 김규민 일행의 등장에 룸 안은 무거운 기운으로 가득 들어찼다.그들은 널브러져 있는 그들의 사람들을 힐끔 보았다가 시선을 던져 여유롭게 찻잔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 던졌다.차손녕과 제육영이 모두 죽은 개처럼 쓰러져 있는 것을 보자 김 씨 가문 고수들은 하나같이 눈썹을 치켜
”당신 좀 재미있는 사람이군.”하현이 오만방자하게 되받아치는 모습을 보고 김규민의 입매가 야릇하게 올라갔다.그녀는 가늘고 긴 눈을 치켜뜨고 하현을 쓱 훑어보다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지금 나 김규민과 싸우겠다는 거야?”“당신이 나의 상대가 될 수 있겠어?”김규민은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여자였다.자신의 명성과 배경이 때로는 무성의 김 씨 가문보다 훨씬 높다고 생각했다.“상대?”하현은 찻잔을 움켜쥐고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당신은 나의 상대가 될 자격이 없어.”“내가 자격이 없다고?”김규민이 어리둥절해하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대단하군, 대단해.”“이런 사람 참 오랜만이야.”“감히 나 김규민 앞에서 이렇게 날뛰다니!”“잘 생각해 보고 한 말이지?”“그게 무슨 말인지 알고나 하는 말이지?”“그 말, 뒷감당할 수 있겠어?”“참고로 이 가게는 오늘 내가 이미 접수했어.”“지금 안팎으로는 김 씨 가문 고수 오십 명과 패왕파들이 백여 명 쫙 깔렸어.”“참, 그리고 인도 선봉사의 고수들도 있어.”김규민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취급하듯 눈을 아래로 깔며 흥미로운 눈빛을 반짝였다.“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궁금한데.”“나도 참 궁금해. 나 김규민이 당신의 상대가 될 수 있을지 어떨지 말이야.”김규민의 말을 들은 그녀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섬뜩한 미소를 떠올리며 싸늘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손에 든 총기를 만지작거리며 무언의 협박을 시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이들은 김규민이 눈짓이나 손짓으로 명령만 내린다면 언제든지 사양하지 않고 하현에게 덤벼들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그런 문제를 내가 고민해야 해?”하현은 여전히 태연스럽게 찻잔을 기울였다.“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 따져 보면 알지 않아?”“게다가 지금은 당신들이 나한테 해명을 하고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상황 아닌가?”“당신들이 무릎을 꿇고 사과만 하면 이 일은 그냥 없던 일로
바깥에서는 수많은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창백한 표정의 영지루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그녀의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따라왔다.아마 그녀의 경호원들인 것 같았다.그들의 수는 아주 많았고 모두들 김규민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영지루가 나타난 것을 본 브라흐마 아샴은 눈이 번쩍 뜨였다.“오, 영지루! 당신도 날 보고 싶었던 거야, 그렇지? 난 당신을 위해 이미 세 알이나 먹었어. 오늘 밤 제대로 죽여줄 거야!”“퍽!”브라흐마 아샴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영지루는 이미 손바닥을 휘갈겼고 브라흐마 아샴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그러나 그는 비틀거리면서도 반격하지는 않고 자신의 뺨만 어루만지며 변태 같은 표정을 지었다.자세히 보니 벌써부터 한껏 달아오른 브라흐마 아샴이 흥분한 듯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김규민은 잠시 영지루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오만하게 입을 열었다.“만진해의 치료담당 그 영지루?”만진해의 치료담당이라는 신분은 무성에서 알려져 있는 영지루의 신분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영지루의 정체가 탄로 나게 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지 모르는 일이었다.하지만 만진해의 치료담당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신분이었다.“맞아.”영지루는 하현 앞에 다가가 차가운 표정으로 김규민을 쳐다보았다.“김 씨 가문은 정말 대단하군.”“인도인을 앞세워 대낮에 감히 대하의 여자를 강탈해 인도인에게 바치려고 했다니!”“김 씨 가문도 이젠 끝이야!”영지루를 뒤따르던 경호대장은 험악한 표정으로 다가왔다.“김규민, 당신은 이 일에 대해 제대로 해명해야 할 거야.”경호원들은 모두 영 씨 가문 출신들이다.그들이 모시는 공주가 하마터면 인도인에 의해 유린당할 뻔했다.국제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마 진즉에 이 인도인을 죽였을 것이다.영지루의 신분이 만만치 않음을 간파한 브라흐마 아샴은 얼굴을 가린 채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김규민, 뭐야? 이 사람들 다 누구냐고?”김규민
영지루의 정체가 범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김규민도 순순히 물러날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결국 아무리 강한 용도 기세 좋은 뱀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다.외부인의 눈에는 무성에 뿌리를 깊이 내린 것처럼 보이는 만 씨 가문도 김 씨 가문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결국 만진해는 김 씨 가문의 사람과 황금궁의 궁주 자리를 놓고 다투다가 실패해 폐위당했으니 아마 그 기세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지금 김규민은 화의를 취하는 모습이었지만 결코 미안한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었다.배경이 있을 법한 여자을 상대하면서 적대감을 무한정 키우는 것은 결코 김 씨 가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었다.순전히 계산에 의한 전략이었다.브라흐마 아샴은 나사 빠진 인간처럼 계속 영지루를 보며 실실거리고 있었다.분명히 영지루에게 완전히 빠진 모습이었다.하현은 브라흐마 아샴 뒤에 검은 옷을 입고 있는 노인에게 눈길이 갔다.언뜻 보기에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사람 같았지만 유심히 보니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 같았다.아마도 인도 요가를 수련한 대가일 것이다.“사과는 필요 없어.”“일억도 필요 없어.”“난 만진해 어르신의 도움 없이도 끝까지 싸울 수 있어.”“나 혼자 힘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거든.”영지루는 역시 영 씨 가문 공주다운 기세를 보여주었다.“오늘 밤 운 좋게 하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난 이 파렴치한 인도인에게 유린당했을 거야!”“한 가지면 돼!”“저 사람의 남근을 잘라!”하현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충분히 포악하고 강력한 영 씨 가문의 공주다운 발언이었다!유약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행동에는 기개가 넘쳐흘렀고 보통 사람들이 보일 수 없는 아우라를 풍겼다.“영지루, 이건 너무 심하잖아!”“우리도 많이 양보했으니 그쪽도 좀 양보해야지...”“욕심이 끝도 없잖아!”“잘난 척하고 싶어서 그래?”김규민의 예쁜 얼굴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경고하는데 여기서 한 치도 더 나가지
”우리 브라흐마 아샴은 선봉사 장로의 아들이야. 장로는 전신에 가까운 인물이고.”“브라흐마 아샴이 당신을 좋아해 주는 것만 해도 영광이지. 당신을 존중하고 있다는 뜻이고!”“당신이 체면을 세워 주지 않는다면...”인도 남자가 함부로 날뛰는 모습을 보자 영지루 앞에 있던 경호대장은 눈빛이 싸늘하게 돌변했다.영 씨 가문 공주가 언제 사람들에게 이런 대접을 받았던가?순간 경호대장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기도 귀찮아 바로 앞으로 나가 상대의 목을 감아쥐고 바로 탁자 위로 내리쳤다.“쾅!”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탁자 중간에는 커다란 금이 갔다.인도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온몸이 육중한 힘에 눌려 옴짝달싹하지 못했다.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아연실색하며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김규민은 스스로 양보했다고 생각했는데 영지루가 이런 태도를 보이지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다.영지루의 경호원이 보인 행동은 단지 사람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김 씨 가문과 인도인의 얼굴을 건드리는 꼴이었다!절대로 두고 볼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사람들이 충격에 휩싸인 모습을 보일 때 하현은 브라흐마 아샴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하현의 눈빛이 자신을 향해 있자 브라흐마 아샴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파한 알약 세 개가 그의 심장에 큰 부담을 준 것이 분명했다.일견 맞는 말이었다.이 작고 파란 알약은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심장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약으로 쓰였다.그런데 의외로 남자의 정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알려진 것이다.많은 부잣집 남자들은 힘에 부친다 싶을 때는 막무가내로 몇 알씩 집어먹었고 그들은 점점 더 약의 내성이 생기게 된 것이다.이럴 경우 심장병이 발병할 확률이 일반인보다 백 배나 더 높다.브라흐마 아샴이 이런 식으로 약을 털어 넣다가는 아마 스스로 단명할 것임이 분명했다.다른 사람들은 브라흐마 아샴의 반응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김규민은 얼굴이 어두워졌
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형나운도 틀림없이 이 사기꾼에게 속았다고 생각했다.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감히 자신을 풍수대사라 할 수 있겠는가?장난하는 건가?이런 사람이 사기꾼이 아니라면 누가 사기꾼이란 말인가?임단이 참지 못하고 옆에서 끼어들었다.“그럼 당신은 음양학을 배운 학생이에요?”하현은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아니요. 난 굴착기를 배웠어요. 기술도 좋고 자격증도 있어요.”“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는 갑자기 표정이 냉랭해졌다.“지금 뭐라는 거예요?”“굴착기를 배운 사람이 무슨 풍수를 본단 말이에요?”“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예요?”“대하에서 풍수지리가 얼마나 큰 위상을 차지하는지 몰라요?”“우리를 속이려 들다니 후환이 두렵지도 않아요?”나천우의 말에 형나운의 안색이 새까맣게 일그러졌다.그녀는 다급하게 나천우에게 눈길을 돌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오빠, 그만하면 안 돼!”“우리 두 집안의 친분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내가 이런 중요한 일을 두고 오빠를 속였을 거라고 생각해?”“내가 바보야?!”“너 나 속이는 거 아냐?”나천우의 얼굴은 냉랭하게 식었다.“너도 자세히 봐 봐. 이 젊은 사람은 풍수라는 두 글자도 모르는 것 같은데 어떻게 믿으란 얘기야?!”“이 사기꾼을 만나려고 내가 금정은행 투자 포럼도 안 나가고 여기 왔겠냐고!”임단도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비난에 열을 올렸다.“형나운, 당신 정말 경솔했어!”예전 같았으면 두 집 사이에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형나운이 하현에 대해 거의 신처럼 말했다는 것이다.나천우와 임단은 자신들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줄로 알고 커다란 희망을 품고 여기 왔다.다만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고 분노는 걷잡을 수 없다는 걸 몰랐을 뿐이다.“나 사장님?”형나운은 하현의 목소리에 그에게 눈길을 떨구며 손을 내저었지만 하현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담담한 눈
”형나운, 정말 축하해!”“우릴 속이지 않았군!”“그런데 그 대사님은 어디에 계셔?”“얼른 좀 소개해 줘!”나 사장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병은 이미 수많은 국내외 명의들한테 보여줬어. 국수인 장북산 선생님도 보셨지!”“어르신은 우릴 보고 병이 아니라 악에 부딪힌 것이라고 하셨어.”“풍수에 정통한 사람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대.”“하지만 수많은 풍수지리사를 만나봤지만 도저히 해결되지 않았어.”“어쨌든 형나운, 당신이 대사님한테 말 좀 잘 해 줘!”나 사장의 부인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형나운, 우리를 살릴지 말지 여부는 전적으로 당신의 손에 달려 있어.”“이 일이 잘 해결되면 최고 가문에서 기가 막힌 남편감을 물색해 줄게. 정말 섭섭하지 않게 해 줄 거야!”옆에 살짝 비켜서 있던 하현의 이마에 주름살이 잔뜩 드리워졌다.기가 막힌 남편감?뭐가 기가 막히다는 거지?형나운은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나 사장님, 그 대사님은 바로 가까운 곳에 있어요.”“하현, 소개할게요. 이 분은 나천우 사장님, 그리고 이쪽은 나 사장님 사모님, 임단.”“나 사장님은 나 씨 가문 출신이에요.”“나 씨 가문은 형 씨 가문과 마찬가지로 금정에 토박이로 아주 뿌리가 깊은 가문이죠.”“예로부터 은행업을 해 왔고 지금도 금정에서 가장 큰 은행인 금정은행을 움직이는 가장 큰 지주이자 실세죠.”“나 사장님 부부는 결혼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자식이 없어요. 그래서 온갖 치료를 받았지만 성과가 없어서 결국 풍수지리술에 기대 보려고 하고 있어요.”“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여기까지 오셨고요.”“우리 형 씨 가문과 나 씨 가문은 사이가 좋아서 내가 마음이 급해서 그만 당신한테 말도 없이 여기로 오라고 했어요.”형나운은 조금 찔리는지 불안한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하현, 이렇게 불쑥 말을 꺼내면 당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지만 제발 나 사장님 부부를 좀 도와줬으면
하현은 이맛살을 구기며 말했다.“말로 하면 되지! 당신 왜 이러는 거야? 이런 행동을 왜 하는 거냐고?”“내가 그런 사람이야?”“하현, 치료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도와주겠다고 했잖아요?”형나운은 미안한 듯 겸연쩍어하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주동적으로 이런 자세를 보인 거예요. 언제든지 와도 상관없다고.”“아무튼 당신이 날 고쳐 줄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강하면 강할수록 난 더 좋아요.”“당신 정말...”“마초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죠?”하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순간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주먹으로 테이블을 ‘퍽’하고 내리쳤다.“이렇게 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누가 말했어?”“지난번에 난 기혈과 두통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줬어.”“그런데 지금 당신 문제는 완전히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절대 호전되지 않아!”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순간 얼굴이 벌게졌다.그녀는 얼른 엉덩이를 내리고 똑바로 선 다음 서랍 속에서 노란 가죽으로 싼 고서적 한 권을 꺼내 하현에게 건네주었다.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영춘’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집안을 다스리는 처세술에 관한 책인 ‘영춘’은 여자아이의 수련에 안성맞춤이었다.하지만 진짜 ‘영춘’은 기본적으로 무학의 성지에서 내려오는 비법서 같은 것이고 방금 형나운이 꺼낸 책은 남은 자투리 책이라고 할 수 있다.그녀는 자투리 잡서에 가까운 책으로 수련을 하는 바람에 자주 숨이 막히는 증상이 생긴 것이다.하현은 그제야 뭔가를 알아차리며 빠진 부분을 보충해서 써 준 뒤 그녀에게 책을 던져주며 말했다.“이 책은 영춘의 상반부에 불과해. 그래서 내가 상반부만 보충해 줬어. 이렇게 한다면 별일 없을 거야.”“후반부는 당신이 기회를 봐서 오매 도교 사원에 가서 문의해 봐.”“만약 내가 당신한테 준다면 오매 도교 사원이 아마 날 죽이려고 들 거야.”“아, 알겠어요.”형나운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현이 보충해 놓은 부분
이 말을 듣고 하현은 돌아서서 형나운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집에서 볼 때보다 밖에서 보는 그녀의 모습이 훨씬 성숙하고 듬직했기 때문이다.비록 아직 철없이 밀어붙이는 면이 없진 않았지만 적어도 이럴 때는 노련한 기질이 더해져 함부로 나서지 않고 슬쩍 뒤로 빠지는 것이다.하현은 잠시 지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없어. 여기서 잠깐 봐 봐”“보고 나서 바로 가게 물색하러 가 봐야 해.”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버럭 소리를 지를 뻔했다.지금 자신이 얼마나 우아하게 참고 있는데 그게 할 소린가?그러나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온유하고 정숙한 척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며 했다.눈먼 장님에게 아무리 눈빛을 보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형나운은 가까스로 화를 참으며 천천히 자신의 코트를 벗고 하현이 보는 앞에서 앞 단추 두 개를 풀었다.그녀는 자신의 심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오늘 아침 무술을 연마할 때 여기가 답답해져서 죽을 뻔했어요.”“한번 봐 보세요.”말을 하면서 형나운은 은근슬쩍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단추 풀지 않아도 돼.”“그러다가 험상궂은 당신 경호원들이 보기라도 한다면 어쩌려고 그래?”“왜요? 무서워요?”형나운은 놀리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도 두려울 때가 있어요?”“내가 지금 누가 날 추행한다고 소리 지르면 내 경호원들이 쫓아와 당신을 쫓아내기라도 할까 봐요?”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도대체 나한테 봐 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옷 입어.”“딱 3초 줄게. 내 말대로 하지 않고 계속 이런 식이면 난 그냥 갈 거야!”하현이 약간 화가 난 것을 보고 형나운은 비로소 다소곳해졌다.“알았어요. 알았다고요.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난 정말 이 거추장스러운 외투는 안 입고 싶은데요. 이
형나운의 말을 듣고 우다금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정말로 하현이 자신의 딸을 뒷문으로 들여보냈을 줄은 몰랐다.그러니까 하현이 없었다면 자신의 딸은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올 수 없었다는 얘기다.방금까지 의기양양하던 우다금은 갑자기 난처한 듯 혈색이 무겁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우소희는 하현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자신이 깔보던 데릴사위의 도움을 받았다니!그걸 인정한다면 앞으로 설은아의 집에 가서 어떻게 큰소리칠 수 있겠는가?어제 설은아 앞에서 얼마나 큰소리 떵떵 치고 나왔는데 이렇게 단번에 고개를 숙일 수 있겠는가?이런 생각이 스치자 우소희는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채 기세를 꺾지 않았다.“형 대표님, 인사팀 팀장님이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셨어요!”“이 회사가 사람의 외모나 능력을 중시했기 때문 아니겠어요?”“데릴사위가 뒷문으로 들여보냈다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우소희는 나름 상류사회에서 놀던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섞어가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몇몇 프런트 데스크 직원과 경비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이없어했다.그들은 우소희가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현은 우소희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형나운, 이 사람이 데릴사위인 내 도움은 받고 싶지 않은 모양이니 그럼 스스로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줘!”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홀연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형나운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무 팀장을 향해 차가운 눈빛으로 지시했다.“하현이 그렇게 말했으니 분부대로 해. 우소희 씨가 그렇게 능력이 출중하다고 자신하니 공정하게 원칙에 따라 채용하도록 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줘야지.”“누가 청탁을 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없어. 스스로의 능력이 가장 중요해.”형나운의 말을 듣고 무 팀장은 곧장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우소희 씨. 스스로 능력이 대단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말했다.“선생님, 여기는 형 씨 가문 그룹입니다. 무엇보다 예의를 중시하는 기업이죠.”“만약 당신이 여기서 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운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셨습니까?”이때 몇몇 경비원도 냉담한 표정으로 걸어왔다.하현은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힐끔 보며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2분 남았어요.”우소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하현, 그만해요. 센 척 좀 그만해요!”“당신이 그런다고 누가 내려올 줄 알아요?”“잘 들어요. 당신이 설령 간 씨 가문 후계자라고 해도, 혹은 김 씨 가문 후계자라고 할지라도 이럴 자격은 없어요. 알겠어요?”우다금도 하현을 한심스러운 듯 노려보며 냉소를 연발했다.“하현, 우리 앞에서 허풍 떠는 짓 그만해!”“나중에 어떻게 되려고 그래? 어?”“여기 대표님이 내려와서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된다면 당신은 묻힐 곳도 없이 이승을 떠돌 거야!”“내가 한마디 충고할게. 더 이상 망신당하지 말고 썩 꺼져! 얼른!”“그리고 당신 때문에 우리까지 대표님한테 나쁜 인상을 주게 생겼다고!”“우리 딸은 앞으로 연봉 이억을 받을 인재야!”“당신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책임질 거야? 어?”우다금은 하현이 자신들을 등에 업고 뭔가 이득을 볼 심산으로 여기 왔다고 확신했다.그런 목적이 들통났으니 이판사판으로 사람을 불러내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데릴사위놈이 정말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는 꼴이라니!고약한 놈!죽는 게 두렵지도 않은 건가?“1분 전.”하현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개의치 않았다.“내가 당신이라면 벌써 전화를 걸었을 거예요.”“일이 잘못된다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당신이 형나운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갈 텐데?”하현이 기세 좋게 몰아붙이자 프런트 데스크 직원도 잠시 얼얼한 표정을 지었다가 못마땅한 얼굴로 전화기를 들었다.“하현, 이제 그만해. 충분히 했잖아!”
우다금은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일어서더니 하현에게 달려왔다.“당신 여기 뭐 하러 왔어? 어?”“설마 당신 장모가 우릴 미행이라도 하라고 시켰어?”“떠도는 소문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당신 처가는 이제 파산이야!”“그래서 우리를 따라다니며 어떻게든 우리 덕을 보려고 하는 거지!”우다금은 최희정 일가에 대한 미움이 최고조로 달한 것 같았다.도움이 필요할 때는 그렇게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더니 이제 자기 딸이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으니까 사위를 대동해 뭐라도 덕을 보려고 치근덕거리다니!무슨 말도 안 되는 짓거리야!“썩 꺼져! 꺼지라고!”우다금은 먹이를 앞에 두고 다툼을 벌이는 사자처럼 포효했다.“어쨌든 형 씨 가문 그룹에서 너 같은 놈을 경비로 부를 일은 없어!”“형 씨 가문 그룹이 어떤 곳인지나 알아?”“제대로 된 졸업장이 없으면 발도 들이지 못할 그룹이야!”“모두가 우리 딸처럼 능력이 뛰어난 줄 알아?”하현은 무지막지하게 퍼붓는 우다금의 억지에는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하현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우소희는 옆에서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한껏 떠올리며 말했다.“하 씨! 들었어?”“이곳은 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빨리 꺼져! 안 꺼져?!”“어서 꺼지라고! 우리가 당신 같은 사람을 안다는 걸 무 팀장님이 알기라도 한다면 우리 품위가 완전히 떨어진다고!”말을 하면서 그녀는 하현을 밀치려고 했다.하현의 존재가 그녀들에게는 피나 빨아먹는 거머리처럼 보였던 것이다.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그녀가 형 씨 가문 그룹에서 어떻게 잘생긴 갑부들을 낚을 수 있겠는가?하현이 한 발짝 물러서며 우소희의 손을 피했다.그녀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혐오스러워서였다.그는 소위 말하는 몰상식한 사람들과는 조금도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하현이 감히 자신의 손을 피하는 것을 보고 우소희는 자존심이 확 상했다.뭔가 모욕당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그녀는 프런트 데스크 직원
두 모녀를 본 하현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예정대로라면 우소희는 오늘 아침 일찍 출근 보고를 하러 올라갔을 텐데 왜 로비에 이렇게 있는 것인가?결국 하현은 우다금이 전화기에 대고 울먹거리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인사팀 팀장님 맞으시죠?”“안녕하세요. 저는 우소희 엄마, 우다금입니다.”“아, 맞아요. 맞아요. 바로 오늘 출근하려던 우소희예요! 좋은 연봉으로 입사하게 된 우소희요!”“사실은 어제 너무 기뻐서 온 가족이 축하하느라 우리 딸이 술을 너무 먹어서 오늘 알람 맞추는 걸 깜빡했지 뭐예요!”“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어쨌든 우리 소희는 인재잖아요! 그러니 좀 너그럽게 봐주시면 어떨까 해서요.”하현은 어이가 없었다.정말로 가지가지 하는 진상 모녀였다.어렵게 형 씨 가문 그룹에 취직을 시켜줬더니 지각을 해?그러고도 자신들이 아주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거야?“아,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마세요.”“우리 딸이 여기 입사하겠다고 했으니 다른 데 가지는 않을 거예요.”우다금은 여전히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우리가 여기 로비에 있는데 팀장님이 좀 내려와서 데려가 주면 안 될까요?”“아, 그리고 점심은 너무 오버할 필요없이 고위층 몇 명과 자리를 마련해서 인사시켜 주면 됩니다.”“참고로 우리 딸은 82년산 라피트만 마셔요. 피부가 상할까 봐 고급술만 마시죠.”“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마친 우다금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전화를 끊은 뒤 우소희를 쳐다보았다.“걱정하지 마. 그렇다고 많이 늦은 것도 아니잖아?”“우리 딸 같은 출중한 인재를 모셔가는 형 씨 가문 그룹이 이 정도도 못 참으면 어쩌겠다는 거야?”“네가 이 회사에 오지 않는다면 형 씨 가문 그룹은 석 달도 안 되어서 문을 닫을 거야!”“아마 무 팀장이 곧 내려와서 우릴 맞이할 거야.”우다금의 말에 프런트 데스크의 예쁜 직원과 잘생긴 경비원은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어이없다는 눈빛을 주고받았
한바탕 휘몰아치고 맞이한 밤은 모두에게 평온함을 쉽사리 가져다주지 못했다.최희정은 가끔 이를 악물었다가 화가 나서 헐떡거렸다가 도저히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일찌감치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난 뒤 옷을 갈아입고 간민효와 풍수관 일을 상의하기 위해 나서려고 했다.그런데 그가 대문을 나서자마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하현이 전화를 받자마자 형나운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사기꾼...”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또 맞고 싶어?”하현의 말속에 은근하게 퍼지는 매서운 기운을 감지한 형나운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시간 좀 있어요?”하현은 무심하게 내뱉었다.“시간 없어. 가게를 보러 가야 해. 바빠.”“당신이 원하는 가게, 나한테 없을 것 같아요?”형나운은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 봐요. 내가 삼백 개는 더 보여줄 수 있어요.”“아니야. 필요없어. 내가 찾을 수 있어.”하현은 단칼에 거절했다.“무슨 일로 전화했어? 할 말 없으면 끊어.”“아, 정말 이럴 거예요? 당신이 어제 나한테 부탁한 일 다 처리해 줬는데 이제 와서 입 싹 닦을 거예요?”형나운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하현은 이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그냥 넘어갈 여자가 아니지.하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형나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말했다.“나의 주인님, 지금 하녀를 도와줄 시간이 좀 있을까요?”“오늘 아침에 일어나 무술을 연마하는 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어요.”“지금은 머리도 아프지 않고 잠잠해졌지만 불안해서 이대로 있을 수가 없어요.”“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숨이 멎고 식물인간으로 살게 되면 어떻게 해요?”“그래서 이렇게 부탁하는 거예요. 주인님, 오늘 잠시 와서 나 좀 봐주면 안 돼요? 주인님이라면 날 구해 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