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을 입은 성경무는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그는 기세등등하게 룸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다.두 손을 짊어진 채 화도 내지 않고 가만히 둘러보는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영지루는 눈썹을 찡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규민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영지루를 유심히 쳐다보았다.“뭐 해? 뭐 하냐고?”“아까처럼 함부로 날뛰어 보시지! 당신들 눈에 법이 있기나 해?”“당신이 이런 행동을 한 것 자체가 무성 경찰서를 완전히 무시한 짓이라고!”“별것 아닌 걸 가지고 여기서 주먹다짐을 벌이다니! 칼부림이라도 할 작정이었어?”“몇 명 죽이려고 작정한 거냐고?”성경무는 가타부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엄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지만 성경무가 영지루에게는 엄한 눈빛이고 김규민에겐 약간의 존중이 서린 눈빛이라는 걸 거기 있는 사람들은 모를 수가 없었다.영지루는 차갑게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경찰관님, 제가 소란을 피우려는 것이 아니라 인도인이 저에게 약을 먹이고 입에도 담지 못할 흉한 짓을 하려고 했어요...”김규민은 간드러지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성 서장님. 이건 오해예요. 모든 게 다 오해에서 생긴 일이라고요.”“그리고 저희는 부주의하게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할 용의가 있었어요.”“하지만 저쪽이 받아들이지 않고 자꾸 브라흐마 아샴의 남근을 잘라야 한다고 하잖아요!”“외교적인 사안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르나 봐요!”“일이 커지면 우리뿐만 아니라 무성 경찰서, 무성 관청도 다 책임을 떠안게 될 거예요!”김규민은 성경무에게 은근한 압박을 가하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됐습니다. 당신들 그만하세요!”“누군가 신고를 했기 때문에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안입니다!”성경무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두 여자의 말을 들으며 위엄 서린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이 일은 확실히 김규민 당신과 브라흐마 아샴이 잘못한 것입니다. 정말로 영지루를 유린했다면 그건 보통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지루의 말에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영지루는 냉랭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그 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미수? 정말 웃기는군요!”“오늘 밤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처참한 최후를 맞았을 거예요. 아닌가요?”“만약 내가 아무런 배경도 역량도 없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요?”“이런 사과도 배상도 아무것도 없었겠죠!”“내가 원하는 것은 다른 아무것도 없어요. 단지 이에는 이, 눈에는 눈!”“브라흐마 아샴의 남근을 자르겠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절대 이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영지루는 대다수 여성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이런 쓰레기들을 뿌리 뽑지 않고 설렁설렁 내버려두었다가는 나중에 어떤 죄 없는 소녀가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었다.문제를 철저히 해결해야만 나중에 생길 수 있는 후환을 없앨 수 있다.“닥쳐요!”성경무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영지루, 만 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 나도 많이 성의를 보인 겁니다!”“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마세요.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당신이 뻔뻔하게 브라흐마 아샴을 꼬셔놓고 이런 소리를 하는지 누가 알겠습니까?”“브라흐마 아샴이 당신한테 사과한다고 하고 배상도 한다고 하잖아요! 이 돈은 다른 사람들한테는 평생 먹고 살 만큼의 큰돈입니다!”“더 이상 뭘 어쩌자는 겁니까?”“경찰서에 가서 48시간 동안 취조라도 받겠다는 겁니까?”성경무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편파적인 발언을 일삼았다.“파렴치한 인간 같으니라고!”영지루의 표정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대하의 법을 집행하는 자로서 공평하고 공정하게 처리하지는 못할망정 인도인의 개나 되려고 하다니!”“당신의 조상이 어디서 태어났는지 잊었습니까?”“아니면 인도의 개가 되는 것이 가문의 영광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퍽!”성경무는 갑자기 앞으로 나와 영지
영지루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 때 하현이 한숨을 내쉬며 군중들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이어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도 한마디 하지!”“아 참, 당신들! 정말 죽는 게 두렵지도 않아?!”성경무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거기, 의견이 있으면 나중에 나한테...”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오만방자하던 성경무의 얼굴이 그대로 얼어버렸다.담담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하현을 보자 성경무는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마침내 그는 걷잡을 수 없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 하, 하, 하...”방금까지 의기양양하게 협박을 일삼던 성경무가 제대로 입도 떼지 못했다.동시에 한껏 거만했던 그가 안절부절못하며 하현 앞에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다.이를 본 김규민은 어리둥절하다 못해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성 서장님, 왜 그러세요? 저놈을 아세요?”그녀는 성경무가 사람을 잘못 본 줄 알았다.성경무가 용 씨 가문과 김 씨 가문 외에 이렇게 공손하게 대할 사람이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하현은 의아해하는 김규민의 얼굴엔 아랑곳하지 않고 성경무를 빤히 쳐다본 뒤 검지를 까닥거렸다.“이리 와.”성경무는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그는 의아해하는 김규민과 브라흐마 아샴의 시선을 뒤로하고 하현 앞으로 걸어 나온 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미, 미안해. 내가 당신을 보지 못했어...”“퍽!”하현은 손바닥으로 그의 왼쪽 뺨을 때렸다.찰진 소리가 룸 안에 퍼졌다.성경무는 얼굴을 가리고 뒤로 물러섰고 얼굴에는 커다란 손자국이 벌겋게 떠올랐다.성경무의 부하들은 이 모습을 보고 얼른 총을 꺼내려고 했지만 성경무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을 저지했다.하현은 사람들의 시선에는 안중에도 없이 계속 검지를 까딱거렸다.“이번에는 오른쪽.”성경무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 얼굴을 하현 앞에 가져갔다.“퍽!”하현은 손
”당신이 날 잡아넣지 못하겠다면 당신 뒤에 있는 주인님을 모셔와도 좋아!”“그런데 당신 주인이 와도 날 어찌하지 못한다는 거 당신이 더 잘 알잖아?”“지난번에 내가 준 교훈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어?”“왜 오늘 또 이렇게 뛰쳐나와 인도인 앞잡이가 되었을까? 사는 게 지겨워?”“이번엔 정말로 당신 그 제복 벗기고 저세상으로 보낸 뒤 전생에서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는지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가 있겠군!”“퍽!”“하현, 미안해!”성경무는 정말로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약속할게.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그러니 나한테 한 번만 기회를 줘!”“그리고 영지루는 아무 잘못 없어!”“하지만 이 일은 당신 말대로는 할 수가 없는 일이야.”성경무는 말을 하면서 뭔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신의 처지가 신선들 싸움에 끼어든 힘없는 인간같이 느껴졌다.양측은 모두 엄청난 배경과 내공을 가지고 있다.자신은 기껏해야 경찰서 이인자일 뿐이다.그의 뒤를 받쳐줄 든든한 뒷배도 없다.이런 국면에 직면하게 되다니, 그는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다!하현은 성경무를 발로 차서 바닥에 넘어뜨린 후 영지루를 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영지루, 당신 신분도 있으니 이런 일을 직접 하긴 좀 보기 흉하니 내가 대신할게.”영지루의 눈동자에 분노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대대로 법과 규칙을 중시하는 가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법과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좋아한다.결국 한 나라는 법과 규칙이 없으면 원만하게 돌아갈 수 없다.그러나 오늘 자신이 겪은 일로 법이나 규칙 따위가 전혀 쓸모가 없는 일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태양이 비치는 곳에선 법이 우선하지만 태양이 비치지 않는 응달에선 법보다 주먹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순간 영지루는 뭔가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브라흐마 아샴을 그냥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하현이 영지루와 상의해 대신 나서려는 것을 본 김규민은
”윽!”브라흐마 아샴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바닥에 쓰러졌다.마치 누군가가 그의 몸에 수십 개의 칼로 난도질한 것 같았다.원래 그는 거만하게 상대를 내려다보며 웃음 뒤에 날카로운 칼을 감추고 상대를 짓밟을 궁리를 하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지금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그의 얼굴에는 고통만 가득했다.하현을 위협하기는커녕 말할 힘도 없다.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저렇게 고통스러울 바에야 그냥 죽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브라흐마 아샴!”“왜 그래?”“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브라흐마 아샴의 모습을 본 김규민 일행은 안색이 검게 물들었다.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브라흐마 아샴이 갑자기 쓰러질 수 있는가?설마 하현의 총에 놀라 죽은 건 아니겠지?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브라흐마 아샴도 나름 피를 본 사람이다!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안색이 급격히 일그러지며 브라흐마 아샴 앞으로 달려왔다.그의 이름은 클로에, 인도 선봉사의 고수이며 브라흐마 아샴의 경호원이었다.그는 인도 요가술을 수련했고 의술에도 능통했다.얼른 브라흐마 아샴의 맥을 짚은 클로에는 품 속에서 구심환 몇 개를 꺼내 브라흐마 아샴의 입에 넣었다.그러나 브라흐마 아샴은 달라지는 게 없었다.그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얼굴로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클로에는 안색이 흙빛이 되었고 브라흐마 아샴의 입가를 여기저기 꾹 누르며 그를 구하려고 애썼다.“소용없을 걸.”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심근경색이야. 가망이 없어.”그러자 김규민은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하현, 당신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김규민의 말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하현을 향했다.방금 하현이 손을 쓰는 것을 본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양측이 아무런 접촉도 없었는데 어떻게 브라흐마 아샴이 죽게 된 거지?하현의 말투는 여전히 무덤덤했다.“죄지은 자는 결코 하늘의 법망을 벗어나지 못해. 죄지은 사람은 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클로에는 울부짖으며 몸을 날려 하현이 있는 쪽으로 발길질을 했다.그의 몸은 기이하게 뒤틀리며 무서운 기운을 안고 하현에게 달려들었다.하현은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했다.그는 클로에 같은 인도 고수를 보고도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다.동시에 진주희는 구석에서 걸어 나와 오른손을 한 번 휘두르더니 어느새 젓가락 하나가 그녀의 손을 떠나 클로에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적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해 봉쇄시켜 버리는 것이다!단번에 급소를 찌르는 살벌한 몸놀림이었다!순간 클레에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그는 진주희가 쓰는 기술이 보통이 아님을 느꼈다.그러자 그는 공세를 멈추고 뒤돌아서서 주먹으로 한 방 날려버릴 수밖에 없었다.“촤칵!”젓가락이 공중에서 튕겼지만 클로에는 고통에 끙끙거리며 세 발짝 뒤로 물러섰다.이를 본 김규민 일행은 눈이 휘둥그레졌다.클레에는 인도 고수였다.그런데 단 한 번의 공격에 열세에 빠지다니!그는 인도 선봉사의 고수였다!병왕의 실력에 버금가는 대단한 실력자였던 것이다!그런데 왜 진주희가 던진 젓가락 하나도 막지 못하는 것인가?진주희는 김규민 일행이 충격을 받든 말든 개의치 않았고 그녀의 발이 땅에 닿자마자 또 한 번 젓가락을 튕겼다.“촤칵!”다시 주먹으로 젓가락을 막은 클로에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그는 순간적으로 비틀거리며 뒤로 몇 미터나 물러났다.클로에의 오른손 주먹 봉우리 위에는 어느새 심한 상처가 생겼고 오른손이 덜덜 떨리기까지 했다.김규민 일행은 그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진주희란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어떻게 저렇게까지 막강할 수가 있단 말인가?곧이어 그들은 하현이 왜 이렇게 기고만장하게 콧대가 높았는지 알게 되었다.이런 병왕급 사람들이 주변에서 경호를 하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진주희의 실력을 실감한 순간 김규민은 더욱더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
”푹!”진주희가 끝까지 칼을 휘두르자 클로에의 오른팔에 순식간에 생채기가 났다.선혈이 낭자했고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그러나 클로에는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섰다.같은 고수급이었기 때문에 그는 진주희의 살의를 똑똑히 감지했다.아니면 하현에게 손을 대는 순간부터 진주희는 자신을 죽일 준비를 했을지도 모른다.클로에가 뒤로 물러나자 진주희는 오른손을 휘둘렀고 손에서 빠져나간 당도는 젓가락보다 몇 배나 더 빠른 속도로 클로에를 향해 날아갔다.칼의 속도와 힘의 위력을 알아차린 클로에는 본능적으로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그의 속도보다 진주희의 칼이 더 빨랐다.클로에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진주희의 칼이 그의 몸을 관통해 버렸다.“윽!”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희번덕이며 클로에는 땅바닥에 주저앉았고 그대로 생기를 잃어갔다.인도의 고수가 이름 없는 하찮은 사람에게 죽임을 당할 줄은 몰랐다.그러나 지금 누굴 원망해 봐야 아무 소용없었다.한스러운 마음을 품은 채 클로에는 죽어갔다.장내는 충격으로 들끓었고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주희를 쳐다보았다.보기엔 그냥 보통 여자인데 어디서 이런 괴력이 나와서 사람을 이렇게 처참하게 죽일 수 있는 것인가?영지루마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하현의 부하가 이렇게 결단력 있게 행동할 줄은 몰랐다.“좋아! 좋아!”“클로에까지 죽임을 당하다니!”“당신들 정말 무법천지구만!”김규민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면서 섬뜩한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나 김규민과 한 번 해보기로 작정한 모양이지?”“그렇다면 상대해 줄게. 나중에 봐주지 않았다고 내 탓하지 마.”클로에도 죽고 브라흐마 아샴도 죽었다.이렇게 있다가는 김규민 자신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이 일은 그녀 자신의 체면뿐만 아니라 김 씨 집안의 체면이 걸린 일이었다.더욱이 인도인이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이 뭐라고 하겠는가?만약
김규민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오직 그녀 혼자만이 서 있었다.이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얼굴이 차갑게 식었고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김규민, 넌 아직 날 죽이지 못했어. 날 죽이기도 전에 그냥 도망가려고?”하현은 일어서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느릿느릿한 동작인 듯 보였으나 어느덧 김규민 앞에 나타난 하현은 오른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거대한 힘이 느껴져 김규민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김 씨 가문 사람으로서 어떻게 함부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겠는가?순간 김규민은 숨을 몰아쉬며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개자식, 능력이 있거든 날 건드려 봐!”김규민의 말에 패왕파 패거리들이 달려와 그녀를 보호하려 하였으나 진주희 한 사람에게 가로막혔다.“당신을 건드려 보라고?”하현은 손을 뻗어 김규민의 턱을 치켜든 다음 그녀의 뺨을 날렸다.김규민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다.하현은 흥미로운 듯 입가를 말아올리며 말했다.“건드렸다 어쩔래?”“내가 못할 줄 알았어?”김규민은 이를 갈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안하무인으로 사람들 위에 군림했다.언제 이런 모욕적인 대접을 받아 봤겠는가?순간 그녀는 하현을 씹어 죽여도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았다.어쨌든 그녀에겐 절대적인 망신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다.하현이 김규민의 뺨을 몇 대 더 때리려고 했을 때 갑자기 냉소적인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패가 하나 좋구만. 하지만 한 가지 이치만은 알아둬야 할 거야.”“푸른 산이 있는 한 푸른 물은 영원히 흐르게 마련이지.”“세상은 좁아서 돌고 돌아 결국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게 되는 법.”“내가 남겨둔 불씨가 언제 어디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일이지.”“외지인이 무성 같은 곳에서 함부로 날뛰다니. 하늘이 노할 일이야.”“계속 이러다간 나중에 그 업보를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그래?”“병왕급 부하 한 명 두었다고 감히 김 씨 가문을 건드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