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루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 때 하현이 한숨을 내쉬며 군중들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이어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도 한마디 하지!”“아 참, 당신들! 정말 죽는 게 두렵지도 않아?!”성경무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거기, 의견이 있으면 나중에 나한테...”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오만방자하던 성경무의 얼굴이 그대로 얼어버렸다.담담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하현을 보자 성경무는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마침내 그는 걷잡을 수 없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 하, 하, 하...”방금까지 의기양양하게 협박을 일삼던 성경무가 제대로 입도 떼지 못했다.동시에 한껏 거만했던 그가 안절부절못하며 하현 앞에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다.이를 본 김규민은 어리둥절하다 못해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성 서장님, 왜 그러세요? 저놈을 아세요?”그녀는 성경무가 사람을 잘못 본 줄 알았다.성경무가 용 씨 가문과 김 씨 가문 외에 이렇게 공손하게 대할 사람이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하현은 의아해하는 김규민의 얼굴엔 아랑곳하지 않고 성경무를 빤히 쳐다본 뒤 검지를 까닥거렸다.“이리 와.”성경무는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그는 의아해하는 김규민과 브라흐마 아샴의 시선을 뒤로하고 하현 앞으로 걸어 나온 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미, 미안해. 내가 당신을 보지 못했어...”“퍽!”하현은 손바닥으로 그의 왼쪽 뺨을 때렸다.찰진 소리가 룸 안에 퍼졌다.성경무는 얼굴을 가리고 뒤로 물러섰고 얼굴에는 커다란 손자국이 벌겋게 떠올랐다.성경무의 부하들은 이 모습을 보고 얼른 총을 꺼내려고 했지만 성경무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을 저지했다.하현은 사람들의 시선에는 안중에도 없이 계속 검지를 까딱거렸다.“이번에는 오른쪽.”성경무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 얼굴을 하현 앞에 가져갔다.“퍽!”하현은 손
”당신이 날 잡아넣지 못하겠다면 당신 뒤에 있는 주인님을 모셔와도 좋아!”“그런데 당신 주인이 와도 날 어찌하지 못한다는 거 당신이 더 잘 알잖아?”“지난번에 내가 준 교훈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어?”“왜 오늘 또 이렇게 뛰쳐나와 인도인 앞잡이가 되었을까? 사는 게 지겨워?”“이번엔 정말로 당신 그 제복 벗기고 저세상으로 보낸 뒤 전생에서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는지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가 있겠군!”“퍽!”“하현, 미안해!”성경무는 정말로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약속할게.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그러니 나한테 한 번만 기회를 줘!”“그리고 영지루는 아무 잘못 없어!”“하지만 이 일은 당신 말대로는 할 수가 없는 일이야.”성경무는 말을 하면서 뭔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신의 처지가 신선들 싸움에 끼어든 힘없는 인간같이 느껴졌다.양측은 모두 엄청난 배경과 내공을 가지고 있다.자신은 기껏해야 경찰서 이인자일 뿐이다.그의 뒤를 받쳐줄 든든한 뒷배도 없다.이런 국면에 직면하게 되다니, 그는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다!하현은 성경무를 발로 차서 바닥에 넘어뜨린 후 영지루를 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영지루, 당신 신분도 있으니 이런 일을 직접 하긴 좀 보기 흉하니 내가 대신할게.”영지루의 눈동자에 분노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대대로 법과 규칙을 중시하는 가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법과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좋아한다.결국 한 나라는 법과 규칙이 없으면 원만하게 돌아갈 수 없다.그러나 오늘 자신이 겪은 일로 법이나 규칙 따위가 전혀 쓸모가 없는 일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태양이 비치는 곳에선 법이 우선하지만 태양이 비치지 않는 응달에선 법보다 주먹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순간 영지루는 뭔가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브라흐마 아샴을 그냥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하현이 영지루와 상의해 대신 나서려는 것을 본 김규민은
”윽!”브라흐마 아샴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바닥에 쓰러졌다.마치 누군가가 그의 몸에 수십 개의 칼로 난도질한 것 같았다.원래 그는 거만하게 상대를 내려다보며 웃음 뒤에 날카로운 칼을 감추고 상대를 짓밟을 궁리를 하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지금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그의 얼굴에는 고통만 가득했다.하현을 위협하기는커녕 말할 힘도 없다.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저렇게 고통스러울 바에야 그냥 죽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브라흐마 아샴!”“왜 그래?”“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브라흐마 아샴의 모습을 본 김규민 일행은 안색이 검게 물들었다.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브라흐마 아샴이 갑자기 쓰러질 수 있는가?설마 하현의 총에 놀라 죽은 건 아니겠지?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브라흐마 아샴도 나름 피를 본 사람이다!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안색이 급격히 일그러지며 브라흐마 아샴 앞으로 달려왔다.그의 이름은 클로에, 인도 선봉사의 고수이며 브라흐마 아샴의 경호원이었다.그는 인도 요가술을 수련했고 의술에도 능통했다.얼른 브라흐마 아샴의 맥을 짚은 클로에는 품 속에서 구심환 몇 개를 꺼내 브라흐마 아샴의 입에 넣었다.그러나 브라흐마 아샴은 달라지는 게 없었다.그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얼굴로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클로에는 안색이 흙빛이 되었고 브라흐마 아샴의 입가를 여기저기 꾹 누르며 그를 구하려고 애썼다.“소용없을 걸.”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심근경색이야. 가망이 없어.”그러자 김규민은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하현, 당신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김규민의 말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하현을 향했다.방금 하현이 손을 쓰는 것을 본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양측이 아무런 접촉도 없었는데 어떻게 브라흐마 아샴이 죽게 된 거지?하현의 말투는 여전히 무덤덤했다.“죄지은 자는 결코 하늘의 법망을 벗어나지 못해. 죄지은 사람은 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클로에는 울부짖으며 몸을 날려 하현이 있는 쪽으로 발길질을 했다.그의 몸은 기이하게 뒤틀리며 무서운 기운을 안고 하현에게 달려들었다.하현은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했다.그는 클로에 같은 인도 고수를 보고도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다.동시에 진주희는 구석에서 걸어 나와 오른손을 한 번 휘두르더니 어느새 젓가락 하나가 그녀의 손을 떠나 클로에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적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해 봉쇄시켜 버리는 것이다!단번에 급소를 찌르는 살벌한 몸놀림이었다!순간 클레에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그는 진주희가 쓰는 기술이 보통이 아님을 느꼈다.그러자 그는 공세를 멈추고 뒤돌아서서 주먹으로 한 방 날려버릴 수밖에 없었다.“촤칵!”젓가락이 공중에서 튕겼지만 클로에는 고통에 끙끙거리며 세 발짝 뒤로 물러섰다.이를 본 김규민 일행은 눈이 휘둥그레졌다.클레에는 인도 고수였다.그런데 단 한 번의 공격에 열세에 빠지다니!그는 인도 선봉사의 고수였다!병왕의 실력에 버금가는 대단한 실력자였던 것이다!그런데 왜 진주희가 던진 젓가락 하나도 막지 못하는 것인가?진주희는 김규민 일행이 충격을 받든 말든 개의치 않았고 그녀의 발이 땅에 닿자마자 또 한 번 젓가락을 튕겼다.“촤칵!”다시 주먹으로 젓가락을 막은 클로에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그는 순간적으로 비틀거리며 뒤로 몇 미터나 물러났다.클로에의 오른손 주먹 봉우리 위에는 어느새 심한 상처가 생겼고 오른손이 덜덜 떨리기까지 했다.김규민 일행은 그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진주희란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어떻게 저렇게까지 막강할 수가 있단 말인가?곧이어 그들은 하현이 왜 이렇게 기고만장하게 콧대가 높았는지 알게 되었다.이런 병왕급 사람들이 주변에서 경호를 하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진주희의 실력을 실감한 순간 김규민은 더욱더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
”푹!”진주희가 끝까지 칼을 휘두르자 클로에의 오른팔에 순식간에 생채기가 났다.선혈이 낭자했고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그러나 클로에는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섰다.같은 고수급이었기 때문에 그는 진주희의 살의를 똑똑히 감지했다.아니면 하현에게 손을 대는 순간부터 진주희는 자신을 죽일 준비를 했을지도 모른다.클로에가 뒤로 물러나자 진주희는 오른손을 휘둘렀고 손에서 빠져나간 당도는 젓가락보다 몇 배나 더 빠른 속도로 클로에를 향해 날아갔다.칼의 속도와 힘의 위력을 알아차린 클로에는 본능적으로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그의 속도보다 진주희의 칼이 더 빨랐다.클로에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진주희의 칼이 그의 몸을 관통해 버렸다.“윽!”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희번덕이며 클로에는 땅바닥에 주저앉았고 그대로 생기를 잃어갔다.인도의 고수가 이름 없는 하찮은 사람에게 죽임을 당할 줄은 몰랐다.그러나 지금 누굴 원망해 봐야 아무 소용없었다.한스러운 마음을 품은 채 클로에는 죽어갔다.장내는 충격으로 들끓었고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주희를 쳐다보았다.보기엔 그냥 보통 여자인데 어디서 이런 괴력이 나와서 사람을 이렇게 처참하게 죽일 수 있는 것인가?영지루마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하현의 부하가 이렇게 결단력 있게 행동할 줄은 몰랐다.“좋아! 좋아!”“클로에까지 죽임을 당하다니!”“당신들 정말 무법천지구만!”김규민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면서 섬뜩한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나 김규민과 한 번 해보기로 작정한 모양이지?”“그렇다면 상대해 줄게. 나중에 봐주지 않았다고 내 탓하지 마.”클로에도 죽고 브라흐마 아샴도 죽었다.이렇게 있다가는 김규민 자신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이 일은 그녀 자신의 체면뿐만 아니라 김 씨 집안의 체면이 걸린 일이었다.더욱이 인도인이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이 뭐라고 하겠는가?만약
김규민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오직 그녀 혼자만이 서 있었다.이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얼굴이 차갑게 식었고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김규민, 넌 아직 날 죽이지 못했어. 날 죽이기도 전에 그냥 도망가려고?”하현은 일어서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느릿느릿한 동작인 듯 보였으나 어느덧 김규민 앞에 나타난 하현은 오른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거대한 힘이 느껴져 김규민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김 씨 가문 사람으로서 어떻게 함부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겠는가?순간 김규민은 숨을 몰아쉬며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개자식, 능력이 있거든 날 건드려 봐!”김규민의 말에 패왕파 패거리들이 달려와 그녀를 보호하려 하였으나 진주희 한 사람에게 가로막혔다.“당신을 건드려 보라고?”하현은 손을 뻗어 김규민의 턱을 치켜든 다음 그녀의 뺨을 날렸다.김규민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다.하현은 흥미로운 듯 입가를 말아올리며 말했다.“건드렸다 어쩔래?”“내가 못할 줄 알았어?”김규민은 이를 갈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안하무인으로 사람들 위에 군림했다.언제 이런 모욕적인 대접을 받아 봤겠는가?순간 그녀는 하현을 씹어 죽여도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았다.어쨌든 그녀에겐 절대적인 망신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다.하현이 김규민의 뺨을 몇 대 더 때리려고 했을 때 갑자기 냉소적인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패가 하나 좋구만. 하지만 한 가지 이치만은 알아둬야 할 거야.”“푸른 산이 있는 한 푸른 물은 영원히 흐르게 마련이지.”“세상은 좁아서 돌고 돌아 결국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게 되는 법.”“내가 남겨둔 불씨가 언제 어디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일이지.”“외지인이 무성 같은 곳에서 함부로 날뛰다니. 하늘이 노할 일이야.”“계속 이러다간 나중에 그 업보를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그래?”“병왕급 부하 한 명 두었다고 감히 김 씨 가문을 건드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순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뒤로한 채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살인마라는 칭호만 봐도 이미 끝난 싸움이었다.하현이 운이 좋으면 가진 능력을 조금 발휘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로 살인마의 적수가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젊은이, 외지에서는 함부로 날뛰었는지 모르지만.”“여기 무성은 그런 곳이 아니야. 바짝 엎드려야 한다고.”“어쨌거나 당장 우리 아가씨를 풀어줘.”“그리고 다시 브라흐마 아샴을 살려내.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 두겠어.”“만약 거절한다면 그땐 나도 어쩔 수 없지. 미안하지만 당신을 죽일 수밖에. 너무 매정하다고 이 늙은이를 욕하진 말게.”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창문이 와장창 깨졌다.그리고 창문을 통해 들어온 그림자가 바닥에 떨어졌다.착지하는 순간 ‘빠지직'하고 바닥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이 소리에 사람들은 겁에 질려 절로 뒷걸음질쳤다.인도인들도 모두 아연실색했다.그들은 항상 인도인의 무공이 천하무적이라고 자신했었는데 대하에 이런 수준의 고수가 있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이런 고수는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있는 인물이지 현실에서 실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하지만 정말로 그런 존재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하현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이 사람을 쳐다보았다.쉰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그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눈동자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렸는지 온통 새빨갰다.흉측한 몰골이 언제라도 사람들을 찢어버릴 것 같은 표정과 더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젊은이, 난 인내심이 그리 깊지 못해. 딱 3초 줄 테니 아가씨를 놓아줘!”살인마는 흉악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은 상대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미안하지만 당신은 그럴 자격이 못 되는 것 같은데.”“죽고 싶어?!”“이 개자식! 세상 물정도 모르는 녀석이 어딜 감히 함부로 입을 놀려!”살인마는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뭔가 말로 한 대 얻어맞은
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담담하게 말했다.“뭐 그건 나중에 따져 보기로 하지.”살인마가 냉소적인 미소를 띠며 몸을 움직이려 하자 진주희가 뛰어들어 그에게 맞섰다.살인마는 그 이름답게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역시 고수는 역시였다.다른 건 몰라도 방금 덤벼든 인도인 클로에에 비하면 살인마는 훨씬 강한 상대였다.그의 붉은 손이 번쩍거릴 때마다 매서운 기운과 피비린내가 진동했다.피바람이 사람들을 휘몰아쳐 그대로 묻어버릴 것만 같았다.진주희도 못지않은 실력으로 당도를 뽑아 살인마와 맞섰다.하지만 그녀의 공세는 여전히 화려했다.사람들의 허점을 정확히 찾아내 쉴 틈 없이 밀어붙였다.이런 상황이 길어지자 치명적인 중상은 아니었지만 진주희도 조금 상처를 입었다.이 모습을 본 김규민 일행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냉소를 금치 못했다.그들이 보기에 살인마가 진주희만 죽인다면 하현은 끝장날 것 같았다.진주희는 정신을 가다듬고 하현의 가르침을 떠올렸다.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손에 있는 당도의 속도에 집중했다.“촹촹촹!”칼의 그림자가 허공을 가르며 핏빛 손바닥이 번쩍거렸다.장내는 곧 매서운 기운으로 가득했다.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몇몇 패왕파 무리들은 다른 부상자들과 브라흐마 아샴을 조심스럽게 옮겼다.한편으로는 서로 싸울 공간을 넓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더 잘 포위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하현의 손은 여전히 김규민을 잡고 있었다.그래서 패왕파 패거리들도 함부로 나서지는 못했다.혹시라도 김규민을 다치게 하면 그야말로 낭패였다.영지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수세를 점쳐 보았다.만약 진주희가 패하고 하현의 생사가 위험에 처한다면 법과 규칙을 무시해서라도 그녀는 사람을 보내서 손을 쓰게 할 것이다.다만 그녀는 어릴 적부터 법과 규칙의 중요성을 배워 왔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규칙을 깨뜨리려니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