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지시에서 겨우 빠져나온 영지루였다.그녀는 이대로 자신의 행적과 골치 아픈 일을 아버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한편으론 자신이 방금 겪은 끔찍한 일이 떠올라 화가 나서 온몸을 떨며 어딘가로 메시지를 보냈다.하현은 영지루를 향해 옅은 미소를 보이며 소다수 한 병을 건네주었다.“괜찮아. 내가 여기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구경이나 해!”“인도인들은 평소 오만방자한 태도가 습관이 되어 있어. 자신들이 대하인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오늘 나를 만났으니 제대로 혼쭐을 내줘야지!”“우리 대하가 이렇게 부강하고 평화롭게 일어선 것은 그놈들이 편하게 짓밟으라고 이룩한 게 아니야.”“우리 대하를 건드린 자는 반드시 응당한 벌을 받아야지.”하현의 눈빛이 맹수의 매서운 그것과 닮아 있었다.당시 유라시아 전장에서 인도의 전신 몇 명이 자신에게 된통 당한 뒤 사선을 넘을 뻔했었다.지금 또 인도인들이 무성에서 위세를 떨치려고 하고 있다.허!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것이다!...그 시각, 2층 럭셔리 룸 뒤로 대머리 남자가 비틀거리며 문을 밀고 들어섰다.의아해하는 수십 명의 시선들을 뚫고 가운데 테이블로 달려간 대머리 남자는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테이블 맞은편에는 커다란 소파가 있었다.도도한 남녀가 소파 위에는 앉은 채 대머리 남자에게 시선을 떨구었다.남자는 하얀 옷을 입은 인도 남자였고 얼굴이 창백했지만 앉아 있는 자태만으로도 무서운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범상치 않은 신분임에 틀림없었다.인도상회 이사 중 한 명인 인도 선봉사 최고봉, 브라흐마 아샴이었다.그의 옆에는 스무 살 남짓한 묘령의 여인이 있었다.그녀의 얼굴과 몸매는 조각같이 아름다웠다.무엇보다 발렌시아가 검은 스타킹을 신고 있어 긴 다리가 유난히 사람을 유혹하고 있었다.검은 스타킹을 신은 여자는 다름 아닌 김 씨 가문 김규민이었다.대머리 남자가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채 모습을 드러내자 김규민은 위아래로 훑
고귀한 인도인의 두 번째 계급인 그가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 보았겠는가?하지만 어쨌든 그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얼굴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표정으로 일관했다.그는 감히 자신의 얼굴을 때린 대하 남자가 누구인지 죽일 듯이 보고 싶었다.하지만 브라흐마 아샴은 스스로 손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어쨌든 그는 오늘 패왕파의 손님이었다.화가 치민 것으로 친다면 그보다 김규민이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게다가 지금 김 씨 가문은 한창 상승기인데 어떻게 이런 일로 체면을 구길 수 있겠는가?만약 김 씨 가문이 웃음거리가 되면 그야말로 큰일이 날 것이다.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브라흐마 아샴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흥미로운 일이긴 하지만 이 또한 정상이지.”“우리 선봉사가 대하에 뿌리가 별로 없으니 천대받는 것도 당연해.”“오죽했으면 엊그제 샤르마 커 부자도 체면을 구기고 병원 앞에 가서 무릎을 꿇었을까?”“대하에는 유능한 사람이 많고 무성에서는 잠룡들이 떠오른 거지!”그는 스스로 타협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가슴속엔 분노가 가득했다.그는 일부러 이런 말로 김규민을 자극해 그녀로 하여금 감히 인도인을 모욕한 대하인들을 혼내주길 바라고 있었다.김규민이 냉랭한 표정으로 브라흐마 아샴을 힐끗 쳐다보았다.김규민같이 약삭빠른 사람이 브라흐마 아샴의 속마음을 모를 리 있겠는가?다만 그녀는 김 씨 가문 사람으로서 언제나 절대적인 냉정과 침착함을 유지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녀의 얼굴색은 말할 것도 없고 자세도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술잔에 있는 와인을 다 비운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머리 남자를 보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김 씨 가문과 패왕파, 그리고 선봉사의 내력을 아는 놈이라면 당장 물러나도 시원찮을 텐데.”“지금 우리한테 감히 싸움을 거는 거야?”“무학의 성지 사람이야? 아니면 어느 명문가 자제야?”
김규민의 명령에 제육영이라는 부하가 씩 웃으며 앞으로 나와 김규민의 영패를 집어 들었다.제육영은 한때 무성에서 날아다니는 쌍절곤이라 불렸다.쌍절곤을 들고 혼자 상대편에게 진격해 소위 고수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많이 해치웠다고 했다.무성 6대 파벌들이 그를 영입하려고 군침을 흘렸지만 결국 제육영은 김규민의 품으로 갔다.그는 그동안 김규민을 위해 싸우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이로 인해 김규민이 호령하는 김 씨 가문에서 그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다.김규민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제육영의 위상도 높아져 최근에는 직접 손을 쓰는 일이 줄어들었다.어쨌든 그는 김규민의 영패만 있으면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을 해치울 수 있었다.그리고 몇 년 동안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로운 날들의 연속이어서 스스로 자신감도 한껏 충만해 있던 차였다.그는 자신이 무성에서 이미 천하무적이라고 느꼈고 원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해치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간단히 말해서 주인을 오랫동안 모시던 토종개는 결국 주인의 호가호위를 등에 업고 세력을 키우는 법을 배운 것이다!김규민의 영패를 든 제육영은 오만방자하고 기세등등한 자태로 일어서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십여 명의 심복을 데리고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현장에서 인도인들을 모시던 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재미난 구경을 놓칠 세라 얼른 제육영 일행의 뒤꽁무니를 따라갔다.길을 가던 종업원은 제육영 일행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결국 제육영의 발길질에 바닥에 넘어졌다.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무성에 황제가 나타난 줄 알았을 것이다.“퍽!”제육영은 곧 1호실 입구에 도착했고 문을 발로 뻥 걷어찼다.요란한 소리와 함께 방문이 펄럭거렸다.십여 명의 기세등등한 건달들이 1호실 안으로 들어갔다.제육영은 담배를 물고 건들거리며 당차게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룸 안의 사람들을 흘겨보며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개자식! 어느 눈먼 놈이 감히 고귀한 인도인들의 심기를 건드린 거야?”“죽
제육영의 말에 하현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좋아. 개가 하는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지.”“어서 말해 봐. 원하는 게 뭐야?”하현의 말에 제육영은 화가 나서 폭발할 지경이었지만 애써 꾹 참고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이놈아. 이건 우리 김 씨 가문 김규민 아가씨의 영패야. 네놈은 스스로 두 손을 부러뜨린 다음 얌전하게 아가씨 방 앞에서 10분 동안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 그러면 없던 일로 해 줄 거야!”“잘 들어. 이건 우리 김규민 아가씨가 네놈이 대하인인 걸 특별히 생각해서 기회를 준 거야!”“소중히 여겨야 할 거야!”“만약 네놈이 감히 거절한다면 네놈만 여기서 죽는 게 아니야!”“네놈의 가족, 친구, 배후에 있는 모든 세력들이 힘들어질 거야.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는 얘기야!”제육영은 분명 하현이 세상 물정 모르는 허여멀건한 남자인 줄 착각하는 것 같았다.말을 하면서 그는 황금 영패를 꺼내 위세를 부리며 오만방자한 표정으로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그의 일행들은 모두 가슴을 펴고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마치 하현이 오금을 저리며 용서를 빌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제육영이 내민 것이 무엇인가?김 씨 가문 영패가 아닌가?무성에서 김 씨 가문의 영패는 절대적인 권위를 상징한다.아무리 거물이라도 김 씨 가문의 영패만 보면 저절로 뒷걸음질을 칠 정도였다.용 씨 가문, 만 씨 가문도 김 씨 가문의 영패 앞에서는 고개를 수그릴 수밖에 없었다.어쨌든 김 씨 가문 뒤에는 황금궁이 있었다.무성에서 이를 무서워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다만 하현은 이런 것에 흔들릴 사람이 아니란 게 문제였다.그는 소파에 기대어 천천히 눈을 들었다.“그게 뭔데? 잘 안 보이는데.”“어서 가져와 봐!”“뭐? 어서 가져와 봐!?”제육영이 격노한 목소리로 말했다.“개자식! 내가 귀머거리인 줄 알아?”“네놈이 뭐라도 된 줄 알아?”“죽
”김규민이라고?”하현은 영패에 쓰여진 글씨를 보고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김 씨 가문이 내 앞에서 돈자랑을 하는 거야?”“그런데 어쩌지? 나도 돈이 부족하진 않은데.”“돌아가서 김규민에게 전해. 이런 물건으로는 날 움직이지 못한다고.”“돈으로는 날 움직이지 못하지.”순간 하현은 제육영을 힘껏 걷어찼다.제육영은 끙끙거리며 비틀거리다가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성질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김 씨 가문도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거야?”“당신 도대체 누구야?”“신분을 밝혀!”하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나? 난 그냥 데릴사위에 불과해.”“다른 건 내세울 게 없어. 뭐 그냥 의로운 일에 관심이 많다고 할까?!”“개자식! 네가 어떤 사람이든 감히 날 다치게 했으니 절대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제육영은 하현이 데릴사위에 불과하는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속이 부글부글거렸다.순간 그는 옆에 있던 동료들에게 소리쳤다.“야! 다 같이 해치워!”그의 명령과 함께 패왕파와 김 씨 가문에서 나온 십여 명의 싸움꾼들이 소지한 무기를 꺼내면서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살벌하게 돌진했다.“퍽퍽퍽!”하현이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진주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몸을 움직였다.그녀의 동작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고 순식간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날아갔다.그들은 진주희의 발길질에 뼈가 부러졌고 고통 때문인지 놀랐기 때문인지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저 얼굴을 찡그리고 땅바닥에서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킬 뿐이었다.그들은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가지고 있던 전투력을 모두 잃었다.“개자식!”이 광경을 본 제육영은 온몸을 부르르 떨렸고 자신도 모르게 뒤춤에 넣어둔 총을 만지작거렸다.그러나 그가 총을 꺼내기도 전에 진주희가 테이블을 탁 치더니 그녀의 옷소매에서 젓가락이 툭 튀어나와 그대로 제육영의 손바닥을 관통해 버렸다.그의 손바닥에서 피가 분수처럼
제육영은 손을 바들바들 떨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맞은편에서 쌀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제육영, 왜 이렇게 안 데리고 오는 거야?”제육영은 떨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규민 아가씨, 저로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습니다.”“김 씨 가문 영패로는 안 된다고 전하랍니다.”“죄송합니다.”전화기 너머에선 잠시 침묵이 흘렀다.“오늘 밤은 별로 재미없게 흘러가나 싶었는데.”“이렇게 나한테 즐거움을 주려는 자가 나타난 줄 몰랐네.”“그럼 구경이나 해.”“누군가 나한테 재미난 구경거리를 주려고 이렇게 발버둥이니 뭐 가서 놀아줄 수밖에.”...10분 후 술집 전체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손님들은 다 쫓겨났다.사방팔방에서는 수많은 패왕파들이 몰려들어 술집 안팎을 물샘틈없이 에워쌌다.키 크고 건장한 남자들이 통로까지 꽉 차 있었다.열기로 후끈거렸던 술집이 갑자기 싸늘하게 식어가는 순간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이힐을 또각거리는 소리가 술집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발걸음을 이끈 싸늘한 그림자가 들이닥쳤다.하현이 사람을 시켜 차를 끓이려고 했을 때 갑자기 방문을 뻥 걷어찼다.발렌시아가의 검은 옷을 입은 아리따운 여자의 다리가 먼저 룸 안으로 들어왔다.이 장면을 본 남자들은 매혹적인 여자의 모습에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물론 이 사람들 중에 하현은 포함되지 않았다.이윽고 매서운 아우라를 풍기며 김규민이 등장했다.그녀의 뒤에는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 세라 브라흐마 아샴이 따라붙었다.이어서 김 씨 가문 고수들과 많은 인도인들이 뒤따랐다.갑작스러운 김규민 일행의 등장에 룸 안은 무거운 기운으로 가득 들어찼다.그들은 널브러져 있는 그들의 사람들을 힐끔 보았다가 시선을 던져 여유롭게 찻잔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 던졌다.차손녕과 제육영이 모두 죽은 개처럼 쓰러져 있는 것을 보자 김 씨 가문 고수들은 하나같이 눈썹을 치켜
”당신 좀 재미있는 사람이군.”하현이 오만방자하게 되받아치는 모습을 보고 김규민의 입매가 야릇하게 올라갔다.그녀는 가늘고 긴 눈을 치켜뜨고 하현을 쓱 훑어보다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지금 나 김규민과 싸우겠다는 거야?”“당신이 나의 상대가 될 수 있겠어?”김규민은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여자였다.자신의 명성과 배경이 때로는 무성의 김 씨 가문보다 훨씬 높다고 생각했다.“상대?”하현은 찻잔을 움켜쥐고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당신은 나의 상대가 될 자격이 없어.”“내가 자격이 없다고?”김규민이 어리둥절해하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대단하군, 대단해.”“이런 사람 참 오랜만이야.”“감히 나 김규민 앞에서 이렇게 날뛰다니!”“잘 생각해 보고 한 말이지?”“그게 무슨 말인지 알고나 하는 말이지?”“그 말, 뒷감당할 수 있겠어?”“참고로 이 가게는 오늘 내가 이미 접수했어.”“지금 안팎으로는 김 씨 가문 고수 오십 명과 패왕파들이 백여 명 쫙 깔렸어.”“참, 그리고 인도 선봉사의 고수들도 있어.”김규민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취급하듯 눈을 아래로 깔며 흥미로운 눈빛을 반짝였다.“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궁금한데.”“나도 참 궁금해. 나 김규민이 당신의 상대가 될 수 있을지 어떨지 말이야.”김규민의 말을 들은 그녀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섬뜩한 미소를 떠올리며 싸늘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손에 든 총기를 만지작거리며 무언의 협박을 시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이들은 김규민이 눈짓이나 손짓으로 명령만 내린다면 언제든지 사양하지 않고 하현에게 덤벼들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그런 문제를 내가 고민해야 해?”하현은 여전히 태연스럽게 찻잔을 기울였다.“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 따져 보면 알지 않아?”“게다가 지금은 당신들이 나한테 해명을 하고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상황 아닌가?”“당신들이 무릎을 꿇고 사과만 하면 이 일은 그냥 없던 일로
바깥에서는 수많은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창백한 표정의 영지루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그녀의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따라왔다.아마 그녀의 경호원들인 것 같았다.그들의 수는 아주 많았고 모두들 김규민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영지루가 나타난 것을 본 브라흐마 아샴은 눈이 번쩍 뜨였다.“오, 영지루! 당신도 날 보고 싶었던 거야, 그렇지? 난 당신을 위해 이미 세 알이나 먹었어. 오늘 밤 제대로 죽여줄 거야!”“퍽!”브라흐마 아샴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영지루는 이미 손바닥을 휘갈겼고 브라흐마 아샴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그러나 그는 비틀거리면서도 반격하지는 않고 자신의 뺨만 어루만지며 변태 같은 표정을 지었다.자세히 보니 벌써부터 한껏 달아오른 브라흐마 아샴이 흥분한 듯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김규민은 잠시 영지루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오만하게 입을 열었다.“만진해의 치료담당 그 영지루?”만진해의 치료담당이라는 신분은 무성에서 알려져 있는 영지루의 신분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영지루의 정체가 탄로 나게 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지 모르는 일이었다.하지만 만진해의 치료담당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신분이었다.“맞아.”영지루는 하현 앞에 다가가 차가운 표정으로 김규민을 쳐다보았다.“김 씨 가문은 정말 대단하군.”“인도인을 앞세워 대낮에 감히 대하의 여자를 강탈해 인도인에게 바치려고 했다니!”“김 씨 가문도 이젠 끝이야!”영지루를 뒤따르던 경호대장은 험악한 표정으로 다가왔다.“김규민, 당신은 이 일에 대해 제대로 해명해야 할 거야.”경호원들은 모두 영 씨 가문 출신들이다.그들이 모시는 공주가 하마터면 인도인에 의해 유린당할 뻔했다.국제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마 진즉에 이 인도인을 죽였을 것이다.영지루의 신분이 만만치 않음을 간파한 브라흐마 아샴은 얼굴을 가린 채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김규민, 뭐야? 이 사람들 다 누구냐고?”김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