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양연은 이서국을 그 자리에서 때려눕혔지만 하현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씻을 수가 없었다.자신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무학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을 것이다.이 일이 새로 부임한 집법당 당주에게 알려지면 자신은 그야말로 끝장이다!이런 생각이 스치자 구양연은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다.이때 김방아는 겨우 눈을 껌뻑거리며 정신을 되찾아 하현에게 다가갔다.다만 그녀는 거만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턱을 치켜세우고 있었다.“하현, 너 정말 대단해!”“축하해. 공식적으로 날 따라다닐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거야!”“너한테 밥 한 끼 정도는 사 줄 수 있어.”“네가 좀 더 분발한다면 뭐 모르지! 나중에 내 남자친구가 될 수도 있고!”“참, 무성에 미슐랭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이 있다더라고. 나 거기 가고 싶은데...” 하현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저리 가!”하현은 돌아서서 그 자리를 떠났다.김방아 같은 여자를 상대하는 건 이제 지긋지긋하다.도대체 생각이라는 것이 있는 여자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아직도 자신에게 고개를 빳빳이 들고 군림하려 하다니 정말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구양연 일행의 끈질긴 연회 초대를 완곡히 거절한 하현은 핸드폰 번호를 남기고 시험장을 빠져나왔다....그러나 예선 통과는 축하할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은 진주희와 한여침에게 적당한 노래방을 물색해 오랜만에 긴장을 좀 풀어보자고 제안했다.한편으로는 진주희와 한여침을 정식으로 부하 관계로 끌어들인 셈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긴장을 풀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어쨌든 요즘 하현은 이 사람들을 데리고 무성에서 고단한 며칠을 보냈기 때문이다.하현이 준비한 작은 연회에 한여침은 매우 기뻤다.그는 무성 최고급 노래방에 직접 룸을 예약한 뒤 연식이 꽤 오래된 마오타이를 구했다.하현이 모처럼 마련한 자리는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만천우가 오지
영지루는 영 씨 가문 공주였다.그녀 같은 신분의 여자가 어떻게 이런 사람들에게 취해서 끌려갈 수가 있는가?하현의 눈 속엔 의심의 불꽃이 가득 피어올랐다.그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 걸음 내디뎌 인도 남자들을 가로막았다.“잠깐만!”몇 명의 남자가 동시에 걸음을 멈추고 의기양양한 기세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뭐?”“네까짓 게 뭔데 내 앞길을 막아?!”인도인은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들며 하현을 쳐다보았고 안하무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난 고귀한 인도인이야. 뭣 때문에 내 앞길을 막냐고?!”“우리나라 같았으면 당신은 벌써 교수형에 처했을 거야!”“기회를 줄 때 얼른 무릎을 꿇고 사과해! 아니면 당신 끝장이야!”하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여자는 내 친구야. 놔줘.”하현이 가까이 가 보니 영지루한테서는 술 냄새뿐만 아니라 약 냄새도 풍겼다.분명 이 남자들이 영지루에게 먹인 것이 뻔했다.“이 자식이!”인도 남자의 눈동자가 험악하게 희번덕거렸다.“이 여자는 우리 형님이 찜한 여자야! 당신이 이 여자 친구든 남편이든 상관 말고 꺼져!”“오늘 밤 이 여자는 우리 형님 몫이야!”“눈치챘으면 이제 썩 꺼져! 어서!”“그렇지 않으면 죽을 줄 알아!”그가 입을 열자 양복 차림을 한 사나운 표정의 남자들도 앞으로 나와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그중 대머리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당신이 무성 사람이라면 우릴 잘 알 텐데! 우린 패왕파야!”“우리 같은 사람 잘못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 않잖아, 안 그래?”“얼른 사과하고 꺼져.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 당신은 여기서 못 나갈 줄 알아!”패왕파는 무성 6대 파벌 중 우두머리였다.그 뒤에는 무성의 거물들이 든든히 받치고 있다고 했다.그런데 이 패왕파 사람들이 뜻밖에도 인도인들과 야합하여 세상 비열한 짓을 하고 있다니!하현은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패왕파도 어쨌든 강호의 의리를 중시한다고
차손녕의 오만함과 횡포가 극에 달했다.그는 무성에서 이렇게 날뛰는 것에 익숙한 모양이었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했으면 이런 태도를 보일까?그는 줄곧 제멋대로 남녀를 괴롭혔던 것이다.지금도 그는 하현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비아냥거렸다.대하인들은 인도의 네 번째 계급이라니!감히 인도 두 번째 계급 운운하며 대하에서 큰소리치다니!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덤비는 것이나 다름없었다!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그 여자, 놔줘!”“퍽!”차손녕은 영지루의 뺨을 한 대 때린 뒤 음흉한 눈빛으로 말했다.“놔줘? 그럴 리가?!”“이 여자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갖고 놀 거야.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야!”하현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애써 화를 억누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그리고 영지루를 데리고 오려고 손을 뻗었다.차손녕은 영지루를 잡아당기며 냉소적으로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야, 대머리. 이놈을 처리해! 난 형님한테 이 여자 넘기고 재미 좀 볼 테니까!”말을 마치며 차손녕은 영지루를 부축하고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하현이 재빨리 그들을 가로막았다.대머리 남자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그럼 우리 같이 놀아볼까?!”몇 명의 남자들이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다가 순간 그들의 허리춤에 있던 칼을 꺼내 하현을 향해 마구 찔렀다.“퍽퍽퍽퍽!”하현은 거침없이 놈들을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순간 양복 차림의 남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철퍼덕 땅바닥에 쓰러졌다.이 모습을 본 많은 사람들은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대머리 남자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비록 그들 패왕파가 줄곧 횡포를 부리며 살아왔지만 이렇게까지 횡포를 부린 적은 없었다.대낮에 사람들을 못살게 군다든지 아니면 인도인을 도와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강탈하든지 했다면 사람들 눈에 띄어 무슨 일이 일어나도 벌써 일어났을 것이다.순간 대머리 남자는 비수를 잡고 하현에게 달려들었다.“
”대하인이 무학을 조금 배웠다고 나랑 상대가 된다고 생각해?”“천하무공 소림이 인도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몰라?”“우리 인도인이랑? 가당키나 해? 목숨이 열 개라도 우리 인도인과는 안 돼!”“내 앞에서 감히 영웅 흉내라도 내려는 거야?”“장난 그만 쳐...”“아유, 예수가 와도 저 여자를 구할 수 없어! 내가 말했지!”“이제 당신을 죽이는 것도 귀찮아. 그러니 가만히 구경꾼 노릇이나 해. 인도인이 어떻게 이 여자를 건드리는지 잘 구경이나 하라고!”“브라흐마 형님이 맛있게 드시고 나면 내가 이 여자를 죽인 후 당신한테 누명을 씌워 버릴 거야!”“그렇게 되면 살인자는 당신이 되는 거지!”“하하하!”차손녕은 오만하게 웃어 젖혔다.그는 멀리 내다보고 벌써 갖은 전략을 다 짜놓은 모양이었다.그때였다.하현이 번개처럼 앞으로 걸어왔다.“퍽!”차손녕의 더러운 손이 자신을 건드리기 전에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휘둘렀다.차손녕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제자리에 빙빙 돌았고 빠진 이빨이 입 밖으로 툭 튕겨 나왔다.그의 몸은 벽에 세게 부딪혀 뼈가 부러진 뒤 만신창이가 된 것처럼 완전히 일어서지 못했다.“이럴 수가!”“당신은 우리 인도의 요화기독에 중독되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멀쩡할 수가 있어?”차손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힘겹게 소리를 질렀다.인도의 의사들도 바로 해독할 수 없는 독을, 지금 이 대하인은 어떻게 한 거지?하현의 냉랭한 얼굴로 차손녕을 노려보았다.이런 저급한 수법으로 사람을 상대하다니!하현이 무슨 생각을 했겠는가?그는 쓸데없는 말도 더 이상 하기 귀찮아서 차손녕의 가슴팍에 발길질을 했다.차손녕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결국 의식을 잃어갔다.“기절한 척하지 마!”“그들이 누구인지 어서 말해!”하현은 영지루 앞에 가서 그녀를 안아 올린 후 대머리 남자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당신한테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있어.”정신이 혼미한 척하던 대머리 남자는
”김 씨? 어느 김 씨?”하현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그는 다른 사람들이 무성 김 씨를 언급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고 언급할 때마다 공손하기 짝이 없는 자세였다는 걸 기억했다.하현은 무성에 어떻게 용 씨 가문보다 더 힘이 센 존재가 있을 수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한여침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형님, 김 씨 가문의 내력은 정말 대단해요!”“김 씨 가문은 원래 평범한 호족이었는데 무학의 최고봉을 배출했죠. 그 최고봉은 황금궁 문하에 들어갔고요.”“약 20년 전에 이 사람은 만진해 어르신을 물리치고 황금궁 궁주 자리에 올랐어요.”“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무성에서 김 씨 가문이 부상하기 시작했고요!”“황금궁을 등에 업었기 대문에 무성에선 미움을 살 만한 존재들이 없었죠. 그래서 김 씨 가문은 비록 대대로 내려오는 정상 가문은 아니지만 그들을 능가하는 존재가 되었죠.”“단 하나 부족한 것이 가문의 내력이 없다는 거예요.”“패왕파, 김 씨 가문.”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그는 방금 그 대머리가 왜 그렇게 대단하게 굴었는지 이해했다.신중을 기하기 위해 하현은 한여침에게 도끼파 패거리를 데리고 먼저 나가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진주희에게 함께 남아서 영지루를 돌봐달라고 부탁했다.영지루는 술을 그리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그 남자들이 먹인 약 때문에 완전히 인사불성이 되었다.하지만 진주희는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그녀는 웨이터에게 끓인 생강물을 달라고 한 뒤 영지루의 입에 조심스럽게 흘렸다.잠시 후 영지루는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서 먹은 것을 토해 내었다.쓰레기통에 한바탕 토해 낸 영지루는 겨우 깨어났지만 여전히 정신이 흐릿했다.눈앞에 한 남자가 있는 것을 느끼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부림치고 반항했다.“당신 누구야?!”“만지지 마!”“이러면 관청에 신고할 거야!”영지루는 소리를 지르며 테이블 위의 술병을 집어 자신을 보호하려고 했다.그러나 하현은
”맞선 보고 싶지 않았거든. 새장 속의 카타리나는 더더욱 싫었고. 그래서 대충 화장하고 조용히 밖으로 나왔지.”“기분 전환도 할 겸 혼자 술집에서 한 잔 마시고 있었어.”“그런데 몇 모금 마시기도 전에 인도 남자들이 나한테 말을 걸잖아? 반했다고 하면서. 내가 완전히 자기들 인도 스타일이라며.”“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놈들을 상대하겠어?”“그냥 하는 말인 줄 알고 가만히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명이 더 온 거야!”“그들은 다짜고짜 날 데리고 가더니 무슨 브라흐마 누구한테 가자고 하는 거야!”“꺼지라고 하면서 경호원들까지 불렀는데 경호원들은 감히 다가설 엄두도 못 내더라고.”“그놈들이 갑자기 달려와 억지로 내 입에 술잔을 갖다 대었어.”“그러고 나니 머리가 너무 띵하고 어지럽고 갑자기 힘이 빠져서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어.”“어쨌든 하현, 날 구해 줘서 너무 고마워.”“이 은혜는 반드시 보답할게!”영지루는 말을 하고 보니 만약 우연히 하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완전히 더럽혀질 뻔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그녀는 인도인들을 눈앞에서 도륙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인도인들은 자기들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흉악한 놈들일 뿐이야!”하현은 눈초리를 가늘게 뽑았다.“그리고 나쁜 인도인들을 옆에서 도와준 놈들이 스스로 패왕파라고 털어놓던데 당신 그 사람들 알아?”“몰라. 내가 무성에 온 이후로 정식으로 만난 사람은 만진해 아저씨뿐이야. 그리고 당신.”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패왕파도 무선 6대 파벌 중 하나이니 만진해 어르신에게 부탁해 그들한테 전화 한 통 넣어달라고 하면 별문제는 아니야.”“하지만 좀 더 복잡한 건 그들의 후원자가 김 씨 가문이라는 거야.”“김 씨 가문?”영지루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원래 김 씨 가문은 무성 최고 가문으로 부상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쓴 걸로 유명해.”“그들은 이미 황금궁을 손에 넣었지만
아버지의 지시에서 겨우 빠져나온 영지루였다.그녀는 이대로 자신의 행적과 골치 아픈 일을 아버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한편으론 자신이 방금 겪은 끔찍한 일이 떠올라 화가 나서 온몸을 떨며 어딘가로 메시지를 보냈다.하현은 영지루를 향해 옅은 미소를 보이며 소다수 한 병을 건네주었다.“괜찮아. 내가 여기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구경이나 해!”“인도인들은 평소 오만방자한 태도가 습관이 되어 있어. 자신들이 대하인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오늘 나를 만났으니 제대로 혼쭐을 내줘야지!”“우리 대하가 이렇게 부강하고 평화롭게 일어선 것은 그놈들이 편하게 짓밟으라고 이룩한 게 아니야.”“우리 대하를 건드린 자는 반드시 응당한 벌을 받아야지.”하현의 눈빛이 맹수의 매서운 그것과 닮아 있었다.당시 유라시아 전장에서 인도의 전신 몇 명이 자신에게 된통 당한 뒤 사선을 넘을 뻔했었다.지금 또 인도인들이 무성에서 위세를 떨치려고 하고 있다.허!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것이다!...그 시각, 2층 럭셔리 룸 뒤로 대머리 남자가 비틀거리며 문을 밀고 들어섰다.의아해하는 수십 명의 시선들을 뚫고 가운데 테이블로 달려간 대머리 남자는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테이블 맞은편에는 커다란 소파가 있었다.도도한 남녀가 소파 위에는 앉은 채 대머리 남자에게 시선을 떨구었다.남자는 하얀 옷을 입은 인도 남자였고 얼굴이 창백했지만 앉아 있는 자태만으로도 무서운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범상치 않은 신분임에 틀림없었다.인도상회 이사 중 한 명인 인도 선봉사 최고봉, 브라흐마 아샴이었다.그의 옆에는 스무 살 남짓한 묘령의 여인이 있었다.그녀의 얼굴과 몸매는 조각같이 아름다웠다.무엇보다 발렌시아가 검은 스타킹을 신고 있어 긴 다리가 유난히 사람을 유혹하고 있었다.검은 스타킹을 신은 여자는 다름 아닌 김 씨 가문 김규민이었다.대머리 남자가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채 모습을 드러내자 김규민은 위아래로 훑
고귀한 인도인의 두 번째 계급인 그가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 보았겠는가?하지만 어쨌든 그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얼굴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표정으로 일관했다.그는 감히 자신의 얼굴을 때린 대하 남자가 누구인지 죽일 듯이 보고 싶었다.하지만 브라흐마 아샴은 스스로 손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어쨌든 그는 오늘 패왕파의 손님이었다.화가 치민 것으로 친다면 그보다 김규민이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게다가 지금 김 씨 가문은 한창 상승기인데 어떻게 이런 일로 체면을 구길 수 있겠는가?만약 김 씨 가문이 웃음거리가 되면 그야말로 큰일이 날 것이다.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브라흐마 아샴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흥미로운 일이긴 하지만 이 또한 정상이지.”“우리 선봉사가 대하에 뿌리가 별로 없으니 천대받는 것도 당연해.”“오죽했으면 엊그제 샤르마 커 부자도 체면을 구기고 병원 앞에 가서 무릎을 꿇었을까?”“대하에는 유능한 사람이 많고 무성에서는 잠룡들이 떠오른 거지!”그는 스스로 타협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가슴속엔 분노가 가득했다.그는 일부러 이런 말로 김규민을 자극해 그녀로 하여금 감히 인도인을 모욕한 대하인들을 혼내주길 바라고 있었다.김규민이 냉랭한 표정으로 브라흐마 아샴을 힐끗 쳐다보았다.김규민같이 약삭빠른 사람이 브라흐마 아샴의 속마음을 모를 리 있겠는가?다만 그녀는 김 씨 가문 사람으로서 언제나 절대적인 냉정과 침착함을 유지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녀의 얼굴색은 말할 것도 없고 자세도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술잔에 있는 와인을 다 비운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머리 남자를 보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김 씨 가문과 패왕파, 그리고 선봉사의 내력을 아는 놈이라면 당장 물러나도 시원찮을 텐데.”“지금 우리한테 감히 싸움을 거는 거야?”“무학의 성지 사람이야? 아니면 어느 명문가 자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