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 진주희의 핸드폰이 진동했다.누군가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핸드폰을 힐끔 쳐다본 그녀의 안색이 더욱 일그러졌다.“조사해 보니 맨 앞장선 사람이 용문 집법당의 외문 제자인 용오해의 사람이라는데요.”“지금 용문 집법당은 당신 손에 있구요.”“그렇다면 당신이 인정하든 안 하든 이 누명을 벗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하현, 이제 우린 어떻게 할까요? 용의자로 의심되는 용오해의 사람을 알아볼까요?”“아니야. 그럴 필요없어.”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우리는 그 사람의 신원을 알아낼 수 있어. 하지만 인도상회도 바보가 아니니 당연히 그 사람의 신원을 알아낼 수 있을 거야.”“하지만 용오해가 죽은 지금 집법당 사람들은 도리상 내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어.”“우리가 나서서 그 자가 우리 집법당과 무관하다고 하는 건 우리 얼굴을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야.”“정말 대단한 재주를 부렸군.”“나쁜 의도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말도 못 할 엄청난 손해를 입혔어...”“재미있군...”“하현, 그 말인즉슨 손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이 가는 데가 있다는 거예요?”진주희는 적잖이 충격에 휩싸였다.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쉽게 짐작할 수 있지. 상대는 숨길 의도가 없다고 봐야겠지. 어쨌든 우리 모두는 용오해가 용천오의 사람이었다는 걸 잘 알고 있잖아.”“그럼 이 일의 배후는 용천오가 아니면 누구겠어?”“그럼 우리는...”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용천오가 이 일을 저지른 건 맞아. 우리와 인도상회가 죽기 살기로 싸우기를 바라기 때문이지.”“이런 일에 한눈팔다가 용문대회에 나갈 틈도 없게 만들려는 수작인 거야.”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하현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왜 우리가 그들의 페이스대로 움직여야 해?”“인도상회를 밟아 놓고 용문대회도 참가하면 되지.”“용천오가 머리가 이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나?! 흥
손을 툭툭 털며 일어선 차현은 일행들과 함께 냉랭한 표정으로 한여침을 쳐다보았다.사방에 쫙 깔린 인도 경호원들도 모두 살벌한 표정으로 한여침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었다.한여침은 이들의 움직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샤르마 커에게 다가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샤르마 커, 맞지?”“하현의 말을 전하러 왔어.”“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어. 오늘 당장 해명해.”“뭐라고? 어디? 누구? 하현?”샤르마 커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아, 당신 한여침 아니야? 난 또 누구라고? 어디서 바보 멍청이가 들이닥쳤나 했네.”“오랜만에 데릴사위 앞잡이가 납셨구만!”“당신은 무성의 6대 파벌 중 하나인 도끼파잖아. 나름 이름도 있고.”“그런데 왜 그놈 심부름꾼이나 하려고 그러는 거야?”“도끼파 패거리들은 실력이 영 별로고 허풍만 센가 봐.”샤르마 커는 담배연기를 한 모금 내뿜으며 한여침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한여침이 주제넘게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다는 듯 주변의 여자들도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비웃었다.“샤르마 커. 쓸데없는 말 할 필요없어.”한여침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다시 한번 묻겠어. 설은아를 때린 일 어떻게 해명할 거야?”“해명?”“날 잡으러 온 거야?”샤르마 커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 샤르마 커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하 씨 그놈이 감히 무성호텔을 쓸어버리고 차 군사와 브라흐마 샤주를 치다니!”“그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기나 해?”“벌집을 건드려 놓은 거라고!”“브라흐마 아부가 절대 이 일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아주 스스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든 꼴이지!”“제 앞가림도 못하는 놈이 뭐? 나한테 해명을 하라고?”샤르마 커는 일어서서 손을 뻗어 한여침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그 사람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리고 당신, 한여침. 당신 이렇게 외지인 앞잡이 하다가 어떻게 될지 상상이나 해 봤어?”한여침의 안
한여침은 자신의 얼굴을 건드리고 있는 샤르마 커의 손을 젖히며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샤르마 커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가 입을 열었다.“이렇게 하자구. 하현의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어쨌든 그는 브라흐마 아부가 죽이려고 할 테니까 당신과 나 같은 하찮은 사람은 빠져 있자구.”“내가 특별히 브라흐마 아부한테 말해 놓을게. 하현을 죽이려고 할 때 밥은 먹을 수 있도록 한 손만은 남겨 놓으라고.”“하지만 당신이 날 좀 도와줘야겠어.”“내가 설유아를 정말 좋아해.”“설유아가 보고 싶어서 밤에 잠도 잘 수가 없어!”“보아하니 당신도 나쁜 사람 같진 않은 거 같으니.”“우리 좋게 좋게 지내보자고. 설유아를 제발 나한테 좀 보내줘. 그녀를 그리워하는 내 마음의 고통을 좀 어루만져 주었으면 좋겠는데, 어때?”샤르마 커는 한여침의 얼굴에 짙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덧붙였다.“걱정하지 마.”“내가 고기를 먹으면 당신한테도 국물은 먹게 해 줘야지. 나도 알 건 다 안다고!”차현 일행이 옆에서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한여침이란 놈은 감히 샤르마 커에게 아무 짓도 하지 못할 거란 걸 확신하고 있는 모습이었다.한여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불쾌했다.“아마도 당신은 내 체면을 조금도 생각해 주지 않는 모양이군.”“그럼 용이 땅끝의 뱀을 제압할 작정인 거야?”샤르마 커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맞자. 인도에서 온 용이 당신들의 대하를 짓누르려는 거야!”“죽느냐 사느냐야!”한여침이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오늘 당신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내가 한여침이 아니지!”샤르마 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한여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참, 당신한테 말한다는 걸 잊었어.”“전에 인도로 돌아갔던 브라흐마 아부가 오늘 밤 돌아온다는 소식이 있어.”“30분 후면 공항에 도착할 거야.”“날 건드리겠다고?”“어디 한번 해 보시지!”“하 씨 그놈이 당신
”하현!”샤르마 커 일행은 눈살을 찌푸렸다.하현이 들어서자 한여침은 공손한 자세로 하현의 곁으로 다가가 인사를 했다.이 장면은 샤르마 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그는 한여침이 하찮은 인간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성 거물 중 하나인 걸 잘 알고 있었다.6대 파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꼴찌이지만 그래도 6대 파벌 중 하나인 그가 하현을 향해 깍듯하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리는 모습을 모고 하현이 쉽지 않은 사람임을 깨달았다.그러나 아무리 봐도 샤르마 커의 눈에는 데릴사위에 관청의 신고에 의지해야 하는 별 볼일 없는 사람 같았다.도대체 어디 특출난 구석이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곰곰이 생각하던 샤르마 커는 결국 개의치 않기로 했다.어쨌든 그가 보기에 무성호텔이 싹 쓸려 버렸을 때 이미 하현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었다.브라흐마 아부가 반드시 이놈을 죽일 것이기 때문이다.이때 한여침은 공손하게 하현에게 다가가 말했다.“하현, 이런 작은 일은 저한테 맡겨도 됩니다.”“구태여 이렇게 올 필요가 뭐 있습니까?”“샤르마 커는 형수님을 다치게 한 장본인입니다.”“이런 큰 원한은 제가 반드시 혼자 처리할 수 있습니다.”하현은 한여침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냉랭한 눈빛으로 샤르마 커를 힐끔 쳐다보았다.“샤르마 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렇게 또 만났군!”“그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머리가 나빠진 거야?”“나를 감당하지 못하겠으니까 이런 못된 짓까지 다 하는 거야?”“날 괴롭히지도 못하면서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죽고 싶어?”“아니면 밤에 너무 신나게 놀아서 그만 잊어버린 거야?”하현의 말을 들은 차현은 순간 심장이 쪼그라들어 피가 솟구칠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그는 사나운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며 포효했다.“개자식아! 함부로 말하지 마!”“나야말로 네놈의 목을 베고 말 거야!”“에잇, 설마.”하현이 한껏 비웃었다.차현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앞으로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점잖은 얼굴로 말했다.“샤르마 커, 당신은 아마 모를 거야.”“내가 보기엔 당신도 길가의 개나 고양이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차현은 순식간에 얼굴이 표독스럽게 변했다.“개자식! 방금 뭐라고 했어?”“다시 한번 말해 봐. 내가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샤르마 커는 다시 손을 흔들며 분노한 차현 일행들을 제지했다.그 후 그는 하현을 위아래로 몇 번을 훑어보고는 비웃으며 말했다.“하현, 지금 내가 당신 눈앞에 있어. 배짱이 있으면 지금 날 쳐 봐!”“마누라가 당한 거 화풀이해 보라고!”“당신이 감히 그럴 수 있겠어?”“아니, 절대! 당신이 그럴 자격이 있을 리가 없지!”샤르마 커는 한껏 비아냥거렸다.마치 그의 눈에는 하현이 별 볼 일 없는 하찮은 인간인 것처럼 눈을 내리깔았다.자신을 공격할 능력도 배짱도 없는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 것이다.샤르마 커 뒤에 있던 아리따운 여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을 하현에게 던졌다.이놈은 기껏해야 관청에 신고하는 일밖에 하지 못하는 좀생이 인간이다.이런 존재가 어떻게 샤르마 커와 맞서 싸울 수 있겠는가?“퍽!”하현은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도 귀찮아 테이블 위에 있는 맥주병을 들고 바로 샤르마 커의 이마에 꽂아 버렸다.너무나 빠른 움직임에 아무도 하현의 행동에 반응을 할 수 없었다.날카로운 소리가 울린 뒤 샤르마 커의 머리는 순식간에 피와 술과 유리 부스러기로 뒤덮였다.동시에 그가 물고 있던 담배가 툭 떨어졌다.“치익!”하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떨어진 담배를 집어 들고 샤르마 커의 이마에 지져 버렸다.“앗!”돼지 멱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비할 데 없이 처량한 목소리였다.샤르마 커는 지금까지 줄곧 호령만 하며 호강에 겨운 인생을 산 사람이었다.어디서 이런 대접을 받아 보았겠는가?그는 몸서리를 치며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그러나 하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비명을 지르는 샤르마 커의 벌린 입에
”퍽!”하현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또 술병을 들고 서슴없이 샤르마 커의 머리를 쳤다.“아까 해명하라고 했는데 굳이 당신이 하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하지.”“이 한 병은 내 아내에게 바치는 복수야!”“퍽!”“이 한 병은 내 처제에게 바치는 복수야!”“퍽!”“이 한 병은 장모님께 바치는 복수야!”“퍽!”하현은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맥주병 세 개를 연이어 깨버렸고 샤르마 커의 이마에서는 핏물이 겹겹이 흘려 내렸고 유리 부스러기가 후드득 떨어져 비명을 멈추지 못했다.피를 본 여자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은 채 하나같이 뒤로 물러서기 바빴다.그들의 얼굴은 잿빛으로 가라앉았다.“왜 건드렸어?”하현은 오른손을 뻗어 샤르마 커의 어깨를 툭툭 쳤다.“차성도는 내 앞에서 개처럼 굴어야 할 거야. 브라흐마 샤주도 내 앞에서 직접 무릎을 꿇어야 할 테고...”“샤르마 커 당신은 어디서 굴러먹던 사람이야?”“이 바닥에서 정말로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줄 아는 모양이지?”샤르마 커는 몸서리치도록 이를 갈며 말했다.“하현, 당신은 지금 우리 귀하신 인도인들을 모욕하고 날 건드린 거야. 뒷감당할 수 있겠어?”샤르마 커는 이런 모욕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퍽!”하현은 손을 뒤로 힘껏 젖혔다가 세차게 샤르마 커의 따귀를 때렸다.“귀하신 인도인?”“뒷감당?”“차성도도 감히 내 앞에서 함부로 못하는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퍽!”“못 참겠거든 덤벼. 얼마든지. 강호의 규칙도 모르면서 감히 함부로 내 사람들한테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지?!”“퍽!”“오늘 당신의 두 다리를 부러뜨려야 하늘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되겠군!”“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눈 부릅뜨고 대들 줄은 몰랐어.”“그래서 내가 그 용기를 가상히 여겨 기회를 한 번 주지!”“당신네 인도인들 아주 지독하잖아?”“당신을 구하러 올 사람한테 전화해. 지금 기회를 줄 때 전화해 봐!”말을 마친 후 하
금테 안경 뒤에는 무도복을 입을 까까머리 남자가 있었다.그는 거리낌 없이 걸어 들어와서는 천하제일 안하무인의 자태로 이목을 집중시켰다.그리고 중년 남자는 무리들이 열어 준 길을 걸으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들어와 위엄 서린 포스를 풍겼다.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있던 하현은 중년 남자에게 시선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브라흐마 아부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말본새 한 번 거창하군!”중년 남자는 안경을 벗으며 휴지를 꺼내 닦으며 하현에게 시선을 던졌다.“당신이 하현인가?”그의 눈빛은 하현의 얼굴을 차갑게 노려보았다.젊고 말랐지만 기질은 보통이 아닌 듯했다.한마디로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중년 남자는 하찮은 벌레를 보듯 샤르마 커를 쳐다보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이 한 놈 처리하지도 못하고 구원병을 요청하다니!제대로 못 가르쳤다는 후회가 밀려왔다.상대의 물음에 하현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단지 눈앞의 중년 남자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실실거리며 바라보기만 했다.보아하니 샤르마 집안사람 같았다.샤르마 커는 허풍을 쳤지만 결국 신분이 높지 않은 인물이었다.그가 브라흐마 아부에게 직접 전화를 걸 자격이 어디 있겠는가?그의 전화 한 통에 당장 달려올 사람은 그의 아버지밖에 없었던 것이다.“샤르마 사장님이 묻잖아! 당신 벙어리야?!”하현이 아무 대답도 없자 이를 보고 있던 까까머리 인도 남자가 앞으로 나와 하현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남자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툭 내뱉었다.“당신이 샤르마 커의 아버지인가?”이 말을 들은 까까머리 인도 남자는 험상궂은 얼굴로 말했다.“개자식! 네놈이 함부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이 말을 들은 예쁘장한 인도 여자들은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샤르마 사장에게 저따위로 함부로 말하다니?이 녀석은 자신이 하느님한테서 뚝 떨어진 줄 아는가?“그만, 충동적으로 굴지 마.”“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샤르마 수라즈는 매우 점잖고 조리 있게 말했다.제멋대로 날뛰는 샤르마 커보다 몇 배는 앞서 있는 경지에 이른 사람 같았다.다만 그의 말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하고 예민하게 만들었을 뿐이다.까까머리 남자는 테이블을 탁 치며 소리쳤다.“안 들려?”“당신 스스로 손발을 자를 거야? 아니면 우리가 도와줄까?”이 말을 듣고 샤르마 수라즈 주변에 있던 여자들은 모두 하현을 힐끗 쳐다보았다.샤르마 수라즈 같은 지위 높은 사람을 만났는데 순순히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스스로 손발을 자르라고?”“순순히 아들을 데려가시겠다?”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세상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하지만 당신의 귀한 아들이 내 처제를 폭행하려고 한 일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해명도 못 들었는데.”“당신 아들이 내 아내를 다치게 한 일에 대해선 아직 아무 얘기도 못 들었다고.”“그런데도 아들을 순순히 내어 놓으라?”“아버지로서 뭐가 옳고 그른지 모르겠어?”“아니면 인도 두 번째 계급의 성 씨를 가진 사람들은 다 이렇게 뻔뻔하고 오만한가?”하현의 눈에는 의미심장한 뜻이 담겨 있었다.그는 샤르마 수라즈가 일부러 이런 말을 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뽐내고 싶을 뿐만 아니라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라는 걸 알아차렸다.그러나 하현도 물러서지 않고 되받아쳤다.“웃어?!”“지금 웃는 거야?!”이때 까까머리 남자가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 내리쳤고 테이블에는 움푹 팬 자국이 남았다.“어서 빨리 손발을 끊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장 네놈의 목을 칠 거야!”일부러 상대방을 더욱 험악하게 위협하는 모습을 보고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샤르마 수라즈를 바라보았다.샤르마 수라즈는 가늘고 긴 담배를 살살 만져 불을 붙인 후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길게 흩날리는 담배 연기 사이로 하현을 힐끔 쳐다보던 샤르마 수라즈가 입을 열었다.“당신이 만 씨 집안과 연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하지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