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쌩쌩 부는 표정으로 이해인이 다가와 말했다.“여기는 병원이지 청과시장이 아닙니다!’”“아무나 와서 자신을 의사라 칭하며 치료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요!”“혹시라도 잘못되면 누가 책임집니까?”“게다가 이 환자 수납은 했나요?”“피부터 뽑고 검사하고 치료할 것이 아니라 수납부터 하고 난 다음에 치료를 시작했어야죠!”“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앞으로 누가 우리 병원에 와서 돈부터 내려고 하겠어요?”“응급실 사용료로 이천만 원을 내면 이번만은 특별히 수술해 드리죠!”“당신들이 우리 병원의 규율을 어긴 덕에 우리가 얼마나 손실이 난 줄 아세요?”이해인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예쁜 여자 간호사 몇 명과 경호원들도 덩달아 험상궂은 표정이 되었다.사람은 루돌프가 구했지만 그들의 눈에 루돌프는 규율을 어긴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듯했다.이것이 바로 병원 측이 루돌프 일행을 쫓아낸 이유였다.설유아는 안색이 울그락불그락했다.“내 언니의 부상이 심각했어요. 당신들이 사람을 구하지 않겠다면 그만이지 루돌프 선생님이 사람을 구하러 온 것 가지고 이렇게 트집을 잡을 필요는 없잖아요?”“이래도 백의의 천사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신들은 의료인으로서 양심도 없어요?”“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이해인이 사나운 얼굴로 달려들었다.“우리 병원은 엄연한 규율이 있어요. 돈만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구요!”“제대로 정산하지 않으면 절대 여기서 나갈 수 없어요!”“똑똑히 들어요!”“지금 검사비 이천만 원을 내든지 아니면 당장 여기서 꺼져요!”“돈도 안 주고 우리 병원에서 드러눕겠다?”“그게 무슨 거지 같은 생각이에요?”설유아는 눈을 희번덕이며 분노했다.“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이 말을 들은 몇몇 간호사와 경호원들은 실소를 터뜨리며 하나같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이 병원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원장에서부터 경호원들까지 돈을 밝히는 데는
”내 기억이 맞다면 당신들 병원은 자선병원이지?”“정말 이런 식이라면 자선병원이란 이름이 가당키나 해?”“내가 문 닫게 해 줄 테니까 딱 기다려!”하현은 이해인을 매섭게 훑어보고는 루돌프에게 시선을 돌리며 이곳의 일은 신경 쓰지 말고 가서 계속 사람을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루돌프는 상기된 얼굴로 별다른 말없이 뒤돌아서서 얼른 응급실로 돌아가 치료를 계속했다.하현은 심호흡을 하며 눈을 치켜뜨고는 수술실 입구에 켜진 빨간 불을 보았다.그는 설은아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어떤 부상도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상처가 남게 되기에 초조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대략 10여 분이 지난 뒤 드디어 수술실 입구의 전등이 녹색으로 변했다.루돌프가 다시 응급실에서 나왔고 안색은 아까보다 훨씬 더 가벼워졌다.이윽고 그의 조수들 몇 명이 병상을 밀고 나왔다.병상에는 설은아가 머리와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정신이 좀 돌아온 듯했다.“은아야, 괜찮아?”최희정이 제일 먼저 달려갔다.설은아는 최희정에게 있어 돈줄이었으니 왜 안 그렇겠는가?설유아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갔다.“언니.”설은아는 아무런 대답 없이 하현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얼른 가!”“그 사람들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하현은 따뜻한 눈빛으로 앞으로 나와 설은아의 눈을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걱정 마. 그 사람들도 날 어찌할 수는 없을 거야.”“당신을 이렇게 만든 그 사람들,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하현은 루돌프에게 시선을 돌렸다.“수술 마쳤으니 이제 이 병원에 머물 필요 없어요.”“일반병원으로 옮기는 게 좋겠어요.”루돌프는 고개를 끄덕였다.아까는 얼른 응급처치를 할 필요가 있어서 이 병원에 있어야 했지만 이제 설은아의 부상도 안정되어서 이름만 자선병원인 이 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백효단이 나타나 자신에게 힘을 실어 주자 이해인은 다시 기세등등해졌다.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백효단 곁으로 걸어와 손가락으로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원장님, 바로 저 사람들이에요. 감히 우리 응급실에 와서 함부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규율을 어기고 검사비도 내지 않았어요!”“아까 제가 꺼지라고 했는데도 말도 안 듣고 결국에는 글쎄 제 뺨까지 때렸어요!”“이건 내 체면은 물론이고 우리 병원 원장님 체면을 발로 짓밟은 거라구요!”백효단은 누가 감히 검사비도 내지 않고 병원의 규율을 어긴다는 소리를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어서 경호원들 전원 오라고 해! 여기 병원에 소란을 일으키는 자가 있다고 전해!”“이런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어!”백효단은 매서운 눈빛으로 하현 일행에게 다가가 싸늘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명령했다.하현 일행들에게는 눈도 돌리지 않고 아주 당당한 자태였다.그녀는 오는 길에 이미 알고 있었다.설은아가 폭행당한 일도, 설은아 일행이 관청에 아직 신고하지 않은 일도.무성에서 구타를 당해 중상을 입었는데도 아직 관청에 신고를 하지 않았는 걸로 보아 분명 신고할 용기조차 없는 신분임에 틀림없다고 백효단은 단정지은 것이었다.그런 사람들이 내놓을 게 뭐가 있겠는가?남자라고 해도 절대 능력 있는 사람일 리가 없다!이런 생각이 백효단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그녀는 시큰둥한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리듯 말했다.“만약 당신들이 우리 병원 의술이 보잘것없고 시설이 마음에 안 든다면 할 수 없지.”“지금 당장 여길 나가!”“하지만 당신들이 우리 병원에 와서 쓴 장비값과 검사비도 안 낸다고?”“지금 장난하는 건가?”“우리 자선병원을 호구로 보는 거야?”“그냥 아무나 와서 치료받고 그냥 가면 되는 줄 알아? 손만 벌리면 그냥 돈이 들어오는 줄 아냐고?!”“당신들이 우리 규율을 무시한다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병원을 운영하겠어?”“보아하니 병원을 옮기고 싶은 모양인데.”“병
하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일관했다.“만약 내가 안 한다고 하면?”“안 한다고?”백효단은 냉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당연히 안 한다고 말할 수 있지!”“다만 내 체면을 짓밟고 내 말대로 하지 않는다면.”“나도 뭐 가만히 있을 수 없지.”“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난 문명인이야. 배운 사람이라고. 함부로 사람을 때리거나 그런 야만적인 행동을 하진 않아!”“기껏해야 정신병원에 보내 버리는 정도? 거기서 여생을 썩게 하는 정도랄까! 하하!”백효단의 행동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었다.자신의 말을 거역하는 사람은 바로 정신병원으로 보내 버릴 태세였다.그러고도 남을 여자였다.그곳은 감옥보다 더 비참한 곳이다.들어가는 사람은 있어도 나오는 사람은 드물다는 그곳!백효단의 말에 이해인 일행은 하나같이 비아냥거리며 통쾌한 듯 키득키득거렸다.다들 하현이 분수도 모르고 기어오르다가 결국 꼴좋게 되었다고 여기며 고소해 죽을 지경이었다.자선병원에서 함부로 하다간 어떻게 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겠지?설유아는 백효단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당신들의 병원은 정말 말만 자선병원이지 무법천지군요!”“퍽!”백효단은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와 설유아의 얼굴을 힘껏 내리쳤다.“우리 자선병원에서 나 백효단의 말이 곧 법이고 하늘이야!”“그런데 뭐라고?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백효단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설유아에게 퍼부었다.설유아는 뺨을 얻어맞고 심하게 비틀거렸다.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줄곧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며 흥분해 있던 최희정은 백효단의 행동을 보고 그만 입을 다물어 버렸다.최희정은 백효단의 말을 듣고 자신이 정말 정신병원에 보내질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퍽!”분노에 찬 하현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지더니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백효단의 배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백효단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고 그대로 대리석 기둥에 온몸이 세게 부딪혔다.“앗
하현은 경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백효단을 쳐다보았다.백효단은 부끄럽고 분한 나머지 오른손 검지를 들어 하현을 가리키며 성을 냈다.“뭐 하고 있는 거야!”“어서 박살 내버려!”“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저 입을 박살 내버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덩치 큰 경호원들 수십 명이 순식간에 하현을 에워쌌다.“어서 때려!”최희정은 놀라서 설은아의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루돌프 일행도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그들은 어딜 가든 깍듯한 대접을 받은 사람들이었다.어디서 이런 험악한 꼴을 만났겠는가?그러나 설은아는 몸이 아픈 데도 불구하고 하현을 걱정하며 말했다.“하현, 조심해!”설유아도 얼굴이 창백해졌다.무성에서 병원 원장씩이나 하는 사람이 이렇게 사납게 날뛸 줄은 몰랐다.“형부, 어떻게 해요...”이들의 반응을 본 이해인이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떻게 하다니?”“이 와중에 뭘 어떻게 할 수 있어?”“너희들은 이제 망한 거야!”얼굴이 예쁘장한 간호사들도 덩달아 비아냥거렸다.“맞아요!”“감히 우리 자선병원을 건드려?!”“사는 게 지겨운가 봐, 안 그래?”이해인 일행의 비아냥거리는 눈초리로 하현을 쳐다보았고 경호팀장이 하현 앞으로 달려왔다.“이 개자식아! 지금 무릎 꿇고 사과해도 늦지 않아. 그렇지 않으면...”“퍽!”경호팀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찰진 소리와 함께 건장한 경호팀장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기절한 건가?!뺨 한 대에 기절한 거야?!코웃음을 치던 이해인 일행은 쓰러지는 경호팀장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이를 악물고 포효하고 있던 백효단의 얼굴도 순간 멍해졌다.그녀들은 하현이 뺨 한 대로 경호팀장을 쓰러뜨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건 정말 눈 뜨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순간 백효단 일행은 자신들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하현이 자신들의 뺨도
”촥촥촥!”손바닥이 얼굴을 스치는 소리가 연이어 울렸고 경호원들은 달려오다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1분도 안 돼 자선병원 경호원들 수십 명이 모두 바닥에 널브러졌다.그들은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입에 거품을 물고 일어나지 못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백효단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당신 경호원들이 이 정도밖에 안 돼?”“저 정도 실력으로는 나한테 턱도 없지!”“뭐? 이놈이...”“오만방자한 놈!”백효단은 놀라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너무나 창피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엄연히 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죽고 싶어 환장했어?”“이해인, 어서 전화해. 경찰서에 전화해서 사람을 보내라고 해! 어서!”“누군가 병원에서 소란을 피운다고 경찰한테 말해!”“어디 두고 보자, 이놈. 네가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고 해도, 아무리 대단한 경찰서 끄나풀이 있다고 해도 감히 사람을 때려 놓고도 무사한지 어디 두고 보자구!”백효단은 하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마치 경찰서 사람들이 오면 모든 것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것처럼 당당한 모습이었다.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백효단을 쳐다보았다.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이 따로 없었다.그들은 법을 운운하면서 사람들을 향해 스스럼없이 총을 겨눈다.스스로 무력을 써서 사람들을 제압하면서 법을 운운하다니,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세상의 모든 이익은 혼자 다 독차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하현을 보고 백효단은 경찰이 온다는 말에 하현이 겁을 먹은 것이라 생각했다.그러자 백효단은 더욱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였다.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았는지 그녀는 목을 빳빳이 들고 하현을 가리켰다.“무서워?”“이제야 무서운 줄 아나 보군. 흥!”“똑똑히 들어.”“순순히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그렇지 않으면 죽는 수밖에 없지.”
”당신들의 자선병원은 이제 좋은 날 끝났어.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말해 줘. 이 병원은 이제 망할 거라고.”하현은 냉랭한 얼굴로 호통치듯 말했다.하현의 말을 들은 백효단과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며 코웃음을 쳤다.그녀들은 병원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조금만 손해를 봐도 망언과 폭언을 쏟아내는 소인배들을 너무 많이 봐 왔다.그러나 자선병원은 뒷배가 든든하고 두터워서 그런 소인배들의 으름장에 놀라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그들이 보기에 허세를 부리는 소인배들은 아무런 힘도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영업에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백효단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아, 의료인이라는 직책에 대한 사명감? 정의감?”“방금 핸드폰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한 거 아냐?”“하도 말을 요란하게 하니까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의료인인 줄 알겠어?”“당신들이 뭘 알아?”“당신들이 이 업계를 알아?”“함부로 우릴 건드려?!”“꿈도 꾸지 마!”“해가 서쪽에서 뜨고 어미 돼지가 나무에 올라간다고 해도 당신들은 절대 할 수 없어!”이해인 일행은 모두 맞장구를 쳤고 하나같이 가슴을 쫙 펴고 고개를 빳빳이 들어 당당한 모습이었다.“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당신 딱 기다려!”이를 지켜보던 설유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형부, 우리 이러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서 처리해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꿈쩍도 하지 않는 하현의 모습을 보자 설유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더 이상 설득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삐웅삐웅!”십여 분 후 경찰서 차량 몇 대가 번쩍번쩍 등을 켜고 자선병원 앞으로 달려왔다.문이 열리자 제복 차림에 옆구리에 총을 찬 경찰 십여 명이 들어왔다.검은 얼굴의 남자가 담배를 비스듬히 물고 손을 흔들자 뒤따르던 사람들이 들어섰고 붐비는 군중들을 걷어차며 백효단 곁으로 걸어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백 원장님, 무슨 일입니까? 누구 소
검은 얼굴의 이 팀장은 하현을 노려보았다.“이봐. 이놈을 어서 데려가! 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의 본때를 보여줘!”하현은 이 팀장이란 사람을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당신 무성 경찰서 사람 맞지?”“왔으면 제대로 조사를 할 것이지 왜 조사도 하지 않고 이래?”“아무 사람이나 이렇게 잡으면 다야?”“그러다가 나중에 어쩌려고 그래?”검은 얼굴의 이 팀장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자식아! 난 경찰서 팀장이야. 내가 할 일은 내가 제일 잘 알아! 네깟 놈이 가르쳐 줄 필요없어!”“당신은 사람을 다치게 하고 법을 어겼어. 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당신을 체포할 자격이 있지!”“한 번만 더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으면 당장 죽여버릴 거야!”검은 얼굴의 이 팀장은 언성을 높였고 그의 성난 눈은 금세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동시에 그는 오른손을 뻗어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려고 했다.“왜? 나도 때리려고? 때리고 싶어?”하현은 아무 말없이 담담하게 핸드폰을 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 통화가 끝난 후에 다시 생각해 봐!”“이놈이...”검은 얼굴의 이 팀장은 화를 내려고 입을 벌렸다가 하현의 무덤덤한 표정을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핸드폰을 받았다.그러나 10초도 되지 않아 이 팀장의 성난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는 급히 손짓을 하여 몇몇 부하들에게 하던 행동을 그만두라고 지시한 뒤 당황한 표정으로 백효단에게 말했다.“백 원장님, 정말 죄송합니다!”“이 일은 병원 내부의 분쟁이니 우리 경찰서 사람들이 끼어들어 처리하는 건 좀 어려울 듯합니다.”말을 하면서 그는 공손하게 핸드폰을 하현에게 건네주었다.그의 얼굴에 두려워하는 기색마저 드리워졌다.하현이 만천우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줄 그가 상상이나 했겠는가?이런 인물을 그가 어떻게 건드릴 수 있겠는가?“어렵겠다니?”백효단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이 팀장님,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