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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0장

Author: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만천우는 자신이 아는 한 하현은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좌시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현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장의 증거로는 날 풀어주기 어렵지.”

“하지만 그 영상은 처음 입수한 것부터가 뭔가 허점투성이야.”

만천우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영상이요?”

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무성에는 변신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잖아?”

만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인도의 요승?”

“무성은 역사적으로 인도와 막역한 사이였지. 인도의 요승은 여러 차례 무성에 와서 이른바 인도 불교의 불법을 전수했지.”

“인도의 요가술은 사람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어.”

“아!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바로 처리할게요!”

말을 하면서 만천우는 벌떡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

“펑!”

바로 그때 취조실 문이 갑자기 누군가의 발길질에 벌컥 열렸다.

순간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 예닐곱 명이 양복 차림의 말끔한 남자와 함께 몰려들었다.

남자는 많아 봐야 3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몸에는 상류층의 아우라가 흘러넘쳤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목영신 일행이 서 있었다.

하현은 그들을 대충 훑어보았다.

남자의 얼굴이 만천우의 용모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차분하고 냉랭한 기운이 흐르는 기질은 만천우의 그것과는 달랐다.

남자가 취조실 안으로 들어서자 한기가 가득 느껴졌다.

그의 뒤를 따르는 몇몇 경찰서 수사관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온몸이 경직되어 있었다.

만천우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동시에 그는 하현을 한 번 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이 분은 저의 큰형님입니다. 무성 관청 이인자 만천구!”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만천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만천구는 하현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만천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제멋대로 날뛰며 법을 어기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오지 않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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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사위면 될까?   3221장

    ”내가 만천우를 여기로 부른 것은 그의 힘을 빌려서 법을 집행하는 데 도움을 받고자 함이 아닙니다.”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제 와서까지 변명을 늘어놓는 건가?”하현의 말을 듣고 만천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분명히 하현이라는 놈이 동생에게 일부러 전화를 걸어 뇌물을 먹이고 법을 어기는 행동을 부탁하려고 했을 텐데 이제 와서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싶은 건가?자신을 바보로 여기는 것인가?그것도 간파하지 못할 것이라 보는가?하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만천구를 앞에 놓고도 하현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난 죄를 짓고도 누군가의 힘을 빌려 법망을 벗어나는 짓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닙니다.”“법망을 벗어난다고?”“당신이 뭐라도 되는 양 얘기하는군!”만천구는 코웃음을 쳤다.더 자세히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는 하현을 무리들의 부추김에 한껏 어깨에 힘만 들어간 퇴물로 여겼다.“무성 경찰서에서 만천우라는 거물 빼고 누가 당신의 죄를 벗겨줄 수 있겠어?”“무성 경찰서장이라는 신분으로 당신을 빼 달라고 할 거였잖아?”“뻔뻔스럽게 세상 의로운 척하기는! 우리가 그 말을 믿을 줄 알아? 우릴 바보로 알아?”“젊은 나이에 법을 준수하기는커녕 불순한 것만 배워가지고는!”만천구는 얼굴 가득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여기 있는 한 당신은 절대 우리 만 씨 가문에 망신주는 일은 하지 못해!”“똑똑히 들어. 이 사건은 반드시 공정하게 법의 집행을 받을 거야. 절대 만천우의 지시를 들어서는 안 돼!”만천구는 목영신 일행을 가리키며 또박또박 말했다.“모든 것은 절차에 따라서 법의 지시대로 한다!”“누구라도 감히 이 일에 잔꾀를 부리는 놈은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누구도 봐주지 않을 거라고!”만천구는 무성 관청의 이인자였다.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무성의 문체부뿐만

  • 재벌 사위면 될까?   3222장

    용천오 곁에는 마영아, 마하성, 용이국 등이 서 있었다.그들은 모두 용천오가 일상적인 수련을 마칠 때까지 공손히 손을 모으며 기다린 뒤 걸어갔다.하인이 용천오에게 물 한 대야를 가져다주었다.덤덤한 표정으로 용천오는 손을 깨끗이 닦은 후에 여유로운 눈빛으로 말했다.“누가 만천구에게 알렸어?”“나야.”마하성은 어깨를 으스대며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하현 그 자식이 무슨 수를 썼는지 만천우한테 연락했다는 소식을 들었어.”“그래서 사람을 시켜 만천구한테 그 소식을 알렸지.”“방금 들어온 소식으로는 만천우가 완전히 만천구의 기에 눌려 끌려갔다고 해.”“그는 더 이상 하현의 일에 관여할 수도 없게 되었고 말이야.”“만천구가 없으면 하현은 아무리 용을 써도 거기서 나올 수 없을 거야.”그러자 마영아가 옆에서 기어들었다.“용천오, 우리 오빠는 소리 소문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데는 도가 텄다니까요.”용천오는 냉담한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내가 언제 마천구한테 알리라고 했어?”“내가 언제 하현을 감옥에 갇히게 하라고 했냐고?”마하성과 마영아는 동시에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되었고 순간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용천오는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하현 같은 놈한테 감옥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그가 감옥에 있다고 해서 우리한테 좋을 게 있어?”“나한테 필요한 것은 그의 약점이야. 내 손에 그의 약점이 있어야 내가 그를 다루는 게 좀 더 수월해지지.”“난 만천우가 사적으로 법을 어기는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야. 만천우는 앞뒤가 꽉 막힌 고집불통이야. 만약 그가 법을 어기고 하현을 비호한다면 난 그것을 약점 잡아 밀어붙일 수 있어. 만천우가 우리 손에 꼼짝도 못 한다면 우린 만 씨 가문도 손에 넣는 게 되는 거라고.”“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번 판은 천 리 밖에서 승리를 거두는 셈이었어.”용천오는 얼굴 가득 원망 어린 기색이 역력했다.“그런데 안타깝게도 만천구가 이 모든 것을 다 망쳐놨어.

  • 재벌 사위면 될까?   3223장

    마하성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유달리 쓴웃음을 지었다.용천오의 말처럼 하현이 정말로 성 씨 가문을 몰살시킨 범인이라면 만천구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죽게 될 것이었다.모든 증거들이 하현을 겨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은 예리한 만천구가 무엇을 눈치챘는가였다.그가 뭔가를 눈치챘다면 정말이지 이건 자기 발등을 찍은 거나 마찬가지였다.마하성이 난감한 표정을 계속하자 용이국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용천오, 사실 궁금한 게 있어.”“설은아란 여자 말인데. 왜 그 여자는 당신의 호의를 거절했을까?”“부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를 구하는 건 당연한 도리야.”“하지만 지금 그녀의 행동은 하현을 불구덩이 속에 밀어 넣는 것이나 마찬가지야!”“우리가 계속 그녀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을까?”“그 여자 생각보다 좀 성가셔.”설은아를 언급하자 용천오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내가 보기엔 그 여자 아직도 하현에 대한 감정이 깊은 것 같아. 다만 그 감정에는 양가적인 모순이 있는 걸로 보여.”“그를 구해 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가 무죄라고 믿고 있는 거지.”“하지만 결국 그녀는 하현이 무죄라는 걸 믿기로 한 거야. 법이 하현에게 결백을 증명해 줄까?”“하현을 맹목적으로 믿은 건지, 아니면 머리가 나쁜 건지...”용천오는 큰 그림을 그렸었다.그러나 가장 중요한 주연배우가 협조를 하지 않으니 용천오는 씁쓸할 뿐이었다.그가 준비한 일련의 모든 수단과 방법이 효력을 잃어 아무런 손도 쓸 수 없게 된 것이 용천오를 적잖이 불쾌하게 만들었다.용이국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용천오, 이 여자가 우리의 계획을 눈치챈 걸까?”“어쨌든 우리 때문에 감옥에 들어갔다 나왔으니 우리에 대한 대비를 했다면 이상할 것도 없지.”용천오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녀는 우릴 경계할 수도 있지만 최희정 그 멍청한 여자는 완전히 우리 편이야.”“내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설은아

  • 재벌 사위면 될까?   3224장

    다음 날 아침 상쾌하고 푸른 무성의 깨끗한 하늘이 옅은 회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갑작스러운 기온 하락으로 거리는 한기가 더해졌고 가게들은 느즈막이 기지개를 켜며 문을 열었다.그 시각 무성 경찰서 정문 앞에는 수사팀장 두 명이 잠이 덜 깼는지 하품을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그들은 교대 근무를 한 뒤 아침 식사를 하려고 경찰서를 나서던 참이었다.그런데 갑자기 열몇 대의 차량이 일렬로 달려와 사나운 기운으로 경찰서 앞에 멈춰 섰다.곧 차 문이 열리고 무도복을 입은 백여 명의 남자들이 차에서 내렸다.두 수사팀장들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순간 허리춤에 있던 총기에 손을 얹었다.딱 봐도 눈에 익은 사람들이었고 두 수사팀장의 힘으로는 백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제압할 수는 없어 보였다.다만 백여 명의 남녀들은 차에서 내린 순간 경찰서를 공격하지도 포위하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앞장섰던 남자가 손짓을 하자 누군가 상복을 입고 걸어 나왔다.동시에 다른 사람들은 차 안에서 미리 준비한 플래카드를 꺼내 일자로 펴기 시작했다.하얀색 현수막 위에는 검은 글씨가 바람에 날리듯 유려하게 쓰여 있었다.‘살인을 했으면 법의 이름으로 처단하라!’남녀들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앞으로 나와 경찰서 입구에 서서 외쳤다.“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보상하라!”순간 사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시선을 모으며 모여들기 시작했다.미리 포섭해 둔 일부 언론 기자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왔다.게다가 어떤 사람은 관을 메고 나왔다.맨 앞에는 용호태의 영정이 놓여 있었다.또 어떤 사람은 종이돈을 사방에 뿌리고 있었다.억울하게 죽은 누군가의 영혼을 달래듯 그들은 모여든 사람들을 향해 호소하는 눈빛을 보냈다.잠시 후 사방에는 수백 명의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하나같이 손가락질을 해댔다.이 사람들이 진짜 구경꾼이든 돈을 주고 매수한 사람들이든 간에 한마디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일을 크게 만들어 여론을 조성하려는 수작임에 틀림없었다.경찰서

  • 재벌 사위면 될까?   3225장

    하현은 배달 음식 상자를 열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그들은 내가 용문 집법당 당주라는 걸 몰라?”“여기까지 와서 저 소란이라니,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보지?”“평소 같으면 저 사람들도 당신을 두려워했겠죠.”“그렇지만 지금은 평소와는 다른 특수한 상황이잖아요. 그들이 당신을 두려워하겠어요?”“그들이 보기에 당신은 영원히 여기서 나가지 못할 사람으로 보일지도 몰라요.”“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꿍꿍이를 가진 사람들이 저렇게 밀어붙이는 데 우물에 앉아서 저들이 돌을 던질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하현은 군만두 하나를 집어 들고 웃으며 말했다.“꿍꿍이를 가진 사람들? 그래 누가 저런 짓을 꾸미는지 알아냈어?”“아직이요. 하지만 상대방 조직은 이렇게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아무 배후도 없이 저렇게 밀어붙이지는 못할 거예요. 분명 누군가 있어요.”“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오히려 난 성 씨 가문이 몰살당한 것과 용호태의 죽음이 당신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걸 더욱 확신하게 되었어요.”“왜냐하면 상대방이 너무 급하게 당신을 죽이려고 몰아붙이고 있어요.”이 말을 듣고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상대방도 처음에는 날 죽이고 싶지 않았을지도 몰라.”“하지만 당신 형이 나타난 이상 그의 성격상 반드시 법을 공정하게 집행한다는 걸 알고 급해진 거지.”“상대는 지금까지 한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까 봐 두려운 거야. 자칫 잘못하다가 허점이라도 발견되면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지.”“그들이 지금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여론을 조성해서 당신네 경찰서를 움직이는 거야. 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도 빨리 사건을 해결하도록 종용하는 거지.”“날 죽여야만 하니까.”“사건의 근원을 뿌리 뽑아야 발 뻗고 잘 수 있을 테니까...”“그들의 증거에는 많은 허점이 있다는 걸 방증하는 거야.”“당신네 경찰에서 이 허점을 찾기만 한다면 나의 무죄는 증명하기 쉬울 거야...”하현은

  • 재벌 사위면 될까?   3226장

    30분 후 무성 경찰서 정문 앞에는 사람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진주희는 집법당 사람들과 도끼파 패거리들을 데리고 지체 없이 경찰서 정문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경찰서 수사관들은 이런 일을 할 수 없겠지만 용문 집법당과 도끼파들은 할 수 있는 일이었다.다만 상대방도 하현 측에서 보일 수 있는 수단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그래서 양측은 서로 밀고 당기는 충돌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언론과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결국 무성의 나팔수였던 무성 방송국도 전문 기자들을 몇 명 보냈다.무성 사람들의 알 권리를 앞세워 사건의 파장을 더 크게 만들려는 수작이었다.이렇게 되자 현장은 이른바 대규모 기자회견장으로 변했다.얼마나 많은 총과 무기가 현장에 깔렸는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만천우는 하현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것인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경찰서 입구에 많은 기자들과 임시로 설치된 뉴스데스크를 보고 있자니 만천우의 안색이 적잖이 어두워졌다.비록 현재 수집한 증거로는 하현이 결백하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밖에 있는 사람들이 이 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범죄 혐의는 경찰서의 사건 처리 원칙에 따라서 확정되지만 대중이 범죄를 인정하는 잣대는 이와 다르다.그들이 보기에 사람을 죽였다면 그 사람은 범인이 되고 반드시 목숨으로 그 값을 치러야 한다.뉴스데스크 뒤에서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문자 메시지를 몇 통 보낸 뒤 양복으로 갈아입고 단상으로 걸어갔다.“살인범!”“법의 심판을 받고 목숨을 내놔라!”“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갚아야지!”하현이 단상에 오르는 것을 본 군중들은 일제히 소리를 높여 하현을 비난했다.일부는 썩은 계란과 썩은 채소를 단상으로 던지기도 했다.그러나 이때 미리 진을 치고 있던 도끼파 패거리들이 재빨리 우산을 펼쳐 하현이 봉변을 당하는 일을 막아 주었다.하현은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고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오늘 이

  • 재벌 사위면 될까?   3227장

    ’10억'과 ‘1억’이라는 단위를 듣자 장내에는 고요한 냉기가 감돌았다.일반인들에게는 엄청나게 큰돈이었다.그런데 하현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돈을 내놓다니!그가 무죄라는 걸 믿게 만들기 충분한 발언이었다.요즘 세상에 이렇게 달콤하고 솔깃한 제안이라니!“거짓말! 거짓말하는 거야!”“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야! 사람을 죽였다고!”“그가 이렇게 많은 돈을 뿌리는 것은 그가 마음에 찔리는 게 있기 때문이야!”“그렇지 않다면 뭐 때문에 이렇게 많은 돈을 내놓겠어? 하물며 그와 성 씨 가문은 별로 친분도 없는데 말이야!”숨돌릴 새도 없이 사건이 급변했다.파동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갔다.그러다 군중 속에서 갑자기 무도복을 입은 수십 명의 남녀가 나섰다.그들은 모두 키도 크고 실력도 좋아서 장내를 진압하고 있던 도끼파의 손길을 따돌렸다.또한 집법당 제자들은 이 낯익은 얼굴들을 보고 주저하며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우리가 이렇게 나오도록 만들다니! 우린 모두 용호태 부당주의 가족이야! 우린 진실을 말할 권리가 있어!”“우리한테 아무 소리도 하지 말라는 건 뭔가 찔려서 그런 거 아니야?”“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두려운 거잖아?”“퉤! 살인범이 여기서 허세를 부리는 것도 모자라 기자회견은 무슨 기자회견이야? 정말 우리가 바보인 줄 알아?”“기자들 어딨어?! 내가 진실을 알려주지!”“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빚을 갚아야지! 빚을 졌으면 당연히 갚아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용호태 가족들은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언론사 기자들은 피를 본 상어처럼 하나같이 눈에 불을 켜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돌렸다.무대 아래에 서 있던 진주희와 만천우의 얼굴빛이 살짝 일그러졌다.모든 것이 잠시나마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결국 또 이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이것은 결국 하현을 죽음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다분했다.죽이지 않고는 결코 멈추지 않을 심

  • 재벌 사위면 될까?   3228장

    용이국이 모습을 드러내자 하현은 엷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아니 판을 너무 작게 만드는 거 아니야?!”“이런 판에는 용천오가 나와야 제 격이지!”“뒤에 숨어 파렴치한 소인배 노릇이나 하면서 대신 당신 같은 피라미를 보내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구도가 좀 안 맞다고 생각하지 않아?”“용천오? 판을 작게 만든다고?”하현의 말에 용이국은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며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하 씨.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른 사건일 뿐이야. 우린 이 일에 정의를 지킬 뿐이고. 그런데 용천오가 이런 데를 올 필요가 뭐 있겠어?”“정말 가증스럽군!”“여기 피해자 가족들, 시민들, 기자들 눈빛이 서슬 퍼렇게 당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걸 몰라서 이러는 거야?”“아무도 당신 말에 속지 않아!”그러면서 용이국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에 대해 간략하게 진술하는 한편 이전 영상과 증거를 제시해 현장에서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이 장면은 현장에 있던 기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일이 이 지경에까지 발전했으니 정말로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이것은 틀림없이 내일 아침 빅뉴스가 될 것이다.순간 기자들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하 선생님, 피해자 가족과 대질하실 의향 있습니까?”“당신이 결백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이 말을 듣고 용문 집법당 제자들과 도끼파 패거리들은 마치 전장에서 적을 마주한 것처럼 표정이 굳어졌다.어쨌든 그들은 하현과 한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만약 하현이 살인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면 그들도 재수 없게 같이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용호태 가족들은 분명 용이국을 지지하고 있는 듯했다.그들이 이렇게 나타난 이상 분명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왔을 터였다.“피해자 가족들과 대질하실 의향 있으십니까?”하현의 일행들이 그를 말리려 했을 때 하현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나 하현은 바르게 행동하고 똑바로 살아왔습니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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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사위면 될까?   4470장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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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 재벌 사위면 될까?   4468장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 재벌 사위면 될까?   4467장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 재벌 사위면 될까?   4466장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 재벌 사위면 될까?   4465장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 재벌 사위면 될까?   4464장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 재벌 사위면 될까?   4463장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 재벌 사위면 될까?   4462장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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