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천우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가 성큼성큼 앞으로 향해 걸어 나왔다.목영신과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자신들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만 서장님 안녕하세요!”“여긴 어쩐 일이십니까?”말을 하면서도 목영신은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이것은 우연의 일치일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만천우는 목영신의 말에는 아무 대답도 없이 묻고 싶은 말을 툭 내뱉었다.“하현이라는 사람을 잡았어?”“그 사람 어디 있어?”“당장 그를 만나야겠어!”만천우의 말에 목영신과 그녀의 일행들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고 등줄기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이게 무슨 일인가?정말로 하현이?!하현이 전화를 건 사람이 만 서장이란 말인가?!더욱 놀라운 것은 전화를 받은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만 서장이 경찰서에 나타났다는 것이다.이것은...이것은 대체...“하 대장님, 무성에 오셨으면서 왜 저한테는 미리 말씀도 안 해 주셨어요?”“우리 구역에서 대장님이 경찰에 잡힌 걸 당도대 형제들이 알면 아마 우리 집안을 박살 내려고 할 거예요!”5분 정도 자료를 빠르게 읽어본 만천우가 취조실에 나타나 하현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만천우는 앉지도 않고 선 채로 미안한 기색을 드러내며 멋쩍은 듯 웃었다.하현은 만천우가 직접 우려내 준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만천우, 난 은퇴한 지 3년이 넘었어. 그러니 그렇게 부르지 마.”“그리고 내가 이번에 무성에 온 건 뜻밖에 일어난 일이라 당신한테 미리 연락할 사이가 없었어.”“그리고 당신의 평온한 삶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 말이야.”만천우는 상기된 표정으로 하현에게 말했다.“하 대장님...”“그냥 이름을 불러도 돼.”하현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만천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여기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다만 이번에 성 씨 가문이 멸문한 일은 좀 복잡해지긴 했
”참, 용천오가 최희정을 설득해서 당신을 구하는 데 협조하라고 했대요.”만천우가 덧붙였다.“하지만 부인인 설은아가 반대했다는데요.”“역시.”하현은 만천우의 말을 듣고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보아하니 용천오는 역시 내가 죽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거야!”“그의 목적은 간단해. 첫 번째는 설은아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아주 도량이 넓은 남자로 보이고 싶은 거지!”“두 번째는 내가 법의 처벌은 면해도 사람들의 여론이 들끓으면 이 바닥 주먹들이 성호남의 복수를 한다며 날 칠 테지. 그걸 바란 거야.”“세 번째는 설령 그가 복수를 하지 않더라도 용천오는 이러한 것이 다 위증이었다는 것을 가지고 날 협박하려 들 거야.”“내가 말을 듣지 않으면 그는 실시간으로 언론에 폭로해 날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할 거야.”“용 씨 가문은 무성 언론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니까 어려운 일도 아니지.”“무성의 강력한 지배권으로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거든!”“무학의 성지인 황금궁과 용문은 말할 것도 없어. 6대 파벌도 용 씨 가문과 아주 막연한 사이야!”만천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매서운 눈빛을 띠며 입을 열었다.“용천도가 만약 이 일에 성공한다면 마음대로 할 수 있겠군요!”“어떻게든 당신을 굴복시키든지 아니면 아예 죽여버리든지 뭐든 할 수 있겠네요!”“용천오 이 자식 정말 아주 치밀한 계획을 세웠군요.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결국은 용천진과 용천두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그가 어부지리로 권력을 잡을 수 있게 되겠죠.”“평소에 보면 점잖고 신사다운 모습을 보이길래 그러려니 했는데!”“이제 보니 뒤에서 아주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었군요!”만천우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그는 같은 무성 상류층 사람들이라 평소 용천오와의 접촉이 적지 않았다.지금 생각해 보니 용천오는 조금씩 조금씩 세력을 넓히며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만천우는 앞으로 용천오를 대할 때는 보다 더 신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그렇지 않
만천우는 자신이 아는 한 하현은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좌시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현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현장의 증거로는 날 풀어주기 어렵지.”“하지만 그 영상은 처음 입수한 것부터가 뭔가 허점투성이야.”만천우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영상이요?”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무성에는 변신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잖아?”만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인도의 요승?”“무성은 역사적으로 인도와 막역한 사이였지. 인도의 요승은 여러 차례 무성에 와서 이른바 인도 불교의 불법을 전수했지.”“인도의 요가술은 사람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어.”“아!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바로 처리할게요!”말을 하면서 만천우는 벌떡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펑!”바로 그때 취조실 문이 갑자기 누군가의 발길질에 벌컥 열렸다.순간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 예닐곱 명이 양복 차림의 말끔한 남자와 함께 몰려들었다.남자는 많아 봐야 3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몸에는 상류층의 아우라가 흘러넘쳤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목영신 일행이 서 있었다.하현은 그들을 대충 훑어보았다.남자의 얼굴이 만천우의 용모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그러나 차분하고 냉랭한 기운이 흐르는 기질은 만천우의 그것과는 달랐다.남자가 취조실 안으로 들어서자 한기가 가득 느껴졌다.그의 뒤를 따르는 몇몇 경찰서 수사관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온몸이 경직되어 있었다.만천우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동시에 그는 하현을 한 번 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이 분은 저의 큰형님입니다. 무성 관청 이인자 만천구!”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만천구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만천구는 하현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만천우를 쳐다보며 말했다.“네가 제멋대로 날뛰며 법을 어기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오지 않을 수가
”내가 만천우를 여기로 부른 것은 그의 힘을 빌려서 법을 집행하는 데 도움을 받고자 함이 아닙니다.”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제 와서까지 변명을 늘어놓는 건가?”하현의 말을 듣고 만천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분명히 하현이라는 놈이 동생에게 일부러 전화를 걸어 뇌물을 먹이고 법을 어기는 행동을 부탁하려고 했을 텐데 이제 와서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싶은 건가?자신을 바보로 여기는 것인가?그것도 간파하지 못할 것이라 보는가?하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만천구를 앞에 놓고도 하현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난 죄를 짓고도 누군가의 힘을 빌려 법망을 벗어나는 짓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닙니다.”“법망을 벗어난다고?”“당신이 뭐라도 되는 양 얘기하는군!”만천구는 코웃음을 쳤다.더 자세히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는 하현을 무리들의 부추김에 한껏 어깨에 힘만 들어간 퇴물로 여겼다.“무성 경찰서에서 만천우라는 거물 빼고 누가 당신의 죄를 벗겨줄 수 있겠어?”“무성 경찰서장이라는 신분으로 당신을 빼 달라고 할 거였잖아?”“뻔뻔스럽게 세상 의로운 척하기는! 우리가 그 말을 믿을 줄 알아? 우릴 바보로 알아?”“젊은 나이에 법을 준수하기는커녕 불순한 것만 배워가지고는!”만천구는 얼굴 가득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여기 있는 한 당신은 절대 우리 만 씨 가문에 망신주는 일은 하지 못해!”“똑똑히 들어. 이 사건은 반드시 공정하게 법의 집행을 받을 거야. 절대 만천우의 지시를 들어서는 안 돼!”만천구는 목영신 일행을 가리키며 또박또박 말했다.“모든 것은 절차에 따라서 법의 지시대로 한다!”“누구라도 감히 이 일에 잔꾀를 부리는 놈은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누구도 봐주지 않을 거라고!”만천구는 무성 관청의 이인자였다.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무성의 문체부뿐만
용천오 곁에는 마영아, 마하성, 용이국 등이 서 있었다.그들은 모두 용천오가 일상적인 수련을 마칠 때까지 공손히 손을 모으며 기다린 뒤 걸어갔다.하인이 용천오에게 물 한 대야를 가져다주었다.덤덤한 표정으로 용천오는 손을 깨끗이 닦은 후에 여유로운 눈빛으로 말했다.“누가 만천구에게 알렸어?”“나야.”마하성은 어깨를 으스대며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하현 그 자식이 무슨 수를 썼는지 만천우한테 연락했다는 소식을 들었어.”“그래서 사람을 시켜 만천구한테 그 소식을 알렸지.”“방금 들어온 소식으로는 만천우가 완전히 만천구의 기에 눌려 끌려갔다고 해.”“그는 더 이상 하현의 일에 관여할 수도 없게 되었고 말이야.”“만천구가 없으면 하현은 아무리 용을 써도 거기서 나올 수 없을 거야.”그러자 마영아가 옆에서 기어들었다.“용천오, 우리 오빠는 소리 소문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데는 도가 텄다니까요.”용천오는 냉담한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내가 언제 마천구한테 알리라고 했어?”“내가 언제 하현을 감옥에 갇히게 하라고 했냐고?”마하성과 마영아는 동시에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되었고 순간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용천오는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하현 같은 놈한테 감옥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그가 감옥에 있다고 해서 우리한테 좋을 게 있어?”“나한테 필요한 것은 그의 약점이야. 내 손에 그의 약점이 있어야 내가 그를 다루는 게 좀 더 수월해지지.”“난 만천우가 사적으로 법을 어기는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야. 만천우는 앞뒤가 꽉 막힌 고집불통이야. 만약 그가 법을 어기고 하현을 비호한다면 난 그것을 약점 잡아 밀어붙일 수 있어. 만천우가 우리 손에 꼼짝도 못 한다면 우린 만 씨 가문도 손에 넣는 게 되는 거라고.”“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번 판은 천 리 밖에서 승리를 거두는 셈이었어.”용천오는 얼굴 가득 원망 어린 기색이 역력했다.“그런데 안타깝게도 만천구가 이 모든 것을 다 망쳐놨어.
마하성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유달리 쓴웃음을 지었다.용천오의 말처럼 하현이 정말로 성 씨 가문을 몰살시킨 범인이라면 만천구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죽게 될 것이었다.모든 증거들이 하현을 겨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은 예리한 만천구가 무엇을 눈치챘는가였다.그가 뭔가를 눈치챘다면 정말이지 이건 자기 발등을 찍은 거나 마찬가지였다.마하성이 난감한 표정을 계속하자 용이국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용천오, 사실 궁금한 게 있어.”“설은아란 여자 말인데. 왜 그 여자는 당신의 호의를 거절했을까?”“부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를 구하는 건 당연한 도리야.”“하지만 지금 그녀의 행동은 하현을 불구덩이 속에 밀어 넣는 것이나 마찬가지야!”“우리가 계속 그녀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을까?”“그 여자 생각보다 좀 성가셔.”설은아를 언급하자 용천오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내가 보기엔 그 여자 아직도 하현에 대한 감정이 깊은 것 같아. 다만 그 감정에는 양가적인 모순이 있는 걸로 보여.”“그를 구해 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가 무죄라고 믿고 있는 거지.”“하지만 결국 그녀는 하현이 무죄라는 걸 믿기로 한 거야. 법이 하현에게 결백을 증명해 줄까?”“하현을 맹목적으로 믿은 건지, 아니면 머리가 나쁜 건지...”용천오는 큰 그림을 그렸었다.그러나 가장 중요한 주연배우가 협조를 하지 않으니 용천오는 씁쓸할 뿐이었다.그가 준비한 일련의 모든 수단과 방법이 효력을 잃어 아무런 손도 쓸 수 없게 된 것이 용천오를 적잖이 불쾌하게 만들었다.용이국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용천오, 이 여자가 우리의 계획을 눈치챈 걸까?”“어쨌든 우리 때문에 감옥에 들어갔다 나왔으니 우리에 대한 대비를 했다면 이상할 것도 없지.”용천오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녀는 우릴 경계할 수도 있지만 최희정 그 멍청한 여자는 완전히 우리 편이야.”“내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설은아
다음 날 아침 상쾌하고 푸른 무성의 깨끗한 하늘이 옅은 회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갑작스러운 기온 하락으로 거리는 한기가 더해졌고 가게들은 느즈막이 기지개를 켜며 문을 열었다.그 시각 무성 경찰서 정문 앞에는 수사팀장 두 명이 잠이 덜 깼는지 하품을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그들은 교대 근무를 한 뒤 아침 식사를 하려고 경찰서를 나서던 참이었다.그런데 갑자기 열몇 대의 차량이 일렬로 달려와 사나운 기운으로 경찰서 앞에 멈춰 섰다.곧 차 문이 열리고 무도복을 입은 백여 명의 남자들이 차에서 내렸다.두 수사팀장들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순간 허리춤에 있던 총기에 손을 얹었다.딱 봐도 눈에 익은 사람들이었고 두 수사팀장의 힘으로는 백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제압할 수는 없어 보였다.다만 백여 명의 남녀들은 차에서 내린 순간 경찰서를 공격하지도 포위하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앞장섰던 남자가 손짓을 하자 누군가 상복을 입고 걸어 나왔다.동시에 다른 사람들은 차 안에서 미리 준비한 플래카드를 꺼내 일자로 펴기 시작했다.하얀색 현수막 위에는 검은 글씨가 바람에 날리듯 유려하게 쓰여 있었다.‘살인을 했으면 법의 이름으로 처단하라!’남녀들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앞으로 나와 경찰서 입구에 서서 외쳤다.“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보상하라!”순간 사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시선을 모으며 모여들기 시작했다.미리 포섭해 둔 일부 언론 기자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왔다.게다가 어떤 사람은 관을 메고 나왔다.맨 앞에는 용호태의 영정이 놓여 있었다.또 어떤 사람은 종이돈을 사방에 뿌리고 있었다.억울하게 죽은 누군가의 영혼을 달래듯 그들은 모여든 사람들을 향해 호소하는 눈빛을 보냈다.잠시 후 사방에는 수백 명의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하나같이 손가락질을 해댔다.이 사람들이 진짜 구경꾼이든 돈을 주고 매수한 사람들이든 간에 한마디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일을 크게 만들어 여론을 조성하려는 수작임에 틀림없었다.경찰서
하현은 배달 음식 상자를 열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그들은 내가 용문 집법당 당주라는 걸 몰라?”“여기까지 와서 저 소란이라니,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보지?”“평소 같으면 저 사람들도 당신을 두려워했겠죠.”“그렇지만 지금은 평소와는 다른 특수한 상황이잖아요. 그들이 당신을 두려워하겠어요?”“그들이 보기에 당신은 영원히 여기서 나가지 못할 사람으로 보일지도 몰라요.”“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꿍꿍이를 가진 사람들이 저렇게 밀어붙이는 데 우물에 앉아서 저들이 돌을 던질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하현은 군만두 하나를 집어 들고 웃으며 말했다.“꿍꿍이를 가진 사람들? 그래 누가 저런 짓을 꾸미는지 알아냈어?”“아직이요. 하지만 상대방 조직은 이렇게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아무 배후도 없이 저렇게 밀어붙이지는 못할 거예요. 분명 누군가 있어요.”“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오히려 난 성 씨 가문이 몰살당한 것과 용호태의 죽음이 당신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걸 더욱 확신하게 되었어요.”“왜냐하면 상대방이 너무 급하게 당신을 죽이려고 몰아붙이고 있어요.”이 말을 듣고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상대방도 처음에는 날 죽이고 싶지 않았을지도 몰라.”“하지만 당신 형이 나타난 이상 그의 성격상 반드시 법을 공정하게 집행한다는 걸 알고 급해진 거지.”“상대는 지금까지 한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까 봐 두려운 거야. 자칫 잘못하다가 허점이라도 발견되면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지.”“그들이 지금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여론을 조성해서 당신네 경찰서를 움직이는 거야. 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도 빨리 사건을 해결하도록 종용하는 거지.”“날 죽여야만 하니까.”“사건의 근원을 뿌리 뽑아야 발 뻗고 잘 수 있을 테니까...”“그들의 증거에는 많은 허점이 있다는 걸 방증하는 거야.”“당신네 경찰에서 이 허점을 찾기만 한다면 나의 무죄는 증명하기 쉬울 거야...”하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