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바로 그때 침묵하던 진주희가 앞으로 나와 손바닥으로 용소설의 얼굴을 세차게 내리친 뒤 차갑게 말했다.“다시 한번 말해 봐!”“너...”용소설은 진주희를 노려보았다.뺨을 한 대 맞고도 용소설은 감히 진주희에게 반격하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하 씨, 능력 있으면 어디 한 번 링에 올라가 보시지! 여자 뒤에 숨기나 하고!”“그렇게 물러터져서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시키겠다는 거야?!”하현은 용소설이 하는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딴청을 피웠다.“용소설, 저런 인간 신경 쓰지 마!”“아주 힘깨나 쓰는 여자 뒤에 숨어서 잘난 척하는 인간이야. 아주 자기가 잘나서 제멋대로 날뛰는 줄 알아?”“장난해!”“아마 오늘 죽도록 맞아 봐야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될 거야!”단발머리의 여인이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입을 열었고 그녀는 진주희를 뚫어져라 노려보다가 용소설을 데리고 물러났다.몇 명의 남녀들은 사나운 표정으로 진주희를 노려볼 뿐 아무 반격도 하지 못했고 모두 경멸하는 표정으로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여자한테 기대서 위세를 부리다니?!무성에서는 그런 남자를 가장 경멸한다는 걸 설마 모르는 걸까?이런 놈이 용문 집법당의 권력을 잡으려 하다니!무슨 헛꿈을 꾸고 있는 거야!“링 위에 올라가면 한 방에 밟혀 버릴 것 같은데!”“그것도 겁이 나서 올라가지도 못하는 주제에!”“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용소설은 얼굴을 가리고 돌아서서 하현을 향해 몇 마디 더 쏘아붙인 후 진주희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촹!”이때 링 위에서는 이미 일전이 끝나가고 있었다.종인검은 잔뜩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손에 들려 있던 검은 번쩍이는 빛을 발하고 있었고 바로 맞은편에는 건장한 남자의 손목이 잘려 있었다.건장한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주저앉았고 피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다.종인검이 또 이긴 것이다!이 추세라면 그는 비공개
지금 큰 형님의 손에는 장총이 들려 있었고 그는 종인검을 향해 천천히 방아쇠에 손을 갖다 대었다.냉혹한 태도와 자신감 넘치는 자태가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하였다.원래도 종인검의 팬이었던 여자들은 지금 이 남자를 보고 완전히 그의 매력에 사로잡혀 있었다.하지만 맞은편 종인검은 여전히 표정 하나 까딱하지 않고 조용히 장검을 들어 칼날을 반짝였다.칼날 위에 살의가 응집되어 있는 것 같았다.“종인검, 어서 들어와 봐!”큰 형님이 냉혹하게 입을 열었고 순간 발을 내디디자 ‘펑'하는 굉음이 들렸다.링 전체에 원형의 파도가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심판도 실력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이 기류에는 몸이 휘청거렸다.용소설을 비롯해 기세등등하던 남녀들은 지금 온몸에 거센 풍랑을 맞은 듯 창백해졌다.진짜 고수들의 대전이 이렇게 무시무시할 줄은 몰랐다.용호태조차도 눈을 가늘게 뜨고 조심스럽게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집법당 큰 형님의 거센 기운에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번 비공개 무예 대결이 집법당의 새 주인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아마 큰 형님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온 장내가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종인검의 표정도 어두워졌다.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옷이 펄럭거렸지만 손에 든 장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만고불변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은 만년설 같았다.큰 형님은 종인검의 심리를 건드리는 데 실패한 것이다!예상 밖이었다! 꿈쩍도 하지 않다니!흥!이 모습을 본 큰 형님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가 이내 콧방귀를 뀌었다.순간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장총을 쓸어내리다가 쏜살같이 들어 올려 앞에 있는 종인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종인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했다가 지체 없이 손에 든 장검을 휘둘렀다.“촹!”양측의 무기가 부딪히는 순간 쇳소리가 울렸고 공중에서는 불꽃이 튀었다.큰 형님의 장총은 어떤 무기보다 포악한 기운을 가득 품고 있었다.오늘 눈앞의 사람을 때려눕히지 않으면 링을 내려갈 것
보아하니 오늘 이 대결로 모든 것이 결정된 것 같았다.용호태는 심호흡을 하고 하현에게 시선을 던졌다.현재로서는 모든 계획이 순조로웠다.그 다음으로 종인검이 하 씨 성을 가진 저 개자식을 죽이고 당주가 되기만 한다면 용호태는 앉아서 남은 인생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게 될 것이다.이제 무성의 분쟁 따위에 참여할 필요도 없다.용호태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하현이 용소설의 도발을 견디지 못하고 얼른 링 위로 올라와 주길 바랄 뿐이었다.용호태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심판이 앞으로 나와 의료진에게 들것을 가지고 나와 사람을 옮기라고 지시한 뒤 큰 소리로 외쳤다.“누구 또 도전할 사람 있습니까?”“종인검에게 도전할 사람이 없다면!”“오늘 비공개 무예 대결은 종인검이 승리한 것으로 하겠습니다!”“지금 무대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면 나중에 집법당 당주의 영패를 가지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아무 소용 없을 것입니다. 우리 집법당 사람들은 그와 같은 행태를 용인하지 않을 거고요!”“맞습니다!”“그렇습니다!”“우리의 당주가 되려면 오늘 밤 비공개 무예 대결에서 일등을 해야 합니다!”이 말을 듣고 용호태가 일찌감치 매수해 둔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오늘 밤 비공개 무예 대결을 펼친 목적은 명확한 것 같았다.공명정대하다는 명분 아래 판을 벌여 놓고 공개적으로 하현을 죽인 뒤 종인검을 성공적으로 자리에 앉히려는 속셈인 것이다.용호태, 용소설, 그리고 일부 용문 집법당 장로들은 모두 하현에게 시선을 집중하며 도발적인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하현, 당신도 대단한 사람이잖아?”“어서 올라가!”“재주가 있으면 어서 올라가 보라고. 올라가서 종인검과 한판 붙어야지!”“이렇게 멀뚱멀뚱 보고만 있으면 어떡해? 그렇게 배짱이 없어?”꿈쩍도 하지 않는 하현의 모습에 용소설은 참지 못하고 계속 도발하며 입을 열었다.하현을 자극해 끝내 링에 올려놓고 죽이는 것이 그녀의 지상 최대의 임무였던 듯했다.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상석에 오르지 못하는 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때 갑자기 기세등등한 모습을 한 여자가 다가와 눈을 아래로 깐 채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 이름이 하현 맞지?”“당신도 링에 올라 당주 자리를 쟁취하고 싶은 거지?”“부당주가 한 마디 전해달래.”“당신은 종인검의 상대가 못 돼!”“얼른 꺼져!”“종인검을 다시는 안 보는 게 당신 신상에 나아. 안 그러면 그가 당신을 죽이려 할 테니까.”이 말을 들은 용소설은 하현을 노려보며 말을 덧붙였다.“들었지? 부당주가 지금 기분이 좋아서 당신을 봐주려고 하는 것 같아. 그러니 더 이상 나도 따지지 않겠어!”“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 설마 죽고 싶은 건 아니지?”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부당주한테 말해. 상대를 너무 많이 자극하면 그것도 효과가 없다고.”“당신들은 설마 종인검 저 사람이 감히 날 칠 수 있다고 생각해? 그에게 그럴 용기가 있을까?”“종인검 정도로는 날 링 위로 끌어올리지 못할 텐데.”“당신들이 자꾸 나한테 저 링 위로 올라가라고 하니 난 오히려 집에 가서 발이나 닦고 자고 싶은데.”“당신들 연극 잘 봤으니 이제 좀 피곤해서 말이야. 먼저 가 볼 테니까 따로 배웅할 필요는 없어.”하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용천오가 준비한 모든 계획은 오로지 하현을 자극해 링 위로 올리는 것이었다.그런 다음에는 종인검이 단칼에 해결할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자극하고 압박하는데도 하현이 꿈쩍도 하지 않자 그들은 난감했다.자신들의 갖은 수법에도 하현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준비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하현이 정말로 떠나려는 것을 보고 용소설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만약 오늘 하현을 죽이지 못한다면 그녀 앞에 닥칠 결말도 그리 좋지 않을 것이다.용소설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하
”링에 올라올 줄 알았는데. 안 올라올 줄은 몰랐네.”“뭐? 당신 눈에는 내가 감히 못 올라갈 사람으로 보여?”하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종인검은 하현의 말을 듣고 차갑게 내뱉었다.“나도 당신에 관해선 좀 들었어. 듣자 하니 당신은 항성과 도성에서 남양의 전신 양제명을 등에 업고 우리 용오행 당주를 해친 후에 스스로 당당히 나서 당주를 폐위시켰다고 하던데.”“이번엔 무성에 와서 한여침과 당신 주위의 여자들을 등에 업고 위세를 떨치고 있군!”“대단해! 정말 대단해! 인정!”“꾀가 많고 재주도 좋아. 그리고 뻔뻔하기까지 해!”“이제는 날 감당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핑계를 대고 꽁무니를 빼려고 해!”“안타깝게도 말이야. 당신은 절대 미움을 사서는 안되는 사람한테 미움을 샀지 뭐야!”“용천오가 특별히 나에게 분부를 내렸지. 그래서 내가 당신을 친히 저세상으로 데려다주려고!”종인검은 차갑고 매서운 눈빛으로 비아냥거렸다.“당신 체면을 봐서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용문 집법당 영패를 내놓으면 살려주겠어!”“30초 정도 생각할 시간을 줄 테니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나야말로 당신이 그나마 인물인 것을 봐서 지금이라도 당신이 무릎을 꿇는다면 건드리지는 않을게.”“무릎을 꿇으라고? 내가?”종인검의 눈에 뾰족하게 날이 섰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 마라야?!”“사람이 봐준다고 할 때 덥석 물 것이지 기어코 벌을 받겠다니 원! 진정한 고수 앞에서 그런 씨알도 안 먹힐 수법을 쓰다니! 정말 가소로워서!”말을 마치며 종인검은 손에 든 장검을 번쩍 들어 올렸다.칼날 위에 살벌한 기운이 하현을 향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곧이어 칼날은 잡아먹을 기세로 하현의 목을 향해 빠르게 떨어졌다.“퍽!”하현은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고 한 걸음 내디뎌 종인검 앞에 바짝 몸을 가까이 다가섰다.그리고 손을 들어 힘껏 손바닥을 휘둘렀
”자, 집법당 고수. 이제 말해 봐!”“이제 당신이 뭘 할 수 있는지 말해 보라고. 그래야 내가 당신을 살려 둘지 죽일지 결정할 거 아니야!”말을 마치며 하현은 손바닥을 한껏 들어 올렸다.순간 아까 보였던 종인검의 교만함과 오만방자함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었다.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현은 손을 뒤로 젖히고 힘껏 종인검의 얼굴을 후려쳤다.종인검의 얼굴은 말도 못 할 만큼 부어올랐고 사람들은 그 모습에 더욱 아연실색하였다.한족에서 지켜보던 용소설조차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종인검이 얼마나 무서운 실력을 가진 자인가!방금 그는 단칼에 집법당 큰 형님을 처단했다.그가 휘두르는 검은 무적이라고 할 만했다.그런데 왜 하현 앞에서 그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인 것인가?용호태도 할 말을 잃긴 마찬가지였다.심지어 그의 입가에서는 끊임없이 경련이 일었다.순간 그는 하현에게 얻어맞은 그날 오후로 돌아간 것 같았다.종인검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르는 하현의 손바닥이 마치 자신을 향하는 것 마냥 소름 끼쳤다.“퍽!”결국 종인검의 얼굴에 하현의 손바닥이 날아들었고 그의 얼굴이 링의 모서리에 부딪혔다.한참을 몸부림치던 그가 피를 한 모금 내뿜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하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마지막 일격을 날리듯 종인검의 앞에서 손바닥을 치켜들었다.“풀썩!”종인검의 눈을 움찔거리더니 망설임 없이 무릎을 풀썩 꿇었다.그는 정말로 무서웠던 것이다.이 장면을 본 사람들의 얼굴은 그야말로 시간이 멈춘 듯 얼어붙었다.용호태와 용소설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었다.그들이 철저하고 치밀하게 계획한 음모가 하현 앞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뜻밖에도 종인검마저 무릎을 꿇고 말았다.지금 용호태는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이를 용천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릿속이 까맣게 타들어갔기 때문이다.하지만 하현은 그에게 피를 토할 만한 시간도 주지 않았다.하현은 품에서 영패를 꺼
뒷짐을 지고 냉랭한 표정으로 서 있는 하현.그 옆에 무릎을 꿇고 있는 종인검이 있었다.사방에선 하현을 연호하는 소리가 점점 기세를 더하며 커져 가고 있었다.모든 집법당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해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종인검을 무릎 꿇리는 무적의 실력에다 용문 집법당의 영패까지 손에 쥐고 나타났으니 전설 속에 떠도는 영웅이 환생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눈앞에는 이미 당주가 결정된 것이었다.용소설은 멍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입이 열 개라고 해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그녀 뒤에서 방금까지 하현에게 비아냥거리며 냉소를 날리던 일행들은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고개를 떨구었다.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들어가고픈 심정이었다.단발머리 여자는 마음속으로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었다.하현에게 더 강하게 자신의 매력을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만약 그랬더라면 지금쯤 그녀도 그와 한 편이 이 영광의 주인공이 되어 있지 않았겠는가?“하현!”“당주 용오행을 해친 자가 바로 당신이야!”“그런 당신이 어떻게 우리 당주가 될 자격이 있어?!”용호태 주변 측근들이 하나같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그들은 오늘 그들이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어떻게 해서든 하현이 상석에 앉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맞아. 용오행이 내 손에 죽은 건 확실해.”하현이 냉랭한 표정으로 장내를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그러나 용오행은 문규를 어겼어. 안팎의 적과 내통했으니 벌을 받는 건 당연한 거야!”“용문주는 집법당이 엉망진창이 되고 난장판이 된 것에 화가 나서 날 집법당에 보내 사태를 수습하게 하셨지.”“그래서 말인데,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자리에 오르려고.”“나의 원칙은 오직 하나야. 나를 따르는 자는 살고 나를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는 거.”“그래서 난 오늘 밤 용호태를 기다렸던 거야.”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두 손을 뒷짐지고 용호태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순간 용호태는 사색이 된 얼굴로 어쩔 수 없이 하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용호태... 당주께 인사 올립니다!”말을 하면서 그는 일행들에게 손짓을 했다.그의 측근들 중 마뜩잖아하는 사람도 몇 명 있었지만 용호태의 행동을 보고 결국 무릎을 꿇었다.“당주, 인사 올립니다!”사방팔방에서 집법당 제자들이 겁에 질린 용호태를 보다가 종인검에게 서선을 돌린 다음 영패를 들고 있는 하현를 쳐다보았다.순간 집법당 제자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당주, 인사 올립니다!”모든 상황이 평정되었다....이른바 비공개 집법당의 무예 대결을 정리한 후 하현은 모든 뒤처리를 진주희에게 맡겼다.한여침은 사람들을 데리고 집법당을 진압했다.능력 있는 진주희의 지휘 아래 그녀 측근이 몇 명 더 투입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법당 전체가 쉽게 진압되었다.도끼파 본거지에서 돌아온 후 하현은 최희정 모녀가 풀려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었다.그러고는 일이 이렇게 흘렀다.무성에 온 지 사흘도 안 되어서 하현은 이미 도끼파를 평정하였고 무성 황금 회사를 손에 넣은 뒤 지금은 용문 집법당 당주로서 강력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이로써 그는 충분한 역량을 손에 쥐게 된 셈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무성 경찰서에 전화해 무고한 두 사람을 풀어주라고 요청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물론 내일까지 무성 경찰서에서 최희정 모녀를 풀어줄 아무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하현이 직접 무성 경찰서에 가면 되는 것이었다.도끼파 본거지에 돌아온 하현은 설유아가 일찌감치 쉬러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그는 설유아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뒤 머리를 닦으며 문자메시지를 뒤적거렸다.이슬기, 하수진, 동리아 등은 하현이 무성에 간 후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새로 진전된 사항이 있는지 묻고 있었다.하현은 그들에게 일일이 메시지를 보낸 후에야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이튿날 아침, 핸드폰이 ‘띵'하고 울리는 소리에 하현은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