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무성 경찰서.오늘 아침 무성 경찰서에 누군가 투서를 보냈다.투서에는 한여침이 움직인 덕분에 갇혀 있던 최희정과 설은아는 아무런 괴롭힘도 당하지 않고 자유가 없다 뿐이지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하현의 아내이고 장모였다.현재 두 사람을 보석으로 석방할 수 없더라도 얼굴은 한 번 확인하고 싶은 게 하현의 심정이었다.한여침이 이미 위아래 관계를 잘 손써 놓았기 때문에 경찰서 측에서도 하현을 접견실에서 만나 서류에 몇 장 사인하는 것 외에 별다르게 난처하게 하지는 않았다.그들은 얼른 일어서서 곧장 죄수복을 입은 두 여자가 있는 또 다른 접견실로 안내되었다.반 발짝 뒤에 서 있는 설은아의 얼굴은 초췌해 보였지만 여전히 기개는 꺾이지 않은 얼굴이었다.앞서 걸어가는 최희정은 여전히 세상 오만한 표정이었다.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욕지거리부터 늘어놓았다.“제기랄!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나와 용천오와의 계약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건 용천오의 문제야!”“얼른 가서 용천오한테 내가 약속을 이행하고 내 딸을 그에게 보낸다고 해! 하지만 광산은...”최희정은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갑자기 접견실에 앉아 있는 하현을 보고 바로 표정이 굳어졌다.그녀는 두 사람을 찾아온 사람이 용천오일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하현이 여기에 나타날 줄은 정말로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설은아는 하현의 얼굴을 보자마자 얼떨떨하면서도 민망한 듯 미안해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하현은 혼자 버럭했다가 씩씩거렸다가 하는 최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일어서 설은아에게 다가갔다.“많이 억울했지?”설은아가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최희정은 두말없이 바로 탁자 앞으로 가서 철제 테이블을 쾅하고 세게 내리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자네! 내 딸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걸 아니 다행이네!”“자네가 아직 우리 은아와의 관계를 완전
”잘 들어!”“지금 스스로 뭔가 대단한 척 능력 있는 척하지 마! 내 눈에 자넨 절대 우리 은아랑 어울리지 않아!”“능력이 있으면 당장 우릴 여기서 꺼내 봐!”“잠깐 만나서 뭘 어쩌자는 거야?”“이렇게 찾아왔으니 상이라도 달라는 거야? 장려상이라도 줘?”“경고해 두겠어! 자네는 이미 우리 은아랑 이혼한 사이야. 이미 결정 난 일이라고!”“그러니 함부로 우리 은아 넘볼 생각하지 마!”“은아가 시집갈 사람은 용천오야!”“눈치챘으면 어서 썩 꺼져!”“자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지금 최희정의 머릿속엔 설은아를 명문가에 시집보내야 한다는 일념밖에 없었다.그래야 자신이 고급차에 고급 스파를 드나들며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희정의 눈에 별 볼 일 없는 하현 따위는 절대 설은아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하현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대낮부터 아주 화려한 꿈을 꾸고 계시군요!”“아직도 용천오가 당신의 착한 사위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겁니까?”“그게 가당키나 한 일이라고 생각하세요?”“적당히 좀 하세요!”최희정은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내뱉었다.“당장 꺼져! 좋은 일에 훼방 놓을 생각 꿈에도 하지 마!”“자꾸 그랬다간 내 손에 죽을 줄 알아!”“퍽!”하현은 결국 참지 못하고 최희정의 뺨을 갈겼다.최희정은 ‘악'소리를 내며 비틀거렸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최희정은 죽일 듯 하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이 자식아!”“감히 날! 네까짓 놈이 감히 날!”“어쨌든 지난 세월 네 장모였던 날!”“죽여버릴 거야!”“그만!”하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한 번만 묻겠습니다.”“그 계약서, 만일을 대비해 뭔가 준비해 놓은 거 없습니까?”“있으면 내놔 보세요.”“그 계약, 사실로 만들어 드리죠!”“그리고 3일 안에 이곳에서 떠날 수 있게 해 줄 거구요.”하현이 한 말을 듣고 최희정은 그에게 뺨을 맞은 일도 잊어버렸다.하지만 그녀는 여
최희정은 얼굴색이 급변하더니 큰소리를 쩌렁쩌렁 울렸다.“안 돼. 난 이놈을 믿을 수가 없어. 이놈은 앞에서 이렇게 우리한테 비위를 맞춰주는 듯하다가 돌아서면 우릴 팔아넘길 놈이야!”“아마 그때쯤 우린 감옥에 있을 거야!”“엄마, 그만, 그만 좀 해!”“하현이 어떻게 우리한테 그런 짓을 하겠어?”설은아는 어이가 없었다.“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렇게 오래 보고도 이 사람을 모르겠어?”“만약 우리가 잘못되길 바란다면 그냥 내버려 두면 되는 거야.”“여기까지 와서 우리와 쓸데없이 이런 시간을 가질 필요도 없잖아, 안 그래?”하현은 냉랭한 눈빛으로 최희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장모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겁니까?”“정말 여기서 용천오와 끝까지 가보겠다는 겁니까?”“그가 개과천선해서 양심적으로 변하길 기다리는 겁니까? 아니면 당신의 그 개똥 같은 천운이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까?”“좀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안 될까요?”“지금 나 말고 누가 당신을 구할 수 있겠어요?”최희정은 하현을 조심스레 훑어본 후에야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허!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난 이런 상황을 대비해 후수를 다 생각해 두었지. 그뿐만이 아니라 확실히 뒤집을 수 있는 엄청난 카드도 쥐고 있다고!”“내 손에 있는 후수를 자네한테 줄 수도 있지만 그전에 반드시 우리한테 세 가지를 약속해야 해.”설은아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엄마,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있지! 의미가 있고말고!”“이놈이 내가 쥐고 있는 후수를 잡으면 얼마나 많은 이득을 보는지 네가 알아?”최희정은 기세가 등등하다 못해 자신감이 넘쳐흘렀다.“이놈이 우리랑 손을 잡은 뒤 혼자 먹고 튀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해?! 그러니 조건은 반드시 필요한 거야!”설은아가 뭐라고 덧붙이려 했지만 하현은 얼른 그녀에게 눈짓을 보낸 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말해 보세요. 세 가지 조건
하현은 최희정의 억지에 어이가 없어서 손뼉을 탁 쳤다.며칠 동안 못 본 사이에 최희정의 증세는 점점 더 심해진 모양이었다.하현은 정신을 추스르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당신이 말한 조건은 내가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은데요.”“이렇게 하죠. 여기서 은아만 빼내는 걸로.”“당신은 여기서 당신의 후수를 꼭 쥐고 앉아 용천오가 당신을 시답잖고 불쌍하게 볼 때까지 기다리세요.”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현은 돌아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엄마, 그런 말도 안 되는 말 하지 말고 어서 하현한테 무슨 후수가 있는지 말해.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설은아는 참지 못하고 숨을 크게 들어마시더니 원망스러운 얼굴로 최희정에게 말했다.설은아가 하는 말을 듣고 최희정은 얼굴이 굳어졌다.“은아야, 넌 아직도 이런 외지인한테 속아서 이 엄마를 팔아넘기려는 거야? 황금 광산이야! 황금 광산이라고!”“엄마, 황금 광산은 원래부터 엄마 것이 아니었어. 제발 순진한 척하지 말고 정신 좀 차려!”최희정은 눈알을 희번덕거렸다.“은아야. 난 네 엄마야. 지금 그게 엄마한테 무슨 소리야? 엄마한테 보이는 태도가 그게 뭐냐고?”“네가 당장에라도 이놈이랑 완전히 갈라선다면 용천오가 바로 계약을 이행할 거야!”“무슨 문제라도 있니?”“너 지금 날 뭘로 보고 이러는 거야?!”며칠간 이유 없이 옥고를 치른 최희정은 결국 참지 못하고 억지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었다.“퍽!”설은아는 끝내 참지 못하고 결국 손을 들어 최희정의 얼굴을 후려갈겼다.히스테리를 부리던 최희정은 바닥에 그냥 내동댕이쳐졌다.최희정은 넋이 나간 듯 어안이 벙벙해서 얼굴을 가렸고 급기야 큰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야!”“딸이 어떻게 엄마인 나한테 이럴 수가!”“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설은아는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우선 엄마부터 여기서 내보내고 우리끼리 얘기해.”“그래!”하현이 손뼉을 치자 경찰서 수사팀장이 들어와서
”그래서 우리의 유무죄와는 상관없이 지금 여기 들어와 있는 거지.”설은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용천오야. 용천오는 이미 엄마한테 무한 신뢰를 얻은 사람이거든. 그런데 왜 이런 계약을 내밀어서 일을 이렇게 만들었냐는 거야!”“내가 그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복수하려는 건가?”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그것도 이유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지. 그렇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야. 원인을 깊이 따져봐야 아무 의미 없어.”“다른 얘기 좀 해 봐.”“아까 당신 엄마가 후수를 준비해 뒀다는데 그게 뭐야?”“있지.”설은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엄마는 막무가내에 아무 계획도 없는 사람 같지만 이런 큰일에는 아주 세심하거든.”“지금 경찰서에 넘어간 광산 계약서는 사본에 불과해.”“진짜 원본 계약서는 아직 무성 국제공항 안 보관함에 있어.”설은아의 말을 듣고 하현은 모처럼 감탄의 미소를 터뜨렸다.최희정이라는 여자는 자신의 이익에 관련된 것이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의 신변을 지키려고 애쓰는 여자였다.“보관함 번호를 알려줘.”하현이 일어서며 말했다.“용천오가 이 계약서를 이용하려고 했으니 원하는 대로 한 방 먹여 줘야지!”“나도 이참에 이 계약서를 통해서 되갚아 줘야겠어. 닭 훔치려다가 손에 있던 한 줌의 쌀마저 날리게 만들어 주겠어!”“무성 황금 회사가 우리 손에 넘어왔을 때 용천오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궁금하군!”“뭘 어쩌려고?”설은아는 하현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되고 궁금했다.하현은 침착하게 말했다.“또 한 번 협상을 해서 당신 엄마가 가진 무성 황금 회사의 주식을 모두 내 명의로 넘기라고 해야지!”설은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우리 엄마가 알면 화병 나서 죽으려고 할 거야!”하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그때 가서 수백억 정도 쥐어 주고 입막음하면 될 거야.”“무성 황금 회사는 당신 엄마
사람들이 모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경호원 몇 명과 비서를 대동하고 침착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들어왔다.젊은 남자가 나타나자 자리에 있던 임원들과 주주들은 모두 일어나서 그를 맞이했다.“마 사장님 오셨습니까?”당당한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 앞에 나선 사람은 용천오의 측근 중 한 명인 무성 마 씨 가문, 마하성.그는 용천오를 대신해 무성 황금 회사의 집행총재를 맡고 있기도 했다.“안녕하세요!”마하성은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약간 숙인 뒤 비서가 우려내 준비해 놓은 보이차를 한 모금 천천히 마신 뒤 맨 가운데 자리로 앉았다.“용문 집법당 쪽의 대표들도 오늘 오라고 알렸어요?”“오늘 오지 않으면 당초 얘기한 대로 용문 집법당의 30% 지분을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까?”무성 황금 광산이 개발되었을 때 무성의 모든 가문과 세력은 광산을 쟁탈하려고 덤볐다.결국 용문 집법당이 나서서 황금 광산에 관한 지분 구조를 정비했다.당시 용문 집법당은 용오행이 장악하고 있었고 용오행은 용천오의 가장 크고 든든한 방어막이 되어 주었다.그래서 나중에 무성 황금 회사가 주식을 나눌 때 용문 집법당은 30%의 지분을, 용천오는 40%의 지분을,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30%를 나눠갖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간단히 말해 용천오가 용문 집법당과 손을 잡기만 한다면 다른 주주들의 입김을 신경 쓸 필요 없이 회사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이것이 바로 용천오가 하현을 용문 집법당 당주 자리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하려는 이유 중 하나였다.집법당 당주는 가지고 있는 막강한 고유 권한 외에도 이 30%의 지분이라는 어마어마한 권리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용호태가 이미 하현에게 박살이 났다.그러자 용천오 쪽에서는 발 빠르게 마하성에게 이 일을 빨리 처리하라고 맡긴 것이다.하루아침에 무성 황금 회사는 이미 아홉 차례나 주주총회를 열었다.그리고 용문 집법당 쪽에서는 아홉 차례의 주주총회에 한 번도 사람을 보내지
마하성의 말에 임원과 주주들은 모두 의분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마 사장님, 용문 집법당이 아무리 대단해도 정관은 정관입니다!”“규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일이 성사되지 않는 법이죠. 용문 집법당이 우리의 주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니 이참에 절차에 따라 회수하면 됩니다!”“만약 용문 집법당 사람들이 나중에 뭐라고 하면 열 번이나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겠습니다!”“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용문 집법당의 미움을 사는 일이 있더라도 정관대로 일을 진행해야 합니다!”“맞습니다. 그렇게 해야 합니다.”많은 사람들이 마하성을 지지하기 시작했다.사실 이 사람들은 모두 용천오와 얽히고설킨 관계에 있었다.지금 용호태가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용천오는 무성 황금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어서 밤새 그렇게 많은 주주총회를 열었던 것이다.모든 것은 절차대로였다.목적은 용문 집법당을 회사에서 완전히 퇴출시키고 그들이 가진 지분을 모두 회수하는 것이었다.이제 용천오가 꾸민 이 판은 가장 중요한 클라이막스에 도달한 셈이다.모두들 서로 일심단결해서 벌여놓은 연극 무대 위에서 철저히 약속된 연기를 해야 한다.“음, 용문 집법당이 우리 회사를 이렇게 무시할 줄은 몰랐습니다. 위세가 대단해도 주주로서 어떻게 이런 행동을 보일 수가 있습니까?!”“됐습니다. 나중에 다른 소리를 할까 봐 내가 직접 전화도 걸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가진 30%의 지분은 정관에 따라 회사가 회수하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마하성은 보이차 한 모금을 마셨다.그는 이 모든 과정이 빨리 끝나고 얼른 잠잠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하지만 이 일은 용문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정관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일을 해야 나중에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꼬투리를 잡히지 않고 정당한 구실을 얻을 수 있다.결국 무성 황금 광산의 이익
”됐어!”“우린 회의를 진행합시다. 오늘 회의 의제는 하나뿐입니다!”손을 뻗어 황실 마크가 새겨진 시계를 보면서 마하성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지금부터 모든 주주와 임원들의 만장일치로 용문 집법당이 가진 회사 지분 30%에 대한 권리를 폐기하기로 합니다!”“이제부터 그들이 가진 30%의 지분은 용천오가 회수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퍽!”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목적홀 문이 벼락같이 열렸다.하현이 진주희 등을 앞세워 당당하게 들어오는 것이 보였고 그 뒤로는 변호사, 보좌관, 비서 등 십여 명이 따라 들어왔다.“늦어서 죄송합니다.”“이제부터 나 하현이 무성 황금 회사를 인수할 것입니다.”“모두 물러나십시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장내를 바라보았다.현장에 있던 주주와 임원들은 처음에는 경악하며 아무런 반응도 내지 못했지만 이내 정신을 다잡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누굽니까?! 당신은?”“어떻게 우리 회의실에 함부로 들어온 거냐구요?”“여기가 어딘지 알고 온 거예요?”“인수라니? 당신들이 뭐길래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낯선 사람이 갑자기 쳐들어오자 임원들과 주주들은 벌떡 일어나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었다.그리고 마하성은 마뜩잖은 얼굴로 앞으로 걸어 나왔다.“어서 꺼져!”마하성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하현이라는 두 글자는 귀에 익숙했지만 도대체 누구인지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좀체 생각이 나지 않았다.하현은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무시한 채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다.진주희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와 품속에서 영패를 꺼내 책상 위에 툭 던지고는 당당하게 말했다.“이것은 용문 집법당의 영패입니다. 영패는 당주를 상징하는 것입니다!”“간단히 말해서, 지금 우리는 용문 집법당을 대표해서 무성 황금 회사의 지분 30%를 인수하려고 합니다.”“뭐? 이딴 영패 하나 들고 와서 지분을 인수한다고?”마하성은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냉소를 흘렸다.“세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설은아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정말 해결할 수 있어?”설은아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응. 할 수 있어.”해결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하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 않았다.이번이야말로 하현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고 싶었다.“알았어. 해결할 수 있으면 됐어.”하현도 설은아가 허투루 말을 하는 가벼운 입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해결이 잘 안 되면 억지로 버티지 말고 꼭 말해. 내가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볼게.”하현의 말을 듣고 이시운은 더욱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보아하니 데릴사위가 말주변이 아주 좋을 뿐만 아니라 허세 부리는 것도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붕!”바로 그때 사람이 드문 도로에 번호판 없는 승합차 여러 대가 포르쉐 앞에 나타났다.뒤이어 승합차 몇 대가 나타나 하현 일행을 태운 포르쉐를 에워쌌다.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길이 없는 설은아와 이시운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착!”이때 문이 열렸고 러닝셔츠를 입은 십여 명의 사람들이 손에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를 들고 걸어 나왔다.그때 승합차 한 대의 문이 스르르 열리며 우민은과 이국흥 두 사람이 지팡이를 짚고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이 개자식들!”설은아는 이 두 사람을 보자마자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차렸다.“이런 치졸한 방법을 쓰다니!”하현은 이런 일을 너무 많이 겪어 봐서 그저 냉담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이시운은 이런 광경이 처음이라 온몸을 부르르 떨며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이제 어떻게 해요?”“어서 신고해!”설은아는 무서울 정도로 침착했다.“내가 가서 시간을 벌어 볼 테니까!”“그래도 내가 대구 정 씨 가문 사람이니까!”“날 건드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들도 모르진 않을 거야.”“그러니 날 함부로 하진 못 하겠지!”“하현, 당신은 차 안에 있어. 나오지 말고 여기 있어. 괜히 나와서 일 크게 만들지 말고!”설은아는 상대가
설은아는 이시운을 데리고 포르쉐에 올라탔고 하현을 조수석에 앉혔다.액셀을 밟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아침에 대출받느라 바빴고 점심때는 직원들 월급 해결하고 회사 일도 다 처리했어. 이제 아무 문제없어.”“자, 이제 아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한테 말해 봐, 아직도 아무 말 안 할 거야?”하현이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당신과 나천우의 일.”설은아는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나천우와 아는 사이였다고 해도 그녀가 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어차피 하현도 성공한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그녀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나천우가 어떻게 그처럼 그를 깍듯하게 모실 수 있냐는 것이다.하현을 위해 나천우는 은행 고위직 두 명을 바로 해고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곧바로 이천억이란 거금을 대출해 주었다.하현은 금정에 온 지 겨우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나천우는 은둔가 나 씨 가문 사람인데 어떻게 그가 하현에게 이렇게 극진한 대우를 할 수 있는가?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현이 나천우를 안다는 말을 듣고 이시운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못마땅한 표정으로 비웃었다.나천우가 설은아의 미모에 흑심을 품고 하현의 체면을 세워 준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하현은 우쭐대고 있는 건가?참, 같잖은 꼴이라니!하현은 설은아가 무엇을 물어보는 것인지 간파한 뒤 입을 열었다.“나천우가 나한테 마침 한 가지 부탁할 일이 있었거든.”“무슨 부탁? 중요한 일이야?”설은아는 호기심에 눈빛이 반짝반짝거렸다.“나천우 같은 사람이 웬만한 일로 부행장과 부장을 해고하지는 않았을 거야.”이 말을 듣고 이시운은 깜짝 놀라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그런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그러나 그녀는 점점 더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확신하게 되었다.단지 데릴사위인 하현이 주제도 모르고 설칠 뿐이라고 생각했다.“날 속일 생각하지 마. 도대체 어떻게 나천우의 신임을 얻게 된 거야
”참, 여기 사인 좀 해 줘.”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나천우는 발걸음을 옮기려던 하한을 붙잡았다.그는 재빨리 옆방으로 가서 서류철을 가져와 하현에게 사인하라고 했다.하현이 서류를 받아들고 힐끔 쳐다보다가 나천우에게 눈길을 돌렸다.“이게 뭐예요?”“작은 거지만 내가 준비했어. 거절하면 안 돼!”말을 하면서 나천우는 직접 하현의 손을 잡고 지장을 찍은 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까지 쳤다.하현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형님, 도대체 이게 뭐예요?”나천우는 웃으며 말했다.“이건 당신 형수가 우리 집안에 시집오고 나서 일으킨 회사야. 금정개발이라고 집을 짓고 파는 부동산업이지.”“이제 당신 형수는 아이를 낳는 데 전념해야 하니 이 땅과 회사 일에 쏟을 시간이 없어.”“이걸 팔거나 혹은 다른 사람한테 좌지우지하는 것도 보기 불편할 거야. 혼수나 다름없는 거였으니까.”“이제 당신 손에 넘어갔으니 아마 당신 형수도 분명 기뻐할 거야.”“지금부터 당신은 주식을 90% 가진 금정개발 대주주이며 절대적인 지배권을 가진 사람이야!”“나머지 10%는 우리 부부의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셈으로 치자고.”“회사가 크지는 않아. 직원도 100명 남짓이고.”“회사에서 최근 몇 필지를 분양받아 개발하려고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어!”“하현, 마음에 드는 땅이 있거나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해야 하니까 이자는 꼬박꼬박 내야 해. 하지만 우대금리로 잘 해줄게.”말을 마치며 나천우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속으로 부자들은 역시 스케일이 다른 건가 잠시 생각할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부동산 개발 회사가 보너스라니!이렇게 되면 자신이 금정 제일 부동산 개발업자가 되는 게 아닌가?만약 최희정이 이 사실을 안다면 피를 토하며 분노를 뿜을 것이다.하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는 이것이 나천우 부부의 호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만
하현은 나천우에게 담요를 가져와 임단의 몸에 덮어 주라고 일렀다.그다음 그녀를 푹 쉬게 해 두고 조용히 나천우에게 따라나오라고 했다.바깥으로 나온 나천우는 하현을 깍듯이 대하며 옆에 있는 응접실로 데리고 와서 허리를 굽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하현, 이제 다 해결된 거죠?”“우리 아이를 극락으로 잘 보내 준 거죠?”그의 얼굴에는 기대와 긴장감이 가득했다.하현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나천우를 쳐다본 뒤 옅은 미소를 지었다.“나 사장님, 세상에 귀신이 있다고 믿습니까?”나천우는 적잖이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하현, 세상에 귀신이 없다면 방금 그 말은 도대체...”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나 사장님, 아침에 제가 한 말 기억하세요?”“마음의 병은 마음의 약으로 고쳐야 합니다.”“사모님은 사실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아이를 잃었다는 상실감 때문에 마음에 응어리가 졌던 것뿐입니다.”“그래서 사모님의 몸은 일종의 가임신 상태에 빠진 거죠.”“이런 상황에서는 두 분이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아이를 가질 수 없습니다.”“하지만 방금 제가 사모님 앞에서 보인 모습 때문에 사모님은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겁니다. 죽은 아이가 좋은 것으로 갔다는 안도감이 사모님의 마음을 위로한 거죠.”“마지막으로 사모님의 몸에 숨을 불어넣어 사산했을 때 감염되었던 약간의 풍한을 제거했어요.”“이제 사모님은 멀쩡한 사람입니다.”“두 분이 이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거죠.”하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물론 내가 사장님한테 이렇게 다 털어놓고 말씀드리는 건 사장님이 문화인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대로 말씀드리는 거예요.”“하지만 사모님은 여자이기 때문에 이 일은 아마 사장님과 나 사이의 비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아이를 무사히 출산한 뒤에 말씀드려도 늦지 않습니다.”“나중에 두 분이 날 너무 사기꾼으로 몰아붙이지나 마세요. 하하.”하현이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말을 마친 후 하현은 얼른 종이와 붓을 꺼내 그 위에다 뭔가를 쭉 쓴 뒤 담담하게 말했다.“나 사장님,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이 물건들을 빨리 준비해 달라고 이르세요.”“이 물건들은 부인의 체내에 음흉한 기운을 모두 뽑아줄 겁니다.”“그렇게 해야 완전히 문제가 해결됩니다.”“음흉한 기운이 다 제거된다면 두 분은 자연스럽게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나천우는 종이에 적힌 물건들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습니다. 바로 준비하라고 이르겠습니다.”순간 나천우의 마음속엔 하현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올랐다.나천우는 하현이 엄청난 돈이나 물질적인 것을 터무니없이 요구할까 봐 살짝 걱정이 되었었다.그런데 하현이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단칼에 승낙할 줄은 몰랐다.그래서 나천우는 하현을 완전히 높이 평가하게 된 것이다.잠시 후 나천우의 측근들은 하현이 지시한 물건을 모두 준비해 왔다.닭 피 한 그릇과 종이돈 한 묶음, 종이돈을 태우는 양동이.이를 본 임단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하현,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예요?”하현은 테이블을 가리켰다.“부인, 죄송하지만 여기 누우시고 배가 보이게 옷을 살짝 위로 올려 주세요.”하현의 말에 임단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이어 그녀는 코트를 벗은 뒤 셔츠를 살짝 걷어 올려 새하얀 아랫배를 드러낸 채 테이블 위에 누었다.나천우는 이 광경을 보며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결국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하현, 이건...”하현이 천천히 나천우에게 설명했다.“부인은 뱃속에서 아이가 죽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음흉한 기운이 여기 가득 들어 있습니다.”“예로부터 뱃속에서 죽은 아기는 엄마의 품을 떠나기 싫어 그 영혼이 떠돈다고 합니다.”“그래서 두 분이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이죠.”“오늘 저는 죽은 아이의 영혼을 잘 달래서 보내주려는 거고요.”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와 임단은 동시에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벌린 입을
하현은 냉랭하게 말했다.“미안하다고 할 필요 없습니다.”“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나한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만 들으면 됩니다.”“나머진 당신이 알아서 하면 되죠.”“난 아무 이견도 달지 않을 테니까요.”하현의 말은 마치 이 모든 것이 그와 무관한 일처럼 가볍게 들렸다.그러나 가볍게 들리는 그 말속에 숨어 있는 어조는 서늘한 기운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원래 하현이 어떻게 망신을 당하나 구경이나 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놀라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눈알을 땅바닥으로 떨구었다.결국 그의 어조로 보아하니 그가 가볍게 말하면 말할수록 더욱 화가 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리고 우민은과 이국흥 두 사람은 이 일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나천우는 하현을 향해 빙긋 웃으며 허리를 곧게 펴고 시선을 뒤로 돌렸다.그의 눈빛 속에 찬바람이 가득 휘몰아쳤다.우민은과 이국흥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왔고 무릎을 꿇으려 했지만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아 그대로 힘없이 풀썩 주저앉았다.“일어서세요!”나천우는 폭풍 전야의 고요한 태풍의 눈처럼 차분한 목소리였다.단지 손가락을 까닥이며 경호원에게 쇠 파이프를 건네받아 직접 두 사람의 다리를 한쪽씩 부러뜨렸다.그리고 나서 활을 들고 두 사람의 손바닥을 향해 활을 쏘았다.“휙!”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매섭게 울렸다.두 사람이 손바닥이 떨구어지자 나천우는 두 사람을 문 바깥으로 걷어차며 말했다.“잘 들어. 다시는 당신들 두 얼굴을 금정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아.”“감히 이 두 사람을 거두는 자는 나 나천우에게 도전하는 거라 생각할 거야!”“사람들을 교외로 내쫓아 스스로 빌어먹고 살게 해!”...10분 만에 설은아가 그토록 골머리를 앓던 이천억 대출이 순조롭게 실행되었다.무이자일 뿐만 아니라 담보 물건도 없이 진행되었다.다만 각종 수속이 복잡해서 설은아는 VIP실에 남아 서류 처리를 해야 했다.나천우는 하현을 깍듯이 모시고 행
”좋아, 당신이 그렇게 잘난 척을 하니 한 명이라도 어디 해고해 봐!”우민은은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비아냥이 가득한 얼굴로 하현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자! 어서 해 보라니까!”“퍽!”바로 그때 은행 로비의 문이 누군가의 발길질에 차여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남녀 열 명이 나타났다.선두에 선 사람은 양복 차림이었는데 그냥 보기에도 부티가 좔좔 흘렀다.그는 바로 금정은행 은행장, 은둔가 나 씨 가문 나천우였다.나천우 일행들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우민은과 이국흥은 모두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려 굽신거렸다.“행장님!”“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우민은과 이국흥은 무릎을 꿇다시피 하며 나천우 앞에서 입이 찢어져라 환한 미소를 보였다.그런데 평소에는 친근하게 그들을 대했던 나천우가 오늘 이렇게 차가운 얼굴로 들이닥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나천우는 그들에겐 눈길도 돌리지 않고 하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하현의 손을 잡고 힘껏 흔들었다.“하현,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이 말을 듣고 장내의 분위기는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고요해졌다.모두 어안이 벙벙해지다 못해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곳곳에서 심장이 덜컹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잠시 후 예쁘장한 여직원들이 자신의 뺨을 세차게 때리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그러나 눈앞의 광경은 잘못 본 것도 아니고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놀라움과 의아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자연스럽게 하현에게 쏠렸다.몇몇 여자 고객들도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가 않는지 입을 막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얼어버렸다.우민은은 마치 사지가 마비된 듯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이국흥은 더했다.사지가 그의 통제 영역을 벗어나 쉼 없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인가?그들은 하현
이국흥은 염치도 체면도 안중에 없는 사람 같았다.그는 없던 일을 있었던 일처럼 꾸몄다.그의 목적은 단 하나, 우민은이 하현을 혼내 주길 바랐던 것이다.이때 설은아가 얼른 입을 열었다.“부행장님, 그게 아닙니다...”우민은은 이국흥에게 힘을 실어 주러 온 상사였기 때문에 당연히 설은아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감히 우리 은행에서 사람을 때려요?”“간이 배밖에 나왔어요?”“지금부터 당신은 우리 은행 블랙리스트에 오를 거예요!”“이봐! 어서 관청에 신고해!”그녀의 카랑카랑한 말투는 오만하기 그지없었다.그러자 설은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분명 그녀는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될 줄은 몰랐다.설은아가 이끄는 회사의 자금줄이 빠듯한 건 사실이었다.그런데 결국 이렇게 완전히 파산하게 되었다.자신이 아홉 번째 집안을 맡은지 얼마나 되었는가?이렇게 빨리 파산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훗날 대구 정 씨 가문의 수장이 되겠다는 것인가?그야말로 허황된 꿈이었다!“하하하! 이게 바로 당신의 최후야!”“이제 알겠어?”이국흥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개자식! 이 개새끼야! 너 방금 정말 미친놈처럼 날 치더라? 정말 대단했지, 안 그래?”“자, 다시 한번 더 해 보시지?!”“당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디 한번 보자고!”“퍽!”하현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그의 요구에 답하며 앞으로 걸어가다가 또 한 번 손바닥을 휘둘렀다.이국흥은 하현이 감히 자신에게 또 손을 쓸 줄은 몰랐다.뺨을 맞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 그는 가까스로 우민은의 몸에 기댄 덕분에 쓰러지지는 않았다.“미친 거야?!”“당신들 여기가 무법천지인 줄 알아?”우민은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이봐, 어서 신고해!”“은행 협회에 통보해서 설은아한테 대출 다 막으라고 해!”이때 하현은 싸늘한 표정으로 우민은과 이국흥을 바라보며 말했다.“두 사람이야말로 내 블랙리
하현을 말리는 설은아의 다급한 목소리에 이국흥은 험상궂은 얼굴로 이를 갈며 일어섰다.그는 입가의 피를 닦고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개자식! 당신 누구야?!”“당신이 뭔데 감히 이러는 거야?”“날 때려? 감히 날 때렸어?”“내가 뭐?”하현은 앞으로 나서면서 또 손바닥을 올려 이국흥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감히 내 아내한테 그런 모욕감을 주다니! 나한테 누구냐고 물었어?”“내가 누군지 당신 눈엔 안 보여?”“혹시 설 대표가 당신 부인이야?”이국흥은 잠시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뭔가 떠오른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신이 그 소문으로만 듣던 그 쓰레기 같은 놈?”“그런데 감히 날 때려?!”“죽여버릴 거야!”하현은 또 그의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다.“퍽!”“날 업신여기고 무시하는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 그렇지만 내 여자를 건드리는 놈은...”“절대 용서할 수 없어! 오늘이 당신 제삿날인 줄 알아!”퉁퉁 부은 얼굴을 감싸고 바닥에 주저앉은 이국흥은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벌벌 떨었다.“하현, 그만해! 그만하라고!”설은아는 한사코 하현을 말리며 붙잡았다.“또 때리면 정말 사람이 죽겠어!”그녀는 마음속으로는 그를 고맙고 든든하게 여겼지만 불똥이 그에게 튈까 봐 걱정도 되었다.오래된 도시 금정의 은둔가 가문이 뒷배에 있는 금정은행 부장을 누가 건드릴 수 있겠는가?금정은행의 뒷배인 나 씨 가문은 금정 금융계의 거물이었다.“개자식! 감히 날 때리다니?!”“흥! 넌 이제 죽었어! 내가 반드시 널 죽여버릴 거야!”이국흥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러나 그는 감히 하현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입만 떠들썩하게 떠벌렸다.“반드시 관청에 보고해서 감옥에 처넣어 버릴 거야!”“그리고 제멋대로 날뛰는 네놈 때문에!”“이 여자도 상상하기 힘든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블랙리스트에 올라 금융계에선 다시는 일 원 한 푼 빌릴 수 없게 만들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