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구천의 궤변을 듣고 난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눈꼬리를 매섭게 치켜올렸다.오늘 하구천을 처음 만난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파렴치할 줄은 몰랐다.저런 말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내뱉다니!하구천이 단순히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런 궤변을 늘어놓는 것도 꼴사나운데 하구천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그는 섬나라와 친하게 지냈고 그 사람들을 부모처럼 믿고 따랐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뻔뻔스럽기 그지없었다.제2차 세계대전 때 피눈물을 흘렸던 대하의 역사조차 잊은 듯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하현은 정말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하구천!”하문준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한때 자신의 아들로 입적이 될 뻔했던 항도 하 씨 가문의 인물이었다.그런 하구천을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우리 항도 하 씨 가문 문규를 보면 누구도 이방인과 교류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아!”“섬나라 사람과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는 규칙도 없어!”“하지만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은 애초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정해 놓았지!”“그것은 바로 나라를 위해 나라의 안정을 위해 힘을 다한다는 것이야!”“우리가 외부와 교역하는 것은 확실히 우리의 발전을 위한 것이지만 또 다른 목적은 그들의 행동을 억제해서 우리 대하에서 함부로 세력을 넓히지 못하게 하는 거야!”“우리가 그들과 협력하는 가장 큰 목적은 규제를 위해서, 상생을 위해서, 우리 국민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야!”“우리 자신의 이익은 일단 배제해 둬야 해!”“그 점을 잘 기억하고 있어?”“아니면 지난 몇 년 동안 혹시 경중이 뒤바뀐 건 아니야?”“소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국익을 팔아넘길 수 있다면!”“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몇 년 동안 5대 문벌의 꼴찌였겠는가?”“난 오랫동안 항도 하 씨 가문을 장악해 왔어. 외국 세력에 아무렇게나 이익을 양보하기만 했다면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은 벌써 5대 문벌의 실세로 올렸을 거야!
”입 닥쳐!”당난영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지 갑자기 책상을 치며 얼굴 가득 노기를 띠었다.“공로가 없어도 노고는 있다?!”“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하구천, 예전에 자네는 그래도 점잖았는데 어째서 이런 말을 함부로 하는 거야?”“게다가 섬나라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은 것이 조금도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야?”“심지어 섬나라 사람들이 자네의 큰 배경이자 후원자라고 생각하는 거야?”하구천은 냉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왜? 안 됩니까?”“섬나라 사람들은 경제도 막강하고 검술도 뛰어납니다. 저에 대한 신임도 두텁습니다!”“섬나라 사람들은 우리한테 아무런 악의도 가지고 있지 않다구요!”“나와 섬나라 사람들은 서로 의지하고 있고 나를 지지하고 있어요!”“그게 제 능력입니다. 능력이요!”“지금 질투 나서 이러시는 겁니까?”“섬나라 사람들을 당신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 있습니까?”“사람이 능력이 있는 것도 죄가 됩니까?”“죄를 뒤집어씌우려면 어떤 구실인들 못 만들겠습니까? 흥!”하구천은 냉소를 흘리며 사나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만약 이것 때문에 내 공적을 부인하고 날 상석에 못 앉게 한다면!”“나 하구천,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섬나라 사람들은 우리한테 악의가 없다고?!”당난영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멀리 갈 것도 없이 십 년 전 일에 대해 말해 보자구!”“하구천, 자네한테 기회를 주기 위해서!”“그들은 아직 강보에 싸인 갓난아기도 서슴지 않고 죽였어!”“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어. 섬나라 사람들이 우리 대하를 멸망시키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섬나라 사람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대하에서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켰어!”“연경, 대구, 그리고 항성과 도성! 섬나라 사람들이 손 댄 흔적이 없는 곳이 어디 있어?”“섬나라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집안이 문을 닫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그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한 발짝 내딛더니 갑자기 손바닥을 탁 내리쳤다.“탁!”방금까지 제멋대로 날뛰던 하구천은 하현의 뺨을 맞고 멍해져서 아무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당신은 그 자리에 오를 수 없어!”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항도 하 씨 가문에 입신하는 궁극적인 임무는 대하의 남문을 지키는 일이야!”“기본도 모르면서 상석에 앉으려고?”“뭣 때문에 당신을 막느냐 나한테 물었으니 나도 오늘 확실하게 말해 줄게!”말을 마치며 하현이 다시 한 걸음 내디뎠다.“퍽!”“이 뺨은 당신의 안하무인격 무법천지에 가까운 행동에 대한 대가야!”“윗사람을 존경하지 않는데 어떻게 상석에 오르겠다는 거야? 절대 그럴 수 없어! 꿈 깨는 게 좋을 거야!”“퍽!”“이 뺨은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외부에 흔들린 것에 대한 벌이야!”“섬나라가 망한다고 해도 우리 대하는 죽지 않아. 그런데 당신은 섬나라를 아버지로 섬기고 그 힘을 빌려 상석에 앉으려고 해? 정말 망상도 정도껏이야!”“퍽!”“이 뺨은 우리 조상의 업적과 역사를 존중하지 않는 당신의 무지에 대한 벌이야!”“우리 대하가 입국 초기에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었어?”“섬나라 사람들은 나를 욕보이고 모욕을 줄 수는 있지만 우리 대하에는 절대 그럴 수 없어. 한 치의 양보도 한 치의 땅 한 줌도 빼앗기지 않을 거야!”“하구천 당신은 우리 대하 강과 산에 어떤 얼이 맺혀 있는지 알기나 해?”“하구천 당신은 십만 청년 병사들이 뭘 의미하는지 알기나 하냐고?”“하구천 당신은 조국이 어려울 때 선봉에 서야 한다는 것도 몰라?”“아무것도 모르면서 감히 큰소리나 뻥뻥 쳐대다니! 그러고서 서로 협력은 무슨 협력!”“퍽!”하현이 또 한 번 하구천의 뺨을 후려갈겼고 하구천의 몸이 붕 날아갔다.“하구천 당신은 무슨 자격으로 선열을 대신해 섬나라 사람들을 용서한다는 거야?”“마찬가지로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대하 경내에서 상석에 오르려고 하는
노인은 백전백승의 달인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자신의 앞에 우뚝 선 하현의 모습이 보이자 겨우 정신을 차리며 제대로 선 노인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다만 그가 물러나는 속도보다 하현이 손바닥을 뻗치는 속도가 좀 더 빨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하현은 바로 노인에게로 가서 그의 손바닥을 노인의 얼굴에 쓸어내렸다.노인은 이를 악물고 두 손을 가슴에 대고 하현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다.하지만 막을 틈도 없이 하현의 손바닥이 그의 얼굴에 떨어졌다.“촥!”낭랑하고 찰진 소리와 함께 노인의 몸이 붕 날아올랐고 땅에 떨어지는 순간 그의 입가에선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완전한 KO 패였다!최고의 병왕 고수로서 이렇게 쉽게 패하다니!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노인의 곁을 스쳐 지나쳤고 비틀거리며 일어선 하구천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날 건드려?!”“감히 날 쳐?”“하현, 겨우 네까짓 놈이 날 건드려?!”“도저히 살려둘 수가 없군!”하구천은 자신의 얼얼한 얼굴을 감싸며 잡아먹을 듯 차가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아직 내가 손도 뻗지 못했는데 감히 날 먼저 쳐?!”“하현, 요 며칠 항성과 도성에서 주먹깨나 썼다고 아주 기고만장한 모양이군!”“아주 항성과 도성에서 뭐라도 된 것 같지?”“그렇다면 내가 제대로 당신 정신 교육시켜 주겠어! 당신의 그 태도가 얼마나 어리석고 무지했는지를 알려 주겠다고!”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구천은 사납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귀한 시간 내어 여기 모이신 여러분! 저를 위해 저 쓰레기 같은 놈을 청소해 주십시오!”말을 마치며 하구천은 연회장 구석을 응시했고 거의 백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군중을 헤치고 걸어 나왔다.이들은 입고 있던 양복을 훌훌 벗어던지더니 미리 입고 있던 섬나라 전통 의상을 드러내었다.“섬나라의 음류, 무카이 집안이 하 소주를 축하드립니다!”“섬나라의 귀족 가문이 하 소주를 축하하며 하 소주의 앞날에 무한한 성공이 함께하길 축원합니다!
”내가 십 년 동안을 열심히 고심하고 일한 덕분에 우리 집안과 둘째 숙부 집안은 하나가 된 지 오래예요.”“난 섬나라 사람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일찌감치 그들과 이익을 함께 했구요!”“우리 집안과 둘째 숙부 집안에 섬나라 사람들의 지지까지 얻게 된 거죠!”“문주가 날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당신을 물러나게 해서 스스로 가문을 장악하는 것쯤 어려운 일도 아니에요.”“하지만 난 항상 문주의 체면을 세워 주었죠. 당신은 항도 하 씨 가문 문주였기 때문이에요. 난 누구보다 이 가문의 소주가 되고 싶은 사람입니다. 단지 당신이 나에게 명분을 줄 때까지 기다렸던 뿐이고 당신이 물러나길 기다렸던 것뿐이라고요. 그렇게 되면 난 그 자리에 당당하게 올라갈 수 있죠!”“그런데 당신은 아주 뻔뻔했어요. 외부인을 위해 내 체면과 명분을 깡그리 없애려 했다구요!”“오랫동안 기다려 온 나한테 상석을 내어 주지 않겠다고요?”“그렇다면 잘 들으세요. 내가 오늘 면전에 대고 똑똑히 알려줄 테니까!”“지금 당장 그 자리에서 물려나 나 하구천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세요!”“아니면 오늘 쌍방이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어요. 각자의 능력으로 한번 겨뤄 보자구요. 나 하구천이 충분히 준비가 되었는지 아니면 하문준 당신의 대비가 충분했는지 확인해 보자구요!”“하지만 두고 보세요. 난 절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거예요. 죽을힘을 다할 거라구요. 내가 만약 실패하더라도 절대 후회는 없습니다!”“하지만 문주 당신의 사람들은 어떨까요? 흥!”“당신이 어떻게 아랫사람들을 구하고 가문을 지키는지 똑똑히 지켜보겠어요!”하구천은 차가운 눈빛을 가득 머금은 채 오랫동안 숨겨왔던 비장의 카드들을 서슴없이 모두 드러냈다.사실 그는 이런 곳에서 직접 하문준과 사이가 틀어지는 것을 절대 바라지 않았다.그의 계획대로라면 모든 것은 천천히 진행되어야 했다.그는 소주가 된 다음 하문준의 힘을 조금씩 잠식하고 결국 스스로가 상석에 앉는 것이었
하문성 일행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오히려 입을 연 사람은 하구천이었다.“넷째 숙부, 말씀이 참 듣기 거북스럽습니다!”“이치를 깨달으셔야 합니다. 임금이 신하를 몰아세우니 어쩔 수 없이 신하들이 들고일어난 것입니다!”“이제부터 넷째 숙부의 시대는 지나갔어요!”“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잖습니까?”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하문준은 제멋대로 날뛰는 하구천을 보고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하구천, 넌 정말 내가 오랜 세월 동안 가문의 일을 그르쳤다고 생각하느냐? 위로는 노부인에게 압박을 받고 아래서는 소란을 피우며 치고 올라오고 하는 것들이 내가 연약하고 어리석어서라고 생각하느냐?”“아들을 잃고 낙담하여 항도 하 씨 가문의 일은 안중에도 없이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풀이 죽어 사는 사람처럼 보였느냐?”“네가 지난 몇 년 동안 이 자리를 탐내고 몰래 사람을 사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나든 것을 내가 전혀 몰랐다고 생각하는 거냐?”“내가 너의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을 잃었다고 생각하느냐 말이야?”“내가 바로 움직이지 않고 네가 범하는 잘못들을 가만히 지켜본 것은 네가 스스로 깨닫고 천천히 성장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진정한 항도 하 씨 가문 계승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어!”“하지만 현실은 나에게 계속 속삭였지. 하구천 넌 절대 안 된다고! 아니 될 수가 없다고!”“하구천 넌 그럴 자격이 없어!”“노부인의 생신날 감히 섬나라 사람들을 앞세워 여러 사람들을 협박하며 나서다니!”“하구천, 정말 날 실망시키는구나!”“오늘 이 문주가 죽지 않는 한 하구천 넌 영원히 이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아랫사람으로 남게 될 것이야!”“반란을 일으켜 하극상을 만들겠다고? 내가 그렇게 무력해 보이더냐? 넌 무슨 역사 속 독불장군이라도 된 것 같으냐?”하문준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냉랭하고 차가웠다.하지만 그가 한 말에 하문성과 하백진 일행은 정신이 혼미해졌다.하문준이 이렇게 매서운 표정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구천은 밤의 검은 장막을 뚫고 내려오는 무장 헬기를 보고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웃어 젖혔다.“넷째 숙부! 문주! 내가 당신을 얕잡아 봤군요!”“내가 반란을 일으킬 줄 알고 미리 만반의 준비를 했다니!”“내가 오늘 반란을 일으킬 만하군요! 하하!”“정말 대단해요!”“그런데 정말 나랑 그렇게 한 판 붙고 싶은 겁니까?”“우리 둘이 오늘 이런 규모로 싸운다면 항도 하 씨 가문은 문을 닫을지도 모릅니다!”“하문준 당신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가문을 쌓아 올렸는데 정말 오늘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무너지는 꼴을 지켜볼 수 있겠어요?”하구천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하문준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하구천 쪽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다가 자기 쪽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비록 하문준은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긴다 하더라도 빛바랜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분명 이것이 하구천의 가장 큰 저력이었다.그는 감히 하문준이 폭발하지 못할 거라고 계산한 것이다.“그래서 내가 제안 하나 드리죠.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에서 둘 다 다치지 않는 제안이죠!”하구천이 앞으로 나와 손을 흔들자 누군가 팔걸이의자를 들고나와 하구천의 뒤에 놓았다.그는 거만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다리를 건드려가며 실실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지었고 사람들을 쭉 바라보다가 결국 하현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하구천의 시선을 따라 섬나라 고수들의 시선도 함께 하현에게 떨어졌다.하나같이 매섭고 살기 어린 눈빛이었다.하구천이 뭐라고 입을 열기만 하면 섬나라 사람들은 하현을 부리나케 포위할 태세였다.하지만 하구천은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현, 오늘 나랑 한판 벌여보지 않겠어?”“내가 오늘 당신을 위해 고수들을 준비했어. 섬나라 검객을 칠 수 있는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한번 보자구!”“내가 준비한 걸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야!”“그렇다면 난 두말 않고 이 반란의
하백진의 말에 하구천은 껄껄껄 웃으며 말했다.“일리가 있는 말이에요!”“역시 고모는 항상 일리가 있는 말씀만 하신다니까!”“하현, 나도 당신한테 목숨을 내놓는 이런 판에 들어오라고 강요하지 않아. 무릎 꿇고 머리만 세 번 조아린다면 당신을 놓아줄 수 있다고!”“봐, 내가 얼마나 당신한테 잘해 줘!”“원래 당신과 나 사이의 원한으로 말하자면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을 칼로 무참히 베어도 시원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난 당신한테 삶의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잖아.”“어때? 내가 배포가 좀 크지 않아? 이렇게 패기 넘치고 아량이 넓은 사람 봤어?”하구천은 실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물론 당신이 내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어.”“그렇게 되면 섬나라에서 온 저 친구들이 당장 당신한테 달려들 거야! 나도 저들을 막을 수가 없어!”“아마 당신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테니까!”하구천이 손짓을 하자 섬나라 고수들이 하나같이 눈에서 살기를 드러내며 하현을 주시하고 있었다.그들의 눈동자에는 적개심과 원한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섬나라 음류 검객을 죽이고 천 리를 건너와 신당류의 본산을 습격한 두 사건은 섬나라 무하계에 씻을 수 없는 망신을 안겼다.기회가 되기만 한다면 이 사람들은 하현을 난도질하고도 남을 것이다.멀지 않은 곳에서 섬나라 사람들이 하현을 향한 깊은 적개심을 드러내며 탁자를 쾅 하고 치며 말했다.“하 씨 네놈! 이 개자식! 감히 우리 무카이 마키 일가를 멸문시키다니!”“난 오늘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너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하나하나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야!”가만히 듣고 있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말이었다.섬나라 사람들은 하나같이 분개하며 눈을 희번덕거렸다.눈앞에 빨간 깃발을 흔드는 투우사를 보고 흥분한 수소들처럼 하현을 당장 쳐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다.섬나라 고수들이 이렇게 떠들어대자 장내는 순식간에 살벌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항성과 도성에서 온 상류층 사람들은 모두 얼굴이 창백
”저 뚱보는 누구야? 여자 처음 봐? 왜 우릴 자꾸 쳐다보는 거야?”“변태가 틀림없어. 봐 봐. 아직도 내 다리만 쳐다보잖아!”“정말 재수없어! 오늘 우리가 스타킹도 안 신고 나온 건 어떻게 알고 저렇게 빤히 쳐다보는 거야?! 아 짜증나!”“저런 남자는 부끄러움도 몰라. 아마 우리가 꽃다운 처녀란 걸 모르나?”“저렇게 빤히 쳐다보면 나중에 우리가 어떻게 좋은 자리에 시집갈 수 있겠어?”“아 정말!”“변태 같은 놈!”“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진단 말도 모르나?!”“주제도 모르고 넘보다니!”여자들은 서로 재잘거리며 떠들었다.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이산들도 이때 고개를 살짝 들었다.나박하에게 시선을 던진 순간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어머? 나박하? 나박하잖아!”이산들은 한눈에 나박하를 알아보았다.꽤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를 모를 리가 있겠는가?순간 지난 일을 떠올리던 이산들은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졌다.그녀는 아리따운 얼굴에 조롱하는 기색을 떠올렸다.“너네들 저 사람 몰라? 우리 금정에서 분리수거 사업을 하던 사람이잖아! 예전엔 내 꽁무니를 따라다녔지만 지금은 완전 파산한 빈털터리!”“그가 고급차를 몰고 있긴 하지만 사실 운전해서 버는 돈은 한 달 고작 벌어 봐야 얼마 되지도 않아!”처음에 나박하를 쫓아다닐 때만 해도 이산들은 자신이 부잣집에 시집가는 줄 알았다.하지만 나박하가 별 볼 일 없어지자 도저히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얼른 임수범에게로 환승했다.나박하가 몰락한 뒤 그녀는 그를 한없이 원망했다.자신의 청춘을 엄한 놈에게 바쳤다고 생각하니 눈앞에서 그를 짓밟아 죽여야만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어머? 정말이야? 이산들, 정말이냐고?”“저런 사람이 네 꽁무니를 따라다녀?”여자들은 모두 어이없다는 듯 입술을 들썩거렸다.“집에 거울도 없대? 자기가 어떤 몰골인지도 모르나 봐!”“얼굴도 별 볼 일 없고 가난한 주제에 무슨 자신감이래?”“혹시 뭘 잘못 먹은 거
”전 여자친구예요. 이산들.”“그녀는 수년 동안 날 따라다녔고 결국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죠. 그녀에게는 세상 모든 걸 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어요.”“그런데 뜻밖에도 형제와도 다름없는 그와 함께하고 있었죠!”“내가 관청에서 자산을 동결당해 일을 멈추었을 때 그녀는 내 마지막 남은 현금을 빼돌렸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꼬임에 내 도장으로 함부로 보증도 서서 결국 많은 빚을 떠안았어요...”“하지만 다행히 운이 좋았어요. 그때 형수님이 도와주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지난 일을 떠올리자 나박하는 다시 그 감정에 휩싸인 듯 마음 깊이 고마움을 표했다.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녀가 원망스러워요?”“원망스럽지만... 요 며칠 동안 깨달았어요.”나박하의 얼굴엔 당당한 기색이 떠올랐다.“한 여자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이 없죠.”“정말 능력이 있으면 직접 복수하면 되는 거예요.”“안타깝게도 지금 난 능력이 별로 없어요. 구차하게 살아남는 것만 해도 벅차죠.”“복수할 자격도 능력도 없어요.”“그녀는 여러모로 나보다 훌륭해요.”“지금은 금정개발 구매 담당자로 연봉에 상여금까지 합하면 1년에 몇억은 벌 거예요.”“그리고 형제와도 같았던 임수범은 건축 자재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어요. 지위가 나랑 비교가 안 되죠. 그래서 날 함부로 짓밟을 수 있는 거고요!”“임수범은 금정개발 사장인 임단과 친분이 있다고 들었어요.”“지금의 난 더더욱 그들을 건드릴 수 없어요!”나박하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그러나 그는 두 사람이 마치 버려진 개를 짓밟듯 자신을 대했다는 것만큼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입에 올릴 수 없었다.그저 속으로 울분을 삼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금정개발이 그렇게 대단해요?”하현이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시총 이천억도 안 되는 이제 막 시작한 회사라고 들었는데.”“하고 많은 부동산 개발 회사 중에 보잘것없는 정도 아니에요?”
나박하는 한숨을 내쉬었고 하현은 한 남자의 삶의 고된 무게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하현은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으며 말했다.“누가 당신 일을 방해했죠?”“과거의 라이벌이라고 해도 어떻게 그렇게 비겁한 짓을 할 수가 있어요?”나박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한 사람은 나와 가장 가까운 형제 같은 사람이었고, 한 사람은 내가 사랑했던 여자였어요...”“내가 초라해지자 두 사람은 완전히 얼굴을 돌리고 모른 척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날 짓밟았어요!”“그가 몇 년 동안 내 사업에서 많은 돈을 몰래 빼돌렸다는 걸 나중에 알았죠.”“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와 내통하고 있었고요...”“난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요...”“그래서 그들은 내가 재기하는 꼴을 볼 수 없었던 거예요. 기를 쓰고 날 짓밟았죠.”“내가 재기하면 가장 먼저 그들을 죽일 거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난 이제 사업 같은 거 안 할 거예요. 나한테 차가 있으니 이걸로 차량 운전이나 하면서 살래요.”“그러면 그 사람들도 나한테서 마음을 놓을 것이고 나도 자유로워지겠죠.”“분리수거 사업이 다 정리되면 그 돈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 조용히 노후를 보낼 생각이에요.”그동안의 일들을 쭉 늘어놓은 나박하는 후련한 듯 소탈한 미소를 보였다.하지만 하현은 그의 강인함 뒤에 못내 내려놓을 수 없는 슬픔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한때 승승장구하던 분리수거 업자가 정부 정책의 변화 때문에 한순간에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다.나박하 정도의 능력이라면 재기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과거에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짓밟힌 쓰라린 기억은 결국 그를 무너뜨리고 말았다.그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도록 아플까?그 슬픔이 얼마나 그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냈을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그는 닥쳐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받아들일 수밖에.하현은 짐짓 생각에 잠겼다가 손을 뻗어 위로
간민효를 구한 뒤 하현은 현장 처리 등을 그녀에게 맡겼다.간민효의 능력으로 봤을 때 누구보다 잘 처리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그러고 난 뒤 그는 나박하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부탁했고 두 사람은 함께 야식을 먹으러 갔다.원래 하현은 길가에 있는 아무 노점에나 들어가려고 했는데 나박하가 굳이 하현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해서 두 사람은 금정호텔로 갔다.나박하는 현장에서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일에 대해서는 일절 입을 꾹 다물었다.그런 나박하의 성품이 하현은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됨됨이로만 봤을 땐 충분히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 같았다.다만 지금까지는 운이 그다지 좋지 않았을 뿐이다.그들의 차는 곧 금정호텔 입구에 멈췄고 나박하는 무슨 일이 생각난 듯 은행 카드 한 장을 재빨리 꺼내 하현에게 건네주었다.“하현, 이 카드에는 내가 요 며칠까지 모은 백억이 있어요. 이것이 내가 지금 모을 수 있는 모든 자산입니다.”“이걸 형수님께 전해주세요. 우선 급한 데 먼저 쓰시라고요. 급하게 갚을 필요도 없어요.”“며칠 더 일찍 주려고 했는데 역부족이어서 며칠을 더 꼬박 모아서 겨우 이만큼 모았어요.”“형수님한테 내가 무능해서 이 정도밖에 은혜를 갚지 못하네요...”나박하는 은혜에 꼭 보답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 같았다.하현은 나박하를 처음 만난 날 그가 한 말을 떠올렸다.빈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로 돈을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했을 줄은 몰랐다.그러나 결국 하현은 나박하가 내민 카드를 되돌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돈, 다시 넣어 둬요. 은아의 자금난은 해결되었어요.”자신의 진심을 나박하가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현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엄도훈이 금정은행의 나천우 대표를 소개해 줬고 나 사장이 내 체면을 봐줘서 어떻게 대출이 성사되었어요.”“해결됐어요?”나박하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장보아의 얼굴은 한기로 가득 뒤덮였다.그녀는 눈꼬리를 일그러뜨리며 하현을 흘겨보다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그때 갑자기 남자가 분노하며 소리쳤다.“이놈아! 감히 나한테 총부리를 갖다 대? 너 죽고 싶어?!”“퍽!”하현은 쓸데없는 말 대신 발로 남자를 차버렸다.남자는 땅바닥에 구르다가 완전히 기절하고 말았다.하현의 거침없는 행동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현은 실력만 좋은 게 아니라 결단력도 대단했다.장보아는 놀라지 않은 척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개자식, 당신 도대체 누구야? 무슨 자격으로 이러는 거야?”하현은 대답 대신 손에 든 총구의 방향을 돌려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탕!”총소리와 비명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되었고 하현을 둘러싸고 있던 사내들은 모두 얼굴을 감싼 채 땅바닥에 주저앉았다.하현이 순식간에 예닐곱 명의 부하들을 쓰러뜨리자 간지삼조차 얼굴색이 변했다.그들 모두는 하현이 이 정도로 대범하게 손을 쓸 줄은 몰랐다.장보아는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감히 내 사람을 건드리다니! 죽고 싶어?!”하현은 아무런 대답 없이 한 발짝 내디딘 다음 장보아가 미처 반응할 겨를도 주지 않고 그녀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밀었다.하현은 손가락을 방아쇠에 걸어 놓고 냉랭하게 말했다.“당신은 그럴 자격 있어? 확실해?”간지삼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하현, 그 손 내려놔! 제발!”“이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외척이야.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고!”장보아 역시 얼굴을 울그락불그락하며 소리쳤다.“맞아. 난 금정 간 씨 가문 사람이야. 간민효의 사촌 언니라고! 감히 날 건드려?!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알고 덤비는 거야?!”“탕!”하현은 쓸데없는 말 대신 총구를 살짝 비틀어 장보아의 어깨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총소리가 사방을 찢어 놓았고 장보아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자신이 그렇게 소리치는데도 하현이
”은인이라고?”장보아는 영문을 알 수 없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간민효는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바로 이 사람이야! 하현!”“지난번 비행기에서도 날 구해 줬어.”“말하자면 이 사람은 날 두 번이나 구해 준 거야.”“두 번?”간민효의 말을 듣고 장보아의 시선이 하현에게 쏠렸다.장보아는 도무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몰라 의혹만 가득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사람이 널 두 번이나 구해 줬단 말이야?”“널 구해 준 생명의 은인이라고?”간민효는 짧게 대답했다.“맞아.”“그런데 날 이렇게 싫어하니 정말 마음이 아파!”장보아는 못마땅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이봐! 이 사람을 잡아!”“감히 널 싫어하다니! 이 자리에서 바로 밟아 버려!”간민효는 화들짝 놀라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그게 무슨 뜻이야?”장보아는 하현을 바라보며 냉소를 흘렸다.“젊은 나이에 병왕을 짓밟을 수 있다니 놀랍군! 그것도 무학의 성지에서 온 병왕을 말이야!”“분명히 한통속인 게 틀림없어!”“어서 죽여!”그녀의 부하들은 그녀의 명령을 듣고 모두 총을 꺼내들고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장보아가 한마디만 더 하면 가차 없이 쏠 생각인 것 같았다.하현은 장보아가 그러든 말든 핸드폰을 꺼내 장보아를 힐끔 쳐다보았다가 심드렁하게 말했다.“날 죽이려고?”“지금 나한테 총을 겨눈 거야?”“정말로? 진심이야?!”간민효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장보아는 난폭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맞아. 당신은 해골파 사람임에 틀림없어. 사람의 목숨을 이용해서 정체를 숨기고 있는 거야!”“당신의 목적은 바로 간민효에게 접근하는 거지.”“경고하겠어! 당신이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절대 나를 속일 수는 없어!”하현은 그녀의 제복을 유심히 쳐다보며 말했다.“증거 있어?”“증거고 뭐고 그따위 거 필요없어!”장보아의 얼굴엔 도도한 기운이 가득했다.“당신이 사람을 구하
“어? 그래?”“알고 보니 당신은 꼭 보답을 받아야 되는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군, 안 그래?”간민효는 활짝 웃으며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어 하현의 턱을 살살 만졌다.“이렇게 하면 어때? 내가 이 한 몸 허락할게!”하현은 얼굴이 붉어지며 헛기침을 했다.“당신 정말! 그런 말만 자꾸 할 거야?”“정상이라면 평생 은혜를 갚겠다거나 뭐 그런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간민효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건 못생긴 사람들한테나 하는 말이고. 당신처럼 잘생긴 사람한테는 당연히 몸을 허락해야지!”하현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이 말밖에 할 말이 없어. 절대 안 돼!”“우리 강호 사람들이 의협심으로 사람을 구하는 건 당연한 거야!”하현의 말을 들은 간민효는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러니까 당신 말은 내가 못생겨서 싫다는 거야?”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당신도 알잖아?! 난 거짓말은 못하는 사람인 거!”하현의 말을 들은 간민효는 뾰로통해져서 입술을 깨물었다.자신을 쫓아다니는 남자들이 금정에서 줄을 세우면 연경까지 닿고도 남을 것이다.그런데 이놈은 왜 자신한테 눈길도 주지 않는 거지?두 사람을 쳐다보는 간지삼의 시선에 의아함이 가득한 걸 보고 하현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민효, 우리 쓸데없는 얘긴 그만하자고.”“사람들을 불러 어서 현장이나 처리해.”해골파 사람들을 완전히 다 죽이지 않은 것은 그들에게서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서였다.만약 이 사람들이 정말로 장생전과 관계가 있다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간민효는 핸드폰을 쳐다보며 말했다.“신호가 차단되었으니 우선 이곳을 빠져나가자.”하현은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붕!”바로 그때 산길에 몇 대의 도요타 엘파 차량이 몰려왔다.차량은 녹색 일색이어서 눈에 거슬리도록 도드라졌다.곧이어 문이 열렸고 검은 제복을 입은 여자가 마찬가지로 검은 제복을 입은 남녀 몇 명을 데리
“퍽퍽퍽!”얼굴에 해골을 새긴 남자의 몸이 날아가는 순간을 이용해 하현은 몸을 휘돌러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었다.해골파 사내들은 온몸을 휘청거리며 하나같이 본능적으로 몇 발짝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매서운 하현의 손바닥은 그들의 뺨을 툭툭 스쳐 지나갔고 그들은 나부끼듯 쓰러졌다.손바닥이 아니라 전기 충격 같은 무시무시한 힘이 느껴졌다.회색 옷을 입은 노인과 간민효의 놀란 시선 속에 하현의 몸놀림은 거침이 없었고 매서웠다.검은 옷의 사내들이 날아올라 뒤엉킨 가운데 마지막 남은 사내도 무너졌다.그는 ‘퍽’하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형님,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그는 방아쇠를 당길 기회가 있었지만 감히 당길 용기가 없었다.하현은 쓸데없는 말 대신 그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마구 걷어차여 땅바닥에 널브러졌다.죽었는지 살았는지 서로의 생사를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이봐. 우리 강호의 규칙에선 포로를 죽이지 않아.”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이 광경을 보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그의 뒤를 따르는 몇 명의 여자들도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하현은 다시 칼을 들이대며 해골파 사내를 발로 걷어차 정신을 잃게 한 뒤에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당신들의 규칙은 당신들이나 지켜.”“내가 죽이든 말든 당신들과 무슨 상관있어?”하현은 말을 마치며 부두목의 단전에 발을 디뎌 그대로 밟아 버렸다.하현이 아랑곳하지 않고 단호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현에게 완전히 압도당한 것 같은 눈빛이었다.하현의 능력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어떤 규칙에도 얽매이지 않고 결단력 있게 행동했기 때문이다.전쟁터를 오래 경험한 그들조차도 하현 앞에서는 자신들이 세 살배기 아이처럼 더없이 순진하게 느껴졌다.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잠시 후 어색한 웃음을 터뜨렸다.“젊은이, 내 이름은 간지삼이야.”“우리 아
“이렇게 쉽게 정신을 잃다니! 쯧!”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발밑에 깔린 사람을 보았다.옷차림을 보아하니 모두 해골파에서는 거물급인 듯했다!그런데 결과는?그냥 슬쩍 밟았을 뿐인데 두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이게 정말 엄도훈이 그토록 열변을 토하며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말한 해골파인가?설마 엄도훈이 일부러 자신한테 겁을 주려고 한 건 아니겠지?하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주위에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비분강개하며 하나같이 이를 악물고 들개처럼 달려들었다.그들은 손에 총, 칼, 활, 쇠방망이 등을 쥐고 있었고 사슴을 앞에 둔 하이에나처럼 으르렁거렸다.그들의 노기가 하늘을 찌를 태세였다.이때 간민효는 차량 뒤에서 뛰쳐나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조심해!”말을 하면서 동시에 그녀는 검은 사내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나 총알은 나가지 않았고 ‘차칵’하는 소리만 황망하게 들렸다.“부두목!”그리고 이때 정신을 잃었던 부두목을 본 검은 옷의 사내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 듯 포효했다!“이 개자식! 감히 우리 부두목을 저렇게 만들다니!”“죽여 버리겠어!”얼굴에 해골을 새긴 한 남자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형제들아! 이 개자식을 죽이지 않고 부두목의 복수를 되갚아 주지 않는다면 두목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어서 죽여!”사내들은 모두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고 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다고 느낀 것이다.순간 그는 발밑에 힘을 꽉 주었고 발밑의 자갈들이 회오리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촤촤촤촥!”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의 몸 위로 자갈이 날아들었고 그들은 순식간에 모두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흘러 비명을 지르며 땅에 주저앉았다.활과 쇠방망이들은 갈 곳을 잃고 여기저기 내동댕이쳐졌다.곧이어 하현이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 앞에 다가와 손바닥을 휘갈겼다.해골파들은 안색이 급변하며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의 손놀림이 너무나 빨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