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십 년 전 그 일 때문에 몇 년 동안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으셨지.”“이제 십 년 전 일이 어느 정도 밝혀졌으니 마음의 병도 많이 나아지셨을 거야.”“그러니 오늘 분명 모습을 드러내실 거야.”하수진은 눈썹을 찡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어머니의 관점으로 볼 때 섬나라 사람들이 자신의 아들을 죽였고 그 섬나라 사람들을 뒤에서 조종한 사람이 하구천이니 그가 여기 오도록 하지는 않으실 거야.”“그래서 오늘 이 생신에는 큰 풍파가 몰아칠 수밖에 없어.”하현은 하수진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당난영이 이 일을 적극적으로 처리한다면 그건 십 년 전 비극을 이미 받아들였다는 뜻이 된다.하지만 하수진의 말처럼 오늘은 어쨌든 큰 풍파가 몰아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그래서 하수진은 미리 먼저 밥을 먹어 두자는 것이었다.하수진이 옳았다.지금 든든하게 먹어 두지 않으면 나중엔 아무도 먹지 못하게 될 것이다.두 사람은 재빨리 도시락을 해치운 뒤 물을 마시며 입을 헹궜다.하수진은 태블릿 PC를 잠시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참! 이상한 게 있어.”“노부인은 원래 당신을 항성과 도성에서 추방하라고 했었어. 게다가 당신 때문에 천도를 잃고 말았어.”“나중에야 모두들 다 알게 되겠지만 천도는 섬나라 사람이었어. 그래서 지금까지 아무도 그의 이름을 언급하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그런데 난 오히려 그게 너무 께름직해.”하현은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왜? 노부인이 자신의 생일에 날 죽이려고 할까 봐?”“노부인도 자신의 생일에 불길한 일이 생기는 건 두렵지 않을까?”하수진은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노부인이란 사람은 성격이 도도해서 다른 사람이라면 아마 그런 걸 염두에 두겠지만 노부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거야.”“아버지가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를 대하듯이 당신을 대하라고 했는데 노부인께서 생신날 정말 화를 내신다면 여간 번거로워지는 게 아니야.”하현은 담
”그러는 와중에 하유곤은 우리와 맞은편에 서 있는 운명이 된 거지!”“게다가 하구천은 지금 하구봉 쪽 사람들을 잃었으니 분명 둘째 삼촌과 손을 잡으려 할 거야.”“당신이 하유곤을 짓밟아 버렸으니 설령 그가 나서지 않더라도 하구천이 그를 대신해서 반드시 그의 원한을 갚으려고 할 거야.”“왜냐하면 하유곤을 자기 쪽으로 매수하게 되면 당연히 둘째 삼촌도 매수한 셈이 되니까.”“하유곤은 최근에 항성과 도성에서 힘을 모을 생각을 했을 거야.”“그래서 진홍두가 대신 나서서 당신을 건드린 거야.”“한마디로 말하자면 결코 간단하게 끝날 일이 아니니 각별히 조심해야 해.”하수진은 하유곤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하현에게 누차 위험성을 상기시켰다.정면에 모습을 다 드러낸 상대는 상대하기 쉽지만 정체를 숨긴 상대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하유곤은 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 자리에 관심 없어?”“하문산 쪽은 무조건 하구천을 지지하는 거야?”하수진의 말을 듣고 하현이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며 물었다.“정말 그럴까?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하구천 쪽도 그렇게 믿을까?”“만약 내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말이야. 음...”“하구천이 실세일 것 같은 낌새가 보였다면 트러블메이커 하유곤이 아마 제일 먼저 그에게 칼을 들이댔을 걸?”하수진은 말없이 웃기만 할 뿐이었다.전후 사정을 보면 바로 알 일이었다.폭로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하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했다.그러나 차량이 항도 하 씨 본가에 가까워지자 하현은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입을 열었다.“조심해!”운전기사는 하수진의 심복 중의 심복이었다.하현의 말에 운전기사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거의 동시에 도요타 랜드크루저 한 대가 하수진이 탄 차량 쪽으로 돌진해 오는 것이 보였다.“끼익!”엄청난 굉음이 울렸다.운전기사가 제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더라면 롤스로이스는 전복되었을 것이다.곧
하유곤은 건방진 얼굴로 다가서며 말했다.“왜? 설마 당신이 내 차를 들이받고 남은 한 손마저 부러뜨리게?”“자! 어디 한번 해 보시지! 능력이 있으면 한번 부딪혀 보시라고!”“감히 손도 대지 못할 거면서 어디서 거들먹거리고 있어?!”말을 하면서 하유곤은 곧장 앞으로 나가 하현의 오른손을 잡으려고 했다.하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을 뿌리치며 담담하게 말했다.“어서 꺼져. 괜히 생트집 잡지 말고.”“내가 생트집을 잡았다고?!”하유곤이 비웃으며 하현에게 대들려고 하는 순간 뭔가가 휙 훑고 지나가더니 그의 뺨이 얼얼해지며 코와 입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하유곤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건방진 자식이!”“감히 날 또 때려?!”“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을 뭘로 보는 거야!”“사람 살려요!”“여기 어르신들! 당신들이 보고 판단 좀 해 주세요!”하유곤이 호들갑을 떨며 소리를 치자 순식간에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하수진은 이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하유곤이 다루기 힘든 사람이라는 건 그녀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대낮에 이렇게 뻔뻔하게 소리치며 하현을 공개적으로 몰아붙이는 꼴이라니!하수진은 차에서 내려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현의 담담한 표정을 보고 망설이다 끝내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신분이 신분인지라 역시 이런 일에 끼지 않는 것이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은 여전히 아무런 흔들림 없었고 입과 코가 피범벅이 된 처참한 하유곤의 모습을 바라보며 냉소를 떠올렸다.“하유곤, 하문산의 아들이자 무학의 성지 제자인 당신이 생트집을 잡는 이런 유치한 짓까지 하는 거야?”“당신 창피하지 않아? 내가 다 창피해 죽겠어.”하현은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단번에 상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이것은 하유곤이 오랫동안 계획한 복수임이 틀림없다.특히 그는 노부인의 생신이라는 중요한 이벤트를 택해 단번에 하현을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 속에서도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하유곤을 향해 뺨을 때릴 듯 손을 올렸다.바로 그때 어디선가 한바탕 소리가 울려 퍼졌다.“실례합니다. 길 좀 비켜 주세요.”군중을 헤치고 몇 사람들이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모습을 드러내었다.그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은 하현이 한동안 보지 못했던 도박왕 화풍성이었다.화풍성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화 씨 집안의 아들딸이었다.화옥현, 화소붕 등은 조금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하현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했다.화소혜는 환한 미소로 하현의 팔을 껴안으며 말했다.“하현 오빠, 이게 얼마 만이에요?”화풍성은 눈앞에 늘어선 사람들을 쭉 한번 훑어보았다.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늙은 여우답게 그는 누군가 고의로 이런 자리를 만든 게 틀림없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마침 어르신 잘 오셨습니다. 오셔서 저 대신 시시비비를 좀 가려 주십시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얼른 하유곤이 선수를 치며 일어섰고 의분에 가득 찬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하현이 글쎄 다른 사람 차를 치려고 하는 것도 모자라 날 또 때렸어요.”“완전히 면전에서 날 무시한 거라고요!”“우리 노부인의 체면을 완전히 짓밟은 거나 다름없어요!”하유곤은 괴롭힘당한 사람처럼 보이려 한껏 불쌍한 얼굴로 말했다.그리고 그의 부하들도 덩달아 나서서 하현이 사람을 업신여겨서 죽을 지경이라는 둥 뭐라는 둥 미리 준비한 대사를 읊어 댔다.“하현, 오늘은 큰 경사가 있는 날 아닌가?”“이런 좋은 날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응어리를 잘 풀어야지.”화풍성은 온화한 표정과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하현은 나의 좋은 친구야. 나와 내 가족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어. 이 일은 나를 봐서라도 그냥 넘기면 안 되겠는가?”“물론 자네의 차는 내가 하현을 대신해서 배상하겠네. 망가진 차보다 몇 배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배상하지.”“그리고 위로금 조로 작은 성의도 보이겠네
”화풍성, 똑똑히 들으세요! 능력이 있으면 뜻대로 해 보시죠. 능력이 안 되거든 여기서 함부로 짖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하현 이 개자식은 이미 며칠 전에 내 손을 부러뜨렸다구요!”“오늘 한술 더 떠서 내 뺨까지 때렸어요!”“내가 특별히 체면을 봐서 도박왕이라고 불러드리죠! 그러니 지금 내 체면을 세워 주지 않으면 당신은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하인이 될 겁니다!”“잊지 마세요. 아무리 도성에서 날아다니는 귀족이라도 우리 항도 하 씨 가문 눈엔 피라미 새끼로 보이니까!”“우리 가문은 오늘 당신을 도박왕으로 만들었다가 내일은 알거지로 만들 수도 있어요!”“그러니 여기서 꺼지세요!”하유곤이 자신의 면전에서 완전히 미쳐 날뛰자 화풍성을 비롯한 그의 일행들의 얼굴에 험악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들은 여차하면 덤벼들 태세였다.그러나 화풍성은 옅은 미소를 지었고 담담하게 손을 내저으며 그들을 제지했다.그런 다음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유곤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항도 하 씨 가문은 확실히 항성과 도성의 지배자이긴 하지. 우리 같은 최고 가문들도 항도 하 씨 가문에 의존해서 밥을 벌어먹고 산다고 할 수 있어.”“그래서 당신네 항도 하 씨 가문 앞에서는 우리 도성 화 씨 집안도 명함을 못 내밀긴 하지.”“이 도박왕 늙은이도 마찬가지야. 별로 가치가 없겠지.”“하지만 하유곤, 잊지 말고 잘 들어두게. 난 당신 아버지 연배야.”“만약 우리가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모르는 사람들은 나더러 어린 애송이와 실랑이를 벌인다는 말을 할 거야.”“하지만 잊지 말게. 자네는 어른을 공경하지 못하고 열등하다는 평판을 얻게 될 거라는 걸.”“지금은 자네가 상석에 올라갈 가능성이 없지만 자네한테 그런 기회가 혹시라도 찾아왔을 때 이 일이 자네의 발목을 잡게 될지도 모르네.”“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이 어떻게 되었건 간에 스스로 생각이 있냐 없냐 하는 거야. 자네 생각이 있는 건가?”“일을 이리 크게 만들다니. 노부인이 자네
화풍성의 말투는 온화했지만 분명 본질을 가리키는 말이었다.하유곤은 자신의 힘을 믿고 하현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듯 보였던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노부인이 아무리 막무가내로 나온다고 해도 온 세상 사람들 앞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만약 그렇다면 오늘 이 생신날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주변의 구경꾼들은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수군거리며 반응하기 시작했다.자세히 보다 보니 그들은 하유곤이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어쩐지 처음부터 끝까지 하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침착하더라니.진작에 하유곤의 계략을 눈치챈 것임이 틀림없었다.“좋아요. 화풍성 당신의 호의 고맙게 받을게요. 만약 항도 하 씨 가문이 당신한테 이 은혜를 갚지 않으면 공작산장에서 반드시 갚을 겁니다!”하유곤은 이를 깨물며 음흉한 눈빛을 반짝였다.순간 그는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그리고 나서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하현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하 씨! 오늘은 이분이 당신을 살렸군. 이분의 체면을 봐서 오늘은 봐주겠어!”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몸을 돌려 얼른 차 안으로 들어갔다.“가자.”하유곤의 부하들과 일행들은 모두 하현을 향해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으며 과격한 몸짓을 보이다가 차 안으로 들어갔다.하현은 뒷짐을 지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가도 된다고 했어?”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풍성이 다가와 하현 앞을 가로막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아직 갈 길이 멀어. 이럴 때는 통 크게 보내는 게 나아. 노부인의 체면을 세워 줄 필요도 있잖아, 안 그래?”“게다가 오늘은 큰일이 예정되어 있지 않은가?”“우리들은 구경꾼일 뿐이야. 굳이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지.”“나서 봐야 본전도 못 뽑아.”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었다.만약 자신이 하문준의 거사를 망치게 된다면 하구
하현은 조심스레 선물 포장을 뜯어보았다.안에는 원래 표구된 격자무늬 그림이 들어 있었다.그런데 열어 보니 그림 뒷면에 오래된 당도 한 자루가 들어 있었다.이를 본 하현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며 입을 열었다.“총교관이 차던 칼?”“이건 이미 그때 누가 가져가지 않았나?”“어떻게 여기 들어와 있지?”이 칼은 예전에 삼계호텔 경매장에서 장묵빈 일행이 큰돈을 주고 낙찰받은 것이었다.나중에 그들이 떠났을 때 누군가에게 칼을 빼앗겼다고 들었는데 오늘 여기에서 볼 줄 누가 알았겠는가?화풍성은 얼굴이 굳어지며 조용히 말했다.“하현, 우리가 속은 것 같아.”“하유곤이 방금 생트집을 잡아 난리를 피운 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동정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의를 분산시켜 우리를 유인한 다음에 훔친 물건을 여기 놓고 자네한테 그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이 칼이 가진 가장 큰 상징성은 총교관의 칼이었다는 점이야. 상징하는 바가 너무 커.”“그리고 누군가 칼을 훔쳐 가고 나서 계속 행방이 묘연했었지!”“만약 자네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노부인에게 그대로 선물을 전달했다면!”“아마 자네는 황하에 뛰어들어도 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는 거야!”“심지어 노부인은 그것을 핑계로 자네한테 참수에 버금가는 큰 벌을 내릴 수도 있어!”여기까지 말한 후 화풍성의 눈빛이 갑자기 험악하게 변했다.“개자식! 어린 나이에 악랄한 수법만 익혀 가지고는!”하수진도 옆에서 화풍성의 얘기를 듣다가 화를 참지 못하게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이제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면 좋을까요?”“잠시 차에 두고 가도 될까요? 그러다 혹시라도 들키면...”하수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굉음을 울리며 차량이 돌진해 왔다.경찰차였다.경찰차는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어 순식간에 롤스로이스 앞을 가로막았다.차 문이 열리는 순간 장묵빈이 싸늘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이번 판은 분명 그들이 하
하수진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몰라 멍한 눈을 껌뻑이고 있는 하수진을 두고 갑자기 하현은 차창을 열고 손을 살짝 흔들며 손바닥 안에 있던 산산조각 난 칼 조각들을 흩뿌렸다.다른 이들에게는 상징하는 바도 크고 가치도 높아 우러러보는 총교관의 칼을 날려 버린 것이다!그러나 하현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칼이었다!이 칼은 당시 망가져서 전쟁터에 아무렇게나 버린 칼이었다.누가 주워왔는지 모르지만 자신을 모함하기 위해 가져온 것임에 틀림없다고 그는 생각했다.정말 헛웃음이 나오는 광경이었다.아무런 흔들림 없는 담담한 하현의 얼굴을 보고 하수진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가 깊은숨을 내쉬었다.그녀는 하현이 총교관의 칼을 산산조각 낸 순간 자신들이 이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두 사람은 담담한 표정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장묵빈 일행에게 다가간 화풍성은 그들 앞에 서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장묵빈, 이게 무슨 뜻인가?”“말했다시피 이 차는 내 차야.”“당신들이 내 차에 올라와 수색까지 하려 들다니 날 뭘로 보고 이러는 건가?”“언제부터 장 씨 집안이 우리와 얼굴 붉히는 일을 이렇게 자처하고 나섰지?”장묵빈은 냉랭한 기색을 띠며 냉소를 흘렸다.“화풍성 어르신, 우린 모두 항성과 도성에서 뿌리를 박은 사람들인데 평소라면 이럴 일이 없죠.”“하지만 총교관이 누굽니까? 어르신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총교관의 칼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가치가 있는 물건입니다.”“만약 누군가가 총교관의 칼을 빼앗았다면 그 죄가 어디 가볍다 할 수 있겠습니까?”“그래서 저희는 정확한 첩보를 입수했고 전에 우리가 잃어버린 총교관의 칼이 이 차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차를 대동해 여기 온 겁니다!”“어서 수색하세요! 어르신께서는 기껏해야 체면을 좀 잃게 되는 것뿐입니다.”“하지만 총교관의 칼을 훔친 자가 어르신의 방해로 도망을 쳤다면 말이죠.”“그건 총교관에 대한 불경을 저지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