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촹!”차가운 미소와 함께 천도의 손에 들려 있던 눈부신 칼날이 빛을 번쩍이며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이미 자신의 신분을 드러낸 마당에 천도는 더 이상 숨길 것이 없었다.숨겨 놓았던 섬나라 신당류 도법이 폭발한 순간이었다.칼놀림 하나하나가 텐푸 쥬시로를 능가할 만큼 노련하고 매서웠다.“촹촹촹!”칼날이 겹쳐질수록 천도의 공세는 더욱 매서웠다.그러나 하현은 이 순간에도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이미 당신이 신당류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그렇다면 나도 이제 제대로 당신을 상대해 줘야겠군!”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현의 기세가 갑자기 폭발했다.막혔던 둑이 터지듯 하현은 순간적으로 숨결을 내뿜었다.그와 동시에 하현의 손에 있던 칼이 천도의 옆구리에 꽂혔다.하현은 거침없이 칼을 든 손을 옆으로 그었다.“퍽!”눈 깜짝할 사이 하현의 칼이 그림을 그리듯 천도의 옆구리에서 춤을 추었다.하 총관 일행은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믿기지가 않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하현이 천도를 만나 이렇게 손쉽게 단번에 칼을 휘두르는 걸 보고 그들은 그제야 깨달았다.하현의 실력이 천도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자신의 시야에서 칼날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본 천도는 안색이 급격히 일그러졌다.피할 겨를도 없었던 그는 얼른 칼을 빼들었다.“촹!”굉음과 함께 먼지가 하늘을 뒤덮었고 순간 무서운 회오리가 휘몰아쳐 사람들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 총관 일행도 먼지 속에 마른 기침만 할 뿐이었다.잠시 후 그들은 마침내 상황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하현의 손바닥이 천도의 칼을 막았지만 두 사람이 발을 딛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거미줄 모양의 균열이 퍼져나갔다.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렸다.칼도 아닌 손바닥으로 칼에 맞서다니!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섬뜩할 정도였다!천도는 이제 슬슬 하현의 기세에 밀리기 시작했다.방금
천도는 이해하려고 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혈이 가슴을 파고들다 노혈을 내뿜으며 포효하듯 터져 나왔다.“푸!”천도가 피를 토하자 장내는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숨 쉬는 것마저 잊은 사람처럼 숨을 죽였다.하수진이든 하 총관 일행이든 하현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벼락이라도 맞은 듯 충격에 휩싸였다.방금 이가 부러진 청삼을 입은 집사는 자신의 눈을 힘껏 비비며 자신이 뭔가 잘못 본 게 아닌가 몇 번이고 확인했다.천도가 누구인가?!항도 하 씨 가문 최고 중의 최고 고수였다!젊었을 때는 식칼을 들고 남규 거리를 휘젓던 사람이었다.그동안 어떤 패배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수백 명의 사람들을 학살하기도 했다.이렇게 거침없이 칼을 휘둘러 대던 사람이 방금 분명 상대를 몰아붙이다가 갑자기 결연한 얼굴로 변한 하현의 한 방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충격 그 자체였다.“말도 안 돼!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천도 어르신 같은 분이 어떻게 하현의 한 방에 나가떨어질 수가 있어?”“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혹시 다른 사람이 대신 손을 쓴 거 아니야?”멍하던 정신을 가다듬으며 하 총관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그는 자신이 한 대 얻어맞은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천도 같은 인물이 한 대 얻어맞는 것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 총관의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너무 충격적인 광경을 본 탓에 입이 바짝바짝 말라 입안에서 쓴맛이 날 지경이었다.그들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화끈화끈 벌겋게 달아올랐다.“당신은 안 돼!”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천도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1분이라고 하면 1분이야. 1초도 더 지나선 안 돼.”“당신은 섬나라 사람이면서 항도 하 씨 가문에서 그 오랜 세월을 잠복해 있었어. 신분을 속이고 말이지.”“그동안 무엇을 하려고
”안타깝게도 당신은 다시 깨어난다 해도 절대 모를 거야.”“당신 실력이 나보다 못하다는 걸.”“내가 진지하게 마음먹고 덤볐더라면 당신은 내 한주먹 거리도 안 돼.”“섬나라 검객의 수준이란 게 겨우 이 정도 수준인 거지.”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솔직히 말해서 난 당신네 섬나라 사람들한테 좀 실망했어.”“실력은 얼마 되지도 않으면서 쓸데없는 계략이나 펼치는 게 안타까울 뿐이야.”“그나저나 당신들은 왜 날 이렇게 미워하는 거야? 왜 매번 날 죽이려는 거냐고?”“아쉽게도 당신들 마음대로 되진 않을 거야.”천도는 이를 악물고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이놈아, 이번에는 네놈을 죽일 수 없었지만.”“우리 섬나라에는 고수들이 많아.”“끊임없이 몰아치는 우리의 공격을 네놈이 막아낼 성싶으냐?! 천만에!”“네놈은 조만간 곧 죽을 거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안타깝지만 당신이 지금 곧 죽을 것 같은데!”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반쯤 무릎을 꿇은 천도를 발로 걷어서 넘어뜨렸다.천도는 또 ‘푸'하고 피를 뿜었다.“개자식!”하 총관 일행은 분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그들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던 고수가 뜻밖에도 하현에게 발길질을 당해 땅바닥에 널브러질 줄은 몰랐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지금 하현이 천도의 신분을 폭로해 버렸지만 하 총관 일행은 죽은 개처럼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이 하현이었으면 했었지 천도가 이럴 지경이 되길 바라지 않았다.“당신의 반란은 여기까지야. 여기서 끝내자고.”하현은 천도의 목을 우지끈 밟았다.“당신을 죽이면 텐푸 쥬시로는 마지막 희망을 잃게 되겠지.”“그러면 아마 텐푸 쥬시로도 순순히 십 년 전 일을 털어놓을 거야.”“그러니까 성가시니까 당신은 이제 그만 가 주어야겠어.”하현은 발밑에 힘을 주려고 몸을 슬쩍 기울였다.그러나 하 총관이 얼굴을 가린 채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만!”“개자식아
하현의 말에 하 총관의 얼굴에는 분노가 들끓었다.“하현, 네놈이 떠벌리기 좋아하고 공명심에 혹할 놈이란 건 진작에 알았지!”“그리고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제재를 받지 않으려고 일부러 천도 어르신에게 섬나라 스파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씌우는 거야!”“이런 핑계를 대고 겉으로 번지르르한 명분을 얻으려는 수작이잖아!”“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절대 네놈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천도 어르신이 도대체 누구인지 확실한 증거도 없이 함부로 지껄이지 마!”“그가 정말 섬나라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을 위해 오랫동안 성심을 다해서 노부인의 곁을 지킬 수 있는 거지 그게 어떻다는 거야?”“노부인이 오랫동안 천도 어르신을 신뢰한다는 게 그가 충직하다는 증거 아니겠어? 아무 문제없다고!”“네놈이 함부로 지껄이면서 천도 어르신의 목숨을 앗아가려고 한다면 네놈은 대하와 섬나라 국정에도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될 거야!”“그렇게 된다면 네놈이 어떻게 책임을 질 거야?”“게다가 어쩌다 음모와 계략을 써서 네놈이 천도 어르신을 물리쳤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네놈의 진짜 실력이 아니야.”“네놈은 그냥 허풍이나 떨고 우쭐하는 놈에 지나지 않아! 분명해!”“날 더 이상 자극하지 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네놈을 죽을 수도 있다고!”하 총관이 경고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자 하현에게 걷어차인 십여 명의 남자들이 이를 갈며 앞으로 나왔다.이번에는 그들도 많이 각성했는지 정신이 바짝 든 얼굴들이었다.그들은 몸에 지닌 총을 만지며 안전장치를 풀었다.하현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들 총 앞에서는 당당할 수 없을 거라고 그들은 생각했다.십여 명이 든 총구가 일제히 하현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었고 천도는 어느새 오만방자한 눈빛으로 돌아와 사납게 웃어젖혔다.“하현, 넌 매우 센 놈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넌 여기서 죽을 운명인 것 같군!”“항성과 도성에서는 노부인이 날 비호해 주고 있지. 누가 날 건드릴
천도가 죽었다!천도의 얼굴에는 충격과 분노, 원망이 버무려진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드러났다.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신분을 숨기고 그 기나긴 세월 동안 치밀하게 계획했던 일이 하현의 손에 속절없이 당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하 총관이 이미 노부인의 이름을 거론하며 누차 경고까지 했다.그래서 천도는 감히 하현이 자신을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하현은 그 누구의 말도 아랑곳하지 않고 뜻대로 해 버렸다.누가 이런 광경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섬나라에선 네놈을 절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이 자를 죽이지 않으면 필시 섬나라가 망하게 될 거야!”칼날이 가득 박힌 듯한 그의 눈동자에 분노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울분과 분노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한 깊은 걱정까지 담겨 있었다.그러다 천도는 마지막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하 총관 곁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시간이 멈춘 듯 깊은 정적이 흘렀다.천도...전설 속에 존재하던 항도 하 씨 가문 최고 고수.오랫동안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신분을 속이고 잠복해 있던 신당류의 종주.일대의 전신!시대의 검객!천도가 이렇게 패하다니!?이대로 죽다니!?게다가 하현의 발에 목이 밟혀 굴욕적인 최후를 맞이하다니!하 총관 일행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서 있었다.그들은 자신들의 경고에도 하현이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충격적인 결말을 만들어 낼 줄은 몰랐다.도대체 하현의 이런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하수진마저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이 없었다.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녀의 머릿속은 말할 수 없이 복잡해졌다.하현이 천도를 죽였다는 건 노부인과 완전히 척을 지겠다는 의미다.“죽여!”“저놈을 죽이고 천도 어르신의 원수를 갚아라!”하 총관 일행은 너 나 할 것 없이 분노를 씹어 먹은 사람처럼 으르렁거렸다.“어서 쏴! 갈기갈기 찢어 버려!”눈앞에서 한바탕 격전이 벌어질 판이었다.만약 자신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항도 하 씨 가문을 대신해 오랜 스파이 한 명을 처리했어요.”“고맙다고 하면 그만이지 뭘 이렇게 말들이 많아요.”“정말 내가 당신들을 죽이지 못할 줄 알아요?”하 총관은 한기가 가득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일을 언제 외부인이 이렇게 왈가왈부하게 된 거야?”“우리 항도 하 싸 가문에 함부로 끼어든 결과가 어떨지 네놈이 생각이나 해 봤어?”“얼른 무릎이나 꿇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널 상대해 줄 테다! 그때 가서 날 탓하지나 마!”하 총관은 위협적인 얼굴로 말하며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언제부터 하인들이 감히 항도 하 씨 가문을 대표한다 어쩐다 큰소리를 치게 된 거지?”위엄 있고 당당한 목소리였다.순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돌아서서 산길 쪽을 쳐다보았다.말끔한 당나라 복장을 한 하문준이 뒷짐을 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그는 곁에 아무도 대동하지 않고 마치 정원을 산책하듯 여유로운 얼굴로 천천히 다가왔다.그러나 그의 몸에서 풍기는 항도 하 씨 가문의 위엄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졌다.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현에게 다가와 차가운 눈빛으로 하 총관과 그의 일행들을 훑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의 체면을 봐서 한 손만 자르는 걸로 하고 그만 꺼져.”“문주 어르신!”하 총관은 이를 살짝 깨물었다.분명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노부인을 등에 업고 항도 하 씨 가문을 호령했었다.그러나 문주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그렇다 하더라도 순순히 손 한 쪽을 내어줄 수는 없었다.하 총관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제가 여기 온 것은 노부인의 뜻이었습니다!”“문주 어르신은 노부인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싶으면 따르지 않으셔도 됩니다.”“제 손을 자르시려면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하지만 정녕 노부인과 척을 질 생각이십니까?”하문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척을 진다?
”네놈이!”하문준이 발을 내디디며 미친 듯이 포효했다.사방 10여 미터의 모래와 자갈들이 흩날렸다.많은 사람들은 문주의 기세에 놀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이 광경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청삼을 입은 집사들은 총을 든 채 주춤거리며 물러섰고 입가에는 선혈이 가득 고여 있었다.그때 하 총관의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며 순간 그의 무릎이 ‘풀썩’하고 주저앉았다.그는 무릎을 꿇고 싶어서 꿇은 게 아니었다.하문준이 폭발하자 그 기세에 눌려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게 되자 결국 무릎을 내어 놓은 것이었다.항도 하 씨 가문 문주의 기세는 역시 달랐다!어느 것에도 비할 데 없이 강했다!방금 숨을 거둔 천도도 충분히 기세가 강한 사람이었다.하지만 문주가 보여준 기세는 아까 천도가 보여주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하 총관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고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하현은 하문준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하문준이 비범한 사람이라는 건 분명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자신이 지금까지 문주를 너무 과소평가했음을 그제야 하현을 깨달았다.상위 10대 가문, 5대 문벌, 4대 초석...상위권 권력자들 중 그 누구도 쉬운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오늘 하문준이 나타난 것은 그가 노부인의 체면을 더 이상 세워 주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하문준은 뒷짐을 지고 무릎을 꿇은 하 총관을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말해 봐. 하 총관은 왜 이렇게 나한테 무례한 거지?”“죄, 죄송합니다. 문주 어르신!”하 총관은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고 얼굴은 창백하기 짝이 없었다.“제가 어르신께 많은 심려를 끼쳤습니다. 널리 양해해 주십시오!”“지금 바로 물러가겠습니다!”하 총관은 하문준이 평소에 점잖고 말수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 기세를 제압하는 능력은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하문준이 제대로 폭발하자 하 총관은 그동안 자신이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이것은 그가 한평생 갈고닦아도 넘볼 수 없는 격차였다!“문
천도가 숨을 거둔 날 오후.하현은 항성에 있는 마리아 병원에 나타났다.이곳은 항성에서 가장 유명한 개인병원이자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병원이었다.첨단 장비와 우수한 의료 기술 때문에 유명하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항도 하 씨 가문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서 관리가 용이하다는 것이었다.이 지역을 관리하는 주체는 항도 하 씨 가문 호위대였고 하구봉이 그 책임자였다.텐푸 쥬시로는 항성으로 끌려온 후 줄곧 반쯤 혼수상태에 있었다.하구봉은 마리아 병원의 최상층을 텐푸 쥬시로의 특별 관리 구역으로 사용했고 얼마나 많은 호위대들이 배치되었는지 모르지만 파리 한 마리도 여기서 날아갈 수 없을 만큼 경계가 삼엄했다.하현이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눈동자가 얼마나 많은지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이들 눈동자에서는 말할 수 없는 적개심과 분노가 녹아들어 있었다.누굴 찾고 말고 할 것 없이 이 사람들이 바로 섬나라에서 유명한 저격수들임을 하현은 확신할 수 있었다.신당류에서 온 것이 아니라 신당류가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한 킬러들이었다.물론 그 배후에는 5대 문벌과 5대 유파가 이들을 조종하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여기는 항성이고 텐푸 쥬시로가 하현의 손에 있기 때문에 이 쥐새끼 같은 사람들은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했다.하현은 쥐새끼 같은 사람들이 자신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문 앞에 서서 하구봉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하구봉은 왠지 주위의 음산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하현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쓴웃음을 금치 못하며 다가와 말했다.“하현, 내가 요 며칠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아?”“하구천과 완전히 사이가 틀어져서 항성과 도성에서 날 못 쫓아내 안달이라고!”“가장 힘든 건 텐푸 쥬시로를 지키는 거야. 그를 지키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하루에 최소 50명 이상의 섬나라 사람들이 덤벼든다니까.”“닌자, 킬러, 음양사, 검객... 아휴, 이루 말할 수가 없어!”“이 사람들은 온갖 수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