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역시 고수는 고수군.”“어쩐지 노부인의 명령에도 꿈쩍도 하지 않더라니.”“영웅인 건지 머리가 나쁜 건지 모르겠군.”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그러자 나무숲 사이로 사람들의 그림자가 비쳤다.사람들은 모두 파란색 장삼을 입고 있었고 표정은 너 나 할 것 없이 사나웠다.그리고 맨 가운데 깡마른 노인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흰 얼굴에 호두 두 알을 손 안에 쥐고 만지작거리던 노인은 하현을 실눈으로 바라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기고만장한 기운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하 총관님!?”하수진은 깡마른 노인을 보고 안색이 살짝 변했다.“누구야?”하현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그는 지금까지 항성과 도성에서 자신 앞에서 지금처럼 기고만장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그도 갑자기 나타난 깡마른 노인의 정체가 무척 궁금했다.“이 사람은 옛 문주 곁을 오랫동안 지켜왔었어.”“나중에 옛 문주가 항도 하 씨 가문을 재건한 후 그는 줄곧 총관 역할을 맡았어.”“옛 문주가 은퇴하고 아버지가 자리에 오른 후 하 총관은 줄곧 노부인 곁에서 여생을 보내셨지.”“그를 숨겨진 실세라고 생각하면 돼.”“어쨌든 그는 항도 하 씨 가문에서는 신분이 높은 사람이니까.”“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실세 중의 실세지.”“아버지도 그를 만나면 깍듯이 예의를 갖춰 대하지.”“이 사람이 나온 걸 보니 할머니가 이번에는 정말 많이 화가 나신 모양이야.”말을 하는 동안 하수진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항도 하 씨 가문 문주의 수양딸인 그녀는 항도 하 씨 가문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깡마른 모습에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하 총관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실력을 겸비한 사람인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자신에 대해 설명하며 잔뜩 겁을 먹고 있는 하수진의 얼굴을 보면서 하 총관은 더욱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분명 그에게 있어 가장
”이 개자식이!”“하 총관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청삼을 입을 남자가 잡아먹을 듯 걸어 나왔다.“당장이라도 네 입을 갈기갈기 찢어줄 거야!”“뭐라고? 다시 말해 봐?”하 총관이 앞으로 나오더니 무덤덤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무리들을 제지했다.그리고 나서 그는 두 손을 뒷짐진 채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항도 하 씨 가문 총관이야.”“문주와 노부인의 최측근이지!”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인 주제에 뭘 이렇게 기고만장하게 날뛰고 그러십니까?”“당신한테 한 가지 묻고 싶어요!”“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무슨 규칙을 어겼길래 당신 같은 사람한테 무릎을 꿇어야 합니까?”하현이 당당하게 따지고 나오는 것을 본 하수진이 얼른 끼어들려고 했지만 단호한 얼굴의 하현을 보고 그녀는 순간 마음을 접었다.하현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아는 하수진은 지금은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하현은 이 상황이 굉장히 언짢은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무슨 잘못을 했냐고요”“아직도 모르겠어?”하 총관은 한 걸음 앞으로 더 나와서 발을 구르며 호령하듯 큰소리를 쳤다.순간 땅바닥에 사방으로 균열이 일어났다.“하현, 쓸데없이 허세 부리지 마!”“그러다 이따가 죄만 더 많아져!”“그러니 지금 당장 기어서 당장 항성과 도성을 나가는 게 더 간단하지 않아!”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내 죄가 뭔지 말해 주시죠!”하 총관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하얀 얼굴에 청삼을 입은 남자가 노기충천하여 먼저 입을 열었다.“노부인의 말은 천금과도 같아. 노부인은 당신한테 24시간 안에 당장 항성과 도성을 떠나라고 했어!”“하지만 당신은 순순히 떠나지 않았어!”“그리고도 아침부터 허세를 부리며 골프를 치러 나오다니!?” “노부인의 말씀을 허투루 들었어?!”“노부인이 누구신지 제대로 알고도 이따위 짓을 하는 거야!?”“이제 알겠어?”“이게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 총관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비록 하 씨이지만 지금껏 내가 항도 하 씨 가문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당신들 눈에는 항도 하 씨 가문이 하늘 같을진 몰라도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난 콧방귀도 안 뀌어!”“항도 하 씨 가문 노부인의 말도 마찬가지야. 당신들한테나 천금 같은 거지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부처님 행세를 하려면 항도 하 씨 가문에서나 할 것이지 왜 나한테 와서 이래?”청삼을 입은 남자는 버럭 화를 내며 하현을 손가락질했다.“저, 저 자식이!”“감히 노부인을 모독하다니!”“넌 이제 끝났어!”“예수님도 네놈을 구하지 못할 거야!”“오늘 네놈의 손발을 박살 내 줄 거야!”“항성과 도성에서 감히 노부인의 말을 거역하다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이 개자식!”“퍽!”청삼을 입은 남자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손바닥으로 그를 후려쳤다.아니, 날려 버렸다.청삼을 입은 남자가 하현의 손바닥 한 방에 날아가는 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그들이 상징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항도 하 씨 가문의 권위였다.그리고 노부인의 절대적인 지지였다.비록 하 총관이 자주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에서 마주치든 모두들 그들 앞에서는 몸을 벌벌 떨 정도였다.항성과 도성의 귀족들이라도 다르지 않았다.하구천처럼 제멋대로 날뛰는 사람도 그들을 만나면 모두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이 사람들이 언제 누구한테 손찌검을 당해 봤겠는가?청삼을 입은 남자는 땅에 널브러져 얼굴을 가리고 끓어오르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이 개자식이!!“감히 날, 날 때리다니!”“퍽!”“난 항도 하 씨 가문 문주의 귀빈이야. 그러니 당신들도 예우를 다해 날 대해야 해.”“당신 같은 집사 따위가 내 앞에서 무슨 자격으로 큰소리를 치는 거야?”“퍽!”“하 총관도 아무 말 하지 않는데 당신이 뭔데 나서서 지껄이는 거야?
하현의 얼굴에 비아냥거리는 미소가 냉랭하게 흘렀다.말을 마치며 그는 휴지를 꺼내 더러운 오물이라도 묻은 것처럼 마뜩잖은 표정으로 손을 닦았다.이 모습을 바라보던 하 총관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결국 하 총관은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 건방진 놈!”“하현!”“뭘 믿고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거야!”“감히 항도 하 씨 가문 집사를 치다니!”“노부인께서도 감히 손을 대지 않는 우리를 감히 너 따위가?!”“도대체 항도 하 씨 가문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길래 이러는 거야?”“우리 뒤에 노부인이 있다는 게 안 보여?”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하 총관님, 눈이 멀었습니까?”“방금 당신 부하가 나한테 덤벼드는 거 못 봤어요?”“난 문주의 귀빈입니다.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죠!”“총관이신 분이 그 정도 규율도 모르면서 나한테 법 운운하는 겁니까? 규칙이요?”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왕법, 규율이라는 건 다 허울뿐인 껍데기인 거죠.”“당신들한테 유리할 때는 왕법 운운하다가 불리할 때는 가차 없이 내팽개치는 그런 게 왕법이고 규율입니까?”“이런 왕법과 규율을 제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하 총관님은 항도 하 씨 가문 노부인도 안중에 없는 겁니까?”“노부인을 앞세워 이렇게 함부로 행동해도 되는 거냐구요?”“하 총관님,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이러시죠?!”“어떻게 이런 불경을 저지르는 거냐구요, 네?”“너 이 자식...”하 총관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는 항상 항도 하 씨 가문 노부인을 앞세워 사람들에게 겁을 주었다.그런데 오늘 역으로 노부인을 앞세워 자신을 공격할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다.순간 하 총관은 지위고 체면이고 다 내팽개치며 매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 씨 이 자식이!”“존엄한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을 건드리는 거야?!”“우리 노부인의 권위에 도전하겠다는 거냐고!”“네놈이 죽고 싶어 환
”양제명이 네 뒤를 받쳐주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네깟 놈이 미야타 신노스케를 처리할 수 있었겠어?”“이번에 우리 항도 하 씨 가문 호위대가 텐푸 쥬시로를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네가 그의 무릎을 꿇릴 수 있었겠냐고?”“몇 번 운 좋게 이긴 걸 가지고 아주 착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라니!”“노부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도 못하는 놈이 어딜 감히 덤비는 거야?!”“어디서 감히 날 건드려?!”“내가 하천성을 직접 가르쳤다는 걸 모르는 게야?”“설마 호위대 몇 명한테 기대어 큰소리나 뻥뻥 치는 사나운 늙은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똑똑히 들어! 너 잘못해도 한참 잘못했어!”“넌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한 거야!”하 총관이 다시 한 걸음 다가서면서 분을 뿜었다.사방팔방에서 광풍이 몰아치듯 하 총관은 거침없이 하현을 비난하며 몰아세웠다.모두가 하 총관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서운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하현, 너에게 마지막 기회이자 유일한 기회를 주겠어!”“얼른 무릎 꿇어!”“무릎을 꿇고 벌을 받아!”“그리고 노부인에게 가서 석고대죄해!”“그런 다음 뒤도 돌아보지 말고 항성을 떠나! 떠나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마!”“그렇지 않으면 노부인이 당장에라도 널 절단낼 거야!”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하 총관님, 절 어떻게 절단낼 건가요?”“건방진 놈이!”이렇게까지 몰아세우는 데도 하현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은 얼굴로 하 총관에게 대들었다.마침내 하 총관은 화가 극에 달했다.그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바로 하현 앞으로 돌진했다!그리고 오른발을 휘둘러 하현의 머리를 향해 세게 휘둘렀다.하 총관의 다리는 공중에서 휙휙 소리를 내며 바람을 일으켰다.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날랜 움직임이었다.사람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마른침을 삼키며 바라보고만 있었다.뒤쪽에 있던 하수진만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소리쳤다.“조심해!”조금 전 땅에 널브러진
청삼을 입은 집사의 말에 하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흥미로운 눈길로 산길 방향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하 총관이 땅바닥에 널브러지던 그때 한참 전부터 서 있던 도요타 센추리가 쓱 지나가면서 문이 활짝 열렸다.그러자 몸집이 크지 않은 깡마른 노인이 차에서 내렸다.머리는 올백으로 뒤로 곱게 젖혀져 있었고 하얀 겉옷을 휘날리며 다가왔다.희미하게 감도는 바람을 헤치며 그는 마치 신선처럼 다가왔다.“천도 어르신!”그 모습을 본 청삼 입은 집사들은 무릎에 자석이라도 붙은 것처럼 땅바닥에 얼른 무릎을 꿇었다.항도 하 씨 가문 노부인의 최측근 고수, 천도가 등장한 것이다!하현의 눈길도 덩달아 흥미로운 빛으로 가득한 채 그의 모습에 쏠렸다.전설로 불리는 항도 하 씨 가문 전신이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나왔다.천도의 기세는 하현을 압도할 듯했고 천천히 정원을 거닐 듯이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걸어 나왔다.줄곧 하현의 뒤에 서 있던 하수진의 안색이 갑자기 일그러졌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의 앞을 가로막고 나서며 말했다.“문주의 호위대는 어디 있지?”하수진의 명령과 함께 방금 도착한 수십 명의 문주 호위대들이 험악한 얼굴로 하현과 하수진 앞을 가로막았다.“문주 호위대?”천도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이놈, 네놈이 감히 노부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나한테도 당당히 떠들어 댈 수 있겠군. 흥! 참으로 순진한 놈이구만!”입을 열지 않던 천도가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항도 하 씨 가문 문주 호위대도 결국 항도 하 씨 가문 사람이야.”“그들이 감히 노부인에게 등을 보이겠다고?”“네놈이 조금 가진 실력으로 우쭐대더니 감히 노부인을 상대할 생각을 해?”“노부인의 명령을 귓등으로 들었군!”“하현, 네놈의 생각과 행동이 너무 유치해서 내가 할 말을 잃을 지경이야.”“문주의 체면을 봐서 내 특별히 12시간을 더 주지.”“문주 부인의 체면을 봐서 하 총관
”미안합니다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땅바닥에 떨어진 긴 칼 한 자루를 주우며 담담하게 말했다.“이거 천도 당신 칼이죠?”“난 무릎이 뻣뻣해서 꿇지 못합니다.”“그리고 난 스스로를 땅강아지와 개미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내가 저세상으로 모셔다드리면 어떻겠습니까?”“뭐? 날 데려다준다고?”천도의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내 앞에서 이런 건방진 말을 지껄이는 사람은 몇 년 만에 처음이야. 네놈의 배포는 인정할 만하군.”“하지만 네놈이 노부인의 명령을 무시한 것을 생각한다면 이런 결말은 당연한 일이지.”말을 하면서 천도는 허리춤에서 천천히 장도를 뽑아 들었다.“3분이면 돼.”“네놈 정도라면 3분 안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네놈을 처리한 후 노부인께 가서 사죄를 드려야겠어.”“네놈 같은 녀석을 열두 시간이나 더 살려 두었으니 말이야.”“그건 내 죄야.”“3분도 너무 길죠.”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미소 속에는 냉랭한 기색이 가득 담겨 있었다.“1분이면 됩니다.”“1분 안에 내가 당신을 처리한다면 아침 차를 느긋하게 마실 시간도 있겠군요.”“이 자식이!”하현의 말을 들은 순간 천도의 표정이 겨울바람처럼 매서워졌다.그는 마치 유령처럼 재빠르고 유려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몸을 움직여 하현이 있는 곳으로 돌진해 손에 든 칼을 휘둘렀다.하현도 천도 못지않은 차가운 기색을 띠며 날아오는 칼날을 세차게 쪼개 버렸다.두 사람의 기세가 허황된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직접 상대에게 살수를 쓴 것이었다.“촹!”칼날이 마주치자 큰 소리가 났고 강한 기류가 폭발하면서 두 사람의 몸은 심하게 요동치며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천도의 발바닥이 땅을 스치며 깊은 도랑 자국을 두 가닥 남겼고 그대로 7~8미터를 미끄러져 겨우 멈춰 섰다.천도의 희끗희끗한 얼굴에선 약간의 긴장감과 동요가 일었다.하현은 세 발짝 뒤로 물러섰고 한 발짝 물러설 때마다 깊은 발
”젊고 실력도 괜찮군. 젊은 사람들 중에선 단연 최고라 할 만해.”“그런데 안타깝게도 넌 무도 수련 기간이 너무 짧아.”천도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미소가 번졌다.“어쩌면 시간이 지난 뒤에는 네놈이 날 이길 수도 있겠지.”“하지만 오늘 여기서 네놈을 만난 이상 네놈은 죽을 운명이야!”말을 마치자마자 천도는 목을 살짝 비틀어 위협적으로 ‘두둑'소리를 내며 다시 기운을 모아 정신을 차리려는 듯 눈을 반짝였다.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람을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던데 쓸데없는 말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당신의 실력도 별 볼 일 없나 보군요.”하현은 천도에 대해서 최대한 예의를 갖춰 말했다.다만 옳고 그름을 모르고 뜻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무술을 대하는 마음이 청정하지 않다는 것을 천도에게 일깨워 주고 싶었던 것이다.하현이 보기에 이런 사람은 전신은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이상의 실력을 기대하기는 힘든 사람이었다.그러니 자신의 실력으로 이런 사람을 때려눕히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뿐이었다.“촥!”천도의 안색이 일순 험악해졌다.자신 앞에서 함부로 날뛰는 하현을 좋게 봐주려야 봐줄 수 없었던 것이다.순간 천도는 몸을 움직여 날아오르듯이 앞을 향해 돌진했다.“솩!”그의 손에 있던 칼자루가 칼집을 벗어나 하현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하현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장도를 든 손을 들어 올렸다.“촹!”양측의 날카로운 칼이 마주치며 불꽃이 튀었다.두 칼이 세 번째로 마주쳤을 때 하현이 가지고 있던 장도가 갑자기 ‘촤랑’소리를 내며 부러졌다.청삼을 입은 집사들이 들고 있던 칼을 아무거나 집어 들었더니 역시나 품질이 별로 좋지 않았다.순간 하현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이제야 도망가기엔 너무 늦지 않았어?”하현이 물러서는 것을 보자 천도의 몸이 물찬 제비처럼 날아올라 유성처럼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했다.천도가 들고 있던 장도는 빛의 속도로 날아왔다.칼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