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윤의 얼굴 빛이 붉어졌다. 그녀는 3살 배기 어린애가 아니었다. 하현이 오지 않아 자신이 당하게 됐을 결말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현, 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다시 한 번 감히 나를 건드리면, 이 어르신이 너를…..진건후는 이때 마침 벌벌 떨며 일어나 하현을 향해 돌진하며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모든 사람이 멸시하는 데릴사위, 장모님 발이나 씻기고, 집에서 화장실 청소만 하는 녀석이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나는 1분마다 그를 재밌게 죽일 수백 가지의 좋은 방법이 있다.결국……“퍽!”그 뒤, 하현은 크게 뺨을 한 대 때렸다. 건후는 현기증이 났고 그의 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났다.“너…… 네가 감히 나를……”건후는 한없이 분노했다.그리고 다윤도 의아해하는 얼굴이었다. 듣기로 하현은 데릴사위가 된 후 그는 늘 연약하고 무능해서 설 씨 집안에서는 누구라도 그를 괴롭힐 수 있었다는데, 오늘 보니 그는 정말 남자였다……하현에게 얻어 맞고 멍하니 있던 건후는 잠시 정신을 차린 후에야 침을 한 입 뱉었다. 핸드폰을 꺼내 들고 하현을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얘야, 너 오늘 안에는 갈 수 없어!”말을 마치고 그는 핸드폰을 꺼내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하현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도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고, 오히려 차 안에 있는 다윤을 풀어주었다. 차가운 시선으로 건후를 바라보며 말했다.“누구를 찾나 보지? 그래, 난 오늘 여기서 기다릴게. 네가 어떤 사람을 부르는지 좀 봐야겠다!”한편 다윤은 긴장한 나머지 옷을 정리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우리 빨리 가자. 진건후가 최근에 거물급을 알게 된 거 같아. 그래서 돈을 좀 벌었던 모양이야. 듣기론 그 거물급이 그를 엄청 좋게 보나 봐. 네가 그 사람한테 한 짓을 보면 좋은 일은 기대할 수 없을 거야.이 말을 마친 다윤은 걱정이 가득했다. 자신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라 배경도 없었고,
10여분이 지나자 S급 검은색 메르세데스 벤츠 한 대가 멈춰 섰고, 그 차 안에서 흰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그의 뒤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눈빛이 날카로워 딱 봐도 몸 놀림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백 씨 가문의 후계자인 백운은 이전에는 우지용을 등에 엎고, 하엔 그룹에 미움을 샀었다.지난번 설은아를 동창회에서 만난 이후 백 씨 가문은 우지용에게 혼 줄이 났는데 지금은 대대적으로 정비를 하였다.그러나 말라 죽은 낙타가 말보다 크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백 씨 가문이 최근 좀 처참해져 장사도 줄줄이 적자가 났어도 여전히 일반인들 보다는 매우 강했다.요즘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는 일이 없어 화를 참고 있던 백재욱은 진건후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전에 봤었던 다윤이 묶여 있다는 소식에 너무 기뻐서 흥분해 달려왔다.그 작은 아가씨는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적이 없었다. 오늘 밤 아마도 미혼인 여자를 찾은 기쁨을 누려 불운을 씻어 낼 지도 모를 일이었다.차에서 내리자 백재욱은 군말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사람 어딨어?”그 순간 건후는 아첨을 떨며 얼굴을 내밀고 굽신거리며 말했다.“백 도련님, 오셨습니까? 오늘 저의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다윤의 얼굴은 창백해져 사람의 얼굴색이 아니었다.끝장났다. 이 악마가 정말 왔구나. 내가 오늘 밤 끝을 보게 된다면 어디까지 처참해질지 모른다.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다윤은 곧장 죽어도 한이 없었다. 그녀는 전통적인 여자라 그런 일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살아서 이런 곤욕을 치르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죽는 편이 나았다.이 때 백재욱은 진건후를 상대하지도 않고 실눈을 뜬 채, 한걸음 앞으로 다가서서 웃으며 말했다.“다윤, 정말 못 만날 줄 알았는데. 너를 만지기도 전에 네가 내 뺨을 때렸었지? 오늘 네가 내 손에 들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하하하하……”다윤은 입술을 깨물고 감히 백재욱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은 할 말을 잃었다. 이건 또 무슨 심리인가? 진건후는 사이코패스 인가?백재욱은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조바심을 냈다.그는 닥치는 대로 코트를 벗어 경호원에게 던지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누구든 나는 상관할 바 아니야, 지금 꺼져, 이 어르신이 하는 일을 망치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어르신이 너를 죽일 거야.”말하는 중에 그가 뒤에 있는 경호원을 힐끗 쳐다보자, 그 경호원이 알록달록한 지폐를 땅 위에 떨어뜨렸다.백재욱은 이런 하수인을 다루는 법을 알았다. 몇 마디 협박하고 돈을 꺼내면 상대방은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그는 오늘 밤 즐기러 왔기 때문에 이런 하수인을 처리할 마음이 없었다.이 광경을 보고 건후는 당황했다. 만약 하현이 이 돈을 가지고 가버리면 하현 혼자 벼락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그 순간 그는 소리쳤다.“백 도련님. 그를 보내시면 안됩니다. 이 남자는 다윤이 짝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당신이 다윤을 짓밟는 걸 보게 해야죠. 그래야 더 시원하지 않겠어요?”백재욱은 화가 날 것 같았지만 이 말을 듣고는 눈이 밝아졌다.“의미가 있네. 진건후. 네가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네.”그러면서 그는 직접 돈다발을 땅 위에 던지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들었지? 저 여자를 저기에 혼자 눕혀. 너는 옆에서 그냥 보기만 해……”이 말을 듣자 다윤의 절망에 빠졌다. 그녀는 이 악마가 이렇게 끔찍할 줄 몰랐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이 때 하현이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백 영감님. 보아하니 지난번에 우지용이 당신을 편히 모시지 못 한 거 같은데……”귀에 익은 소리를 듣고서, 웃고 있던 백재욱의 안색이 굳어졌다. 하현의 얼굴이 순간 선명하게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 그의 얼굴은 극도로 일그러졌다.하현! 확실히 하현이었다!이 데릴사위가 백재욱의 신분을 어디 안중에 둘 수 있겠는가?하지만 그 전의 일이
설은아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하현 역시 묻지 않았고, 물건들을 서재로 옮겨 하룻밤을 잤다.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하현이 아침 준비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설민아가 차갑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오늘부터 우리 집 아침식사는 네가 준비할 필요 없어.”하현은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여보, 어제 일은 당신이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거 같아. 나랑 서연은 그냥 친구일 뿐이야.”은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와 싸울 기미는 없었지만 표정이 유달리 싸늘했다.원래 그녀는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고 여겼다. 그녀는 심지어 어떨 때는 두 사람이 정상적인 부부와 같이 변해야 된다고까지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다.심지어 병원 일까지도 그녀가 오해했었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려고까지 했다.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어젯밤 한 통의 전화와 한 장의 사진이 그녀의 모든 환상을 깨뜨려 버렸다.이전에 그녀는 이혼에 대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반대를 했었지만, 지금 하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냉담하기만 했다.……설은아의 표정을 보고 하현은 이것이 단지 병원 일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지 설민혁과 관련된 일인 줄은 전혀 몰랐다. 지금 이 일은 좀 번거롭게 되었다.하현은 또 다른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아침 일찍부터 플래티넘 호텔에 왔다.회장실 안에서 변백범은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하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는 빠르게 일어나 몸을 숙이며 말했다.“하 도련님, 오셨습니까?”“일은 어떻게 처리됐어?”어젯밤 집에 들어간 후에 하현은 계속 변백범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백재욱의 태도가 그로 하여금 조금 경계하도록 했다. 백 씨 집안이 이미 그렇게 자신을 불쾌하게 한 이상 굳이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하 도련님, 어젯밤 제가 이미 여러 방면에서 조사를 해봤는데, 백 씨 집안은 수완이 좀 있습니다. 별볼일 없는 2류 가문이지만 우지
세오 맞은 편 테이블 뒤편에서 병원 원장이 세오의 표정을 보았다. 두려우면서도 자신이 받은 혜택을 생각하면 지금 아무리 무서워도 이렇게 밖에 할 수가 없었다.결국 죄를 지어도 세오는 살길이 있었다. 변백범의 일을 하면서 양다리를 걸친다면 마지막에는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었다.“당신 여동생 상황이 어떤지는 우리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우리 병원의 상황으로는 수술을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다시는 그런 말은 꺼내지 마세요.”“당신들은 오랜 시간 동안 독실을 차지하고도 병원비가 계속 끊겼잖아요. 솔직히 우리도 너무 유감스러워요. 지금 많은 환자 가족들도 불만이 있어요. 그냥 가세요. 남은 병원비는 계산하지 않을게요.”원장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세오의 여동생은 병원에 있는 것도 두려웠다. 한 달치 입원비와 진료비가 몇 백만 원이었다. 요 몇 년 세오가 번 돈은 여기로 다 들어갔다.하지만 원장의 말대로 별 다른 차도가 없었다. 병원도 제대로 된 치료법을 내놓지 못했기에 함부로 여동생의 발을 수술할 수도 없었다.이런 큰 수술은 모두 서울시에서도 종합병원만이 성공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세오는 그렇게 큰 돈은 낼 수가 없었다.“처음에 우리가 이 병원에 왔을 때, 동생의 병을 치료해 줄 방법을 반드시 찾아보겠다고 본인이 말씀하셨는데 잊으셨나요?”세오는 사무실 테이블을 쳤다. 사무실에 있던 모든 테이블이 흔들렸다.원장은 놀라서 바지에 오줌을 쌀 뻔했지만 이를 악물고 말했다.“선생님, 진정하세요…… 우리도 당신을 위해서 이렇게 했잖아요. 어차피 지금 병세가 거의 안정되어 악화 되지는 않을 거예요. 집으로 돌아가서 돈을 좀 아끼세요. 종합병원에 가면 고칠 수 있을지도 몰라요!”“누가 내 여동생을 고칠 수 있나요! 말해보세요!”세오는 눈 앞이 조금 밝아졌다. 자기 여동생만 고칠 수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르리라.“서울 종합병원의 부원장, 손서연 의사선생님. 그녀라면 여동생을 고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수술비가 제
“세오, 나랑 잘 지내보자. 내가 네 여동생의 다리를 고칠 사람을 찾았어.”하현도 군말 없이 벌떡 일어나 변백범을 제지했다.세오는 하현을 경멸하듯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한 말을 내가 믿을 거 같아?”하현은 미리 준비한 명함 한 장을 꺼내 던지며 담담하게 말했다.“손서연 의사의 명함이야. 당신이 그녀에게 전화하면 그녀는 제일 좋은 병실에서 당신 여동생의 수술을 준비해 줄 거야. 병원비는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줄게.”“어떻게 한 거야? 설마 나를 속이는 건 아니겠지?”세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서울 종합병원의 부원장. 정말 뛰어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은 몇 먹이 아니면 칼을 잡지 않을 거야. 눈앞의 작은 것들은 해결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이렇게 큰 일을 어떻게 해결해? 그가 이렇게 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관건은 방금 돌아오는 길에서 세오도 사람을 찾아 알아봤었다. 손서연의 의술은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부원장이고, 일반인들은 그녀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내 말을 못 믿겠으면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고 나서 다시 나를 찾아와.”하현은 군말 없이 돌아서 가 버렸다.이런 거만한 사람을 상대할 때는 다그칠 필요가 없다. 적당히 비위를 맞추면 그만이었다.세오는 하현의 뒷모습을 주시하였다. 그가 마당을 나오려고 할 때야 입을 열었다.“기다려봐요.”말을 마치자, 그는 자신의 여동생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나타나 하현이 심호흡하는 것을 지켜보며 말했다.“내가 뭘 도와주길 바래요?”“백 씨네 집안에 아직 약간의 세력이 있으니 네가 나를 대신해서 맡아줘. 만약 불복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를 대신해서 해결해주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으면 해. 백 씨 집안 사람을 포함해서 모두 자기 사람이 없어진 줄도 모르게.”“나를 윗사람으로 모실 수 있겠어? 변백범도 같이?”세오는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이런 일이라면 그는
이 생각에 다다르자, 설민혁의 안색이 완전히 일그러졌다.“안돼. 설은아를 그냥 놔두면 안되겠다. 절대 그녀가 이혼을 하게 두면 안돼. 나랑 자리 싸움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 안돼. 방법을 찾아야겠다!”설민혁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쉽지 않은 일이지만 할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지금은 하엔 그룹의 중요한 시기니까 우리 설 씨 집안에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큰 일 날 수 있다고, 할아버지께 그들이 이혼하지 못하도록 말씀드릴까?”지연이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자기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일리가 있어!”민혁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설지연의 눈을 보자 경각심이 생겼다. 보아하니 설지연도 생각없이 단순한 사람이 아니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하현이 설 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 은아를 볼 수 없었다. 대신 희정이 진지한 표정으로 거실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하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희정은 “짝” 소리와 함께 손에 들린 합의서를 땅으로 내던지며 냉랭하게 말했다.“하현, 이혼 합의서에 사인해. 오늘부터 너는 더 이상 설 씨 가문의 사위가 아니니, 짐 정리해서 썩 꺼져!”그 순간, 희정은 웃기만 했다. 그녀가 3년 내내 바랐던 일이다. 마침내 이 쓸모 없는 녀석을 쓸어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꿈에서도 웃음이 나올 거 같았다.그 다음 훌륭한 사윗감만 찾으면 되었다. 그러면 그녀는 바로 이 집안에서 편히 누워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하현은 바닥에 있는 이혼 합의서를 들고 몇 번을 보았지만 서명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은아는요?”희정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방금 설은아의 방에 들어갔을 때, 책상에서 이 이혼합의서가 눈에 들어왔다.지금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현이 없어지고, 자신의 딸이 마침내 이혼을 준비하다니 이거야말로 가장 좋은 일이었다.이
핸드폰에 흐릿한 사진이 한 장 있었다. 그 날 저녁 하현과 서연이 함께 있을 때 몰래 찍힌 것이 확실하다.하현은 말문이 막힌 채, 다시 오늘 설민혁의 태도를 떠올렸다. 진상이 밝혀졌다. 설민혁이 찍은 사진임에 틀림이 없었다. 특별히 은아에게까지 보낸 것이다.“너 아직도 할 말이 있어? 사실이 눈 앞에 있는데 아직도 변명할 게 있어?”하현은 변명할 게 없어 말없이 서 있었고, 그 순간 은아는 확실히 단념한 것 같았다.그녀가 하현에게 핸드폰을 보여준 것은 그에게 변명할 기회를 주려고 한 것이었지만, 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보, 이 일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야……”하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럼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설명해봐!”설은아가 냉랭하게 말했다.자신은 그녀에게 밥을 사주고 세오 여동생의 일을 해결하려고 그녀에게 작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복잡한 일을 설명하자니 은아가 접해보지 않은 너무 어두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 만약 그녀가 자신이 길바닥 사람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어떤 일들이 더 붉어질지 모른다.“은아야, 내가 지금은 너한테 말할 수가 없어. 하지만 나랑 서연은 정말 단순한 친구 사이일 뿐이야. 다른 관계는 전혀 없어……”하현의 설명은 조금 부족했다.희정이 핸드폰을 빼앗아 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독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이 잘난 녀석아. 네가 데릴사위 주제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었어! 너 그 돈 어디서 난 거야? 너 집에서 돈 훔쳤지!”하현은 할 말을 잃었다.“내가 필요해? 나 지금 출근도 못하고 있어!”“하현, 너는 우리가 이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해? 여기 보니까 서울호텔 최상층 레스토랑이네. 너는 여기가 동물원인 거 같니? 아무나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이야? 멍청하긴, 우리가 너처럼 바보 같은 줄 아니?”이 순간 희정은 기뻤다. 이번 기회로 하현과 그녀의 집안의 관계가 끊어지길 간절히 바랐다.
진홍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눈꺼풀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르르 떨렸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엉망이 되었다.자신이 한없이 무시했던 데릴사위가 이렇게 강한 자였다니?!그리고 자신이 의지했었던 남자가 이렇게 나약하게 무릎을 꿇고 얼굴이 부어터지도록 만신창이가 되다니!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복잡한 생각에 머릿속이 혼란스럽던 진홍민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그럴 리가 없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일어나! 모르는 건 죄가 아니야!”장천중과 장용호의 태도를 보고 잠자코 있던 하현이 결국 나서서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다만 앞으로는 꼭 기억해야 해. 우리가 풍수술을 배우는 것은 겉치레를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허세를 부리려고 하는 것도 아니야.”만약 오늘 자신이 마침 이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장용호의 서툰 솜씨에 황보정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장용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꼭 명심할게요! 우리 할아버지에게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지금부터 그 말을 꼭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겠습니다!”하현은 무릎을 꿇고 있는 장용호에겐 더 이상 눈길도 주지 않고 장천중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화자결은 확실히 황보정의 체내에 있는 나쁜 기운과 사악한 기운을 없앨 수 있습니다.”“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은 될지 모르나 그녀의 두 눈을 뜨게 할 수는 없습니다!”“작은 배가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게 하려면 파도도 바람도 잔잔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작은 배의 능력이 충분히 좋아야 멀리 항해할 수 있는 이치와 똑같습니다.”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하현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말을 이었다.“그래서 화자결은 황보정의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아! 화자결로도 해결 못 하는 건가?”장천중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난 하 대사의 방법으로 하면 황보정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을
순간 장천중의 얼굴엔 제대로 영글지 못한 모자란 손자를 향한 한탄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그 후로도 그는 장용호의 얼굴을 계속 때렸다.어느새 장용호은 피범벅이 된 채 얼굴이 볼썽사납게 부풀어 올랐다.장촌중은 장용호의 멱살을 잡고 바로 하현 앞에 내동댕이치며 무릎을 꿇었다.“대사, 용서해 주게.”“내가 잘못 가르쳤네.”“내가 이놈에게 화자결을 알려줬어!”“배움이 부족한 이놈이 자네 앞에서 이런 무례한 짓을 할 줄은 몰랐어!”“용서해 주게.”“제발 한 번만 봐줘!”대사?!황보동이든 장용호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장천중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진홍민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새어 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라 불리며 대하 풍수계에서 지위가 상당한 만세당 장천중이 하현을 대사라 칭하며 무릎을 꿇을 줄은!이 소식이 금정 전체에 퍼진다면 아마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이다.“이놈아, 잘 들어!”“화자결은 하 대사가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가르쳐 주신 거야!”이때 장천중은 손을 들어 또다시 장용호의 얼굴을 내리쳤다.장용호는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하현은 내 스승일 뿐만 아니라 네 조상님이나 마찬가지인 분이야!”“넌 지금 조상님에게 대드는 하극상을 보인 거야! 오만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한 거라고! 얼른 용서를 빌어!”장천중은 배움이 모자란 손자가 황보정의 몸을 살피러 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손자가 목숨을 잃을까 봐 얼른 달려온 것이다.역시나 모자란 자신의 손자는 잘난 척 기고만장해서는 도리어 하현에게 비법을 도둑질했다고 뒤집어 씌우고 있었던 것이다.이 광경을 본 장천중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정신이 어떻게 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안하무인한 짓을 할 수 있는가?이런 행동을 하면 만세당의 그 수많은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거라는 걸 모르
황보정은 온몸이 약간 회복된 듯 보였으나 갑자기 오돌오돌 떨기 시작했다.약간의 추위를 느끼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용호는 이를 보고 매우 흡족해하며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자세를 보였다.“자, 이제 마지막 한 수를 쓰겠습니다.”“화자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거기, 당신은 좀 나가주지. 내가 하는 방법을 몰래 훔쳐볼 생각하지 말고!”“이건 우리 만세당의 독점술이나 마찬가지니까!”“검은 속내를 가진 사람들이 이런 걸 배우면 곤란하지!”말을 마친 뒤 장용호는 팔짱을 낀 채 거만한 자세를 보였다.하현이 떠나지 않으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겠다는 표시였다.“독점술?”하현은 이 말을 듣고 냉소를 흘렸다.“장천중이 알려줬어?”“개자식! 어디서 함부로 내 할아버지 함자를 입에 올리는 거야?”“게다가 우리 독점술을 누가 알려줬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장용호는 하현과 실랑이를 벌였다.“아무튼 간에 난 당신 같은 나쁜 놈은 보고 싶지 않아!”“여기서 당장 꺼져 주지 않으면 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을 거야!”옆에 있던 진홍민도 나서서 장용호의 말을 거들었다.“하현, 당신은 그냥 나쁜 사기꾼일 뿐이야!”“당신이 여기서 지켜보고 있다면 장용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을 거야!”“왜냐하면 당신이 몰래 촬영해서 그 영상을 누구한테 팔지 모르는 일이니까!”“당신 같은 사람이 못 할 짓이 뭐야?”간민효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이 손을 가로저으며 그녀를 만류했고 이어 장용호를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따가 기운을 풀어주려고 마지막 한 수로 침을 놓을 때 꼭 명심해. 반드시 주사 광물을 찍어야 해.”“풀어진 기운은 몸 안에 유입되어야 해. 공중에 함부로 흩어져서는 안 돼.”“그렇지 않으면 황보정은 숨이 막혀서 바로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그렇게 되면 당신은 사람을 구하기는커녕 오
장용호는 진홍민의 눈빛을 알아듣고 헛기침을 하며 희미한 미소를 보이다 입을 열었다.“황보대사님, 친한 사이일수록 돈 관계는 확실히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요즘 그런 소문이 들리더라고요.”“누군가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이 집복당을 무료로 준다고요, 사실입니까?”황보동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진홍민을 쳐다본 뒤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맞아, 당신이 내 손녀를 구해 줄 수만 있다면 이 집복당을 가져도 돼.”“게다가 우리 황보 집안을 잇게 되는 거야.”황보동의 말을 듣고 진홍민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용호, 걱정하지 마. 우리 이모할아버지는 한번 내뱉은 말은 절대로 지키는 사람이야!”“그래도 당신이 안심을 못 하겠다면 내가 나서서 보증할게!”“퍽!”황보동은 다른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기 귀찮아 서가에서 계약서 한 장을 꺼내 장용호 앞에 내던지듯 내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이미 계약서까지 다 준비해 두고 있었어.”“누구라도 내 손녀를 구해 낸다면 바로 이 계약서를 가져갈 수 있어.”진홍민은 흥분된 표정으로 계약서를 얼른 낚아채 눈을 반짝이며 살펴보았다.“맞아. 이 계약서는 원본이고 유효해. 양측이 여기 서명만 하면 돼.”“좋아요. 황보대사님이 이렇게 성의를 보이시니 저도 모든 걸 다 쏟아 보겠습니다!”“여러분들에게 주역에서 가장 뛰어난 풍수술과 화자결을 보여드리죠!”말을 마치며 장용호는 호탕한 웃음을 보인 뒤 들고 있던 꾸러미에서 은침 한 개와 붉은 주사 광물을 꺼냈다.“우선 황보정의 온몸에 가득 찬 살기를 제거하여 그녀의 몸을 회복시킨 다음 기력을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하현은 장용호의 말을 듣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장용호는 바로 은침을 쥐고 소독한 후 약간의 주사 광물을 묻힌 후 천천히 황보정의 눈썹 위에 찍었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시작부터 틀렸어.”장용호는 이 말을 듣고 미간
서류 뭉치에는 하현의 사진과 철인도 완벽하게 찍혀 있었다.진홍민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허! 가짜 증명서인 게 틀림없어!”그녀는 냉소를 연발했다.“이모할아버지, 정말로 이 사기꾼을 믿기로 하신 건 아니죠?”“야! 사기 치려고 별짓을 다하는구나!”진홍민의 비아냥거림에 줄곧 입을 열지 않았던 장용호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이며 앞으로 나왔다.“황보대사님, 어디서 이런 사기꾼을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요.”“왜 이런 사기꾼을 믿게 된 거예요? 도저히 모르겠어요.”“전 단지 지금 황보정의 상황은 우리 만세당 말고는 절대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실히 말해 두고 싶어요.”황보동은 자신감 넘치는 장용호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유가 뭔가?”“이유요?”장용호는 팔짱을 진 채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주역의 ‘화자결’을 전수받았기 때문이죠.”“세상의 모든 재앙을 다 물리칠 수 있다고요!”‘화자결’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 황보동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뭐라고? 주역?”“그럴 리가 없는데. 주역은 오래전에 전수가 끊겼는데.”“자네 날 속일 셈인가?”황보동이 의아한 눈빛으로 몰아붙이자 장용호는 더욱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 할아버지는 얼마 전 진정한 고수에게서 가르침을 받으셨죠. 쉬쉬하며 음성적으로 전해지던 주역의 ‘화자결’을 몽땅 전수해 받았다고요!”“이걸 전수받은 풍수지리사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가 있어요!”여기까지 말한 장용호는 세상을 발아래 둔 사람처럼 기고만장하게 턱을 치켜들었다.“내가 보기엔 황보정은 천기를 누설한 죄로 이런 벌을 받은 거예요!”“내가 그녀를 그 업보에서 벗어나게 해 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입니다.”이 말을 듣고 진홍민이 재빨리 끼어들었다.“이모할아버지, 어서 장 대사님을 오라고 하세요!”“그는 명문가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절대로 남을 속이거나 하지 않을 거예요!”주역의 화자결?하현은 이를 듣고 어이가 없다는 듯 헛
진홍민이 적반하장의 자세를 보이자 하현은 그녀를 상대하기조차 싫어졌다.하지만 진홍민은 여전히 기고만장한 모습으로 하현을 문밖으로 내쫓을 태세를 보였다.그때 황보동이 황급히 그녀를 가로막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홍민아, 진정해. 함부로 이러지 마!”황보정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언니, 나 괜찮아.”“괜찮다니?”“마침 내가 왔기에 망정이지 내가 아니었다면 넌 이미 죽은 목숨이 되었을 거야!”진홍민은 거만한 얼굴로 황보동의 손을 뿌리치며 하현 앞으로 걸어갔다.뺨이라도 한 대 때릴 듯 그녀의 행보는 거셌다.“개자식! 지난번 일은 아직 계산도 안 했어!”“우리 오빠의 일을 다 망쳐 놓고 이제는 감히 내 사촌동생한테까지 손을 쓰려고 해?”“흥! 사는 게 귀찮아?”“퍽!”하현이 손을 쓰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간민효가 갑자기 한 발짝 내디디며 손바닥으로 진홍민을 후려갈겼다.“하현한테 이 무슨 무례한 짓이야! 죽고 싶어?”간민효의 노기 어린 말투와 간 씨 가문이라는 신분에 진홍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간민효를 잘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방금 진홍민의 관심은 온통 하현에게 쏠려 있어서 옆에 있던 간민효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간민효가 왜 거기에 있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어 거친 숨을 씩씩거렸지만 진홍민은 감히 간민효에게 뭐라고 대거리를 할 수가 없었다.진홍민은 얼굴을 가리고 표독스럽게 말했다.“이모할아버지, 보셨죠?”“감히 내가 한마디했다고 사람을 때리다니!”“이런 사람을 가만히 두면 안 되잖아요?!”지금 진홍민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초조했다.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서 그런 게 아니다.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만약 정말로 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한다면?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눈독을 들이던 집을 엄한 놈이 차지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현이 정말로 이백억 집을
간민효 일행은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회랑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 중 무도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선두에 서 있는 것이 하현의 눈에 들어왔다.남자는 체구가 약간 왜소했지만 얼굴에는 자신만만함이 가득 묻어났다.자세히 보니 그의 생김새가 장천중과 비슷했다.황보동을 본 젊은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황보대사님, 안녕하세요.”다만 인사를 하는 그의 표정에는 오만한 기운이 가득 풍겼다.“진홍민, 만세당 사람들을 데려왔구만?”황보동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젊은 남자를 잠시 위아래로 훑어본 뒤 입을 열었다.“당신이 장 대사의 손자, 장용호인가?”장용호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황보대사님, 기억력이 아주 좋으십니다. 그저 몇 년 전에 우연히 만났을 뿐인데 절 기억하시다니요!”그러자 진홍민이 희미한 미소를 내걸며 입을 열었다.“이모할아버지, 장용호는 정말 좋은 친구예요!”“그는 풍수지리로는 금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예요!”“무엇보다 최근 내공이 훨씬 더 강하고 깊어졌어요!”“내가 정이를 생각해서 특별히 모셔온 사람이라고요.”여기까지 말한 진홍민의 눈동자에 의미심장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이 친구한테 정이를 한번 보라고 해 보세요. 어차피 지금은 다른 방법도 없잖아요?”황보동은 오만한 미소로 당당하게 서 있는 장용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솔직히 말하자면 자네 할아버지가 이미 손을 써 보았다네.”“하지만 실력이 모자라서 더는 어떻게 할 수 있다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했네.”“그리고 자네, 할아버지의 재주를 90% 이상을 전수받았다고 해도 아마 내 손녀를 치료할 수는 없을 거야.”황보동은 자신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이미 하 대사를 불렀거든.”“하 대사가 나서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야.”황보동은 분명 만세당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금정 제일의 풍수사라 불리는 장천중은 아무것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우리 집을 산다고요?”황보정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에요?”황보동은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바로 좀 전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아무리 총명한 황보정이라고 해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반신반의하던 그녀는 하현의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그의 숨결과 목소리를 들어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그런데 이 젊은 남자가 할아버지를 제압한 풍수대사라고?무슨 그런 농담을?!하지만 황보정은 평소 도도한 할아버지의 성품으로 봤을 때 하현이 정말 능력이 뛰어나지 않았더라면 절대 할아버지의 눈에 들었을 리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이런 생각이 스치자 황보정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하현은 더 이상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하현이라고 합니다.”황보정은 하현에게 말했다.“하 대사님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다만 하 대사님은 절대 부담 가지지 마세요. 전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저는 천기를 누설해서 이런 벌을 받았어요.”황보정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천기누설? 그래서 벌을 받았다고요?”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부담 느끼지 않으니까요.”황보정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뜸을 들였다가 입을 열었다.“하현, 그게 무슨 뜻이에요?”하현은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그러니까 내 말은 이건 업보나 벌이 아니라는 거예요.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거죠.”황보동은 하현의 말을 듣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하 대사, 정말 할 수 있겠는가?’예전 같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심지어 무당이 아닌가 의심했을 것이다.국내외 내로라하는 대사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결과는 처참할 정도로 속수무책이었다.그런데 하현에게 방법이 있다고?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하지만 하현이 조금 전까지 보인 행동으로
집복당 후원과 앞뜰을 잇는 긴 회랑.회랑 양옆에는 연못이 있었고 연꽃 사이를 숨바꼭질하는 금붕어들이 평화롭게 헤엄치고 있었다.이곳은 비록 오래되었지만 유명한 정원과도 맞먹는 유려한 풍광과 격조가 느껴졌다.아름드리나무가 테두리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고 연못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고즈넉한 정자, 단단한 선비의 기상이 넘치는 바위 정원, 그 사이를 유유히 유람하는 맑고 고요한 물줄기.더운 여름에도 이곳에서는 상쾌하고 서늘한 바람이 일렁거려서 무릉도원과도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가운데 있는 정자에는 흰색 긴 치마를 입고 단정하게 하나로 머리를 묶은 화장기 없는 여자가 있었다.그녀는 손에 나침반을 들고 있었는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그녀의 곁에는 오래된 죽간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촉감으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칼로 빼곡하게 글자를 새겨 놓았다.눈이 멀고 온몸에 힘이 빠져도 글과 그림을 향한 열정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은 것 같았다.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하현의 눈에서는 절로 뜨거운 기운이 솟아올랐다.요즘 젊은 여자들 대부분은 겉모습을 꾸미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서 미인이란 미인은 도처에 널렸다.하지만 이렇게 기품 있고 우아한 여자는 찾기 어렵다.“할아버지, 정말 우리 집복당을 팔 생각이세요?”발자국 소리를 들은 듯 뭔가를 눈치챈 황보정이 한숨을 내쉬며 어두운 표정을 말했다.“저는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천기를 누설한 업보로 이렇게 된 거라고 말했잖아요?”“조상님들이 물러주신 이 집복당을 판다고 해도 내 병을 고쳐줄 사람을 구할 수 없어요. 다 헛수고라고요.”“그러니까 할아버지, 나중에 죽어서 조상님 뵐 낯도 없어서 전전긍긍하시지 말고 이쯤에서 그만두세요. 제발 부탁이에요.”황보정은 글과 그림에 대한 열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가장 중요한 착한 마음씨와 효를 심성에 장착하고 있었다.그래서 하현은 그녀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정아, 넌 내 하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