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천 패도는 실실 비웃으며 말했다.“왜 내가 당신을 괴롭히지?”“이전의 용전 항도 지부장이었다면 내가 체면을 세워주겠어!”“하지만 지금의 용전 항도 지부장은 뭐 내가 체면을 봐 줄 필요가 없지!”“나랑 동등하게 대화하는 건 고사하고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이야기를 해도 시원찮아, 알겠어?”최영하는 분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직접 총을 꺼내 그를 쏘려고 했다.하현은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고 그녀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말한 뒤 무덤덤한 표정으로 북천 패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당당하게 말했다.“섬나라 사람들이 우리 대하 땅에서 감히 이렇게 함부로 날뛰다니!”하현은 원래 나설 생각이 없었지만 섬나라 음류는 섬나라 6대 유파 중 하나였기 때문에 최 씨 가문의 힘만으로는 대적할 수 없었다.그래서 하현은 자신이 스스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북천 패도는 건방진 눈빛으로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하현의 마르고 하얀 얼굴을 보며 냉소를 흘렸다.“왜? 지부장이 나한테 안 될 것 같으니까 백마 탄 기사라도 납시셨나?”“내가 이렇게 내 멋대로 날뛰고 떠는데 당신이 왜 참견이야? 그렇게 보면 어쩔 건데? 덤비기라도 할 거야? 그럼 덤벼 봐!”“네놈이 얼마나 배짱이 있는 놈인지 똑똑히 봐 줄게. 어디 그 허연 얼굴로 감히 날 건드릴 수 있는지 보자구!”북천 패도는 말을 하면서 그의 얼굴을 점점 더 하현의 얼굴에 들이밀었다.북천 패도의 횡포는 하늘을 찌를 기세였고 하현의 얼굴에 뿜어대는 태도가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러섰다.“북천 패도, 당신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누가 말 안 해줬어?”“너 이 자식...”“그리고 당신 말이야, 너무 수가 얕은 거 같아. 이런 식으로 날 움직이게 하다니!”“내가 당신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당신한테 미안해질 정도야, 안 그래?”북천 패도는 눈을 부라리며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 말라비
”자,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당장 해치워요!”거만하고 콧대가 높은 북천 패도는 하현이 대단한 능력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어서 해치우라니까!”키노시타는 군말 없이 실눈을 뜨고 하현의 손목을 향해 일격을 가했다.분명 한 방이면 끝날 것 같았다.“퍽!”하현은 피하지 않고 바로 손을 휘둘러 키노시타의 뺨을 후려쳤다.천하의 무공, 난공불락이었다.빠른 손놀림은 아무도 당해내지 못했다.촥촥 뺨을 때리는 찰진 소리가 울렸고 키노시타는 눈앞이 캄캄해졌다.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르더니 말할 수 없이 따끔한 고통이 밀려왔다.“우지직!”그는 모서리에 있는 장식을 박살 내고는 결국 얼굴을 일그러뜨렸다.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북천 패도 일행들은 모두 넋이 나간 얼굴로 키노시타를 쳐다보았다.키노사타 장로는 음류의 고수였다.비록 전쟁의 신 정도는 아니었지만 최고의 고수였다.최고의 고수가 지금 손도 써 보지 못하고 뺨을 맞고 날아간 것이다.어떻게 이런 실력이?!북천 패도가 깜짝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키노시타는 벽을 짚고 몸을 부르르 떨며 일어섰다.전쟁의 신이라도 되는 걸까?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했던가.키노시타는 몇 년 동안이나 최고의 군왕으로 군림했었다.그러나 하현의 한 방에 몸이 날아가자 그는 하현이 전쟁의 신급 고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전쟁의 신의 위력을 확인하자 키노시타는 두려움과 동시에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왜냐하면 자신은 지금의 자리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몇 년 동안이나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었다.신들린 고수가 이렇게 젊다는 것만으로도 본능적인 두려움이 일었다.이렇게 젊은 나이에 전쟁의 신급 실력을 가졌다는 것은 어느 세력에서도 결코 낮은 신분은 아니었다.게다가 전신급이라는 말만으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것이었다.북천 패도는 아직도 하현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낮은 목소리로 호통쳤다.“키노시타, 뭐하는
최영하를 비롯한 용전 항도 지부 사람들도 이 장면을 보고 아연실색했다.그러나 섬나라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그들은 정말로 넋이 나간 사람처럼 초점 없는 눈으로 이 광경을 쳐다보았다.어떻게 키노시타 같은 장로가 손도 쓰지 못하고 저렇게 당할 수 있는지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하현에게 얼굴을 맞은 키노시타는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고 이도 몇 개 빠졌다.그의 치아는 모두 고가의 재질로 심은 것이어서 평소에도 그는 아주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누가 감히 그의 얼굴에 손을 댈 수 있었겠으며 그를 반쯤 죽여 놓을 수 있었겠는가?그러나 키노시타는 지금 그 애지중지한 이가 빠졌음에도 한 마디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어떻게 이럴 수가?분명 이것은 정상이 아니었다!섬나라 음류 사람들은 섬나라에서조차 그 기세가 하늘을 뚫을 정도였는데 이 작은 도시와 와서 이렇게 기도 못 쓰고 쓰러지다니!키노시타 장로가 하현 앞에서 얼마나 허풍을 떨었는지 사람들은 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지금의 광경에 넋이 나간 것이다.최영하는 놀라움을 가라앉히고 금세 침착한 얼굴로 돌아와 덤덤한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최영하는 하현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다만 그의 신분으로 미루어 보아 그냥 추측만 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오늘 이 장면이 그녀의 모든 추측을 사실로 증명해 주었다.북천 패도는 북천파의 이인자였고 섬나라 음류 제자였다.하현의 신분이 최영하가 짐작한 그 신분이 맞다면 북천 패도 정도는 충분히 밟고 싶은 대로 밟을 수 있다.그래서 순간 최영하는 하현을 막지 않았다.그뿐만 아니라 반 발짝 물러서서 다른 용전 항도 지부 사람들에게 손사래를 쳤다.곧이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들 모두는 한낱 힘없는 메뚜기에 불과했다.“정말 실망인데!”하현은 마지막으로 회심의 일격을 가한 뒤 키노시타를 땅바닥에 떨구었다.키노시타는 얼굴이 시퍼렇게 부은 채 감히 맞서지도 못하며 고통에 몸부림쳤다.북천 패도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전쟁의 신이라는 말은 그만큼 무게감이 상당했다.세상에 병왕은 많지만 전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심지어 평소에도 전신이라는 말은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각국의 병사를 제외하면 전쟁의 신격인 인물들을 밖에서 쉽게 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일반적으로 정상급 병왕인 키노시타는 밖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그러나 전신급과 마주치면 그야말로 바로 무릎을 꿇어야 한다.“당신이 정말 전신급이라고?”북천 패도는 마뜩잖은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아무래도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하현은 가타부타 말이 없이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무릎을 꿇고 말해.”북천 패도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큰소리로 외쳤다.“하현, 너...”“탁!”키노시타는 아무 말없이 무릎을 꿇고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바로 앞에 놓았다.자신은 더 이상 하현을 해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섬나라 일행들은 이 모습을 보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연달아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섬나라 사람들에게 무릎 꿇는 일은 일도 아니었다.결국 이런 섬나라 사람들의 자세는 너무도 뻔했다.무릎 꿇는 것이 뭐 그리 대수란 말인가.섬나라 사람들에겐 아무 일도 아니었다.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것이 수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살 수만 있다면, 죽지 않을 수만 있다면 무릎 꿇는 것이 뭐가 그리 창피한 일이겠는가?섬나라 일행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고 장중에는 오직 한 사람 북천 패도만이 장승처럼 우뚝 서 있었다.“하현, 당신 적당히 해!”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현을 바라보며 북천 패도가 화를 버럭 내며 소리쳤다.“내가 이래 봬도 북천 2인자야. 섬나라 음류 제자라고! 섬나라 젊은 세대에서도 손꼽히는 사람이야!”“이렇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하현은 단호한 표정으로 재차 말했다.“무릎 꿇고 말해.”“무릎을 꿇으라고?”북천 패도는 분노가 극에 달했다!
순간 손바닥이 뺨에 부딪히는 차진 소리가 났다.사람들은 머릿속이 멍해졌고 북천 패도는 하현의 손바닥에 뺨이 날아갔다.하현의 손바닥 한 방에 자신만만하던 북천 패도의 어깨가 고꾸라졌다.다시 일어날 생각은 도저히 꿈꿀 수도 없었다.음류 제자, 회오리바람을 몰아세운 무사의 칼끝도 하현의 주먹 한 방에 그 힘을 잃었다.“퍽!”북천 패도는 땅에 널브러졌고 손에 쥐고 있던 칼도 내동댕이쳤다.얼굴에 벌건 손자국만이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말해 주었다.북천 패도가 일어나기도 전에 하현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또 주먹을 한 대 날렸다.북천 패도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반대쪽으로 몸이 날아갔다.“퍽!”“당신 북천 작은 두목이라며?”“당신 음류 제자라며?”“당신 회오리바람의 위력이 뭔지 보여주겠다며?”“당신 이러고도 얼굴 들고 다니겠어?”하현은 북천 패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해 가며 그의 뺨을 툭툭 쳤다.북천 패도는 울먹였고 뺨은 점점 더 검붉게 변했다.“퍽!”“내가 지금 당신을 모욕한다고 뭐 또 어떻게 덤벼 볼 거야?”“섬나라 사람이 감히 우리 대하 땅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 하다니!?”“당신 아버지는 대하 사람을 만나면 꼬리를 움츠리라고 말해 주지 않았나 봐?”“힘 좀 있다고 스스로를 천왕이라 생각하고 천하무적인 줄 알았어?”“당신이 그럴 힘이나 있어?”북천 패도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얼굴은 푸르스름하게 변했고 퉁퉁 부어올랐다.북천 패도는 쉴 새 없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그는 문무를 겸비한 섬나라 젊은 세대들의 우상이었고 섬나라 음류 검객의 제자라고 했다.그는 한 번에 큰 바위를 부수기도 했고 한 번에 날아가는 파리를 죽이기도 했다.그는 자신의 실력에 대해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었으며 젊은 세대에서는 무적으로 통했다.하지만 지금 하현 앞에서 죽은 개처럼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고꾸라져 있었다.더욱 치욕스러운 것은 하현이 주먹을 몇 번 휘두른
”하현, 기회를 줘.”북천 패도는 복잡한 심경을 띠며 사정했다.방금까지 날뛰던 횡포에 비하면 지금은 아주 순한 양이 되어 있었다.아까부터 이미 무릎을 꿇고 있던 섬나라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입을 앙다물었다.그녀들은 눈앞의 인물이 전쟁의 신급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의 자존심인 북천 패도가 무릎을 꿇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자 그들의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이다.“기회를 줘.”하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좋아. 당신의 그 존경스러운 무사도 정신에 따라 기회를 드리지.”“한 사람씩 손을 끊은 다음 썩 꺼져.”“물론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저항해도 돼. 그렇지만 이미 그때쯤이면 두 동강이 나 있을 거야.”하현은 아무런 감정도 묻어나지 않는 얼굴로 말했지만 그의 말에 지금까지 거만했던 섬나라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자, 1분 줄게.”하현의 말이 떨어지자 최영하는 이미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60, 59, 58...”하현의 말에 무릎을 꿇은 북천 패도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는 얼마든지 무릎을 꿇을 수도 심지어 개처럼 기어다닐 수도 있다.하지만 그는 절대로 두 손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그가 윗자리로 올라갈 수 있는 힘의 근원이 사라지는 꼴이었다.북천 패도는 무릎을 꿇은 채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를 갈며 강경하게 말했다.“하현, 당신이 전쟁의 신급이라는 걸 알아. 당신은 천하무적이야. 대단해. 하지만 내 체면은 좀 세워줘.”“난 북천파 작은 두목이야. 내 뒤에는 섬나라 음류가 있어. 섬나라 황실의 왕자, 공주들도 몇 분 계셔.”“그러니 제발 내 체면은 좀 세워줘.”“이대로 내 손을 다치게 한다면 미움을 사지 않아도 될 사람들한테 당신은 미움을 사게 될 거야.”“그러니 하현, 잘 생각해 봐!”“그리고 섬나라 사람들은 항상 은혜는 은혜로 갚고, 원수는 원수로 갚아!”“당신이 내 체면을 세워준다면 평
키노시타에게 욕을 퍼부은 북천 패도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계속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내가 무례하게 군 것은 사실이지만 당신도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들었잖아.”“이 일은 내가 따지지 않을 테니까 당신도 이쯤에서 그만하고 우리 서로 여기서 털어 버리자고!”“당신은 여기서 나가. 난 일어설게!”북천 패도는 하현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담판을 짓는 듯한 투로 말했다.“지금부터 당신은 당신의 길을 걷고 난 나의 길을 걷는 거야. 우린 본 적도 없어, 아니 아예 모르는 것으로 하자구. 어때?”북천 패도는 자신의 태도를 한껏 낮추었다.눈앞에 있는 하현이 자신의 얼굴을 연달아 때린 일조차 잊어버릴 수 있었다.푸른 산은 계속 푸르고 물은 영원히 흐를 것이란 사실을 하현도 알아야 한다.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말이 무엇이겠는가?웃으며 원한을 털어버린다는 말이 뭐겠는가?그러나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뭐라고?”“내가 이미 여기서 이렇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는데 더 이상 뭘 원하는 거야?”북천 패도는 이를 악물었다.“하현, 당신 내 얼굴 몇 대 친 걸로 뭐라도 된 것처럼 그러는데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자꾸 이렇게 내 체면을 건드리면 나도 정말 가만있지 않아!”“당신 절대 잊지 마. 내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난 절대 외톨이가 아니라구. 당분간은 내가 당신을 건드리지 못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친척들과 친구들은 달라. 언제든 당신을 건드릴 수 있다구!”“우리 북천에는 다른 건 몰라도 죽음을 각오한 기사들은 충분하니까!”“날 협박하는 거야?”하현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고 휴지를 꺼내 자신의 손을 닦으며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나도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어...”하현의 말을 듣고 북천 패도는 갑자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자신의 위협이 먹혀들었다고 생각했다.“한 사람씩 두 손을 다 내 놔.”하현의 말에 현장에 있던 섬나라 사람들의 얼굴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악!”돼지 멱따는 듯 처절하고 묵직한 비명이 사방을 울렸다.이 장면은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던 첩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그들은 하현을 잘 알지 못했지만 최영하의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용전에서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용전 항도 지부가 이렇게까지 난폭하게 나올지 몰랐다.“뚜둑!”키노시타는 모든 사람들의 손을 꺾은 뒤 마지막으로 자신의 손목을 스스로 꺾었다.하지만 그는 비명소리 하나 토해 내지 않고 창백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결심하던 일을 마친 기사처럼 그는 비로소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하현 앞에 다시 무릎을 꿇고 수많은 비명 속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이제 마음에 좀 드십니까?”“그래.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섬나라 무사도 정신이라 할 수 있지.”“앞으로 잘 새겨둬. 대하인을 만나거든 인정할 건 인정하고 무릎을 꿇어야 할 일이 있으면 무릎을 꿇어야 해.”하현은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하현의 빈정거림을 듣고도 키노시타는 못 알아듣는 척하고 흔쾌히 받아들였다.하현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원래 그는 구실을 찾아 이 사람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다시는 허튼 생각하지 못하도록 싹을 잘라버릴 생각이었다.결과적으로 키노시타가 비굴하게 나오는 바람에 그가 손을 쓰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정신을 가다듬은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당신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하지만 나중에 또 나를 만나게 되거든 돌아서서 날 피해 가도록 해. 명심해.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구, 알았어?”“복수할 생각도 다시 또 건드릴 생각도 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북천파는 물론이고 섬나라 음류까지도 가만 안 둘 테니까.”“알겠습니다.”“내가 누군지 생각나지 않으면 텐푸 쥬시로에게 물어봐. 그의 제자들도 다 죽인 내 앞에서 북천이 감히 횡포를 부리다니! 한 주먹도 안 되는 것들이!”텐푸 쥬시로라는 이름을 듣고 키노시타는 깜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마침내 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