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인은 액셀을 밟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2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했어요.”“가족은 내가 명망 높은 국내 가문의 부잣집 도련님과 결혼해서 가문의 세력을 넓혀주길 바랐어요. 가족을 위해 희생양이 되라는 거죠.”“하지만 난 거절했어요. 그리고 가족들한테 얘기했죠. 내 삶을 살 거라고. 나도 내 인생이 있는 거라고. 내 인생을 가족들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둘 수가 없었어요.”“시집을 가라고 계속 강요한다면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했죠.”“그래서 가문은 저에게 조건을 제시하며 기회를 주었어요.”“가문에서 나한테 자금 10억 원을 주면서 사업을 해 보라고 했어요.”“만약 3년 안에 연경 방 씨의 어떤 도움도 없이 100억을 벌 수 있다면 나한테 자유를 주겠다고 했어요.”“만약 달성을 하지 못하면 그날로 조용히 부잣집 도련님에게 시집가서 가문의 희생양이 되어야 해요.”“물론 사업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방 씨 집안은 나에게 별다른 방해는 하지 않았어요.”“가문에 단단히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사업을 시작해 보니 생각만큼 그리 간단하지 않았어요. 수출입 업무뿐만이 아니라 각종 사업 영역에서 방 씨 집안의 입김이 없는 데가 없었어요.”“심지어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도 믿을 만한 큰 업체들은 연경 방 씨 집안하고만 거래를 하지 어떻게 방 씨 집안에서 퇴출당한 딸과 거래를 하겠냐며 손사래를 쳤어요”“나와 거래하는 것은 곧 방 씨 집안의 미움을 사는 일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거래처는 다소 불량한 거래처들뿐이었어요.”“어려웠지만 지난 2년간 좌충우돌하며 그럭저럭 사업을 해 왔어요.”“이제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건만 성사가 되면 전 100억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단숨에 자신의 사정을 늘어놓은 방재인이 말을 마치고는 깊고 긴 한숨을 쉬었다.씁쓸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번졌다.“어쩌면 이것이 내 운명일지도 몰라요. 부잣집 도련님과 결혼해서 가족 모두를 위해
천계 조이팰리스로 돌아왔을 때는 점심나절 즈음이어서 저녁식사까지는 아직 반나절이나 남아 있었다.하현은 주변을 좀 둘러보고 이것저것 견문을 좀 넓히겠다는 핑계를 대고 로열 스위트룸을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는 몰래 직원들의 탈의실로 들어가 웨이터 옷을 한 벌 꺼내 입고는 객실 구역을 둘러보기 시작했다.당시 최희정의 사진에서 보던 각도와 배경, 방 배치 등을 분석한 결과 하현은 최희정이 객실 구역 중간층 정도에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이 정도 높이는 되어야 카지노의 야경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정오 무렵은 여행객들의 체크아웃으로 바쁜 시간이었다.하현은 객실 구역의 중간층을 잠시 둘러본 뒤 18층에 있는 08호실이 사진 속 최희정이 붙잡힌 장소일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했다.방 입구에 도착한 하현은 카펫에 먼지가 엷게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적어도 3일 동안은 아무도 청소를 하러 온 것 같지 않았다.이런 신축 호텔에서 객실 상태가 이럴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누군가 이 방을 전세 내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것이었다.하지만 하현도 이 가능성에는 약간의 오류가 있다고 생각했다.한 층을 다 빌린다고 가정했을 때 보통 사람이라면 꼭대기 층을 빌릴 가능성은 있지만 18층이라는 불길한 숫자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08호실 입구에서 하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직원 카드를 꺼내어 살짝 그었다...“드르륵ㅡ"방문이 열렸고 하현이 막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뭔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짐과 동시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옆을 향해 몸을 뒹굴며 가까스로 그 자리를 피했다.“휙휙휙휙"입구에는 수십 개의 활이 놓여 있었고 하현이 피하는 순간 발사된 화살이 맞은편 벽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견고한 내력벽마저 관통할 정도의 활이니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하기에 충분했다.만약 저 화살이 사람에게 꽂혔더라면 아무리 전쟁의 신이라고 해도 피할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하현이 곰곰이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갑자기 그
도성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최고 힘 있는 가문은 도성 화 씨였다.오랫동안 화 씨 가문은 도성에서 카지노를 운영해 왔다.그러나 자신과 화 씨 가문에는 그전부터 아무런 원한이 없었는데 도대체 왜 도성이었을까?“아니야!”하현은 그때 갑자기 번뜩 깨달았다.자신이 아니었다.카지노 일 때문에 설은아는 도성에 꼭 와야 했다.돌아가는 판세로 보아 하현 자신을 겨냥한 건 맞지만 지금 상대의 손아귀가 향하는 곳은 설은아였다.그럼 이렇게 치밀하게 계획한 사람은 도대체 대구 정 씨 집안일까? 아니면 도성 화 씨 집안일까? 그도 아니면 오랜만에 만난 그 지인들일까?하현은 답답한 듯 한숨을 깊이 내쉬었고 시선을 들어 올려 조이팰리스 맞은편 빌딩을 쳐다보았다.지금 자신을 공격하는 저격수를 생포할 수만 있다면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다.하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팡팡팡!”총성이 또 울렸다!분명히 저격수는 이미 하현이 어디 있는지 간파한 것 같았다.놈이 쏜 총알이 하현이 서 있는 벽면에 떨어졌다.벽면의 대리석 조각이 내는 거대한 진동으로 하현의 귀는 터질 듯 고통이 밀려왔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아무런 미동도 없이 벽면에 계속 붙어 있었다.이렇게 큰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천계 조이팰리스 보안 요원들이 분명히 알게 될 거라고 하현은 생각했다.그는 사람들이 몰려오는 틈을 타 얼른 이곳에서 빠져나와 저격수를 체포해야 했다.그러나 지금 섣불리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나가서는 안 될 일이다.그때였다.하현이 머릿속으로 생각한 그림을 행하기도 전에 눈앞에 갑자기 불빛이 번쩍 보였다.그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얼른 그 자리를 뛰쳐나와 계단 방화실 쪽으로 들어갔다.“쾅!”거대한 진동소리가 전해졌다.누군가가 중형 총기를 동원하여 18층의 객실 여러 개를 저격한 것이었다.거대한 진동소리에 천계 조이팰리스 보안 요원들은 놀라서 달려왔고 저격수들의 공격도 멈췄다.하지만 하현은 여전히 계단 방화실에서
천계 조이팰리스가 소란스러워서 방재인은 잠시 호텔을 옮겨 옆 호텔 로열 스위트룸을 다시 예약했다.하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타나 방재인과 함께 짐을 옮겼다.그러는 동안 하현은 설은아에게 전화를 걸었고 지금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하현은 누가 자신을 죽이려 하든지 간에 목표는 자신에게 있을 것이라는 걸 거의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설은아를 만나지 않는 한 설은아는 당분간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상대방이 두 번씩이나 작전에 실패했기 때문에 세 번째 공격을 섣불리 하지는 못할 거라고 믿었다.그러는 동안 하현에게는 먼저 집중해야 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었다.상대방이 움직이기 전에 우선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하현은 파리 호텔로 옮겨온 후 오후 내내 호텔에서 머물렀다.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별일 없이 지나가서 몇 시간을 푹 쉬며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한편 그 시간 동안 방재인의 핸드폰은 여러 번 울렸다.모두 곽영호에게서 온 전화였다.오늘 저녁 식사 장소가 변경되었다는 첫 번째 전화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늘 밤 꼭 시간에 맞춰 와야 한다는 신신당부의 전화였다.그리고 사업을 위해서라면 모든 일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며 절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특히 오전에 있었던 일처럼 사람을 때리는 상황은 절대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화 씨 집안 셋째 아들은 보통의 평범한 집 자제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만약 그와 맞서 싸운다면 결과는 아마 상상보다 훨씬 처참할지도 모른다.전화를 받을 때 방재인은 하현을 의식하지 않았고 대충 알았다고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바로 하현에게 달려가 하현에게 수박을 썰어 주었다.“그 곽영호라는 사람 말이야. 항성 S4 중 한 명인 곽영민이랑 어떤 사이야?”하현은 관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좀 재미있는 사람 같아서 말이야. 당신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후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방재인, 이제 화소붕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았잖아. 그런데 오늘 밤 그 사람이랑 만나기로 약속을 했어? 정말 손해 볼까 두렵지 않아?”방재인은 웃으며 말했다.“오빠가 있잖아요.”“게다가 나도 인정하긴 싫지만 어쨌든 나에게도 연경 방 씨 가문 후광이 있어요.”“사업상으로는 화소붕이 날 속일 수는 있겠죠.”“하지만 다른 일에서는 감히 날 어떻게 할 필요가 없어요.”하현은 웃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오늘 밤 꼭 방재인과 함께 가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만 있었다.방재인과 화소붕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저녁 시간은 곧 다가왔고 하현은 방재인과 함께 차를 타고 붐비는 차들 속으로 들어갔다.“방 사장, 화소붕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거야?”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항만에서 금테 안경을 쓴 호기롭고 거만해 보이는 남자가 재촉하고 있었다.“방재인, 난 우리 사이의 선후배 관계를 봐서 당신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어. 내가 화소붕한테 처신이 분명한 사람이라고 당신을 소개했단 말이야!”“그러니 제발 날 실망시키지 마!”“7시에 도착하려고 했으면 미리미리 움직였어야지 왜 그걸 모르고 있는 거야?”“화소붕은 성격이 급해. 바람맞히는 걸 제일 싫어한다구!”“만약 화소붕을 불쾌하게 만든다면 그때는 당신 회사의 직원들뿐만 아니라 당신조차도 도성을 떠날 수 없게 될 거야!”“도성이야, 여기는 도성이라구. 화 씨 집안이 장악하고 있는 땅! 당신이나 나나 몸 사려야 하는 곳이라고, 알겠어?”한바탕 신신당부를 한 뒤에야 곽영호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다시 목청을 가다듬고 한껏 자세를 낮추며 미소를 지었다.“아, 셋째 도련님, 걱정 마세요. 방재인이 곧 도착할 겁니다.”“방재인이 오늘 밤 제대로 처신할 거예요.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곽영호의 등 뒤 멀지 않은 곳에
화소붕은 얼굴색이 확 변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도성 이 좁은 땅에서 누가 되었든 화소붕의 문을 걷어찼다는 건 그만한 대가를 치를 각오가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놀라 입구 쪽을 바라보긴 했지만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든 채 비꼬는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요 몇 년 동안 그들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화소붕과 대적해 보려고 덤벼들었던 것을 보아 왔다.하지만 예외 없이 모두 화소붕에게 짓밟혔다.그보다 더 비참한 경우는 공해상에 버려져 물고기밥이 되는 것이었다.그 모습을 보고 그들은 도성에서 화소붕과 함께라면 더없이 거리낄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이제 그들은 하나둘씩 더 좋은 볼거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하현이 먼저 모습을 드러내었고 그 뒤로 방재인이 들어왔다.“방재인!”곽영호는 방재인을 알아보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 미녀 후배만 오면 이제 자신의 임무는 완성된 것이었다.하지만 방재인 옆에 서 있는 하현을 보자 곽영호의 얼굴이 굳어졌다.“방재인, 내가 오늘 말을 제대로 안 한 거야?”“당신 혼자만 오라고 신신당부했잖아. 이건 태도의 문제야!”“옆에 개를 데려오다니 지금 우릴 놀리는 거야?”곽영호는 씩씩거리며 하현에게 다가가 코를 바짝 가까이 대며 차갑게 말했다.“꺼져!”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방재인이 나서서 매서운 눈빛으로 곽영호를 쳐다보았다.방재인의 매서운 눈빛에 곽영호는 절로 뒷걸음질쳤다.방재인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눈빛만은 겨울 눈보라처럼 매섭게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당신이 화소붕, 그 셋째 도련님인가요?”방재인의 태도를 보고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 아가씨가 설마 지금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를 잘 모르고 있는 건가?용서를 빌러 온 게 아닌가?죄를 추궁하기 위해서 온 건가?모두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했다.도대체 무슨 자
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방재인 앞을 가로막고 서서 얼굴이 번드르르한 남자를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어디 한번 해 보시지.”“난 오늘 아침에 이미 수십 명을 해치웠어. 오늘 밤엔 아마 더 많이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데.”“오호, 오늘 아침에 우리 도련님 부하를 건드린 사람이 바로 세상 물정 모르는 당신이었어?”기름기 번들번들한 남자는 하현을 위아래로 쓱 훑어보았다.“솜씨 한번 좋더군! 하지만 누가 당신한테 충고하지 않았어? 여기는 도성이야. 도성에는 당신 하나쯤 자빠뜨릴 사람이 넘쳐난다구!”“감히 셋째 도련님을 건드리다니, 사는 게 지겨워!?”“안 그래도 내가 천지도 분간 못하는 당신 찾아내서 죽이려고 했는데 이렇게 제 발로 찾아왔으니 잘 됐지 뭐야!”“모두들 들었지! 이놈의 팔다리를 부러뜨려 저 바다로 던져서 물고기밥으로 만들어!”곽영호를 비롯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남의 재앙을 보고 무슨 재미난 일이라도 구경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고 있었고 키가 큰 외국인 경호원 네 명이 목을 이리저리 까딱거리며 사나운 눈동자를 번뜩이며 걸어왔다.그들이 보기에 하현의 팔다리는 한 사람이 툭 치면 그냥 부러질 것 같았다.하현이 아침에 어떻게 그 많은 건달들을 상대했는지 그들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유들유들 기름기가 번지르르한 남자가 옆에서 골프채 한 개를 가져와 비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부잣집 외동딸로 자란 것 같은 여자들이 남자 곁으로 다가와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는 듯 방재인을 쳐다보았다.남자를 찾으려면 자기 주변에 능력 있고 자신의 능력으로 제대로 지위를 갖춘 사람을 찾아야 한다.아무리 보아도 건달 같은 이런 남자를 가까이해서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방재인은 이런 여자들을 보고 있자니 속이 매스껍고 오한이 날 것 같았다.그녀는 오늘 밤 자초지종을 말하고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것이었다.싸움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방재인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화소붕, 선을 넘는
방재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하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사지를 부러뜨려요? 꽃병에?”“화소붕, 그렇게 능력이 있다면 어디 한번 날 건드려 보시죠.”한번 건드려 보세요?!이 말을 듣고 곽영호와 화려한 옷차림을 한 남녀들은 키득키득 비웃었다.이 남자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땅이 얼마나 깊은지 정말 모르는구만!자신이 몸을 좀 움직였다고 이 도성에서 힘깨나 쓸 줄 아는 모양이지?예전에 소위 말하는 고수들이 화소붕의 경호원들한테 덤벼들었다가 개처럼 얻어맞았다는 사실을 이 도성 바닥에서 누가 모르겠는가?이 외국인 경호원들은 모두 북유럽의 퇴역 군인들이었다.적장에서 적과 맞서 일당백으로 싸운 사람들이었다.외국인 경호원 여덟 명을 고용하기 위해 화소붕은 큰 대가를 치렀다.지금 하현은 이런 대단한 외국인 경호원들 앞에서 큰소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딱 지금의 형국을 일컫는 말이리라.“알고 보니 이 사람, 정말 죽는 게 뭔지 잘 모르는 모양이군!?”기름기가 번지르르한 남자가 비웃음을 담아 놀리고 있었다.“셋째 도련님도 명령하셨으니 어서 처리해 버려!”외국인 경호원 네 명이 동시에 앞으로 나섰다.상대를 제압하려는 동작을 취한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주먹과 발을 날렸다.외국인 경호원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걸 똑똑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움직임에 특별히 화려한 기술이 있어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평범한 고수들은 이들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 같았다.그러나 하현은 경호원들의 모습을 보고도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그에게 이런 정도의 몸놀림은 아이들과 흙장난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첫 번째 사람이 달려드는 순간 하현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발을 뻗은 뒤 뺨을 후려갈겼다.“퍽!”첫 번째 남자는 하현의 동작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사이에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것처럼 눈앞이 깜깜해졌고 왼쪽 얼굴이 얼얼하다 싶은 순간 상대의 손바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