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하현입니다.” 하현이 웃으며 자기소개를 했다.서연도 별 생각 안 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씨, 얼른 가세요. 이분은 부원장님이고, 어떨 때는 저희 원장님도 허수아비로 만들어요! 부원장님 뒤에는 거물이 지지하고 있고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당신이 부자라고 해도 이 사람들을 건드려서는 안돼요.”말을 끝마치자, 서연은 마음속으로 매우 걱정했다. 오늘 자신을 위해 하현이 큰 문제에 휘말렸는데 어르신도 입원해 있으니,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게다가 자신도 앞으로 이 병원에서 일할 수 없게 되었는데, 오히려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없을까 봐 걱정되지는 않았고 단지 그 환자들을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안심하세요, 별일 없습니다.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하현이 웃으며 서연을 위로했다.서연은 잠시 멍해지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현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아무 이유 없이 상대방을 믿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교원이 전화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신호가 가기 전에, 사무실 문 앞에서 이미 발소리가 들려왔다.수트를 입었지만 자세가 곧은 중년 남성 둘이 걸어 들어왔는데, 그 기세가 어마무시했다.그들 뒤에는 한복을 입은 중년 남자 한 명이 있었다. 딱 봐도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이었다.그 중년 남자를 보자 교원은 눈앞이 반짝이더니, 마치 지푸라기를 잡은 것처럼 남자의 발 밑으로 달려가 호소했다. “안… 안 대표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방금 전화드리려고 했는데, 이 일을 꼭 처리해주세요!”“안 대표님?” 하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의아해했다.“안형철?” 서연의 낯빛이 급격하게 변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겁먹었다. 형철은 수도권 도시 안씨 집안 사람이었는데, 안씨 집안은 이 병원을 뒷받침하고 있는 최대주주였다. 그런데 이런 대단한 사람이 오니 자신이든 하현이든 다 끝인 듯했다.교원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하현을 뒤돌아봤는데, 그의 눈빛이 심상치
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 “이전에 일어난 일은 수정 씨께서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손 선생님, 조금 전에 벌어진 일을 한번 말씀해보시죠. 말하기 좀 그렇다는 걸 알지만, 선생님의 환자들을 위해서 용기를 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서연의 가녀린 몸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조금 민망해하긴 했다. 이런 일을 입 밖으로 꺼낼 여자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하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의 환자를 위해서라면, 용기를 낼 필요가 있었다.곧이어, 서연은 그날 저녁에 하현이 병원에 온 이후에 벌어진 일들을 빠짐없이 말했다.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두려움을 느꼈다.안 씨 어르신의 수술이 교원 때문에 중단될 뻔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형철은 머리에 식은땀을 줄줄 흘렸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끝에 가서는 얼굴이 더더욱 일그러졌다. 교원은 그가 발탁한 사람이었고, 심지어 차기 원장으로 키울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비열하게 행동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퍽!”형철은 직접 교원을 들어올리더니 손등으로 그의 입을 내리쳤다. “위교원 씨, 내가 애초에 당신을 발탁할 때 당신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잊으셨습니까? 의료인은 품행이 중요합니다. 당신은 몇 번이고 맹세했죠, 병원을 자기 집처럼 여기고 의사와 환자를 자기 가족처럼 대하겠다고. 그런데 지금 이렇게 자기 가족을 대합니까?’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형철은 또 싸대기를 날렸다. 그러고나서 또 부족했는지 교원의 배를 발로 걷어차 교원이 날라가 벽에 부딪혔다.“털썩!”교원은 발버둥 치며 일어서려고 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원망하는 표정조차 드러나지 않았고, 그저 고통을 견디며 형철 앞에 무릎 꿇은 뒤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안 대표님, 제… 제… 제가…”“닥쳐요!” 형철이 냉랭하게 말했다. “위교원 씨, 원래 당신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나를 이렇게나 실망시켰네요. 오늘부터 병원에서 꺼지세요. 그리고 병원에서 뭘 했든 간에 사람을 불러 철저히 조사할 겁니다. 만약 당신이 병원 돈 한 푼이라도 쓴 게
VIP 병실 안에 있던 흥섭은 이미 깨어나 앉을 수 있는 정도였다.수정은 엄청난 카리스마를 자랑했지만, 지금만큼은 소녀처럼 옆에 앉아 흥섭과 이야기를 나눴다.“수정아,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이번 일은 하현 때문에 일어난 일이 맞지만 전부 그 사람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어. 이 할애비가 사람을 너무 쉽게 믿어서 우지용의 구역으로 간 게 아니었다면, 인질이 되지도 않았을 거야. 정확히 말하자면 전부 자업자득이니까 절대 남 탓을 하지 마.”“게다가 하현은 오히려 우리 둘을 구했고, 나를 병원에 데려다 줘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줬어. 듣기로는 나 때문에 많은 사람의 미움도 샀다며. 이건 아주 큰 은혜야, 반드시 기억해야 해.” 흥섭은 감탄하는 얼굴로 말했다.그는 본래 하현을 시험해 볼 생각이 있었으나, 이제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번 일로 하현은 품행뿐만 아니라, 능력과 재능 모두 대단하다는 걸 보여줬다. 이런 사람이 안씨 집안의 손주사위가 된다면 얼마나 큰 행운일까?이런 생각을 하자, 흥섭은 갑자기 싱긋 웃으며 말했다. “수정아, 아까 지하 권투장에 있었을 때 하현을 꽤 걱정하는 것 같던데. 솔직하게 이 할애비한테 말해봐, 그 사람이 마음에 든 거 아니야?”수정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할아버지, 이상한 생각 하지 마세요. 그리고 하현은 이미 가족이 있어요.”“하하하…” 흥섭이 가볍게 웃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희 같은 젊은이들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 가족이 있는 게 뭐 어때서? 내가 알아봤는데, 그 사람은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이고 조금의 지위도 없어. 심지어 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 아내 손도 한번 안 잡아봤대. 이러고도 그 둘 사이에 무슨 감정이 있겠니?”“들은 바로는, 설씨 집안에서 그 사람에게 이혼을 강요하고 있다더라. 이건 우리에게 좋은 일이야. 수정아, 이건 너의 기회야, 절대 놓쳐서는 안 돼. 반드시 기회를 꽉 잡고 이 할애비를 위해 손주사위를 만들어 와. 그 사람이 우리 안씨 집안의 데
“잘했어!” 이 말을 듣자, 흥섭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일들은 그의 신분으로 할 수가 없는데, 아랫사람이 알아서 해주니 매우 만족스러웠다.한편, 형철은 감사한 마음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 어떤 말들은 그가 하기에 적절하지 않았지만, 하현이 말하니 그 의미가 달랐다. 하현이 처신을 아주 잘한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수정이 갑자기 입을 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이곳은 저희 안씨 집안의 재산이니, 듣는 귀랑 보는 눈이 많아서 자칫하다간 일이 가족들에게 전해질까 봐 걱정되네요. 장소를 바꾸는 게 어떨까요?”수정이 말을 마치자 마음이 조금 불안해졌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하현과 서연 두 사람이 같이 서 있는 게 보기 싫었다.반면, 흥섭은 별 생각없이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리 있어. 형철아, 서울에 좀 조용한 데 없이? 거기서 며칠 간 쉬어야겠어.”“어르신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준비해서 아무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할 거라고 약속드리겠습니다.” 형철은 정성 가득한 얼굴을 내비쳤다. 비록 그는 서울에서 권력이 막강했지만, 안씨 집안 내에서는 겉도는 사람일 뿐이었다. 흥섭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일 기회가 있다니, 이건 반평생의 행운이었다.옆에 있던 서연은 이 모습을 보고 고민하다가 말했다. “어르신의 부상은 대체로 외상과 심각한 출혈인데, 지금 상처는 이미 봉합했고 수혈도 했으니, 조금 연약할지라도 앞으로 안정을 잘 취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하죠, 내일부터 제가 직접 와서 어르신에게 수액을 놓아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부원장님.” 흥섭이 하하 웃었다. 이 일은 이렇게 하기로 결정났다.흥섭이 하현과 다른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서연이 하현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이 남자는 정말 그녀에게 한 수 가르쳤고, 그녀를 구해주기까지 했다. 그가 올해 몇 살인지, 결혼은 했는지, 수정과는 또 무슨 사이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이 생각을 하자, 서연은 갑자기
“당신들 설씨 집안 데릴사위고 정말 전설적인 인물이야. 남자 하나가 어느 정도로 쓸모없을 수가 있는지 상상하기가 어려워. 듣기로는 그 놈이 집안에서의 지위가 개보다도 못하다며. 매일 집안일을 하는 게 아니면 혼나기만 하고, 심지어 돈 쓰려면 아내한테 가서 돈 받아야하다니. 이런 놈은 진짜 남자들을 욕보이는 거야!”민혁이 이 말을 듣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뿐인가요. 규천 형님은 그 자식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모르세요. 빨래 요리는 말도 마요, 아내 절친의 더러운 신발까지 세탁해준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식탁에서 밥 먹을 자격도 없어서 주방에서 남은 음식만 먹을 수 있어요.”여기까지 말하자 민혁은 매우 역겨워 토가 나올 뻔했다.“제기랄, 진짜 빌어먹을 머저리네. 이런 사람이 내 눈앞에 띄었으면 귀싸대기를 한 방 날렸을 거야. 남자들한테 망신 주잖아! 이런 놈이 살아있는 건 우리 남자들의 치욕이야!” 규천은 어이없어했다. 길바닥에서 먹고 사는 그들이 어떻게 여자에게 빌붙는 녀석을 마음에 들어하겠나? 게다가 이런 머저리였다.“에휴.” 민혁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요, 그런 놈은 남자라고 할 자격이 없어요. 내가 몇 번이나 그 놈 바지를 벗겨서 보고싶었다니까요, 도대체 무슨 구조인지. 진짜 이 세상에 둘도 없어요!”“맞다.” 규천이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당신 사촌 누나가 설씨 집안의 유명한 미인이라고 하던데, 그 데릴사위도 참 여자 복이 많아…”“제기랄, 그 놈이 뭐라고?” 민혁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 머저리는 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 설은아 손 한번 안 잡아봤고, 평소에는 서재에서 자요. 가끔은 나도 모르겠다니까요, 이 머저리가 원하는 게 뭔지.”규천은 이 말을 듣고 오히려 의미심장한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 손도 안 잡아봤다고? 이건 그냥 과부 아니야? 에휴, 당신 사촌 누나도 정말 불쌍해…”민혁이 살며시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모두 같
“사실 별 거 아니야, 그냥 좋은 일이 하나 있는데 자네가 성사시킬 수 있으면 좋겠네.” 흥섭은 미소를 머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친절한 노인 같았다. 하지만 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흥섭은 선인과 같은 품격을 지녔지만, 이런 늙은 여우는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하현도 순간 흥섭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잠시 생각한 후, 하현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 어르신의 모든 부탁에 곧바로 응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평소에 신중하게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미리 말씀드리자면, 제가 사람 구실을 하는 원칙에만 어긋나지 않으면 뭐든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흥섭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한 성격 하는 군, 아주 좋아. 젊은이가 한 성격 한다는 건 능력이 있다는 뜻이고, 오히려 평범한 사람이 하자는 대로 다 하지. 이런 사람은 자존심도 없는데 언제 일어서겠나?”“자네가 이렇게 단도직입으로 말하니 나도 돌려서 말하지 않겠네. 우리 안씨 집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강남 안씨 집안은 골동품 사업을 주로 운영하고 있고 인맥도 넓죠. 평상시에는 내색하지 않지만, 자산이 막대하고 발도 넓어 강남에서 안씨 집안을 짓누를 수 있는 집안 두세 군데가 안 넘죠. 게다가 안씨 집안은 어르신의 손으로 2류 집안에서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매우 존경스럽습니다.” 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강남의 명문 집안들을 환히 꿰뚫고 있었는데 어찌 모르겠나? 강남 하씨 집안은 강남 최고의 가문으로 알려져 있었고, 가문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자들에게는 평소에도 주의를 기울였었다.“하하하, 자네의 이런 식견에도 머저리 데릴사위라고 욕하는 사람이 지금 아직 있다면, 내가 제일 먼저 그의 뺨을 때릴 거야.”“그런데 말이야, 자네가 왜 이런 조그마한 설씨 집안에서 지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는 똑똑한 사람이니 알 거야. 설씨 집안 같이 얕은 물은 자네 같은 숨겨진 잠룡을 붙잡아 둘 수 없어. 그리고 용이 하늘을 나는데는 바람
“저는 설씨 집안에 관심 없지만, 제 아내의 성씨가 설씨입니다.” 하현은 태연해 보였다. “부부가 되면 관계가 깊어진다는 말이 있죠. 이게 제일 간단한 논리입니다.”“만약 어르신께서 별다른 일이 없으시다면,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제 아내가 집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어서요.”말을 끝마치자, 하현은 수정에게 은은하게 웃어 보인 후 뒤돌아서 가버렸다.흥섭은 그를 막아서지 않았고, 그저 수시로 바뀌는 표정으로 하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한 남자가, 그것도 이렇게나 젊은 남자가 돈, 권력과 미녀의 유혹 앞에서 이정도로 덤덤할 수 있다니. 이런 남자의 자신감은 얼마나 충만하고 마음은 얼마나 견고할까?그가 원한다면 돈이든 권력이든 모두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지금 그가 이것들을 갖지 않겠다는 것은 단순히 그가 원하지 않아서였다.이건 자신감인가? 아님 지나치게 자만하는 건가?흥섭은 지금 이 남자를 조금 알지 못했다. 비록 그도 젊은 시절에 무서운 남자였지만, 자신에게 되물어봤을 때 그는 이렇게 기세등등하지 않았다.눈앞에 있는 이 데릴사위가, 남에게 머저리라고 불리는 이 남자가, 도대체 어디서 이런 배짱을 얻은 건가?무예가 뛰어나고, 골동품을 감정하는 안목도 훌륭하다고 해도, 명문 집안 사람 눈에는 별 것 아니었다.그렇다면 이 남자에게는 아직 몇 개의 비밀이 있는 건가?잠시 후, 흥섭이 담담하게 웃으며 수정에게 말하는 것도 같고 자신에게 말하는 것도 같게 입을 열었다. “이 녀석아, 어디서 온 배짱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자신감이 가득하니 나도 지켜보겠구나, 어디까지 가는지. 그렇지만 자네도 언젠가 백년 묵은 가문이 갖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될 거라고 나는 믿어. 그때 되면 자네도 나를 찾아와서 빌겠지.”흥섭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만하게 수정을 바라보았다. “착한 우리 손녀, 자신감을 가져야 해. 어떤 일은 낚시하는 것과 같이, 할수록 재미있어져. 물고기가 낚인 순간, 제일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 거야…”“
“민혁이의 말이 맞아, 쇼핑몰은 우리 설씨 집안의 중요한 일이야. 우리 설씨 집안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 절대 문제가 생겨서는 안 돼!”“문제를 일으킨 자들이 은아가 여자인 걸 알고 괴롭히려고 한 걸 수도 있어요. 이 프로젝트의 담당자를 남자로 바꾸면 문제가 안 생길지도 몰라요.”“은아야, 설마 겁먹은 건 아니지? 겁먹은 거면 말해, 우리가 도와줄게.”설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선심 쓰는 척을 했다. 본인이 쇼핑몰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되고 싶어 모두 안달 났다. 하지만 아무도 직면해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지 않았다.그들의 생각에 따르면, 문제는 은아가 일으킨 것이니 그녀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해도 그녀가 해결해야 했다.설 씨 어르신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는 본래 은아를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체면 때문에, 그리고 투자 안건이 또 무산되어 설씨 집안이 파산할까 봐 두려워 은아를 프로젝트 매니저 자리에 앉혔다.그런데 은아가 첫날부터 이런 사소한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해서 어르신은 매우 실망했다.“설은아, 네가 우리 설씨 집안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 상관 안 해. 왕관을 쓴 자는 그 무게를 버텨야 해. 네가 지금 쇼핑몰 프로젝트 매니저니까, 네가 모든 일을 잘 처리해야 하고 모든 문제를 반드시 빠르게 해결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 프로젝트 매니저 자리에 너를 앉혔으니 너를 해고할 수도 있어.” 설 씨 어르신이 냉랭하게 말했다.은아는 이 말을 듣고 매우 초조해졌다. 그녀는 겨우겨우 투자를 성사시키고 프로젝트 매니저 자리를 얻은 다음, 이제 막 실력 발휘를 하려고 했다. 은아는 첫날에 이런 뜬금없는 사소한 일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기 싫었다.“할아버지, 제가 얼른 처리하겠습니다.” 얇은 입술을 물어뜯으며 은아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때, 민혁이 풉 웃었다. 그가 일어서더니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저는 누나가 이런 일을 해결하지 못할 거라는 걸 일찌감치 알았어요. 그래서 제가 사람을 불러 조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