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세자님, 안 보실 건가요?”이은지는 복잡한 기색이었다. “저희가 수작부리면 어쩌나 걱정되지 않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 상성재벌의 30% 지분은 기껏 해봐야 110조원 정도 밖에 안 돼. 나한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숫자야.”“하지만 너한테는 다르지. 30%의 지분이 없고 내가 뒤에서 받쳐주지 않으면 너는 극동 대표의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잖아?”“그러니 지금 네가 나보다 이 일을 성사시키기를 더 원할 거야. 이 계약서는 네가 10번은 아니더라도 8번은 읽어 봤겠지.”“어쨌든 나를 생매장 시키는 건 너 자신을 생매장 시키는 거니까.”“나는 기껏 해봐야 돈을 잃겠지만 너는 목숨을 잃게 될 거야. 그렇지 않아?”여기까지 말하고 하현은 음미하는 기색이었다. 이은지는 눈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잠시 후 공손하게 말했다. “하 세자님, 걱정 마세요. 제가 어떻게 이 자리에 앉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으니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이은지가 물러나고 난 후에야 우윤식이 한쪽에서 나오더니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회장님, 중국사람들은 믿을 수 없어요. 그녀가 지금 회장님께 깍듯하게 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환심을 사려고 그러는 거예요.”“그녀는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등을 돌리고 칼을 뽑아 들 겁니다.”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 그녀가 상석에 앉아 상성재벌의 주인이 되기 전까지는 별 다른 행동은 하지 않을 거야.”“그녀는 똑똑한 사람이라 지금 나의 존재가 그녀를 상석에 앉게 해준 근본적인 이유라는 걸 알고 있을 거야!”“만약 내가 죽으면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왜냐면 이번에 그녀가 상석에 앉으면서 이미 상성재벌 내부에서 미움을 많이 사게 됐을 테니까.”“간단히 말해서 그녀는 외톨이야. 외톨이는 계속 어두운 길로 향할 수밖에 없어.”……곧이어 하루 만에 상성재벌에 대한 각종 새로운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먼저 이대성 대표가 갑자기 중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 사람들의 허리춤은 울룩불룩했다. 화기 같은 것이 숨겨져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숨을 쉴 때마다 차가운 입김이 뿜어져 나왔고 눈빛은 차가웠다. 잠시 후 학범이 나타났다. 곧이어 슬기 엄마도 나와 한 쪽에 섰다. 두 사람을 보고 하현이 웃었다. “아주머니, 저는 우리 사이에 이미 합의가 된 줄로 알았는데 지금 이게 뭐 하는 겁니까?”슬기 엄마는 웃을 듯 말 듯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씨, 아줌마는 너를 곤란하게 만들 마음이 없어. 다만 방 도련님이 누군가가 그의 여자를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 그것도 아주 오만하게.” “그래서 그가 너의 라이벌의 능력을 보여주려고 특별히 몇 사람을 보냈어.” “아줌마는 그냥 안내인일 뿐이야. 나를 원망하는 건 아니겠지?”말이 떨어지자 사방에서 차가운 살기가 번졌다. “연경 방씨 집안 사람?”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이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아니, 이 사람들은 특별히 조직에서 온 사람들이야.”슬기 엄마는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능력이 좀 있긴 하지만 방씨 집안이 너를 위해서 사람을 보내서 손을 대게 할 만한 자격은 없어.”“돈을 좀 써서 너를 처리할 사람을 찾은 것 만으로도 이미 네 체면을 세워준 셈이야.”하현이 웃었다. “그럼 방 도련님이 이렇게 내 체면을 세워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가요?”“됐어!”슬기 엄마는 하현이 날뛰는 것이 너무 싫었다. 이때 그녀는 하현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하씨, 이 자식아, 너 사실대로 말해 봐. 네 일은 내가 이미 사람을 시켜서 잘 조사해 봤어.”“네가 아무리 잘 산다고 해도, 네 자신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솔직히 말해서 너는 그냥 데릴사위일 뿐이야!”“데릴사위가 내 딸을 네 곁에 두려고 억지를 쓰다니, 어쩜 그렇게 뻔뻔하니!?”“내가 오늘 따라 온 건 내 딸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해서야!”“지금부터 내 딸에게 접근하지 않겠다고 약속만 하면 지난 일들은 없었던 거로
“우리 심씨 집안의 직계가 아직 아무 일도 없는 것은 그 우두머리가 다음 달 보름까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야!”“왜냐하면……그 날은 20년 전 그 킬러들이 쳐들어온 날이기 때문이야!”“그녀는 그날 우리 심씨 집안을 생지옥으로 만들 거야!”“우리는 시간이 얼마 없어!”“심씨 집안도 시간이 많지 않고!”“그러니까, 하씨, 이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게 좋을 거야!”“너는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를 해칠 수도 있어.”그 해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우두머리의 이름은 구신애였다.당시 그녀는 그 킬러 조직에서 가장 강한 킬러였다. 지금 20년 동안 칩거생활을 했기에 그녀의 실력이 어느 정도까지 이르렀는지, 얼마나 많은 후수를 준비해 두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킬러들에게 돈과 에너지, 권력, 빽과 인맥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만큼 심씨 집안은 자존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슬기 엄마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이런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었다면 어찌이런 대 가문 사람들이 자신의 딸을 마음대로 볼모로 삼게 했겠는가?게다가 슬기 엄마가 바보도 아니고, 하현도 방씨 집안의 속셈을 다 알아 챘는데 그녀라고 몰랐겠는가? 다만 때로는 독약을 마셔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때가 있다. 하현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슬기 엄마가 자신과 슬기에게 완전히 독하게 대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 자신도 어찌할 방법이 없어 구신애에게 대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오늘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 손을 대라고 하면 그만 이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하현은 천천히 말했다. “아주머니, 제가 어제 말씀 드린 일에 대해서는 다시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슬기를 데려가지 못하게 할 겁니다.”말을 마치고 하현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슬기 엄마
하현이 웃었다. “아주머니, 만약에 10위 안에 든 킬러에게 연락했다고 해서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럼 이 일은 내가 해결 할 수 있어요.”“왜냐면 킬러 랭킹 3위 안에 드는 킬러들이 다 나한테 신세를 졌거든요.”“내가 마음대로 부르기만 하면 돼요.”하현은 함부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 유라시아 전장에서 강대국들이 거액을 들여 킬러 랭킹 10위 안에든 킬러에게 손을 내밀어 하현을 해결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 킬러들은 거의 절반이 죽었고 그 중 몇 명은 여러 이유들로 결국 하현에게 굴복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하현은 거의 이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내면 그 중 한 두 사람은 불러 올 수 있었다. “네가?”슬기 엄마는 이 말을 듣고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돈이 좀 있다는 건 인정해. 능력이 좀 있다는 것도 인정하고. 하지만 나는 네가 한 말은 믿지 못하겠어.”“킬러 랭킹 10위 안에 드는 존재를 불러 오기는커녕 그들 이름이나 대봐. 그럼 내가 네 앞에 무릎을 꿇겠다!”“하현, 이런 일은 허풍을 떤다고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너 이 지경이 됐는데도 계속 고집부릴 거야?”하현은 직접 대답하지 않고 이때 침묵하고 있는 학범을 쳐다보며 말했다. “학범, 아주머니는 킬러 10위안에 누가 있는지 모르잖아.”“하지만 너는 알고 있겠지?”하현의 질문을 듣고 학범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후 조용히 말했다. “네. 압니다.”“좋아, 그럼 쉽겠네.”하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구신애는 킬러 랭킹 18위야. 높다고 말한다고 해서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낮다고 말한다고 해서 낮아지는 것도 아니야. 20년동안 칩거하고 나서 지금 실력이 킬러 10위 안에 들 수 있을 거 같아?”학범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하현이 이런 세상 비밀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때 학범도 숨길 마음이 없어
스마트 밸리로 돌아왔을 때 은아는 이미 일찍 잠이 들어 있었다. 하현은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혼자 서재로 와서 오래된 핸드폰을 꺼냈다. 중얼거리다 잠시 후에야 하현은 전화 한 통을 걸었다. “나야.”전화 맞은 편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한참 뒤에야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장님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지켜야 될 사람이 한 사람 있어.”하현이 말했다. “저는 경호원이 아니라 킬러입니다.”맞은 편 목소리에서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다시 말하면 한 사람 곁을 따라다니다가 그녀를 죽이려고 접근하는 모든 킬러들을 죽이는 거야.” 맞은 편에서 오랜 침묵이 흘렀고 한참 뒤에야 담담하게 말했다. “시간, 장소, 대가.”“시간과 장소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나를 도와 이 일을 완전히 끝낸 뒤에는 더 이상 나에게 신세지지 않게 되는 거야.”“좋습니다!”상대방은 무덤덤하게 입을 연 뒤 전화를 끊었다. 하현은 잠시 침묵한 후 컴퓨터를 켜고 슬기의 자료와 상황, 그리고 심씨 가문이 마주한 상황을 메일로 보냈다. 킬러를 상대하는 가장 좋은 수법은 킬러이다. 남시현이 손을 댔으니 내일부터 슬기 엄마는 안전할 것이다. 다음 날 오후 하현은 천일그룹의 일을 처리한 후 슬기 엄마가 임시로 거처하고 있는 W호텔에 도착했다. 오늘 슬기 엄마는 평상복 차림으로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이전보다 조금 덜 공격적이었고 조금 더 여성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그의 도도한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일은 이미 해결했어요.”하현은 소파에 기대었고 평온한 말투였다. “지금부터 킬러 랭킹 3위 남시현이 당신의 안전을 책임질 겁니다.”“다음달 보름까지만 버티면 됩니다. 내가 대구로 가서 구신애를 상대할 거예요.”하현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내가 손을 쓸 기회가 없을 수도 있어요. 남시현이 구신애를 다음 달 보름까지 살려두지 않을 거니까요.”“킬러 랭킹 3위 남시현에게 나를 지키라고 했다고
온 장내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 졌다. 다음 순간 슬기 엄마는 고함을 질렀다. “이 개 자식! 너 날 해치려는 거야!?”학범과 사람들은 하나같이 허둥지둥 주인을 구하러 달려나갔다. 어떤 사람들은 하현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슬기 엄마가 죽으면 그들은 하현을 총으로 쏴 죽이려고 했다. 그래야 임무를 마치고 보고를 할 수 있었다. “윽……”슬기 엄마는 이때 온몸이 떨렸고 창백한 얼굴이 갑자기 검게 변하며 온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는데 분명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네가 나서지 않으면 네가 보호하는 사람은 죽을지도 몰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다음 순간 룸 한 구석에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종업원이 불쑥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은 평범하기 짝이 없었고 몸매도 평범해서 군중들 속에서 기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했다. 하지만 이때 그녀는 재빨리 슬기 엄마에게 달려들어 손을 뻗어 목구멍을 두 번 두드린 후 파란색 알약을 꺼내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 슬기 엄마는 몸을 움찔거리더니 잠시 후 검은 피를 한 모금 내뿜으며 시커먼 얼굴빛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종업원은 차갑게 하현을 한 번 쳐다보고는 빠르게 사라졌다. 학범과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하나같이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들은 원래 슬기 엄마가 확실히 죽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누군가가 나타나 직접 해독을 도와주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사람이 언제 왔는지, 언제 이 룸에 나타났는지, 학범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 사람이 킬러였다면, 게다가 자신과 사람들을 상대했다면……이 생각에 미치자 학범의 솜씨로도 온몸에 송골송골 땀이 났다. 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이 광경을 지켜보며 뒷짐을 지고 입을 열지 않았다. 잠시 후 슬기 엄마는 마침내 정상으로 돌아왔고 평온을 되찾았지만 눈동자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하현, 너 날 죽이려고 했지?”슬기 엄마는 노호했다. “아주머니, 지금
하현은 평온한 기색으로 슬기 엄마를 쳐다보며 간곡하게 말했다. “죽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고,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겠어요?”“그래서 전에 아줌마가 이렇게 두려워했어도 제가 뭐라고 하지 않은 거예요.”“하지만 이제 지옥 문을 한 번 통과했고, 또 보호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아주머니도 방씨 가문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으시겠죠?”“심지어 저는 방씨 집안에서 남시현보다 더 강한 킬러를 데리고 오지 못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이 비장의 카드가 있으면 아주머니는 돌아가신 후에도 심씨 집안에서 하늘을 날 수 있으실 걸요?”“위기는 기회가 될 때도 많아요. 맞죠?”슬기 엄마와 학범은 동시에 눈에 살짝 경련이 일었다. 그들은 하현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하현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일을 겪은 후 하현은 또 경호하는 킬러를 가지게 되었고 슬기 엄마는 벌써 구신애에 대한 이전 두려움이 사라져버렸다. 심지어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위기는 상석에 오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슬기 엄마는 다소 하현을 마음에 들어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자, 이렇게 말을 했으니 다음달 15일에 심씨 집안이 이미 문제를 해결했든 아니든 반드시 찾아뵙겠습니다!”하현은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 하현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학범은 안색이 변하더니 잠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 지금 아가씨를 데리고 가야 하는 건가요?”“데리고 가서 뭐해!?”“여기 놔두고 내 사위와 친분을 쌓도록 해야지!”“설은아를 걷어 차버려야지!”“이런 사위는 나는 누구한테도 줄 수 없어!”슬기 엄마는 결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강남 설씨 집안이 이제 막 장만한 별장 안에서 설씨 어르신은 자신이 아끼는 철 왕좌를 어루만지며 흐뭇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그는 철 왕좌를 떠난 지 이미 몇 달이 지났고, 이제 겨우 이 자리에
뱀 할멈은 정용이 설씨 어르신 곁을 보호하라고 보낸 사람이다. 실력이 막강한 고수이다. 이 사람은 설씨 어르신의 저력이다. 이때 두 손에 검은 뱀을 쥔 노파가 나오자 그녀는 한 줄기 사악한 미소를 드러내며 뒤로 물러났다. 이 모습을 보고 이제 실력이 꽤 막강해진 설지연 조차 머리가 쭈뼛쭈뼛해 지는 것을 느꼈다. 이 뱀 할멈은 너무 무서웠다. 실력만 강한 것이 아니라 뱀을 다루는 수법도 사람들을 매우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스마트 밸리. 떠난 지 여러 날이 지난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이 함께 찾아왔다. 거기다 술과 반찬까지 챙겨와 은아에게 하현을 빨리 불러오라고 했다. 부모님의 모습을 본 설은아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하현을 불러왔다. 설유아도 불려왔다. 모처럼 온 가족이 한데 모이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하현을 보자 설유아는 한 가지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형부, 우리 학교 선배 한 명이 졸업 후에 감독이 됐는데 최근 우리 학교에서 신인 배우들을 뽑아 대구로 가서 촬영을 하려고 한대요.”“선배가 하는 말이 제가 마음에 드는 여자 캐릭터와 닮았다면서 저를 대구로 초대했어요.”“원래 안 가려고 했는데 대우가 좋아서 시험 삼아 한 번 가보려고요!” 식탁에서 설유아는 기대하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일련의 일들을 겪은 후 그녀는 자신은 아직 어려 하현을 도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한 번 시험해 보려고 한 것이다. 이때 설유아는 진지하게 하현을 쳐다보며 그의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현은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희정은 이미 말을 끊으며 말했다. “입을 열어도 형부, 입을 닫아도 형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너희 둘이 사이가 좋은 줄 알겠다!”설유아는 의아한 얼굴로 희정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엄마가 오늘 태도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현은 유아를 향해
이런 생각이 스치자 하현은 가만히 시선을 아래로 두며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 파고들지 않기로 결정했다.그리고 싱긋 웃으며 돌아서서 설은아의 방에서 나갔다.하현의 행동을 보고 설은아는 내심 못마땅한 듯 조용히 콧방귀를 뀌었다.남자가 너무 마음이 약한 거 아닌가 하고 서운한 마음이 밀려왔던 것이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김 씨 가문의 일을 좀 더 조사해 보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나가기도 전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하현은 핸드폰을 힐끔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현,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하지 않으면 연락 안 할 셈이었어?”전화기 맞은편에서 간민효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간민효?”하현은 간민효가 이런 이른 시간에 자신에게 전화할 줄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해했다.“아직도 간민효야? 그냥 성 떼고 이름 불러!”간민효의 목소리에는 살짝 비트는 어조가 실려 있었다.“아, 민효.”하현는 간민효의 성화에 응하며 말했다.“아침 일찍부터 웬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하현은 간민효 같은 사람이 아무 일 없이 아침 일찍 전화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침 일찍 차라도 한잔하자고 전화할 리 만무했다.“사실 공항에서부터 당신한테 관심이 많았어.”“그래서 사람을 보내 당신을 좀 살펴보라고 했지.”간민효는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어쨌든 누군가가 날 상대하려고 당신을 보낸 거라면 나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미리 말하지 않은 점은 미안하게 생각해. 사과할게.”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해해.”기내에서 C4 총기도 발견되었으니 간민효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럽고 찝찝한 일이었을 것이다.간민효가 사람을 보내 자신을 미행하고 조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래서 요 며칠 동안 당신이 한 일을 난 거의 다 알고 있어.”“그래서?”하현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시선을 올리며 물었다.“친한 어른이 한 분 계신데 한 달 전부터
설은아는 김나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김나나, 난 네 오빠랑 일면식도 없고 얼굴도 몰라.”“그러니까 그만해.”김나나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우리 오빠는 훌륭한 사람이야. 우리 김 씨 가문 어른인 김준영의 심복이기도 해!”“금정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우리 오빠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인 줄 알아?”“난 네가 내 절친이니까 너한테 기회를 주려던 것뿐이야. 우리 오빠 같은 격조 높은 인물을 너한테 주는 거야!”“남들한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고!”김나나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설은아, 너 절대 지금의 행복에 젖어 살지 마!”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베개에 기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이제 그만해. 나 내일 할 일 있어서 그만 자야겠어.”설은아는 김나나와 더 이상 이런 얘기로 왈가왈부하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그래, 잘 자.”화면 속 김나나는 빙긋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하지만 설은아, 난 우리 오빠한테 큰소리쳤단 말이야!”“너와 전 남편이 3년 동안 함께 했지만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그러니 너 절대 엉뚱한 짓 하지 마!”“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빠가 네 전 남편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말을 마친 김나나는 ‘뚝’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설은아는 언짢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이 입을 열었다.“김나나는 뭐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 왜 이렇게 거만한 거야?”설은아는 하현이 묻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김 씨 가문의 출신인 김나나는 예전에 대구에 있을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그때 그런대로 사이가 괜찮았어.”“하현, 나나가 좀 거침없는 성격이라 그런 말을 한 거야. 그러니 나나가 한 말, 마음에 두지 마.”“그리고 나나가 자기 오빠에 대해 한 말도 신경 쓰지 마. 난 전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야!”말을 마친 설은아는 문득 자신이 왜 하현에게 이
하현은 그 여자를 알지 못해서 살짝 의아해하며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설은아는 금정에 온 이후로 아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어찌 보면 사업상 많은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어머, 설은아. 지금 너 뒤에 있는 사람이 설마 그 소문으로만 듣던 네 남편은 아니겠지?”전화기 건너편에 있던 여자는 하현의 모습을 눈치채고는 갑자기 싫은 티를 팍팍 내었다.“그런 남자를 아직도 방에 들이는 거야?”설은아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김나나, 내가 말하지 않았어? 그와 재결합한다고.”“설은아! 너 정말 진심이야? 아니면 농담하는 거야?”화면 속 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남자 정말 아니잖아! 그건 금정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야! 그렇게 어렵게 이혼했는데 왜 갑자기 또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거야?”“무엇보다 너 내가 한 말 잊었어?”“널 우리 오빠한테 소개해 주려고 한다는 말 잊었냐고?!”“우리 오빠는 김 씨 가문 거물이야!”“너와 우리 오빠가 함께 한다면 완전히 강대강의 연합이라고!”말을 하는 김나나의 얼굴에는 꼭 두 사람을 연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설은아가 금정 김 씨 가문 사람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이 여자는 설은아를 김 씨 가문 사람과 연결시켜주려고 했다.자신에게 짓밟힌 김탁우를 떠올리자 하현은 이 모든 것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하지만 잠시 후 설은아가 하는 말을 듣고 하현의 미간이 다시 한번 살짝 일그러졌다.“내 기억이 맞다면 네 오빠가 김탁우 맞지?”“어? 내가 듣기로는 그가 항성에서 누군가와 이미 약혼했다던데.”“어떤 것들이 그딴 쓸데없는 말을 퍼뜨리는 거야?”김나나는 하현을 향해 시위라도 벌이는 양 소리를 높였다.“설은아, 너 소식이 좀 늦구나!”“우리 오빠가 항성에 있을 때 남영 여자가 우리 오빠한테 첫눈에 반한 건 사실이야.”“하지만 어떤 남자가 달려
왕인걸의 말은 이의진을 탓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더 깊은 뜻이 있었다.순간 이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왕 사장님이 안 물어보셨잖아요?”“물어봤으면 진작에 알려줬을 거예요.”“그리고 하현과 밥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씀만 하세요. 내가 왕 사장님을 도와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말을 마치며 이의진은 자신이 하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듯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그러나 이의진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자신의 오빠가 최희정을 압박하기만 한다면 데릴사위인 하현이 절대 최희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의진의 말에 왕인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좋아, 좋아! 내일 내 사무실로 와.”이의진은 눈에는 점점 더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자신의 앞날에 환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이 씨 가족들도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서 있었다.마음속으로는 역시 이의진이 인재는 인재라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었고 훗날 자신들의 뒤를 확실히 봐줄 인물이라고까지 여겼다.이러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이의진,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의진을 앞에 두고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환상 같은 꿈이 일순 깨져버렸다.“왕인걸, 당신도 성인인데 왜 그렇게 쉽게 속는 거야? 옳고 그름이 분간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 알겠어!”왕인걸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하현을 배웅했고 이어 몸을 돌려 이의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의진은 낭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상황은 전적으로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몇 마디 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이 그녀의 면전에서 체면을 뭉개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하현의 말에도 이 관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
그러나 왕인걸은 이 씨 가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무시했다.그 대신 왕인걸은 재빨리 하현에게 다가와 공손히 입을 열었다.“하현!”하현?!왕인걸의 목소리는 존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대도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진의 부모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이의진의 집안 친척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뭐야, 이게?하현?하 씨 성을 가진 데릴사위가 정말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는 얘긴가?이의진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왕 사장님, 지금 누굴 보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왕인걸은 이의진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굽신거리며 말했다.“하현, 아! 형수님도 와 계셨군요!”“이곳에서 두 분을 만나다니 제 생의 영광입니다!”“정말 오늘은 대운이 열린 날인가 봐요!”“만나서 영광입니다.”“너무 반가워요!”왕인걸은 흥분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왕인걸과 하현이 아는 사이란 것도 놀라울 따름인데 왕인걸이 반가워서 잔뜩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이의진은 입을 떡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하현이 자신의 직속상관, 그것도 왕인걸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설은아는 왕인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 왕 사장님, 안녕하세요.”그러나 하현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왕인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아내를 탐하려고 했던 자에게 한 손만 부러뜨리고 놓아준 것만 해도 하현은 많이 봐준 셈이었다.“하현, 지난번엔 내가 많이 잘못했어. 두 사람이 돌아간 뒤 간민효한테 아주 호되게 혼났어!”“나도 내 잘못을 깊이 깨닫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어!”하현의 냉담한 표정에서 초조함을 느낀 왕인걸은 마음이 떨려 허리까지 구부리며 안절부
”장청 캐피털은 사채업으로 시작한 회사야. 결코 깨끗한 회사가 아니라구!”“고명원도 사실 깨끗하지 않아!”“그런 더러운 인물과 호형호제하는 게 뭐가 그리 잘났어?”“지금은 옛날이 아니야!”“깨끗하게 돈을 벌어야 오래가지!”“고명원 같은 사람이 언제까지 기고만장하게 살 수 있겠어?”이의진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한껏 교만하고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시대가 변했어. 더러운 방법으로 얻은 영광은 결코 오래갈 수 없어. 결국 우리처럼 큰 회사가 정도를 걷고 있는 거지!”“맞아. 가문을 빛내려면 큰 회사에 들어가야 해!”이영산은 자신의 모친과 여동생이 자신을 위해서 하현을 마구 헐뜯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여전히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이참에 다 같이 퍼부어 하현을 짓밟고 싶었지만 그는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정도를 걸어야지! 정정당당하게!”이의진은 하현에게 훈계하듯 말했다.“당신이 내가 이룬 성과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이룬다면 설 씨 집안에서 당신한테 한 번 더 데릴사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줄지도 몰라!”여기까지 말한 이의진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룸 바깥 복도를 보았더니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보였다.그들은 당당하게 얼굴을 든 채 값나가는 명품 옷으로 온몸을 치장한 모습이었다.제일 앞에 선 사람은 더욱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들어왔고 내딛는 발걸음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이의진은 하현을 몰아붙이다 말고 갑자기 흥분한 얼굴로 문 앞까지 달려왔다.“왕 사장님, 안녕하세요!”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왕인걸이었다.왕인걸은 여전히 지방시에서 맞춤한 옷을 입고 있어서 부티가 팍팍 풍겼고 이루 말할 데 없는 강인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다만 머리와 얼굴에 칭칭 감은 거즈가 그를 약간 바보스럽게 보이게 할 뿐이었다.이의진이 왕 사장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이의진의 부모는 하나같이 얼른 일어나 자신들도 모르게 일어나서 맞이했다.“왕 사장님. 여기서
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넋이 빠지는 듯했다.왜?왜 고 사장이 데릴사위인 하현한테 사과를 해야 하지?설마 다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이 씨 가족들이 충격에 휩싸여 있건 말건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됐습니다. 별일 아닌 일입니다. 이대로 없던 일로 하시죠.”“그렇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니 정말로 감사합니다.”고명원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하현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하현, 전화번호 좀 알려주시겠습니까?”“나중에 여쭤볼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하현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게나 티슈를 꺼내 번호를 적은 뒤 그의 앞에 내놓았다.“고맙습니다.”고명원은 보물이라도 얻은 듯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은 뒤 이 씨 가족들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실례 많았습니다. 내가 식사를 방해한 것도 있고 하니 오늘 이 식사는 내가 계산하겠습니다.”몇몇 장청 캐피털 핵심 간부들도 모두 겁에 질려 굽실거리며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이제 좀 꺼져 주시죠!”하현은 말을 툭 내뱉으며 마치 고명원을 그의 부하처럼 대했다.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설은아는 이를 보고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현, 다음에 제가 식사 대접 제대로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말을 마치며 고명원은 직원에게 가더니 마오타이 몇 병을 테이블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그의 공손한 자세에 장내는 순식간에 충격에 빠졌다.이영산의 부모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방금 하현에게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퍼부으며 공사장에서 벽돌이나 나르라고 모욕했던 그들이었다.그러나 순식간에 하현이 장청 캐피털 고명원이 떠받드는 인물이 될 줄은 몰랐다.고명원이 공손히 차를 따르던 모습은 그들에게 직접 얼굴을 두들겨 맞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몰고 왔다.이영산은 더욱 마음이 착잡하고 복잡했다.그
이의진도 눈살을 찌푸리며 거들었다.“하현, 내 말 잘 들어! 지금 당장 사과해!”“그리고 무릎 꿇어!”“그렇지 않으면 공사장에서 벽돌 나를 생각은 하지도 마!”“당신은 그냥 굶어 죽어!”하현은 이 씨 남매가 하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오만방자한 사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3분, 고명원에게 어서 와서 차를 따르라고 해.”“나 하현이 말했다고 전해.”“어서 어서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시간을 넘길 시엔 차를 따르는 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야.”이영산을 비롯한 이 씨 가족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얼굴빛이 새까맣게 변했다.하현이 이렇게 고명원을 도발하는 것은 그들을 불구덩이로 집어넣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이놈이 이 씨 가족들을 데리고 같이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야! 당신이 뭔데? 감히 고 사장님을 오라 마라, 차를 따르라 마라 하는 거야?”장발의 사내는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사는 게 지겨워?”장발의 사내는 여차하면 하현을 밟아 죽일 듯 눈을 부라렸다.그때 온몸에 거즈를 두른 남자가 뒤에서 들어왔다.알고 보니 소항 회관에서 하현과 충돌한 그 남자였다.남자는 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순간 두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그는 장발의 사내에게 얼른 귓속말로 속삭였다.소항 회관에서 그는 하현에게 단번에 걷어차였다.고성양의 손발은 부러졌다.엄도훈은 하현 앞에서 나라님 모시듯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이로 미루어 보아 하현의 신분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장발의 사내는 남자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그의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났다.“하현! 당신은 이제 죽었어!”이영산은 하현을 가리키며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의 최후를 한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따가 일이 생기면 당신 혼자 다 책임져! 절대 우리 끌어들이지 마!”이 씨 가족의 친척들도 모두 사나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며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
장리나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하현, 얼른 형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형님이 아니었으면 어디 가서 그렇게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겠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그러다 혓바닥 깨물까 봐 겁도 안 나?”“하 씨! 당신 나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신 정말...”장리나는 하현에게 조롱이 가득 담긴 말을 퍼부으려고 했다.그런데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발로 문을 차고 들어왔다.차를 마시고 있던 하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든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이어 러닝셔츠를 입은 남자 몇 명이 들이닥쳤다.그들 앞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는 긴 머리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씨 가족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꺼져! 이 룸은 우리가 접수한다!”이영산은 오늘 아침 마침내 인생의 절정을 맞이했는데 어떻게 이런 꼴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술기운을 내뿜으며 테이블을 세게 쳤다.“무슨 소리야? 우리 아직 다 못 먹었다구!”“우리 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이 여기서 밥을 먹을 건데 당신들 감히 이런 식으로 굴 거야?”시가를 물고 있던 남자는 무심한 듯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고명원?고명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영산은 술이 확 깨는 듯했다.방금까지의 원망과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무례하다고 느끼던 이 씨 가족들도 장청 캐피털이라는 말을 듣고 모두 겁을 먹었다.고명원은 어쨌든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게 어떻게...”이영산은 말할 수 없이 난감한 표정이었다.그는 얼굴을 돌려 주변 친척들을 몇 번이나 쳐다본 뒤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거의 다들 드셨죠?”“고 사장님이 이렇게 내 사업을 챙겨주시고 수백억짜리 프로젝트도 맡겨주셨는데 이 룸을 원하셨다니 드려야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