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에, 진우는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하현이 계속 망신만 당한다면, 자신에게는 기회가 있었다.하현은 웃으며 느긋하게 말했다. “여러분 모두 아셔야 할 것이, 황공망은 원사대가 중 한 명이며 제일 잘하는 것이 바로 산수화입니다. 황공망은 수묵화를 아주 노련하게 잘 그리고, 그의 그림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깊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게다가 황공망은 수목의 기초 위에 엷은 적색의 채색을 가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게 바로 전설의 ‘천강산수’ 기법입니다. 이 산수 화법이 그의 작품에 웅장하고 망망한 기운을 더하죠… 모두 한번 보셔도 돼요. 이 그림, 제가 말한 것과 똑같지 않나요?”사람들은 하현이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을 듣자, 무의식적으로 그림을 몇 번 자세히 봤는데 하현이 말한 것과 일치했다. 시훈만 소리 내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을 뿐이다.이놈이 그런 말을 한다고? 설마 인터넷에서 파는 많은 그림이 모두 고품질 프린터기로 인화됐다는 거 모르나? 원작과 얼마든지 똑같이 인화할 수 있다.이 시각, 시훈은 냉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하현은 사람들이 자신이 낸 만 원이 그 값을 한다고 느끼게 하며 자기를 내세우고 싶어서 여기서 허세를 부리는 것이다.반면, 수정은 골동품 명가 출신이라 골동품 감정하는 일에 있어서는 제일 진지하게 임했기 때문에, 지금 그녀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문제는, 가짜는 가짜라는 것이에요. 만약 단순하게 이런 화법을 분석하자면, 진품의 사진 아무거나 그 결과를 얻을 수 있죠. 당신이 구매한 이 그림이 진짜라고 말하고 싶다면 증거를 꺼내야겠죠? 만약에 오늘 증거를 꺼낼 수 있다면, 원하는 거 뭐든지 다 할게요! 만약 꺼내지 못한다면, 바닥에 머리 박고 나한테 사과하세요!”“정말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도?” 하현은 냉랭하게 말했다.“네!” 수정은 은니가 거의 부서지도록 이를 악물었다. “당신이 증거를 꺼내서 이 그림이 진짜라고 말할 수
절매수는 민국시대 감정사의 독보적인 감정 방법이었다. 듣기로는 손을 내밀기만 하면, 어떤 명화 골동품도 진위를 감정할 수 있었다.현재까지 이 감정 방법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었고, 수정 역시 할아버지가 절매수를 할 수 있어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안 씨 어르신도 당시에 절매수를 전수한 사람은 두 번째 사람에게 또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했기에, 안씨 집안에는 할 줄 아는 사람이 그밖에 없었다.그런데 지금 이 절매수가 데릴사위의 손에 나타났으니, 수정은 자기가 꿈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뭐? 절매수?”현장에 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정의 말을 듣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설마 이 데릴사위가 막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능력이 좀 있는 건가?시훈과 진우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을 뿐,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들도 조금의 지식은 있어, 안 씨 집안 어르신이 절매수를 할 줄 안다고 들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안 씨 집안 다른 사람들은 할 줄 몰랐다.현장에는 오직 하현밖에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강남 하 씨 집안은 집안도 크고 사업도 막대하여, 무술뿐만 아니라 무슨 골동품 감정, 피아노, 승마술 등등 대강 할 줄 알았다.하지만 이 대강 할 줄 안다는 것도 보통 사람이 다다를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 씨들이 모셔온 선생님들은 모두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하현의 골동품 감정 선생님을 예로 들자면, 하현은 지금까지도 그의 이름을 모르고 그가 곧 100세가 될 노인이라는 것만 알았다. 그의 감정 방법과 안목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했다. 하지만 노인의 말에 따르면, 하현은 청출어람이었다. 단지 하현이 골동품 감정에 흥미가 많지 않아서 여태까지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던 것이다.오늘, 하현은 조그마한 것을 했을 뿐, 아무것도 아니었다.자기가 접은 흔적을 가볍게 만지며, 하현은 뒤돌아서 수정을 힐끗 보더니 웃을락 말락 말했다. “수정 씨, 방금 말씀하셨죠, 이 그림이 진짜라면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겠다고?”이
이 시각, 시훈의 안색은 수없이 변했고, 그는 앞으로 몇 걸음 가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나는 이 그림이 여전히 가짜라고 생각해요. 그래 봤자 진짜와 극도로 흡사한 복제품일 뿐이라고요. 수정 씨, 당신 할아버지가 감정계의 조상급 인물 아닌가요? 어르신을 모셔와서 한번 보게 할 수 있을까요?”이 말을 듣자, 수정은 순간 몸을 떨더니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시훈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자기도 지금 이 의 진위를 알지 못하니, 자기 집안 어르신을 모셔와야 진위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시훈은 이런 상황일지라도 이런 침착함을 유지하다니, 그가 매우 훌륭한 남자라는 것을 대변해주었다.이때, 수정이 심호흡 한 번 하고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그러면 우리 할아버지를 모셔와서 이 그림의 진위를 한 번 보게 하죠!”말을 끝마치자, 수정은 핸드폰을 꺼내어 영상통화를 걸었다.이 장면을 보자, 많은 사람이 온몸을 떨더니 깜짝 놀란 기색을 띠었다.수정의 할아버지 안흥섭은 골동품계의 원로급 인물이었다. 그는 현재 연세가 많아 자주 나서지는 않지만, 업계에서 그의 명성은 대단했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흥섭의 감정서가 있고 없고에 따라 가격이 10배 이상 차이 났다!이런 사람이 직접 나선다고 해주면, 이 의 진위를 반드시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곧이어, 영상통화가 연결되었다. 한복을 입은 노인 한 명이 화면에 나타났고, 그의 수염과 머리카락 모두 하얬지만 매우 비범하게 느껴졌다.세상에!진짜 안흥섭이었다!이 순간,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탄성을 내뱉었는지 모른다. 이런 사람은 일반적으로 티비의 골동품 감정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는데, 이런 장소에서 흥섭 같은 대가의 얼굴을 볼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주변 사람들의 기분이 바뀐 것을 느끼자, 수정도 조금 자신만만해졌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을 힐끗 보았지만, 그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자 순간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남자가 자기한테 아버지라고 부
“거기 데릴사위, 수정 씨 핸드폰 안 놓아요?”“아직도 안 씨 어르신을 반박하고 싶다니, 미쳤어요?!”“우리도 바보지, 당신을 믿었다니!”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하현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끊임없이 그를 질책했다.이때, 화면 건너의 흥섭이 갑자기 차가운 한숨을 들이마시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천강산수’ 기법? 그건 황공망의 독보적인 화법인데, 가짜 그림 한 폭에 어떻게 이게 나타날 수가 있지? 여태까지 모사 수준이 이렇게 높은 사람은 없었는데, 불가능해, 불가능해…”흥섭의 얼굴에 어리둥절한 기색이 역력했다.“여기 어린 친구, 당신이 하는 말에 따르면 이 그림이 진품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럼 설명 한번 해봐, 박물관에 있는 완전하지 않은 그림 두 폭은 어떻게 된 일이야? 나는 이 두 눈으로 직접 본 적 있는데 당신의 이 그림도 가짜가 아닌 듯하니, 정말 이상하지….”뭐라고? 양대 박물관에 있는 결본도 진품이고, 눈앞에 있는 이 그림도 가짜가 아니라고? 이게 무슨 상황인가?이 말을 하자, 적지 않은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하현과 그 핸드폰을 왔다 갔다 주시하며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을 띠었다.옆에 있던 시훈이 이마를 살짝 찡그리더니, 잠시 후 하현을 째려보며 소리쳤다. “하현, 당신이 어떻게 안 씨 어르신이랑 말을 나눠? 어쩜 예의가 하나도 없어? 얼른 수정 씨에게 핸드폰을 돌려줘!”지금 시훈의 눈에 이 그림의 진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흥섭이 그건 가짜라고 말했으니, 진짜라고 하더라도 가짜여야만 했다.만분의 일도 안 되는 기회일지라도, 시훈은 하현에게 어떠한 나설 기회도 주고 싶지 않았다.“당신은 말하지 마요!” 수정이 갑자기 시훈을 노려보았다. 그녀가 제일 심취해 있는 것은 골동품 감정이었다. 이 시각, 수정은 할아버지의 말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아차렸다. 그녀 역시 진실을 알고 싶었다."할아버지, 뭐라도 알아내셨거나 생각이 나셨나요?" 수정이 공손하게 물었다.화면 너머의 흥섭은
수정은 하현의 판단을 안 믿어도 되었지만, 그녀는 흥섭에게 100%의 믿음이 있었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골동품 감정계의 시조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그와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어린 친구, 최근에 시간 나면 우리 안씨 집안에 한번 놀러 와요, 내가 언제든지 환영할 테니.” 화면 건너의 흥섭은 빙긋 웃더니 전화를 끊었다.하현은 수정에게 아무렇게나 핸드폰을 던지고 웃을 듯 말 듯 말했다. “수정 씨, 조금 전에 한 저희의 내기를 기억하고 있나요?”“난…” 수정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설마 진짜로 그를 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나?곁에 있던 시훈은 분노에 가득 차 소리쳤다. “하현, 당신이 그러고도 남자야? 수정 씨는 너랑 장난친 건데, 그걸 진짜라고 생각해? 여자랑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만큼의 능력밖에 없나 보지!”“당신은 입 좀 다물어요!” 수정이 갑자기 입을 열더니, 복잡한 눈빛으로 하현을 주시하며 잠시 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씨, 내가 잘못 봤다는 거 인정할게요. 하지만 우리 골동품계에서 제일 중요시하는 것은 신용이에요. 당신과 내기를 했으니, 오늘부로 저… 저는… 저는…”수정은 붉어진 얼굴로 반나절 동안 망설였지만, 여전히 “아버지” 세 글자가 입 밖에서 튀어나오질 못했다.“안되나요?”“수정 씨, 절대 안 돼요. 어떻게 이 데릴사위를 그렇게 불러요!”“저 자식은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어떻게 수정 씨랑 비교하겠어요!”“맞아요, 게다가 이 를 감정한 사람은 안 씨 어르신이세요, 이 녀석이 아니라!”적지 않은 사람이 재빠르게 입을 모았는데, 이는 수정이 정말 입을 열게 돼서 안씨 집안이 부끄럽게 되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끝장났기 때문이다.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하현에게 무릎을 꿇고 싶은지 모른다. 이렇게 간절하게 빌 테니, 절대 수정 씨가 그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안씨 집안은 보이는 것과 같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하현은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기 귀찮았고, 살
은아도 조금 조급하여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말했다. “수정 씨, 정말 죄송합니다. 하현은 말만 그렇게 한 것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고 이 사람이랑 싸우지 마세요.”시훈은 조용히 물었다. “은아야, 이 사람이 너의 남편이긴 하지만, 항상 그렇게 감싸주면 안 돼. 겁먹은 거면 겁먹은 거지, 이럴 필요 없어.”수정은 이마를 찡그리며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본래 상황은 종료되었는데, 지금 또 이렇게 끼어들어서 일을 점점 크게 만들수록 그녀도 더욱더 창피해졌다.이 생각을 하자, 수정의 말투가 조금 차가워졌다. “하현 씨, 우리 안 씨 집안의 명예는 장난 아니에요. 제대로 설명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이 일은 끝이 없어요.”반면, 하현은 수정이 더 존경스러워졌다. 요즘 이렇게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매우 적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르자, 하현은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수정 씨, 조급해할 필요 없습니다. 제 말을 들어보세요.”“전에 수정 씨는 박물관에 있는 가 진짜라고 말하고, 저는 이곳에 있는 가 진짜라고 말했죠. 근데 사실 두 그림 다 진짜이니, 이런 상황 속에서 당신이랑 나 두 사람의 안목은 비슷했으니까 자연스럽게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거죠.”“휙!”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순간 여기로 집중되었다. 이 데릴사위는 논리적으로 말했고, 진짜 그럴싸했다. 두 폭의 그림 모두 진품이니,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안목 모두 높다는 뜻이었고, 누가 이기고 지든 중요하지 않았다.수정은 이 말을 듣자, 얼굴에 풍기던 한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다행이라고 느끼며 웃어 보인 후 말했다. “그렇다면, 저도 그렇게 부를 필요가 없겠죠…”하현은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 얼음 공주에게 정말 그렇게 부르라고 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것 같은데?이때, 수정은 이미 스스럼없게 오른손을 내밀며 말했다. “하현 씨에게 한 수 배우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골동품 감정은 착실하게 해야지, 편견이 있으면 안
시훈, 진우와 세리 등의 사람들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하현이 미워 죽을 지경이었는데, 지금 하현을 대변해주겠나?다른 사람들은 다시 경매하기를 간절히 원했다. 는 그만큼 매우 유명했기 때문에,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넘쳐났다.그런데 이때, 수트 차림의 젊은이 한 명이 경호원 몇 명을 대동한 채 빠른 걸음으로 무대 뒤에서 걸어 나왔다.“구씨 집안 도련님…” 젊은이를 보자 경매사는 한숨을 들이쉬었다. 저 사람은 구씨 집안의 구기찬이었다. 그는 현장의 담당자라 아까 일어난 일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기찬의 눈빛은 매우 싸늘했지만, 그는 아무 소리도 없이 현장을 한 바퀴 쭉 훑다가 하현을 바라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손님, 저희 대신 이 의 진위를 감정해주셨다고 들었는데 맞으신가요? 저희 구르미 경매 회사의 죄송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손님에게 1억 원의 감정료를 드리겠습니다.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하현은 미세하게 이마를 찡그렸다. 이 구기찬이라는 사람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감정료를 준다고? 이건 완전 뻔뻔하게 억지 부리는 것 아닌가?하지만 그 말도 맞기는 했다. 진정한 세기의 명화 였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시훈도 웃으며 말했다. “기찬 씨, 이 데릴사위한테 뭐 하러 친절하게 대하세요? 아직도 만 원으로 를 가져가고 싶다고 하나요? 웃기지 않나요?”기찬은 인상을 쓰며 무의식적으로 시훈을 힐끗 보았다. 이 자식은 일부러 그러는 거지? 설마 구르미 경매는 최소한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모르나? 내가 이미 나서서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데, 이 빌어먹을 자식이 또 그걸 언급해? 죽고 싶어 안달 났나?그러나, 는 확실히 진귀했기에 그 뒤에 있는 이 거물을 구씨 집안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기찬은 지금 원하지 않더라도 를 되찾아올 방법을 생각해야했다.이런 생각을 하자, 기찬은 계속해서 웃으며 말했다. “손님, 1억 원의
옆에 있던 수정도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입을 열었다. “기찬 씨, 너무 하시네요.”“안수정 씨…” 기찬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설은아 하나도 그의 눈에 차지 않았고, 심지어 설씨 집안 전체도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안씨 집안은 달랐다. 안씨 집안은 수도권 도시 내에서도 상위권 집안이었다. 지금 수정이 입을 열었는데 기찬이 체면을 안 세워주는 것은 아무래도 좋지 않았다.이 생각을 하자, 기찬은 웃으며 말했다. “수정 씨께서 말씀하셨으니 저도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주제 파악을 잘했으면 좋겠네요. 어떤 것을 가질 수 있고, 어떤 것을 가질 수 없는지 알아야죠. 분수에 맞지 않은 것을 품었다가 도리어 화를 입게 된다는 옛말로도 부족한가요?”말을 끝마치자, 기찬은 깊은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고 뒤돌아서서 떠났다. 어차피 가 하현의 손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면, 도로 가져오는 것은 쉬운 일 아닌가?기찬의 눈빛을 보자, 하현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기찬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하현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남이라는 이 땅에서, 그는 기찬이 함부로 행동할까 봐 두렵지 않았다.그렇지만 문제는 은아다…여기까지 생각하자, 하현은 핸드폰을 들어 슬기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기찬이 떠난 지 얼마 안 돼서, 이쪽에서는 시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수정 씨, 왜 이 변태 대신 용서를 구했나요? 이 자식이 구씨 집안에게 죄를 짓게 내버려 둬요. 어차피 사리 분별을 할 줄 모르는데, 알아서 후폭풍을 감당하게 해요!”수정은 시훈을 쓱 훑더니, 갑자기 이 남자의 마음이 너무 옹졸하다고 느껴졌다. 하현이 그에게 별다른 행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계속해서 하현을 몰아가 보는 사람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수정은 시훈을 신경 쓰지 않고 하현 곁으로 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하현 씨, 구씨 집안을 건드리지 마세요. 의 역사는 비범해서 보통 사람, 또는 일반적인 집안
”솨솨솩!”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칠절들은 동시에 민첩하게 발을 움직이며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그들의 몸이 스쳐 지나갈 때 곳곳에서 광풍이 휘몰아치고 귀를 찌르는 바람 소리가 사방을 들썩였다.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하현 앞에 도착했다.기세가 등등했던 두 남해궁 강적을 마주한 하현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일관했다.심지어 약간 경멸하는 기색마저 띠는 담담한 눈빛이었다.“둘이 같이?”하현은 웃으면서 날쌔지도 않게 담담하게 손을 후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후!”칠절들의 눈꺼풀이 펄쩍였다.하현의 손놀림은 단순해 보였지만 무서운 힘이 숨겨져 있었다.하현의 손바닥이 그들의 눈에는 큰 바위처럼 확대되어 보였다.그들은 두피가 저릿저릿하고 온몸이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쉽게 말해 그들은 극도로 위험한 상태에 직면했을 때 비로소 이런 반응을 보인다.“죽여!”칠절 두 명이 물러설 뜻이 없다는 듯 포효했다.그들은 손에 들고 있던 남양칼을 동시에 던지며 남양칼이 단숨에 하현의 두 손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길 바랐다.“탁!”“탁!”손바닥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울렸다.순간 두 명의 칠절들의 몸이 뒤쪽으로 쏠리며 그대로 허공으로 붕 떴다.이윽고 두 사람은 입에서 피를 내뿜었다.하현은 그 자리에 서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그저 발을 힘껏 디뎠을 뿐이었다.그가 발을 디딜 때 땅에 있던 자갈들이 요동치며 양제명을 습격하러 간 칠절을 향해 날아갔다.칠절의 막내는 자신이 단칼에 양제명의 오른손을 베어버릴 것 같던 순간 갑자기 뭔가 오싹함이 느껴졌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돌렸고 날아오는 자갈을 쳐낼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자갈을 쳐내자마자 그의 몸은 뒤로 요동치며 부서진 정자에 부딪힐 뻔했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몸을 옆으로 돌려 양제명이 있는 곳으로 갔다.양제명은 깊은 시선으로 햐현을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괜찮은가?”“전 괜찮습니다. 살수들
”닥쳐!”양제명의 목소리를 듣고 칠절의 우두머리는 냉랭한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양제명 이 늙은 능구렁이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당신이 우리 남해궁 본거지에 들어와서 앞길이 창창한 우리 남해궁의 젊은 고수들을 죽이고 남해궁의 대를 끊어 놓지 않았더라면 우리 남해궁이 어찌 이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어?”“우리 남해궁의 백 년 전통이 당신 같은 늙은이의 손에 갈기갈기 찢어졌다니 안타깝고 원통해서 죽고 싶은 심정이야!”“우리가 임무를 맡았든 맡지 않았든 어차피 당신은 죽어야 해!”칠절의 우두머리가 하는 말을 듣고 나머지 칠절들은 하나같이 비분강개한 기색을 드러내며 살벌한 얼굴로 양제명을 찢을 듯 노려보았다.양제명은 전쟁의 신이 된 후 모든 사람의 예상대로 이 일대의 강자로 부상하여 남해궁의 근본을 흔들어 놓았다.그렇지 않았더라면 남해궁은 30년이 넘도록 양제명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다.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양제명을 힐끔 쳐다보았다.역시나 양제명도 한때 이 일대를 주름잡던 거물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전신이 된 사람 중에 이런 원한 하나쯤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하현, 이놈을 죽여. 나 신경 쓰지 말고.”양제명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이놈들은 아직 날 죽이지 못해.”놈들의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양제명의 몸에서 전신의 강인한 아우라가 느껴졌고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것 같았다.칠절의 우두머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양제명, 당신은 이제 반은 폐인이 되었어. 하반신도 움직이지 못하는데 우리가 당신을 못 죽일 것 같아?”“관도 이미 가져왔어.”칠절의 이인자가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반드시 당신을 여덟 조각으로 만들어 이 관 속에 집어넣을 거야!”“하현이 한두 명은 막을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리 일곱 명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 흥! 꿈도 크시지!”“우리 일곱 명이 다 함께 덤빈다면 전신인들 못 죽일까?!”하현은
”솨솨솩!”칠절의 우두머리는 순간 얼굴빛이 극에 달했고 양손을 얼른 가리며 뒤로 몸을 뺐다.하지만 그의 움직임보다 하현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하현은 거의 그림자처럼 우두머리를 뒤쫓으며 어느새 우두머리의 머리를 향해 한 방을 날렸다.“쾅!”단단한 물체가 부딪히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났다.칠절의 우두머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보호복을 입은 것이었다.하지만 옷을 단단히 감은 하현의 하현의 주먹은 산을 넘어뜨릴 만한 기세로 보호복을 그대로 뚫고 칠절 우두머리의 가슴을 쳤다.‘차칵’하는 소리와 함께 칠절 우두머리의 가슴이 내려앉았다.그의 몸은 휘청거리며 3미터 뒤로 물러났고 땅바닥에 떨어져 가슴에서 피가 흘렀다.동시에 그의 얼굴빛이 새하얘지며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한 방에 중상을 입은 것이다!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재미있군. 남해 칠절의 우두머리라 절정의 병왕이라더니.”하현은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내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질 줄은 몰랐군.”“푸!”칠절의 우두머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바로 거센 피의 분수를 뿜어냈다.그들 남해 칠절은 남해 지역에서 줄곧 온갖 횡포를 부렸다.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괴롭히고 짓밟았는지 셀 수 없을 정도였다.이름난 가문들도, 각국에서 파병한 유명한 군장성들도 모두 그들에게 공격을 당했다.그런데 지금 하현 앞에서 이렇게 처참하고 우스운 꼴을 보이다니!순간 칠절의 우두머리는 하늘을 향해 울분에 가득한 소리로 울부짖었다.하현을 마구 때려죽이고 싶은 충동이 가슴 밑바닥에서 용솟음쳤다.그는 하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칠절의 우두머리가 어떤 사람인가?일찍이 사람들 앞에서 이런 우스운 꼴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언제 남한테 이렇게 짓밟힌 적이 있었던가?칠절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어쩐지 젊은 나이에 남양 무맹 감찰관이 되었더라니!이렇게 무서운 실력의
하현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하현의 말을 들은 칠절의 우두머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하현, 당신이 지껄이는 말은 듣기 싫지만 당신이 내 건 조건은 아주 매력적이군.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야.”“그리고 나도 잘 알고 있어. 당신 같은 거물이 방금 한 말은 우리를 조롱하기 위한 거라는 거.”“하지만 우리가 당신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당신도 반드시 돈을 내놔야 해.”“뭐, 어쨌든 지금은 당신 비행기가 이륙할 시간이니 남양에서의 시간을 더 이상 낭비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리고 당신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자신만만해도 당신 곁엔 혹이 달려 있잖아.”“정말 우리랑 싸우면 양제명 전신은 어떻게 해?”“실력이 조금 회복되었다곤 하지만 하체를 움직일 수 없는 전신이 우리 남해 칠절 앞에서 뭘 어떻게 하겠어?!”“하현, 설령 당신이 하늘을 두 쪽 낼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고 해도 우리 일곱 명이 당신을 때려잡고 양제명을 해치우는 게 그리 어려워 보이진 않는데.”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머리가 꽤나 좋은 편이군. 당신들 잘 의논해 봐. 결국 킬러도 돈 때문에 하는 거잖아? 돈? 흥! 나한테 차고 넘치는 게 돈이야!”“어떻게 할 거야? 내 조건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니면 두 배로도 부족해? 세 배쯤은 있어야 해?”하현은 양제명을 부축해 옮긴 뒤 큰 나무에 기대게 했다.이렇게 해 두면 적어도 잠시 후 싸움이 일어나도 양제명은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의 힘은 남아 있게 된다.남해 칠절 우두머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당신의 조건을 받아들이면 우리도 훨씬 수월하고 좋지.”“그런데 대하 외지인, 잘 들어. 우리 남양인을 우습게 보지 마!”“킬러들에겐 킬러들만의 규칙이 있어.”“맡은 임무는 끝까지 해내야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우릴 믿고 일을 맡기겠어?”“물론 우리가 당신 돈을 받을 수 있어. 당신과 양제명을 죽인 뒤 우리는 고용주를 죽이고 당신들이 맡긴 임무를
”이 정도 이유는 되어야 우리 남해 칠절이 나설 명분이 있지.”양제명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당신들 말을 듣자 하니 이미 당신들은 날 여러 해 동안 지켜봤겠군, 그렇지?”칠절의 우두머리는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당연하지.”“남양국에서 나온 유일한 전신이니 밤잠을 설치는 사람도 있었을 거야. 그들은 십수 년 전부터 당신의 목숨을 노리고 거액의 대가를 치렀지.”“남해궁에서 이 임무를 받은 후 줄곧 손쓸 기회를 잡지 못했어.”“심지어 당신은 반쯤 독에 중독된 후에도 양유훤이 밤낮으로 보호하고 있어서 우리들이 손을 뻗칠 틈이 없었던 거야.”“이 일은 수십 년 동안 우리 남해궁의 치욕이었어.”“우리 세대에 와서 이런 해묵은 일을 해결하게 되다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어?”우두머리는 입을 벌리고 크게 웃었다.“이곳은 풍수가 좋고 지금 날씨도 좋으니 내년 오늘 당신의 기일에 모이기에는 딱 좋은 날이지!”말을 마치며 우두머리는 오른손을 흔들어 끝이 날카롭게 휜 남양칼을 빼들었다.그의 동료 여섯 명도 냉소를 흘리며 남양칼을 꺼냈다.잔뜩 독기를 뿜고 휘어져 있는 칼끝이 양제명을 향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퍼런빛을 번쩍이고 있었다.일찌감치 독에 담가 둔 것임이 분명했다.양제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둑이 어떻게 훔칠까 걱정하진 않고 내 걱정을 다 해주다니!”“당신들 남해궁 사람들이 내 걱정까지 해주느라 아주 수고 많아!”“그런데 내가 한 가지 궁금해서 말이야. 당신들이 나한테 손을 쓰는 건 이해가 가는데 하현의 목숨은 왜 가져가려는 거야?”“개인적으로 제안 하나 하지. 하현은 아무 상관없으니 가게 해줘.”“안 그러면 사람 하나 더 남아 있는 거니까 당신들한테도 좋을 게 없어.”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어르신, 농담도 잘 하십니다.”“이놈들은 날 노리고 온 겁니다. 내 목숨을 노리고 값을 두 배나 쳐 줬다잖습니까?”칠절의 우두머리는 들고 있던 남양칼을 돌리며 섬뜩한
양제명이 어렵게 꺼낸 말을 듣고 하현은 그의 말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라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양제명의 말이 그의 마음속을 어지럽게 휘저으며 당혹스럽게 만들자 하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머리를 돌렸다.“참, 어르신. 세 번째 하실 말씀은 무엇입니까?”말을 하면서 하현은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힐끔 쳐다보았다.두 사람은 어느덧 30분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곧이어 하현은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양제명은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을 정자 아래로 옮겨달라고 부탁한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 번째 일은 그리 번거롭지 않아.”“하현, 이 늙은이를 도와 마지막 이 문제를 좀 도와줘.””자네가 도와주지 않으면 당최 일어설 수가 없어서 너무 불편해. 자네가 조금만 힘을 써 준다면 가능할 것 같은데, 어떤가?”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어르신도 무도 고수입니다. 한 세대를 풍미한 전신이십니다. 그러니 어르신의 몸은 어르신이 가장 잘 아실 겁니다.”“어르신은 충분히 회복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반 년 정도 시간이 걸릴 뿐이죠. 어르신, 설마 반 년도 못 기다리시는 겁니까?”양제명이 한숨을 깊이 내쉬며 말했다.“기다리기 싫어서가 아니라 기다릴 수가 없어서 그러네. 시간은 날 기다려 주지 않아.”“양 씨 가문이 일어서려면 결국 전신이 필요해.”“그렇지 않으면 3대 가문 중 하나가 되는 영광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겠는가?”“난 일어설 수 없네. 자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받쳐준다고 해도 결국은 사상누각일 뿐이야.”하현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지금 무리해서 회복하면 어르신의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앞으로 몇 년은 끄떡없이 사실 수 있는데 고작 반 년 일찍 일어서려고 이렇게 무리하시는 건 아무 가치가 없어요!”하현은 지난번에 양제명의 다친 몸을 살폈을 때 이미 그의 상태를 파악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하현은 진작에 양제명의 몸을
”하현, 오늘 밤 자네와 나 사이에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네.”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는지 양제명은 가는 도중에도 절박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첫째, 이번 양 씨 가문 일에 많은 도움을 준 거 너무 고맙게 생각하네.”“자네가 없었다면 이 늙은이는 생각지도 않은 데서 의외의 좌절을 겪고 신음하고 있었을 걸세. 우리 소중한 손녀도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과찬이십니다. 양 씨 가문의 일은 결국 양 씨 가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내가 끼어들면 양 씨 가문은 더욱 분열될 뿐입니다.”양제명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세상에 영원한 왕조도 없고 시들지 않는 가문도 없어.”“한 가문이 세대교체를 해야 할 때가 되면 대가를 치러야 하네. 그래야 가문을 이어갈 수 있어.”“자네가 도와준 덕분에 우리 양 씨 가문은 앞으로 백 년은 거뜬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그래서 말인데 내가 양 씨 가문 주식의 30%를 자네한테 넘기고자 하니 부디 받아주시게.”하현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양제명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긴 끝에 승낙했다.어쨌든 그의 지분이 있어야 원 씨 가문이든 이 씨 가문이든 다른 가문이 양 씨 가문을 넘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그리고 남양 무맹의 체면을 세워주어야 양 씨 가문은 더욱 순풍에 돛 단 듯 나아갈 수 있다.하현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양제명은 웃으며 하현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하현, 내가 이런 말을 입에 올리는 걸 너무 탓하지 말고 들어주시게.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자네는 이미 전처와 이혼한 거라던데, 아닌가?”하현은 눈꺼풀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 뭐,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하현, 내 말 좀 들어봐!”양제명이 손을 크게 휘저으며 하현의 말을 끊었다.“두 번째 할 말은... 자네, 우리 양 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올 생각 없는가?”“자네만 동의한다면 지금부터
노부인은 기꺼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고 그 후 자신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축 처진 그녀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다.양제명은 한숨을 내쉴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유훤에게 자신을 가게 안으로 데려가 달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그는 노부인 일행은 그대로 바깥에 무릎을 꿇도록 내버려두었다.십수 년 동안의 부귀영화를 생각한다면 지금 무릎 꿇은 한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양제명이 이대로 아무것도 묻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부부의 정은 여전히 깊다고 할 수 있었다.한 시간 후 노부인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조심스럽게 지팡이를 짚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뒷좌석에 앉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서늘함과 밀려오는 원한이 뒤엉켰다.노부인은 운전기사에게 어서 출발하라는 듯 손을 휘저었고 사적인 프라이버시를 위해 보호 유리를 완전히 올린 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노부인이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하 씨 그놈이 왜 아직도 죽지 않았지?”“내가 이미 금액을 올려서 입금했을 텐데?!”“언제 죽일 작정이야?!”전화기 너머에서 대답했다.“노부인, 하현의 신분이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라서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만반의 계획을 세웠지만 도무지 손을 쓸 기회가 없었어요...”노부인은 갑자기 몸을 곧게 세우며 입을 열었다.“나는 그놈이 어떤 신분이든 얼마나 대단하든 상관없어!”“당신들이 어서 빨리 그놈의 숨통을 끊어주기만 하면 돼!”“돈이 더 필요하면 더 주지! 천억 더 줄게!”“그놈만 죽여 준다면 우리 양 씨 가문 재산의 절반까지도 떼어 줄 테니까 명심해!”노부인은 이 모든 일의 주범이 하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오지랖 넓게 감히 양 씨 집안일에 방해를 놓는 그놈만 죽인다면 양제명과 양유훤이 어찌 그녀의 행보를 막을 수 있겠는가?그녀는 자신의 계략으로 얼마든지 양제명을 죽일 수 있다고 믿었다.“좋습니다. 노부인께서 이렇게 대범하시니 저희
”맞아요. 노부인이 양제명과 양유훤을 이렇게 대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가문은 이미 많이 발전했을 것이고 일찍이 남양 제일 가문이 되었을 거예요!”“맞습니다. 이건 노부인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할 일입니다!”“양유훤이 노부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다고 해도 양제명 어르신이 오랜 부부의 정을 생각해 주신다면!”“우리는 그들 덕분에 앞으로 수십 년은 더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어요!”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떠들었다.그들은 지금껏 쌓였던 불만을 털어놓는 한편 수십 년 동안 더 누릴 수 있는 부귀영화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그런 기회를 내동댕이칠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그들은 사회로 나가 일할 능력을 잃은지 오래였고 가문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정말 밖에 구걸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그들은 양제명과 양유훤 앞에 기꺼이 무릎을 꿇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말하자면 양 씨 가문의 노부인의 지위가 흔들렸고 더 이상 노부인이 양 씨 가문의 주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이를 본 양호남이 입을 열었다.“무슨 말이야?!”“당신들 무슨 말을 하는 거야?”“지금 할머니를 의심하는 거야? 당신들 살고 싶지 않아?”“살기가 지겨워?!”양신이도 옆에서 거들었다.“오늘날 우리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던 건 다 할머니 덕분이야. 그런데 지금 그런 할머니를 몰아붙인다니, 당신들은 양심도 없어?”“당신들 나중에 우리 할머니 얼굴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 어떻게 이렇게 배은망덕할 수 있어?”양호남과 양신이는 다른 사람들이야 양유훤에게 머리를 조아리면 용서를 받을 기회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에겐 그런 기회가 절대로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하현과 양유훤이 내건 첫 번째 조건이 양호남과 양신이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것이었다.하 씨 저놈은 정말로 악랄하기 그지없어!“닥쳐! 모두 입 닥쳐!”이 광경을 보고 노부인은 냉랭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